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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화. 한순간에 재가 되다 (1)

311화. 한순간에 재가 되다 (1)

구수운은 한참 동안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지만 곧 낙담한 듯 이렇게 대답했다.

“할머님, 늦었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소영에게 묵자의 노비문서를 가지고 호부 관아에 가라고 했거든요. 모든 수속을 이미 다 마친 상태입니다. 묵자가 비록 우리 부 안에 있지만, 이미 그 댁 시녀가 되었습니다. 지금 그 댁 집사의 마차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만약 여기서 명줄을 끊어놓는다면 그건 살인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관아에서 발급한 문서입니다. 이미 저와 이 빌어먹을 시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지요.”

“……됐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문서에는 관인도 찍혀있고 안에는 확실히 묵자의 주인이 바뀐 것이 쓰여있었다. 노부인은 속으로 구수운이 의심스러웠지만, 폭로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어쨌든 묵자가 눈엣가시였는데 이렇게 경왕부를 나가면 소유를 꼬드길 수도 없고, 게다가 셋째 며느리가 경영하는 두 곳 역시 다 폭로됐으니 앞으로 사람을 심어두기도 편해졌다. 노부인은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했다.

“할머님…….”

노부인의 됐다는 말을 듣고 구수운은 이 노부인보다도 더 억울해하는 것처럼 말했다.

“저 너무 억울해요.”

“달갑지 않더라도 네가 세심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일은 나하고 먼저 상의를 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지난번 백하도 급작스럽게 내보내더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시녀를 쫓아내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냐? 묵자 이 계집이 간교하고 영악한데다 네가 오냐오냐 봐주니까 너를 속여서 이렇게 가벼운 벌만 받고 끝난 것이다. 됐다, 어쩌면 보살님의 뜻일지도 모르니 우리는 착한 일 하고 덕을 쌓은 셈 치자.”

노부인이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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