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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30화

30.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지하 안 갔는데?'

퀘스트 '거점 탈환'의 완료 조건은 빌딩에서 고블린들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 지하 1층에는 고블린들이 존재했다.

지하 1층뿐만이 아니다.

감지가 되지 않는 지하 2층부터 5층까지도 고블린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왜 완료가 된단 말인가?

강진석은 메시지를 빠르게 훑었다.

메시지에 해답이 있을 것 같았다.

"...!"

이내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답으로 추정되는 메시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지하 1층'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지하 2층'이 생성됐습니다.]

.

.

[퀘스트 '요새 주변 정리'가 생성됐습니다.]

바로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지하 1층'을 확인했다.

<지하 1층>

요새가 된 태백 빌딩 지하에는 아직 고블린들이 남아 있다.

모든 고블린을 처치해 지하 1층을 확보하라!

[남은 시간 : 3일]

퀘스트 보상 : 요새 확장

퀘스트 실패 시 고블린들이 요새 공격을 시작합니다.

퀘스트 '지하 1층'을 확인한 강진석은 이어 '지하 2층'을 확인했다.

<지하 2층>

요새가 된 태백 빌딩 지하에는 아직 고블린들이 남아 있다.

모든 고블린을 처치해 지하 2층을 확보하라!

[남은 시간 : 4일]

퀘스트 보상 : 요새 확장

퀘스트 실패 시 고블린들이 요새 공격을 시작합니다.

다른 것은 '시간' 하나뿐이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같았다.

'이거 설마...'

강진석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나머지 지하층 퀘스트를 확인했다.

지하 3층은 5일이었고 지하 4층은 6일이었다.

그리고 지하 5층은 7일이었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의 머릿속에 '디펜스 게임'이 떠올랐다.

'애초에 이런식으로 구성된 거였구나?'

어째서 퀘스트 '거점 탈환'에 지하층이 포함되지 않은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요새를 얻고 기뻐하는 이들에게 절망을 주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근데 시간을 너무 넉넉히 준거 아닌가?'

애초에 강진석은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았다면 바로 지하 1층에 갔을 것이다.

그런데 남은 시간이 가장 적은 지하 1층도 '무려' 3일이었다.

'이러면 차근차근 확인하고 움직여도 되겠네.'

당장 지하층은 걱정할 필요 없다.

그리고 바깥 고블린들 역시 걱정할 필요 없다.

봉쇄가 그대로 유지 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다른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요새 정보 확인>

요새 관리창을 통해 요새 정보를 확인하라!

퀘스트 보상 : 포인트 100

<요새 기능 개발>

요새 관리창을 통해 요새 기능을 개발하라!

퀘스트 보상 : 포인트 100

'거의 다 요새 관련이네.'

퀘스트 '요새 주변 정리'를 제외한 나머지 퀘스트들은 전부 조금 전 활성화된 요새 관리창 관련 퀘스트였다.

모든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퀘스트 '거점 탈환'의 보상이었다.

1등 보상은 10만 포인트가 끝이 아니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0만 상승합니다.]

[보호막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최하급 체력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2가지가 더 있었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보호막 목걸이와 하급 체력 반지를 꺼냈다.

'호오.'

그리고 목걸이와 반지를 본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진짜 기운을 품고 있네?'

이름을 보고 혹시 아티펙트가 아닐까 했는데 진짜였다.

목걸이와 반지에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것도 꽤나 강렬한 기운이.

일단 강진석은 목걸이를 착용했다.

착용과 동시에 강진석은 목걸이의 기능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능을 알게 된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 또 주문이야...'

그도 그럴 것이 보호막 목걸이는 말 그대로 스킬 '보호막'이 내장된 목걸이었다.

그리고 보호막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주문을 외워야 했다.

즉, 강진석에게는 하등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다.

강진석은 목걸이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반지는 아니겠지...?'

그리고 의심의 눈초리로 반지를 바라보며 검지에 반지를 착용했다.

착용과 동시에 반지에 담겨 있던 기운이 검지를 감쌌다.

"...!"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육체가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42

민첩 : 40

체력 : 50(48+2)

정신력 : 59

정보창을 확인한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짜였네.'

육체가 단단해져 혹시나 체력이 오른게 아닐까 했다.

그런데 진짜였다.

최하급 체력 반지는 체력을 올려줬다.

그것도 무려 '2'나.

'최하급이 이러면 중급이나 상급은...'

최하급은 가장 낮은 등급을 의미했다.

그런데 2가 올랐다.

그렇다면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은 능력치를 몇이나 올려줄까?

'힘, 민첩, 정신력 반지도 있겠지?'

체력 반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힘, 민첩, 정신력을 올려주는 반지도 있을 것이다.

'팔찌나 귀걸이도...?'

반지뿐만이 아니다.

팔찌, 귀걸이 중에도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티펙트가 있을 것이다.

'전부 착용하면...'

강진석은 상상했다.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티펙트를 다수 착용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 짜릿했다.

'이따 시체처리기 보면서 찾아봐야겠다.'

상점창에는 무수히 많은 물품이 있었다.

강진석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물품이 태산이었다.

그중에는 분명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티펙트가 있을 것이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메시지 확인을 이어 나갔다.

[요새 지배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요새 관리창이 활성화됐습니다.]

[요새 관리창에서 요새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요새 관리창에서 요새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

.

요새에 대한 메시지를 끝으로 모든 메시지를 확인한 강진석은 바로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요새 정보]

[구조 변경]

[요새 기능 강화]

[요새 기능 개발]

관리창에는 4개의 버튼이 있었다.

강진석은 우선 요새 정보를 확인했다.

요새 등급 : 1급

내구도 : 100%

요새 인원 : 1

요새 정보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등급, 내구도, 인원 3가지가 끝이었다.

강진석은 내구도를 보며 생각했다.

'수리에는 포인트가 얼마나 들려나?'

지금이야 봉쇄 때문에 공격받지 않아 내구도가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공격을 받기 시작하면 내구도가 내려갈 것이다.

당연히 내구도가 0%가 되면 요새는 파괴된다.

그전에 수리를 해야 한다.

수리 방법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요새 정보 하단에 위치한 수리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그러면 자동으로 수리가 된다.

물론 무료는 아니고 포인트가 필요했다.

'많이 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요새 정보를 닫고 이어 구조 변경을 클릭했다.

스아악!

그러자 강진석의 앞에 요새가 된 '태백 빌딩'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홀로그램 오른쪽에 위치한 각종 도구 버튼을 보며 생각했다.

'편집 프로그램 같네.'

요새 관리창이 활성화된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떠올랐었다.

덕분에 강진석은 구조 변경 방법을 전부 숙지하고 있었다.

단지 익숙하지 않을 뿐이었다.

강진석은 확대 버튼을 선택 후 태백 빌딩의 5층을 클릭했다.

그러자 태백 빌딩이 사라지고 5층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고블린들의 시체까지 무척이나 세밀했다.

'청소하는데 드는 포인트가...'

강진석은 고블린들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우개 버튼을 클릭했다.

[지정 구역을 청소하시겠습니까?]

[필요 포인트 : 1만 250]

그러자 알림창이 나타났다.

'오.'

강진석은 속으로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바로 확인창을 닫았다.

'직접 치우자.'

청소에 소모되는 포인트가 상상 이상이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직접 치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후 강진석은 여러 기능을 사용하며 필요한 포인트를 확인했다.

'무슨 포인트를 이리 많이 잡아 먹어?'

다른 기능들 역시 상상 이상의 포인트가 필요했다.

'변경할 생각이 없긴 했지만...'

어차피 지금은 구조를 변경할 일이 없다.

문제는 나중이었다.

언젠가는 변경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는 여유 좀 있으려나?'

강진석은 구조 변경창을 닫았다.

그리고 남은 두 기능을 확인했다.

'스킬이랑 비슷하네.'

요새 기능 강화와 개발은 스킬창과 비슷했다.

개발은 '습득'이었고 강화는 '레벨 상승'이었다.

'나중에 다시 자세히 확인하는걸로 하고.'

강진석은 요새 관리창을 닫았다.

'음...'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일이 생겼다.

무엇부터 할지 고민이 됐다.

'바깥 정리 먼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깥 정리였다.

지금은 봉쇄 때문에 고블린들이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봉쇄가 풀릴 것이고 그때부터는 고블린들이 침입할 수 있다.

고블린들이 침입하기 전에 먼저 쓸어 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아니지, 한두 마리도 아니고 너무 오래 걸려. 방화역도 있고.'

하지만 잠시 생각해본 강진석은 바깥 정리를 후순위로 밀었다.

바깥 청소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시체 청소나 지하층 청소를 먼저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입구는 그냥 막자. 어차피 1000포인트니까.'

다행히 요새화되며 입구가 하나로 줄었다.

그리고 구조 변경을 통해 입구를 없애는데 많은 포인트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물론 입구를 없앤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블린들이 요새를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공격은 딱히 걱정되지 않았다.

요새화되며 외벽이 추가됐다.

그것도 매우 단단한 외벽이.

고블린들이 공격하면 내구도가 깎이긴 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다.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6만 9000]

거점 탈환을 완료하며 10만 포인트를 획득했다.

덕분에 현재 포인트는 목표했던 20만을 아득히 넘어선 상태였다.

'일단 시체처리기 하나는 사야돼.'

어떤 선택을 내리든 우선적으로 '시체처리기' 하나는 장만해야 했다.

'그때 그거 가격이 5만이었고.'

그리고 이미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들을 살피며 계산을 이어 나갔다.

****

"저게 뭐야..."

한지윤은 당황스러웠다.

태백 빌딩이 변화를 맞이했다.

무척이나 단단한 외벽이 생겨났다.

창문 하나 없어 파고들 구석이 없는, 입구 말고는 진입이 불가능할 것 같은 외벽이었다.

"저거 설마..."

외벽을 보다 문득 든 생각에 한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요새인가?"

부산에서 예지몽을 꿨을 때 보았던 '요새'가 떠올랐다.

물론 부산에서 본 요새는 3층 건물로 태백 빌딩만큼 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벽을 보면 아무래도 태백 빌딩은 요새가 된 게 분명했다.

"더 안전해보이네..."

부산에서 봤던 요새는 3층임에도 무척 안전했다.

외부에서 수많은 오크들이 외벽을 두들겼지만 끄떡없었다.

그런데 크기 때문일까?

태백 빌딩은 부산 3층 요새보다 더 안전해 보였다.

물론 지금 당장은 태백 빌딩 보다 로우포트가 더 안전하긴 했다.

애초에 로우포트는 몬스터들의 침입, 공격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안전구역은 언젠가 사라진다.

그때가 되면 로우포트는 태백 빌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질 것이다.

"근데 왜 요새가 된거지?"

한지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탈환했을 리는 없고..."

부산 3층 건물이 요새가 된 것은 탈환 퀘스트를 완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태백 빌딩에는 고블린이 1000마리 넘게 있었다.

탈환을 해서 요새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방법이 있는건가."

31화

31.

한지윤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고블린들을 죽이지 않고 태백 빌딩을 요새화시킨 것인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블린들은 그대로 안에 있을까?'

내부 상황도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태백 빌딩 내부는 어떤 상태일까?

'그 사람은 살아 있겠지?'

한지윤은 어스뷰1에서 태백 빌딩 옥상으로 사라졌던 정체불명의 사람을 떠올렸다.

'그래, 요새화시킨 것도 그 사람일텐데...'

전투 능력은 보지 못했지만 50m가 넘는 거리를 단숨에 이동했다.

평범한 이는 절대 아니다.

아마도 태백 빌딩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는데...'

한지윤은 고개를 내려 지상에 있는 고블린들을 보았다.

수많은 고블린들이 태백 빌딩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격하겠지?'

요새는 단단하다.

그러나 안전 구역이 아니다.

몬스터들이 공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산에 있던 3층 요새도 매일 같이 오크들의 공격을 받았었다.

즉, 고블린들은 분명 태백 빌딩을 공격할 것이다.

'괜찮을까? 우리가 나가서 조금이라도 시선 끌어줘야 할까?'

한지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향후 계획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윤은 고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똑똑

"지, 지윤님! 태백 빌딩이 이상해졌습니다!"

