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올해의 장원 (3)
황제는 몸을 그들 쪽으로 기울이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경청하고 있었다. 응시생들은 한 명 한 명 앞으로 나와 자신의 답을 말하고 있었다. 처음엔 잔뜩 긴장한 상태였던 그들은 차츰 당당하고 차분히 자기 생각을 발표했다. 그러자 온몸으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던 황제의 눈가에 자연스레 옅은 웃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록 이들이 내놓은 답들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정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삼 년 전에 치렀던 지난 과거 시험(*옛 중국의 과거 시험은 3년에 한 번씩 치러짐)에서 오로지 알랑방귀 뀌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그 범재(凡才)들에 비하면 올해의 응시생들은 큰 발전을 이룬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제 조언옥만이 발표를 남겨놓고 있었다.
황제는 조언옥을 쳐다봤다.
조언옥이 공수하며 인사를 올린 후, 백옥과도 같은 맑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을 하기 시작했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소인의 견해로는, 현재 천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조금은 숨 돌릴 틈을 주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에 농지세와 부역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백성들의 황무지 개간을 격려하기 위한 농작 관련 대규모 공사와 수리(水利) 시설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와 그 이전 해에 전국 각지가 대재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변방의 소국들이 잇따라 변경을 침범해 오려는 뜻을 내비쳤으나, 우리 주국은 진정으로 출병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선 두 해간 조정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은 가중되어 갔고, 동호(東胡)와 그 외 나라들을 단번에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욕망으로 징병을 실시했었지요.
표면적으로는 나라가 평화로워 보일지 모르나, 실질적으로는 민심이 더없이 흉흉한 상태입니다……. 수많은 양전(良田)이 이미 황폐해져 버렸고, 백성들은 경작할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너의 그 말은, 동호, 그리고 다른 소국들이 제멋대로 우리의 국경을 침범해 오는데도 우리는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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