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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푸후훗. 내가 찾던 게 이거다냥!"

테오가 보물창고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찍!

[테오 님,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옆에서 시궁창 용병단이 그런 테오를 축하해줬다.

"푸후훗. 고맙다냥! 아니! 고맙지 않다냥!"

조금 전까지 쥐들이 자신의 보물을 훔쳐 가려 했기에 테오는 서둘러 고맙다는 말을 거뒀다.

그리고

"푸후훗. 너희들은 이제 가도 좋다냥!"

찍!

[감사합니다!]

물론 그냥 가라는 건 아니었다.

"여기다 앞발 한 번씩 찍고 가라냥!"

계약서 한 뭉치를 꺼내는 테오. 너희들은 이제 내 부하다냥! 오늘도 열일하는 테 부회장이었다.

그렇게 테오가 계약서를 꺼내 쥐들의 도장을 받고 있을 때

"테 부회···이게 다 뭐야?!"

보물창고에 도착한 세준이 득실득실한 대형 쥐들을 보며 기겁했다.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푸후훗. 박 회장, 왔냥? 얘들아, 여긴 박 회장이다냥!"

테오가 그런 세준을 반기며 쥐들에게 세준을 소개했다.

찍!찍!

[안녕하세요!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어? 어······."

1000마리가 넘는 쥐들과 세준이 엉겁결에 인사를 나눴다.

자세히 보니 그래도 귀여운 점이 보였다. 씻기만 하면 더 귀여울 거 같은데···

꾸엥!

[아빠의 아들 꾸엥이다요!]

쥐들의 인사에 꾸엥이도 자랑스럽게 세준을 가리키며 자신을 소개했다. 꾸엥이 아빠는 최고다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무지개성 안이 분주해졌다.

"서둘러 베누스를 찾아라!"

장례를 치르고 베누스의 비밀 통로를 발견한 왕실 경비대가 무지개성으로 들어와 베누스를 찾기 시작한 것.

그리고

"보물창고다! 여기에 침입자가 있다!"

왕실 경비대가 보물창고 안에 있는 세준 일행과 시궁창 용병단을 발견하고는 지원을 요청했다.

"너희들은 누군데 우리 코브 왕국의 보물창고에 있는 것이냐?!"

지원을 요청한 병사들이 그들에게 무기를 겨누자

찍!

[테오 님, 저희가 길을 뚫겠습니다!]

장고가 왕실 경비대를 막아섰고

꾸엥!꾸엥!

[싸우면 아빠 위험하다요! 무기 내린다요!]

꾸엥이도 나서려 했지만

"꾸엥아, 꿀 먹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다요!]

세준이 피해가 커지지 않게 꾸엥이의 관심을 꿀로 돌렸다.

그때

"그분들은 왕국의 귀빈들이시다. 물러서라."

삐욧!삐욧!

[맞아요! 그분들을 공격하지 마세요!]

짹!

[어머니 나무의 주인님 안녕하세요!]

꺄오!

[안녕하세요!]

코브의 왕 루이가 삐욧이와 100마리의 아기새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조금 전.

프라나와 루이는 성으로 돌아오던 중 수도를 돌아다니는 한 무리의 아기 새들을 발견했다.

"루이, 저기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에요!"

"오! 정말이네!"

그렇게 프라나와 루이가 새들을 향해 날아갔고

삐욧!삐욧!

[여기는 학교야! 밥은 별론데 매점에서 파는 소시지가 맛있어!]

아기 새들에게 자신의 아는 모든 지식을 열심히 알려주는 삐욧이가 보였다.

하지만

삐욧!

[이제 수도 안내는 끝! 왕성으로 가자!]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삐욧이. 아기 새들에게 알려줄 지식이 많이 없었다.

그렇게 삐욧이가 새들을 데리고 무지개성으로 가려 할 때

"삐욧이, 이 아기새들은 어디서 온 거니?"

삐욧!삐욧!

빠르게 다가온 프라나의 물음에 삐욧이가 세준과 자신들이 열심히 노력해 새로운 어머니 나무가 새들을 탄생시켰다고 대답했다.

"진짜? 직접 봐야겠어!"

그렇게 프라나는 새로운 어머니 나무를 확인하러 갔고

"저희 이제 왕성 구경할 차롄데 가도 돼요?"

"그럼. 따라와라. 내가 안내해줄게."

삐욧이는 루이를 따라 아기 새들과 왕성을 구경하다 세준을 찾은 것이다.

덕분에 큰 충돌 없이 테오는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보물창고에서 나왔다.

"루이, 찍어라냥!"

루이에게 계약서를 내미는 테오. 계약서에는 테오에게 보물창고를 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분명 원하는 것을 준다고 한 루이. 테오는 보물창고 안에 든 보물들을 전부 원했다.

결국 다 먹겠다는 심보였지만

꾹.

루이는 흔쾌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테오가 아니었으면 나라가 망했을 테니 보물창고 한 개 정도는 충분히 줄 수 있다.

거기다 테오는 몰랐지만, 무지개성 안에는 이런 보물창고가 몇 개 더 있었다.

"푸후훗. 이제 이건 다 내꺼다냥!"

그것도 모르고 테오가 환하게 웃고 있을 때

"왕이시여. 베누스를 찾았습니다."

병사 하나가 달려와 기절한 베누스를 찾았음을 루이에게 알렸다.

"그럼 저는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세준 님, 테오 님, 어머니 나무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이가 세준과 테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서둘러 베누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저희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우다다다.

시궁창 용병단도 떠났다.

"일단 우리 여기서 나가자."

세준이 악취가 나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탑 99층으로 가기 위해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그렇게 웨이포인트에 도착한 세준.

"테 부회장, 그래서 원하는 물건은 찾았어?"

세준이 테오에게 물었다.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 이거 받아라냥!"

테오가 봇짐에서 청록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이게 뭔데?"

세준이 유리병을 움직이며 안에서 가끔씩 은은한 금속광택을 내는 액체를 보며 물었다.

"푸후훗. 좋은 거다냥!"

세준의 다리에 매달린 테오가 자신 있게 대답하며 눈을 반짝였다. 나를 칭찬하라냥! 쓰다듬어라냥!

"그래?"

세준이 한 손으로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유리병을 자세히 살펴봤다.

[거인의 피]

???

"거인의 피?"

미감정 아이템은 위험하다고 거의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받은 세준.

"에일린, 이것 좀 감정해줘."

세준이 서둘러 에일린에게 감정을 맡겼다.

잠시 후

[탑의 관리자가 테오가 훌륭한 아이템을 가져왔다고 기뻐합니다.]

에일린의 말과 함께 감정을 끝낸 유리병이 세준의 손바닥 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역시 우리 테 부회장! 테 부회장 다리는 백만 불짜리 앞발이야!"

세준이 아이템을 확인하고는 테오의 앞발을 잡고 흥분하며 외쳤다.

"푸후훗. 그렇다냥! 내 앞발은 아주 비싸다냥!"

테오가 히죽 웃으며 조용히 세준의 손을 자신의 배로 가져갔다.

***

멸망의 외곽.

"드디어 회복이 끝났나 보군."

펜릴이 붉은 안개들이 단단하게 뭉치며 형체를 만들어 가는 걸 보며 말했다.

그리고

까아아악!

펜릴의 생각대로 할파스가 회복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지?"

할파스가 자신까지 멸망의 12사도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보며 물었다.

"할파스, 내가 없는 동안 네가 지휘를 맡아라."

"뭐?"

"자세한 건 요르문간드한테 들어라! 너희들은 출발해라!"

"네!"

펜릴의 명에 4좌에서 12좌까지 아홉 멸망의 사도들이 용들이 지키는 아홉 탑을 향해 이동했고

"우리도 가지."

"알았다."

펜릴은 요르문간드의 파편을 타고 은밀하게 검은탑을 향해 접근했다.

잠시 후

콰앙!

멸망의 사도 5좌 비명과 얼음의 여왕 샤샤가 붉은탑 전체를 얼리는 공격을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됐다.

286화. 그 전에 나 안 죽겠지?

286화. 그 전에 나 안 죽겠지?

"흐흐흐."

[청동 거인의 피]

청동 거인의 몸에서 뽑은 피입니다.

섭취 시 체력과 체력 잠재력이 10%씩 상승합니다.(체력과 체력 잠재력의 최대 체력 상승치는 100입니다.)

섭취 시 재능 : 거력을 개화할 수 있습니다.

청동 거인의 피를 한 번 마시면 이후로는 청동 거인의 피를 마셔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유통 기한 : 없음

등급 : S+

세준이 자신의 손에 들린 유리병을 보며 웃었다.

재능 : 거력은 잘 모르겠지만, 체력과 체력 잠재력의 10% 상승. 엄청난 수치였다.

그렇게 세준이 유리병의 옵션을 보는 사이

"푸후훗."

테오는 세준의 손길을 기다리며 자신의 배를 열심히 핥았다. 이제 털 안 빠질 거다냥!

뽕.

그렇게 테오가 몸단장을 하는 사이 세준이 유리병을 열었다.

"···?"

유리병 안에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향이 흘러나왔다. 약간의 비릿한 쇠 냄새와 은은한 단내.

'이상한 맛은 아니겠지?'

보통 쓴맛 신맛 등 특징 있는 맛은 설명에 맛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런 설명이 없기에 세준은 어느 정도 안심하며 과감하게 청동 거인의 피를 원샷했다.

주르륵.

입안으로 들어오는 걸쭉한 액체.

하지만

···?!

예상과 다르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맛이 혀를 덮었다.

"읍!"

세준이 얼굴을 찡그리며 서둘러 물을 꺼내

꿀꺽.꿀꺽.

입에 있는 청동 거인의 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이건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괴랄한 맛이었다.

거기다 더 최악은 액체가 너무 걸쭉해 물을 마셔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

"큰일이다냥! 박 회장, 얼굴이 또 썩었다냥!"

다다다.

꾹.꾹.꾹.

테오가 급하게 세준의 어깨로 올라가 세준의 얼굴을 주무르기 시작했고

"읍!읍!"

'얌마! 누르지 마!'

세준은 자신의 볼을 누르는 테오의 꾹꾹이에 뿜어져 나오려는 청동 거인의 피를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한 방울도 버릴 수 없어!'

이미 버린 입맛. 세준은 억울해서라도 전부 삼켰다.

그리고

[청동 거인의 피를 섭취했습니다.]

[체력과 체력 잠재력의 10%가 상승합니다.]

[체력이 81 상승합니다.]

[체력 잠재력이 85 상승합니다.]

[재능 : 거력을 개화했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다행히 청동 거인의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아 아이템의 효과를 100% 받았다.

"흐흐흐. 됐다. 재능도 확인해야지."

세준이 웃으며 재능 : 거력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미 엄청난 스탯이 상승했기에 재능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능 : 거력]

-힘에 대한 높은 잠재력을 가진 재능입니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힘 잠재력이 500 상승합니다.

재능마저 잭팟이었다.

"오!"

세준이 기뻐하는 사이

'푸후훗. 이제 박 회장 얼굴 고쳤다냥!'

꾹꾹이를 끝내고 뿌듯한 표정으로 테오가 다시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팡.팡.

"박 회장, 나 준비 끝났다냥!"

자신의 배를 당당하게 두드리며 말했다.

"응. 나중에."

"냥?"

철컹.

세준이 테오와 동물들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탑 99층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세준이 떠난 79층.

쿠구궁.

불꽃이가 다시 뿌리를 움직여 새를 잉태하는 나무에게 다가갔다.

