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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 *

저녁이 되자, 제라 부족은 승리의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인우는 참가하지 않았다.

오늘 밤은 분신들을 이끌고 주변을 배회하는 괴수들을 사냥해 볼 참이었다.

"근방에 헬게이트는 많으니까 뭐."

철벽이 없는 이곳은 그야말로 무법지대.

즉, 괴수의 천국이었다.

가다가 용작두 광전사라도 발견하게 되면 좋겠다 싶었다. 민철이는 곧 각성을 하게 될 테니, 이참에 각성 정수를 구해 주면 딱이지 않나.

터벅 터벅-

인우는 4명의 분신들을 이끌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러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확실히 기대 이상이야."

인우는 분신의 위력을 확실히 실감했다.

이 정도라면 이제는 실전에 투입해도 될 것이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어느덧 인우는 걸음을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웬 여자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으니까.

"정인우 씨?"

익히 알고 있는 여자다.

사일런스의 대장이자, 현 한국 초인부대의 대장.

배다정이었다.

그녀는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인우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희는 지금 정인우 씨가 무슨 생각으로 제라와 접선했는지에 대해 알아야만 합니다. 제라는 지금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겠죠?"

배다정은 현재 '정인우와의 접선'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안고 이곳에 찾아왔다.

그리고 때마침 정인우는 제라의 영역에서 벗어났고, 배다정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인우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묻겠······."

"으음. 날씨 참 시원하네."

그러거나 말거나 인우는 배다정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명백한 무시.

이에 다정은 멀어져 가는 인우와 그 분신들의 뒤통수를 향해 말했다.

"제가 알기론, 미친곰이 4조 조장 박혁과의 대결에서 분신 스킬을 사용했었죠."

그 말에 인우는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다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정인우. 아니, 미친곰.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지?"

< 100화 민철이의 사투 > 끝

ⓒ 호종이

< 101화 점검 >

정체가 뭐냐니?

그 황당한 물음에 인우는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배다정은 자신이 미친곰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 했다.

이내 인우는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저기 말이야."

가면 놀이는 끝났다. 굳이 숨길 이유도, 그렇다고 밝힐 생각도 없었다.

인우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무슨 질문이 그래?"

"대답이나 해. 정인우. 니가 미친곰이지?"

"그렇다면 어쩔 건데?"

"······."

순간 다정은 말문이 막혔다.

내심으로는 정인우가 미친곰임을 숨길 줄 알았다. 애초에 곰탈을 뒤집어쓰고 다니던 인간이다.

이는 곧, 정체를 숨겨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랬기에 끝까지 잡아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인우를 보라.

도리어 묻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쩔 거냐고.

그랬기에 그저 재차 확인하듯 홀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미친곰이었군······."

"할 말은 끝났어? 난 간다. 바빠서."

그렇게 말한 인우는 다시금 발길을 재촉했다.

이에 다정이 다급히 외쳤다.

"잠깐!"

"또 뭔데?"

"애초 당신을 찾아온 건 제라와 접선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야. 당신이 미친곰이었다는 사실을 다른 초인들에게 굳이 밝히지 않겠어. 그러니 알려 줘. 제라에게 접선한 이유가 뭐지?"

"뭘 당연한 걸 물어?"

"···응?"

"애초에 미친곰이 왜 제라에게 접근했는지 잊었어? 바투와의 전면전을 위해서였잖아."

정인우는 자신이 미친곰임을 돌려서 재차 강조했다.

애초 미친곰은 인류의 편이었고, 바투와 제라의 이파전이라는 작전 구상 또한 미친곰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은 즉, 어떠한 다른 꿍꿍이가 없다는 것.

이윽고 인우는 시시각각 변해 가는 다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짧게 못을 박았다.

"그뿐이야."

그러더니 다시금 저만치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인우를 향해 배다정이 소리쳤다.

"이제 중국에 급파된 모든 초인부대가 움직일 거야! 우리도 제라의 후방을 지원할 테니! 다시는 무모한 짓 하지 마! 이건 명령이다!"

다정은 일전 바투와의 혈전을 언급하고 있었다.

당시 다정은 미친곰의 사망에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제로는 많이 힘들어 했었다.

하지만 결단코 내색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애초에 대장의 신분으로 왔다.

그랬기에 본인이 지닌 여린 성격이나 말투 자체도 대장에 걸맞게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한 그녀였지만, 지금만큼은 마음껏 진심을 표출하고 있었다.

"대답해! 다시는 무모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전사( 戰死)는 용납 못한다!"

그러나 인우는 대답 없이 멀어져 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다정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 * *

인우는 끊임없이 걸었다.

대륙은 넓었고, 괴수들은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케에!

바로 앞에서는 10마리 가량의 코볼트와 고블린 무리가 보였다.

중국의 경우 존( Zone)의 개념이 없었기에 괴수들은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었다.

이내 녀석들은 5명의 인우를 발견하곤 손도끼를 치켜들고 돌격해 왔다.

이에 인우는 피식 웃으며 분신들을 내세웠다.

-케에엑!

투웅! 퍽!

분신들이 파뇌를 휘둘렀다.

그러자 코볼트와 고블린들은 단 한 방에 골로 가 버렸다.

[경험치를 15+15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5+5 획득하였습니다.]

.

.

코볼트가 15였고 고블린이 5였다.

절대자의 성장으로 인해 경험치는 두 배.

그러나 헛웃음도 나오지 않을 정도의 경험치일 뿐이었다.

"확실히."

현재 인우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신들의 전투력이었다.

-츠으으으으!

이윽고 코볼트와 고블린들이 죽자 근방에 있던 데스나이트들이 인우를 발견했다.

본래의 정상적인 사냥터라면 9존에서나 접할 수 있는 괴수 데스나이트.

그러한 놈들이 코볼트나 고블린 같은 잡몹과 함께 있었다.

-츠으으으!

이내 데스나이트들이 검과 방패를 치켜들고 인우에게로 쇄도해왔다.

그러자 인우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흐음. 파뇌나 한번 시험해볼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뇌를 얻고 나서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않았던 인우였다.

그랬기에 궁금했다.

용작두보다 한 등급 높은 대검이기에 강력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 봐야 체감이 될 것 아닌가?

이윽고 인우는 분신들을 물러 버리고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광폭화나 광폭난무와 같은 보조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파뇌를 들고 돌격할 뿐이었다.

무기 본연의 파괴력을 점검해 보기 위함이다.

투웅-!

이윽고 파뇌가 큼지막한 파공음을 일으키며 데스나이트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츠으······.

"어라."

단 한 방.

그 한 방에 한 마리의 데스나이트가 골로 갔다.

[경험치를 500+500 획득하였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과거에 민철과 9존을 돌파하며 목숨을 걸고 데스나이트와 사투를 벌였던 것이 떠올랐다.

그게 1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 한방에 데스나이트를 골로 보내게 됐다. 육체 레벨이 높기도 했거니와, 파뇌 자체가 너무나 강력했다.

"미쳤네 이거. 흐음. 그런데 이래서야 성능 테스트가 안 되는데. 조금 더 강력한 놈이 필요해."

확실히 그랬다.

한 방에 뒤져 버리니 그 안에 담긴 파괴력이 강력한 것은 알겠으나, 어느 정도가 되는지 인지가 되지 않았다.

이내 인우는 남은 데스나이트들을 분신들에게 맡기고 이동했다.

천천히 걸었고, 그러는 와중에도 데스나이트의 경험치가 주기적으로 들어왔다.

분신들의 활약일 터.

그렇게 걷기도 잠시.

-크워어어어어.

때마침 바실리스크 무리가 보였다.

족히 5미터의 크기를 자랑하는 바실리스크 성체.

그러한 놈들이 몰려 있으니 제법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래. 저 정도 되면 파뇌라도 몇 방 맞을 만한 맷집이 있겠지."

이내 인우는 눈을 빛냈다.

그리곤 족히 20마리는 되어 보이는 바실리스크 무리로 뛰어들었다.

타다다닥-!

그리고······.

투웅! 투웅! 투웅!

-쿠웨에엑!

딱 세 방.

그 세 방에 바실리스크가 골로 가 버렸다.

이는 대단한 위력이었다.

본래 용작두를 지니고 있을 때에는 수십 대를 가격해야 처치할 수 있던 바실리스크였으니 말이다.

"허어."

이제야 파뇌가 지닌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은 감이 잡혔다.

놀랍기 그지없다.

이윽고 바실리스크의 경험치가 들어왔다.

[경험치를 5000+5000 획득하였습니다.]

역시나 바실리스크들은 꽤나 큰 경험치를 준다.

기존 사냥터라면 미개척지대에나 가야지 볼 수 있는 놈들이지 않나.

애초 9존이나 10존에 분포 되어진 괴수에 비해 엄청난 경험치를 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큰 감흥은 없었다.

근래에 들어서 블랙오크들을 마구잡이로 잡으며 레벨 업을 했질 않나.

그랬기에 별다른 감흥이 오지 않을 수밖에.

-쿼어어어어!

이윽고 인우는 수십 마리에 달하는 바실리스크들을 모조리 몰살해 버렸다.

힘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바실리스크는 모두 2~4방에 죽어 버렸으니 말이다.

[경험치를 5000+50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5000+5000 획득하였습니다.]

.

.

이윽고 인우는 몰살시킨 바실리스크의 시체 더미에 앉았다.

숨조차도 고르다.

전투다운 전투가 아니었으니까.

"파뇌가 확실히 미친 무기인 것 같네."

인우는 파뇌를 가만히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인우는 이내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무기 테스트는 끝마쳤고··· 이왕 온 김에 용작두 광전사나 한 마리 잡고 갔으면 좋겠는데."

용작두 광전사를 잡게 되면 그 전리품인 용작두와 각성정수가 나온다.

그 두 가지를 민철에게 선물로 줄 참이었다.

이윽고 인우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후, 핸드폰을 열고 날짜를 확인했다.

"보자··· 에라이."

아직 용작두가 나올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인우는, 이윽고 제라의 병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제라 부족의 승리 파티가 끝나갈 무렵.

인우는 그때에 도착했다.

이미 밤과 새벽을 지나 아침이었다.

제라의 병력들은 저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해 나자빠져 있었다.

인우는 그러한 녀석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바투가 다른 부족을 삼키는 데에 바빴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뒤통수를 제대로 맞을 만한 행위이다.

제라조차도 저만치 중앙에 뻗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내 인우는 그러한 놈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찬 뒤, 제라가 내어준 막사로 향했다.

척.

막사의 문을 비집고 들어서자 잠들어 있던 민철과 지은이 인기척을 느끼곤 슬그머니 눈을 떴다.

"아, 형님.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아, 눈 부셔. 막사 문 닫아."

민철은 분신과의 사투로 인해 얼굴이 온통 멍 투성이었고, 지은은 답지 않게 귀엽게 꼬물거리며 천이불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

이에 인우는 막사의 문을 닫고 구석에 마련된 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서 인우는 민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자신의 부하 1호다.

인우는 그러한 부하가 조금 더 강해지길 원했다.

프로킨에 있을 때에도 직속 호위나 기사들은 자신이 직접 가르쳤었다.

그 생각을 하자, 문득 프로킨의 부하들이 떠오르는 인우였다.

'새끼들, 잘 있으려나······.'

이윽고 인우의 시선을 느낀 민철이 말했다.

"형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설마 또 분신들과 대련을 시키려는 건 아니겠죠?"

"······."

인우는 답이 없었다.

그러자 덩달아 불안해진 민철이 괜스레 말을 내뱉었다.

"그나저나 형님. 저기 쌓아둔 저 엄청난 전리품들은 어떻게 합니까? 저거 더 쌓다가는 막사에 가득 찰 정도겠는데요."

"아. 저게 있었지 참."

이내 인우는 막사에 쌓인 전리품들로 시선을 옮겼다.

그간 블랙오크들에게서 얻어낸 전리품들.

그러한 전리품들은 막대한 양이었다.

저거면 충분할 터였다.

"야 민철아."

"···넵?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련은······."

"그게 아니야 새끼야. 너 지금 당장 팜이 타고 한국 갔다 와라."

"···네!?"

한국을 갔다 오라니.

그 말에 민철은 멍청히 반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우가 말을 이었다.

"저 전리품들 몽땅 챙겨서 팜이 타고 한국 갔다 오란 말이다."

"아, 한국이요? 하긴. 저거 그때그때 처분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로 골치 아파지긴 하겠네요."

"그래. 그러니까, 팜이 타고 저거 다 처분하고 와. 그리고 돈 되는 대로 각성정수 모조리 다 사와. 아, 용작두도 한 자루 사고."

"···옙?"

각성정수를 사오라는 뜻은 알겠다.

일전에 인우가 구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기에 앞으로 있을 각성을 위해 사 오라는 것일 테다.

그런데 왜 모조리 다 사 오라는 것인가?

게다가 용작두는 또 왜?

그러한 의문도 잠시.

인우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각성은 너만 하는 게 아니잖냐."

그러면서 인우는 자신의 분신들을 가리켰다.

이에 민철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하고야 말았다.

"아, 혀, 형님 분신들도 언젠간 99레벨이 되는 거니까··· 헐······. 쟤네들 다 각성시키면 도대체 괴물이 몇 명이 되는······."

"그리고 구입해 올 용작두는 니가 사용해라. 상태 좋은 걸로 잘 사 와."

"혀, 형님!!"

무기까지 구해 줄 참인가.

이윽고 민철은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눈물까지 글썽거리고 있었다.

이미 분신에게 개맞듯 했던 것은 까맣게 잊혀졌다.

"감사합니다!! 형님!!"

민철은 막사가 떠나갈 듯 소리치며 심지어 큰절까지 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옆에서 꼬물거리고 있던 지은이 잔뜩 잠긴 목으로 민철에게 말했다.

"야, 올 때 맛있는 거."

< 101화 점검 > 끝

ⓒ 호종이

< 102화 새로운 스킬들 (1) >

더 이상 시계를 보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퀸은 그저 기계처럼 살았다.

낮에는 사육장 일을 보고, 저녁에는 드넓은 주택에서 홀로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늦은 저녁.

퀸은 오늘도 거실 구석에 힘없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

일전에 들렀다간 박강중의 목소리가 아직도 뇌리에 가득 남아 있었다.

-정인우 씨가 사망했습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전사자의 보상이라며 지급된 물품은 퀸에게 믿음을 강요했다.

5개의 유니크 스킬 볼.

그가 살아 있었다면 굉장히 좋아했을 테지만, 이제는 쓸모없는 물품일 뿐이었다.

심지어 퀸은 이 스킬 볼들이 저주스럽기까지 했다.

인우가 죽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고작 이 작은 구슬들이라고?

생각 같아서는 모조리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퀸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생전 인우는 이 스킬 볼을 무척이나 좋아했으니 말이다.

그러한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서, 퀸은 끝끝내 이 물품을 보관했다.

마치 유골함이라도 되는 양.

이윽고 퀸은 조용히 눈을 감고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마지막으로 피를 마셨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러한 인지가 들자 거짓말처럼 현기증이 일었다.

그간, 정인우의 죽음이라는 충격으로 인해 배고픔마저 잊었던가.

"하아······."

당장에 냉장고를 열고 신선한 피를 마셔야 하겠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천천히, 억지로, 그렇게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크아아아아암!

-천천히 착지하라고 팜아!! 난 아직 해 보고 싶은 게 많단 말이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피어.

그리고 이어지는 익숙한 목소리.

이는 분명 얼마 전 난데없이 북쪽을 향해 날아간 팜이와 민철이었다.

-쿠당탕탕탕!

이윽고 무언가 엄청난 양의 짐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주택의 문이 벌컥 열렸다.

"퀸! 거기 있어요!?"

들려오는 민철의 외침.

민철은 불빛 한 점 없는 거실을 두리번거렸다.

"아, 거 불 좀 키고 살아요! 이게 뭐예요! 거기 있어요 퀸!?"

그러다가 민철은 어둠속에서 보라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발견했다.

얼핏 비치는 실루엣으로 보건대, 퀸은 드러누워 있었다.

"아니! 뭐 하세요 지금? 당장 나와서 저 좀 도와줘요! 인우 형님 심부름 때문에 잠깐 왔는데 팜이 때문에 전리품을 다 쏟아 버··· 으, 아아! 왜 이러세요!?"

인우 형님.

그 단어에 퀸은 거짓말처럼 몸을 일으켜 세워 민철에게 다가와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잔뜩 잠긴 목소리로 다급히 물었다.

"뭐라고 했어 지금? 인우? 주인님? 주인님이 살아 있어?"

"네에?"

"살아 있냐고!"

"악몽이라도 꾸셨나. 그럼 죽었겠어요? 됐고요. 빨리 저것 좀 도와줘요. 일단 저 쏟아진 짐들 다 주워 담아서 제 차에다 실어야 해요. 팜이 타고 마켓에 갈 순 없잖아요?"

그 말에 퀸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마나 정수는 대량의 A급과 소량의 S급들로 대략 1만개 가량이었다.

그리고 스킬 볼은 대략 500개 정도.

마지막으로 볼링공만 한 초특급 마나 정수 2개까지.

이 모든 물품을 처분하기 위해 꽤나 고생을 했다.

그럴 수밖에.

보통 양이 아니질 않나.

그리하여 얻게 된 수익은 그야말로 말이 안 될 지경.

일반 마나 정수 약 250억.

초특급 마나 정수 약 90억.

스킬 볼 약 150억.

도합 490억.

"······미친."

민철은 그 어처구니없는 금액에 다시금 인우의 위대함을 느꼈다.

누구는 중국으로 급파되어 관리국에서 내어주는 수당을 받는다.

그런데 인우는 그것을 넘어서 수백억의 수익을 올렸다.

만일 다른 초인들이 이러한 인우의 수익을 알게 된다면 배가 아파 견디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490억이라 해도 각성 정수 몇 개를 사면 금세 바닥이 나는 금액일 뿐이었다.

현재 각성 정수의 시세는 100~110억.

그렇기에 많이 사 봐야 4개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각성 정수의 경우 그 엄청난 금액보다 매물이 있는지가 더 관건이기도 했다.

99레벨의 초인들은 꽤나 많았고, 그들 모두가 각성을 원한다.

그렇기에 초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노예 계약에 가까운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거대 길드에 가입하기도 하질 않나.

어찌되었건 그러한 사항은 민철에게 해당 되지 않았다.

민철에겐 인우가 있었으니까.

"가만있어 보자··· 매물이 있다면 각성 정수 4개하고 용작두 한 자루를 간신히 사겠네."

490억이라도 한순간이구나 싶었다.

각성 정수의 가격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도 되먹지 못한 금액이다.

하지만 당연했다.

용작두 광전사는 한정되어 있으니 이와 같은 시세가 형성되어 있을 수밖에.

이윽고 민철은 대형 마켓들을 전전하며 각성 정수를 구매했다.

다행스럽게도 매물이 존재했고, 가까스로 4개의 각성 정수를 구매할 수 있었다.

"하하······."

황금색으로 빛나는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각성 정수.

한 손에 들어오는 이 4개 구슬의 금액이 440억이었다.

구매를 마친 민철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간신히 진정했다.

이제 남은 돈은 50억.

그리고 현재 용작두의 시세는 최소 40억이었다.

금액은 거의 딱 맞아 떨어졌다.

용작두의 경우 각성 정수에 비해 매물은 충분히 있었다.

그리하여 민철은 인우의 뜻을 따라 매우 좋은 상태의 최상급 용작두를 구매했다.

그 금액이 46억이었다.

"드, 드디어···!"

현재 민철의 손에는 SG그룹의 명품 대검 대신 용작두가 들려 있었다.

민철은 자신의 아반떼 뒷좌석에 명품 대검을 대충 던져 버리곤 감격스러운 손길로 용작두의 칼날을 쓰다듬었다.

새카만 칼날은 당장이라도 세상 모든 것을 두 쪽으로 갈라 낼 것만 같았다.

"흐흐······."

용작두는 보스가 떨구는 유니크 아이템.

그렇기 때문에 인류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이를 테면 SG그룹의 명품 대검 같은 무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인류가 제아무리 막강한 기술력과 신소재를 이용해서 무기를 만든다 해도, 용작두와 같은 무기의 기술력을 쫓아갈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용작두는 기술력이라기보다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무기이니까.

인류의 지식으로는 납득조차 할 수 없는 금속과 구조를 지닌 무기인 것이다.

