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5화. 몸을 팔다
한 시진 뒤, 엽의리는 백훼를 통해 벽소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백훼는 곧 그녀를 작은 화청으로 데려갔다.
6월의 날씨는 뜨겁고도 건조했다. 오늘은 하늘이 좀 흐린데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상당히 무더웠다.
작은 화청에 들어가자마자 엽의리는 금세 시원함을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티 나지 않게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창문과 문 부근에 얼음이 담겨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구리 대야가 몇 개씩 놓여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남궁월은 주인석에 놓인 홍목 권의에 앉은 채, 여유롭게 과차(*果茶: 과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엽의리는 허리를 곧게 펴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태도로 남궁월을 향해 무릎을 굽히고 예를 올렸다.
“세자비를 뵙습니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엽 소저, 앉거라.”
남궁월은 미소를 머금고 엽의리를 살펴보며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그녀는 엽의리가 무슨 연유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
남궁월은 엽윤명을 못 봤지만, 오늘 첫 시험이 끝난 후에 백훼가 여섯 명의 합격자 명단을 가져와 그녀에게 보여 줬었다. 그걸 본 남궁월은 엽윤명이라는 이름이 명단에 들어가 있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백훼를 통해 들어 보니, 그때 황학루에 갔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남궁월은 그 사실을 알고 나서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서나 이번 생에서나, 엽윤명과 소혁은 정말로 악연인 것 같았다.
엽의리는 심호흡을 한 후 바로 본론을 말했다.
“세자비, 오늘 이렇게 제가 찾아온 건, 사실 제 오라버니 엽윤명 대신 부탁드릴 게 있기 때문입니다.”
남궁월은 적당히 놀란 표정을 지은 다음 말했다.
“아아, 엽 공자가 엽 소저의 오라버니였느냐? 이것 참 우연이구나.”
엽의리가 허리를 굽히고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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