그때

[불꽃이 님, 제 이름을 지어주세요!]

[뭐? 네 이름을 지어달라고?]

[네!]

성목이 되며 말을 할 수 있게 된 새를 잉태하는 나무가 불꽃이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음···그럼 난 불꽃이니까 너는 불싹이로 하자.]

그렇게 탑 79층 새를 잉태하는 나무의 이름이 불싹이가 됐다.

***

고오오오.

붉은 안개가 스멀스멀 뭉치면서 온몸이 불에 휩싸인 한 쌍의 검은색 뿔과 붉은색 날개를 가진 악마가 나타났다.

멸망의 사도 4좌 파멸의 악마, 멜픽스였다.

"불태워라!"

멜픽스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푸른탑을 공격했다.

화르르륵.

거대한 검은 불꽃들이 운석처럼 푸른탑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막아라!"

쿠오오오!

터전을 경계하던 푸른용들이 냉기가 실린 브레스를 쏘며 멜픽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최근 할파스의 등장으로 터전을 경계하는 용들의 수를 배로 늘리지 않았으면 멜픽스의 기습적인 공격에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파멸의 빛이여!"

그사이 멜픽스가 다른 공격을 준비했고

쿠오오오!

푸른용들은 다시 브레스로 멜픽스의 공격을 막았다.

팽팽한 공방전.

아니. 필사적인 방어전.

"헉.헉."

"힘내라!"

"수장 님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해!"

그들은 멜피스의 공격을 막아내며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크큭. 벌써 지치면 실망인데."

그에 반해 전혀 지치지 않은 멜픽스.

그때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난 것이냐?!"

아스터가의 가주 위대한 푸른용 모링 아스터가 터전에 있던 모든 푸른용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어디긴 얼음 도마뱀들이 사는 곳 아니냐! 죽어라! 파멸의 파동!"

검은 불꽃이 해일처럼 일어나며 용들을 덮치려 했다.

"감히!"

쿠오오오!

모링이 몰아쳐 오는 검은 불꽃을 향해 브레스를 쐈다.

푸른용들의 수장답게 모링의 브레스는 다른 푸른용들과는 그 위력부터 달랐다.

콰광!

멜픽스의 검은 불꽃과 충돌한 모링의 브레스.

하지만

"이익!"

모링의 브레스는 파멸의 파동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사이 모링과 함께 나타난 푸른용들이 멜픽스와 싸우던 푸른용들에게 얼음의 정수를 주며 힘을 회복하게 했다.

얼음의 정수는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용도도 있지만, 이렇게 푸른용들의 힘을 회복시키는 용도로도 사용됐다.

그리고

"수장 님을 지원하라!"

쿠오오오!

모든 푸른용들이 모링의 브레스를 향해 브레스를 쐈다.

그러자 모링의 브레스에 자연스럽게 다른 푸른용들의 브레스가 합쳐지며 점점 거대해지는 브레스.

쾅!

용들의 지원을 받은 모링의 브레스가 파멸의 파동을 파괴하며 멜피스를 공격했다.

"크큭. 푸른용들 실력이 아직 녹슬지는 않았구나."

콰드득.

멜픽스가 푸른용들의 브레스에 얼어붙은 자신의 손을 뽑아버리고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너희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멜픽스가 자신의 뜯어낸 팔을 킨에게 던지며 말했다

콰앙!

"크윽!"

모링이 팔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여파로 비늘이 뜯기며 작은 상처가 났다.

"봉인 해제."

그사이 멜픽스는 자신의 3단계까지의 봉인을 동시에 해제했다.

멜픽스의 등에서 세 쌍의 날개가 더 나타나며 멜픽스의 힘이 6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꾸드득.

동시에 멜픽스의 팔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공격해라!"

쿠오오오!

모링이 팔을 회복하는 멜픽스를 향해 브레스를 쐈고

쿠오오오!

다른 푸른용들이 지원했다.

"크큭. 고작 이 정도냐?"

멜픽스는 남은 한 손으로 그들의 공격을 여유롭게 막으며 남은 팔을 재생시켰다.

'다른 용들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해!'

모링 아스터가 브레스를 쏘며 푸른탑과 가장 가까이 있는 갈색탑과 녹색탑을 둘러봤다.

가장 가까이 있는 만큼 푸른탑의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지원 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

모링의 눈에 갈색용과 녹색용들이 멸망의 사도와 싸우는 게 보였다.

갈색탑과 녹색탑도 이미 다른 멸망의 사도와 전투 중이었다.

'설마 아홉 탑이 전부 멸망의 사도에게 공격받고 있는 건가?'

이런 상태라면 승산이 없었다.

모링이 절망감에 빠지려 할 때

쾅!

"크헉! 뭐냐?!"

"뭐긴? 위대한 검은용 카이저 프리타니 님이시다!"

어느새 나타난 카이저가 멜픽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콰과광!

카이저는 사정없이 공격을 퍼부었고, 멜픽스는 정신없이 맞았다.

그리고

"크큭. 다음에 보지."

콰득.

카이저에게 목을 물어뜯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멜픽스는 붉은 안개로 변해 사라졌다.

땡그랑.

"수거. 모링, 괜찮냐?"

떨어지는 코인을 챙긴 카이저가 모링을 보며 물었다.

"어?! 어······."

모링이 애써 침착한 척 대답했다.

그때

"어?! 모링, 너 안 괜찮네! 다쳤잖아?! 내가 치료해줄게!"

모링의 어깨에 난 작은 상처를 발견한 카이저.

용혈을 티 나지 않게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카이저가 밝게 웃으며 모링에게 다가갔다.

"아니. 이 정도는 내가···."

모링이 거절하려 했지만

"아냐! 싸우느라 힘들었을 텐데 내가 치료해줄게!"

카이저가 모링의 상처를 치료하는 척하며

트드득.트드득.

모링의 상처 주변의 비늘을 왕창 뜯어내고

꽈악.

상처를 눌러 용혈을 짜냈다.

재생력이 워낙 좋아 이미 많이 아물어서 피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

그렇게 치료를 빙자한 헌혈을 당하고 있던 모링.

"야! 아프잖아! 그냥 마법으로 치료하면 되는데 왜 비늘이랑 피를 뽑아?!"

상처의 고통보다 치료가 훨씬 더 고통스럽자 모링이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아. 그렇지. 치료."

챙길 거 다 챙긴 카이저가 간단하게 마법으로 모링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갈색탑과 녹색탑에서 똑같이 일어났다.

"어?! 너희들 다쳤구나? 내가 치료해줄게!"

"오! 다쳤네?! "

켈린온과 램터도 카이저처럼 용혈을 챙겼다.

***

탑 99층.

구구궁.

토룡이를 타고 농장으로 가는 길.

스윽.스윽.

"푸후훗. 좋다냥!"

테오가 아까 못 받은 쓰다듬을 받으며 세준의 무릎 위에 발라당 누워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꾸로롱.

삐로롱.

꾸엥이는 세준의 엉덩이에 머리를 베고 누워 잠들었고, 삐욧이는 그런 꾸엥이의 배 위에 누워 자고 있었다.

[헤헷. 해가 따뜻해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불꽃이는 세준의 어깨에서 평소보다 높은 위치에서 해를 받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광합성을 하고 있었다.

"토룡아, 오늘은 천천히 돌아서 가자."

-네. 주인님.

동물들과의 평온한 시간을 즐기고 싶은 세준의 요구에 토룡이가 속도를 줄이고 직선이 아닌 곡선 경로로 우회했다.

잠시 후.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걸리는 길로 이동한 토룡이가 탑 99층 농장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자. 테 부회장, 일어나자."

"냥? 싫다냥! 아직이다냥!"

거의 2시간 동안 쓰다듬을 받고도 떼를 쓰는 테오.

척.

"끝났어."

"냐앙···."

세준이 단호한 태도로 그런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무릎에 착용하고

"가자!"

꾸엥이와 삐욧이를 품에 안고 토룡이의 머리 위에서 미끄럼을 타며 내려갔다.

슈웅.

척.

"도착이다."

그렇게 땅을 밟은 세준.

"얘들아, 밥 먹자."

간단하게 계란 후라이에 군고구마 말랭이로 저녁을 때우고 일찍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개운하게 일어난 세준.

그때

[자는 동안 가진 생명력의 10%를 저장했습니다.]

[생명의 구슬이 0.1% 완성됐습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세준의 생명력 10%로 생명의 구슬 0.1%를 채울 수 있었다.

"1000일이면 생명의 구슬 1개 완성이네."

1000일이면 여분의 생명이 1개 생긴다.

3년에 목숨 1개.

엄청난 혜택이었지만

"그 전에 나 안 죽겠지?"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그런 점이 잘 부각되지 않았다.

"테 부회장, 일어나자."

"냐앙···."

칭얼거리는 테오를 무릎에 착용하고

슥.

벽에 날짜를 표시하며 363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콩 챙겨야지."

철컹.

세준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아공간 창고.

달칵.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를 열어 검은콩 2개를 빼내고 다시 닫았다.

그렇게 검은콩 6개를 챙긴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나올 때

-크하하하. 우리 세준이 언제 왔느냐?!

-우하하하. 세준아!

-세준이, 이 복덩이 자식!

용들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두둑한 돈주머니를 들고 세준에게 날아왔다.

287화. 일단 찍어두면 다 쓸모가 있다냥!

287화. 일단 찍어두면 다 쓸모가 있다냥!

"여기서 잠깐 전투를 지켜본다."

"알았다."

검은탑에 접근하던 요르문간드 파편이 펜릴의 말에 위장을 하며 몸을 숨겼다

그리고

콰앙!

펜릴의 지시를 받은 멸망의 사도 10좌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가 검은탑을 공격했다.

"막아라!"

경계를 서던 검은용들이 서둘러 나서 히드라를 막았다.

하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봉인을 풀지 않은 멸망의 사도도 간신히 막는 수준. 검은용들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대가리를 들어 밀어?!"

다른 검은용들 보다 2배 정도 더 큰 몸집을 가진 검은용이 나타났다.

카이저다!

카이저의 등장에 펜릴이 주의를 집중하며 카이저를 관찰했다.

분명 할파스가 카이저가 뭔가를 삼키고 갑자기 강해졌다고 했기 때문.

잠시 후.

"이 힘도 막을 수 있을까?"

히드라가 3단계까지의 봉인을 한 번에 풀며 거대해지자

"크하하하! 그 정도 힘으로는 이 몸을 이길 수 없다!"

카이저가 앞으로 나서며 뭔가를 삼킨 후

콰과광!

히드라를 3번의 공격 만에 소멸시키고 다른 탑을 돕기 위해 날아갔다.

"찾았다."

카이저를 유심히 관찰한 펜릴.

카이저는 먼저 빨강, 노랑, 초록, 파랑색 둥근 타원형 열매 4개를 동시에 삼켰다.

그리고 이어서 검은색 둥근 타원형 열매를 삼키자 기운이 엄청나게 증폭했다.

'저 검은색 열매를 찾으면 되는군.'

그렇게 자신이 뭘 찾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된 펜릴.

"가자."

"알았다."

펜릴의 말에 요르문간드 파편이 다시 검은탑을 향해 움직였다.

다른 멸망의 사도들이 이목을 확실하게 끌어준 덕분에 용들 중 누구도 펜릴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여기요. 2개씩 가져가세요. 가격은 아시죠?"

세준이 왼손에 검은콩 6개를 보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크하하하. 그럼!

-당연히 알지!

-푸하하! 걱정마라!

척.척.척.

