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화. 천월제국, 경합 (1)
상황을 지켜보던 고약운의 눈 위로 문득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빛 한 줄기가 빠르게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군왕의 예상 밖의 대처에 고약운은 잠시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과하거라!”
소연은 엄숙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호통쳤다.
“당장 사과하지 않고 뭣 하느냐!”
아버지가 이런 목소리로 자신을 꾸짖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소림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달갑지 않은 얼굴로 고약운을 바라봤다.
“죄송해요!”
결국 그녀는 소연의 냉혹한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고약운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엔 원망과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고약운, 너 때문에 오늘 나는 아버지에게 생전 처음으로 이런 꾸중을 들었어! 언젠가 오늘의 치욕을 너에게 돌려주고 말 거야!’
속으로 다짐한 소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두 손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자국이 깊이 나 있었지만 그녀는 아픈 줄도 몰랐다.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어요. 군왕, 제가 군왕부에 오자마자 본의 아니게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켰으니, 더 이상 저 때문에 군왕부가 소란스러워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약운은 사과를 원하지 않았다. 사과하든 안 하든, 그녀는 소림을 용서해줄 생각이 없었다.
소연이 겉으론 손님인 자신을 위해 도리를 따지는 것 같아도, 사실 고약운은 그가 속으로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손님인 자신의 편을 드는 건 그저 좌상진 스승의 체면을 봐서일 터였다.
그러나 이는 고약운의 생각일 뿐이었다.
사실 소연이 고약운 편을 드는 이유는 바로 그녀에게 상고신탑이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고약운이 이대로 군왕부에서 나간다면, 그녀에게서 상고신탑을 빼앗아 오기가 더욱 어려워지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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