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진상
아버지가 자리를 떠나자, 하초설은 느릿느릿 뒤뜰로 걸어갔다. 방문 앞에 다다랐을 때까지 그녀는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윽고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 찰나, 대화 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내 앞에 영원히 나타나지 말라고 했었잖아요. 당시 그 모든 일을 내가 시켰다는 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날카롭고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자, 하초설은 문을 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녀의 어머니 추나는 물처럼 맑고 부드러우며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이렇게 날카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더욱 믿기지 않는 건, 어머니의 방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사내 같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나나(娜娜). 여러 해 동안 만나지 못했잖느냐. 마침 근처에 들를 일이 있어, 지나가다 잠깐 왔을 뿐이다. 난 예전에 너를 위해 국사라는 지위마저 포기했었는데, 야박하게도 구는구나. 우리의 옛정을 그리워한 적이 한 번도 없느냐?”
청천벽력 같은 말에 하초설은 순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원래도 하얗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아버지와 오랜 연인 사이였던 어머니에게 다른 사내가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천흥, 당장 떠나요! 하명이 알게 된다면 우리 모두 끝이에요!”
방 안에 있는 추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국사를 밀어냈지만, 천흥 국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는 부드럽고 정다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나, 안심하거라. 우리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나도 너희 부부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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