"으아··· 너무 좋아··· 하, 하악······."

이내 민철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아······."

민철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 왔다.

드넓은 초원 위에는 수만 마리의 고블린 떼들이 보였다.

고블린들은 저마다 손도끼를 치켜들며 아리따운 여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민철은 보무도 당당하게 전진하여 용작두를 치켜든다.

이윽고 수만 마리의 고블린들이 나가떨어졌다.

그리하여 결국 아리따운 여성이 민철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여인이 말한다.

-야, 올 때 맛있는 거.

"히, 히익!!"

상상은 곧바로 현실과 이어지며 끝났다.

민철은 헛숨을 들이키며 식은땀을 흘렸다.

상상 속 아리따운 여인은 공교롭게도 정지은이었다.

"허, 허이구. 맞다. 누님이 맛있는 것도 사 오라고 했는데. 안 사오면 진짜 날 죽이려 들 거야."

이윽고 민철은 지은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들을 구매한 뒤 강원도 주택으로 향했다.

제법 늦은 시각.

민철은 있는 힘껏 아반떼의 엑셀을 밟았다.

이윽고 도착한 주택.

팜이는 오랜만에 돌아온 사육장에서 바실리스크를 괴롭히고 있었고, 퀸의 얼굴은 굉장히 밝아보였다.

민철은 그러한 퀸을 향해 작별을 고하고 팜이를 불렀다.

그러자 퀸이 다급히 무언가를 챙겨왔다.

"이거 주인님 줘."

"응? 이게 뭐예요?"

그러면서 민철은 퀸이 건넨 가방을 열어보았다.

이윽고 민철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뜨였다.

그곳엔 투명한 색상의 스킬 볼 5개가 보였다.

"허, 헐!! 다섯 개씩이나!! 어디서, 어디서 난 거예요?! 형님이 진짜 좋아하시겠네요!"

* * *

[시전자의 '분신1'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시전자의 '분신2'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인우는 소환한 모든 분신들에게 달리기를 시켰다.

그리하여 분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며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이다.

분신 스킬의 경우 쿨타임이 무려 24시간이다.

그렇기에 한 번 소환해 두면 오래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그리고 분신들은 달리기에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지금 여기.

막사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 정인우는, 분신들로 인해 추가적인 경험치를 얻고 있었다.

[경험치를 300+300 획득하였습니다.]

"오호. 이번엔 맹독 구울을 잡은 건가."

[경험치를 15+15 획득하였습니다.]

"15라면 이번엔 코볼트겠네."

자동사냥이 따로 없다.

그리고 이 뿐만이 아니다.

절대자의 호흡으로 인해 오르는 경험치도 있질 않나.

[경험치를 5+5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스킬 경험치를 5+5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5+5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스킬 경험치를 5+5 획득하였습니다.]

.

.

['육체 강화'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때마침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육체가 강철처럼 단단해지는 탱커의 스킬.

육체 강화의 레벨이 오른 것이다.

이밖에 다른 스킬들의 경험치도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건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새로운 스킬들도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경험치가 계속 오르는 인우의 특성상 스킬은 많을수록 좋지 않나.

그러나 유니크 스킬 볼을 구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올라가는 기세에 만족할 뿐이었다.

-형니이이이이임!

그러길 잠시.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보나마나 민철이였다.

사 오라고 했던 물품은 잘 사 왔을까?

"형님! 다녀왔습니다!"

이윽고 막사의 문을 비집고 민철이 들어섰다.

인우는 누운 자세 그대로 민철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했다.

하긴.

1억짜리 대검을 사용하다가 수십 억짜리를 지니게 되었으니 마냥 좋을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다가올 각성에 대한 걱정도 없을 테고.

이내 인우가 말했다.

"용작두는 상태 좋은 걸로 잘 산 것 같네. 그래서, 각성 정수는 몇 개나 사왔냐?"

"예 형님! 전리품 판매 총 490억 나왔고, 각성 정수 4개 사 왔습니다!"

"흐음 4개라."

1개는 민철이를 주고, 3개가 남는다.

현재 인우의 분신은 4명.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은 자명했다.

"흐음. 각성 정수가 더 많이 필요한데. 하나에 얼마씩이나 하디?"

"아, 110억씩입니다 형님!"

"끄응. 뭐, 전쟁 몇 번 더 치르면 될 일이지."

바투와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쳐야만 했다.

이윽고 인우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오늘부터 스케쥴을 짜고 중국에 분포되어 있는 용작두 광전사도 노려야 할 것 같았다.

분신 스킬이 마스터 레벨이 되면 개체수가 얼마나 증가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어느덧 민철이가 여전히 웃는 낯짝으로 인우에게 다가왔다.

"형님! 기쁜 소식이 하나 있는데요!"

"응?"

이내 민철은 조그마한 손가방 하나를 건네 왔다.

인우는 자연스럽게 손가방을 열어보았다.

다음 순간.

좀처럼 변함이 없는 인우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유니크 스킬 볼?"

"예 형님! 퀸에게 받아 온 겁니다! 형님이 전사한 줄 알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관리국에서 지급해 준 거라고 하더군요!"

"······."

민철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지금 인우의 신경은 온통 5개의 유니크 스킬 볼로 쏠려 있었으니 말이다.

이윽고 인우는 유니크 스킬 볼을 하나씩 입속에 넣기 시작했다.

< 102화 새로운 스킬들 (1) > 끝

ⓒ 호종이

< 103화 새로운 스킬들 (2) >

'아, 잠깐.'

인우는 유니크 스킬 볼을 입안에 넣으려다가 멈칫했다.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던 것이다.

'행운치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이윽고 인우는 자신의 양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았다.

왼손 중지에 끼워진 용맹의 반지.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주술의 반지.

오른손 약지에 끼워진 행운의 반지.

이 반지들은 각각 근력과 마력, 행운치를 올려주는 아티펙트이다.

그러나 반지의 경우 중지에 끼워진 것만 인정 되어 총 2개까지 발동된다.

일전 인우는 마력이 부족해서 행운의 반지 대신 주술의 반지를 끼우지 않았나.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높여 보는 것이 좋겠지.'

행운치의 경우 말 그대로 행운을 높여 준다.

그것이 유니크 스킬 볼에도 영향을 끼칠까?

이윽고 인우는 중지에 끼워진 주술의 반지를 빼고 그곳에 행운의 반지를 끼웠다.

['행운의 반지'의 기능이 발동함으로 인해서 '주술의 반지'의 기능이 사라집니다.]

['주술의 반지'의 해제로 인해 마력 40이 감소합니다.]

['행운의 반지'의 발동으로 인해 행운치가 상승합니다.]

'좋아 가 보자고.'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높였다.

이내 인우는 망설임 없이 첫 번째 유니크 스킬 볼을 삼켰다.

[이미 배운 스킬입니다.]

"에라이!"

행운치는 개뿔.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민철이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형님??"

"일단 하나는 꽝."

말을 마친 인우는 이내 두 번째 볼을 삼켰다.

그리고.

['아공간'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오!"

이번엔 꽝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척이나 유용한 스킬이 생성되었다.

아공간.

이는 액티브 스킬에 속하지만, 공격이나 버프 스킬이 아니었다.

아공간은 무척이나 독특한 스킬이었으니까.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규모가 매우 작은 하나의 차원이랄까?

이내 인우는 아공간의 정보를 불러왔다.

.

.

21. [아공간 Lv.1 (2%)] - 하나의 독립된 차원의 공간을 소환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아공간의 규모가 커집니다.)

확인을 마친 인우는 그 즉시 허공에 아공간을 소환해 보았다.

쩌어어어엉-!

그러자 난데없이 허공중이 갈라지며 차원의 균열이 생겼다.

그 광경에 민철이 눈을 부릅떴다.

"허어! 저건! 아공간 아닙니까 형님!?"

민철도 익히 알고 있는 스킬이었다.

다만, 흔한 스킬이 아니었기에 놀랄 수밖에.

아공간은 주로 하나의 인벤토리로 애용된다.

아예 다른 독립된 차원 공간이기에, 저 안에 물건을 담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그 어떠한 무게의 제한 없이 물건을 옮길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게다가 레벨이 올라갈수록 아공간의 규모가 커진다.

후에는 아공간에 수백 대의 자동차가 들어갈 만한 규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내 인우는 시험 삼아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아공간에 넣어 보았다.

이어 아공간 입구에 고개를 들이밀어 확인해 보니 머리카락이 잘 보관 되어 있는 것이 확인 됐다.

"흐음."

현재 아공간의 크기는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확인을 끝마친 인우는 아공간을 거뒀다.

만족스러웠다.

이제 남은 유니크 스킬 볼은 3개.

이윽고 인우는 세 번째 볼을 삼켰다.

[이미 배운 스킬입니다.]

"끙."

연이어 네 번째 볼.

[이미 배운 스킬입니다.]

"후······."

슬슬 열이 받았다.

행운의 반지가 영향을 주긴 주는 걸까?

괜히 더 밉상으로 보이는 행운의 반지였다.

이제 하나 남았다.

이윽고 인우는 마지막 유니크 스킬 볼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블리자드'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헐?"

블리자드는 인우도 익히 알고 있는 최상위급 마법이다.

메테오가 지옥의 불꽃이라면, 블리자드는 냉기의 폭풍이다.

둘은 상극이지만, 동급의 위력을 지닌 마법.

블리자드는 그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을 뿜어내는 마법인 것이다.

이내 인우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정보를 열어 보았다.

.

.

22. [블리자드 Lv.1 (3%)] ? 강력한 냉기 폭풍이 몰아칩니다.

스킬에 대한 설명은 예상외로 간결해 보였다.

그러나 보통 마법이 아닌 것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보통이 아니기에 문제였다.

지금 지닌 마력 스텟으로 발동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윽고 인우는 양손에 블리자드를 생성해 보았다. 발사할 생각은 없었다. 시전이 되나 확인해 볼 참이었으니까.

그리고 역시나.

[마나가 부족합니다.]

"아오 골치 아프네."

그림의 떡이 따로 없다.

그러다가 인우는 불현듯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차차.'

현재 중지에 끼워져 있는 것은 행운의 반지.

이내 인우는 행운의 반지를 빼고 주술의 반지를 끼웠다.

그러자 마력 스텟이 40증가했다.

그리고 다시금 블리자드를 생성해 보았다.

[마나가 부족합니다.]

"으아······."

도대체 얼마나 미친 마법이기에.

현재 인우의 마력 스텟은 130이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마나로도 시전이 불가능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

"형님 도대체 무슨 스킬이 떴기에 그러십니까??"

어느덧 민철이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고 있었다.

이에 인우는 대답 대신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서든지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마나만 확보하면 된다.

현재 인우에게는 마법사들에게는 꿈의 스킬이나 마찬가지인 마나 드레인이 존재하질 않나?

게다가 마나 드레인의 레벨은 마스터.

때문에 마나 드레인의 마나 흡수율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적에게 마법 공격을 명중만 시킨다면 마나를 흡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리자드와 같은 광역 마법으로 수많은 적들에게 타격을 입힌다면?

그때에 얻게 되는 마나 흡수율은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인우의 예상으로는 블리자드를 3~4방까진 연달아 사용 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레벨 업이 이렇게 절실해질 줄이야."

이러나저러나 스텟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블리자드는 마력에 스텟을 투자해서라도 사용할 만한 가치를 지닌 마법이다.

그랬기에 마력 스텟을 확보하기 위한 레벨 업이 필요했다.

가장 빠른 레벨 업은 역시나 블랙오크 사냥이었다.

그러나 현재 제라의 병력은 다음 전쟁을 위한 정비가 덜 된 상태였다.

아무래도 이번에 흡수한 부족원들을 새로이 편성해야 하니 조금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 제라를 앞세우고 그 뒤편에서 꿀을 빨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라가 없다고 블랙오크 사냥을 못할 인우가 아니었다.

이윽고 인우는 파뇌를 치켜들고 막사를 나섰다.

그런 뒤 팜이를 불렀다.

* * *

중국에 존재 했던 13개의 블랙오크 부족.

이들은 현재 4개의 부족으로 통합되어 있었다.

그중 현재 가장 큰 규모를 지닌 바투 부족.

바투는 도합 5개의 부족을 통합했다.

그 다음으로는 제라 부족이 있었다.

4개의 부족을 통합한 제라 부족.

제라는 드래곤의 가호와 인우의 도움으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떠한 통합도 하지 못한 메리 부족과 지오 부족이 있다.

이 중, 메리 부족은 특이하게도 족장 메리의 성별이 여성이었다.

이 때문일까?

블랙오크 메리는 다른 족장들과는 다르게 우람한 덩치를 지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족장이 된 이유는 당연 메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애초 메리는 단검을 사용하는 스피드 위주의 능력을 지닌 블랙오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오 부족의 경우 이렇다 할 특징이 보이지 않는 부족이었다.

그럼에도 지오 부족이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간단했다.

지오 부족의 영역이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세계 초인 급파 부대.

중국 곳곳에 배치되었던 이들은 현재 중국 난징에 집결한 상태였다.

미국, 한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초인들.

현재 이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블랙오크 말살.

그리고 이를 위한 발판으로써 제라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였다.

인류의 운명이 달린 전면전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으니까.

"바로 코앞이 메리 부족의 영역이군."

부대 최전방에 위치해 있던 대장들 중, 미국 대장이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이들은 지금 난징에 위치해 있는 메리 부족의 영토에 들어선 상태였으며, 메리를 칠 생각이었다.

당연 전면전은 무리다.

이들의 계획은 메리 족장을 암살하고, 그 부대의 병력들을 제라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제라는 현재 병력을 재정비하는 중이었기에 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

그랬기에 제라가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바투가 메리 부족을 흡수하게 두어선 안 된다.

때문에 인류의 초인부대가 나선 것이었다.

바투 부족이 지금보다 더 강력해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만 하지 않겠는가.

이윽고 인류의 초인부대는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전방을 주시한 채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대규모의 병력이 이동하는데도, 주변에서는 풀벌레 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이는 현재 초인부대가 그만큼 조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했다.

그런데 그때.

저만치 앞에 위치한 메리 부족의 영토에서 뿔피리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

그 소리에 미국 대장이 다급히 외쳤다.

"젠장! 침입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잖아! 저 자식들 우리가 왔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잔뜩 당황한 그였다.

그리고 당황한 이들은 미국 대장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초인들이 당장이라도 도주를 하기 위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님! 일단 후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초인 병사 한 명이 그렇게 물었다.

미국 대장의 의견도 병사와 같았다.

그런데 한국 대장인 배다정은 다른 것 같았다.

이내 그녀는 영어로 외쳤다.

"조금만. 조금만 더 대기!"

"뭐어!?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1분 1초가 목숨을 좌우한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미국 대장이 미치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다정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니야."

"뭐?"

"우리를 발견해서 뿔피리를 분 게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뭔데? 지금 침입한 병력이 우리 말고 또 있을 리가 없잖아!?"

미국 대장은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쳐댔다.

이에 배다정은 아무 말 없이 검지로 공중을 가리켰다.

그러자 모든 초인 병력들의 시선이 저만치 앞에 위치해 있는 공중을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인간이 드래곤 비슷한 무언가에 탑승한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블랙오크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암!

드래곤이 포효했고, 남자는 난데없이 바닥을 향해 착지했다.

그 모습에 초인 부대의 병력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외침을 내뱉었다.

"저, 저런 무모한!"

"저렇게 많은 블랙오크들 아래로 내려선다고!?"

"어쩔 셈인거야! 그리고 저 인간은 도대체 누구야!!"

그러나 그런 그들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자는 블랙오크들을 실컷 후드려 패다가, 이내 무기를 공중으로 붕 띄워 버렸다.

그런 뒤 남자는 공중에 뜬 무기를 손으로 잡아챘다.

그리고 무기는 남자의 무게를 견디며 공중을 날랐다.

순간 드래곤은 그러한 남자를 태웠다.

이어 남자는 드래곤을 타고 또 다시 블랙오크들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대장들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얼마나 깡따구가 좋은 거야?"

"이, 이럴 게 아니라 지금 난잡해진 저곳에 침투해서 메리의 목을 따는 게 맞지 않겠어!?"

"저 남자는 도대체 누구야?? 동양인 같은데. 어디 소속이지?"

모두가 궁금증을 표하는 그때.

배다정이 여전히 저 멀리에서 황당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인간이 바로 정인우야."

정인우.

그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 103화 새로운 스킬들 (2) > 끝

ⓒ 호종이

< 104화 도대체 마스터가 몇 개냐! (1) >

배다정은 분명 말했었다. 다시는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뒤에서는 세계 초인부대가 지원을 해 줄 것이라고.

그런데 저 꼴을 보라.

또 다시 무모한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미친곰 정인우.

그는 지금 드래곤을 타고 단신으로 메리 부족을 폭격하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기도 잠시.

어느덧 옆에 있던 대장들이 확인하듯 재차 물었다.

"저 사람이 정인우라고?"

"정신은 멀쩡한 인간인가? 저건 도대체······."

"믿을 수가 없군."

모두 하나같이 경탄을 표하고 있었다.

하긴.

다정조차도 처음 인우를 보았을 때 저들과 같았다.

그러나 미국 대장은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흥. 왜들 그렇게 놀라는 거야? 저 정인우라는 인간을 보라고. 저렇게 탑승 가능한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저 짓거리도 불가능할 리 없잖아. 저놈이 대단한 게 아니야. 단지 저놈이 길들인 드래곤이 대단할 뿐이지. 저건 정말 간단한 공격 방법이야."

드래곤을 길들인 사람도 대단하다는 걸 모르는 바보인지······.

이에 다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내 그녀는 미국 대장을 향해 말했다.

"제이슨. 정말 쉽게쉽게 말하는군. 정인우는 그렇게 얕잡아 볼만한 인물이 아니야."

"같은 한국 소속이라고 감싸 주는 건가? 우습군. 자, 뭐가 됐건 일단 우리는 예정대로 메리를 친다."

"정정하라고 제이슨. 정인우로 인해서 혼란이 발생했고, 이를 틈타 한결 편하게 족장 메리를 칠 수 있게 된 거야."

그녀의 말에 제이슨은 콧방귀를 뀌며 앞장서 나갔다.

본래 이들은 이곳 영역에 몰래 침투하여 메리의 목을 취하려 했다.

그러나 정인우 덕분에 상황이 훨씬 더 수월해진 것이다.하지만 제이슨은 쉬이 인정치 않고 있었다.

"가자고!"

이내 그들은 최대한 몸을 숨기며 메리의 거처를 향해 침투해나갔다.

* * *

[경험치를 16000+160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23000+23000 획득하였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은 금세 올랐다.

인우는 여전히 팜이의 등 위에 올라탄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취-익! 인간! 죽인다!"

푸슝 푸슝-!

지상에서는 온갖 마법과 화살, 그리고 투척 단검이 쏘아지고 있었다.

"많다 많아. 더 높이 올라가자."

-크암.

쉴드 따위의 마법이 없는 인우였기에 온전히 팜이의 비행 센스에 맡겨야 했다.

일전에 느껴보았듯, 팜이의 비행 실력은 발군이었다.

아무렴.

팜이는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니니 놈들의 공격은 크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놈들은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몰려왔기에 슬슬 한계점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슬슬 도주를 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는 인우였다.

그런데 그때.

타다다다닷!

저편에서 조심스럽게 내달려오는 한 무리의 인간들을 발견했다.

인종조차 다양한 그들은 족히 수만 명은 되어 보였다.

"오호?"

그들은 바로 인류의 초인부대였다.

그 중 최전방에는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인간들이 보였다.

"쟤들이 각국을 대표해서 넘어온 대장들 인가 보네."

배다정도 보였으니 아마 확실할 것이다.

"흐음."

현재 인우가 전투하는 광경을 보고 기회다 싶어서 침투해오는 듯 보였다.

올바른 판단이다.

"자식들. 그래도 나름 머리는 굴리네."

그간 잠잠했던 초인부대였건만.

이번에는 확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하긴.

이제 제라와 바투의 전면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취하기 위해 모두 뭉친 것 같았다.

어쨌거나 의도치 않게 원군이 온 상황.

그러니, 조금 더 놀아 보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곤란했다.

현재 인우에게로 쏠려 있는 블랙오크들이 너무나도 많아진 상황.

"초인 급파 부대. 실력 좀 볼까."