노크와 함께 김호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한지윤은 뒤로 돌아섰다.

'일단 요새라는건 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문으로 다가가며 생각했다.

'장윤석이 문제네.'

문제는 장윤석이었다.

장윤석은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그리고 요새가 된 태백 빌딩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끙.'

한지윤은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긴장한 표정의 김호준을 볼 수 있었다.

한지윤은 싱긋 웃으며 김호준에게 말했다.

"긴급 회의 해야 할 것 같아요. 소집 부탁드릴게요."

****

강진석은 1m 크기의 검은색 막대기로 고블린의 시체를 툭 건드렸다.

스아앗!

그러자 고블린의 시체가 지팡이로 빨려 들어갔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보았다.

'흠.'

그리고 속으로 짧게 침음을 내뱉고는 막대기로 다음 고블린 시체를 건드렸다.

스아앗!

이번에도 시체가 지팡이로 빨려 들어갔다.

강진석은 다시 메시지창을 보았다.

그러나 전과 마찬가지로 메시지창은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슬슬 나타날 때 된거 아닌가?'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남은 고블린 시체 개수를 확인했다.

'10마리...'

남은 고블린의 시체는 10개 뿐이었다.

다른 층에도 없다.

이미 1층부터 6층까지는 청소를 끝냈다.

'그래, 10마리 안에는 되겠지.'

강진석은 걸음을 옮기며 막대기로 고블린들의 시체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스아앗! 스아앗!

그렇게 고블린들의 시체가 막대기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5번째 시체가 빨려 들어갔을 때.

[전환율 : 80%]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휴.'

강진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나머지 시체를 툭툭 건드려 처리하기 시작했다.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강진석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뜨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메시지가 나타나는 것은 10% 단위였다.

즉, 다음에 나타날 메시지는 90%였다.

그리고 다음 메시지는 지하 1층 청소 중에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스아앗!

이내 마지막 고블린 시체가 막대기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강진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핏자국과 기존에 있던 얼룩만 제거하면 무척 깔끔해질 것 같았다.

강진석은 핏자국을 보며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지정 구역을 청소하시겠습니까?]

[필요 포인트 : 120]

스앗!

확인을 누름과 동시에 7층 전구역에 빛이 서렸다.

그리고 5초 뒤 사라졌다.

빛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핏자국뿐만 아니라 다른 얼룩도 깔끔히 사라졌다.

'이건 얼마 안 들어서 다행이야.'

시체 청소는 막대한 포인트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얼룩 제거에는 포인트가 별로 들지 않았다.

거기다 직접 하는 것보다 깨끗했다.

'처음에는 쓸일 없을 줄 알았는데.'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관리창을 닫았다.

그리고 막대기를 놓았다.

그러자 막대기가 작아지더니 이내 강진석의 오른 팔목을 감쌌다.

강진석은 팔목에 자리 잡은 팔찌를 보며 생각했다.

'정말 잘 산 것 같단 말이지.'

팔찌의 이름은 '가온 팔찌'였다.

가온 팔찌의 형태는 막대기와 팔찌 2가지였다.

물론 막대기 상태에서만 시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팔찌 상태에서도 시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차이점은 단순했다.

바로 수동과 자동이었다.

막대기는 시체를 직접적으로 건드려야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팔찌는 그럴 필요 없다.

죽임과 동시에 바로 시체를 흡수한다.

엄청난 편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싸게 주고 산 보람이 있어.'

가온 팔찌는 원래 사려했던 5만 포인트짜리 시체처리기가 아니었다.

무려 20만 포인트짜리였다.

물론 강진석이 20만 포인트나 투자하며 가온 팔찌를 구매한 것은 단순히 편의성 때문이 아니었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44(42+2)

민첩 : 42(40+2)

체력 : 57(53+4)

정신력 : 61(59+2)

가온 팔찌는 시체처리뿐만 아니라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티펙트이기도 했다.

그것도 특정 능력치 하나만 올려주는 게 아니라 모든 능력치를 '2'씩이나 올려주는 엄청난 아티펙트였다.

'강화되면 능력치가 오르는 거겠지?'

설명에 따르면 가온 팔찌는 전환율이 100%가 될 때마다 강화되거나 부산물을 내뱉는다고 했다.

만약 강화가된다면?

능력치 상승량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얼마나 오르려나.'

강진석은 기대감이 듬뿍 담긴 얼굴로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계단실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근데 체르딘 연합은 어떤 곳일까?'

가온 팔찌를 만든 이는 '가온'이었다.

그리고 설명에 따르면 가온은 체르딘 연합 최고의 장인이었다.

'절대적 존재들이 만든건 분명한데. 그럼 가온도 절대적 존재인걸까?'

가온 팔찌의 설명뿐만 아니라 다른 물품의 설명을 보면 체르딘 연합은 절대적 존재들이 만든 조직이 확실했다.

그리고 가온 역시 절대적 존재 혹은 그 직전의 존재로 추정됐다.

'서로 적대하는 곳도 있겠지?'

연합은 체르딘 연합 하나만 있는게 아니었다.

레기온, 메비아스 등 여러 연합이 존재했다.

연합이 여러 개인 것을 보면 절대적 존재들도 전부 같은 편은 아닐 것이다.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연합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하 1층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서였다.

'지하 2층은 1층에서나 볼 수 있으려나?'

아쉽게도 초감각은 지하 2층 천장에 있는 '무언가'를 뚫지 못했다.

아무래도 지하 1층에 가야 2층을 탐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내 탐색이 끝났고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105마리 그대로네?'

지하 1층은 방화역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청소하는 동안 개체수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단절된 건가?'

그런데 아니었다.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아니면 봉쇄 때문에?'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하 1층을 깔끔히 청소해야 하는 강진석에게 지금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바로 가자.'

봉쇄 때문이라면 시간이 많지 않다.

그 전에 청소를 끝내야 한다.

강진석은 계단실로 향했다.

그리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며 생각했다.

'근데 어떤 고블린들일까?'

가온 팔찌 덕분에 정신력이 강해졌고 초감각도 강해졌다.

덕분에 고블린들의 기운 역시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하 1층에 있는 고블린들은 앞서 강진석이 본 세 유형의 고블린과 달랐다.

일반 고블린, 부장 고블린보다는 기운이 컸고 주술사 고블린보다는 기운이 약했다.

'조금 강한 부장 고블린들이려나?'

그렇다고 꼭 새로운 유형의 고블린이란 보장은 없다.

부장 고블린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한 존재들일 수 있다.

'어쨌든 포인트는 많이 주겠지?'

기운이 클수록 많은 포인트를 제공한다.

여태까지는 그랬다.

아마도 지하 1층 고블린들은 부장 고블린 보다 많은 포인트를 제공할 것으로 추정됐다.

'얼마나 주려나.'

강진석은 보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만 6100]

가온 팔찌 구매에 20만 포인트를 사용했다.

그리고 체력 라인 스킬 '쇄골 강화, 턱뼈 강화, 질긴 피부2, 체력5'를 습득하는데 4만이 넘는 포인트를 소모했다.

그로 인해 30만에 가까웠던 포인트는 바닥에 가까워져 있었다.

'다 정리하면 10만 포인트는 그냥 넘겠지?'

지하 1층이 끝이 아니다.

지하 2층, 3층, 4층, 5층에도 고블린들이 있다.

몇 마리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하 1층만큼은 있을 것이고 지하층을 전부 청소하면 포인트는 다시 10만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강진석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방에 보이는 반투명한 검은색 장막 때문이었다.

'저거였구나?'

장막은 초감각을 막아냈던 '무언가'가 분명했다.

'...그냥 들어가도 될까?'

강진석은 주다영의 하급 바람 결계를 떠올렸다.

하급 바람 결계의 효과는 정령사의 능력치 상승 그리고 침입 방지였다.

검은 장막 역시 초감각을 막아낸 것 외에도 특별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에 잠겼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차피 가야 하니까.'

애초에 선택지가 하나뿐이었다.

강진석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장막을 지나친 순간.

"...!"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몸이 무거워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경악할 만큼 무거워진 것은 아니었다.

아주 미세했다.

능력치로 따지면 민첩 2 정도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강진석은 다른 문제는 없는지 육체를 관조했다.

다행히 몸이 무거워진 것 말고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정도면 뭐.'

괜찮을까 걱정하고 있던 강진석은 걱정을 완전히 떨쳐냈다.

현재 강진석에게 민첩2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강진석은 후련한 표정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고 곧 문 앞에 도착했다.

문 앞에 도착한 강진석은 지하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보았다.

'내려갈수록 디버프가 강해지는건가.'

장막의 검은색이 조금 더 짙어져 있었다.

아마도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디버프가 강력해지는 듯했다.

'문제 될 정도는 아니겠지.'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지하 1층의 디버프가 민첩 2정도다.

디버프가 강해져봤자 현재 능력치를 생각하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끼이익

강진석은 문을 열고 지하 1층으로 진입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하 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정예 전투 고블린들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수많은 고블린들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고블린들에게 달려 들었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32화

32.

정예 전투 고블린의 육체는 부장 고블린보다 확실히 단단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단단하기는 했지만 정예 전투 고블린 역시 한 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앗!

정예 전투 고블린의 시체에 빛이 서렸다.

빛이 서린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고 빛이 사라지며 시체 역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석은 팔찌가 시체를 빨아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빨아들이나 궁금했는데 이런식이었구나?'

팔찌 상태에서 시체를 처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일까 궁금했던 강진석은 궁금증이 해결되자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포인트를 확인했다.

'500이나...'

마리당 300포인트를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포인트에 강진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러면 1층만 정리해도 5만...'

남은 고블린의 수는 104마리였다.

거기다 전부 정예 전투 고블린이었다.

마리당 500포인트가 오르니 1층만 청소해도 5만이 넘게 오를 것이다.

'10만이 아니라 20만도 가뿐하겠는데.'

지하층을 전부 정리하면 10만 포인트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을 보아하니 10만이 아니라 20만도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30만도 가능하려나?'

포인트 생각에 강진석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으며 다음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강진석의 표적이 된 고블린은 움찔하며 검을 들었다.

그러나 검을 든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강진석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스걱!

고블린이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강진석의 검은 고블린의 목에 작렬했다.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그렇게 두번째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키이익!

근처에 있던 정예 전투 고블린이 외쳤다.

-키릭!

-키익!

그러자 뒤따라 고블린들이 따라 외쳤다.

고블린들의 외침에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공포가 사라졌어?'

강진석이 첫 고블린을 죽였을 때.

죽음을 본 고블린들의 기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포에 빠진 것이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빠르게 죽여나가며 공포를 확산시키려 했다.

공포에 빠진 고블린을 사냥하는 것은 무척이나 쉽기에.

그런데 조금 전 외침으로 기운이 평온을 되찾았다.

물론 평온을 되찾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공포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냥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사냥을 이어 나갔고.

변하지 않는 상황에 평온해졌던 고블린들의 기운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번째 고블린을 잡았을 때.

[전환율 : 90%]

강진석은 전환율 90%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어? 벌써?'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살짝 당황했다.

300마리를 잡은게 아니다.

고작 30마리였다.

너무 빨리 나타난 게 아닌가 싶었다.

'...하긴 기운이 강하니.'

그러나 이어 든 생각에 강진석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전환율은 흡수하는 시체의 수준이 높을수록 많이 오른다.

그리고 정예 전투 고블린은 일반 고블린, 부장 고블린보다 훨씬 강하다.

전환율이 빠르게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면...'

남은 고블린은 75마리.

전환율 100%는 확정이었다.

강화가 될수도 있고 부산물을 내뱉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기대가 됐다.

강화가 되면 어떻게 강화가 될 것이고 부산물을 내뱉는다면 어떤 부산물을 내뱉을까?

강진석은 기대감을 키운채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31마리를 잡았을 때.

[전환율 : 100%]

기다리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

그리고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환율이 100%가 된 순간 육체에 변화가 찾아왔다.

한, 두가지 변화가 아니다.

첫번째로 근력이 강해졌고.

두번째로 몸이 가벼워졌으며.

