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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탑 99층.

우끼!우끼!

원숭이들이 완성된 삼양주를 용들에게 공손하게 가져갔다.

-오! 다 된 것이냐?!

정확히는 삼양주를 우선 예약한 카이저에게. 카이저가 기쁜 표정으로 삼양주 1000병을 챙겼다.

그리고

-쓰읍.

-쓰읍.

자신들이 예약한 삼양주는 아직 며칠 기다려야

하기에 카이저가 마냥 부러운 켈리온과 램터가 카이저의 삼양주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램터는 어느새 우돈이 새로 만든 붉은용 조각상으로 바꾼 상태였다. 기존의 갑옷은 그냥 농장에 던져놨다.

-크흐흐흐.

뽕.

그런 둘의 시선을 느끼며 카이저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삼양주의 뚜껑을 열었다. 병을 열자마자 주변으로 풍기는 그윽한 향.

-좀 줄까?

카이저가 술병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둘을 보며 묻자

-어!

-응!

끄덕.끄덕.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둘.

-크흐흐흐. 좋아. 특별히 술을 나눠주지.

그렇게 카이저가 으스대며 둘에게 술을 나눠주려 할 때

-뭐?! 10번째 탑에 용들이?

-10번째 탑에 멸망의 사도가?!

-할파스라고?!

셋 다 동시에 10번째 탑에 대한 얘기를 보고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보지.

-그래.

-밖에서 보자.

10번째 탑에 있는 용들을 구하고 할파스와 싸우기 위해 각 용족의 수장들이 각자 100마리의 정예 용들을 이끌고 10번째 탑으로 향했다.

***

"천둥 던지기!"

점심을 먹고 2시간 정도 블랙 스켈레톤들을 공격하고 있을 때

콰과곽광!

[천둥에 담긴 파사의 힘이 섭리를 거스르는 힘을 정화합니다.]

[불사의 왕 임모탈이 지배하고 있는 유리드의 영혼 지배력이 완전히 풀립니다.]

[불사의 왕 임모탈이 지배하고 있는 유리드의 영혼이 해방됩니다.]

···

..

.

한 번에 20명의 영혼이 임모탈에게서 우르르 해방됐다. 그동안 파사의 힘이 임모탈의 지배력을 계속 약화시킨 결과였다.

스르륵.

기사들이 남긴 하얀색 광구를 흡수하자 초급 도끼술을 새로 배워 레벨 7까지 올렸고

[중급 검술을 마스터했습니다.]

[고급 검술 Lv. 1을 배웠습니다.]

[고급 검술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고급 검술 Lv. 2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중급 검술 스킬을 마스터하며 고급 검술의 스킬 레벨을 3까지 올릴 수 있었다.

이후로는 임모탈의 영혼 지배력이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라 더 많은 기사들의 영혼이 성불했고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준이 레벨업을 하며 68레벨이 됐고 우뢰 스킬의 레벨도 한 번 더 올랐다.

덕분에 파사의 힘이 강해지며 영혼들이 해방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천둥 던지기."

[불사의 왕 임모탈의 첫 번째 검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00만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세준이 소환된 블랙 스켈레톤을 전부 처치하고

"다시 소환해."

세준이 임모탈에게 말하자

"절대 안 돼! 죽어도 안 돼!"

임모탈이 반항하기 시작했다.

현재 임모탈이 지배하는 영혼의 수는 가장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첫 번째 검부터 열 번째 검까지 10명.

그들마저 자신에게서 해방되면 결국 자신이 죽기 때문.

"진짜 죽어도 안 돼?"

"그래! 절대 안 돼!"

세준의 물음에 강경하게 대답하는 임모탈. 세준은 결국 최후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에일린, 얘가 반항하는데···."

에일린에게 일러바치기.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감히 누가 그대에게 반항을 하냐고 묻습니다.]

얘래요.

세준이 조용히 임모탈을 가리켰다.

256화. 가까이 오지 마!!!

256화. 가까이 오지 마!!!

'에일린이 누군데?'

누군가를 부르고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준을 보며 임모탈이 의아해했다.

그때

"으흡!"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며 거대한 힘이 임모탈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야? 우리 세준이한테 반항한 게?!"

이글이글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

"네?!"

임모탈이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가

"어?! 드··· 드래곤?!"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존재를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티탄 대륙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

하지만

"뭐? 드래곤?"

모습만 비슷할 뿐 용은 드래곤과 격이 다른 존재.

"감히 나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를 드래곤이라고 부른 거야?!"

임모탈의 말이 에이린의 분노를 더욱 거세게 키웠다.

감히 우리 세준이한테 반항을 해?

감히 나를 드래곤이라고 불러?

