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뭉개 버리다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은 훤친왕세자와 심모의 기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심모는 훤친왕세자와의 투계에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는 몇 시진 동안 그를 성문에 매달려 있게 했을 뿐 아니라 직접 찾아가 파혼을 하게끔 만들었었다. 이러한 울분을 사내들이라면 응당 참을 수 없을 것인데, 그 대단한 훤친왕세자는 오죽하겠나 싶었다.
아까 훤친왕세자가 심모에게 나중에 따져 묻겠다 큰소리를 쳐 놓았으니, 비록 아가씨를 괴롭히는 것은 너무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곧 펼쳐질 엄청난 구경거리를 다들 한껏 기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이것이 너무하다고 생각이라도 해주는 사람들은 훤친왕세자에게 이미 당해본 경험이 있고, 동시에 여색을 밝히는 명문가 도련님들이었다. 대갓집 규수들 중에는 심모와 사이가 좋은 이남청과 소자한, 그리고 방금 친구가 된 대국공부 둘째 아가씨 종옥정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저 지켜 보고만 있었다. 심모의 동생인 심요조차도 훤친왕세자가 이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길 정도이니 말이다.
저쪽에 앉아 있던 심랑지는 속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심모는 자신의 친여동생으로 이제껏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며 애지중지 돌봐 왔었는데, 이리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망신을 주다니. 오라비가 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심랑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지만 그대로 영원후세자에게 붙잡혀 버리고 말았다.
“일단은 진정하게.”
영원후세자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심가 큰아가씨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훤친왕세자였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찌 생각하든 신경도 쓰지 않으며, 뭐든 자기가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인 것이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이렇듯 공공연하게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 자체를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더욱이 사내보다 힘도 약한 여인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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