그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인우는 팜이에게 명령했다.

"블랙오크 놈들의 시선을 계속 끌고 있어."

-크아아아암!

이어 인우는 곧바로 파뇌를 치켜들었다.

* * *

인우는 광폭 어검과 스윙의 풍압을 이용해 초인부대가 있는 곳까지 왔다.

이 광경에 미국 대장 제이슨이 중얼거렸다.

"광전사 특성인가? 게다가 스윙을 사용하는군. 그런데 왜 스윙 같은 별 볼 일 없는 스킬을 마스터한 거야?"

단박에 인우의 특성을 파악한 제이슨.

그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이것은 비단 제이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대장들도 정인우의 스윙을 보며 혀를 찼다.

스윙은 애초 적을 날려 버리는 기술이다.

즉, 파괴적인 공격을 취하는 광전사에게 어울리는 스킬이 아니라는 소리.

그런데 정인우는 하고많은 스킬 중에 스윙을 마스터한 것처럼 보였다.

현재 전 세계 초인 중에 가장 많은 마스터 스킬을 보유한 이가 5스킬 마스터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현재 정인우는 많아 봐야 3스킬 마스터를 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즉, 3스킬 중 1개가 스윙이라는 소리.

이러니 우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배다정을 제외한 모든 대장들의 시선은 감출 수 없는 실망이 깃들어져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내 인우가 그들을 향해 착지해 왔다.

그 모습에 제이슨은 대놓고 깔보는 어조로 말했다.

"니가 정인우로군. 저 드래곤을 지속적으로 미끼로 쓰고 블랙오크들의 시선을 완벽히 끌어낸 건가. 잔머리를 굴리는 광전사라. 큭."

영어였다.

인우로서는 알아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런 인우의 입장을 충분히 인지한 초인부대였다.

이내 제이슨의 옆에 있던 초인이 곧바로 통역을 해 주었으니까.

그제야 인우는 제이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통역도 있겠다.

인우는 망설임 없이 제이슨을 향해 말했다.

"여긴 메리의 영역 중 가장 하단이야. 알고 있겠지? 대략 5분 전에 뿔피리소리가 들렸으니, 이제 곧 메리가 지원 병력을 끌고 올 거야. 나는 그때까지 여기서 재미 좀 보려고 하는데. 당신들은 어때?"

스윙 마스터로?

그 말이 목젖 끝까지 차오른 제이슨이었다.

그러나 제이슨은 간신히 비웃음을 삼킨 채 답했다.

"뭐, 드래곤이 시선을 확실히 끌어 주니 그것도 괜찮겠군. 우선 이곳 블랙오크들의 뒤통수를 친 뒤에 메리가 올 때까지 대기하지."

제이슨의 말에 다른 대장들도 동조했다.

이윽고 인우는 초인부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은 팜이를 노리고 있는 블랙오크들의 뒤통수를 공략했다.

파드드드드득!!

탱커와 암살 계열의 듀얼 클래스인 제이슨.

그의 특성은 좀처럼 보기 드문 탱커+암살 계열이었다.

애초 두 개의 특성이 한 몸에 공존하는 듀얼 클래스는 히든에 속한다.

그런데 그러한 히든 중에서도 탱커와 암살의 조합은 엄청나게 드물었다.

"으라아아압!"

그는 엄청난 빠르기로 전방을 향해 총알처럼 나아갔다.

그 가공할 만한 속도에 주변에 태풍과 같은 바람이 일었다.

우드득!

이어 제이슨은 탱커의 각성 스킬을 시전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단박에 단단해졌다.

그런 뒤 그는 여전히 공중을 공략하고 있는 블랙오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취-익! 뒤에 인간 놈들이 침투해 왔다!"

"메리 족장님이 더 빨리 올 수 있게 뿔피리를 또 불어!"

놈들은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는 초인부대를 보자 질겁했다.

초인부대의 경우, 메리가 오기 전에 빠르게 이곳을 정리할 참이었기에 손속에 망설임이 없었다.

이내 제이슨을 시작으로 모든 대장들과 조장, 그리고 조원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인우는 한참이나 뒤편에서 그러한 놈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워. 괜히 급파부대 대장들이 아니구나."

인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 뒤 주변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들을 집어 들고는 블랙오크들에게 내던졌다.

쐐애애애애액-!

인우가 던진 돌멩이는 암기 투척 스킬로 인해 엄청난 기운을 머금고 블랙오크들을 노렸다.

푸욱!

"꾸웩!"

어느덧 제이슨에게 공격받던 블랙오크 한 마리가 인우의 투척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에 제이슨은 놀라움을 숨기지 않은 채 외쳤다.

"암기 투척? 정인우. 별의별 잡기술을 다 가지고 있군. 이 정도 위력이라면 암기 투척의 레벨이 족히 90은 넘겠어."

투척 한 방에 블랙오크가 나가떨어졌으니, 거의 마스터에 임박해 있을 것이다.

스윙 마스터. 그리고 암기투척 마스터 임박.

그러나 여전히 의외였다.

정인우는 필시 광전사일 텐데 이상한 스킬들만 사용했고, 또 그 스킬들이 공교롭게도 마스터에 필적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인우가 혼잣말로 중얼댔다.

"아오. 이건 다 좋은데 돌멩이 줍는 게 너무 귀찮단 말이지."

"뭣?"

제이슨의 의문도 잠시.

어느덧 인우의 양손에서 무수히 많은 불꽃다발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그 광경에 제이슨을 포함한 대장들이 모두 인우를 바라보았다.

광전사가 이번엔 파이어 볼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눈동자는 오래지않아 놀라움으로 크게 뜨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저, 저게 파이어 볼이야?"

불꽃의 색깔이 조금 희한했다.

새하얗게 불타고 있는 불꽃.

대장격의 초인들은 모두 인우의 스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맙소사··· 파이어 볼 마스터로군."

간혹 가다 파이어 볼을 마스터하는 별종들이 존재했다.

최하급 마법인 파이어 볼은, 마스터 하게 되면 새하얗게 타오른다.

엄청난 고열을 머금는 것이다.

그 위력은 마스터답게 무지막지 하다.

화르르르륵!

이윽고 인우의 파이어 볼이 블랙오크들을 노렸다.

인우는 마치 저글링이라도 하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파이어 볼을 내던져 버렸다.

[경험치를 9000+90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11000+11000 획득하였습니다.]

.

.

경험치가 올랐고, 파이어 볼이 적들을 강타하자 마나 드레인이 발동됐다.

마나 드레인은 푸르게 빛나며 인우의 육체에 감돌았다.

그러자 마나는 금세 차올랐다.

파이어 볼쯤이야 무한에 가깝게 난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광경에 제이슨과 대장들은 슬슬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정인우가 사용한 마나 드레인은 분명 엄청난 마나를 흡수했다.

마치 마스터 레벨처럼.

아니, 저것은 분명 마스터 레벨이었다.

맙소사.

마나 드레인 마스터라니.

'스윙 마스터. 파이어 볼 마스터. 마나 드레인 마스터.'

이로서 3스킬 마스터다.

이는 초일류에 속하는 마스터 스킬 보유개수다.

그런데 그 3스킬이 모조리 희한한 것들뿐이었다.

게다가 3개중 2개는 마법 계열이다.

광전사가 마법이라니.

볼수록 희한했다.

'이거 완전 잡캐 아니야···? 설마 마스터한 스킬이 또 있는 건가?'

그럴 리 없음을 안다.

그럼에도 제이슨은 문득 등골을 따라 소름이 돋아났다.

제이슨조차도 5스킬 마스터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최상의 경지였다.

자신이 알기로 지금 세계에 존재하는 5스킬 마스터는 제이슨을 포함하여 2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어느덧 저 뒤편에 있던 정인우가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기 시작했다.

이어 인우가 중얼거렸다.

"몸 좀 풀어 볼까나."

"무슨 소리지···?"

제이슨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이에 인우는 대답 대신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압!"

"허··· 얼?"

인우는 포효와 동시에 광폭화를 시전 했다.

그러자 인우의 몸에서 검붉은 아지랑이가 피어났고, 포효에 가격당한 적들은 저마다 무릎을 꿇거나 귀를 막아댔다.

"취-익! 소리 공격이다! 살려!"

블랙오크들은 극심한 두려움에 떨었다.

그 광경에 제이슨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뜨여졌다.

기존에 자신이 보아 오던 광폭화와 포효완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이는 곧 이 두 스킬마저도 마스터에 가까울 거라는 확신으로 변했다.

"미, 미친!! 광폭화! 포효까지! 그럼 5스킬 마스터라고!? 저 자식도 나와 같은 5스킬 마스터!? 그게 가능해!?"

이 이상 놀랄 것이 존재할까?

잡캐도 이런 잡캐가 없었다.

그러나 제이슨은 알고 있을까?

인우는 이제 슬슬 시동을 걸었을 뿐이라는 걸.

< 104화 도대체 마스터가 몇 개냐! (1) > 끝

ⓒ 호종이

< 105화 도대체 마스터가 몇 개냐! (2) >

"으라아아아압!"

인우의 파뇌가 대기를 갈랐다.

그러자 태풍과 같은 바람이 일며 수백 마리의 블랙오크들이 날아가 버렸다.

"꾸아아악!"

"취-이익!"

마스터 레벨의 스윙은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한 위력을 뽐냈다.

단순한 풍압만으로도 적들을 밀쳐 버리는 것이다.

그즈음 되자 스윙을 우습게 보았던 초인부대의 대장들도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인우가 보여 준 마스터 스킬은 도합 5개.

스윙, 파이어 볼, 마나 드레인, 포효, 광폭화로써,

인류의 최상위급이라 칭해지는 5스킬 마스터인 것이다.

"허..."

여전히 제이슨은 정인우의 무지막지한 무력을 바라보며 멍청한 얼굴을 했다.

동양의 작은 나라인 한국.

그곳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정인우라는 인물.

소문조차도 없었던 초인이다.

정말로 별안간 나타난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놀라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제이슨을 포함한 초인부대의 인원들은 블랙오크들을 사살하며 정인우를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저들끼리 대화하기에 바빴다.

"미친...5스킬 마스터라니."

"지금 이곳에 있는 대장들조차도 5스킬 마스터는 제이슨, 배다정, 하루노 미치코가 전부인데."

그러나 아직 놀라기엔 일렀다.

어느덧 인우는 파뇌를 전방으로 향하게 했고, 그런 뒤 마치 창처럼 양손을 옆구리에 가져다댔다.

이어서 몸을 최대한 숙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우의 몸에서 새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푸스스스스스.

".....으라아아아아아!!"

이내 인우는 엄청난 기합을 내질렀다.

그러자 파뇌가 부들부들 떨려오며 인우의 육체가 팽팽함을 머금었다.

그리고...

파바바바바바밧!!

쐐애애애애애액!!

파뇌와 완벽한 한 몸이 된 인우.

그의 육체가 마치 대포알처럼 쏘아져 나갔다.

푸드드드득!

그러자 그 엄청난 추진력에 대기가 갈라지며 흙과 돌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푸우우우우욱!

이어 인우의 거대한 파뇌가 전방에 위치해 있던 블랙오크의 뱃가죽을 꿰뚫었다.

블랙오크는 그 한방에 비명조차도 없이 즉사했다.

그 광경에 누군가가 소리쳤다.

"또, 또 마스터다! 대검관통 마스터야!!"

"미, 미친! 이게 말이 돼!? 6스킬 마스터라고!?"

그 놀라운 광경에 제이슨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마...말도 안 돼..."

세계적으로도 두 자리 수 안팎이라는 5스킬 마스터.

나아가 누군가는 6스킬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뜬구름 같은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경지는 소문만 무성할 뿐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었다.

지구에 괴수가 등장한 지 30년.

그 30년 동안 수면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스킬 레벨을 꾸준히 올린다고 해도 6스킬이 한계라 했다.

30년이라는 시간을 최대한도로 끌어내야 6스킬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그런데 지금 그들 앞에서 6스킬 마스터가 현신한 것이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모두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이미 이곳이 전장이라는 사실조차도 인지가 안 될 정도의 놀라움.

그러나 그들의 놀라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압!!"

파뇌에 관통당한 블랙오크.

인우는 그러한 파뇌를 그대로 하늘 높이 치켜 올렸다.

후우우우우웅-!

그 단순한 동작에 대기가 일렁거리며 압도적인 기운이 전장에 퍼졌다.

이내 기운은 붉게 달아오르며 파뇌에 맺혔다.

그리고 이어진 내려찍기.

쾅! 쾅! 쾅! 쾅!

인우의 파뇌가 마구잡이로 땅바닥을 내려찍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지축이 흔들렸다.

파스스스스스!

쾅! 쾅! 쾅! 쾅!

그 놀라운 위력에 주변에 있던 블랙오크들은 모두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에 인우는 곧바로 쓰러진 블랙오크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내려찍기!

쾅! 쾅! 쾅! 쾅!

거대한 파뇌가 쓰러진 블랙오크들을 계란처럼 으깨기 시작했다.

사방에 살과 뼈가 튀었고, 땅바닥은 내장과 피로 진창이 되었다.

"미친..."

대표격으로 왔던 초인들이 내려찍기 마스터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이로서 7스킬 마스터.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했다.

저건 이미 인간의 경지가 아니다.

"후우."

한편 인우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날뛰었을 뿐이었지만, 지금 인우의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더 잡아야 한다.

이내 인우는 주변에서 자신을 괴물 보듯 바라보는 시선들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한 무리의 블랙오크들을 쏘아보았다.

인우의 시선을 느낀 블랙오크들이 주춤대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인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왼손에 전격을 응축시켰다.

쩌저저저적-!

이어 인우의 왼손에서 붉은 색깔의 전격이 튀어나왔다.

"꾸웩!"

"끄억!"

기가 라이트닝이 놈들을 덮친 것이다.

약한 놈들은 그 한 방에 골로가버렸고, 강하다 싶은 놈들은 강력한 전격에 의해 몸이 굳어 있었다.

인우는 그러한 놈들을 향해 쏜살같이 튀어나갔고, 마스터 레벨의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후웅-! 퍽!

그 한 방에 블랙오크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이에 블랙오크들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취-익! 이 인간 놈부터 죽인다!"

"메리 족장님은 도대체 언제!"

다급한 비명을 내지르는 블랙오크들.

놈들은 작정을 하고 달려들었다.

엄청난 물량공세.

사방천지에서 새카만 블랙오크들이 다가오자 인우는 파뇌를 치켜 올려 가슴에 댔다.

그러자 마스터 레벨의 대검 막기가 발동됐다.

챙- 캉!

후두두두둑-!

블랙오크들의 병장기가 인우의 파뇌에 닿자 마치 이쑤시개처럼 바닥을 굴렀다.

아무렴, 마스터 레벨의 대검 막기이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이 새끼들. 경험치 주려고 알아서 들어오는 거 봐라."

인우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블랙오크들은 문득 소름이 돋아남을 느꼈다.

사방팔방에서 포위하고 있음에도 다리가 떨려왔다.

어느덧 인우는 파뇌를 쥔 양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런 뒤 곧바로 팽이처럼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우의 몸에서 토네이도와 같은 태풍이 일며 주변에 있던 블랙오크들이 산 채로 갈리기 시작했다.

쒸이이이이이익!!

전장을 휩쓰는 광폭난무였다.

* * *

7스킬.

이때 제이슨은 정말 어안이 벙벙해져 말조차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이어 8스킬.

놀랄 틈도 없이 튀어나온 또 하나의 마스터 스킬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9, 10, 11, 12, 13, 14.....

무려 14스킬 마스터였다.

인우는 무력을 숨기지 않고 온전한 깽판을 치고 있었다.

능력을 숨긴다면 숨기겠지만,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최대한 많은 경험치를 먹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뒤를 봐주는 초인부대도 있었으니 인우는 마치 날개라도 달린 듯 날뛰었다.

마치 보란 듯이 마스터 스킬들을 뽑아내는 정인우.

이에 제이슨은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을 느끼고 있었다.

제이슨마저도 이럴진대 다른 초인들은 아예 턱이 빠지진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사실, 정인우처럼 여러 가지 스킬을 활용하는 초인들도 더러 존재했다.

그러나 정인우처럼 그 모든 스킬들을 마스터까지 만드는 초인은 결단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초인들은 주력 스킬을 키우기에도 바쁘지 않은가?

사실, 직업에 상관없이 모든 스킬을 랜덤으로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스킬 볼조차도 일부 매니아들만 구입한다.

타 직업군의 스킬까지 보유해 봐야 다 키우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유니크 스킬 볼이 50억이라는 엄청난 시세를 유지하는 것은 희소성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유니크 스킬 볼에 한번 재미가 들리면 순식간에 재산을 탕진하게 된다.

타 직업군의 모든 스킬을 다루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부 초인들은 유니크 스킬 볼을 악마의 볼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한, 유니크 스킬 볼은 먹는다고 무조건 스킬을 습득할 수도 없었다.

유니크의 경우 해당 초인이 이미 습득한 스킬이 나올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스킬이 제아무리 수천가지라도, 유니크를 통해 여러 가지 스킬을 습득하기란 요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확률적으로 보자면 유니크 스킬 볼을 먹을 때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유니크는 중복 스킬이 나올 확률이 굉장히 높은 악마의 볼.

그런 의미에서 정인우는 유니크 스킬 볼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를 하는 초인은 결코 흔치 않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정인우처럼 여러 가지 스킬을 마스터까지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정인우의 무력은 14스킬 마스터.

게다가 14개의 마스터 스킬을 제외하고 다른 스킬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스킬들은 상당한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히 말해 잡캐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잡캐였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가?

'저 새끼 완전 인간이 아니야.'

제이슨은 넋이 나갔다.

이곳 영역에 존재했던 수십 만 마리의 블랙오크들은 모조리 작살났다.

인류의 초인부대와 정인우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인우 혼자서 10% 이상의 블랙오크들을 요절냈다.

모두 인우의 압도적인 무위에 넋을 놓았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인우는 그야말로 신나게 깽판을 친 것이다.

인우의 입장에서도 혼자서는 결코 이뤄 내지 못할 쾌거였다.

그러나 수만 명의 초인부대와 함께 해서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지금 인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대체 레벨을 몇 개나 올린 것일까.

심심하면 '레벨이 올랐습니다.' 라는 문구가 떠 댔으니 엄청나게 올랐을 것이다.

이내 여유가 생긴 인우는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정인우>

레벨 : 235

특성 : 광전사

스텟 : [근력 495+50+10+15] [민첩 285+40] [마력 80+10+40] [체력 250+40+10+10]

미분배 포인트 : 105

[EXP 1,004,000 / 3,250,000]

본래의 레벨이 214였으니 총 21개의 레벨이 올랐다.

이에 미분배 포인트는 무려 105개가 생겼다.

애초 인우의 목표는 블리자드를 시전하기 위한 포인트 확보였다.

그렇기에 현재 확보된 105개라면 충분히 시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105개 모두를 마력에 투자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마력 스텟 투자는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

'자, 그럼 가 볼까.'

이윽고 인우는 블리자드를 시전 가능할 때까지 마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인트를 마력에 85개까지 투자했을 때.

그제야 마침내 블리자드를 양손에 응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즈음.

터벅- 터벅-

제이슨과 초인부대의 모든 인원들이 인우에게로 다가왔다.

이내 가장 앞에 있던 제이슨이 얼빠진 얼굴을 한 채 인우에게 물었다.

"당신 도대체 뭐야...?"

< 105화 도대체 마스터가 몇 개냐! (2) > 끝

ⓒ 호종이

< 106화 블리자드 >

당신 뭐냐니?

무슨 질문이 저따위야?

인우는 그러한 생각을 하며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안쓰러울 정도의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안간힘을 다해 표정을 가꾸고 있는 게 티가 났다.

하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그러니 저렇게 표정관리가 안 되는 것일 테지.

어느덧 제이슨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정인우··· 당신 말이야. 인간 맞나?"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익히 경험했듯, 제이슨의 옆에 있던 초인이 통역을 해 주었다.

이내 인우가 답했다.

"그럼 내가 뭘로 보이냐?"

"···말이 되지 않는다. 너 같은 인간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

"이제 봤으니 됐네. 그리고, 지금은 이런 대화보다는 메리가 오기 전에 빨리 작전을 짜야하지 않겠어? 어물쩍거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아······."

