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애교 부려봐
유옥생이 멍하니 말이 없자, 부옥경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꽉 쥐었다.
“아가씨, 혹시 제 방법에 반대하시는 건가요?”
‘내가 너무 악랄하다고 생각하나?’
유옥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미소 지었다.
“반대한 게 아니라 감탄한 거예요. 원한은 확실히 갚아줘야죠. 피가 섞였다고 다 가족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유옥생은 전생에서 혈연관계에 발목을 잡혀 몇 번이나 넘어졌다가 결국 목숨까지 잃고 깊은 바다로 가라앉았었다.
“제가 너무…… 독하다고 생각한 건 아닌가요?”
그러자 유옥생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야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잖아요. 그깟 명성 때문에 억울함을 계속 참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부옥경은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친남매 아니랄까 봐 똑같은 말을 하네.’
그녀는 이렇게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유옥생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옥생은 그녀가 19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벗으로 여긴 사람이었다.
“그럼 이만 다른 일이 없으면 나가보겠습니다.”
부옥경은 여전히 유옥생에게 깍듯했다.
“왜 이렇게 빨리 가요. 날도 이렇게 춥고, 가게도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니, 앉아서 이야기나 좀 하다가 가요. 풍청백도 없고, 왕부에 여인이라고는 아가씨밖에 안 남았잖아요. 맨날 혼자 방에 있다 보니 질려 죽겠네요.”
“풉!”
부옥경이 웃음을 터뜨렸다. 유옥생이 이렇게 애처럼 불평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왜 웃어요? 이맘때쯤이면 행화촌 집에서는 가족이 다들 난로 앞에 모여서는 방콕하고 있었을 거예요.”
“방콕이요?”
“음…… 겨울철 농사일이 없으면, 집에 틀어박혀 추위를 피하는 것을 말해요.”
“아가씨는 가족들끼리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유옥생은 매번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치 소녀처럼 따뜻한 표정으로 그들을 그리워했다.
‘따뜻한 가족을 가진 사람만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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