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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화. 옥추

292화. 옥추

얼굴이 사색이 된 훤친왕비가 빨개진 두 눈으로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훤친왕은 그녀에게 입을 다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하시오!”

훤친왕이 복서루에서 잡았던 것보다 더 세게 훤친왕비의 손을 잡아 쥐었지만 훤친왕비는 당황하고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할 뿐 아픔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훤친왕이 그녀를 더 가까이 잡아당기며 말했다.

“말하라고!”

분노 가득한 훤친왕의 목소리가 마치 그녀의 고막을 꿰뚫은 듯 골이 윙윙 울렸다.

훤친왕비가 처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훤친왕을 쳐다봤다.

어차피 속일 수 없는 일이라면 숨겨봤자 뭘 하겠는가. 아름다운 두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고운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유달리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요, 모원이는 내가 낳았어요!

내가 모원이의 친모라고요!”

그동안 이 말을 마음속으로 얼마나 되뇌였는지 모른다. 매번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이 말을 꾸역꾸역 삼켜버렸어야만 했는데 이제 사실대로 털어놓고 나니 의외로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쾌감이 일었다.

그러나 훤친왕은 훤친왕비의 말에 온몸이 굳어버렸고 얼굴은 여태껏 보지 못한 차디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훤친왕비의 입가에 머금은 웃음을 본 훤친왕이 손을 들어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조르며 물었다.

“노왕야께서도 알고 계셨던 건가?!”

훤친왕이 힘을 세게 주어 조르자 새하얗게 질렸던 훤친왕비의 얼굴이 시퍼레졌다. 하지만 그녀는 몸부림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훤친왕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란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말하라고!”

그래도 훤친왕비가 말을 하지 않자 훤친왕이 분노하며 그녀를 침상에 내던지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노왕야께서도 세자가 당신이 낳은 아들이란 걸 알고 계셨나?!”

“노왕야께선 모르셨습니다. 모르셨다고요!”

훤친왕비가 콜록콜록 기침하며 대답하자 훤친왕이 웃으며 말했다.

“대단하군. 아주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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