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가훈
아무래도 이 화제를 계속 이어가서는 안 될 듯싶었다. 그냥 웃자고 한 말일 테지만, 만에 하나 잠시 후에도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아 방금 실언을 한 것을 정말로 실행하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심모는 재빨리 다른 주제를 꺼냈다.
“저는 왜 세자야께오서 스스로의 명성을 훼손하시려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특히 극처의 사주를 가지셨다는 점 말입니다.”
정말이지 머리가 이상해진 게 틀림없었다.
훤친왕세자가 덤덤히 말했다.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에는 복잡하다. 네 나중에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심모는 훤친왕세자를 보고 있다가 슬며시 진목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제가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초씨 집안에는 이런 가훈이 있습니다. 초씨 사내들 중 슬하에 아들이 있는 사람은 첩실을 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첩실을 들이고 싶다면 십 년 동안은 출세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들을 한 명도 낳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세자야께서 한 번 아내를 맞으시면 평생을 그분과 함께 하신다는 뜻이 되니 혼인을 소꿉장난처럼 여기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세자야께서는 왕비마마께서 골라 주신 여인들에게 통 관심이 없으셨지만, 파혼을 하고자 해도 이를 허하시지 않으니, 왕비마마의 선량하신 성정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비마마께서는 혼사가 이뤄질 대갓집 규수들의 안위를 모른 체하시지는 못하실 테니, 세자야께오서도 하는 수 없이 그리 하셨던 것입니다.”
마지막 한 마디를 뭐 그렇게 가엾게 말하는지 원. 아무 죄 없이 그 극처라는 말에 당한 여인들이 더 가여운 것이란 걸 알고는 있는 것일까.
하지만 옛날에 사내는 ‘삼처사첩(三妻四妾)’으로 수많은 아내와 첩실들을 거느리고, 여인은 ‘삼종사덕(三從四德)’으로 남편을 보좌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등의 그 역할을 다 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훤친왕부에 이러한 가훈이 있다는 것은 실로 고결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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