세번째로 육체가 단단해졌다.

네번째로 초감각의 범위가 늘어났다.

그 외에도 여러 자잘한 변화가 느껴졌다.

'전부 오른거야?'

강화되면 능력치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두개 정도 올라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힘, 민첩, 체력, 정신력 무엇 하나 빠짐없이 전부 오른 것 같았다.

'진짜 사길 잘했다.'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20만 포인트를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사냥을 이어 나갔다.

어서 사냥을 끝내고 가온 팔찌의 변화를 자세히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뒤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전환율 100%가 되고 다시 32마리를 잡았다.

그런데 전환율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왜 안 떠?'

강진석은 의아해하며 한 마리를 더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전환율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설마...'

강진석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7마리를 더 잡았을 때.

[전환율 : 10%]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강화될 때마다 늘어나는 건가?'

총량이 늘어난 것이 분명했다.

'부산물 내뱉을 때도 늘어나려나?'

항상 강화가 되는게 아니다.

부산물을 내뱉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도 총량이 늘어날지 아니면 그대로일지 궁금해졌다.

'이따 알 수 있겠지.'

강진석은 팔찌에 대한 생각을 끝냈다.

그리고 남은 고블린들을 보았다.

100마리가 넘었던 고블린은 이제 4마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네 고블린은 전부 강진석을 바라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강진석은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스걱! 스걱! 스걱!

순식간에 세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강진석은 마지막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마지막 고블린 역시 죽음을 맞이했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지하 1층'을 완료하셨습니다.]

[요새가 확장됩니다.]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난 순간 강진석은 지하 1층이 요새에 편입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하 1층에 펼쳐져 있던, 육체를 무겁게 했던 검은 장막이 사라지고 있었다.

'직접 없애야 되는 건가 했는데 다행이네.'

강진석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남은 지하층 퀘스트들을 보며 생각했다.

'다 편입되는 거겠지?'

남은 지하층 퀘스트들의 보상도 '요새 확장'이었다.

지하 1층 전체가 편입된 것을 보면 다른 지하층들 역시 전체가 편입될 것이다.

'포인트 이득 많이 봤네.'

꼭 퀘스트를 통해서만 요새를 확장할 수 있는게 아니다.

포인트로도 확장이 가능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지하 1층 크기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50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즉, 이번 퀘스트 보상은 50만 포인트나 마찬가지였고 남은 퀘스트 역시 50만 포인트라 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7만 8600]

2만대였던 포인트가 단숨에 7만대로 올라갔다.

'바로 올리자.'

강진석은 바로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정신력 라인 스킬인 '공포 저항2, 유혹 저항2, 피로 감소2, 정신력5'를 습득 후 최대 레벨로 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포인트가 4만이 넘게 남아 있었고 강진석은 민첩 라인 스킬인 '무릎 강화, 바람 저항, 햄스트링 저항, 민첩5' 역시 습득 후 최대 레벨로 올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스킬 8개를 습득한 강진석은 육체에 찾아온 변화를 관조한 뒤 흡족한 표정으로 스킬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정보창을 열었다.

팔찌가 강화되며 능력치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힘 : 46(42+4)

민첩 : 49(45+4)

체력 : 59(53+6)

정신력 : 68(64+4)

'역시 2구나?'

예상대로 상승량이 2에서 4로 늘어났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2씩 늘어나는 걸까?'

다음 강화가 기대가 됐다.

'아니면 2배씩?'

만약 다음 강화에서 능력치 상승량이 8이 된다면?

그다음은 16일 것이고 32가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고 바로 계단실로 향했다.

어서 전환율 100%를 만들어 다음 강화를 확인하고 싶었다.

계단실로 나온 강진석은 바로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한층 짙어진 검은 장막을 지나치자 역시나 몸이 무거워졌다.

이번에는 민첩 4정도였다.

물론 아무 문제 없었다.

팔찌가 강화되며 민첩 2가 늘어났고 패시브 스킬로 5가 늘어났다.

막 지하층에 들어섰을 때보다 더 가뿐한 상태였다.

끼이익

강진석은 바로 문을 열고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

[지하 2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정예 전투 고블린들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지하 1층 때와 마찬가지로 진입과 동시에 수많은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진석 역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활짝 웃으며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

"그럼 요새에 가야 하는거 아닌가요?"

장윤석이 말했다.

그리고 장윤석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장윤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한지윤을 보았다.

"...거점은요?"

한지윤은 장윤석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요새에 가려면 거점을 통과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을거에요."

요새가 된 태백 빌딩.

태백 빌딩에 가기 위해서는 거점을 지나야 한다.

고블린들의 수를 생각하면 수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요새를 방치하면 안될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

장윤석의 말에 한지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 고블린들 동태가 이상한데요?"

창밖을 주시하고 있던 김호준이 외쳤다.

김호준의 외침에 한지윤과 장윤석은 곧장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밖을 보았다.

"...!"

"...!"

밖을 본 두 사람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

스걱!

마지막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지하 4층'을 완료하셨습니다.]

[요새가 확장됩니다.]

메시지를 바라보는 강진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2가지였다.

첫번째는 팔찌의 전환율이었다.

지하 4층에서 100%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고블린의 수가 많지 않았다.

4층 청소를 마쳤음에도 90%에서 멈췄다.

물론 지하 5층이 남아 있기는 했다.

문제는 표정이 좋지 않은 두번째 이유가 지하 5층이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층이기 때문일까?

지하 5층은 앞서 청소한 다른 지하층들과 달랐다.

'보스 몬스터인가?'

무척이나 강렬한, 여태까지 본 적 없는 강력한 기운을 가진 고블린이 한 마리 있었다.

주술사 고블린 보다도 기운이 컸다.

기운의 크기를 비교하면 주술사 고블린보다 3배나 컸다.

33화

33.

'일단 주술사는 아닌 것 같고.'

정확한 생김새는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거기다 지하층에 있던, 앞서 상대한 고블린들은 전부 '정예 전투 고블린'으로 전사 고블린이었다.

아마도 지금 감지된 정체불명의 고블린 역시 전사 고블린이 아닐까 싶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두렵지는 않았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떻게 할까?'

강진석은 고민했다.

한 번 삐끗하면 모든 게 끝날 수 있다.

느낌만 믿고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도 많은데 그냥 바깥 정리하고 더 준비해서 올까?'

지하 5층을 당장 정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은 매우 넉넉했다.

빌딩 밖 고블린들을 사냥하며 최대한 준비한 이후에 잡아도 된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주술사 고블린보다 기운이 30배나 큰 게 아니다.

고작 3배였다.

그리고 주술사 고블린은 강진석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주술사 고블린보다 기운이 3배 크다고 위협이 될까?

지레 겁을 먹어 괜히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래.'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다.

'잡으러 가자.'

아무리 봐도 위협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지하 5층을 바로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포인트는 전부 쓰고 가야지.'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7만 6200]

바닥에 가까워졌던 포인트는 지하 2층, 3층, 4층을 청소하며 다시 10만을 넘어 20만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이정도면...'

강진석은 미소를 지으며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우선 힘 라인에 있는 스킬 '이두 강화, 삼두 강화, 승모근 강화, 힘5'를 습득 후 최대 레벨로 올렸다.

'와...'

스킬 습득 후 강진석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근력이 강해진 게 느껴졌다.

'이정도면 오크들도 한 방에 죽일 수 있겠지?'

오크들의 육체는 고블린보다 단단하고 질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지금의 근력이라면 오크들 역시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4만 7500]

4개 스킬을 최대 레벨까지 습득했음에도 여전히 포인트는 14만이 넘게 남아 있었다.

포인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체력 라인에 있는 스킬들을 보았다.

'...이걸 찍는 게 맞는걸까?'

강진석은 스킬을 균등히 습득하되 가장 먼저 체력 라인 스킬을 습득하기로 다짐했었다.

그런데 스킬 '체력6'을 해금하기 위한 스킬들이 '숨 참기, 수중 호흡, 독 저항3'이었다.

독 저항3은 지하 5층 전투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정체불명의 고블린이 독을 사용할 수도 있기에.

그런데 숨 참기, 수중 호흡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도움이 될 상황이 조금도 그려지지 않았다.

'포인트도 많이 드는데...'

만약 포인트가 적게 든다면?

신경 쓰지 않고 습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숨 참기는 물론 수중 호흡, 독 저항 전부 습득에만 7500포인트가 필요했다.

레벨 상승에는 2배인 1만 5000포인트가 필요할 것이다.

거기다 능력치 스킬 또한 습득 포인트가 200포인트로 증가한 상태였다.

포인트를 전부 투자해도 모든 스킬을 습득할 수는 없다.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중 2개 라인만 습득이 가능했다.

'어차피 찍어야 하긴 하지만...'

언젠가는 숨 참기, 수중 호흡, 독 저항3도 찍어야 한다.

그러나 전투를 앞둔 상황에 체력 라인 스킬을 먼저 습득하는 게 맞을까?

'...이번에는 다른 것부터 찍자.'

아무래도 이번에는 다른 라인 스킬을 먼저 습득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힘, 민첩, 정신력 라인 스킬들을 확인했다.

힘 라인 스킬은 '손가락 강화, 어깨 강화, 전거근 강화'였다.

그리고 민첩 라인 스킬은 '오금 강화, 발바닥 강화, 비복근 강화'였다.

마지막으로 정신력 라인 스킬은 '냉기 저항, 고통 저항2, 불 저항2'였다.

'힘, 민첩으로 가자.'

오랜 고민 끝에 강진석은 결정을 내렸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

.

[스킬 '민첩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스킬 습득을 마친 강진석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부르르 떤 이유는 몸에 찾아온 변화가 주는 짜릿함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열었다.

힘 : 56(52+4)

민첩 : 54(50+4)

체력 : 59(53+6)

정신력 : 68(64+4)

모든 능력치가 50을 넘어선 상태였다.

강진석은 능력치를 보며 시험이 시작됐을 때의 능력치를 떠올렸다.

정신력을 제외하고 전부 2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실질적 체감은 2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3배, 4배를 말하는게 아니다.

10배 이상이었다.

'그때의 내가 10명 있어도...'

강진석은 상상해봤다.

시험이 시작됐을 때의 자신 10명과 지금 전투를 벌이면 어떻게 될까?

'...그냥 이기겠네.'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손쉽게, 상처 하나 없이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이정도면 지하 5층도 문제없을 거야.'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계단실로 나와 지하 5층으로 향했다.

검은 장막을 지나치자 역시나 몸이 무거워졌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더 무거워졌네.'

민첩 10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마지막 층이기 때문일까?

예상보다 디버프가 더 강력했다.

민첩 15 정도가 내려간 느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강진석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이내 문앞에 도착했다.

'후우.'

속으로 한숨을 한 번 내뱉은 강진석은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그리고 지하 5층에 발을 들였다.

[지하 5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정예 전투 고블린들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정예 전투대장 마글론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진입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정체불명의 고블린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본적 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네임드 몬스터였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마글론을 보았다.

마글론은 무척이나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그때.

스윽

-키이익!

마글론이 검을 하늘로 들며 괴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정예 전투 고블린들이 강진석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휘하 고블린들을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먼저 이런 상황을 만들어주다니?

강진석은 마주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스걱! 스걱! 스걱!

고블린들이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고블린 10마리를 죽인 강진석은 마글론을 보았다.

오만함이 가득했던 마글론의 표정은 구겨져 있었다.

강진석은 이후 10마리를 더 죽였다.

그렇게 총 20마리가 죽고 나서야.

-키이익!

마글론이 움직였다.

괴성을 내뱉으며 마글론은 강진석에게 달려들었다.

마글론의 속도는 다른 고블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렇게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후웅!

마글론이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마주 검을 휘둘렀다.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진석이 피하지 않고 맞대응을 한 이유.

'얼마나 세려나?'

그 이유는 마글론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챙!

이내 검끼리 부딪히며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강진석은 생각했다.

'...너무 약한데?'

검이 날아오는 속도를 보고 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약했다.

'생채기는 나겠지만...'

물론 맨몸으로 막으면 생채기는 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생채기는 지금 육체 회복력이면 금방 회복될 것이다.

