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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화. 깨닫다

561화. 깨닫다

“제가 보기에도 정전패를 내거는 방법은 한번 해볼 만한 거 같습니다. 이런 전투는 안 하는 게 이기는 것이니까요. 하나, 저희가 정전패를 내건다 해도 서진이 인정할까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대로 공격을 진행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한 장군의 말에 훤친왕세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점에 있어선 그렇지 않을 거 같다. 서진이 정전패를 내걸었을 당시 우리 영 나라는 그들이 쉬며 재정비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었다. 이젠 우리가 그러겠다는데 만약 증 대장군이 못 본 척한다면 아마 장병들이 원망의 말을 쏟아낼 것이다.”

전쟁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특히 이런 목숨 건 전쟁은 더더욱.

상의를 통해 정전패를 높이 내걸고 서진 조정이 나서서 전쟁을 저지하게 하자는 심모의 제안에 모두 만장일치로 찬성하였다.

장수가 전장에 있을 때는 왕명을 꼭 받들 필요가 없다는 말 같은 게 있긴 했지만, 서진 황제가 동제에게 손안에 든 노리개 취급을 받고 싶어 하지만 않는다면 전쟁을 저지할 방법은 있기 마련이었다.

영 나라 쪽에서 정전패를 내걸자 서진 쪽에선 벌집을 쑤시는 것 같은 큰 소란이 한바탕 일었다.

영 나라가 정전패를 내걸다니!

이번 전투에서 서진은 이기지 못했단 말이다. 한바탕 공격을 퍼붓고도 빼앗긴 성을 되찾아올 수 없었으니 진 것이었다.

그런데 영 나라가 정전패를 내건 거였다. 영 나라 대장군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앞서 서진이 참패를 당하고 한동안 정전패를 내걸게 되었을 때 서진 장병들은 매우 분해했었다. 그런데 이제 영 나라가 정전패를 내걸자 울분을 씻어낸 기분에 서진 장병들의 사기가 적잖이 고조되었다.

하지만 바로 전 전투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건 정말이지 목숨을 건 돌진이었다. 군령이 떨어지고 호각이 불리고 나면 뒤로 한 발자국이라도 물러나는 사람은 군령을 거역하는 것으로 치부되어 죽는 길밖에 없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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