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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奇幻言情
分數不夠
385 Chs

170화. 합격한 사람은 누구?

170화. 합격한 사람은 누구?

공자 두 사람이 과거를 보는 터라 올해 중추절은 중추절 같지 않았다.

집안사람들 모두 중추절을 제대로 보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시험이 끝나는 날, 다들 시험장 밖을 서성이며 과거장 안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수험생들이 거의 떠났음에도 지염과 지장이 보이지 않자, 차남가와 삼남가 사람들 모두 몸이 달았다.

“어찌 아직도 안 나오는 게야?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아까 시험 보다가 쓰러진 이들이 여럿 실려 나가던데, 설마…….”

“거, 좀좀좀! 재수 없는 소리 좀!”

마침내, 지염을 부축한 지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집안 식구들이 얼른 달려가 두 사람을 에워쌌다.

“지장, 괜찮은 게냐?”

장씨가 묻자, 지장이 손을 흔들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저 많이 지쳐서 그래요.”

과거장 안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과거장에서 나오는 누굴 보든 알 수 있었다.

과거를 보는 이들은 먹고 자는 것을 모두 과거장에서 해결해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씻을 수도 없다 보니 날이 지날수록 과거장에서 버티기가 더욱 힘들었다. 맡을 수 없는 온갖 고약한 냄새들이 뭉치는 것도 모자라, 제대로 잠도 잘 수 없는 곳에서 크고 작은 사내들이 같이 참고 지내야 하는 고통은 거의 피부 껍데기가 벗겨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지염의 얼굴은 지장보다 더욱 좋지 않았는데, 눈은 거의 풀려 있었다.

그러나 지염의 상태는 사실 피곤함보다도 시험에서 나온 문제 때문이었다.

책론 문제를 보자마자, 지염은 머리가 윙윙 울리기 시작했다.

문제가 지장이 자신에게 준 예상 문제집의 문제와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그들처럼 우수한 학생들은 앞서 본 경의(經義)와 같은, 그저 서책에 나온 그대로를 베껴 쓰는 과제로는 점수 차를 벌릴 수가 없었다. 뒤에 오는 시부론(詩賦論)과 책론(策論)이 진짜 점수에 영향을 주는 과제였다.

특히, 책론은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중요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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