'괜한 걱정이었네.'

괜히 겁을 먹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맞았다.

앞으로도 이정도 기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마법이나 특수한 능력이 있으면 조심해야겠지만.'

물론 그렇다고 마음을 푹 놓을 생각은 없었다.

기운이 전부는 아니다.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도 있을 것이고 특수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존재도 있을 것이다.

마냥 겁을 먹어서도 안되겠지만 방심해서도 안된다.

-키익?

공격이 손쉽게 막히자 마글론은 당황했다.

그리고 재차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마주 검을 휘둘러 공격을 막으며 생각했다.

'이러면 바로 죽일 필요가 없겠는데?'

언제든지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죽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언젠가 정예 전투대장과 또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 모든 것을 파악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주술사 고블린 때 생각하면 지금 확인해 두는 게 좋아.'

주술사 고블린도 바로바로 죽여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향후 계획을 짜는데 많은 애를 먹었었다.

파악할 수 있을 때 파악해야 했다.

'일단 다른 녀석들부터 정리하자.'

아직 정예 전투 고블린이 80마리 남아 있었다.

여러 실험을 할 생각인데 남아 있으면 방해가 될 것이었다.

'잠시 물러나 있으렴.'

강진석은 마글론을 밀어찼다.

퍽! 후웅!

마글론은 발차기를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날아갔다.

쾅!

-키익!

벽에 부딪혔고 굉음과 함께 마글론은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진 마글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기절했다고?'

죽은 것은 아니었다.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많이 세지긴 했구나?'

그냥 발차기였다.

그런데 기절을 할 줄이야?

'내 기운은 얼마나 클까?'

문득 궁금해졌다.

기운의 크기가 얼마만 한 지.

얼마나 차이가 크기에 이렇게 전투가 쉬운 것인지.

'정신력 40인 사람이 있을까?'

어스뷰1, 어스뷰2에는 없었다.

그러나 로우포트, 스카이1 생존자들 중에는 초감각을 활성화한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었으면 좋겠다.'

강진석은 부디 있길 바라며 고블린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전환율 : 100%]

사냥 도중 전환율이 100%가 됐고 다시 한 번 육체에 변화가 찾아왔다.

강화가 된 것이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사냥을 이어 나갔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마지막 정예 전투 고블린이 죽었고 강진석은 마글론을 보았다.

때마침 깨어났는지 마글론이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렇게 눈이 마주쳤고.

스윽

마글론이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강진석은 미동도 없는 마글론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죽은 척 하는 거야?'

처음에는 뭐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아 아무래도 죽은 척을 하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마글론이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강진석은 마글론에게 다가갔다.

저벅!

그리고 마글론 앞에서 걸음을 멈춘 강진석은 발로 툭툭 마글론의 발을 건드렸다.

그러자 마글론이 움찔했다.

그러나 마글론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계속해서 죽은 척을 했다.

'음...'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숙여 마글론의 발목을 잡았다.

후웅!

그리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키, 키익!?

죽은 척하고 있던 마글론이 당황스런 비명을 내뱉었고 강진석은 그대로 마글론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쾅!

34화

34.

마글론이 바닥에 작렬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물론 죽을 정도로 힘을 실어 내리찍은 것은 아니었기에 사망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고 강진석은 발목을 놓은 뒤 마글론의 반응을 살폈다.

-키, 키익...

마글론은 꺽꺽거리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강진석은 뒤로 물러나 마글론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이내 정신을 차린 마글론이 강진석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석은 손을 들어 옆에 떨어져 있는 마글론의 검을 가리켰다.

마글론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쥐었다.

그리고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강진석을 보며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그런 마글론에게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키익?

그러자 마글론이 괴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강진석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까딱이며 생각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했겠지?'

죽은 척을 했을 정도의 지능이다.

지금 강진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키, 키익!

강진석의 예상대로 마글론은 머뭇거리다가 이내 강진석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전과 달리 강진석은 마주 검을 휘둘러 막지 않았다.

이미 마글론의 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굳이 막아 마글론의 힘을 뺄 이유가 없다.

강진석은 막는 대신 최소한의 간극으로 마글론의 검을 피해냈다.

후웅! 후웅!

마글론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강진석은 계속해서 피하며 생각했다.

'단순 공격밖에 없는건가?'

정예 전투대장이었고 네임드 몬스터였다.

그래서 주술사 고블린의 나무뿌리, 현혹처럼 특수한 기술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단순 공격만 이어지고 있었다.

'진짜 이게 끝이야?'

다른 정예 전투대장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마글론이 정예 전투대장이 된 것은 다른 고블린 보다 강한 육체 능력 때문인 것 같았다.

'이러면 굳이 더 시간을 쓸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강진석을 본 마글론이 뒤로 물러났다.

-키익...!

뒤로 물러난 마글론은 괴성을 내뱉었다.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마글론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기운이 2배 정도로 확 커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글론의 기운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운이 커졌기 때문일까?

지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 마주했을 때와 같았다.

공포를 완전히 떨쳐낸 것이다.

'폭주 상태?'

외관이나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폭주'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았다.

강진석은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아예 없는건 아니었네.'

혹시나 했는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이러면 조금 더 지켜볼 이유가 있지.'

강진석은 은은히 미소를 지은 채 마글론을 바라보았다.

-키이이이익!

그리고 이내 마글론이 괴성을 내뱉으며 다시 강진석에게 달려들었다.

기운이 커진 만큼 전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진석에게 검이 닿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격차가 너무 컸다.

강진석은 여전히 최소한의 간극을 유지하며 공격을 피해냈다.

'속도는 50% 정도 늘어난 것 같고.'

그리고 공격을 피하며 강진석은 마글론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건 아닌 것 같고.'

커졌던 기운이 다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정도 속도면 30초?'

줄어드는 속도를 보니 30초 정도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 같았다.

'끝나면 어떻게 되는거지?'

만약 폭주 상태가 끝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역효과 있으려나?'

아무런 반작용, 디버프 없이 그냥 끝나는 것일까?

그렇게 분석을 하며 시간이 흘렀고 30초가 지나자 예상했던 대로 마글론의 기운이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음?'

그러나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글론의 폭주 상태가 끝나지 않았다.

기운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설마 죽을 때까지?'

강진석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기운을 주시했다.

그리고 기운이 원래 크기의 절반이 되었을 때.

마글론의 두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키익...

그리고 마글론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운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보다 더욱 세차게.

'이렇게 되는거구나.'

폭주 상태의 여파를 확인한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글론의 상태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더 볼 건 없겠지?'

상태를 보니 무언가가 더 있다고 해도 보기힘들 것 같았다.

강진석은 마글론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글론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스걱!

이미 모든 힘을 다한 마글론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대로 강진석의 검이 마글론의 목을 지나쳤고.

스걱!

그렇게 마글론의 목이 떨어졌다.

스아악!

이어 시체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정예 전투대장 마글론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만 상승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지하 5층'을 완료하셨습니다.]

[요새가 확장됩니다.]

[전환율 : 20%]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팅!

마글론의 시체가 있던 자리에 떨어진 구리 목걸이 때문이었다.

가온 팔찌는 시체가 착용하고 있는 물품도 전부 흡수한다.

그런데 목걸이는 흡수되지 않았다.

왜 흡수되지 않은 것일까?

강진석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티펙트?'

목걸이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아티펙트가 분명했다.

강진석은 목걸이를 집어 바로 착용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진석은 목걸이의 기능을 알 수 있었다.

목걸이에는 스킬이 하나 내장되어 있었다.

바로 스킬 '헤이스트'였다.

당연하게도 주문을 외워야 사용이 가능했다.

즉, 강진석의 경우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강진석은 목걸이를 벗지 않았다.

헤이스트 말고도 기능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정도면 2정도 오른 것 같은데.'

초감각 범위가 늘어났다.

정신력이 오른 것이다.

강진석은 목걸이의 정신력 그리고 가온 팔찌의 능력치 상승폭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창을 열었다.

힘 : 60(52+8)

민첩 : 58(50+8)

체력 : 63(53+10)

정신력 : 74(64+10)

정보창을 열자마자 강진석은 활짝 웃었다.

강진석이 활짝 웃은 이유는 목걸이 착용으로 상승한 정신력 때문이 아니었다.

가온 팔찌 능력치 상승폭 때문이었다.

'진짜 2배씩인가?'

4에서 8이 됐다.

2배가 된 것이다.

'이러면...'

다음 강화는 16일 확률이 높았다.

강진석은 전환율을 확인했다.

[전환율 : 20%]

10%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글론을 흡수하니 바로 20% 메시지가 나타났다.

'잡을 수 있는 녀석들은 꼭 잡아야겠어.'

전환율을 보니 앞으로 마글론 같은 네임드 몬스터들을 필히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제 끝났구나.'

마글론이 죽음으로 퀘스트 '지하 5층'이 완료됐다.

모든 지하층 퀘스트가 끝난 것이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요새 주변 정리'를 확인했다.

<요새 주변 정리>

요새 주변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존재한다.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정리해 요새의 안전을 확보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

요새가 파괴될 경우 퀘스트 실패

'전부 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퀘스트 '요새 주변 정리'의 완료 조건은 명확하지 않았다.

추상적이었다.

어디까지 청소를 해야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완료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근데 거점에도 보스나 네임드가 있을까?'

강진석은 도로 위 거점을 떠올렸다.

'방화역에는 확실히 있을테고.'

도로 위 거점은 진짜 거점이 아니다.

진짜 거점은 방화역이었다.

방화역에는 보스 몬스터가 확실히 있을 것이다.

'있으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도로 위 거점에도 네임드 몬스터가 있길 바라며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여기는 어떻게 써야 하나?'

지하 1층은 상가였다.

그리고 지하 2층부터 5층은 주차장이었다.

어떤 곳으로 사용할지 고민이 됐다.

'...차차 생각하자.'

태백 빌딩은 지상 9개, 지하 5개.

총 14개 층이었다.

한, 두 층도 아니고 용도를 미리 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용도를 정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 용도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구조 변경에 들어가는 포인트가 어마무시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7만 100]

'너무 부족해.'

요새 기능 개발과 강화도 해야했다.

7만은 커녕 70만으로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 포인트면 스킬을 찍는 게 낫지.'

요새 기능 개발과 강화는 엄청나다.

설명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포인트면 패시브를 찍는게 더 낫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일단 올라가자.'

강진석은 1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외곽을 돌아다니며 초감각으로 바깥을 확인했다.

'...뭐지?'

고블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는 초감각 범위 밖이라 알 수가 없었다.

'입구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요새화되며 외벽이 생겼다.

거기다 하나뿐이었던 입구도 없앴다.

그로 인해 현재 바깥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1층은 좀 그렇고.'

강진석은 5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5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입구는 포인트 좀 들더라도 이걸로 하는 게 맞겠지?'

입구 종류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보안 기능이 있는 입구도 존재했다.

물론 포인트가 들기는 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보안 기능이 있는 입구를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이걸로 가자.'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바로 보안 기능이 있는 입구를 선택해 설치했다.

스아악!

그러자 강진석의 앞 외벽이 빛나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반투명한 장막이 나타났다.

강진석은 장막 앞으로 다가가 밖을 확인했다.

"...?"

그리고 밖을 확인한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뭘 만드는 거야?'

고블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이유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강진석은 무언가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제단?'

생김새를 보니 제단이 분명했다.

****

로우포트 회의실.

현재 회의실 분위기는 무척 심각했다.

한지윤은 물론 장윤석 또한 표정이 좋지 않았다.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바깥 상황 때문이었다.

장윤석은 생각했다.

'왜 제단을 짓는걸까? 불길한데 여기에 있는 게 맞나?'

고블린들이 제단을 짓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도망칠까?'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버리고 뒷길로 도망치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장윤석과 마찬가지로 한지윤 역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벌써...'

고블린들이 제단을 짓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지윤은 알고 있었다.

제단이 완성되면 12시간 뒤 방화역 괴물이 등장한다.

'이렇게 빨리 등장하면 안되는 거잖아...'

35화

35.

고블린들이 영역 확장을 일찍 시작했다.

그래서 방화역 괴물 역시 일찍 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 괴물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굳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켜보는 것.

