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화. 손 봐주고 말거다!
소왕부에 있을 때 훤친왕비가 마신 차는 모두 옥천산 샘물로 우린 차였으나 훤친왕부로 시집온 후론 마셔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훤친왕비이긴 했지만 마음속으론 훤친왕부에 얹혀살고 있는 셈이라 여겼기에 다른 사람을 번거롭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최대한 번거롭게 하지 않았었다.
고작해야 차일 뿐이니까. 옥천산의 샘물로 차를 우리지 않았다고 해서 까다롭게 굴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렇게 미세한 차이를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도 아니었다. 군주 시절에도 훤친왕비는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초원유가 말했다.
“부왕께선 차 마시는 데 그렇게 신경 쓰시는 분이 아니세요. 어쩔 땐 찻물이 식었는데도 그냥 드시는걸요. 그래서 왕부에서 옥천산으로 물을 길으러 가는 일은 아주 적답니다.”
아주 적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었다.
이전에 고 측비는 찻물에 민감했다. 부잣집 사람들은 이런 일에 있어 남들보다 잘난 것을 드러내길 좋아했으니 말이다.
한 번은 물차가 터지는 바람에 옥천산에서 길러온 물을 중도에 다 쏟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 측비가 노발대발했다는 걸 훤친왕이 알고 그녀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옥천산 물로 우린 차가 없으면 차를 안 마시겠단 거요?”
고 측비가 고집스럽게 네, 하고 대답하자 훤친왕이 말했다.
“그럼 앞으로 마시지 마시오.”
이 말만 던져놓고 훤친왕은 재빨리 자리를 떴다. 까다로운 버릇을 훤친왕은 그대로 받아준 적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왕부는 더 이상 옥천산에 가서 물을 길러오지 않았다.
한편, 무슨 연유에서 옥천산 물로 차를 우려 마시지 않는지 몰랐던 항왕이 말했다.
“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하시는 왕야께선 뜨거운 밥조차 못 드실 때가 있으시지요. 원래 군대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은 특별히 호방하고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자소가 고개를 숙였다.
왕부가 매일 옥천산에 가서 물을 길러온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게 아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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