핵심을 찌르는 인우의 말.

이에 제이슨은 또 다시 멍청한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어느덧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정인우의 말이 맞다.

우선 이곳 영역의 블랙오크들을 몰살했으니, 이제는 몸을 숨기고 이곳으로 오게 될 메리를 암살해야 했다.

이윽고 제이슨은 미국 대표답게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며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말하지. 우리는 이곳 영역 테두리에 몸을 숨기고, 메리가 병력을 끌고 오면 가장 먼저 마법 계열의 초인들이 광역기를 시전한다. 자잘한 마법들은 필요 없어. 최상위급 마법으로 선제공격을 날릴 거야."

제이슨의 작전은 여러 초인들을 통해 각국에 맞는 언어로 동시에 통역되고 있었다.

제이슨은 연이어 말했다.

"선제공격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메테오나 블리자드 급의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초인은 10명 안팎인 것으로 안다. 이 10명이 최상위급 마법으로 최대한의 폭격을 가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

제이슨의 작전은 간단했다.

이제 곧 이곳으로 몰려올 메리의 병력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잠시 동안 만큼은 빈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다.

그리고 그 빈틈을 비집고 메리에게 총공세를 감행한다.

그렇게 메리가 사망하게 되면 남은 졸개들의 항복을 받아낸다.

어찌 보면 간단하지만, 지금으로선 제법 합당한 작전이라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시나 최상위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초인들이었다.

이내 제이슨은 마법 계열의 초인들을 추려냈다.

그러자 익히 예상했던 것처럼 10명이 차출되었다.

이들 모두 광역기를 시전 가능한 인원들이었다.

"너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한다면, 그때는 메리의 병력들과 전면전을 치러야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알겠어."

"잘 알겠습니다."

모두가 알았다는 뜻을 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통역된 제이슨의 작전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인우가 뒤늦게 손을 들고 그를 불렀다.

"어이. 어이."

"뭐지? 정인우? 당신은 마법사들이 광역기 시전을 끝마치면 그때 나서면 돼."

"아아, 알겠는데, 그건 그거고."

"···응? 기가 라이트닝이라도 쓸 참인가? 마스터인 건 알겠지만 지금 필요한 마법은 극강의 범위 마법이다."

제이슨의 얼굴에는 낄 때 끼라는 듯한 아니꼬움이 묻어 있었다.

정인우가 비정상적인 마스터 스킬을 보유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극강의 광역기는 없지 않나?

그래 분명 그랬다.

그런데 왜 정인우의 얼굴에서는 묘한 자신감이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에 제이슨과 초인부대들은 '설마'하는 심정으로 인우의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윽고 인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을 마친 인우는 양손에 블리자드를 응축시켰다.

후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강력한 냉기 바람이 인우의 주변을 휘감았다.

저것은 분명 최상위급 범위 마법 중 하나인 블리자드였다.

"허······."

"···미친."

그 광경에 모든 초인들은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

* * *

미국 워싱턴 세계초인협회 본부.

이곳은 국제기관의 하나였고, 평상시에는 큰 힘과 권한을 갖지 않는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한쪽에 힘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다만 인류의 존망이 걸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 발생될 때, 각 국가의 수장 및 초인 관리국의 장들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세계초인협회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각 국가에 비상 소집령이 떨어진 지도 벌써 수개월이 흘렀다.

인류를 위협하는 중국의 블랙오크 부족.

13개나 되었던 놈들의 부족은 이제 4개로 줄어 있었다.

그리고 중국으로 파견된 초인급파부대는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현재 이곳 세계초인협회 본부에서는 중국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지속적인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세계초인협회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인물은 정인우였다.

밝혀진 그의 무력은 무척이나 쇼킹했다.

어느덧 미국 초인관리국의 국장이 보고가 들어온 내용을 훑으며 운을 뗐다.

"14스킬 마스터. 이게 사실이라고 보십니까?"

"어불성설입니다. 현재 중국에 급파된 대장들 중에서도 최대가 5스킬 마스터입니다."

회의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진행되었고, 러시아 대표가 답하고 있었다.

"그럼 이 보고는 뭡니까? 급파부대의 대장들이 눈이 삐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정인우라는 인물이 14스킬 마스터라는 것보다는, 다른 대장들의 눈이 삐었다는 것이 훨씬 더 신빙성 있게 다가옵니다만."

일본 대표가 받아쳤다.

그리고 일본 대표의 의견에 멕시코 국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각국의 최정상 초인들이 단체로 눈이 삐었다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난데없이 등장한 정인우.

그가 등장함과 동시에 들어온 보고들은 모두 허황된 것들뿐이었다.

제라를 부하 다루듯 하며 블랙오크들을 학살하고 다닌다느니, 드래곤을 타고 폭격을 가한다느니, 온갖 잡다한 스킬을 마스터까지 끌어올렸다느니······.

모두다 얼토당토 않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커다란 대사건이다.

그리고 어쩌면 위험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훗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도래했을 때.

그때에 정인우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어느덧 미국 국장은 한국 국장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이종혁 국장. 정인우는 당신 국가의 초인이질 않습니까? 그 초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4스킬 마스터라면··· 그래 이게 정말 사실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그가 만약 악한 마음을 갖는다면 세계에 위협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인간병기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사실상 위험인물이지 않습니까?"

초인 강대국중 하나인 미국.

미국 국장의 말에서는, 강자를 사전에 배척하려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세계 초인들의 무력 수준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한 존재가 등장한다면?

기존에 있던 국가별 벨런스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미국이 그러한 불균형을 바랄 리 없다.

이에 한국의 국장 이종혁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겉으로는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답했다.

"···흐음. 위험인물이라······. 사실, 정인우는 한국에선 제법 유명합니다. 아니, 제대로 설명해 보자면 정인우의 또 다른 신분인 미친곰이 유명하죠. 미친곰은 동상까지 세워졌을 만큼 한국에서는 스타급의 초인입니다."

"미친곰?"

"네. 저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미친곰과 정인우가 동일인물이었다니··· 그는 일전에 대통령 표창장까지 거절했을 만큼 정체를 밝히기 꺼려했습니다. 이는, 애초 권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죠."

"아니지. 정체를 밝히기 꺼려했다? 그럴 만한 이유는 따로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입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어떻게 해서든 이 회의에서 정인우를 위험인물로 만들 생각인 것 같았다.

이에 이종혁은 미국 국장의 말을 중도에 자르며 강한 어조로, 나아가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여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무얼 물어보시는지 알겠습니다. 정인우. 일단 지금으로선··· 그는 인류의 구원자가 맞겠지요. 다만 아직은 속단할 수 없습니다. 저조차도 정인우가 어떠한 성향의 인물인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지금은 믿는 것이 맞습니다. 정인우는, 현재 블랙오크들의 마수를 떨쳐내어 줄 수 있는 강력한 초인 중 한 명인 것은 확실하니까요."

말을 마친 이종혁은 확고한 얼굴로 좌중을 바라보았다.

현재로선 이것이 최선이었다.

정인우가 이번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한다면, 이들도 훗날에 함부로 정인우를 위험인물로 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어느덧 이종혁의 말에 몇몇 대표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지금으로선 믿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늘 그렇듯, 비정상적인 강력함은 트러블을 유발하곤 하니까.

* * *

저 멀리에서 지축이 흔들리며 먼지구름이 피어났다.

그리고 머지않아 먼지를 뚫고 엄청난 병력의 블랙오크들이 이편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메리와 그녀의 병력들.

이에 바위와 나무 따위의 것들에 몸을 숨긴 초인부대의 인원들은 숨을 죽였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어느덧 메리는 난장판이 되어 있는 자신의 영역을 바라보며 광분했다.

"으아아아아! 감히 인간 새끼들이! 나의 부하들을···!"

"취-익. 위대한 족장 메리시여. 못해도 20만 명의 동족들이 몰살당한 것 같습니다."

"닥쳐! 으아아아아아!"

메리의 키와 덩치는 일반 부족원보다도 작았다.

애초 그녀는 중국에 존재하는 모든 족장들 중에서도 유일한 여성이질 않나.

그러나 그녀는 덩치에 맞지 않게 무척이나 불같은 성정을 지닌 듯했다.

이윽고 메리는 새빨개진 눈을 부릅뜨며 사방을 주시했다.

"이 자식들! 다 도망간 건가!"

메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상태였다.

지금까지 병력들을 잘 관리했던 그녀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관리할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당장 바투님에게 기별을 넣어! 미친 인간 놈들! 감히! 나는 바투의 여자가 될 몸인데! 감히 나의 부족을 건드려?!"

그녀는 오래전부터 바투를 사모해 왔다.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바투라면 뭐든지 내어줄 수 있었다.

여태까지 그녀의 부족이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바투는 일찌감치 메리의 부족을 삼킬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바투는 그러지 않았다.

이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애초 메리는 언제든 바투에게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된 족장이었으니 말이다.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떡과, 싸워서 차지해야 할 떡.

메리 부족의 경우 바투에게 있어서 전자에 속했던 것이다.

"뭐하냐고! 빨리 바투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고! 그리고 아직 인간 놈들이 멀리까지 도망가진 못했을 거야! 당장 찾아!"

"네! 족장님!"

"취-익! 알겠습니다! 족장님!"

힘차게 답하는 졸개들이었다.

휘이이이이잉-!

그런데 그때였다.

별안간 공중에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에 메리는 곧바로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하늘 위에서는 드래곤을 타고 있는 웬 인간 놈이 양손을 치켜 올리고 있었다.

그 인간 놈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블리자드."

이윽고 엄청난 냉기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106화 블리자드 > 끝

ⓒ 호종이

< 107화 아는 것이 힘이다 >

인우의 블리자드는 20레벨이었다.

다른 스킬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

그럼에도 인우의 블리자드 레벨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었다.

광역 마법의 경우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기에 주력기로 이용할 수 없는 스킬이다.

게다가 스킬은 한 번 시전할 때 1의 경험치를 얻질 않나.

그렇기 때문에 높은 레벨의 광역기를 보유한 초인은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일까?

인우의 블리자드가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던 초인들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폭풍은 공기마저 얼릴 듯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미, 미친. 블리자드 레벨까지 장난이 아닌데?"

"자, 자! 넋 놓지 말고 우리도 빨리!"

현재 이곳 전장에 광역기를 쏟아낼 마법사 초인들.

그들이 지닌 광역 스킬의 레벨은 가장 높은 이가 33이었다.

후두두두두두두-!

이윽고 인우의 블리자드를 시작으로 전격과 불꽃으로 이루어진 광역기들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공중을 수놓는 새하얀 냉기 폭풍과 벼락, 그리고 운석 덩어리들.

반짝반짝 빛나는 마법들은 일견 아름다웠다.

그러나 저 아름다움 속에 녹아들어 있는 위력은 치명적이다.

어느덧 전장 한복판에 있던 족장 메리가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젠장! 함정이야!"

"족장님! 어떻게 해야 됩니.....!"

다급한 졸개들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

후우우우웅-!

쾅! 쾅! 쾅! 쾅!

광역 마법이 메리와 병사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꾸웨에엑!"

"으아아아!"

전장은 단숨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냉기 폭풍에 의해 단숨에 전신이 얼어붙은 블랙오크들.

녀석들은 성대마저 단단히 얼어 비명조차도 내지르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새빨간 운석.

메테오가 얼어붙었던 녀석들을 단숨에 녹이며 이내 육체마저 태웠다.

"크아아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전격 마법 라이트닝 레인.

꽈강! 꽈강!

번개가 비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번개는 녹아 버린 블리자드로 인해 더욱더 강력하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열 개가 넘어가는 광역 스킬의 위력은 대단했다.

사실, 광역 스킬의 경우 아군마저 휩쓸릴 수 있기에 전쟁에서의 활용도가 좋지 않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기습 작전에서는 굉장한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덧 인우는 팔짱을 낀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직은 팜이의 등에서 내려설 때가 아니다.

지상의 광경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리고 인우의 블리자드에 타격 당한 블랙오크들의 경험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광역기이기에 경험치가 들어오는 속도가 평소보다 수배는 빨랐다.

그러나 아무래도 여러 마법이 빗발쳤기에, 경험치는 기여도에 따라 나누어지고 있었다.

[경험치를 7800+78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900+9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2500+2500 획득하였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인우의 레벨이 하나 올라갔을 때 즈음.

그때 지상에서 제이슨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이다!"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는 블랙오크들.

지금이 기회였다.

빠르게 메리의 목을 따고 졸개들의 항복을 받아내야만 했다.

이내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모든 초인부대가 메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그제야 인우도 팜이의 등에서 내려설 준비를 했다.

"힘의 정수와 유니크 스킬 볼을 꿀꺽 하러 가 보실까나."

* * *

인우와 민철이 떠난 뒤, 도축장의 말리오는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우나 민철이 있을 적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도축을 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퀸은 졸지에 괴수들을 도축하게 생겼다.

지금 하지 않으면, 불어난 말리오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으음."

애초 퀸은 괴수이기에 경험치를 얻지도 못한다.

그랬기에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쉬이이익!

현재 퀸은 2번 사육장에 들어서 있는 상태였다.

말리오들은 바닥에 가득 깔린 붉은 성수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으. 징글징글하네."

퀸은 말은 그렇게 내뱉으면서도 새빨간 혀로 입술을 적시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 위협적인(?) 광경에 말리오들은 괴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이이이익!!

놈들도 아는 것이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수백 마리의 동족들이 골로간다는 것을.

다만 근래에 들어 잠잠하다 싶었건만, 결국엔 이렇게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이윽고 퀸은 괴수 사육용 방호복과 장화를 신었다.

방호복에서는 찌릿한 냄새가 났다.

"으응. 우리 주인님 냄새...? 가 아니라, 으악! 김민철 냄새!"

퀸은 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며 질겁하고 있었다.

분명 주인의 냄새라 생각했을 땐 그리도 좋았건만...

민철이의 냄새라는 생각이 들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좀 빨아 입지. 냄새나는 인간 놈."

퀸은 실컷 민철의 뒷담을 놨다.

그런 뒤 슬금슬금 말리오들이 헤엄치는 곳으로 이동했다.

-쉬이이이이익!

"오오. 착하지? 가만히 있어야 아프지 않아."

퀸은 친절을 듬뿍 담아 말리오들을 진정시켰다.

그런 뒤 별안간 도축용 단검을 휘둘러 댔다.

-꽤액!!

이에 말리오들은 반항다운 반항조차 못하고 절명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험치는 없었다.

-쓰걱!

퀸은 한 마리의 말리오의 머리통을 도려낸 뒤에 그 몸통을 자신의 입술에 댔다.

쮸웁-

그런 뒤 온 힘을 다해 빨았다.

싱싱한 말리오의 피가 퀸의 입안에 가득 담기더니 이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캬하!"

퀸은 부들부들 떨려오는 말리오의 몸통을 쥔 채로 감탄을 내뱉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체의 피.

따끈하고 싱싱한 피는 소름이 돋을 만큼 달콤했다.

"너무 좋다."

이내 퀸은 말리오 시체를 대충 내던진 뒤에 또 다른 놈을 물색했다.

"오통통한 놈으로!"

-쉬이이이이익!

그렇게, 퀸은 장장 1시간 동안 수백마리의 말리오들을 도축했다.

나중에는 배가 너무 불러서 가지고 온 비축용 양동이에 피를 받아두었다.

"좋아 좋아."

이 정도의 도축이면 충분했다.

이내 퀸은 사육장 바닥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말리오들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채취 해야겠지?"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해야한다.

퀸은 작은 주먹을 말아 쥐며 씩씩하게 말리오들의 사체로 다가갔다.

그런 뒤 마나정수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셋...."

많아도 너무 많다.

104개까지 세다가 포기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채취하던 그녀.

그러한 그녀가 별안간 꺅 하고 놀라움을 표했다.

"뭐야 이건?"

그녀의 손에는 마나정수도, 스킬 볼도 아닌 반지가 하나 들려 있었다.

말리오의 사체에서 채취된 아티펙트였다.

반지는 물처럼 투명한 빛깔이었고, 중앙에는 에메랄드 빛깔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척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반지.

"주인님이 오면 좋아하시겠다."

그러면서 퀸은 해사하게 웃었다.

벌써부터 주인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상상될 정도였다.

이내 퀸은 반지를 조심스럽게 품속에 갈무리했다.

"자, 이제 3번 사육장으로 가 볼까!"

애초 아티펙트의 드랍율은 극악이다.

그러나 퀸은 이와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킬 볼도 많이 나와야 좋아하실 텐데!"

퀸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아티펙트를 채취한지도 모른 채, 그렇게 해맑게 다음 사육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메리는 거세게 맞섰다.

이에 따라 전투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현재 메리가 끌고 온 병력들이 광역 마법에 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집중 다굴은 성립될 수 없었다.

물론 모든 블랙오크들이 전투불능이 된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법으로 인해 피어난 혼란이 가라앉고 있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빠르게 메리의 목을 쳐야만 했다.

시간이 늦어진다면, 초인부대는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야아아아압!"

초인부대는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모든 초인들은 사력을 다해 오로지 메리만을 공격했다.

이에 메리는 양손에 단검을 치켜든 채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망할 인간 놈들!"

인간들은, 빌어먹을 정도로 영리한 진을 펼치고 있었다.

원거리와 근거리의 조합을 완벽하게 구성하여 메리의 숨통을 조여 왔던 것이다.

"으아아아아! 죽여 버릴 거야!"

그리고 그보다 더 열받는 것은 거대한 무기를 치켜들고 있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메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대검을 치켜든 채로 이쪽으로 지원을 오려는 블랙오크들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압!!"

블랙오크들이 정신을 차렸다 싶으면 포효한 뒤 스윙을 시전했다.

"다 뒤져!!"

그런 다음 안전이 확보되면 또 다시 귀신같이 나타나 메리를 공격했다.

이러니 메리의 눈이 돌아갈 수밖에.

"이 미친 인간 놈들!"

메리는 비명과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수차례의 광역기에 얻어맞은 그녀였지만, 그런 것 치고는 놀랍도록 멀쩡해 보였다.

아무렴, 한 무리의 족장인 메리다.

일반적인 블랙오크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메리는 눈을 부릅 뜬 채 외쳤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바투님! 바투님!"

그녀는 단검을 휘두르며 사방에서 빗발치는 초인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공격하고 있는 초인들은 세계적인 랭커들.

"끄헉!"

그녀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제아무리 극강의 무력을 지닌 족장이라 해도 초인부대의 총공세를 이겨 낼 순 없었다.

푸욱-!

어느덧 제이슨의 검이 메리의 배를 꿰뚫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메리는 단숨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끄...끄흑...바투님..."

쓰걱-!

어느덧 메리의 머리통이 잘렸고, 그녀의 몸통은 잠시 주춤대다가 목에서 피분수를 뿜어내며 바닥에 무너져버렸다.

"우와아아아아아!!"

메리가 무너지자 초인부대원들은 환호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제이슨이 메리의 머리통을 든 채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족장은 죽었다! 순순히 투항하도록!"

이로서, 메리의 병력은 온전히 제라에게 흡수될 수 있을 테다.

그런데 그때.

메리의 시체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며 새하얀 무형의 기운이 떠올랐다.

그러자 이러한 광경을 처음 목격한 초인부대원들은 저마다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우는 아니었다.

'힘의 정수가 떠오르네. 저건 내꺼다.'

인우는 조심스러워하는 초인부대원들을 비집으며 메리의 시체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애초 힘의 정수란 생전 엄청난 전투력을 지닌 생명체들이 내뱉는 영약.

인류의 사냥터에는 블랙오크 족장들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괴수가 없다.

그렇기에 인류는 힘의 정수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후우우우우웅-!

어느덧 떠오른 무형의 기운은 점차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어떠한 형태를 띠우더니 이내 동그랗게 뭉쳐졌다.

그러한 힘의 정수는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며 허공에 떠 있었다.

제이슨은 그것을 지켜보며 말했다.

"저건 도대체 뭐지?"

그러면서 그는 힘의 정수를 만지려 손을 가져다 대려 했다.

그리고 그때.

인우가 다급히 외쳤다.

"만지지 마!"

그러한 외침에 모든 초인들의 시선이 인우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인우가 말했다.

"저건 강력한 폭탄이다. 만지는 순간 주변은 초토화 될 거야."

"뭐라고!?"

인우의 말에 모두가 기겁을 했다.