용들이 돈주머니를 세준의 오른손 위에 놓고 검은콩을 2개씩 챙겨갔다.

다른 용들에게서 받은(?) 용혈은 아직 용기를 만들지 못해 줄 수 없었다.

세 용은 함께 받은(?) 비늘을 주재료로 해서 각 용족의 용혈을 담을 용기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럼, 돈이 맞나 확인해볼게요."

세준이 돈주머니 안의 돈을 세기 시작했다. 믿지만, 계산은 철저한 게 좋다.

"어?! 550억 탑코인? 이거 돈이 더 들었는데요?!"

역시 용들도 실수할 때가 있었다. 세준이 첫 번째 돈주머니 안의 돈을 확인하고 말하자

-푸하하하. 세준아, 내가 좀 더 넣었다.

램터가 호탕한 목소리로 우쭐해하며 말했다.

"오! 정말요?! 감사합니다."

세준이 램터에게 감사를 표할 때

-크하하하. 램터 이 자식 쪼잔하구만!

-그러니까!

램터를 비웃는 카이저와 켈리온.

-이익! 그럼 너희는 얼마 넣었는데?!

둘의 놀림에 약이 오른 램터가 언성을 높이며 묻자

-오···

-오···

카이저와 켈리온은 서로 눈치를 보며 첫 번째 자리만 말하고 대답하지 못했다.

혹시나 상대보다 낮은 금액을 넣었으면 자신도 놀림을 받기 때문.

-에잇! 세준아 빨리 확인해봐.

"네."

결국 램터가 답답해하며 세준을 재촉했고

"560억 탑코인, 580억 탑코인이네요."

세준이 남은 돈주머니를 확인해줬다.

-······.

세준의 말에 카이저는 말없이 인상을 구겼고

-후하하하! 쪼잔한 놈들!

켈리온은 기고만장해져서 본격적으로 카이저와 램터를 비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준아, 쟤네들은 쪼잔하니까 다음부터 검은콩은 나랑만 거래하자.

-너 인마 나가!

-그래! 카이저, 쫓아내 버려!

괜히 둘을 자극했다 켈리온은 검은탑에서 쫓겨날 뻔했다.

-하하하. 당연히 농담이었지. 우리 술이나 한잔할까?

-크흠. 그럴까?

-그러자!

켈리온은 어쩔 수 없이 아껴둔 자신의 술로 둘의 화를 풀어줘야 했다.

결국 돈도 잃고 술도 잃은 켈리온.

그렇게 용들이 술을 먹으러 가자

"박 회장, 나 돈 태우고 싶다냥!"

눈을 반짝이는 테오가 세준의 돈주머니를 보며 말했다. 탐난다냥!

"그래. 1억 탑코인 주면 되지?"

"푸후훗. 아니다냥! 나 이제 돈 더 태울 수 있다냥!"

재능 : 기운 빨려로 주변의 기운을 잔뜩 빨아들이며 강해진 테오.

덕분에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돈이 늘어났다.

"그럼 2억?"

"그렇다냥!"

"자."

돈이 많았기에 세준은 흔쾌히 2억 탑코인을 테오에게 줬다.

"고맙다냥!"

파앗!

테오가 세준에게 받은 돈을 태우며 황금빛으로 변했다.

"푸후훗. 이 몸이 바로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이시다냥!"

오랜만에 돈을 태우며 우쭐해 하는 테오.

"테 부회장, 심부름 좀 갔다 와."

그런 테오를 보며 세준이 말했다.

곧 탑에 조난된 지 1년이 된다.

그래서 농장 창립 멤버들을 초대해 조촐하게 1년 동안 살아남은 것을 축하하는 파티를 할 생각이었다.

"냥?"

세준의 말에 황금빛을 내며 우쭐해하던 테오가 금세 귀를 축 늘어트리며 시무룩해졌다. 황금빛도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안 가면 안 되냥?

"응. 안됨. 아침 먹고 바로 갔다 와."

"쳇. 알았다냥!"

자신의 연기가 통하지 않자

발라당.

"박 회장, 배 쓰다듬으면서 츄르 먹여달라냥!"

테오는 작전을 바꿔 떠나기 전에 세준의 무릎에서 누릴 건 다 누리고 가기로 했다.

잠시 후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그래. 잘 다녀와."

삐욧!

[세준 님, 저도 잘 다녀올게요!]

"그래. 삐욧이도 잘 다녀와."

테오와 삐욧이가 세준의 배웅을 받으며 탑을 내려갔다.

조촐한 파티를 생각한 세준.

하지만

"푸후훗. 삐욧이 들었냥? 파티다냥!"

삐욧!삐욧!

[쁘흐흣! 파티예요!]

그럴 생각이었다면 테오와 삐욧이를 내려보내면 안 되는 거였다.

이미 탑 99층 아래는 실버울프들에 의해 세준을 위한 이벤트 소식이 쫙 퍼져있었다.

덕분에 아래층들은 분주하게 파티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

"푸후훗. 박 회장을 위한 파티는 크고 성대해야 한다냥!"

그런 상황에 테오가 합세한다? 세준이 생각하는 조촐한 파티는 이미 한참 전에 물 건너갔다.

"퀘스트 해야지."

그것도 모르고 둘을 배웅한 세준이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해 아공간 창고를 열고

우르르륵.

옥수수를 한더미 꺼냈다.

그리고

톡.톡.

옥수수 알갱이를 하나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99만 9999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

툭.툭.

그렇게 말없이 옥수수를 채종하던 세준.

[채종하기 Lv. 7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흐흐흐."

어느새 채종하기 스킬이 8레벨이 되며 세준에게 뿌듯함을 선사했다.

그리고

툭.툭.

세준이 다시 작업에 몰두할 때

[채종하기 Lv. 8의 효과로 끈끈이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99만 1281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어?! 끈끈이 옥수수 씨앗?"

신품종 씨앗을 얻었다.

-수확 시 아주 낮은 확률로 신품종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채종하기 스킬의 레벨이 8이 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효과 덕분.

업적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열매까지 수확해야 업적으로 인정되는 모양이었다.

"좋았어!"

세준이 기쁜 마음으로 끈끈이 옥수수 씨앗을 들고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으로 갔다.

성장 속도가 10배 빨라지는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에 심어야 수확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어?!"

벼가 심어진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은 황금빛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풍요의 힘을 다 써버린 것.

세준은 잠시 를 사용해 볼까 생각했지만

"아니야···그냥 기다리자."

그냥 풍요의 힘이 알아서 차길 기다리기로 했다.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은 신기. 평범한(?) 자신의 생명력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네."

황금색으로 잘 여문 벼를 보면서 세준이 말했다.

"끈끈이는 잠깐 저기 있자."

[마력이 담긴 땅에 끈끈이 옥수수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볍씨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볍씨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이 끈끈이 옥수수 씨앗을 일단 옥수수밭 구석에 심고

서걱.서걱.

낫을 꺼내 벼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께엑.

께엑.

그사이 버섯개미들이 다가와

사각.사각.

세준이 수확한 벼를 앞니로 도정해 흰쌀을 만들어냈고

"흐흐흐. 오늘은 간장계란밥이다. 쓰읍."

서걱.서걱.

세준은 흰쌀밥에 간장과 생에그 푸릇을 넣고 슥슥 비벼 먹을 생각에 군침을 흘리며 더욱 열심히 벼를 수확했다.

***

"냥냥냥."

삐욧.삐요옷!

콧노래를 부르며 탑을 내려가는 테오와 삐욧이.

그때

"냥?!"

삐욧!

[테오 님, 갈림길이에요!]

둘의 앞에 다시 갈림길이 나타났다.

"푸후훗. 이쪽이다냥!"

테오가 자신 있게 오른쪽 길로 향했다.

어차피 오래 고민한다고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냥 찍은 테오.

그렇게 테오와 삐욧이가 지나가자

쿵.

오른쪽 길이 닫히며 뱀의 얼굴이 닫혔다.

-괜찮겠지?

자신의 배 안에는 지금 펜릴이 검은탑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변형하고 있었다.

-뭐···알아서 하겠지.

쩌억.

요르문간드 파편이 다시 입을 벌려 다음 사냥감을 기다렸다.

그렇게 또 요르문간드의 뱃속으로 들어간 테오와 삐욧이.

쉬익.쉬익.

그들의 앞에 하얀뱀들이 나타났다.

파바박!

"삐욧이는 코인을 주워라냥!"

테오가 하얀뱀들을 처치하고

삐욧!

[네!]

콕.콕.

삐욧이가 테오의 뒤를 따라가며 백색코인을 주웠다.

"냥냥냥."

테오는 앞을 막는 하얀뱀들만 처치하며 계속 앞으로 달려갔다.

삐욧?

[테오 님, 근데 왜 바로 안 나가요?]

길이 아닌 걸 알았음에도 계속 걸어가는 테오를 보며 삐욧이가 물었다.

"푸후훗. 여기에 뭐가 있다냥."

테오가 웃으며 대답했다.

테오도 하얀뱀들이 나타나자 바로 일냥섬을 사용해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냥?!"

테오는 자신의 앞발을 자극하는 끌림을 느꼈다. 그래서 길을 따라 이동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가던 테오와 삐욧이.

그때

꾸익!

반대편에서 익숙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냥?! 이 소리는? 삐욧이 가자냥!"

테오가 서둘러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테오 님, 살려주세요!"

이번에도 길을 잘못 든 유렌이 며칠 동안 요르문간드 파편의 몸 안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해있었다.

"푸후훗. 유렌,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돈이 필요하다냥! 돈 내놓으라냥!"

테오는 자신의 앞발이 유렌에게 끌렸다고 생각하며 당당히 앞발을 내밀며 돈을 요구했다.

'그럼요!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역시 불운과 호구의 아이콘답게 유렌은 자신의 품에 있는 돈주머니를 전부 꺼내 테오에게 건넸다.

그렇게 받은 20개의 돈주머니. 20억 탑코인.

"푸후훗. 그럼 나가자냥!"

테오가 돈주머니 안의 돈을 전부 태웠다.

파앗.

눈부실 정도로 황금빛을 내는 테오. 푸후훗. 역시 돈은 활활 태워야 태울 맛이 난다냥!

그리고

빳칭.

오른앞발의 용발톱을 뽑아

촤악!

넘치는 기운을 담아 크게 휘둘렀다. 일냥섬이다냥!

······

아무 소리도 없었지만, 마력 칼날의 예기에 주변 동물들은 소름이 돋으며 몸을 떨었다.

몇 초 후.

쩌저적.

요르문간드 파편에 5개의 선이 그어지며 여섯 조각으로 갈라졌고

스스스.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땡그랑.

"삐욧이, 코인을 챙겨라냥!"

삐욧!

[네!]

삐욧이가 빠르게 날아다니며 백색코인을 주웠다.

그때

삐욧?

삐욧이의 눈에 남색 털을 가진 동물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낑!

짧은 네 다리로 바둥거리는 어린 동물. 쁘흐흣. 너는 이제 내 부하다!

촥!

삐욧이가 남색 동물을 멋지게 잡아채

삐욧!

열심히 날아 테오에게 가져갔다.

낑!

"이 개는 뭐냥?"

테오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눈빛을 보내는 개(?)의 앞발을 잡아

꾸욱.

계약서에 발도장을 찍었다. 이 개에게서 강한 끌림이 느껴졌기 때문.

'푸후훗. 일단 찍어두면 다 쓸모가 있다냥!'

테오가 웃으며 펜릴을 바라봤다.