그것 말고는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안전 구역이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상황이 너무나 변했다.

로우포트 안전 구역도 일찍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최악인데...'

만에 하나 안전 구역이 없어지면 어떻게 할지 한지윤은 곰곰이 생각했다.

'도망 뿐인가.'

이것 역시 답이 정해져 있었다.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것.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어? 태백 빌딩 5층에 입구가 생겼는데요? 누가 나왔어요!"

최민호가 외쳤다.

한지윤과 장윤석은 최민호의 외침에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창가로 다가가 태백 빌딩 5층을 보았다.

한 사내가 입구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저 사람은!'

한지윤은 눈을 번뜩였다.

어스뷰1에서 태백 빌딩으로 향했던 정체불명의 사람이 분명했다.

'역시 살아 있었어.'

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고블린들은 해결된 걸까?'

태백 빌딩에는 1000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이 있었다.

고블린들이 어떻게 됐는지 무척 궁금했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한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저 사람 때문일까?'

고블린들이 제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혹시 태백 빌딩 사내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니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태백 빌딩 사내 때문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

'근데 뭘 어떻게 해야...'

한지윤의 머릿속에 다시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이 태백 빌딩 사내 때문이라면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무슨 짓을 했기에 고블린들의 일정이 이렇게 앞당겨진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엇?"

생각에 잠겨 있던 한지윤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헉?"

"뭣?"

한지윤뿐만이 아니다.

장윤석과 다른 이들 역시 전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모든 이들이 당황한 이유.

그 이유는 바로 사내가 5층에서 뛰어내렸기 때문이었다.

****

강진석은 로우포트를 보며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일까?'

로우포트 생존자들은 앞서 만난 어스뷰1, 어스뷰2 생존자들과 다르다.

힘을 합쳐 고블린들을 몰아냈고 돌아가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즉, 체계가 잡혀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는데.'

강진석은 로우포트 생존자들과 접촉할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 바로 갈 생각은 아니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내려 고블린들을 살폈다.

수많은 고블린들이 방화역과 주변을 오가며 제단을 짓고 있었다.

'음...'

강진석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제단을 왜 짓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제단이 완성되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아니, 그럴 것 같은 게 아니라 확실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막자.'

아무래도 제단 건설을 막아야 할 것 같았다.

'힘도 보여줄 겸.'

물론 제단 건설을 막으려는 것은 고블린들을 방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로우포트 생존자들에게 능력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능력을 보여주려는 이유는 2가지였다.

첫번째는 허튼 생각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두번째는 진지한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근데 네임드는 없는건가?'

주술사 고블린과 부장 고블린은 보였다.

그러나 정예 전투 고블린이나 마글론 같은 네임드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부수다 보면 나타나겠지.'

강진석은 밖으로 뛰어내렸다.

현재 강진석의 육체는 매우 강력했다.

5층에서 떨어져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육체의 강함만 믿고 뛰어내린 것은 아니었다.

지상에 도착하기 직전 강진석은 비행을 통해 잠시 '체공'했다.

그렇게 운동 에너지를 해소한 강진석은 가뿐히 지상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갑작스런 강진석의 등장에 근처에 있던 모든 고블린이 강진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진석은 초감각을 통해 고블린들의 수준을 확인했다.

혹시나 숨어있는 고블린이 있을까 했는데 한 마리도 없었다.

전부 일반 고블린이었다.

'아쉽네.'

특별한 고블린이 있길 바랐던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로 검을 휘둘렀다.

현재 강진석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표적이 된 고블린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목이 날아갔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그렇게 강진석은 고블린 사냥을 시작했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두번째 고블린을 죽인 강진석은 바로 다음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세번째 고블린의 목이 날아갔을 때.

-키이익!

근처에 있던 부장 고블린이 외쳤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자재들을 내려놓고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강진석에게 단검을 겨눴다.

물론 강진석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수백이 아니라 수천이라도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걱!

강진석은 묵묵히 고블린 사냥을 이어 나갔다.

-키이이익!

그러자 부장 고블린이 재차 외쳤고.

-키익!

-키익!

고블린들이 괴성을 내뱉으며 일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사방에서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시간 단축 좋고.'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예상보다 사냥을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미소를 유지한 채 고블린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1분도 지나지 않아 100마리 이상을 죽일 수 있었고 강진석은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음...'

그리고 침음을 내뱉었다.

메시지창에 나타난 메시지는 고블린 사망 메시지와 포인트 상승 메시지 2가지 뿐이었다.

그 외에 다른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전환율 30%는 언제쯤 나타나려나.'

강진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여기 있는 녀석들 다 잡으면 그래도 40%까지는 오르겠지?'

일반 고블린이 대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부장 고블린, 주술사 고블린도 있었다.

전부 죽이면 전환율 40%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강진석은 메시지창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그리고 다시 고블린 사냥에 집중했다.

****

'저, 저건 대체...'

장윤석은 경악했다.

믿기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금 상황은 괴상했다.

장윤석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경악한 것은 장윤석 뿐만이 아니었다.

"사, 사람 맞죠?"

"사람인거 같은데..."

"고, 고블린들이 저렇게 약한 녀석들이었나요?"

"아니, 저사람이 특별한거 아닐까요? 너무 빨라서 잘 안 보이는데?"

"맞아. 아까 5층에서 뛰어내렸는데 아무렇지도 않았잖아요."

다른 생존자들 역시 경악한 상태였다.

하기야 태백 빌딩에서 나타난 사내가 혼자서 고블린 수백마리를 휩쓸고 있는데 어찌 경악하지 않겠는가?

"근데 시체들은 왜 사라지는 거예요?"

"흡수하는 걸까요?"

"시체를 흡수요? 그럼 괴물인걸까요?"

"스킬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일단 마법사 스킬 트리에는 저런 스킬이 없어요."

"전사 스킬에도 없습니다."

"아이템 아닐까요? 상점에 시체 없애는 물품 있던데."

"그거 너무 비싸지 않아요? 제일 싼게 1만 포인트던데..."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윤석은 한지윤을 힐끔 보았다.

한지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태백 빌딩 사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게 있을 수도 있다.

'...모르는건가?'

그러나 한지윤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한지윤이 숨기고 있는 것과 태백 빌딩 사내는 연관이 없는 것 같았다.

장윤석은 다시 태백 빌딩 사내에게 집중했다.

태백 빌딩 사내는 보통 존재가 아니다.

지금 고블린들을 학살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회일까?'

장윤석은 태백 빌딩 사내와 함께하는 상상을 했다.

'1인자는 불가능하겠지.'

1인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2인자는 가능해 보였다.

'뱀의 머리 보다는 용의 오른팔이 나은데...'

이곳에서 생존자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보다는 태백 빌딩 사내의 오른팔이 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더 낫다.

'...성격은 괜찮을까?'

상상에 잠겨 있던 그때.

'음?'

장윤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태백 빌딩 사내가 보인 행동 때문이었다.

고블린들을 학살하던 사내가 갑자기 미완성된 제단으로 향했다.

'뭐하려는 거지?'

장윤석은 의아해하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지윤을 힐끔 보았다.

'뭐야?'

그리고 한지윤의 표정을 확인한 장윤석은 눈을 번뜩였다.

전과 달리 한지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제단에 뭔가 있구나!'

제단에 무언가 있는게 분명했다.

장윤석은 다시 사내에게 집중했다.

이내 사내가 미완성된 제단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단이 완전히 무너졌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완성된 제단이 파괴됐습니다.]

[제단 파괴로 고블린들의 사기가 저하됩니다.]

[차가운 뿌리 부족 3부족장 메타르가 분노합니다.]

[12시간 뒤 메타르가 등장합니다.]

[퀘스트 '도망!'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대비!'가 생성됐습니다.]

메시지를 본 장윤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3부족장이 등장한다고?'

전혀 생각지 못한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장윤석은 고개를 돌려 한지윤을 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짓고 있던 한지윤은 언제그랬냐는 듯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즉, 한지윤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망할!'

장윤석은 인상을 구겼다.

****

강진석은 제단의 마지막 기둥을 발로 찼다.

그러자 기둥이 그대로 박살나며 산산조각났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제단 부수기'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3만 상승합니다.]

.

.

[12시간 뒤 메타르가 등장합니다.]

[퀘스트 '도망!'이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대비!'가 생성됐습니다.]

'...뭐야.'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부수라고 해서 부쉈더니...'

고블린들을 학살하던 중 퀘스트가 생성됐다.

제단이 완성되면 위험한 일이 생긴다는 내용의 퀘스트였다.

그래서 제단을 부쉈다.

'보스 몬스터를 줘?'

그랬더니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단다.

'어차피 잡을 생각이긴 했지만...'

강진석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두 퀘스트 '도망!'과 '대비!'를 확인했다.

'음...'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속으로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36화

36.

<도망! >

방화역을 차지한 차가운 뿌리 부족의 3부족장 메타르.

메타르는 제단이 파괴된 것에 분노했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로 결심했다.

메타르가 방화역에서 올라오기 전 방화동을 벗어나라!

퀘스트 보상 : 포인트 500

메타르 등장 시 퀘스트 실패

<대비! >

방화역을 차지한 차가운 뿌리 부족의 3부족장 메타르.

메타르는 제단이 파괴된 것에 분노했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로 결심했다.

메타르가 방화역에 올라오기 전 고블린들을 최대한 죽여 일전을 대비하라!

[기여도 : 0]

퀘스트 보상 :???

메타르 등장 시 퀘스트 완료

퀘스트 '도망!' 완료 시 퀘스트 삭제

퀘스트 '도망!'과 '대비!'는 둘 중 하나만 완료할 수 있는 선택 퀘스트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퀘스트 내용을 통해 여러 사실을 알 수 있었다.

'3부족장이라...'

방화역에 있는 보스 몬스터의 정체는 차가운 뿌리 부족의 3부족장 '메타르'였다.

'부족장이 최소 둘이 더 있다는 건데.'

메타르는 '3' 부족장이었다.

세번째 부족장이라는 뜻이고 첫번째와 두번째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 있으려나? 개화산역? 개화역? 김포공항?'

강진석은 다른 부족장들이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설마 방신시장?'

꼭 지하철역을 점거하고 있으리란 법은 없다.

방신시장 같은 곳에 자리 잡았을 수도 있다.

'근데 얼마나 강하려나.'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방화역 입구를 보았다.

'마글론보다는 강하겠지?'

여태껏 강진석이 만난 고블린 중 가장 강한 고블린은 정예 전투대장 마글론이었다.

'그래, 약할 리가 없지.'

부족장인 메타르가 마글론보다 약할 것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배 이상은 강할 것으로 추정됐다.

'두세 배 정도면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상이면...'

강진석은 생각에 잠겼다.

만에 하나 메타르가 예상보다 더 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그때.

-키익...

-키릭...

귓가에 고블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진석은 생각을 끝내고 퀘스트창을 닫았다.

'정리부터 하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고블린들을 정리하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강진석은 가장 가까이 있는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역시나 목표가 된 고블린은 검을 피하지 못했고 단번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일석이조네?'

고블린을 잡으면 퀘스트 '요새 주변 정리'의 기여도가 오른다.

그리고 퀘스트 '대비!'의 기여도도 오른다.

일석이조의 효과인 것이다.

'근데 기여도가 의미가 있나?'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퀘스트를 진행하는건 강진석 혼자였다.

즉, 1등 보상은 확정이었다.

굳이 기여도에 목을 멜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차피 잡아야 하는거니까.'

물론 기여도가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고블린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긴 했다.

퀘스트 '요새 주변 정리'를 완료하기 위해서.

포인트 수급을 위해서.

그리고 가온 팔찌 강화를 위해서.

이유는 많았다.

스윽

강진석은 로우포트를 힐끔 보았다.

생존자들이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나중에 저 사람들이 진행할 수도 있는거고.'

지금이야 건물 안에 있지만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밖으로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해도 강진석의 기여도를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려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강진석은 고블린 사냥에 집중했다.

****

'말도 안 돼.'

한지윤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강한 거지?'

태백 빌딩 사내는 강했다.

보통 강한게 아니다.