애초 인우는 제라와 친하기도 했고, 블랙오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랬기에 그만큼 신빙성이 있었다.

또한, 저 구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기운은 그러한 인우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어느덧 인우는 조심스럽게 메리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런 뒤 아공간을 소환했다.

후우우웅-!

인우의 옆에 아공간이 열렸고 이와 동시에 인우가 말했다.

"이건 내가 처리하지."

그러면서 인우는 아공간을 움직여 메리의 시체를 통째로 넣어버렸다.

그제야 모든 초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아공간? 아예 다른 차원의 공간인 그곳에 들어갔다면 안심할 수 있겠어! 휴우...폭탄이었다니.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아는 것이 힘이다 새끼들아.'

인우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 107화 아는 것이 힘이다 > 끝

ⓒ 호종이

< 108화 이게 웬 떡이냐 (1) >

제법 긴 여정이었다.

바투는 지금 지오 부족의 영토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현재 바투는 진격을 멈췄다.

"난징을 빼앗겼다고?"

바투는 자신을 향해 보고하고 있는 지천우를 향해 묻고 있었다.

이에 지천우는 빠르게 현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메리 족장님의 영역이었던 난징은 인류의 초인부대에 의해 함락되었습니다. 이는 현재 난징에 나가 있는 제 수하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니 확실합니다."

그러면서 지천우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어 온 사진들과 영상을 바투에게 보여주었다.

영상과 사진에는 메리의 잘린 머리통을 치켜든 외국인 남성, 그리고 인류의 병력들이 보였다.

바투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흐음. 떡 하나를 빼앗겼군. 이곳 라싸와 난징을 동시에 치려했건만, 인간 놈들이 온 힘을 다해 난징을 노릴 줄이야."

바투는 자신을 사모해왔던 메리의 죽음에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쉬워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영상과 사진을 바라보던 바투.

그러던 그가 돌연 이마를 좁혔다.

"미친곰이 보이는군."

사진 속 저편에는 거대한 무기를 치켜든 남자가 보였다.

바투는 일전에 죽기 일보직전이었던 미친곰이 드래곤을 타고 도주하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놈은 도주하기 직전 탈을 벗으며 얼굴을 보였다.

그리고서 내뱉는 말이 가관이었다.

'바투야. 장님 새끼가 아니라면 내 얼굴이 똑똑히 보일 거다.'

그 말에 바투는 동정심이라도 살 심산이냐며 비꼬았다.

그러자 놈은 미친 소리를 내뱉질 않았나.

'빡대가리 새끼. 기억해두라는 거다. 이게 내 얼굴이고, 나는 정인우다. 바투야. 너는, 반드시 내가 죽인다.'

녀석이 내뱉은 말은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떠오를 정도였다.

"다시 보는 날. 그때가 네놈의 마지막이 될 거다. 정인우."

바투의 중얼거림에 지천우 또한 사진과 영상 속 정인우를 바라보았다.

지천우는 곰탈을 쓰고 있는 모습만 보아왔지, 실제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놈이 바로 미친곰이로군요."

"그렇다."

"이놈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바투님은 편히 이곳 라싸의 지오 부족을...."

"지천우. 네놈이 상대할 만한 적이 아니다. 그놈은 내가 죽인다."

바투는 지천우의 말을 중도에 끊으며 강한 어조로 이어나가고 있었다.

확실히 바투 본인에게 있어서 정인우는 상대조차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치고는 제법 강한 녀석이었다.

그랬기에 바투의 판단으로는 지천우가 노릴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이에 지천우는 어떠한 동요도 없이 답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바투님이 이곳 라싸를 점령하게 되면, 이제 중국에 남는 부족은 제라와 바투님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곧바로 제라를 칠 생각이십니까?"

"통합이 우선이지. 제라를 칠거다."

"그것보다는 제게 더 나은 계책이 있습니다."

"말해보도록."

바투는 흔쾌히 말하라 명했다.

그간 지천우는 제법 괜찮은 책략들을 제시해 왔기에 믿을만 했다.

지천우가 말했다.

"라싸는 네팔과의 접경지역입니다. 네팔은 초인 약소국으로서 손쉽게 함락 시킬 수 있는 국가이지요. 그래서 말인데, 라싸를 점령하고 곧바로 네팔을 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바투님이 직접 선봉에 서주신다면, 네팔은 하루도 안 돼 함락이 될 게 분명합니다."

"그것은 통합을 미루는 것이 아닌가?"

바투가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지천우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라싸에서 네팔까지의 진격은 하루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라를 치기 위해 난징까지 진격한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적 여유는, 인류에게 생각과 대비를 위한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흐음. 계속 말해보도록."

바투는 역시나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기 때문에 라싸의 지오 부족을 흡수한 뒤 곧바로 네팔을 치면 세계적인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인류는 바투님의 본격적인 진격의 시작에 불안에 떨겠지요. 제라와의 전면전은 지금으로선 급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류의 혼란이 우선이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제라와의 전면전을 통해 엄청난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는 그것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요."

그 말에 바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길 한참.

이내 바투가 말했다.

"우선은 지오 부족부터 흡수한다."

* * *

제라는 너무나도 손쉽게 메리의 병력을 흡수했다.

이 모든 것이 초인부대의 활약이었다.

이로서 제라는 베가를 흡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메리의 병력마저 얻게 되었다.

그로인해 제라는 병력의 재편성을 위해 온힘을 쏟고 있었다.

이제 중국에 남은 부족은 제라와 바투, 그리고 지오뿐이었다.

그러나 지오 부족의 경우 너무나도 먼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진군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지오 부족이 여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기도 하다.

가장 먼 곳에 있으니 제일 나중으로 밀려난 것이었다.

어찌되었건 이제 바투와의 전면전은 한걸음 더 가까워져 있었다.

한편.

정인우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막사에 쳐 박혀 있었다.

초인부대 놈들이 모조리 사라질 때까지 아공간을 열지도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였다.

그렇게, 인우는 초인부대 놈들이 복귀할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분신을 점검했다.

며칠 전에 시전한 분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꾸준히 달리고 있을 것이다.

간혹 분신들의 레벨 업을 알리는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었고, 죽지 않고 잘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소환 한 번 해봐야겠네.'

분신 스킬의 쿨타임은 24시간.

시전한 뒤로 며칠이 흘렀기에 재소환이 가능했다.

이윽고 인우는 분신을 소환했다.

그러자 중국 대륙 어딘가에 있던 분신들이 인우의 곁으로 소환되었다.

후우우우웅-

'정보부터 볼까나.'

현재 분신 스킬의 레벨은 62였고, 인우의 레벨도 많이 올랐다.

이에 따라 분신들의 한계 레벨도 제법 늘어났을 것이다.

어느덧 인우는 분신들의 정보를 훑었다.

<분신1>

레벨 : 66

한계 레벨 : 74 <시전자 레벨의 31%>

<분신2>

레벨 : 66

한계 레벨 : 74 <시전자 레벨의 31%>

<분신3>

레벨 : 51

한계 레벨 : 74 <시전자 레벨의 31%>

<분신4>

레벨 : 28

한계 레벨 : 74 <시전자 레벨의 31%>

먼저, 분신들의 한계 레벨은 64에서 74로 껑충 뛰어 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현재 분신들은 대략 이틀간 쉬지 않고 뛴 상태.

이를 통해 분신 1,2의 레벨은 6개가 올랐다.

분신 3의 경우 10개의 레벨이 올랐으며, 분신 4는 26개의 레벨이 올랐다.

'으음. 한계 레벨을 따라오지도 못하는군. 빨리 100레벨까지 끌어올려서 절대자의 호흡을 익히게 만들어야 해.'

사실 이 정도의 성장속도는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우는 조금 더 빠른 성장을 원했다.

이 녀석들이 강해져야 조금 더 수월한 전쟁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렇게 분신들을 점검하기도 잠시.

어느덧 인류의 초인부대 녀석들은 본인들의 부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제야 인우는 뒤늦은 전리품 채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인우는 막사 내부에서 즉시 아공간을 열었다.

그간 20레벨까지 올라간 아공간의 규모는 제법 커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메리의 시체와 힘의 정수가 떠 있었다.

인우는 메리의 시체를 꺼냈다.

그런 뒤 막사 중앙에 대충 늘어놓았다.

우우우웅-

가장 먼저 메리의 시체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힘의 정수를 쥐었다.

현재 인우가 보유하고 있는 힘의 정수는 이로서 2개가 되었다.

본래는 3개가 맞겠지만, 1개는 바투와의 혈전 이후에 사용하지 않았나.

어찌되었건, 인우는 힘의 정수를 아공간에 넣었다.

참으로 편한 가방이 아닐 수 없다.

뒤이어 본격적인 채취를 시작했다.

아마 이번에도 초특급 마나정수와 유니크 스킬 볼이 나오지 않을까?

쓰걱- 쓰걱-

막사 안에는 메리가 해부되는 칼질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예상대로 가장 먼저 초특급 마나정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인우는 마나정수를 아공간에 대충 던져버렸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 블랙오크 단검이 제법 좋아 보였는데."

말을 마친 인우는 메리가 양손에 꽉 쥐고 있는 단검을 빼냈다.

죽기 직전까지 얼마나 큰 힘을 주었길래 이처럼 꽉 쥐고 있었던 것일까.

"흐음. 네임드에게서 얻은 단검인 것 같네."

단검의 외견은 꽤나 괜찮아보였다.

아마 암살 계열의 초인들이 본다면 환장을 하고 달려들 정도이지 않을까?

그러나 인우에게는 그리 큰 가치를 지닌 물품이 아니었다.

"이건 고기 썰 때나 써야지."

그러면서 인우는 단검 두 짝을 아공간에 대충 내던져버렸다.

아마 암살 랭커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게거품을 물수도 있을 테다.

그리고 다시금 채취를 시작했다.

그러길 잠시.

인우는 유니크 스킬 볼을 채취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나와 주었다.

초인부대를 속이고 메리의 시체를 통째로 챙겨온 보람이 느껴졌다.

"가만. 저번에는 행운의 반지를 꼈는데도 5개중 2개밖에 뜨지 않았다."

빌어먹을 노릇이었다.

확실히 그랬다.

유니크 스킬 볼의 경우 이미 배운 스킬이 나올 확률이 크게 높다.

중복 스킬이 뜬다는 것은 다시 말해 꽝.

그렇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스킬이 많으면 많을수록 점차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인우는 자잘한 전사 계열의 스킬 볼들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유니크를 통해 타 직업군의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건.

다시금 유니크 스킬 볼을 먹을 기회가 왔다.

인우는 유니크 스킬 볼을 입안에 넣고 삼켰다.

망설임 따윈 없었다.

과연 스킬이 떠줄까?

그러한 걱정도 잠시.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가운 알림을 확인하게 되었다.

'떴다!'

['위저드 아이'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습득된 스킬은 위저드 아이.

다행스럽게도 육체 계열의 스킬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족했다.

인우는 곧바로 위저드 아이의 정보를 띄워보았다.

.

.

.

23. [위저드 아이 Lv.1 (1%)] - 3초간 멀리 떨어진 지역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 세 번 시전 가능하며, 레벨이 오를수록 더욱더 먼 곳을 살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또 다른 눈이었다.

시력으로 잡히지 않는 지역조차도, 위저드 아이가 있다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약이 꽤나 컸다.

쿨타임이 무려 8시간이었으며, 지속시간은 꼴랑 3초였다.

물론 이러한 제약이 붙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스킬임에는 확실하다.

"음..."

현재 1레벨의 위저드 아이는 어느 정도의 위력을 보일까?

이윽고 인우는 위저드 아이를 시전해 보았다.

그러자 인우의 머릿속에 수백 미터 바깥의 지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드론으로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광경은 눈을 감아도 3초간 떠오르고 있었다.

"오호...."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위저드 아이의 한계가 허락하는 곳까지의 지역을 훑기도 잠시.

무언가가 위저드 아이의 시야에 잡혔다.

그리고 그 순간 3초가 끝났다.

이내 인우는 눈을 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찾으려 할 때는 안보이더니, 이것 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 108화 이게 웬 떡이냐 (1) > 끝

ⓒ 호종이

< 109화 이게 웬 떡이냐 (2) >

간혹 그럴 때가 있다.

정말 필요해서 찾으려 할 땐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가, 뜬금없이 보이는 경우 말이다.

지금이 그러했다.

인우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나 원 참."

위저드 아이를 통해 먼 곳을 둘러보기도 잠시.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희한하네."

떡 하니 그 녀석이 보이다니.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다.

어찌 되었건 기회를 놓칠 인우가 아니었다.

인우는 곧바로 파뇌를 챙겨 들고 막사를 나섰다.

그런 뒤 위저드 아이를 통해 보았던 그곳을 향해 내달렸다.

이윽고 도착한 필드.

그곳엔 엄청난 숫자의 데스나이트들이 보였다.

그리고 녀석들의 중앙.

거기에는 네임드 보스인 용작두 광전사가 보였다.

"빙고."

녀석의 위용은 익히 알고 있듯 대단했다.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몸체.

갑주에서 피어나오는 새카만 무형의 기운.

그리고 작두날과 같은 거대한 묵빛의 양손 검인 용작두.

나아가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드는 투구 속 붉은 눈까지.

녀석은 분명 보스 네임드다운 위용을 뿜어내고 있다.

"덩치만 산만 해 가지고."

그러나 인우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그저 가벼운 걸음걸이로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위저드 아이는 지속시간이 3초 밖에 되지 않고, 스킬 레벨이 낮기 때문에 둘러볼 수 있는 반경이 무척이나 좁다.

그럼에도 이 녀석이 떡 하니 보였다는 것은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일전 인우는 중국 대륙을 누비며 이 녀석을 찾으려 눈에 불을 켜지 않았나.

그러나 젠 시간도 확신할 수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해도 녀석이 어디에 처박혀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러해서 민철을 시켜 돈이 되는 대로 각성정수를 사오라 이르지 않았나.

당시 민철은 한 자루의 용작두와 4개의 각성정수를 사왔다.

용작두는 민철의 새로운 무기가 되었고, 민철의 것을 제외한 3개의 각성정수는 현재 인우의 아공간에 잘 보관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는 즉, 3명을 각성시킬 수 있는 분량.

하지만 부족했다.

인우는 각성정수가 많이 필요했으니까.

현재 소환 가능한 분신만 해도 4명이다.

그리고 분신의 숫자는 앞으로도 늘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3개의 각성정수로는 이 녀석들을 모두 각성시킬 수 없었다.

때문에 지금 상황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바실리스크가 파뇌의 평타를 3대 이상 견디질 못하던데. 이 녀석은 어떠려나."

터벅 터벅-

인우는 녀석을 향해 점차 거리를 좁혔다.

지구에서의 용작두 광전사는 이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99레벨 때였다.

그 당시 나이트 길드 녀석들을 이용해서 용작두를 홀로 독식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용작두와의 두 번째 조우.

이제는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현재 인우의 레벨은 238.

나아가 14스킬 마스터.

때문에 승패는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 인우에게선 긴장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츠으.

어느덧 용작두 광전사가 이편을 향해 다가오는 인우를 발견했다.

이어 녀석은 용작두를 치켜들고 포효를 내질렀다.

-츠으으으으으으!

그러자 녀석의 주변에 있던 데스나이트들이 일시에 인우를 향해 내달려왔다.

이에 인우는 씨익 웃으며 육체강화를 시전했다.

현재 육체강화의 레벨은 50.

이 스킬은 육체를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탱커의 스킬이었다.

통-! 통-!

어느덧 수십 자루의 칼이 인우의 육체를 때렸다.

그러나 데스나이트들의 칼은 인우에게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

엄청난 레벨 차이를 넘어서 육체강화까지 시전한 상태이질 않나.

그러니 녀석들의 공격은 솜방망이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은 이지가 없는 존재들답게 꿋꿋하게 공격을 해 오고 있었다.

그러길 잠시.

맞아주던 인우가 별안간 파뇌를 휘둘렀다.

투웅-! 투웅-!

-츠으!

-츠으으읏!

그러자 한 방에 한 놈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태풍 앞의 낙엽과 같았다.

[경험치를 500+5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500+500 획득하였습니다.]

.

.

.

수십 마리나 되는 데스나이트들의 경험치가 우수수 쏟아졌다.

하지만 미약하기만 했다.

이미 블랙오크의 맛을 보았기에 감흥이 없을 수밖에.

이윽고 인우는 모든 데스나이트들을 쓰러뜨린 뒤 용작두 광전사를 쏘아보았다.

-츠으······.

그러자 녀석이 인우를 마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인우는 그러한 녀석의 위협을 음미하듯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녀석이 별안간 인우를 향해 내달려왔다.

타다다다닥-!

저 거대한 덩치가 어찌 저리 빨리 뛰어올 수 있는 것인지.

인우는 그러한 생각을 하며 앞을 향해 파뇌를 치켜들었다.

그런 뒤 그대로 대검관통을 날려 버렸다.

쐐애애애애액-!

그러자 내달려오던 녀석은 인우의 대검관통에 의해 단숨에 꿰뚫렸다.

-츠으!

녀석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오호. 그래도 스킬을 사용한 건데 버티네."

그렇게 말한 인우는 그 상태 그대로 내려찍기를 사용했다.

쾅!

[경험치를 5000+5000 획득하였습니다.]

그러자 녀석의 붉은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꽤나 싱거운 결과.

"훗."

예전과 비교해 보자면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이겨 버렸다.

그만큼 성장한 것일 테지.

이내 인우는 녀석의 몸통에 꽂힌 파뇌를 뽑아냈다.

그런 뒤 전리품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전리품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완벽한 A급에 해당되는 녀석의 무기 용작두.

S급 마나정수 여러 개.

라이트닝 볼트를 비롯한 스킬 볼 2개.

그리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각성정수.

"다 보관해 주지."

인우는 만족스러운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공간을 소환했다.

그런 뒤 그곳에 모든 전리품을 쑤셔 넣었다.

22레벨의 아공간은 그 모든 전리품을 받아들이고도 한참이나 공간이 남아 있었다.

* * *

"후우. 후우. 후우."

바투는 흐트러진 숨을 골랐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의 거대한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애송이 자식. 잔대가리를 굴리다니."

지금 바투가 딛고 있는 땅은 핏물로 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땅을 딛고 있는 생명체는 바투뿐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블랙오크 시체들뿐이었으니까.

철벅- 철벅-

바투는 그러한 땅을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홀로 녀석들을 상대했다.

놈들은 어처구니없게도 바투를 유인하고 함정을 팠던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다.

지오 부족의 영역으로 진격하기 전.

놈들은 투항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이에 바투는 놈들의 항복을 받아주었고, 어떠한 타격도 없이 지오 부족을 흡수했다.

심지어 지오 족장마저도 바투의 휘하로 들어왔던 것이다.

여태껏 모든 족장을 죽이며 그 부족을 삼켜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놈들의 영역에서 승리의 파티를 벌이게 됐다.

그리고 그날 밤.

족장 지오는 바투에게 한국인 노예들을 노리개로 주겠다며 유인했다.

바투는 한국인 여자에게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게 홀로 지오의 함정에 빠졌다.

그 결과 엄청난 병력들과 홀로 맞서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놈들이 제아무리 날뛰어봐야 바투의 무력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지금 바투의 오른손에는 잘려 버린 지오의 머리통이 들려 있었으니까.

"후우."

지금 바투는 온몸의 피가 들끓고 있었다.

전투 중 끓어올랐던 아드레날린은 아직까지도 전신을 누볐다.

이윽고 바투는 지금도 파티가 한창일 영토를 향해 걸어갔다.

검붉은 피로 점철 된 바투의 모습은 야차와 같았다.

이윽고 도착한 영토.

"그만."

바투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부족원들을 향해 짧게 명령하고 있었다.

그러한 바투의 등장에 지천우를 비롯한 부족원들은 모두 호들갑을 떨었다.

"위대한 전사 바투! 그 피는 뭡니까! 어떤 놈이 감히!"

"바투님. 헉. 그 머리는? 지오?"

녀석들의 호들갑에 바투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장내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그제야 바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는 난징을 향해 진격한다. 난징의 제라 부족은, 끓어오르는 나의 피를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바투의 진격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 * *

바투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지오 부족의 영토로 진격해 나갔다.

이러한 사태에 인류의 초인급파부대는 한데 모여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제이슨이 운을 뗐다.