288화. 이 녀석 옛날 박 회장만큼 약하다냥!

288화. 이 녀석 옛날 박 회장만큼 약하다냥!

요르문간드 파편 안에서 검은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몸속에 있는 멸망의 기운을 봉인하던 펜릴.

"이제 곧이다!"

펜릴이 거의 끝나가는 봉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우웅.

"크크크. 끝났다."

멸망의 기운이 봉인된 코어가 완성됐다.

덕분에 펜릴의 힘은 엄청나게 약해졌지만, 봉인된 코어에서 새어 나오는 미약한 힘조차도 멸망의 사도 파편들이 가진 힘보다는 훨씬 강했다.

쿵.

"윽. 조금 불편하군. 몸을 바꿔야겠어."

현재의 육체는 강한 힘을 버틸 수 있게 만든 몸. 현재 힘으로는 한 발짝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스르륵.

펜릴이 자신의 육체를 약해진 힘에 맞춰 재구성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검은탑의 미물들아. 나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삼키는 늑대 펜릴 님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크크큭."

그렇게 펜릴이 검은탑의 주민들에게 자신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며 비릿한 웃음을 흘릴 때

팅!

뭔가가 펜릴의 재구성되는 육체의 틈을 뚫고 코어를 때렸다.

그리고

"어?!"

그 충격에 펜릴의 코어가 펜릴의 몸에서 튕겨 나갔다.

0.0000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을 뚫고 들어와 펜릴의 코어를 때린 공격. 테오의 일냥섬이었다.

검은탑의 모든 존재에게는 행운이었고, 펜릴에게는 불행이었다.

하지만 펜릴의 불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스스.

튕겨 나간 펜릴의 코어는 요르문간드 파편의 몸이 가루로 변하며 계속 밖으로 나갔고

······

수직 방향으로의 속도가 중력에 의해 0에 수렴하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낑!

[ㄱ!]

코어가 빠져나가며 엄청나게 약한 몸으로 재구성된 펜릴이 몸을 바둥거리며 필사적으로 코어를 잡으려 했지만

삐욧!

촥!

웬 쬐끄만 녀석이 자신을 낚아채 버렸다.

낑!낑!!!

[이것 놔라! 내 코어!!!]

덕분에 펜릴은 떨어지는 자신의 코어를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바둥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낑!

[죽일 거야!]

그렇게 펜릴은 쬐끄만 녀석의 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살기를 보내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고

꾸욱.

"푸후훗. &%#@"

그 두목으로 보이는 존재는 악당 같은 웃음을 지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자신의 앞발을 뭔가에 찍었다.

몇천 년을 살아온 펜릴. 10분도 채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최악의 불행들이 몰아쳤다.

펜릴의 생에서 가장 재수 없는 날.

"푸후훗. 훌륭한 부하가 생겼다냥!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나 테 부회장이다냥!"

물론, 반대로 테오에게는 최고의 날이었다.

그리고

삐욧?

[테오 님, 제가 얘보다 위 맞죠?]

삐욧이는 불안한 눈으로 펜릴을 바라봤다.

왠지 높은 확률로 상급자가 하나 더 생길 것 같았다.

***

탑 99층 취사장 안.

슥.슥.

거대한 그릇에 갓 완성돼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슬고슬한 밥과 에그 푸릇, 간장을 넣고 세준이 양손을 사용해 재료들을 골고루 섞었다.

그리고

꾹.꾹.

비벼진 간장계란밥을 손으로 뭉쳐 작은 주먹밥을 만든 후

냠.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흐흐흐. 맛있다.'

하긴 맛없는 게 더 이상했다.

간장계란밥은 밥이 이상하거나 계란이 상하지 않는 한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메뉴였다.

"국은 다 됐나?"

세준이 생선뼈 육수로 끓인 계란국을 살펴보며

송송송.

대파와 청양고추를 썰어 넣었다.

잠시 후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부르자

꾸엥!

우끼!

뒤에서 요리가 완성되기만 기다리며 식탁에 앉아있던 동물들이 환호했다.

잠시 후

척.

"꾸엥아 맛있지?"

세준이 간장계란밥이 가득 담겨있던 밥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버리고 밥그릇을 내미는 꾸엥이에게 물었다.

꾸엥!꾸엥!

[맛있다요! 아빠는 천재다요!]

세준의 물음에 간장계란밥을 먹던 꾸엥이가 흥분하며 극찬했다.

둠칫둠칫.

꿍실꿍실.

얼마나 맛있는지 요즘은 볼 수 없던 궁둥이 댄스와 어깨춤까지 추는 꾸엥이.

"흐흐흐. 계란국도 같이 먹어. 그래야 더 맛있어."

꾸엥이의 반응에 뿌듯해하며 세준이 밥그릇에 밥을 그득그득 눌러 담아 꾸엥이에게 건넸다.

꾸엥!

[알겠다요!]

후루룩.

목이 조금 메었는지 꾸엥이는 계란국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세준이 청양고추를 넣어 만든 계란국.

칼칼한 계란국이 간장계란밥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씻어내고 그 자리에 남은 약간의 매움이 입안에 남아 다시 입맛을 돋웠다.

그럴 때

왑.

느끼한 간장계란밥 한 입.

그리고

후루룩.

다시 칼칼한 계란국 한 모금.

무한 흡입이 가능한 무적의 조합.

파바밧.

꾸엥이의 몸에서 밥이 보약 효과가 나타나며 황금빛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났다.

"어?! 이럴 때가 아니지!"

빠르게 줄어드는 간장계란밥과 계란국을 보며 세준도 서둘러 먹었고

"활력."

스킬을 사용해 음식을 빠르게 소화시키며 열심히 밥을 먹었다.

[벼 10만 톨을 섭취하셨습니다.]

[밥이 보약 효과가 발생합니다.]

[총 스탯 100만큼 힘, 체력, 민첩, 마력 스탯이 랜덤하게 오릅니다.]

[힘 23, 체력 9, 민첩 37, 마력 31이 상승했습니다.]

···

..

.

덕분에 30그릇 정도의 밥을 먹어 밥이 보약 효과가 3번 발동했고 힘 53, 체력 23, 민첩 110, 마력 114가 상승했다.

맛있는 것도 먹고 강해지기까지 하는 1석2조의 효과.

'꾸엥아 이런 기분이었니?'

세준이 밥을 다 먹고 계란국을 냄비째 들이키고 있는 꾸엥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

탑 75층 상인 거리.

"무지개송어 10마리만 주세요."

"무지개송어 한 마리에 3탑코인인데 괜찮나?"

"네?! 3탑코인이요?! 무지개송어 가격이 그렇게 올라갔다고요?!"

한 식재료 상점에 들어간 상인이 상점 주인의 말에 크게 놀랐다. 보름 전보다 가격이 3배로 올랐기 때문.

"자네 오랜만에 오더니 어디 외진 데라도 있다 왔나 보군."

"네. 장거리 상행을 갔다 오느라···."

"그럼 그렇게 놀랄 수 있지."

상점 주인은 상인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레드리본 왕국과 코브 왕국에서 식재료뿐만 아니라 모든 물자를 대량으로 사들여서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갔어."

"네? 레드리본 왕국이랑 코브 왕국이요? 설마 전쟁인가요?"

상인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상행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물론 그 위험도만큼 상행에서 많은 이문을 챙길 수 있겠지만, 목숨은 한 개뿐. 조금 덜 벌더라도 안전한 게 나았다.

"아니네. 위대한 검은용의 1주년을 기념하는 파티를 연다더군. 무슨 1주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그나저나 자네 그런 감으로 상인 일 계속할 수 있겠나?"

상점 주인이 상인에게 농담했다.

하지만

"하하하···그러게요···이제 그만둘까 봐요."

큰맘 먹고 장거리 상행을 갔다가 큰 손해를 본 상인은 웃을 수 없었다. 상점 주인의 말에 시무룩해진 상인.

"에이. 젊은 친구가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 힘내라고! 대신 내가 좋은 정보를 주지!"

손님을 잃기 싫은 상점 주인은 젊은 상인에게 정보 하나를 주기로 했다.

"혹시 감정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마법사 협회 지부에 한 번 가보게. 지금 무료로 감정해주거든."

현재 마법사 협회는 이오나의 지시를 받고 세준에게 선물할 특별한 물건을 찾고 있었다.

"무료요?! 아! 하나 있기는 한데 한 번 가볼까요?"

상인은 이번 상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얻은 물건 하나를 떠올렸다.

"그래! 한 번 가봐. 또 알아? 자네가 가진 게 엄청난 보물일 수도 있잖아."

"감사합니다. 혹시 감정해서 좋은 물건이면 제가 여기 와서 많이 팔아드릴게요!"

"그래. 행운을 빌지."

"네!"

상인이 서둘러 마법사 협회 지부로 달려갔다.

***

아장.아장.

"어디 도망가냥?"

끼잉!

'이 몸은 고고한 늑대 펜릴 님이시다!'

덥석.

따라오라고 했더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펜릴의 목덜미를 붙잡은 테오.

낑!낑!

'이놈들! 이것 놔라!'

펜릴은 어떻게든 도망가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코어를 잃은 펜릴은 테오의 발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근데 얘가 뭐라는 거냥?"

삐욧!

[저도 모르겠는데요.]

펜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테오와 삐욧이.

낑?!

'나 빼고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

그건 펜릴도 마찬가지. 멸망의 사도는 언어라는 게 없었다. 그냥 자신의 의사를 상대에게 보내고 받을 뿐.

하지만 코어가 사라지며 그런 능력이 사라져 의사소통이 안 됐다.

"일단 출발하자냥!"

낑!

테오가 펜릴이 도망가지 못하게 자신의 앞발과 펜릴의 앞발을 밧줄로 연결하고 다시 탑을 내려갔다.

낑?!낑!

나에게 이런 치욕을?! 이런 건 개나 하는 거잖아! 펜릴이 자신의 앞발을 묶인 밧줄을 빼냈고

"낑낑이, 빼지 말라냥!

결국 목에 밧줄을 걸고 더 치욕스러워졌다.

거기다 낑낑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얻은 건 덤. 작명 센스는 세준을 닮은 것 같았다.

낑!

이거 풀 때까지는 안 가! 펜릴은 처음에는 안 가려고 버텼지만

질질질.

낑!낑!

앗! 뜨거워! 계속 끌려가자 뜨거워지는 발바닥에 어쩔 수 없이 걷게 됐다.

아장.아장.

그렇게 고고한 늑대의 자존심을 구기고 걷는 펜릴.

하지만

낑···낑···

이놈들···무슨 체력이 이렇게 좋은 것이냐···펜릴은 10분 만에 지쳐버렸다.

낑···낑···

힘들어···그냥 나 두고가···펜릴은 고고한 늑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버리고 땅바닥에 大자로 누워버렸다.

질질질.

"안 되겠다냥! 이 녀석 옛날 박 회장만큼 약하다냥!"

테오는 펜릴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자

척.

펜릴을 자신의 등에 태웠고

낑···

푹신해서 좋구나···펜릴은 바로 잠들어 버렸다.

개로롱.

자신의 전투력이 검은탑 99층 공식 최약체 세준보다 아래로 평가받았다는 걸 모른 채.

그렇게 펜릴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탑 55층에 도착한 테오.

"흑토끼, 박 회장의 파티에 오라냥!"

가장 먼저 흑토끼를 찾아가 세준의 파티에 초대했다.

하지만

뺙?!뺙?!

[삼촌, 너무한 거 아냐?! 어떻게 파티 소식을 이렇게 늦게 전해줘?!]

