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엽가의 방문 (1)
이장로는 살짝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입가의 핏자국을 닦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얼굴에 꽃이라도 핀 듯, 화사해보이는 웃음이었다.
“젊은 영재로군.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그에게선 이전에 보였던 오만한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그의 말투에서는 고약운을 향한 존경심도 드러났다.
설령 가주라 할지라도 이장로 자신을 단 한 번 공격하는 것만으론 이길 수 없었는데, 뜻밖에도 그 일을 고 소저가 해냈다.
“모용가가 아가씨를 따르는 것에 이의 없습니다. 기꺼이 따르도록 하지요.”
그 말에 고약운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모용가의 충성을 원할 뿐, 모용가를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가주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아, 물론 누군가가 나를 배신한다면,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보복할 겁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고 싫어하는 것이 바로 남에게 배신당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자신을 배신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셈이었다.
“가주, 이장로. 저를 따라오세요.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말을 마치고 고약운은 몸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
모용연은 따라가서 무슨 말을 하려다 육소진에게 붙잡혔다.
그는 자신의 사매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연아야, 고 소저는 우리의 은인일 뿐만 아니라, 복종해야 할 주인이기도 해. 예전과 같은 태도로 고 소저를 대해선 안 돼.”
이 말을 들은 모용연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형, 고 소저 같은 천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진 나도 알아요.”
고약운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할아버지도 그녀와 싸우면 이기지 못할 것이란 건 분명했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자신들과 친우가 될 순 있단 말인가. 한평생을 수련해도 그녀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진 못할 것이었다.
* * *
서재 안은 고요했다.
고약운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두 노인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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