"이제 정말, 인류의 운명이 걸린 전면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어. 여태껏 우리가 준비해온 것은 제라의 병력이 전부다. 두 부족은 예상대로 부딪힐 것이고, 우리는 놈들의 공멸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 말에 누군가가 물어왔다.

"제라가 과연 버텨 줄 수 있을까?"

"병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하지만 비슷하다고 해도 제라의 필패는 예정된 수순이지. 우리는 기존의 작전대로 전면전 직후 약해진 바투를 노리면 될 일이다."

제이슨의 음성이 조금 고조되어 있었다.

대장이라는 직책답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시작될 전면전은 커다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감은 제이슨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이곳에 모인 모든 초인들은 거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전면전 이후.

그때에 인류는,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어느덧 제이슨은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헤집고 다시금 말했다.

"중국 라싸에 있는 지오 부족이 바투에게서 얼마나 버텨 줄까? 바투의 진격이 최대한 늦춰져야만 할 텐데 말이야."

그의 말대로였다.

어느덧 독일 대장이 그 말에 답했다.

"진격의 시작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릴 걸. 지오의 영토에서 파티도 할 것이고, 나아가 새로이 흡수한 병력의 재편성도 맞춰야 할 거야. 아직 시간은 많다. 그때까지 최대한의 정비를 해 놓아야 해."

"그렇지. 그 말이 맞다. 우리에겐 아직 최소 한 달의 시간이 남아 있어."

전쟁에서의 시간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바투가 진격을 해 오는 동안 그만큼의 준비기간을 더 가질 수 있지 않나.

이윽고 모두의 얼굴이 조금은 풀어졌다.

그러길 잠시.

어느덧 제이슨이 배다정을 향해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정인우는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지금 정인우는 제라와 함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렇군··· 14스킬 마스터.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진실이었지. 분명 그는 이번 전쟁에서 커다란 보탬이 될 거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그렇지 않아도 그러고 있다고."

제이슨은 이제 정인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놀라운 무위를 직접 목격했다.

나아가, 현재의 작전은 모두 정인우에게서 나온 것이질 않나.

어느덧 정인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모든 대장들이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길 한참.

"비, 비상입니다!"

그들이 머문 작전막사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병사 한명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 모습에 제이슨이 눈가를 좁히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병사가 땀을 줄줄 흘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혀, 현재 라싸에 나가 있는 384정찰 부대의 보고입니다."

그러면서 병사는 대장들에게 액정이 달린 보고 장비를 건넸다.

제이슨은 보고 장비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장비의 액정에 라싸의 전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엔······.

끝도 없이 이어진 엄청난 병력들이 보이고 있었다.

온통 새카맣게 뒤덮인 놈들은 필시 블랙오크였다.

쿵- 쿵- 쿵-

그 거대한 병력이 도열을 맞춰 걸어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놈들이 걸을 때마다 지축이 흔들렸고, 놈들의 선두에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블랙오크가 보였다.

놈은 바투였다.

그 광경에 제이슨은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뭐, 뭣!? 벌써!?"

예상보다 한참이나 빠른 진격.

바투가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 109화 이게 웬 떡이냐 (2) > 끝

ⓒ 호종이

< 110화 바투의 진격 (1) >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한국 초인관리국의 국장 이종혁은 그런 생각을 했다.

워싱턴 세계초인협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회의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종혁은 각국 대표들이 토해 내는 열변에 구역질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제일 심각한 것은 바로 저놈이었다.

미국 국장 라이언.

"···그러니까! 이 문제부터 해결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주인 없는 땅이 될 중국의 영토 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방안부터 내놓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만?"

라이언의 말은 흡사 전쟁이 끝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아주 축배라도 들지?

하지만 그렇지 않질 않나.

바투의 본격적인 진격은 이제야 시작되었고, 상황은 일촉즉발이다.

한데도 영토에 대한 욕심만 드러내고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전면전이 시작되려하자, 그 이후의 이권다툼이 시작된 것이었다.

김칫국도 참 시원하게 마신다.

어느덧 일본 대표도 거들기 시작했다.

"방안이라··· 이번 전쟁에서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국가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기여도라. 좋은 방안입니다."

그 말에 라이언이 동조했다.

연이어 다른 국가의 대표들도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기여도에 따라 영토의 우선권을 두자? 솔직히 모든 국가가 균등하게 자국의 초인들을 급파했습니다. 모두가 동등하다고 봅니다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일례로 베트남에서 차출된 초인들의 경우 활약다운 활약조차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만?"

누군가가 베트남을 대놓고 저격했다.

그러자 베트남 대표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어허!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우리는 이미 이번 전면전을 대비하여 추가부대를 편성하여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그간 조금이라도 자국이 보유한 초인들을 내놓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각국이다.

그러한 이들이 기여도라는 말이 나오자 더 많은 초인들을 보내겠다며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우스울 노릇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회의는,

또 다른 의미로 전쟁이었다.

영토의 문제.

사실, 이밖에도 중요한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일례로 현재 중국에 노예로 잡혀 있는 중국인들.

그들의 구출에 대한 건이 대표적이다.

현재 중국인들의 구출은 진행되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억이나 되는 중국인 생존자들을 단시간 내에 구조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많은 블랙오크 부족들이 무너졌고,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노예들이 탈출하여 중국 땅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안전을 원했다.

그거 하나로 족했다.

지난 수십 년간 노예로 지내온 중국인들의 고통을 이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인권보다는 이권이 우선인 것 같았다.

* * *

용작두 광전사의 전리품을 모두 챙긴 인우.

이내 인우는 볼 것도 없이 제라의 영토를 향했다.

그러던 중 인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에 떠오른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다.

인우는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뭡니까?"

-정인우?

여자의 목소리였다.

가늘고 섬세한 목소리.

이 목소리가 누구였더라?

잠시 생각하던 인우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재차 물었다.

"아. 뭡니까?"

-누군지 묻지도 않네? 나 배다정이다. 지금, 바투의 진격이 시작된 건 알고 있겠지?

"흐음. 예상보다 빠른데······."

-그래서 하는 말이야. 지금 어···

"다시 전화 줄게."

뚜욱-

인우는 다정의 말을 자르며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내 빠르게 제라의 영토를 향해 내달렸다.

오래지 않아 도착한 영토.

인우는 곧바로 제라부터 찾았다.

이윽고 제라를 마주한 인우.

"예상보다 빨라."

"응? 갑자기 무슨 말이냐 인간."

"바투가 이곳으로 진격해 오고 있다."

"흥. 인간. 너의 도움으로 나는 엄청난 세력을 얻었다. 바투는 나에게 안 돼."

제라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하긴.

현재 제라 녀석은 바투에 뒤지지 않는 병력을 지녔다.

나아가 제라는 드래곤의 가호까지 받은 블랙오크다.

그 증거로,

현재 제라를 포함한 부족원들은 저마다 가호의 기운을 풍기고 있다.

게다가 제라는 여태 승승장구해 왔다.

그랬기 때문에 바투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바투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드래곤의 가호 따위의 것들은 제외된다.

그럼에도 바투는 비정상적으로 강력하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네.'

인우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제라는 생각보다 잘 버텨 줄 것 같았다.

이 녀석이 잘 버텨주어서 두 부족의 병력들이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어야만 했다.

그러나 아직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아 있다.

"전쟁이 시작 되면, 제라 너는 최대한 몸을 사려. 니가 죽으면 그 길로 바투의 승리다."

녀석들의 전쟁 특성상, 족장을 잃게 되면 전쟁이 끝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라는 어떻게 해서든 보호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바투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입힐 수 있었기에.

다행히 제라는 의문 대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간 정인우라는 인간에 대해 커다란 신뢰가 생겼기에 가능한 태도였다.

인우의 말을 듣고서 손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심마저 버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인간. 니 말대로 몸은 사리지. 그러나 난 선봉에 설 거다. 이것이 내가 부족원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신뢰와 사기(士氣)다."

"물론."

인우는 짧게 답했다.

제라의 말이 맞다.

놈은 한 부족의 족장이다.

그러한 족장이 죽음이 두려워 멀찌감치 피해있다면 부족원들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우와 초인급파부대의 역할이 중요했다.

전면전.

이에 대한 인류의 1차적인 작전은 '제라를 보호하라.' 정도가 적당해 보였다.

이윽고 인우는 제라를 뒤로한 채 막사로 돌아와 배다정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전했다.

초인급파부대가 취할 방향에 대해서.

* * *

인우의 연락을 받은 배다정.

그녀는 곧바로 정인우가 내려준 1차 작전을 대장들에게 알렸다.

작전은, '제라를 보호하라.'였다.

과연.

현재로선 이것이 최선일 것이다.

바투는 전쟁의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강력한 괴수다.

그러나 제라는 그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양 부족이 최대한의 타격을 입기 위해선 제라를 오래도록 살려야만 했다.

오래 살리면 살릴수록 양측의 블랙오크들이 최대한 많이 죽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인류의 초인부대가 전폭적으로 나서야할 문제였다.

이윽고 초인부대는 이제 곧 다가올 전면전에 대한 정비를 시작했다.

* * *

제라는 영토 중앙 단상에 올라섰다.

그런 뒤 빼곡하게 모여 있는 부족원들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바투가 오고 있다!"

장내는 조용했다.

제라는 연이어 외침을 토해 냈다.

"우리는 싸운다! 이것이 마지막 전쟁이고,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돌아올 것이며······!"

제라의 연설은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인우는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제라.

녀석이 제아무리 멍청해보여도 역시나 한 부족의 족장이었다.

놈은 승리를 원했고,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병력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있었다.

저것이 계산적인 연설인지, 또는 본능적인 연설인지는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지금 이곳에 모인 블랙오크들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간 멍청이로만 치부했던 제라를 새삼 재평가하게 되는 인우였다.

한편, 인우의 옆에 있던 민철과 지은.

그들은 차례로 입을 열었다.

"혀, 형님··· 이제 정말 전쟁입니까? 저, 저는 한국에 돌아가도 될 것 같습니다만··· 사육장도 걱정 되고요."

"아 저 오크 새끼. 더럽게 시끄럽네. 그냥 이곳으로 몰려오는 바투한테 병력 끌고 냅다 달려가면 될 걸 가지고. 말은 아주."

지은은 아니꼬운 듯 혼잣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나 민철은 여전히 겁먹은 목소리였다.

"혀, 형님! 대답 좀 해 보세요. 혹시 한국에 필요한 거 없어요? 마, 맞다! 유니크 스킬 볼 물량이 있는지 보고 올까요? 팜이 타고 갔다 오면 금방일 텐데요!"

"야."

그러자 인우는 한심한 얼굴로 민철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민철은 땀을 줄줄 흘리며 연신 눈을 피했다.

인우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턱 끝으로 제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괴수도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우려고 하잖냐."

"그, 그런데요?"

"반의반의 반이라도 닮아 봐. 생긴 건 블랙오크랑 판박이인 새끼가. 에휴."

"형님!"

"민철아."

민철의 외침에 인우는 도리어 맞받아치며 말을 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장담해 줄게."

"무, 무얼요?"

"이번 전쟁에 참여해서 내 뒤만 졸졸 쫓아다니면, 그러면 니 레벨은 최소 120은 넘게 될 거다."

"저, 정말입니까!?"

"내가 언제 거짓말 치는 거 봤냐?"

"못 봤죠!"

"그럼 잔말 말고 따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것은 삽시간이었다.

민철의 입가에는 커다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참으로 단순한 녀석이다.

그러한 단순함으로 인해서 두려움을 단숨에 중화시켜 줄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인우가 민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정도뿐이었다.

전쟁 중 결단코 뒤를 봐주진 못할 거다. 그때는 앞만 보기에도 급급할 테니까.

하지만 숨겨 줄 순 있었다.

"전쟁 중, 니가 죽을 위험에 처해지면 내가 널 안전한 곳으로 옮겨 줄 수 있다."

"엥? 어떻게 말입니까 형님?"

"아공간. 그 안에 널 밀어 넣어 줄게."

아공간은 애초 다른 차원의 공간.

그 안이라면 그 어떠한 타격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물론 문제는 존재했다.

"근데 만약에 니가 아공간에 들어간 뒤에, 내가 죽기라도 하면 넌 영원토록 그 안에 갇히게 될 거야. 그거 말고는 별다른 문제는 없어."

"······."

그건 진짜 엄청난 문제잖아요!

민철은 목젖 끝까지 차오르는 그 외침을 간신히 씹어 삼켰다.

그리곤 그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닫을 뿐이었다.

제라의 연설은 여전히 한창이었고, 지은의 욕설도 한창이었다.

그러길 한참.

"응?"

바로 그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뭐, 뭣!?"

연설이 한창인 제라가 난데없이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인우는 눈가를 좁히며 제라를 주시했다.

-뭐, 뭐지!?

-이건!? 힘이 사라진다···?

그리고 당황한 것은 제라뿐만이 아니었다.

제라의 부족원들도 무언가 잘못되었는지 연신 몸을 쓰다듬기에 바빴다.

이윽고······.

츠으으으으으.

김이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제라를 비롯한 모든 부족원들의 정수리에서 검은색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제라는 사태를 파악하고 어딘가로 다급히 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인우는 곧바로 제라를 쫓았다.

타다다닥-!

그리고 제라는 영역 어딘가에 위치한 비밀구역으로 향했다.

녀석은 어찌나 당황했는지 뒤에서 인우가 쫓아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녀석은 어딘가의 문을 열었고, 그곳에는 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그때 인우가 제라를 불렀다.

"제라."

"이, 인간? 아, 아니지. 아니야. 아, 어떻게. 아, 큰일 났다!"

"그런 것 같네."

"가, 가호가··· 드래곤의 가호가 갑자기 왜 끊긴 거냐! 아아악!!"

제라는 풀린 동공을 한 채 혼란스러워했다.

그러자 인우는 제라가 있는 지척까지 걸어왔다.

그런 뒤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동굴 안에 있는 헬게이트. 그곳에 드래곤이 있는 거냐?"

"그, 그래··· 솔직히 두렵다. 그분이 갑자기 왜 우리에게 내렸던 가호를 끊은 거지?"

"드래곤 새끼한테 같이 가 보자."

말을 마친 인우는 제라를 일으켜 세웠다.

< 110화 바투의 진격 (1) > 끝

ⓒ 호종이

< 111화 바투의 진격 (2) >

칠흑과 같다.

동굴 내부는 그 정도로 캄캄했다.

하긴, 빛이 통하지 않는 지하 내부의 동굴이니 당연한 이치다.

인우는 제라와 함께 그러한 동굴을 걸었다.

축축하고 음산한 기운이 온몸에 들러붙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더 들어가야 되는 거냐?"

"거의 다 온 것 같다."

시야는 금세 어둠에 적응 되었다.

인우와 제라는 이미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존재들이었기에 어둠은 그다지 큰 방해 요소가 아닐 수밖에.

터벅- 터벅-

동굴은 꽤나 깊었다.

또한 거대했다.

"이 정도 규모의 동굴이라면 확실히 헬게이트가 생성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긴 하네."

"그건 헬게이트라고 부르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그 안에는 오로지 드래곤만 존재했으니까."

"흐음······."

인우는 대답 대신 무언가를 생각하려는 듯 침묵했다.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어느덧 저만치 앞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게이트가 뿜어내는 특유의 붉은 빛임을 안다.

인우가 말했다.

"다 왔네."

"······."

제라는 답이 없었다.

이윽고 둘은 헬게이트를 향해 걸어 나갔다.

인우는 성큼 앞서 걸으며 헬게이트를 주시했다.

그러자.

헬게이트 표면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반질반질한 그것은 헬게이트 내부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뭘까?

인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뒤에 있던 제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제라는 굳은 듯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입술만 달싹이며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을 뿐.

"그, 그분의 눈이다······."

"아?"

그제야 인우는 헬게이트 표면에 보이는 저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저건 바로 드래곤의 눈동자였던 것이다.

거대한 헬게이트를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눈.

눈동자 크기만 해도 저 정도라고?

그렇다면 본체는 엄청날 것이다.

이윽고 인우는 드래곤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그리곤 헬게이트의 지척까지 걸어갔다.

이어 인우는 그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디서 온 거··· 아, 아니지."

인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더니 이번엔 프로킨의 언어로 다시금 말을 건넸다.

"너, 프로킨에서 온 드래곤이냐?"

-······.

대답이 없자, 인우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야 말았다.

"대답해 개자식아. 날 알아보겠냐? 날 봐라. 나는 프로킨의 황제 정인우다. 다시 묻지. 넌 프로킨에서 온 드래곤이냐?"

-······.

여전히 드래곤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한 드래곤의 태도에 인우는 당장이라도 헬게이트를 깨부술 기세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길 한참.

-크크크.

드래곤이 난데없이 웃기 시작했다.

이에 인우는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웃어? 헬게이트를 비집고 이곳으로 넘어올 수도 없는 새끼가?"

지금 인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흥분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우가 프로킨에서 30년간 이룩해 놓았던 모든 것을 앗아간 존재들.

그 존재들이 바로 드래곤이다.

때문에 드래곤을 보자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크하하하하하.

드래곤은 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인우는 당장에 파뇌를 치켜들었다.

그리곤 헬게이트를 향해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투웅- 투웅-!

그러나 차원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헬게이트는 그 어떠한 타격도 불허했다.

애초에 타격이 가능했더라면 인류는 헬게이트를 닫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것이 불가능해 철벽을 세우고 사냥터로 만들지 않았나.

어찌 되었건 헬게이트는 인우조차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차원의 문이다.

그렇기에 저 드래곤 녀석이 바깥으로 나오던가, 혹은 인우가 저 안으로 들어가던가.

이 두 가지 방법을 제외하면 현재로써는 드래곤에게 어떠한 물리적 타격도 줄 수 없었다.

"하아······."

짜증이 치밀었다.

그런데 그때.

-정인우.

드래곤이 불시에 인우의 이름을 내뱉었다.

이에 인우는 눈을 크게 뜨고 녀석을 쏘아보았다.

녀석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놈은 필시 자신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인우는 녀석이 어떠한 이름을 지닌 드래곤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드러난 녀석의 모습은 눈동자 하나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인우는 다시금 소리쳤다.

"너, 이 새끼 날 알고 있구나?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크크크.

드래곤은 또 다시 웃었다.

그리고.

번쩍-!

난데없이 헬게이트에서 강력한 섬광이 일었다.

이에 인우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리고 잠시 뒤.

섬광이 그쳤다.

그제야 인우는 다시금 헬게이트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아."

그러나.

헬게이트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드래곤 녀석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으니까.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어느덧 뒤편에 있던 제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허탈한 제라의 목소리만이 동굴 내부를 울릴 뿐이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바투는 자신의 모든 병력들을 이끈 채로 여전히 진격 중이었다.

그 숫자만 해도 족히 2억에 가까웠다.

가늠이 되는가?

선두에 있는 이들은 후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할 정도였다.

이러한 대규모의 병력들이 진격 중인 것이다.

그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고, 선두 부대에서 당장에 전쟁이 터져도 후방 부대는 한참이나 뒤에 알게 될 정도일 테다.

하기야.

존재했던 모든 블랙오크 부족 중 절반 이상을 흡수한 바투다.

이에 따른 병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물론 제라 또한 비슷한 규모의 병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바투는 그다지 큰 걱정이 없었다.

블랙오크들의 전쟁은, 우두머리를 잃으면 끝이 난다.

그렇기에 바투는 빠르게 제라의 목을 취할 셈이었다.

그리하여 단숨에 승전보를 울리고, 그리되면 제라의 병력들은 바투의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이는 곧 통합이다.

그렇게 되면 족히 4억에 육박하는 병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때는.

인류의 멸망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바투는 부대를 편성하여 세계각지를 공략할 참이었고, 이는 곧 바투의 세상이 오게 된다는 것을 뜻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군."

이제는 난징이 코앞인 시점이었다.

그리고 통합이 코앞인 시점이기도 했다.

바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그 드래곤은 무슨 목적이었을까?

어째서 갑자기 사라졌으며, 그간 헬게이트에서 무얼 했던 것일까?

의문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녀석은 분명 인우가 내뱉는 프로킨어(語)를 알아들었다.

그것은 즉 프로킨의 드래곤이라는 뜻.

그 녀석은 분명 인우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개자식들."

그만큼 아작을 내었으면 되었지.