테오에게 따지며 서운해하는 흑토끼.

"냥?! 무슨 말이냥? 흑토끼 너에게 1번으로 전한 거다냥!"

테오는 이미 검은탑에 세준의 1주년 이벤트 소식이 퍼졌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뺙?

[진짜야?]

"그렇다냥!"

뺙?

[그럼 탑에 퍼진 소문은 뭐지?]

"푸후훗. 차라리 잘됐다냥! 그렇지 않아도 박 회장의 파티를 성대하게 할 생각이다냥!"

뺙!뺙!

[나도! 삼촌이 탑에 온 지 1주년 되는 날이니까 검은탑이 요란할 정도의 파티를 열어야지!]

"푸후훗. 좋다냥! 근데 대장 토끼는 어디 있냥?"

뺙?뺙?

[대장 토끼? 아, 아빠?]

"그렇다냥! 박 회장의 파티에 초대해야 한다냥!"

뺙!

[코코, 테오 형을 아빠에게 데려다줘!]

빡!

[네!]

흑토끼의 명령에 몸을 숨기고 있던 호위단 리더 코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흑토끼와 테오는 은신한 코코가 보여 모습을 드러내는 의미는 없었지만.

***

조난 364일 차 새벽.

세준의 침실.

커어어.

[헤헷. 깊이 잠드셨구나.]

코를 골며 자는 세준을 보며 불꽃이가 자신의 뿌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도리! 세준 님, 주무시고 계시니까 지금 빨리 먹고 성장해!]

불꽃이가 포도리에게 영양제를 왕창 주며 성장을 독려했다.

하지만

[네? 불꽃이 님, 신입도 들어왔는데 저는 그냥 낙오하면 안 될까요?]

불꽃이의 성의를 무시하며 헛소리를 하는 포도리.

[응. 걱정 마. 나는 절.대. 너를 낙오시키지 않을 테니까.]

화르르륵.

불꽃이가 뿌리에 불꽃을 만들며 대답했다. 낙오는 없어 대신 죽음은 있지.

[아닙니다!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포도리가 죽기 살기로 불꽃이가 준 영양제를 흡수했고

쿠궁.

작은 지진과 함께 포도리가 한껏 성장했다.

289화. 너를 박 회장의 파티에 초대한다냥!

289화. 너를 박 회장의 파티에 초대한다냥!

탑 55층.

동굴 농장 창립멤버인 토끼 부부를 찾아가는 길.

낑!낑!

테오의 등에서 침까지 흘리며 잘 자던 펜릴이 갑자기 울어댔다.

"낑낑이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냥?!"

당황한 테오.

삐욧.삐욧.

[글쎄요. 일단 기절시키죠.]

"좋은 생각이다냥!"

퍽!

테오가 펜릴의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켰다.

낑···

'이놈들아 배고프다고···.'

펜릴이 강제로 절전 모드에 들어갔다.

그렇게 기절한 펜릴을 업고 다시 이동한 테오.

"푸후훗. 여기에 대장 토끼가 있다냥?"

거대한 당근밭을 보며 테오가 코코에게 물었다.

빡!삑!

[네! 여기에 흑토끼의 아버님인 상왕께서 머무르고 계십니다!]

테오의 물음에 코코가 대답했다.

아빠토끼는 여기서 부인 그리고 다른 자식들과 당근을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었다.

"냥? 근데 대장 토끼는 아들이 왕인데 왜 농사를 짓는 거냥?"

놀고먹는 게 일상인 테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자신은 왕궁에서 편하게 사는 것보다 농사를 짓는 게 편하다고 하셔서 이쪽으로 모셨습니다."

"푸후훗. 그건 박 회장과 비슷한 거 같다냥!"

테오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열심히 세준을 떠올리며 말했다. 갑자기 박 회장 보고 싶다냥!

그때

삐익!

삐이!

뺘이!

뺩!

토끼들이 테오의 목소리를 듣고 우르르 나와 반겼다. 역시 청력이 뛰어난 토끼들.

"푸후훗. 얘들아 반갑다냥!"

테오가 토끼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너희들 박 회장의 파티에 오라냥!"

세준의 생존 1주년 파티에 초대했다.

삐익!

[당연히 가야죠!]

삐이!

[얘들아 짐 챙겨!]

우다다다.

토끼 부부의 말에 토끼들이 빠르게 흩어져 떠날 준비를 했다.

"이제 우마왕을 찾아가자냥!"

빡!

[우마왕님은 파티 소식을 듣고 탑 99층으로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테오의 말에 코코가 우마왕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럼 엘카의 위치도 아냥?"

빡!빡!

[네! 엘카 님도 현재 탑 99층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푸후훗. 그럼 박 회장의 심부름 끝났다냥! 삐욧이! 탑 75층으로 가자냥!"

삐욧!

[네!]

이제부터는 세준이 시키지 않은 일을 할 예정인 테오였다.

***

"읏차! 응?"

잠에서 일어난 세준이 허전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뭐야? 테 부회장 아직도 안 온 거야?"

세준이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늦어도 새벽에는 돌아올 줄 알았는데···

"불길하다. 테 부회장, 이 자식 어디서 사고 치고 있는 거 아냐?"

테오 걱정이 아니라 테오가 사고 칠까 봐 걱정하는 세준.

벌떡.

세준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슥.

벽에 날짜를 표시하며 364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응?!"

집 밖에 나온 세준의 눈에 몰라보게 거대해진 포도리와 서쪽 숲에 있어야 할 앤트들이 보였다.

뿌드득.뿌드득.

엔트들은 포도리를 지키듯이 포도리 주변을 감싸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앤트들이 왜 저러고 있지?"

[헤헷. 포도리가 세계수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세준의 물음에, 밖에서 광합성을 하고 있던 불꽃이가 진심으로 해맑게 대답했다. 드디어 포도리가 쓸 만해졌어요!

하지만

'녀석, 포도리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세준은 불꽃이가 일부러 밝은 척을 한다고 생각했다.

불꽃이도 한때 세계수 후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다른 쪽으로 아니긴 했다.

'아마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겠지?'

쓰담.쓰담.

세준은 그런 불꽃이의 이파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줬고

[헤헷. 기분 좋아요.]

불꽃이는 마냥 세준의 손길을 즐겼다.

그렇게 세준이 불꽃이를 쓰다듬고 있을 때

위잉!

주변에서 독꿀벌의 날갯짓 소리가 났다.

"응? 뭐지?"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비잉!

[세준 님, 좋은 아침이요!]

부비부비.

세준의 동굴 농장 창립 멤버인 독꿀벌 여왕이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비며 인사했다.

"응. 좋은 아침."

독꿀벌 여왕은 최근 독꿀벌 대여왕의 후계자 중 하나로 지목돼서 독꿀벌 대여왕의 지식을 전수받고 있었다.

위잉!위잉!

[세준 님, 이거 드셔보세요! 오늘 실습으로 만든 로얄젤리에요!]

독꿀벌 여왕이 자신이 직접 만든 검은색 로얄젤리를 세준의 입에 넣어줬다.

쏴아아아.

동시에 세준의 잎에서 솜사탕처럼 녹아버리며 꽃향기를 뿜어내는 로얄젤리.

그때

"···?!"

세준의 얼굴이 경직됐다.

'이거 꿀로 만들었을 텐데 왜 쓰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쓴맛이 혀에 느껴졌기 때문.

위잉?!

[맛있죠?!]

그것도 모르고 자신의 앞에서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짓는 독꿀벌 여왕.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없고.

"응···맛있네."

세준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리고

[조잡하게 만든 로얄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3 상승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체력이 3이나 올랐다고?!'

덕분에 세준은 자신이 먹은 검은색 로얄젤리가 상당히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위잉!위잉!

[여기 하나 더 있어요! 다음에는 더 맛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래."

꼭 좀 맛있게 만들어줘. 세준이 마음속 말을 삼키며 독꿀벌 여왕이 준 검은색 로얄젤리를 받았다.

위잉!

[그럼 저는 좀 쉬러 갈게요!]

그렇게 독꿀벌 여왕이 자신의 벌집으로 들어가자

우적.우적.

세준은 서둘러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먹으며 입안의 쓴맛을 중화시켰다.

그렇게 입안의 쓴맛이 어느 정도 가시자

"밥하러 가야지. 불꽃아 가자."

[네!]

세준이 불꽃이를 자신의 어깨에 올리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잠에서 깬 꾸엥이가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취사장으로 들어왔고

"잠깐만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세준이 꾸엥이에게 검은색 로얄젤리를 건넸다. 흐흐흐. 어디 당해봐라.

하지만

척.

앞발로 검은색 로얄젤리를 막는 꾸엥이. 검은색 로얄젤리가 쓰다는 걸 귀신같이 알아챘다.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파서 민감하다요! 장난 싫다요!]

꾸엥이가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어디서 먹을 거로 장난이다요?!

"아···아이고 미안. 이거랑 헷갈렸네. 잠깐만 기다려 빨리 밥 해줄게."

세준이 실수한 척 서둘러 다른 꿀젤리를 꺼내 꾸엥이에게 줬다. 엄청난 발연기.

꾸엥···

그런 세준을 보며 꾸엥이는 마음이 아팠다. 꾸엥이가 너무 정색했다요···아빠가 꾸엥이 때문에 이상한 거 한다요.

'꾸엥이가 아빠 도와주겠습다요!'

그래서 미안함에 세준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꾸엥!꾸엥!

[꾸엥이가 아빠 돕는다요! 꾸엥이가 수저를 놓겠습다요!]

"오?! 진짜?! 꾸엥이가 도와주면 좋지!"

세준은 갑작스러운 꾸엥이의 도와주겠다는 말에 집중하느라 꾸엥이의 존댓말을 흘려들었다.

철없는 아빠를 만나니 자식이 알아서 철들기 시작했다.

***

탑 75층.

"푸후훗. 도착이다냥!"

삐욧?삐욧?

[테오 님, 여기는 왜 온 거에요? 또 뽑기해요?]

삐욧이가 테오에게 물었다.

"아니다냥! 여기서 박 회장의 파티 초대장을 나눠줄 거다냥!"

삐욧?삐욧?

[파티 초대장이요? 저희 그런 게 있었나요?]

'푸후훗. 이제 만들 거다냥!"

테오가 대답하며 잡화점 안으로 들어가

"종이 1000장만 달라냥!"

잡화상 주인에게 손바닥 크기 정도의 종이를 1000장 샀다.

"종이 1000장이면 1탑코인입니다."

1탑코인이면 테오에게는 거의 10원 정도의 금액었지만

"깎아달라냥!"

테오는 3번 깎기를 했다. 박 회장이 물건 살 때 3번 깎아야 한다고 했다냥!

세준이 시킨 건 잊지 않고 무조건 지키는 테오.

"알겠습니다. 그럼 0.7탑코인에 드리죠."

덕분에 0.3탑코인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종이를 산 테오가 잡화상의 계단에 앉아

꾸욱.꾸욱.

종이 위에 자신의 발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삐욧?

[테오 님, 그게 초대장인가요?]

"푸후훗. 그렇다냥! 삐욧이 이것 좀 넘겨라냥!"

삐욧!

[네!]

테오가 삐욧이에게 도장을 찍은 종이를 넘기게 해 작업을 나누자 더 빨리 초대장이 완성됐다.

잠시 후

"푸후훗. 초대장 완성이다냥!"

테오가 1000장의 초대장을 완성하고는 위풍당당하게 상점 거리 중앙으로 걸어갔다.