믿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벌써 사내의 손에 죽은 고블린만 300마리가 넘었다.

'김필립이나 최서윤도 상대가 안되겠는데...?'

여태껏 한지윤은 예지몽에서 많은 강자를 보았다.

그중 특히 강한 이들이 둘 있었는데 바로 부산의 김필립, 정동진의 최서윤이었다.

'저 정도면 능력치가 얼마나 높은 걸까?'

김필립과 최서윤이 다른 이들 보다 강했던 이유는 스킬도 스킬이지만 무엇보다 능력치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능력치는 평균 20 정도로 다른 이들에 비해 월등했다.

그런데 태백 빌딩 사내는 두 사람보다 더 높아 보였다.

'저 사람도 선수일까?'

김필립은 종합 격투기 선수였다.

그리고 최서윤은 검도 선수였다.

혹시 태백 빌딩 사내도 선수가 아닐까 싶었다.

스윽

이어 한지윤은 태백 빌딩을 보았다.

'탈환한 거겠네.'

고블린을 전부 죽였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1000마리가 넘었기에.

그래서 탈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태백 빌딩을 요새화시킨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다른 방식으로 요새화시킨 게 아닌 것 같았다.

고블린을 전부 죽여 탈환한 것이 분명했다.

'그럼 태백 빌딩 소유권은...'

부산 3층 건물을 요새화시킨 이들은 김필립을 포함해 총 다섯이었다.

물론 모두가 같은 기여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보상도 달랐다.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이는 김필립이었다.

김필립은 보상으로 요새 3층의 소유권을 받았다.

3층은 김필립의 허락이 없는 이상 진입조차 불가능했다.

그리고 나머지 넷은 2층의 소유권을 기여도에 따라 나눠 받았다.

3층과 마찬가지로 2층 역시 네 사람의 허락이 없으면 진입이 불가능했다.

다행이라 해야할지 1층은 공용 구역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다섯 중 한 명에게는 허락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했다.

그런데 태백 빌딩은 사내 혼자서 탈환한 것으로 추정됐다.

즉, 빌딩 소유권이 사내에게만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그 말은 사내의 허락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떻게 해서든 허락받아야 할 것 같은데...'

로우포트 안전 구역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는 사라진다.

그때 가서 허락받는 것보다는 그 전에 허락받는 게 수월할 것 같았다.

"방화역에서 고블린들 더 안 나오는데요?"

"끄, 끝난걸까요?"

"3부족장이 아직 안 나왔으니 끝난 건 아닐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한지윤은 귓가에 들려온 생존자들의 대화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3부족장 어떻게 해요?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잡을 필요 있을까요? 저기 저 남자가 잡을 것 같은데..."

"맞아요. 애초에 부족장 나타난 게 저 남자 때문인데 저 남자가 알아서 해야죠!"

"하, 하지만 저분 혼자서 가능할까요?"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한지윤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몇몇 생존자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몇몇 생존자들은 곧 나타날 3부족장 메타르를 태백 빌딩 사내가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태백 빌딩 사내가 메타르를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생존자들'의 뜻 때문이 아니라 '태백 빌딩 사내'의 뜻이다.

사내가 잡지 않고 그냥 요새로 돌아갈 수도 있다.

요새로 돌아간다고 생존자들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말 뿐이다.

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스윽

한지윤은 장윤석을 힐끔 보았다.

'...미친.'

그리고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장윤석은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사내에게 빌붙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 이쪽으로 오는데요?"

임지성이 외쳤고 한지윤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고블린 사냥을 마친 사내가 로우포트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내와 이야기하고 싶었던 한지윤은 눈을 번뜩였다.

"내려가죠."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말하며 뒤로 돌아 회의실 밖으로 향했다.

****

스걱!

고블린을 처치한 강진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깔끔했다.

고블린이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시야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중앙 도로만 정리됐을 뿐 다른 곳에는 아직 고블린들이 수두룩할 것으로 추정됐다.

스윽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방화역 입구를 보았다.

'얼마나 더 있으려나?'

방화역에는 3부족장 메타르가 있다.

메타르가 혼자 있을 리 없다.

방금 잡은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리고 강한 고블린들과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전부 죽이면 포인트가...'

강진석은 문득 궁금해졌다.

메타르를 포함해 방화역에 있는 고블린들을 전부 처치하면 포인트가 얼마나 오를까?

물론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방화역에 갈 생각은 없었다.

'디버프 엄청나겠지?'

방화역에는 초감각을 막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하층에 설치되어 있던 '장막'으로 추정됐다.

'나오길 기다려야 하나?'

같은 장막이라도 효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지하 5층은 민첩이 15 정도 내려간 느낌이었다.

그보다 더 심할 것이다.

물론 들어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장막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 있었다.

스윽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로우포트를 보았다.

정리가 끝났다.

이제 로우포트 생존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차례였다.

강진석은 로우포트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층에 도착한 강진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전부가 안전 구역이었어?'

고블린들이 진입하지 않고 경계만 했다.

그래서 빌딩 전체가 안전 구역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였다.

로우포트는 모든 구역이 안전 구역이었다.

'이런 곳이어야 할텐데.'

강진석은 정동진에 있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로우포트처럼 정동진 호텔 모든 구역이 안전 구역이라면?

먼 미래는 몰라도 당장은 괜찮을 것이다.

스윽

강진석은 이어 고개를 들었다.

위에서 생존자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악인은 없고.'

최동팔, 박진호, 김창준 같은 악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로우포트 생존자들 중 기운이 붉거나 붉은 반점이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생각과 다른 것은 하나 더 있었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네.'

바로 기운의 크기였다.

고블린들과 전투를 벌이기에 어스뷰1, 어스뷰2 생존자들보다 기운이 크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크지 않았다.

거의 비슷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보다 기운이 큰 두 사람이 있었다.

최동팔과 비교하면 작기는 했지만 크게 차이나는 게 아니라 살짝 작은 정도였다.

'공동 리더인가? 아니면 리더랑 부리더?'

확실치는 않지만 로우포트 생존자 무리의 리더, 부리더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인벤토리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미리 글을 적기 시작했다.

글을 적던 사이 생존자 무리가 1층에 도착했다.

강진석은 로우포트 생존자들을 스윽 훑었다.

몇몇은 겁을 먹은 상태였고.

몇몇은 경계하는 눈빛을 짓고 있었고.

몇몇은 얼굴에 기대감이 듬뿍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진석은 선두에 서 있는, 특별히 강한 기운의 주인공들을 보았다.

여인과 사내였다.

강진석은 여인을 보며 생각했다.

'그 사람이네.'

뒷길로 로우포트에서 스카이1로 이동했던 장궁 여인이었다.

'분위기 보니 이 사람이 결정권자 같은데.'

장궁 여인은 사내보다 앞에 서 있었다.

거기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니 장궁 여인이 리더인 것 같았다.

강진석은 미리 적어두었던 메모지를 장궁 여인에게 내밀었다.

[강진석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37화

37.

"...?"

메모지를 본 장궁 여인, 한지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 해도 될 이야기를 왜 굳이 글로 적은 것일까?

바로 그때 강진석이 메모지를 하나 더 내밀었다.

[제가 목을 다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아..."

한지윤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이야기는 물론 가능합니다. 2층에 회의실이 있는데 그쪽에서 이야기하실까요?"

한지윤의 물음에 강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강진석의 끄덕임에 한지윤이 앞장섰고 강진석은 2층 회의실에 도착했다.

"아무 데나 편하신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한지윤의 말에 강진석은 근처에 앉았다.

그러자 한지윤과 생존자들이 반대편으로 다가가 자리했다.

강진석은 한지윤 옆에 앉은, 부리더로 추정되는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근데 저 사람은 왜 이리 초롱초롱해?'

사내는 무척이나 초롱초롱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부담스럽게.'

문제는 그 눈빛이 강진석에게 향해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때.

"저는 장윤석이라고 합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사내가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에 답했다.

그러자 한지윤이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저는 로우포트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스카이1 대표를 맡고 있구요!"

그리고 한지윤의 소개에 장윤석이 따라 외쳤다.

이후 약속이라도 한 듯 한지윤과 장윤석은 눈을 마주쳤다.

강진석은 한지윤과 장윤석을 보고 생각했다.

'어색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한지윤과 장윤석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왜 그런 것일까 궁금했는데 해결이 됐다.

파벌이 달라 생긴 어색함이었다.

강진석은 글을 적었다.

그리고 메모지를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일단 특수 퀘스트나 그 외 여러 가지 정보를 교류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아하!"

한지윤은 탄성을 내뱉었다.

"물론이죠!"

그리고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정보 공유가 시작됐다.

정보를 공유하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오길 잘했네.'

한지윤은 아는 것이 무척 많았다.

"주술사 고블린은 현혹을 사용하는데 정신력 20이면 저항이 가능해요. 50% 확률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걸려도 1초구요. 30부터는 무시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고블린들의 능력도 잘 알고 있었고.

특수 퀘스트의 난도별 조건.

직업 종류 그리고 직업별 액티브 스킬 등 몰랐던 여러 가지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강진석도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개화산에 오크들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정예 전투대장 마글론이라고 빌딩 지하 5층에 네임드 몬스터가 있었는데 포인트 2만 주더라구요.]

개화산 오크, 마글론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2, 2만이나요?"

그리고 마글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한지윤이 경악하며 반문했다.

"호,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지윤이 말을 더듬으며 강진석의 눈치를 살폈다.

강진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질문을 하려는 것일까?

'설마 뭘 사달라는건 아니겠지?'

질문이 아닐 수도 있다.

상점창에서 무언가를 사달라는 말을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이어 한지윤이 입을 열었다.

"능력치를 여쭤봐도 될까요?"

한지윤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비밀입니다.]

그리고 강진석은 답하는걸 거절했다.

지금은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한만큼 지금 상황도 순식간에 험악하게 바뀔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강진석은 능력치를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아닙니다! 제가 죄송하죠."

강진석의 답에 한지윤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혹시 로우포트에 자리가 있을까요?]

"음?"

한지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강진석에게 물었다.

"요새가 아니라 이곳에서 머무시려구요?"

강진석은 한지윤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

아직 요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지윤은 요새를 알고 있었다.

[요새에 대해 아시나요?]

"잘 아는건 아닙니다. 그냥 어느정도 알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강진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이어 말했다.

[어스뷰1, 어스뷰2 생존자분들이 로우포트로 합류하고 싶어 하셔서요.]

"...진석님은 요새에 계실 생각이신거죠?"

[네.]

"음..."

한지윤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대로 하나 여쭙고 싶은게 있어요."

한지윤의 말에 강진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한지윤이 이어 말했다.

"혹시 요새에 저희들을 받아 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로우포트는 안전 구역이었다.

거기다 주거환경이 매우 좋았다.

수도, 전기가 언제 끊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태백 빌딩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요새에 오겠다니?

강진석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한지윤이 이어 말했다.

"입주만 시켜주시면 요새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가구는 제가 직접 구매하거나 가지고 갈게요! 물론 청소나 그 외 잡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한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강진석의 답을 기다렸다.

모든 이야기를 했다.

이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다.

남은 것은 강진석의 선택뿐이었다.

강진석은 한지윤의 시선에 주변을 스윽 훑었다.

다른 생존자들이 놀란 얼굴로 한지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카이1 대표 장윤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상의한 게 아닌 한지윤이 개인적으로, 즉흥적으로 내뱉은 이야기라는 것을 의미했다.

강진석은 펜을 들었다.

그리고 메모지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지윤이 다시 한 번 침을 삼켰고 장윤석을 포함한 다른 이들 역시 강진석을 바라보았다.

이내 강진석이 메모지를 내밀었다.

[구조 변경에 포인트가 많이 들어요. 그래도 한, 두층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요. 딱 방을 만드는 수준이요.]

[그리고 다른 분들과 이야기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을 드릴테니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취합해주시겠어요?]

구조 변경으로 방만 만들어주면 된다.

그러면 가구 구매는 물론 잡일까지 전부 하겠다는데 강진석의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입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몇 있어 보였다.

한지윤처럼 요새를 함께 지키고 키워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상한 사람이면 내보내면 그만이고.'