또 무슨 볼일이 있어 여기까지 온 것일까.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프로킨으로 넘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애초 차원이동게이트는 500레벨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의 무력으로 드래곤들에게 대적하는 것은 무리다.

나아가, 차원이동은 육체 레벨을 초기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찌되었건 현재로서는 드래곤에 대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게 나았다.

드래곤은 사라졌고, 그것이 전부다.

그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오로지 바투에게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간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이제 바투는 난징까지 진격해 온 상태였다.

이에 대한 준비는 끝마쳤다.

제라는 이미 바투와의 전면전을 위해 병력을 이끌고 집결해 있는 상태.

끝도 없이 펼쳐진 드넓은 평원에는 제라의 병력들이 까마득하게 포진되어 있었다.

제라는 이제 마음을 다잡은 것 같았다.

본래 사라진 가호에 의해 크게 당황했던 제라였다.

그러나 한 부족의 족장답게 금세 정신을 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가호의 부재는 커다란 손실이다.

사기를 비롯해 전체적인 전투력이 그만큼 감소되었을 테니까.

때문에 인우와 초인부대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진 상황이었다.

현재 초인부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복 중이었다.

이들은 언제라도 제라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제라를 오래도록 살려야만 했으니까.

그러길 잠시.

이윽고 지축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둥- 둥- 둥-

"결전이네."

가끔 영화를 보면 엄청난 병력이 진격해 올 때 땅이 흔들리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지금 이 순간.

저 멀리에서부터 바투의 병력이 내뻗는 발걸음으로 인해 지축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제라. 준비는 됐지?"

"물론이다."

인우는 자신의 오른편에 있는 제라를 바라보았다.

제라는 그저 전방을 주시하며 본인의 쌍검을 양손에 쥔 상태였다.

이어 인우는 왼편에 위치해 있는 민철과 지은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민철과 지은이 말했다.

"시, 시작이군요!! 으어어···!"

"싹 다 몰려와라. 저번에 오빠를 개패듯 후려치던 그 덩치 큰 새끼. 바투라고 했나? 그 새끼는 내꺼다."

이윽고 인우는 마지막으로 팜이를 바라보았다.

팜이는 현재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다.

그간 팜이는 더욱 크게 자랐다.

이제는 족히 성인 남성 3명 정도의 크기.

-크아아아암!

인우의 시선을 느낀 팜이가 포효를 내질렀다.

이에 인우는 조용히 명했다.

"날 태워."

-크암.

팜이가 인우를 태웠다.

그리고 팜이는 하늘 높이 올라서기 시작했다.

바람이 일어 머리칼이 흩날리고, 고도가 점차 높아졌다.

공중에 올라서며 시야는 그만큼 더 넓어졌다.

그제야 인우는 새카맣게 뒤덮인 바투의 병력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네."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

어느덧 병력 최전방에 위치해 있는 바투의 얼굴을 확인해 보았다.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인우는 녀석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후우.

바투.

녀석은 주체하지 못한 흥분을 숨으로 토해 내고 있었다.

놈은 아마도 통합이 코앞이라 여길 테지.

그러나 결단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인우를 포함한 모든 초인부대원들은 제라의 생존을 도울 거다.

그리하여 양측의 병력이 최대한 많은 타격을 입도록 유도할 것이다.

"와라. 바투."

중얼거리기도 잠시.

"······!"

한참이나 멀리 있던 바투가 이편에 있는 인우를 정확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

이내 둘의 시선이 얽혔고, 바투의 입모양이 슬쩍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바투는 전력을 다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의 부대 또한 달렸다.

쿵- 쿵- 쿵-!

지축이 더욱 격하게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본 제라.

그리고 매복해 있던 제이슨.

이들은 각각 자신의 부대에 명령을 전달했다.

"온다! 위대한 제라 부족의 힘을 보여 주자!"

"각 부대 위치로! 작전대로 움직인다!"

두 인솔자의 고함이 떨어지고, 이윽고 제라 진영도 달려 나갔다.

와아아아아-

쿵-쿵-쿵-쿵.

장관이 따로 없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움직임들.

마치 개미떼가 움직이듯 지면을 새까맣게 덮은 두 물결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 진동으로 땅이 흔들리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고, 함성소리는 하늘을 메웠다.

"드디어 시작이네. 크으······."

그 장면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인우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뱉었다.

프로킨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숱한 전장을 누볐던 정인우.

전장의 경험이 무수한 인우조차도 이런 초 거대규모의 전투는 처음이었다.

이윽고 인우의 시선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캉캉캉-

퍼퍽퍽-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파육음은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여태껏 보지 못했던 광경이 보였다.

지금까지 늘 맨손을 고집해 왔던 바투.

그러한 녀석이 오늘만큼은 맨손이 아니었다.

"······."

놈은 온전히 전력을 다하려는 것 같았다.

< 111화 바투의 진격 (2) > 끝

ⓒ 호종이

< 112화 레벨 업! 레벨 업! 폭풍 레벨 업 (1) >

바투는 등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해머를 빼 들었다.

그간 이 해머를 쓸 일이 없었다.

웬만한 전쟁은 맨손으로 해결해 왔다.

그것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통합을 앞둔 날이질 않나.

그렇기 때문에 바투는 전력을 다할 작정이었다.

"제라!!"

이윽고 바투는 저만치 앞에 있는 제라를 향해 돌진했다.

타다다닥-!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

이에 제라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와라! 바투!"

이윽고 두 족장이 격돌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제라를 지켜라!!"

제이슨의 외침이 들려왔고, 인류의 초인부대가 출격했다.

* * *

한편.

인우는 공중에서 아래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 대장 제이슨의 명을 받든 세계 초인부대가 출격했고, 이들은 제라를 지키기 위해 맞서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초인급파부대의 인원만 해도 엄청났다.

익히 알고 있듯 인우가 속해 있던 한국 초인부대만 해도 1,050명가량의 인원수를 자랑했다.

조원 1,000명, 조장 50명, 대장 1명으로 구성된 것이다.

어찌 되었건 한 국가에서 차출된 초인들의 인원이 약 1,050명.

그리고 이번 중국 전쟁에 참여한 국가만 해도 약 200개국이었다.

이러한 초인부대원들이 모두 모였으니 족히 20만 명의 인원수였던 것이다.

물론 20만 명이라고 해도 블랙오크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부족한 숫자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애초 이들의 목표는 제라의 생존을 돕는 것.

다시 말해, 이들 모두가 바투 한 놈만을 견제하는 것이다.

"크아아아악!"

"다 죽여!!"

그러는 동안에도 바투 부족과 제라 부족은 지속적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피와 살점이 튀며 삽시간에 수많은 블랙오크들이 죽어나갔다.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인우는 그러한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단시간 내에 바투를 위협할 수 있는 무력을 키울 수 있을까?

인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

어느덧 인우는 저 먼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까마득히 깔려 있는 블랙오크들이 보였다.

인우의 목표는 간단했다.

현재로서는 견제가 한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인우는 견제가 이루어지는 동안 바투의 후방 병력들을 쓸어 버릴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엄청난 레벨 업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지만 바투에게 조금이라도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익히 겪어 보았듯 바투의 무력은 비정상적으로 강력하다.

지금 초인부대에 합류해서 바투를 저지하려 해 봐도 명백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300레벨을 돌파하고 새로운 패시브를 얻게 되면 다르지 않겠는가?

현재 인우가 가진 절대자의 패시브는 도합 3개다.

절대자의 걸음, 호흡, 성장.

그리고 300레벨에 얻게 될 패시브는 전능자의 패시브였다.

절대자에서 전능자로 업그레이드되는 만큼 엄청난 패시브가 튀어나올 것은 명백했다.

"금방 다시 돌아오마. 바투."

이내 인우는 팜이를 타고 빠르게 나아갔다.

쐐애애애액-!

팜이는 인우의 명령에 따라 로켓포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 엄청난 속력에 인우의 머리칼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렇게 한참을 비행했다.

그러나 아무리 앞으로 나가 봐도 바투의 병력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거냐."

새카맣게 깔린 블랙오크들.

녀석들은 저마다 빨리 선봉에 서고 싶어 난리가 아니었다.

최전방 병력들이 싸우는 동안, 후방에 위치한 병력들은 이렇듯 제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번 조지고 갈까."

이내 인우는 비행을 멈췄다.

그리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인우의 시선을 느낀 블랙오크들이 저마다 거친 숨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취-익! 인간!"

인우는 씨익 웃었다.

그런 뒤 놈들의 투척 공격을 피하기 위해 더 높이 날아올랐다.

엄청난 높이까지 올라서자 아래에 있는 블랙오크들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비행을 멈춘 인우.

이내 인우는 양손을 치켜 올렸다.

"가 보자고······!"

그런 뒤 블리자드를 뿌리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애초 광역 마법은 시전시간이 제법 길다.

그렇기 때문에 시전하는 동안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광역기는 전투의 주력 스킬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마법사들의 전투는 주로 즉시 시전이 되는 단발 마법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놈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공중이라면?

당연히 안전한 시전을 할 수 있다.

후우우우우우웅-!

어느덧 인우의 주변으로 하얀 눈덩이들이 뿜어져 나오며 맴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1분 정도의 시전 시간이 지났다.

"그냥 대충 뿌려도 다 맞겠네."

끝도 없이 몰려 있는 블랙오크들.

저 아래를 향해 블리자드를 대충 쏘아내도 많은 블랙오크들이 타격을 입을 테다.

어느덧 인우는 시동어를 외웠다.

"블리자드."

블리자드가 발동되며 인우의 마나는 한 번에 동이 나 버렸다.

그리고.

쐐애애애애애앵-!

강력한 눈보라가 지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

"뭐, 뭐냐!!"

"컥!"

마력으로 이루어진 매서운 눈보라가 블랙오크들을 단숨에 얼려버렸다.

성대가 얼어붙어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바르작거리는 블랙오크.

동족을 비집고 도주하다가 두 다리가 얼어붙어 끊어진 블랙오크.

온몸이 얼어붙어 단숨에 숨이 끊긴 녀석까지.

지상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모조리 인우의 경험치로 쏟아져 들어왔다.

[경험치를 10000+100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6400+6400 획득하였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비교적 약한 놈들이 이 한 방에 모조리 골로 가 버렸다.

단숨에 수백 마리의 경험치가 빗발쳤고, 이는 곧 레벨 업으로 이어졌다.

푸스스스스스스.

그리고.

인우의 마나가 빠르게 차 오르기 시작했다.

마스터 레벨의 마나 드레인이 발동된 것이었다.

마나 드레인은 적에게 마법 공격을 명중시킬 경우 발동된다.

한데 지금은 한 마리만 명중시킨 것이 아니질 않나?

못해도 수백 마리의 블랙오크들을 타격했다.

이 때문에 마나 드레인의 발동은 폭발적이라 할 만했다.

블리자드까진 아니더라도, 기가 라이트닝을 몇 발 연사할 수 있을 정도의 마나가 차 오른 것이다.

"광역 마법이 무한 난사가 가능했다면··· 여기 있는 모든 블랙오크들은 나의 밥이었을 텐데."

인우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약 대마법사의 반지를 비롯한 최상급 아티펙트들과, 스텟을 마력에 올인 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이곳에서 블리자드를 끝도 없이 난사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다.

게다가 애초 인우는 뒤에서 화살이나 마법을 날려 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정인우는 천성이 광전사였다.

날뛰고 개박살을 내는 것만이 인우를 만족시키곤 했다.

그랬기에 인우는 아쉬움을 거둔 채 병력의 끄트머리를 향해 또 다시 비행했다.

쐐애애애애애앵-!

팜이는 엄청난 속도로 비행해 나갔다.

그 위에 타고 있던 인우가 날아가진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우는 그렇게 한참을 비행했고, 그제야 마침내 병력의 끄트머리에 닿을 수 있었다.

"가 보자고."

이곳 끄트머리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는 거다.

이러한 과격한 작전은 인우였기에 가능했다.

절대자의 성장으로 인해 경험치는 두 배.

이에 따른 빠른 레벨 업이 있기에, 닳았던 체력을 금세 회복할 수 있었다.

즉, 레벨 업과 전투 센스만으로 이곳을 뒤집을 참이었다.

물론, 14개의 마스터 스킬들도 단단히 한몫을 할 테지.

게다가 인우의 아공간에는 힘의 정수가 두 개나 있다.

힘의 정수는 그 어떠한 상처도 치유하며 체력을 몽땅 회복시켜 준다.

즉, 목숨이 두 개 더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죽을 일은 없었다.

게다가 최후의 보루로 팜이까지 있질 않나?

팜이는 언제든 활로가 되어 탈출을 도울 수 있었다.

"바투야 기다려라.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서 너한테 갈 테니까."

이건 마치 당일 벼락치기랄까.

전쟁 당일이 되어서야 바투를 잡을 만한 힘을 기를 수 있는 찬스를 얻었다.

이윽고 인우는 팜이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크아아아아아압!"

그런 뒤 추락하며 곧바로 포효와 광폭화를 시전했다.

광폭화는 일정 시간동안 물리 공격력을 2배 올려준다.

게다가 마스터 레벨이기에 지속시간이 꽤나 길었다.

쐐애애애애액-!

어느덧 인우는 빠르게 추락하는 와중에 지상을 향해 스윙을 날려 댔다.

후웅-! 후웅-!

그러자 강력한 풍압이 일며 막강한 저지력이 생겼다.

이에 따라 인우는 사뿐히 바닥에 착지했다.

그런 뒤 아직까지도 포효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블랙오크 놈들을 바라보았다.

"끄으으으."

"머, 머리가···!"

"무섭다···!"

얄짤 볼 것 없다.

모조리 다 쓸어 줄 것이다.

스르르르르.

어느덧 인우는 그간 수련을 위해 아껴두었던 분신까지 모조리 소환했다.

그러자 인우와 똑같이 생긴 4명의 분신이 나타났다.

현재 분신들의 레벨은 번호 순서대로 67, 67, 53, 35였다.

인우는 이 모든 분신들을 한계 레벨까지 끌어올릴 참이었다.

그간 절대자의 걸음을 통해서만 레벨을 올려 두었던 분신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폭발적인 경험치를 주는 블랙오크가 지천에 깔렸다.

이를 통해 분신들의 성장을 크게 도울 수 있었다.

물론 인우에 비해 낮은 레벨을 보유한 분신들이기에 전투 중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사망한다 해도 24시간 이후엔 또 다시 소환할 수 있다.

어찌되었건 최대한 분신들의 생존을 돕고 빠른 레벨 업을 해 나가야 한다.

"가 보자!"

이내 인우는 분신들을 이끌고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자 분신들도 제각각 전투센스를 발휘해 블랙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분신들은 또 다른 인우.

그렇기 때문에 지닌 바 전투센스 자체가 평범한 초인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크아아아아압!"

"크아아아아압!"

분신 1,2가 동시에 포효를 내질렀다.

이어서 4명의 분신은 대검관통과 내려찍기를 적절히 활용해 전장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취-익!"

"하압!"

분신1의 대검관통이 포효에 움찔대는 블랙오크의 배를 관통했다.

그러나 블랙오크는 제법 높은 레벨을 보유했음인지 막강한 생존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나머지 2, 3, 4 분신들도 1을 도왔다.

"흐압!"

"으아아압!"

도합 4명의 분신이 블랙오크 한 마리를 두고 미친 듯이 내려찍기를 꽂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취-익!"

"크으. 죽인다! 인간!"

어느덧 후방에 위치해 있던 블랙오크들이 인우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인간이 이곳에 있다! 모두 모여 저 인간을 죽인다!"

"취-익! 가자!"

이에, 엄청난 숫자의 후방병력들이 물밀 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딜!"

인우는 헤일처럼 몰려오는 놈들을 향해 스윙을 날렸다.

후웅-!

그러자 강력한 풍압과 함께 놈들이 주춤대거나 날아가 버렸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우는 적당한 양의 블랙오크들과 맞섰다.

스윙을 뚫고 오는 병력들은 모조리 도륙해 나갔고, 놈들이 몰렸다 싶으면 또 다시 스윙을 날려 버렸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방식이었으나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어느 누가 마스터 레벨의 스윙을 이렇듯 활용할 수 있겠는가.

다른 이들은 스윙을 마스터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오로지 강력한 스킬을 마스터하려 하지.

"이야아아아아압!"

인우는 분신들이 죽지 않게 지원을 해 주며 빠르게 적들을 도륙해 나갔다.

[경험치를 21000+21000 획득하였습니다.]

.

.

.

이에 따라 경험치는 곱절로 빠르게 올랐다.

분신들이 잡는 블랙오크들.

그리고 인우가 잡는 블랙오크들까지 합쳐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전자의 '분신1'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시전자의 '분신2'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시전자의 '분신3'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시전자의 '분신4'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남들이 단 한 번의 레벨 업을 위해 허덕일 때, 인우는 5번의 레벨 업을 하고 있었다.

< 112화 레벨 업! 레벨 업! 폭풍 레벨 업 (1) > 끝

ⓒ 호종이

< 113화 레벨 업! 레벨 업! 폭풍 레벨 업 (2) >

전장의 최전방.

이곳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바투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괴력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압!"

사람 몸체만 한 해머가 전장을 갈랐다.

그럴 때마다 그 앞을 막아선 병력들이 우수수 죽어 나갔다.

쿠웅-!

바투의 해머가 한 병사의 머리통을 그대로 찍어 눌렀다.

까득-!

무언가가 깨지는 끔찍한 소음이 터졌다.

이어진 광경은 처참했다.

울컥-!

병사는 정수리부터 두개골이 그대로 함몰됐다.

피가 튀고 허연 뇌수가 바닥에 쏟아졌다.

바투는 자신에게 튄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진해 갔다.

그 모습에 제이슨이 악에 바친 듯 고함을 내질렀다.

제라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허억. 허억. 허억! 바투를 막아!"

현재 그와 초인부대원들은 제라에게로 쇄도해 오는 바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벌레 같은 인간 놈들. 너희들이 나선다고 달라질 것이라 여겼나?"

바투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초인부대의 공격.

이 모든 공격에도 바투는 물러섬이 없었던 것이다.

초인부대의 병력만 해도 20만이다.

그러나 바투는 자신의 정예 병력들을 앞세워 순조롭게 길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바투 혼자라면 모를까······.

그의 정예병까지 가세하니 속수무책이었다.

"크라아압!"

바투의 공격은 그 어떤 화려함도 없었다.

그저 한 번의 휘두름이 존재할 뿐.

그리고 그 한 방만으로도 명백한 죽음이 피어났다.

그야말로 전장의 사신.

"으, 으, 으아아아아압!"

한 블랙오크가 겁에 잔뜩 질린 채 기합을 내질렀다.

그리고선 바투에게로 뛰어들었다.

이에 바투는 또 다시 해머를 휘둘렀다.

후웅-! 쿠웅!

까득!

이 한 방에 블랙오크는 그대로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이 모습에 제라의 병사들은 슬슬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감히 바투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그야말로 스치기만 해도 사망일 정도이지 않나.

이에 다급해진 것은 초인부대원들이었다.

"젠장! 전 인원은 모두 집중해라! 이렇게 밀리다간 그대로 끝이라고! 정신 바짝 안 차려!?"

그런데 그때였다.

제이슨의 다급한 외침을 뚫고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터벅- 터벅-

"길 좀 비켜 줄래?"

이어, 어디선가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병력을 비집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제이슨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텍사스의 악녀?"

"저 새낀 내꺼다."

미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랭커로 평가받는 최강의 초인 중 한 명.

그녀는 바로 가브리엘 정. 아니, 정지은이었다.

어느덧 지은은 양손을 치켜들었다.

제대로 한 방 먹여 줄 참이었다.

지은이 바투를 향해 말했다.

"야, 나 기억하지?"

말을 마친 지은은 가진 바 모든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 *

<정인우>

레벨 : 260.

특성 : 광전사

스텟 : [근력 510+50+10+15] [민첩 295+40] [마력 165+10+40] [체력 260+40+10+10]

미분배 포인트 : 110

[EXP 4,000 / 3,500,000]

인우의 레벨은 22개가 올랐다.

이에 따른 미분배 포인트를 찍을 여유가 없을 지경이었다.

인우는 멈추지 않았다.

현재 목표 레벨까지는 40개가 더 남은 상황.

"취-익! 저 인간을 죽여라!"

"후방 병력들은 모두 모여!"

