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사죄하다
“갈아입을 옷만 몇 벌 챙길게요.”
심모의 말에 대부인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사람들은 속속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심모는 도자기 파편들을 밟으며 곁방으로 향했고, 이곳은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아 상자들이 가지런히 잘 놓여 있었다. 반하와 자소도 보따리를 가져와서는 심모를 도와 옷을 담았다.
“그곳에서 얼마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으니 여름옷도 몇 벌 가져가 볼까?”
반하가 대답했다.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을 것 같아. 영영 못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평소에 입을 옷 몇 벌만 챙기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 다시 가지러 오자.”
반하와 자소는 커다란 보따리 두 개를 싸서 나왔고, 옷 말고도 머리 장신구도 챙겼다. 별서에는 하인들만 있고,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 굳이 정갈히 하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아랫것들이 깔보지 않도록 치장은 하고 있어야 했다. 자소는 보석함을 정리하다가 손수건에 싸여있던 옥패를 발견했고, 심모에게 보이며 물었다.
“아가씨, 이 옥패도 가져갈까요?”
옥패를 보자 심모는 확 짜증이 났다. 원래는 훤친왕세자에게 돌려주려 했는데, 방도 이 꼴이 되고, 자신도 시골로 내려가게 되었으니 그냥 가져가서 엿이나 바꿔 먹자 생각했다.
반 시진이나 지나서야 짐이 가까스로 정리되었다. 자소와 반하가 챙겨가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으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심모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혹여라도 심요가 임안후부인께서 주신 귀한 운면(雲錦)을 몰래 가져갈까 자소와 반하가 보따리에 꾸역꾸역 챙겨 넣으려 했다.
하지만 짐이 이미 차고 넘치니 심모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혹시 놓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시녀 몇 명이서 세심히 살폈다. 그때, 엄 어멈이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고, 온통 난장판이 된 방을 보고는 마음이 무거워진 듯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심모에게 말했다.
“아가씨, 정말 별서로 내려가시는 겁니까?”
심모는 별 감정 없이 그녀를 슥 보았다.
在webnovel.com支援您喜歡的作者與譯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