만에 하나 그중 이상한 사람이 끼어 있다?

요새 관리창에는 추방 기능이 존재했다.

추방하면 그만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한지윤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혹시 취합한 이후에는 어떻게 보고드리면 될까요?"

[요새로 와주세요. 제가 잠시 들를 곳이 있어서 1시간 뒤쯤?]

[만약 고블린들이 다시 중앙 도로에 나타나면 제가 오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강진석은 한지윤의 답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듣지 못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들으면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생존자들 간의 대화였다.

로우포트에서 나온 강진석은 어스뷰1로 향하며 생각했다.

'다시 물어봐야겠지?'

원래는 생존자들을 로우포트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로우포트 대표인 한지윤이 요새에 입주하고 싶어 했다.

강진석은 주다영, 최은지를 포함한 어스뷰1, 어스뷰2 생존자들에게 다시 물어볼 생각이었다.

로우포트에 갈 것인지 아니면 요새에 입주할 것인지.

물론 요새에 입주한다고 해도 엄청난 특혜를 줄 생각은 없었다.

안면이 있다고 특혜를 주면 향후 큰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내 어스뷰1에 도착한 강진석은 7층으로 올라갔다.

****

"네, 그러면 기다리고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2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은서를 시작으로 어스뷰2 생존자들이 외쳤다.

강진석은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외침에 답하고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로 하늘을 날아 요새로 귀환했다.

요새에 도착한 강진석은 관리창을 열었다.

'다 요새로 오실 줄은.'

주다영, 최은지를 포함한 어스뷰1 생존자 13명.

장은서, 김수형을 포함한 어스뷰2 생존자 7명.

전부 요새에 입주하기로 했다.

물론 입주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주다영과 최은지는 아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유였고.

어스뷰1 생존자 11명은 강진석의 힘을 보았기 때문이었고.

마지막으로 장은서, 김수형 등은 생명을 구해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2층 구조 변경이 완료됐습니다.]

강진석은 구조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4층 구조 변경이 완료됐습니다.]

순식간에 4층까지 3개 층의 구조 변경을 마친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이야기와 구조 변경이 빨리 끝났다.

로우포트로 찾아가자니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을 것 같았다.

'방화역이나 확인할까?'

문득 방화역이 떠올랐다.

디버프 수준을 파악할 겸 잠시 들어갔다 오는 게 어떨까 싶었다.

'아니야, 굳이.'

그러나 이어 든 생각에 강진석은 고개를 저었다.

만에 하나 입장했는데 그대로 입구가 봉쇄된다면?

꼼짝없이 진행해야 한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밖에서 기다리는게 맞다.

'스킬이나 찍자.'

강진석은 스킬창을 열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5만 300]

포인트를 보니 전에 찍지 못했던 체력 라인, 정신력 라인 스킬을 전부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석 우선 체력 라인 스킬 '숨 참기, 수중 호흡, 독 저항3, 체력6'을 습득 후 최대 레벨로 올렸다.

그리고 이어 정신력 라인 스킬 '냉기 저항, 고통 저항2, 불 저항2, 정신력6'을 습득 후 최대 레벨로 올리기 시작했다.

.

.

[스킬 '정신력6'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스킬 습득을 마친 강진석은 스킬창을 보며 생각했다.

'오롯이 존재하는 자2는 진짜 100개인가?'

현재 강진석 최대 레벨까지 습득한 스킬 69개였다.

그런데 오롯이 존재하는 자2는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아니면...'

말 그대로 추정일 뿐이었다.

100개 아닐 수도 있었다.

'그만큼 보상이 강력할 테니까.'

오롯이 존재하는 자의 최초 보상은 엄청났다.

조건이 어려울수록 보상 역시 강력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내 강진석은 스킬창을 닫고 정보창을 열었다.

힘 : 60(52+8)

민첩 : 58(50+8)

체력 : 68(58+10)

정신력 : 79(69+10)

'21만 더 올리면 100이네.'

정신력을 보며 강진석은 생각했다.

'100에도 뭔가 있을 것 같은데...'

40을 달성했을 때 초감각, 비행 등 특별한 능력이 활성화됐다.

100에도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느낌일 뿐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능력치는 꾸준히 올릴 생각이었다.

'근데 이정도면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강진석은 이어 메타르를 떠올렸다.

지금이라면 디버프를 받은 상태에서도 메타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방화역에 갈 생각은 아니었다.

어차피 메타르는 밖으로 나온다.

굳이 디버프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강진석은 정보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물자부터 확보하러 갈까?'

태백 빌딩 1층에는 편의점이 있다.

그러나 편의점에 있는 물품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부족하다.

그리고 마침 바로 근처에 대형 마트가 하나 있었다.

마트에서 물자를 대거 확보해오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지금이 딱이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요새에서 나와 대각선 위치에 있는 '두나로 마트'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에 도착했고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정도면 지하 3층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반투명한 검은색 장막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큰 문제 없겠지.'

강진석은 마트로 진입했다.

그리고 진입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던전 '두나로 마트'에 입장하셨습니다.]

[6시간 동안 모든 입구가 봉쇄됩니다.]

38화

38.

[던전 클리어 시 봉쇄가 해제됩니다.]

[퀘스트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두나로 마트 1층 정리'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두나로 마트 지하 정리'가 생성됐습니다.]

[15분 뒤 안전 구역이 사라집니다.]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안도했다.

'안 가길 잘했다.'

두나로 마트가 던전이 됐는데 방화역은 어떻게 됐을까?

던전이 됐을 확률이 100%였다.

디버프를 확인하러 갔다면?

두나로 마트처럼 진입과 동시에 봉쇄됐을 것이다.

그리고 꼼짝없이 치열한 생존 전투를 벌여야 했을 것이다.

스윽

강진석은 주변을 확인했다.

초록색 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항상 제공되는 건가?'

안전 구역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게 아니다.

입장과 동시에 생성됐다.

'상시 제공되는 거면 좋겠네.'

이후에도 던전에 입장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강진석은 항상 안전 구역이 제공되길 바라며 퀘스트창을 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퀘스트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를 확인했다.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는 두나로 마트를 보급창고로 삼을 예정이다.

두나로 마트 지하에 있는 메차이를 죽여 보급창고 건설을 저지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완료 시 던전 클리어

'역시 메인 퀘스트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모든 퀘스트를 깰 필요가 없었다.

두나로 마트의 보스 몬스터인 메차이만 죽이면 던전 클리어였다.

물론 그렇다고 메차이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포인트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고블린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귀중한 포인트였다.

사냥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내버려둘 이유가 없었다.

강진석은 이어 두나로 마트 1층 정리와 지하 정리 퀘스트를 확인했다.

"...!"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한 강진석은 눈을 번뜩였다.

퀘스트에 따르면 1층에는 일반 고블린과 부장 고블린 뿐이었다.

그러나 지하에는 정예 전투 고블린이 있었다.

'역시 있구나!'

정예 전투대장인 메차이의 존재 때문에 정예 전투 고블린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포인트 엄청나겠는데?'

정예 전투 고블린은 마리당 500 포인트를 제공한다.

몇 마리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포인트를 대거 수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퀘스트 보상도 포인트려나?'

메인 퀘스트인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는 물론 나머지 두 퀘스트의 보상은 물음표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완료한 퀘스트들의 보상을 고려하면 포인트일 확률이 높았다.

강진석은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안전 구역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강진석은 고블린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강진석은 주변을 확인했다.

'별로 안 헤집었네?'

혹시나 전부 뒤집어져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거의 대부분이 잘 진열되어 있었다.

뒤집어진 것은 생선 코너와 신선야채 코너 뿐이었다.

'다행이야.'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고블린들을 보았다.

'빠르게 끝내자.'

1층에는 부장 고블린과 일반 고블린 뿐이었다.

강진석은 바로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스걱!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 상승합니다.]

첫번째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스걱! 스걱!

강진석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고블린 사냥을 이어 나갔다.

스걱!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두나로 마트 1층 정리'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1등 보상을 획득합니다.]

[포인트가 1만 상승합니다.]

그와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됐다.

'역시 포인트구나.'

예상대로 퀘스트 보상은 포인트였다.

거기다 1만으로 나쁘지 않았다.

'제일 쉬운게 1만이면...'

그리고 기대가 됐다.

던전 퀘스트는 총 3개였다.

그중 1층 정리는 가장 쉬운 퀘스트였다.

남은 두 퀘스트의 보상이 1층 정리보다 적을 것 같지는 않았다.

스윽

메시지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주변을 훑었다.

수많은 식료품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 챙기면 당분간은 걱정 없겠지?'

식료품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지하와 연결된 무빙워크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무빙워크 끝을 보았다.

정예 고블린 두 마리가 경계하고 있었다.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1000.'

포인트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내 강진석은 전력을 다해 내려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강진석은 정예 고블린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진석은 도착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두 정예 고블린들은 강진석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강진석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스걱!

[정예 전투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포인트가 500 상승합니다.]

두 정예 고블린들은 강진석의 검을 막지 못했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스아앗!

이어 죽음을 맞이한 정예 고블린들의 시체가 빛나며 사라졌다.

강진석은 힐끔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전환율 60% 가능할까?'

현재 가온 팔찌의 전환율은 40%였다.

남은 정예 전투 고블린들 그리고 메차이까지 흡수하면 60%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이어 강진석은 주변을 확인했다.

'다행이야, 아직 작동하고 있어서.'

그리고 안도했다.

지하이긴 하지만 지금 강진석이 위치한 곳은 진짜 지하가 아니다.

0.5층이라 불리는 중간 지하였다.

그리고 중간 지하에는 냉동식품이 비치되어 있었다.

혹여 전기가 끊기거나 고장이 나 냉동식품이 상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근데 이거 보관하려면...'

강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요새에 보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고를 만들 수 있다.

당연히 냉장, 냉동 기능도 있었다.

문제는 포인트였다.

'...그래도 필요한거긴 하니까. 말도 안될 정도로 드는 것도 아니고.'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정예 고블린들을 보았다.

'이녀석들 다 잡으면 모자랄 일은 없겠지.'

그리고 다시 정예 고블린 사냥을 시작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중간 지하 청소를 마친 강진석은 무빙워크를 이용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여기도 별로 안 건드렸네?'

지하 1층에는 우유, 라면, 과자 등 식료품과 생필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1층과 마찬가지로 뒤집어진 곳은 몇 곳 되지 않았다.

강진석은 고개를 돌려 안쪽을 보았다.

수많은 정예 고블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가 있었다.

강진석은 한데 모여 있는 메차이와 정예 고블린들을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곳곳에 퍼져 있으면 잡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인데 한데 모여 있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키이이이이익!

메차이가 괴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정예 고블린들이 따라 괴성을 내뱉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향해 마주 다가갔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고.

스걱! 스걱!

-키, 키익!

-키익?

스걱! 스걱!

강진석의 일방적 학살이 시작됐다.

한데 모여 있던 덕분에 2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진석은 메차이를 보았다.

-키, 키릭...

메차이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하기야 방금 전 수하들의 죽음을 직접 보았는데 당황하는게 당연했다.

강진석은 메차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곧 메차이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마글론보다 강하네?'

놀랍게도 메차이는 마글론보다 기운이 컸다.

미세하게 큰 게 아니라 확실히 컸다.

30% 정도는 더 큰 느낌이었다.

'네임드부터는 같은 직위여도 이렇게 차이 날 수 있구나?'

같은 전투대장이기에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차이가 난다고 해도 1~5% 정도일 줄 알았다.

'다른 특수 능력이 있으려나?'

기운이 큰 만큼 새로운 능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강진석은 속도를 높였다.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메차이는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강진석은 검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며 마주 검을 휘둘렀다.

스걱!

먼저 검을 휘두른 것은 메차이였지만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강진석의 검이었다.

메차이의 목에 검이 작렬했다.

그렇게 메차이가 죽음을 맞이했다.

스아앗!

그리고 시체가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포인트가 2만 5000 상승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퀘스트 '정예 전투대장 메차이'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

.

[전환율 : 60%]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진석은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메차이의 시체가 사라지며 나타난 한 '물건'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책을 보며 생각했다.

'...포인트 북?'