인우의 후방 침투는 일찌감치 들킨 상태였다.

블랙오크들은 너도나도 다급한 비명을 내지르며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쿵! 쿵! 쿵! 쿵!

평원을 까마득히 메꾼 후방 병력들.

놈들은 각자의 병장기를 치켜들고 인우를 향해 돌진해 왔다.

"어딜!"

이에 인우는 온 힘을 다해 스윙을 날렸다.

저러한 대군에 둘러싸인다면 굉장히 곤란해진다.

인우는 오랜 전장의 경험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인우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정확했다.

"흐아압!"

후웅-!

연달아 수차례에 걸쳐서 이어진 스윙.

"워어어어어!"

"빌어어어먹을!"

엄청난 풍압과 함께 블랙오크들은 홍해가 갈리듯 날아가 버렸다.

물론 모든 블랙오크들이 스윙을 뚫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못해도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블랙오크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인우에게 쇄도해 왔으니까.

이에 인우는 놈들을 향해 마주달리며 포효를 내질렀다.

그 포효에 놈들은 잠깐이지만 머리와 다리를 붙잡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흐아압!"

인우는 그러한 놈들을 파뇌로 후려쳤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스킬은 최대한 자제하는 인우였다.

"뒈져라!"

퍼억!

마치 수박이 터지듯 사방팔방에서 머리통들이 터져 나갔다.

그럴 때마다 인우의 전신 근육이 꿈틀대며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광기였으며 아드레날린이었다.

피와 살점, 그리고 폭력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고통은 흥분과 희열이 되고, 종국에는 사고마저 더뎌진 채로 전장의 악귀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광전사인 인우가 바라던 바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압!"

"취-익!"

"꾸웩!"

"끄아아악!"

[경험치를 14500+14500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13600+13600 획득하였습니다.]

.

.

경험치가 쏟아진다.

그리고 경험치가 가득 찰 무렵.

레벨 업이 코앞이었기에 더 이상 아낄 이유가 없다.

"으라아아아!"

그제야 인우는 체력이고 마나고 모조리 뽑아 쓰기 시작했다.

인우는 파뇌를 치켜들고 전장의 한복판을 향해 광폭난무를 시전했다.

쐐애애애애애앵!

인우의 신형이 팽이처럼 돌아가며 거대한 허리케인이 일었다.

푸드드드드드득-!

블랙오크들은 이러한 강력한 스킬에 별다른 힘을 쓰지도 못한 채 갈려 나갔다.

아무렴.

마스터 레벨의 광폭난무다.

일개 병사인 블랙오크들이 막을 계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인우가 아니었다.

인우는 주저함이 없었다.

체력과 마나가 방전될 때까지 스킬을 난사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으라라아아!"

이내 광폭난무가 그쳤다.

그러자 인우는 곧바로 사방팔방을 향해 기가 라이트닝을 난사해 댔다.

꽈지지지직! 꽈지지지직!

마법의 경우 기가 라이트닝이 최선이었다.

블리자드의 경우 시전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기에, 지금과 같은 난전에선 적절하지 못했다.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를 일 아닌가.

이윽고 모든 마나를 소비한 인우.

이어서 인우는 파뇌를 공중에 띄웠다.

그런 뒤 광폭 어검을 날렸다.

이제 남아 있는 모든 체력은 이것으로 동 낼 참이었다.

쐐애애애애애앵-!

인우의 파뇌가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며 블랙오크들을 도륙해 나갔다.

그렇게 인우는 광폭 어검을 띄워 둔 채로,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으자자자자!"

타다다다다닥!

인우는 맨몸으로 블랙오크들을 향해 돌진해 나갔다.

그러더니 몇몇 블랙오크들을 분신들에게로 집어던져 버렸다.

"잡아라!"

이에 분신들은 인우의 명령을 따라 블랙오크들과 전투를 치렀다.

이렇게 인우가 분신들이 죽지 않게끔 적당한 적을 내던져 주니, 분신들은 안전한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시전자의 '분신4'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들의 레벨은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하긴, 100레벨도 되지 않는 분신들이다.

그런데 몇 만의 경험치가 밀려들어오니 말 다했다.

인우 본인조차도 저 구간의 레벨 때에는 경험치 500을 주는 말리오 도축을 했었다.

그 당시에도 레벨 업은 충분히 빨랐다.

그러니 지금은 더 할 수밖에.

현재 분신들의 레벨 업 속도는 모터가 달린 듯 빨랐던 것이다.

물론 분신들은 인우 본인에 비해 무척이나 약했다.

그럼에도 여태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존재했다.

인우가 스윙을 적절히 활용해 블랙오크가 몰리는 것을 방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신들이 잘 싸울 수 있게끔 뒤를 봐주었다.

나아가, 분신들은 체력이 떨어질 만하면 레벨 업을 해 댔다.

이 때문에 방전된 체력은 금세 다시 회복됐던 것이다.

['광기 폭발'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암기투척'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게다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헐떡대는 숨 때문인지 스킬 레벨조차도 평소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다른 건 제쳐 두고 서라도 분신 스킬의 레벨은 중요했다.

현재 인우의 분신 스킬 레벨은 71.

이에 따라 분신들의 한계 레벨도 크게 올라간 상태였다.

<분신1>

레벨 : 89

한계 레벨 : 105 <시전자 레벨의 40.5%>

<분신2>

레벨 : 89

한계 레벨 : 105 <시전자 레벨의 40.5%>

<분신3>

레벨 : 80

한계 레벨 : 105 <시전자 레벨의 40.5%>

<분신4>

레벨 : 65

한계 레벨 : 105 <시전자 레벨의 40.5%>

현재 인우의 레벨은 260.

이에 따라 시전자 레벨 40.5%에 해당하는 105레벨이 분신들의 한계 레벨이었다.

분신의 한계 레벨이라는 것은 결국 인우 본신의 레벨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시전자 레벨의 퍼센트로 상승되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현재의 한계 레벨은 더 없이 커진 상태.

100이 된다면 광폭난무를 시전할 수 있는 레벨이다.

이제 금방이었다.

이러한 상승세라면 금세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인우의 아공간에는 4개의 각성정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을 통해 분신들을 곧바로 각성시킨다.

해서 4명의 분신이 모두 광전사의 1차 각성 스킬인 광폭난무를 사용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파괴력일 것이다.

1차 각성을 끝마친 100레벨의 정인우가 4명인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인우는 이를 악물었다.

"나와! 으아아아아!"

띄워 둔 광폭 어검으로 인해 체력은 빠르게 고갈되었다.

아무렴.

광전사의 2차 각성 스킬이니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우는 아낌없이 광폭 어검을 뿌려 댔다.

이에 따라 블랙오크들은 너도나도 목이 잘려 나갔다.

그야말로 인우 한 명으로 인해 후방이 쑥대밭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경험치를 10000+10000 획득하였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모든 체력과 마력이 고갈될 때 즈음.

그때에 인우는 레벨 업을 했다.

이에 따라 고갈 되었던 모든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다시금 쌩쌩해진 정인우.

그러한 인우의 모습에, 대적하던 블랙오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이제 곧 인우가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라 여겼던 블랙오크들이었던 것이다.

한데 예상과 다르게 단숨에 호흡조차 편안해진 모습이질 않나?

"허······."

"취-익! 도대체 무슨 스킬이지?"

"인간! 악마에게 혼이라도 판 것이냐!"

놈들의 외침에 인우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레벨 업 했다 새끼들아."

블랙오크들 또한 인간들만의 권능인 레벨 업이 존재하는 녀석들.

그렇기 때문에 놈들은 인우가 내뱉는 말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저, 저 자식이 우리를 잡고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거였다고!?"

"이대론 안 돼!"

"이 상태로는 우리 모두 다 죽음이다! 저놈은 지칠 일이 없다고! 빌어먹을!"

녀석들은 당황했다.

이에 인우는 놈들을 향해 이죽대기 시작했다.

"도망 칠거면 마음대로 해. 어차피 널린 게 블랙오크다."

말을 마친 인우는 다시금 놈들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전투가 지났다.

또 다시 레벨 업이 이어졌고, 그것은 분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침내······.

[시전자의 '분신1'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시전자의 '분신2'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분신 1, 2의 레벨이 99가 되었다.

각성정수가 필요한 시점.

이윽고 인우는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진짜 재밌는 거 보여 줄게. 딱 처박혀 있어라. 빌어먹을 블랙오크 새끼들아."

< 113화 레벨 업! 레벨 업! 폭풍 레벨 업 (2) > 끝

ⓒ 호종이< 114화 레벨 업! 레벨 업! 폭풍 레벨 업 (3) >

두 명의 분신이 99레벨이 되었다. 이제 각성 정수를 먹여야 할 때다.

인우는 곧바로 아공간을 소환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블랙오크들은 끝도 없이 돌격해 왔다.

"취-익! 인간! 죽어라!"

"재밌는 걸 보여 준다고? 웃기지 마라!"

"아오!"

녀석들은 이를 악물고 덤벼들고 있었다.

놈들이 한번 돌격해 오면 기본적으로 수천 마리였다.

만일 블리자드가 즉시 시전이 가능한 마법이었다면 곧바로 얼려 버릴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블리자드를 시전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역시나 답은 스윙.

인우는 곧바로 스윙을 연달아 사용했다.

후웅- 후웅!

거대한 파뇌가 뿜어내는 강력한 풍압.

이에 블랙오크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인우는 잽싸게 아공간에서 각성 정수 4개를 몽땅 꺼냈다.

그런 뒤 2개는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두 개는 99레벨을 달성한 분신 1,2에게 던져주었다.

척!

분신들은 인우가 던진 황금색 구슬을 받아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인우가 곧바로 외쳤다.

"먹어라!"

인우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명의 분신이 각성 정수를 입안에 넣고 삼켰다.

그리고 그 순간.

후우우우우웅-!

각성 정수를 삼킨 분신들의 몸에서 광채가 일었다.

이윽고 떠오르는 메시지.

[시전자의 '분신1'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시전자의 '분신2'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1'의 신체가 각성되었습니다.]

['분신2'의 신체가 각성되었습니다.]

['분신1'의 근력이 50 증가합니다.]

['분신2'의 근력이 50 증가합니다.]

['분신1'의 민첩이 40 증가합니다.]

['분신2'의 민첩이 40 증가합니다.]

['분신1'의 체력이 40 증가합니다.]

['분신2'의 체력이 40 증가합니다.]

['분신1'의 마력이 10 증가합니다.]

['분신2'의 마력이 10 증가합니다.]

['분신1'의 100레벨의 '광폭난무'스킬이 활성화됩니다.]

['분신2'의 100레벨의 '광폭난무'스킬이 활성화됩니다.]

['분신1'의 100레벨의 '절대자의 호흡'스킬이 활성화됩니다.]

['분신2'의 100레벨의 '절대자의 호흡'스킬이 활성화됩니다.]

엄청난 양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절로 입이 벌어지는 배부른 메시지다.

두 명이 동시에 각성했기 때문에 메시지의 양도 두 배인 것이다.

이 두 명의 분신은 100레벨을 달성하며 절대자의 두 번째 패시브까지 열렸다.

즉, 숨 쉴 때마다 경험치를 획득하게 된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인우가 그랬듯, 신체가 재구성되어 각성하며 엄청난 양의 스텟이 올랐다.

나아가 광전사의 주력기 중 하나인 광폭난무까지.

"이제 진짜 재밌어질 거다."

어느덧 인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이제 시작이다.

인우는 곧바로 분신1, 2를 뒤편에 세웠다.

이러한 순간에도 블랙오크들은 여전히 쇄도해 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우는 스윙을 날리지 않았다.

그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모조리 갈아 주마."

가장 먼저 인우의 신형이 팽이처럼 돌아가며 마스터 레벨의 광폭난무가 펼쳐졌다.

그러자 블랙오크들이 기겁을 하기 시작했다.

"저 자식 또, 또 저 스킬이다! 모두 방어하라!"

"차라리 도주해!"

"살려 줘!!"

"저 미친 새끼!"

그러나 블랙오크들의 두려움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어느덧 인우의 명령에 따라 분신1, 2의 광폭난무까지 합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우우우우웅-!

분신들의 광폭난무는 낮은 레벨이었기에 인우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그러나 제아무리 그렇다 해도 광폭난무는 각성 스킬이다.

그러한 막강한 스킬이 연달아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후우우우웅-!

"크아아아아압!!"

"크아아아아압!!"

어느덧 분신들은 광폭화까지 시전했다.

그러자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분신들의 공격력은 2배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폭난무.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끄아아아아아아악!!"

"후, 후퇴하··· 아아아악!!"

이번에야말로 경험치가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신 3, 4들 또한 날뛰기 시작했다.

아직 각성은 하지 못한 분신들.

이 녀석들의 레벨은 각각 91, 78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또 다른 인우답게 영악하고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혼란이 가득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블랙오크들.

그러한 적들은 모조리 분신 3, 4의 몫이었다.

그렇게, 후방 병력은 5명의 인우로 인해 빠르게 밀리기 시작했다.

* * *

바투 부대와의 격전지.

이곳 최전선에는 해머를 치켜든 바투가 보였다.

"야, 나 기억하지?"

정지은은 초인부대를 헤치고 그러한 바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어서 양손에 모든 마력을 끌어 올렸다.

"호오."

이에 바투는 자신을 향해 건방진 말을 내뱉는 조그마한 동양 여자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한국인 여자로군."

그러한 바투의 음성에 지은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엔 얄짤 없다. 저번엔 오빠를 구하느라 어쩔 수 없이 후퇴했지만, 이번만큼은 어림없어."

"하하."

바투는 웃었다.

그리고선 묘한 눈빛으로 지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애초 바투는 한국인 여자에 대해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인 여자가 엄청난 무력까지 지니고 있으니, 더욱더 소유욕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채앵-! 카앙!

한편, 바투와 지은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주변에서의 전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바투나 지은은 전혀 상관치 않았다.

이들은 오로지 서로만을 신경 쓸 뿐이었다.

이윽고 바투가 웃음을 그치지 않은 채 말했다.

저 여자는 분명 오빠를 구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 했다.

"가만 보니 닮은 구석이 있어."

"아가리 다물어. 괴물 새끼야."

"너는, 내가 취하겠다. 나의 노리개로 삼아주마."

이윽고 바투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이런 씨발, 생기다 만 것 같은 새끼가···."

더 이상은 들어줄 수 없다는 듯.

정지은은 양손에 응축시켜 놓았던 마법을 난사해 대기 시작했다.

"뒈져!"

파바바바바바바밧-!!

시전조차도 없는 단발 마법들이 무작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마법들은 모두 강력한 것들뿐이었다.

이윽고 지은의 마법 폭격이 시작되자, 그 광경을 잠자코 지켜보던 제이슨이 외쳤다.

"지금이다! 텍사스의 악녀가 합류했다! 바투에게 총공세를 펼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제라의 전방 병력들도 각자의 병장기를 치켜들고 바투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자 바투의 정예 병력들이 움직였다.

"저 녀석들이 감히! 위대한 전사 바투님을!"

"우와아아아아아!"

녀석들의 외침.

그러한 외침 위로 지은의 마법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 * *

바투 부대의 후방 병력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대학살은 단 한 명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 물론 제대로 인원수를 파악해 보자면 5명이긴 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정인우>

레벨 : 299

특성 : 광전사

스텟 : [근력 510+50+10+15] [민첩 295+40] [마력 165+10+40] [체력 260+40+10+10]

미분배 포인트 : 305

[EXP 10 / 7,000,000]

40개의 레벨만 더 높이면 목표치에 도달하겠다고 생각하던 인우였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했던 것이 불과 반나절 전이었다.

그런데 벌써 목표치가 코앞이었다.

299레벨.

이제 300레벨까지는 1개의 레벨 업이 남은 상태.

즉, 인우는 이제 곧 3차 각성을 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번 몰이사냥이 마지막 학살이다.

299의 필요 경험치량은 터무니없이 높아진 상태였다.

본래에 350만 가량의 필요 경험치였질 않나.

그런데 299가 되자 기존 경험치에 약 70% 가량이 늘어난 상태였다.

각성을 앞두게 되면 늘 이러했다.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달가운 것은 300레벨의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광전사의 3차 각성스킬과 전능자 패시브.

이제 곧 이 두 개의 스킬을 획득할 수 있었다.

정말로 코앞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성장을 한 것은 인우뿐만이 아니었다.

4명의 분신들.

이 녀석들 또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인우는 이제 4번 째 분신의 각성을 끝마친 참이었다.

[시전자의 '분신4'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4'의 신체가 각성되었습니다.]

.

.

.

이로써 모든 분신들의 각성이 끝났다.

<분신1>

레벨 : 121

한계 레벨 : 121 <시전자 레벨의 40.5%>

<분신2>

레벨 : 121

한계 레벨 : 121 <시전자 레벨의 40.5%>

<분신3>

레벨 : 111

한계 레벨 : 121 <시전자 레벨의 40.5%>

<분신4>

레벨 : 100

한계 레벨 : 121 <시전자 레벨의 40.5%>

분신들의 목표치는 모두 이루었다.

분신 1, 2의 경우 한계 레벨에 가로막혔을 정도.

이제 남은 것은 인우 본인의 1레벨 업.

빠르게 300을 찍고 바투에게로 가야한다.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좋지 않은 구도가 펼쳐질 것은 명백했기에.

"후우. 엄청나게 불어나 버렸군."

인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전방을 주시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후방 병력들은 인우의 침투를 완벽히 봉쇄하기 위해 엄청나게 몰린 상태였다.

이제는 스윙을 끝도 없이 시전해도 한계가 보일 정도.

그래서일까?

이내 인우는 스윙 시전을 포기했다.

이번에 몰린 녀석들을 모조리 잡아 버리고 300을 찍게 되면, 팜이를 이용해 도주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수만 마리의 블랙오크들은 금세 수십, 수백만이 될 것이었다.

그야말로 끝이 없을 지경.

어느덧 인우는 곧바로 마스터 레벨의 대검 막기를 펼쳤다.

그리고 그러한 인우를 향해 엄청난 숫자의 블랙오크들이 쇄도해 오기 시작했다.

"와라···!"

우두두두두두-!

인우가 파뇌를 가슴 앞에 댔다.

그리고 그때.

몰려오던 블랙오크들의 총공세가 펼쳐졌다.

"인간 놈을 죽여라!"

"죽여!!"

캉! 캉! 캉! 캉!

대검 막기로 인해 피어난 강력한 쉴드가 녀석들의 공격을 모조리 튕겨내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으!"

사방팔방에서 빗발치는 공격들.

인우는 물러섬이 없었다.

그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놈들을 노려보았다.

놈들의 공격으로 인해 전신이 흔들리고 팔이 저려왔다.

몸이 흔들리자 전신을 적셔 왔던 적들의 핏물이 후두둑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핏물이 눈가에 떨어지며 시야를 방해했다.

그럼에도 인우는 눈을 부릅떴다.

이윽고 인우의 시야는 빨간색 셀로판지를 붙인 양 붉어졌다.

"개자식들···!"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서서히 버티기 힘들어질 때 즈음.

인우는 육체강화를 시전했다.

그런 뒤 곧바로 분신들에게 명령했다.

"모조리 갈아 버려!!"

"크아아아압!!"

그러자 4명의 분신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이쪽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어 분신들은 볼 것도 없이 광폭난무를 시전했다.

쐐애애애애애앵-!

파바바바바바밧-!

블랙오크들이 산채로 갈리며 처절한 비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제야 인우는 대검 막기를 거두고 놈들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마지막 몰이다! 제대로 한번 날뛰어 줄게!"

외침에서 묻어 나오는 강렬한 패기.

붉은 피로 물든 인우는 그야말로 악귀와도 같았다.

이윽고 인우는 모든 보조 스킬로 전신을 도배시켰다.

그런 뒤, 끊임없이 몰려드는 블랙오크들을 향해 파뇌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후웅! 퍼억!

"뒈져!"

이것은 바투를 향한 마지막 걸음이었다.

이제 곧 녀석을 만날 것이다.

인우는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다 덤벼 개자식들아!!"

광기에 휩싸인 인우는 독한 언사와 함께 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 114화 레벨 업! 레벨 업! 폭풍 레벨 업 (3) > 끝

ⓒ 호종이

< 115화 레벨 업! 레벨 업! 폭풍 레벨 업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