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7화. 송현(宋縣) 잔교(棧橋)
“뭐였습니까?”
묵자가 물었다.
“시조 어르신께서 직접 조각하신 판화였다.”
민유가 말했다.
“그분께서 젊었을 때 만든 것이라는데, 비록 진품이라고는 하나 나중에 그분께서 만드신 세상이 놀랄만한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꽤 미숙한 것이었지. 게다가 우리 중에 어르신께서 젊었을 때 만들었던 소소한 물건들을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 이 판화도 원래는 내 서재에 걸려있던 것인데, 다섯째가 떠나던 그 날 밤에 사라진 것을 발견했지. 하인에게 물어봤는데 다섯째가 가지고 갔다고 하길래, 난 그 아이가 무척 그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두었던 것이야.”
“판화에 새겨져 있던 것이 무엇이죠?”
그렇다면 추궁을 해봐야 했다.
“산수화였다. 제목은 없었고 어디라고 설명도 없었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이었어.”
민유는 묵자의 긴장한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진짜 별거 없었다. 작은 산 하나에 그 위에 나무 몇 그루 있고, 산 아래에는 강이 흘렀지. 솔직히 말해서 민진 어르신 작품 중 가장 가치가 있는 보물은 패가망신한 그 사람들이 다 팔아먹었고, 남은 것들은 정교하지 않거나 진귀하지 않은 것들이라 그저 기념품처럼 가지고 있던 것들이야.”
이렇게 ‘조잡스럽게 만들었다’는 묘사를 들으니 묵자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민유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시조 어르신의 업적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으시나 봐요?”
민유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내 말은 그러니까, 민진 어르신이 나중에 닦은 기술은 현재 초월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만, 그분 역시 처음부터 초보자의 단계를 거쳐오셨고 그분께서 만든 물건이 다 보물은 아니라는 뜻이야. 앞으로 우리 자손들도 그분을 뛰어넘을 수 있을 테니까. 묵자 이 계집애야, 너야말로 희망이 있어.”
“그 판화가 설마 명산을 조각한 것은 아니겠죠?”
원징이 그 말들을 다듬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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