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사람이 오다
두 사람은 끊이지 않는 천둥과 빗소리를 들으며 침묵했다.
‘비가 빨리 그치면 좋을 텐데. 큰언니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정미는 복도 기둥을 짚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정미는 깜짝 놀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약접을 쳐다봤고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약접,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소리요? 무슨 소리 말이에요?”
약접은 점점 어둠에 적응되어 정미의 표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약접의 목소리가 떨렸다.
“셋째 아가씨, 무슨 소리를 들으신 거예요?”
“……아냐, 내가 잘못 들었나 봐.”
정미는 약접을 놀래키고 싶지 않았기에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때, 울음소리가 갑자기 또렷하게 들렸다.
약접은 창백한 얼굴로 정미의 손을 꽉 붙잡았다.
“세, 셋째 아가씨…….”
정미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한 번 귀신이 되어봤으니, 정말 귀신이 나타나더라도 두려울 게 없었다.
그녀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다.
‘만약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정미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빤히 쳐다봤다.
약접도 정미를 따라 그곳을 쳐다봤다.
울음소리는 순간 더욱 우렁차졌고, 비가 쏟아지는 소리를 뚫고 처량하게 울려 퍼졌다.
마침 이때,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주위가 환해진 틈을 타, 긴 머리를 풀어헤친 창백하고 흉악한 얼굴의 여인이 두 사람에게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귀신이다!”
약접은 비명을 지르고 빗속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정미가 약접을 붙잡았다.
“약접, 비도 많이 내리고 번개까지 치잖아. 나가면 위험해. 저, 저긴 한 사람뿐이야!”
정미는 말하는 도중에 머리에 꽂은 금비녀를 뽑아 들었고,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허리를 숙여 자수 신발을 벗어 손에 꽉 쥐었다.
아쉽게도 궁에 들어올 땐 비수를 지닐 수 없었다.
약접은 정미를 보더니, 마음을 가다듬고 마찬가지로 비녀를 뽑아 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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