아무리 봐도 포인트 북이었다.

강진석은 메시지를 훑었다.

[포인트 북을 발견하셨습니다.]

[20분간 포인트 북을 소유 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5분간 소유자가 없을 경우 포인트 북은 소멸합니다.]

메시지를 통해 강진석은 확신할 수 있었다.

메차이가 죽고 나타난 '책'은 포인트 북이라는 것을.

'으음...'

포인트 북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지도 못한 강진석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이거..'

그리고 이어 떠오른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문제 되겠는데.'

지금 강진석은 혼자였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러나 파티로 던전을 클리어한 이들은 어떨까?

포인트 북은 나눠 가질 수 없다.

한 사람만 가질 수 있다.

서로 합의된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강진석은 주다영에게 들었던 7단지 포인트 북 쟁탈 사건을 떠올렸다.

10명 중 9명이 죽었다.

그리고 남은 1명도 상처 입은 상태로 사라졌다고 했다.

즉, 합의가 되지 않으면 포인트 북을 두고 다시 싸움이 벌어질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많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추정됐다.

강진석은 우선 포인트 북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5천이 늘어나면...'

그리고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11만 3900]

바닥 났던 포인트가 다시 10만을 넘어섰다.

'오길 진짜 잘했어.'

애초에 두나로 마트에 온 것은 물자 때문이었다.

포인트 수급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포인트를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게 수급했다.

창고 건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스윽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정리도 끝났고 두나로 마트에 온 본 목적을 수행할 차례였다.

'휴지나 접시 같은 것도 나중에 필요하긴 하겠지만...'

강진석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대형 봉투를 전부 집어 통조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후 봉투에 통조림을 담으며 생각했다.

'이거 혼자 하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겠는데.'

마트에 있는 모든 것을 요새로 옮길 생각이었다.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 좀 받아야겠어.'

강진석은 인원을 데리고 오기로 결심했다.

이내 인벤토리를 가득 채운 강진석은 무빙워크를 통해 다시 1층으로 올라왔다.

'여기는 또 언제 다...'

야채나 과일 같은 오래 보관할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챙길 것이 수두룩했다.

강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요새로 향했다.

그러나 요새로 향하던 중 강진석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로우포트에서 한지윤이 나왔다.

장윤석과 함께.

'이야기가 잘 안됐나?'

한지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반대로 장윤석의 표정은 좋아 보였다.

왜 표정이 상반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잘 되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강진석은 방향을 틀어 한지윤과 장윤석에게 다가갔다.

39화

39.

"앗, 진석님!"

"안녕하십니까."

이내 강진석을 발견한 한지윤과 장윤석이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강진석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에 답한 뒤 의아한 눈빛으로 한지윤을 보았다.

그러자 한지윤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가장 처음 나온 단어가 '죄송'이었다.

강진석은 한지윤의 말을 듣자마자 이야기가 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안됐길래?'

한지윤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이야기가 어떻게 됐기에 이리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일까?

"로우포트에 머물겠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요새에 입주를 희망하는 분들은 저 포함 네 명인데 가능할까요?"

이어진 한지윤의 말에 강진석은 이해할 수 있었다.

로우포트에는 수많은 생존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고작 넷이라니?

그것도 한지윤이 포함된 넷이었다.

당연하다는듯 모두의 입주를 이야기했던 한지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마침 잘됐네.'

물론 강진석의 입장에서는 전혀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어스뷰1, 어스뷰2 생존자들이 전부 요새에 입주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우포트 생존자들이 전부 요새에 왔다면?

관리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강진석은 가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메모지와 펜을 꺼냈다.

[물론 가능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열심히 사실 분들일까요?]

"네!"

눈치를 살피고 있던 한지윤은 강진석의 말에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잡일이든 뭐든 요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실 분들이세요."

그리고 말을 마친 한지윤은 장윤석을 노려보았다.

장윤석은 어깨를 으쓱였다.

강진석은 두 사람의 반응에서 이야기 도중 사건이 있었음을 직감했다.

이어 장윤석이 고개를 돌려 강진석을 보았다.

"지윤씨가 떠나게 돼서 제가 앞으로 로우포트를 대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윤석은 강진석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생각했다.

'잘한 걸까?'

원래 장윤석은 강진석에게 붙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지윤이 요새 입주를 이야기했다.

그것도 노예 생활을 자처하며.

그때 장윤석은 깨달았다.

지금 상황에서 강진석에게 붙어 봤자 노예1이나 2가 될 뿐이라고.

지금이 한지윤을 쳐내고 로우포트 생존자들을 휘하에 둘 기회라고.

그래서 장윤석은 판을 짜고 그대로 행했다.

그렇게 한지윤은 영향력을 잃었고 장윤석은 바라던 대로 로우포트 생존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강진석을 보니 잘한 일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냥 한지윤을 따라 요새에 입주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지금 와서 요새에 입주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장윤석은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스윽

강진석은 장윤석의 인사에 살짝 고개 숙여 답했다.

그리고 이어 한지윤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바로 오시나요?]

"일단 정리 좀 하고 와도 될까요? 짐도 있어서요!"

[2시간 정도면 될까요?]

"네네!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2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한지윤과 대화를 마친 강진석은 요새에 가기 위해 돌아섰다.

바로 그때.

"저 혹시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장윤석이 말했고 강진석은 다시 돌아 장윤석을 보았다.

그리고 장윤석이 강진석의 눈치를 살피며 이어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직 메타르가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장윤석은 강진석이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지 궁금했다.

"방화역에 가실 예정이라면 돕기 힘들겠지만 다른 계획이 있으시다면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물론 다른 분들과 이야기해봐야겠지만요."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밀었다.

[방화역에 갈 생각은 없습니다.]

[도움도 괜찮구요.]

두나로 마트처럼 방화역도 진입과 동시에 봉쇄될 것이고 갇히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들어가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강진석은 메타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물론 가만히 기다릴 생각은 아니었다.

[주변 돌아다니면서 정리나 할 생각입니다.]

중앙 도로만 청소했을 뿐 아직 근처에는 많은 고블린이 있었다.

거기다 개화산에는 오크들이 있었다.

마트에서 물자를 전부 옮긴 뒤 강진석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냥도 하고 정보를 수집할 생각이었다.

"아하, 그러시군요.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시길."

장윤석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인사 후 뒤로 돌아섰다.

"이따 뵐게요!"

한지윤도 인사를 한 뒤 로우포트로 돌아갔다.

그렇게 두 사람이 돌아갔고 강진석 역시 요새로 향했다.

그리고 요새에 도착하자마자 강진석은 바로 요새 관리창을 열었다.

'언젠가 쓸 수도 있으니까.'

강진석은 지하 1층에 있는 물건들과 2층, 3층에 있는 자동차들을 전부 지하 4층, 5층으로 옮겼다.

청소 기능을 통해 없애는 것이 가능하긴 했지만 포인트가 많이 든다.

그리고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품들을 포인트까지 소모해 없애기는 아까웠다.

'이동에는 얼마 안 들어서 다행이야.'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으로 지하 1층부터 3층의 구조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지하 1층 구조 변경이 완료됐습니다.]

.

[지하 3층 구조 변경이 완료됐습니다.]

구조 변경 후 강진석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마트에서 챙겨온 물품들을 전부 꺼내 내려놓았다.

'기능 추가랑 정리는 나중에.'

지금 중요한 것은 창고 기능 추가나 정리가 아니다.

강진석은 다시 봉투만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두나로 마트가 아닌 어스뷰1로 향했다.

주다영, 최은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강진석은 두 사람과 함께 마트에 갈 생각이었다.

'두 분이 도와주시면 시간이 얼마나 남으려나?'

****

로우포트 회의실.

현재 회의실에는 장윤석을 포함해 몇몇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는걸까요?"

"혹시 마트에 있는 물건들 옮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러기에는 맨몸인데요? 거기다 혼자 왔다갔다 하고 있잖아요."

회의 주제는 '강진석'과 '두나로 마트'였다.

3시간 전 강진석은 처음 보는 두 여인과 마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1시간 전 로우포트에서 떠난 네 사람도 마트로 들어갔다.

이후 강진석만 마트와 요새를 오가고 있었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마트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요?"

"혹시 전부 죽인거 아닐까요? 마트 물자를 독차지하려고 경고로 입구에 시체를..."

"..."

"..."

최민호가 말했고 정적이 찾아왔다.

장윤석은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정찰 이야기 나오겠는데.'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정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지금 상황에 정찰을 누가 가야 할까?

뻔했다.

장윤석에게 시선이 몰릴 것이다.

물론 장윤석은 정찰을 갈 생각이 없었다.

즉,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화제를 돌려야 했다.

"다들 피곤해 보이세요. 이따 메타르가 나타나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이만 회의는 끝내고 쉬러 가죠. 마트 관련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마트가 중요한 게 아니었네요."

"끙,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예,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장윤석의 말에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거처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장윤석은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트와 요새를 번갈아보며 생각했다.

'진짜 뭘 하고 있는 거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몬스터도 신경이 쓰였고 강진석도 신경이 쓰였다.

'...진짜 죽인건 아니겠지?'

만약 최민호의 말대로 진짜 죽인 것이라면?

"으음..."

장윤석은 침음을 내뱉었다.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들!"

주다영과 최은지가 외쳤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두 사람의 외침에 한지윤 역시 따라 외쳤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고 강진석은 생각했다.

'다행이네.'

한지윤과 장윤석처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괜한 고민이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보기에는 아주 잘 어우러졌다.

"이제 주변 정리 하실 생각이신가요?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요?"

한지윤이 강진석에게 물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강진석에게 향했다.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네.'

많은 이들이 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트 내 물자를 전부 옮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메타르 등장까지는 3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강진석은 한지윤과 주다영, 최은지 등 생존자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피곤해 보였다.

[주변 돌아다니면서 정보 수집할 생각입니다.]

[도와주실 일은 없고 돌아가서 쉬시면 될 것 같아요. 다들 가시죠.]

"아, 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한지윤이 외쳤고 강진석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진석은 모든 이들과 함께 요새로 귀환했다.

"꽉 잡을게요!"

"으앗!"

요새의 입구는 5층뿐이었다.

그리고 아직 계단을 만들지 않았다.

3시간 뒤 등장할 메타르와 고블린들이 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석은 생존자들을 들어 일일이 요새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존자들이 배정된 방으로 돌아갔고 강진석은 한지윤과 주다영, 최은지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일 생기면 바로 올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쉬셔도 됩니다.]

[그리고 세 분에게는 지하 1층 입장 권한 드렸으니 필요한 물품 있으시면 언제든 가져다 쓰시구요.]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배웅을 받으며 강진석은 요새 밖으로 나왔다.

'오크부터 확인하자.'

3부족장 메타르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러나 나머지 고블린들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쳤다.

고블린들을 더 조사하는 것보다 추후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오크들의 수준을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포인트도 더 주겠지.'

거기다 오크들은 딱 봐도 고블린보다 강해 보였다.

강한만큼 더 많은 포인트를 수급할 수 있을 것이다.

결정을 내린 강진석은 어스뷰2 옥상으로 향했다.

비행을 통해 순식간에 옥상에 도착한 강진석은 주변을 한번 훑고 개화산을 보았다.

여러 오크 무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넷에서 다섯. 전부 일반 오크인가?'

생김새가 특이한 오크는 없었다.

전부 일반 오크가 아닐까 싶었다.

확인을 마친 강진석은 다시 비행을 통해 개화산으로 향했다.

'...어?'

얼마 뒤 개화산 입구에 도착한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것은 당연히 오크 때문이었다.

'차이가 뭐 이리...'

초감각에 감지된 오크들의 기운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정예 전투 고블린보다 기운이 컸다.

'일반 오크가 아닌가?'

한, 둘도 아니고 5마리였다.

당연히 일반 오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기운의 크기를 보니 일반 오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익!

-취익!

바로 그때 오크들이 비음이 섞인 괴성을 내뱉으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강진석은 마주 달려갔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고.

스걱!

가장 앞에 있던 오크는 단숨에 목이 날아가 죽음을 맞이했다.

강진석은 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본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좋지 않은걸.'

4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