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제비뽑기
동평왕부가 도화연을 개최하는 장소는 바로 이 화원 속에 있는 규모가 매우 큰 응접실이었다. 이 응접실 앞에는 몇백 명은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있었고, 이곳에는 바닥에 깔린 붉은 융단 위에 탁자들과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각 탁자들 위에는 두 개의 접시가 놓여져 있었고, 그 위에는 아주 먹음직스럽게 생긴 떡이 올려져 있었다.
떡 외에도 탁자 오른쪽 위에 있는 쟁반에는 문방사우가 준비되어 있었다.
심모가 도착했을 때는 도화연에 참석한 대갓집 규수들과 명문가 도련님들이 거의 대부분 착석해 있는 상태였다.
심랑지는 영원후세자가 데려온 사람이니 자연히 그와 동석을 했고, 심모와 심요는 또 다른 탁자에 함께 앉았다.
시녀가 그들에게 안내한 자리의 탁자와 의자는 다른 자리의 것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좌석의 위치는……
물론, 탁자 옆에 서 있으면 장내를 전부 다 한눈에 볼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자리에 앉으면 보이는 것은 그저 사람들의 뒤통수뿐이었다. 이는 그들이 앉은 곳이 응접실 가장 뒤쪽의 구석진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들의 뒤에는 시녀들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동평왕부는 단연 명문세족으로 그 지위가 존귀하지만, 그와 달리 심가는……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도화연의 초대장을 받았던 그 날, 노부인과 대부인의 그 놀라던 표정을 보았다면 이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심모 뭐시기 라고 하는 사람이 앉는 자리야, 만일 누군가가 굳이 가장 상석에 놓았다고 해도 동평 왕세자가 미리 손을 썼을 터였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말석이 아닌가!
그래도 지금 심모가 앉아 있는 이 위치가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아무도 자신의 뒤통수를 보지 않는 몹시 한적한 상태에서 연회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심모의 크나큰 착오였다.
도화연에 왔는데 어찌 나 몰라라 혼자 느긋하게 구경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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