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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奇幻言情
分數不夠
385 Chs

50화. 저와 함께 자백하러 가시죠!

50화. 저와 함께 자백하러 가시죠!

“지 소저.”

유신지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여인에게 있어 크게 득이 되는 일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분들께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공자 두 분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 뿐 아니라 규방의 규수인 소저의 명예 역시 훼손될 것입니다.

여기에 다른 이들은 없으니 안심하고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소저와 관련이 없다면 여기 있는 이들 중 누구도 다른 곳에 말을 퍼트리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인가요?”

지온이 느릿느릿 되물었다.

“정말입니다.”

그제야 얼굴을 가렸던 소매를 내린 지온이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사저께서 도와주시겠다며 저를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한 잔씩을 했는데 그 뒤로 제가 인사불성 되어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리고…….”

“그리고 어찌 되었단 것인가!”

임창백과 조경의 음성이 동시에 들려왔다.

입술을 꾹 깨문 지온이 낮게 읊조렸다.

“깨어보니 정 소공자께서 바닥에 혼절한 채 누워계셨고, 제가 걸치고 있던 옷은 엉망으로 헤쳐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임창백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뜻인가! 내 아들이 자네에게 무슨 짓이라도 했단 것인가! 그럼 자네는 대체 어떻게 깬 것이고 내 아들은 또 어떻게 혼절을 했단 것이야!”

지온은 고함을 지르는 임창백의 모습에 놀란 듯, 뒤로 물러나며 루안을 바라보았다.

루안의 입이 열렸다.

“접니다. 근처를 산책하고 있다가 화옥선고가 떠나고 임창백부(臨昌伯府)의 막내 공자가 그곳을 찾아왔기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 창을 열어 안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 소공자를 쳐서 혼절시켰습니다.”

“오호!”

지옥을 벗어난 순례자처럼 기쁨에 차서 외치는 조경의 음성이 들려왔다.

“보아하니 유인간음은 자네의 막내아들이 저지른 짓이로구먼!”

“늙은 조가 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임창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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