"푸후훗. 여기가 좋겠다냥!"

거리 중앙에 자리를 잡은 테오.

척.

"너를 박 회장의 파티에 초대한다냥!"

테오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초대장을 전단지 주듯이 나눠줬다.

하지만

휙.휙.

그들은 테오가 주는 초대창을 피하며 그냥 지나갔다.

척.척.척.

휙.휙.휙.

"뭐냥···왜 박 회장의 파티 초대장을 안 받는 것이냥?"

수십 번의 시도에도 초대장을 받는 존재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아 테오가 좌절할 때

"테오 님, 여기서 뭐 하세요?"

거래를 끝내고 상점 거리를 구경하던 대상인 미미르가 테오를 발견했다.

"미미르, 오랜만이다냥! 이 몸은 박 회장의 생존 1주년 파티 초대권을···."

"파시는 거예요?!!!"

"냥?! 그···그렇다냥!"

미미르의 격한 반응에 '그냥 나눠주는 중이었다냥'이라고 말하려던 테오가 급하게 말을 바꿨다.

"진짜요?! 테오 님, 저 초대권 사고 싶어요! 얼마에요?!"

테오의 대답에 미미르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위대한 검은용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니?! 가문 대대로 영광이에요!

"푸후훗. 1장에 10억 탑코인이다냥!"

"녜! 10장 살게요!"

미미르가 흔쾌히 100억 탑코인을 지불하고 초대장 10장을 받아 갔다.

방금까지 공짜로 나눠주던 초대장. 단숨에 10억 탑코인짜리 초대장으로 가치가 순식간에 올랐다.

그리고

"저기 대상인 미미르가 뭘 사는데?"

"뭘 사는 거지?"

주변의 존재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며 모이기 시작했다.

"어?! 뭐지?"

"구경하고 가자."

그건 다시 지나가는 행인들의 관심을 불렀고

"무슨 일이야?"

"파티 초대장을 판다는데?"

"방금 대상인 미미르가 위대한 검은용의 1주년 파티 초대장 10장을 100억 탑코인을 주고 샀대!"

"진짜?!"

위대한 검은용의 1주년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파티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

탑 99층 서쪽 숲.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한테 좋은 거다요!]

쑥.

칡밭에서 꾸엥이가 약초를 돌보며 세준에게 줄 약초를 찾아 캐고 있을 때

파닥.파닥.

(꾸엥이 형님, 큰일 났어요!)

황금박쥐가 서둘러 꾸엥이에게 날아왔다.

꾸엥?!꾸엥?!

[무슨 일이다요? 아빠 위험하다요?!]

급하게 몸을 일으키는 꾸엥이.

(아니요, 이틀 후에 세준 님이 파티를 한데요!)

탑 99층에 도착한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대화를 엿들은 황금박쥐가 대답했다.

꾸엥?

[무슨 파티다요?]

(세준 님의 생존 1주년을 기념하는 파티요.)

어차피 조촐하게 할 생각이기에 아직 둘에게 말하지 않은 세준.

하지만

꾸엥!꾸엥!

[그럼 엄청 중요한 파티다요! 꾸엥이도 아빠 선물을 준비해야겠다요!]

꾸엥이에게 세준의 생존 1주년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행사가 아니었다. 엄청나게 약한 아빠가 1년이나 살아남았으니 엄청난 기적이다요!

(뭘 준비하죠?)

꾸엥!꾸엥!

[꾸엥이가 봐둔 게 있다요! 따라온다요!]

다다다.

꾸엥이가 말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다른 층이라 캐지 않고 있던 약초가 있었다.

지금까지 세준을 찾으러 가거나 세준과 함께가 아니면 탑을 내려가지 않던 꾸엥이.

꾸엥이가 처음으로 세준이 탑 99층에 있는데도 탑을 내려갔다.

290화. 아빠의 무병장수를 위해 다음에 또 부탁한다요!

290화. 아빠의 무병장수를 위해 다음에 또 부탁한다요!

세준의 가족이 사는 한남동 검은탑 앞.

"김치는?!"

"통까지 1kg에 맞춰 500개 확인했습니다!"

"반찬은?!"

"세준 님이 평소 잘 드셨다는 멸치볶음, 소시지야채볶음, 장조림 등 10종의 반찬을 1kg씩 통에 담아 반찬마다 각 50개 총 500개를 준비했습니다!"

"좋아. 마지막으로 레시피는?!"

"김미란 님의 김치, 김치찌개와 밑반찬 레시피 전부 기록했습니다!"

김동식의 물음에 각성자 협회 직원들이 대답했다.

그리고

"스승님,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확인을 끝낸 김동식이 한태준에게 최종 보고를 했다.

"좋다! 그럼 탑으로 이동한다!"

"네!"

한태준의 말과 함께 김치통과 반찬통 중 하나를 든 지구방위대 대원 1000명이 검은탑으로 들어갔고

"가자."

"네!"

레시피북을 1권씩 든 한태준과 김동식이 마지막으로 검은탑에 입장했다.

***

탑 75층.

빠닥.빠닥.

삐욧!

[줄 좀 제대로 서 주세요!]

초대장을 사기 위해 줄 선 대략 300명 정도의 인원을 향해 삐욧이가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외쳤다.

파티 초대장 1장 가격이 10억 탑코인으로 줄을 선 존재들은 대부분 권력가나, 층의 실세, 부호였지만

'저는 테오 님의 차기 오른앞발이에요! 쫄지 않아요!'

삐욧이는 기죽지 않고 그들을 통제했다.

'쁘흐흣. 일을 잘해서 테오 님한테 인정받을 거에요!'

그렇게 테오의 칭찬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는 삐욧이.

줄을 선 존재들도 혹시나 소란을 일으켜 테오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았기에 삐욧이의 통제를 알아서 잘 따라줬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척.

"야. 오랜만이다."

하이에나 수인이 앞의 상인과 친한 척 어깨동무를 했다.

"네? 누···."

상인이 눈치 없이 누구냐고 물으려 하자

꽈악.

"윽!"

"우리 아빠가 탑 88층 보스인 케루자라고 하는데···나랑 자리 좀 바꾸자."

상인의 어깨를 강하게 누르며 힘과 자신의 신분으로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고

휙!

상대를 뒤로 잡아끌며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자신이 섰다. 새치기였다.

그리고

삐욧!삐욧!

[거기 새치기하지 마세요! 빨리 제대로 줄 서주세요!]

당연히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삐욧이에게 딱 걸렸다.

그러나

"뭐?! 너 손님 대하는 태도가 왜 이따위야?!"

새치기한 주제에 삐욧이의 태도를 문제 삼는 탑 88층 보스 케루자의 아들 하차르.

보통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숙이고 들어왔지만

삐욧!삐욧!

[그쪽만 손님 아니거든요! 다른 분들도 손님이니까 제대로 줄 서주세요!]

삐욧이는 물렁한 아이가 아니었다.

'이익! 탑 88층이었으면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게!'

탑 88층에서 아버지의 권력을 믿고 항상 자신의 마음대로 살았던 하차르는 지금의 상황이 아주 짜증 났다.

그래도 이곳은 자신의 구역인 탑 88층이 아니라 최대한 폭력을 안 쓰려고 참고 있던 하차르.

"이익! 너 몇 살이야?!"

삐욧!

[저 먹을 만큼 먹었거든요!]

"그래서 몇 살이냐고?!"

삐욧!

[47일 살았어요!]

"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빠직.

삐욧이의 대답에 하차르는 이성의 끈이 풀려버렸다.

콰드득.

몸을 키우며 전투형으로 변하는 하차르.

"흐르릉. 죽여 버리겠다!"

3m 크기로 거대하게 변한 하차르가 입을 벌리며 삐욧이를 덮치려 했다.

···!

살기 가득한 공격에 몸이 얼어버린 삐욧이.

그렇게 삐욧이가 하차르의 날카로운 이빨에 갈기갈기 찢기려 할 때

"실드."

쾅!

삐욧이의 앞에 푸른색의 불투명한 벽이 생기며 하차르의 공격을 막았다.

"흐르릉. 누구냐?!"

자신을 막은 존재를 찾는 하차르.

그리고

"뀨-뀨-삐욧이 괜찮아요?"

삐욧!삐욧!

[네! 감사합니다!]

하차르의 눈에 삐욧이에게 말을 거는 새하얀 햄스터 한 마리가 보였다.

이오나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누구지?'

하차르는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분노의 뀨 2단계다!"

"서둘러 도망쳐!"

"아! 여기에 테오 님이 계시잖아!"

"맞아! 테오 님한테 빨리 알려!"

이오나의 정체를 아는 존재들은 당황하며 서둘러 테오를 불렀고

"이오나, 왔냥?"

다다다.

이오나가 왔다는 말에 테오가 달려왔다.

"뀻뀻뀻. 테오 님!"

테오를 보자마자 분노가 눈 녹듯 사라진 이오나.

슈웅.

포옥.

이오나가 서둘러 테오에게 날아가 꼬리에 파묻혔다.

"이오나, 근데 왜 화가 났던 것이냥?"

"뀻뀻뀻. 감히 저 녀석이 테오 님의 차기 오른앞발인 삐욧이를 죽이려고 하잖아요!"

"삐욧이를 말이냥?!"

이오나의 말에 테오가 하차르를 바라봤다.

'뭐지?'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하차르였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여기다 도장 찍어라냥!"

하차르에게 계약서를 내미는 테오.

계약서에는 삐욧이 목숨값 100억 탑코인을 갚을 때까지 노예로 일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00억 탑코인이요?! 무슨 말도 안 되는···저 새의 목숨값이 그렇게 비쌀 리가 없잖습니까?!"

계약서의 내용을 부정하는 하차르.

하지만

"푸후훗. 아니다냥! 삐욧이의 목숨값은 아주 비싸다냥! 왜냐하면 나 테 부회장의 차기 오른앞발이기 때문이다냥! 그러니 빨리 발도장을 찍어라냥!"

테오가 그렇다면 그런 거였다.

덕분에 황금고양이 테오 박의 부하 삐욧이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삐욧이의 가슴에 있는 코브 왕국 외교관 배지를 알아본 이들이 코브 왕국이 레드리본 왕국과 더불어 용의 수호를 받게 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삐욧이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삐욧!삐욧!

[노예야! 빨리 도장 찍어!]

콕.콕.

계약서의 갑란에 발도장을 찍고 기고만장해진 삐욧이가 하차르의 머리를 부리로 쪼며 재촉했다. 쁘흐흣. 삐르르르 요트의 공식 부하 1호에요!

꾸욱.

그렇게 성질 한 번 잘못 부렸다가 삐욧이의 공식 부하 1호가가 된 하차르였다.

***

탑 99층.

톡.톡.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91만 23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세준이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해 옥수수 알갱이를 열심히 떼내고 있을 때

쿵.쿵.

멀리서 우마왕과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세준의 농장을 찾아왔다.

"우마왕, 일찍 왔네?"

테오의 초대를 받고 왔다고 생각한 세준이 우마왕을 보며 말했다.

음머!

[파티를 준비하려면 바쁘실 것 같아서 도우려고 왔습니다!]

"준비? 그럼 일단 탑 98층에 가서 멜론 몇 개만 가져다줄래?"

음머!음머!

[네! 얘들아 가자!]

쿵.쿵.

세준의 말에 우마왕이 블랙 미노타우루스 전부를 끌고 내려갔다.

"한 명만 가도 되는데···왜?"

검은탑에 파티 소식이 쫙 퍼진 걸 모르는 세준.

