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화. 수양딸 (1)
이날 소혁 부부가 진남왕부로 돌아갔을 때,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약속을 했으니 원래의 계획을 바꾸지 않고, 부풍원으로 들어가 하얀 옷을 입은 다음 바로 다시 왕부를 나섰다.
이번에 두 사람이 향하는 목적지는 바로 황도 밖에 있는 서산강이었다.
소혁 일행이 서산강에 도착했을 때, 석양은 이미 반 정도 저물어 있었다. 그리고 동쪽 하늘은 조금 어두웠으며, 서쪽 하늘은 선혈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최근에 서산강은 거의 황도 밖 교외에서 제일 붐비는 곳이어서, 낮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황혼 무렵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귀신을 두려워했고, 묘지는 날이 어두워지면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는 대장군 관여염에게 제사를 오는 백성들도 몇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석양과 까마귀뿐이었는데, 굵직한 까마귀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면 절로 섬뜩한 기분이 들곤 했다.
이때, 우연히 길을 지나가던 농부가 참지 못하고 묘지로 향하는 일행을 쳐다봤다.
그중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젊은 부부는 비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만약 평소 길을 지나갔을 적에 봤거나 주루에서 보게 됐다면, 농부는 찬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빛과 어둠이 만나는 귀신들의 시간이었고, 옆에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산강 묘지도 있었기에, 농부는 하얀 옷을 입은 부부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
‘서, 설마…… 그건 아니겠지? 지금은 귀문(鬼門)이 열리는 7월도 아니니까, 아닐 거야, 그렇지?’
농부는 괭이를 메고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며 내달렸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이과두주를 푹 끓여 마신 후, 쑥을 태워 음기를 떨쳐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소혁과 남궁월은 자신들이 무고한 행인을 놀라게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계속해서 위를 향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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