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화. 화를 자초하다 (1)
“형님?!”
사릉무사가 순진무구한 얼굴로 뒤에서 의아한 듯 소리쳤다.
하.
날 찔러 죽인다고?
사릉무사의 눈동자 속 물결은 더욱 거칠어졌다. 하지만 그의 미소만은 더없이 무해하고 순수했다.
황역이 고개를 돌려 사릉무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를 유심히 훑어보며 코를 씰룩거렸다. 숨 세 번을 쉴 시간이 지나자, 황역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릉무사를 둘러싸고 있던 수라 갈퀴는 마치 흉포한 맹수라도 만난 듯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황역이 크게 소리쳤다.
“저 각루 안에는 지존과 한 여인만이 있어. 네 몸에서 지존의 핏줄 냄새가 나. 지존의 핏줄 냄새. 핏줄의 냄새!”
“너…… 너, 너, 너…….”
황역이 눈을 부릅뜬 채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사릉무사를 가리켰다.
사릉무사가 순진무구한 얼굴로 말했다.
“나…… 나, 나, 나, 나?”
“너는 작은 주인님이야. 작은 주인님이야. 작은 주인님!”
황역의 더듬거림은 끝날 줄을 몰랐다.
사릉무사가 눈을 끔뻑였다.
“만약 형님이 말한 지존이 사릉고홍이라면, 그 사람이 확실히 우리 아버지이기는 해.”
그가 다시 자신의 커다란 밥그릇을 들어 보이며 빙그레 웃었다.
“이게 바로 우리 아버지가 만든 음식이고.”
황역의 시선이 그의 밥그릇으로 떨어졌다.
“역시 지존이야. 음식도 이렇게 잘 만들다니. 너무 향긋해, 향긋해!”
말을 하면 할수록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맺혔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가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너무 먹고 싶어. 먹고 싶어. 먹고 싶다고.”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작은 주인님이었다.
작은 주인님은 인선의 수련 경지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릇을 빼앗는 건 간단했다.
또 뺏은 후에 작은 주인님의 기억을 빼앗기만 한다면 뒷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사릉무사는 어쨌든 작은 주인님이었다. 자신이 그런 짓을 한다면 정말로 커다란 금기를 범하는 거였다.
황역은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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