세준은 블랙 미노타우르스 전부를 데리고 가는 우마왕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조촐한 파티를 생각하는 세준과 성대한 파티를 생각하는 우마왕.

둘이 생각하는 '몇 개'의 양은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좀 배고프네."

냠.

떠나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보던 세준이 에일린이 준 고기를 먹었다.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455조각 남았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느껴지는 포만감. 챙겨 먹기 귀찮을 때 배를 채울 수 있어 유용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톡.톡.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채종을 하던 세준.

"어?! 벌써 저녁인데 꾸엥이가 왜 안 오지? 토룡아!"

세준이 저녁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꾸엥이를 찾아 토룡이를 타고 서쪽 숲으로 향했다.

하지만

"꾸엥아! 어디 있어?!"

······

서쪽숲에 도착한 세준이 아무리 꾸엥이를 불러도 꾸엥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꾸엥이가 어디 간 거지? 에일린, 꾸엥이 좀 찾아줘."

그래서 세준은 에일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탑의 관리자가 꾸엥이는 탑 88층에 있다고 말합니다.]

"엥? 탑 88층? 꾸엥이가 거길 왜···?"

꾸엥이가 탑 88층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

탑 88층.

(꾸엥이 형님, 여기에 약초가 있는 게 맞나요?)

하늘에서 주변을 둘러보던 황금박쥐가 꾸엥이에게 물었다.

사방이 황무지에 회색 바위들만 잔뜩 보이기 때문. 식물은 보이지 않았다.

꾸엥!꾸엥!

[맞다요! 나만 믿는다요!]

팡!

옆에서 함께 날고 있던 꾸엥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속도를 높였다.

파닥.파닥.

(같이 가요!)

황금박쥐가 날개를 열심히 움직이며 그런 꾸엥이를 쫓아갔다.

잠시 후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여기다요!]

황무지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붉은색 거대 바위를 보며 말했다.

뱃?

꾸엥이의 말에 황금박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쾅!

꾸엥이가 염력으로 붉은 바위에 바위 하나를 던지자

빼액!

바위처럼 위장했던 꽃봉오리가 활짝 열리며 상대의 균형감각에 혼란을 주는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꿈틀.꿈틀.

꽃봉오리 안에 있던 수백 가닥의 촉수들이 허공을 휘저으며 먹이를 옭아매려 했다.

꾸엥이가 던진 바위를 먹이라고 생각하고 잡아먹으려는 것.

동시에 몬스터의 머리 위에 나타난 이름.

[붉은 바위 시체꽃]

이름까지 위장으로 숨길 수 있는 몬스터였다.

꾸엥!

[올라온다요!]

목표를 확인한 꾸엥이가 염력으로 붉은 바위 시체꽃의 몸을 하늘에 띄웠다.

그러자

쿠구궁.

땅이 진동하며 붉은 바위 시체꽃의 뿌리가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빼액!빼액!

자신의 뿌리가 뽑히자 당황하며 계속 괴성을 지르는 붉은 바위 시체꽃.

그렇게 뿌리까지 완전히 뽑히자

꽈악.

꾸엥이가 허공에 앞발을 뻗어 꽉 쥐었고

꾸드득.

붉은 바위 시체꽃의 뿌리 착즙이 시작했다.

꾸엥!

[한 방울도 놓치면 안 된다요!]

(네!)

황금박쥐가 밑에서 유리병을 들고 붉은 바위 시체꽃의 즙을 열심히 받았다.

잠시 후

쿵.

꾸엥이에게 쥐어짜진 붉은 바위 시체꽃이 다시 땅에 심어졌다.

꾸엥!꾸엥!

[아빠의 무병장수를 위해 다음에 또 부탁한다요! 황금박쥐 간다요!]

꾸엥이가 붉은 바위 시체꽃에게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하고 탑 99층을 향해 날아갔다.

빼액···

붉은 바위 시체꽃이 서둘러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

테오가 하차르를 삐욧이의 부하로 만드는 사이.

개로롱.

낑···

[배고파···]

테오의 봇짐 위에서 자고 있던 펜릴이 배고픔에 눈을 떴다.

낑···

[놈들은 없군···]

주변을 둘러본 펜릴이 테오와 삐욧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아장.

서둘러 도망치기 위해 한 발짝 움직였을 때

꼬르르르륵.

배꼽시계가 크게 울렸다.

낑···낑···

[배고파···악독한 놈들 밥도 안 주고···]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킁킁.

낑···

[저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아장.아장.

펜릴이 발걸음을 서두르며 서둘러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지만

퍽!퍽!

여기는 펜릴이 다니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낑!낑!

행인들의 발길에 이리저리 치이기를 수십 번.

낑···

[다 왔다···]

꿀꺽.

간신히 냄새를 따라 도착한 펜릴이 한 상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그리고

낑!

[잘 먹어주마!]

뽈짝.

상인의 손에 든 물건을 향해 점프했다.

하지만

뽈짝.뽈짝.

아무리 점프해도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몸.

낑···낑···

[이제 힘들어서 안 되겠어···저거 그냥 안 떨어지나···]

지친 펜릴이 좌절하며 땅에 드러누워 상인이 든 물건이 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어? 강아지네?"

자신의 발밑에 발라당 누워 배를 내밀고 있는 펜릴을 보며 자세를 낮추는 상인.

'이거구나! 이게 나에게 복종하라는 의미였어!'

펜릴이 자신의 배를 더 내밀었다.

그리고

슥.

상인이 완전히 앉자

덥석.

상인이 든 물건을 펜릴이 입에 물고 냅다 달렸다.

291화. 꾸엥아, 선물이 바뀐 거 같은데?

291화. 꾸엥아, 선물이 바뀐 거 같은데?

"휴우···."

상점 주인의 말을 듣고 곧바로 마법사 협회 지부를 찾아가 무료 감정을 받은 상인 지딘.

"이제 상인은 그만둬야겠다."

지딘이 자신의 손에 들린 손바닥 크기의 물건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엄청난 대박을 바란 건 아니었다. 그저 이번 상행에서 손해 본 정도만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저주받은 씨앗이라니···.'

지딘이 감정받은 물건은 어둠바라기라는 식물의 씨앗이었다.

자라면서 온갖 어둡고 부정한 기운을 끌어들여 주변을 음침하고 어둡게 만들기에 어둠바라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정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아무도 먹지 않는 탓에 한때 탑 한 층을 어둠바라기가 점령하며 기승을 부렸지만···

검은용이 나서 거의 멸종될 뻔했고.

이후로 어둠바라기 씨앗은 발견하면 제거하는 식물로 취급받기에 가치는 전혀 없었다.

'처리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돈을 주고 파는 게 맞을지도···.'

마법사가 꼭 태워서 버리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지딘은 어둠바라기 씨앗을 버리지도 못하고 이렇게 가지고 있었다.

'대장간에 태워달라고 할까?'

그렇게 지딘이 대장간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할 때

낑···낑···

발밑에서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딘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숙이자

"어? 강아지네?"

핑크색 혀를 빼꼼 내밀고 있는 남색 강아지가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이며 애교(?)를 떨고 있었다.

'귀엽네.'

지딘이 강아지의 배를 만지기 위해 쪼그려 앉자

덥석.

"어?!"

갑자기 몸을 일으킨 강아지가 자신의 손에 있던 어둠바라기 씨앗을 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야! 그거 내려놔!"

지딘이 펜릴에게서 어둠바라기 씨앗을 뺏기 위해 빠르게 펜릴을 쫓아갔다.

***

낑!낑!

[오예! 배부르니까 힘이 난다!]

펜릴이 어둠바라기 씨앗이 품고 있는 부정한 기운을 먹어 치우면서 달렸다.

뚱땅.뚱땅.

힘이 나자 다리에도 힘이 붙어 전보다 힘차게 달릴 수 있었다.

"강아지야! 그거 지지야!"

뒤에서 지딘이 쫓아왔지만

낑?!낑!

'흥! 내가 잡힐 줄 알고?! 이 몸이 바로 멸망의 사도 1좌 펜릴 님이시다!'

펜릴은 사람들의 발에 치이며 익힌 몸놀림으로 사람들의 발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도망쳤다.

그렇게 열심히 도망치던 펜릴.

허우적.허우적.

"···?!"

어느 순간 빨리 이동하고 있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낑?

[왜 발이 땅에 안 닿지?]

당항한 펜릴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이유를 찾을 때

빠닥.빠닥.

뭔가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삐욧!

[테오 님, 제가 낑낑이 잡았어요!]

삐욧이가 펜릴을 다리로 잡아 날고 있던 것.

낑!낑?!

'으···분하다! 이 쬐끄만 녀석에게 다시 잡히다니?!'

펜릴이 삐욧이에게 다시 잡힌 것에 분해할 때

"낑낑이, 너 왜 혼자 돌아다니냥?!"

삐욧이가 테오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삐욧!

[테오 님, 여기요!]

삐욧이가 테오에게 펜릴을 넘기자

덥석.

테오가 앞발로 펜릴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때

툭.

펜릴이 입에 물고 있던 어둠바라기 씨앗이 바닥에 떨어졌다.

처음의 크기와는 다르게 손톱만 한 크기로 작아진 씨앗. 펜릴이 부정한 기운을 전부 흡수하며 작아졌다.

"낑낑이, 뭘 주워 먹은 것이냥? 아무거나 먹으면 큰일 난다냥!"

테오가 펜릴에게 잔소리를 하며 씨앗을 주워 살펴보려 할 때

"헉!헉! 혹시···그···강아지···주인이세요···?"

펜릴을 따라온 지딘이 숨을 헐떡이며 테오에게 물었다.

'그렇다냥! 무슨 일이냥?"

"헉.헉. 그···강아지···가···제···씨앗을···."

숨이 차서 말이 상당히 끊어졌지만, 대충 뜻은 알았다.

"낑낑이, 도둑질까지 한 것이냥?! 그건 나쁜 거다냥!"

가출에 도둑질까지. 아무리 자신의 부하지만 용서할 수 없었다.

팡.팡.

그래서 테오가 앞발로 낑낑이의 엉덩이를 때리며 혼냈다. 소리만 컸지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낑?!낑!

자지러지게 우는 펜릴.

엄살은 아니고

'감히 내 엉덩이를 때리다니?! 이 치욕은 반드시 갚아주겠다!'

펜릴은 엉덩이를 맞는 게 너무 억울해서 울었다.

"여기 있다···냥?"

그렇게 펜릴을 혼내고 테오가 씨앗을 주워 지딘에게 주려다 멈칫했다.

펜릴이 함께 있어 헷갈렸지만, 씨앗을 집으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씨앗에서 끌림이 느껴졌다.

거기다

"뀻뀻뀻. 테오 님, 그거 뭐예요?! 저 주면 안 돼요?!"

"안 된다냥! 일단 박 회장에게 줘야 한다냥!"

씨앗을 보고 흥분하는 이오나. 푸후훗. 이건 엄청난 물건이 맞다냥!

"이거 내가 사겠다냥!"

"네?! 그걸요?!"

"그렇다냥! 이거 받아라냥!"

테오가 당황한 지딘에게 억지로 돈주머니를 건네고 떠났다.

"저걸 왜···?"

지딘이 어둠바라기 씨앗을 돈 주고 사가는 테오를 의아하게 바라보다 돈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헉! 이게 다 얼마야?!"

돈주머니 안에 든 금액을 보며 놀랐다. 무려 10억 탑코인이 들어있던 것.

"···이제 상인은 그만둬야지."

