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화. 정철의 불안
위무행은 모래바람이 불어도 여전히 준수한 정철의 얼굴을 보며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정 참의, 정말 내게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정철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위무행은 급히 제 얼굴을 툭툭 쳤다.
“정 참의, 보게. 내 외모도 썩 괜찮은 편 아닌가? 큼큼, 화려한 외모는 아니지만, 단정하고 멋스럽지―”
‘아니, 여동생이 안 먹힐 것 같으니까 장군 자신을 영업하는 건가?’
정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위무행의 말을 끊었다.
“위 장군, 저는 사내에게 흥미가 없습니다.”
위무행은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무안해하며 말했다.
“정 참의, 무슨 말을 하는 겐가. 내 말은, 내 외모도 나쁘지 않으니 내 여동생도 마찬가지일 거란 뜻이네. 정말 고려치 않을 텐가?”
정철이 사방을 둘러보다가 멋쩍게 웃었다.
“장군, 바람이 많이 붑니다. 곧 또 모래 폭풍이 닥쳐올 테지요. 어서 군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쯤이면 양고기 요리가 다 되었겠군요.”
양고기 소리에 종일 굶은 위무행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여동생은 까맣게 잊은 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 가자꾸나. 가서 양고기나 먹자고!”
정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품속에 있는 손수건이 떠오르자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 * *
밤이 되자, 세수를 한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정철이 지붕 위로 올라가 옥척(*屋脊: 지붕마루)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남쪽의 여름밤 하늘은 광활했고, 수도의 밤보다 훨씬 맑아 별이 더욱 선명하게 반짝였다.
고요한 남쪽의 밤은 아주 아름다웠다.
정철은 고개를 숙여 손수건을 꺼냈다.
손수건의 진홍색 피는 이미 홍매처럼 옅어진 채였다.
그리고 통통한 잠자리 한 쌍이 달빛 아래 그 홍매 향기를 맡는 듯 수 놓여 있었다.
정철은 손수건을 꽉 쥔 채 두 손을 머리 뒤에 받치고 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그때의 부상이 또 말썽인가?’
정철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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