372화. 지진
제천 의식 당일, 창공은 유달리 높았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은 대지에 따스한 빛을 내려주었다. 빛을 받은 태묘전 앞, 백옥 석계가 그 어느 때 보다 눈부시게 빛났다.
경명제의 뒤를 따르는 대신들은 모두 예복을 갖춰 입었고, 경명제의 뒤를 따라 큰절을 올렸다.
경명제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은 모두 번듯하고 위엄이 느껴졌지만, 그의 마음 속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조상님, 이 못난 후손의 무능함을 가엽게 여기시고, 부디 저희를 구해주시옵소서.’
들리지 않은 처절한 하소연이 이어지던 중, 갑자기 하늘과 땅이 빙빙 돌더니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성에 지진이 난 것이다!
발 딛고 있는 대지가 물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요동쳤다. 경명제를 비롯한 황가 일족과 문무백관이 일제히 겁에 질려 굳어버린 탓에 대전은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억겁과 같은 찰나의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대전을 가득 메웠고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명제는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결국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눈에 일렬종대로 세워둔 깃대들이 뚝 부러지며 자신을 덮쳐오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쪽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목 놓아 소리치는 대신들의 모습도 보였다.
“황, 황상을 수호하라!”
멀리 떨어져있던 대신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 가까이에 있던 인영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경명제를 바깥쪽으로 힘껏 밀어버리고 깃대 더미 아래에 대신 파묻혔다. 순간적으로, 깃대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새어나왔다.
천만다행으로 도성은 진원지가 아니었기에 체감 상으로는 아주 오래도록 땅이 흔들린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차 한 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천지가 진동을 멈추자, 바닥을 기던 사람들이 겨우 고개를 들고 천천히 일어났다.
“황, 황상! 무탈하시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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