테오 덕분에 이전 상행에서 손해 본 돈의 1000배를 얻은 상인 지딘. 이 돈으로 상단주가 되기로 했다.

***

탑 99층.

"에일린, 꾸엥이는 괜찮을까?"

세준이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꾸엥이를 걱정하며 묻자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항상 탑 99층에서 남 걱정만큼 쓸데없는 건 없다고 하지 않았냐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아···그렇지."

세준은 에일린의 한 마디에 바로 납득했다.

"생각해 보니 꾸엥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구나."

꾸엥이는 탑 99층에서도 상대가 몇 없는 맹수.

그런 꾸엥이가 탑 88층에 내려갔으니 마치 수조에 상어를 풀어 놓은 것과 같았다.

꾸엥이가 탑 88층의 생물을 멸종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맞았다.

그렇게 에일린과 얘기하며 농장으로 돌아온 세준.

"어?! 포도 냄새?"

농장에 포도 향이 진동했다.

그리고 세준이 포도리의 가지에 잔뜩 열린 포도를 발견했다.

[야! 이거 먹고 빨리 포도 만들어!]

[네?! 또 먹어요?!]

[닥치고 그냥 먹어!]

[네···]

꾸엥이를 걱정하고 있는 세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불꽃이가 포도리를 압박한 것.

물론, 지금은 꾸엥이가 탑 88층의 생태계를 박살 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지만.

"와! 다 따버려야지!"

세준이 서둘러 포도리에게 다가가

똑.똑.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15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050을 획득했습니다.]

···

..

.

포도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세준은 포도 수확 삼매경에 빠져 잠시 걱정을 떨쳐낼 수 있었다.

"오! 맛있다!"

그렇게 중간에 포도를 먹기도 하면서 포도를 수확하고 있을 때

다다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꾸엥이 왔다요!]

꾸엥이가 신나게 달려왔다.

하지만

"꾸엥이, 누가 말도 없이 탑 88층에 갔다 오랬어?! 어?!"

세준은 꾸엥이를 반겨주지 않고 혼부터 냈다.

그러자

꿰엥!꿰엥!

[아빠가 꾸엥이한테 화낸다요! 아빠 밉다요!]

서럽게 우는 꾸엥이.

"뭘 잘했다고 울어?!

꿰엥!꿰엥!

[꾸엥이는 아빠 선물 구하러 간 거다요! 몰래 선물 준비해서 아빠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요!]

"뭐?! 내 선물?"

그제야 세준은 꾸엥이가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탑을 내려간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내가 실수했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먼저 탑에 내려간 이유부터 물었어야 했다.

"꾸엥아, 미안. 꾸엥이가 걱정돼서···아빠가 흥분했어."

포옥.

꿰엥···꿰엥···

[아빠 밉다요···꾸엥이는 아빠가 좋은데···]

세준의 사과에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박고 서러움을 폭발시키는 꾸엥이.

토닥.토닥.

세준은 꾸엥이의 궁둥이를 두드려주며 감정이 추스릴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꼬르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울리는 배꼽시계. 소리가 평소보다 긴 걸 보니 점심부터 아무것도 못 먹은 것 같았다.

"꾸엥이, 저녁 먹을까?"

꾸엥···?

세준의 말에 고개를 살짝 들어 대답할지 말지 고민하는 꾸엥이. 꾸엥이 아직 화난 거 같다요.

그때

"오늘 꾸엥이가 좋아하는 꿀가래떡 먹을 건데?"

세준이 필살기를 날렸고

꾸엥!꾸엥!

[좋다요! 꾸엥이 배고프다요!]

꿀가래떡이다요! 세준의 필살기에 무장 해제된 꾸엥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빨리 꿀가래떡 먹고 싶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품에 안겨 취사장으로 향했다.

오물.오물.

핥짝.핥짝.

꾸헤헤헤.

"꾸엥이, 맛있어?"

세준이 오른앞발에 든 가래떡을 한입 베어 물고 왼앞발로 유리병 안의 꿀을 찍어 핥아먹는 꾸엥이를 보며 물었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맛있다요!]

세준의 물음에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꾸엥이.

"꾸엥이, 앞으로 어디 갈 때는 어디 간다고 말하고 가야 돼. 알았지?"

꾸엥!꾸엥!

[알겠다요! 다음에는 꼭 말하고 가겠다요!]

"그래. 여기 더 먹어."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가래떡을 더 꺼내왔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꾸엥!

[아빠 잘먹었습다요!]

세준에게 공손하게 배꼼인사를 하는 꾸엥이. 오구오구. 내 새끼지만 너무 귀엽다.

"흐흐흐. 꾸엥이 아빠랑 후식으로 포도 먹을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다요!]

"그러자."

세준이 꾸엥이를 무릎에 앉히고 포도를 먹었다.

냠.

세준이 한 손으로는 포도를 먹고

북.북.

다른 손으로는 꾸엥이의 배를 긁어주고 있을 때

척.

꾸엥!

[이거 아빠 선물이다요!]

꾸엥이가 간식주머니에서 붉은색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고마워."

'흐흐흐. 이게 뭐지? 맛있는 건가?'

뽕.

세준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유리병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읍!"

급하게 다시 뚜겅을 닫았다. 엄청난 악취가 유리병 안에서 났기 때문.

"저기···꾸엥아, 선물이 바뀐 거 같은데?"

꾸엥!꾸엥!

[그거 선물 맞다요! 아빠를 위해 특별히 구해온 거다요! 빨리 먹는다요!]

"그···그래."

세준은 먹기 전에 일단 이게 뭔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붉은 생명의 즙]

붉은 바위 시체꽃의 뿌리를 강한 힘으로 짜서 얻은 즙입니다.

섭취 시 체력과 체력 잠재력이 150 상승합니다.

섭취 시 수명이 10년 늘어납니다.

썩은 내가 심하게 납니다.

사용 제한 : Lv. 60 이상, 체력 700 이상

유통 기한 : 7일

등급 : SS

'아···시체꽃 뿌리를 짜서 이런 냄새가 난 거였구나.'

설명을 본 세준은 왜 유리병에서 악취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수명을 늘려주는 건 엄청나네."

꾸엥!

[꾸엥이는 아빠가 오래 살면 좋겠다요!]

세준의 말에 대답하는 꾸엥이.

"그래. 썩은 냄새가 별거냐!"

꿀꺽.꿀꺽.

꾸엥이의 말에 감동한 세준이 붉은 생명의 즙을 과감하게 들이켰다.

하지만

'이건 안돼!'

이건 진짜 역대급으로 맛이 없었다. 아니. 맛없는 걸 떠나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우읍!"

비위가 상해 오히려 먹었던 것까지 올라오는 상황.

'꾸엥아, 미안하다.'

"우···."

세준이 못 참고 붉은 생명의 즙을 뿜어내려 할 때

"박 회장, 내가 왔다냥!"

폭.

펜릴을 등에 업고 돌아온 테오가 세준의 얼굴에 달라붙어 세준의 입을 막으면서

꾸욱.

양 볼을 눌렀다.

꿀꺽.

"···!"

동시에 기적처럼 삼켜지는 붉은 생명의 즙.

[붉은 생명의 즙을 섭취했습니다.]

[체력과 체력 잠재력이 150씩 상승합니다.]

[수명이 10년 늘어납니다.]

덕분에 수명이 10년 늘어났다.

"휴우."

꾸엥이의 선물을 뿜어내지 않고 삼킨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세준.

"냥! 박 회장이 입으로 똥 쌌다냥!"

"뀨-뀨-뀨-이건 매너가 아니죠!"

삐욧!

끼잉!

대신 동물들에게 입으로 똥을 쌌다는 오해를 받아야 했다.

꾸헤헤헤.

냠.냠.

미리 염력으로 코를 막고 있던 꾸엥이만 변함없이 포도를 맛있게 먹었다.

292화. 이제 네 이름은 까망이야.

292화. 이제 네 이름은 까망이야.

자색탑 53층.

"찾았다. 빨리 불꽃이 님을 불러야지."

불꽃이의 지시로 탑 53층의 농장을 찾은 베로니카.

푹.

불꽃이가 준 나무뿌리 일부를 땅에 박자 뿌리가 불꽃이의 뿌리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사이

쉐엑!!

베로니카가 주변의 보라색 도마뱀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런 거라도 잘해서 칭찬받아야지."

맨날 농사일 못 한다고 불꽃이에게 구박받는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

불꽃이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 자신의 무기인 쌍단검을 들고 열심히 도마뱀들을 베어나갔다.

그렇게 베로니카가 열심히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때

쾅!쾅!

거대한 도마뱀 하나가 등장했다.

"윽! 저게 뭐야?!"

베로니카가 도마뱀의 입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꿈틀.꿈틀.

도마뱀의 혀와 연결된 수백 개의 촉수가 입 주변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

"으악! 죽어버려! 초승달 참수!"

베로니카가 징그러움을 참지 못하고 단검을 X자로 휘두르자

서걱.서걱.

단검에서 초승달을 닮은 2개의 검기가 거대 도마뱀의 몸을 4등분 했다.

쿵.

쓰러지는 거대 도마뱀.

"휴우···."

자신을 소름 돋게 했던 적이 죽자 안도하는 베로니카.

그때

-감히 누가 나의 숙주를 죽인 것이냐?

꿈틀.꿈틀.

거대 도마뱀의 몸에서 촉수들이 빠져나오며 형태를 이뤘다.

멸망의 사도 6좌, 바다를 삼키는 괴수 크라켄의 파편이었다.

하지만

"뭐야?! 안에 뭐가 있던 거였어?! 월광진혼참!"

지금까지 멸망의 사도 파편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베로니카.

도마뱀의 안에 있던 기생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쌍단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슉.슉.

뿜어낸 검기들이 중첩되며 끝이 톱처럼 된 보름달 모양의 검기가 만들어졌고 크라켄의 파편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크큭. 재미있는 기술이구나.

키잉.

크라켄의 파편은 아무렇지 않게 촉수 하나로 베로니카의 공격을 파괴했다.

"어떻게···?"

상대의 압도적인 강함에 베로니카가 당황할 때

쉬익.

빠르게 날아온 크라켄 파편의 촉수가 베로니카를 낚아채기 위해 날아왔다.

그때

쿠구궁.

땅이 진동하더니

푹.

거대한 나무뿌리가 솟구쳐 크라켄의 파편의 몸을 관통했다.

그리고

[불이여 타올라라.]

불꽃이의 말과 함께

-크윽···내가 이렇게···

크라켄의 파편이 불타며 사라졌다.

땡그랑.

촉수가 그려진 수십 개의 동전을 남기고.

줍.줍.

[헤헷. 이건 주인님한테 가다가 누가 줬다고 할까요?]

불꽃이가 세준에게 코인을 줄 방법을 생각하며 신나게 코인을 줍고 있을 때

"불꽃이 님,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베로니카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불꽃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어휴. 정말 이런 것도 처리 못 하고 우리 주인님이었으면···]

불꽃이가 베로니카에게 뭐라고 하려다 말을 삼켰다.

생각해 보니 여기 세준이 있었으면 이미 한참 전에 죽었을 테니까.

"죄송합니다."

'불꽃이 님의 주인님이라는 분은 농사도 잘하고 강하신가 보네. 존경스러워.'

덕분에 베로니카는 세준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됐다.

[여기가 농장인가요?]

"네."

[좋아요. 작업을 시작하죠.]

쿠구궁.

불꽃이가 뿌리를 움직여 농장에 테두리를 만들고

[이얍!]

정화의 힘을 사용해 농장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