콰직!

그렇게 에일린을 두 배로 열받게 한 임모탈은 힘 조절을 못 한 에일린의 왼발에 밟혀 그 오랜 삶을 허무하게 마무리했다.

덜덜.

-에일린 님께 절대복종! 세준 님께 절대복종!

조금 전 에일린의 오른발에서 진화 중인 성석 아이스큐브가 공포에 떨며 외쳤다.

***

탑 4층.

임모탈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탑의 관리자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가 불사의 왕 임모탈을 소멸시켰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역시 에일린, 임모탈을 데리고 가자마자 바로 처리한 모양이었다.

"흐흐흐. 그러게 내 말을 들었어야지."

세준이 퀘스트 보상 메시지를 기다리며 성불(?)한 임모탈을 애도할 때

[탑의 관리자가 이번에는 그대와 자신이 공동으로 퀘스트를 완료해서 기쁘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에게 말했다.

"그러네. 우리가 같이 해결했어."

같이라는 말이 뭔가 간질간질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탑의 관리자가 앞으로도 퀘스트를 같이 해결하자고 말합니다.]

"응. 그러자."

그렇게 세준이 에일린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블랙 스켈레톤들이 구원됩니다.]

세준이 기다리던 퀘스트 완료 보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퀘스트 완료 보상인 경험치와 탑코인은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와 탑의 중간 관리자 탑농부 박세준의 퀘스트 공헌율에 따라 지급됩니다.]

[퀘스트 공헌율을 평가합니다.]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리타니 - 99%]

[탑농부 박세준 - 1%]

둘이 퀘스트를 완료하며 보상이 나눠졌다.

"내가 1%라고···?"

메시지를 본 세준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둘이 했으면 정확하게 50대50으로 나눠야지! 왜 내 공헌율이 1%야?! 어?! 내가···아니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동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임모탈을 잡을 수 없었기에 세준은 양심상 혼자 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퀘스트 완료 보상의 1%인 경험치 100만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의 1%인 150만 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이 억울해하든 말든 보상이 지급됐다.

그때

"박 회장! 얼굴이 또 썩어가고 있다냥!"

세준의 억울한 마음이 서서히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챈 테오가 재빠르게 세준의 어깨 위로 올라가

꾹.꾹.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누르기 시작했다.

"걱정 말라냥! 내가 금방 안 썩은 얼굴로 만들어 주겠다냥!

"아니. 퉷. 내 얼굴 안 썩었다···."

세준이 입에 들어간 테오의 털을 뱉으며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퍽.퍽.

"냥?! 박 회장 가만히 있어라냥! 얼굴이 더 썩어간다냥!"

꾹.꾹.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떼찌하며 막무가내로 세준의 얼굴을 주물렀다.

"휴···알았어. 마음대로 해라."

"푸후훗. 조금만 기다려라냥!"

꾹.꾹.

그렇게 테오의 마사지를 받는 동안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보상을 다 받아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덜컥 퀘스트 보상의 99%를 꿀꺽해버린 에일린이 세준에게 사과했다.

"아냐. 에일린 잘못도 아닌데 뭘···."

에일린의 태도를 보니 괜히 자신이 소인배가 된 것 같았다.

솔직히 경험치나 탑코인 둘 다 세준에게 큰 보상은 아니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 그냥 1%라는 숫자가 기분 나빴을 뿐이다.

세준의 마음에서 소인배 기질이 사라지자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의 얼굴을 고쳤다냥! 이제 박 회장 얼굴 안 썩었다냥!"

척.

테오가 앞발로 이마를 훔치며 뿌듯한 표정으로 다시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이건 자신이 임모탈을 죽이자 나온 것이라며 그대에게 주겠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임모탈을 죽이고 얻은 물건을 세준에게 건넸다.

툭.

세준의 손바닥 위에 검은색 십자가 하나가 나타났다.

"에일린, 고마워. 그리고 속 좁게 굴어서 미안."

세준이 에일린에게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만 괜찮으면 자신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다시 에일린과 사이좋게 대화를 나눌 때

[새로운 중간 관리자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 죽음의 십자가를 땅에 꽂아 블랙 스켈레톤이 다시 번성할 수 있는 죽음의 영역을 선포하고 블랙 스켈레톤 1000명이 모일 때까지 그들을 보호하십시오.]

보상 : 경험치 1000만, 1000만 탑코인

실패 시 : 퀘스트를 완료할 때까지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원래라면 벌써 돌아갔어야 했는데 남은 퀘스트가 있어 돌아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이걸 꽂고 기다리면 되는 건가? 이번 퀘스트는 쉽네."

퀘스트를 확인한 세준이 들고 있는 검은색 십자가를 살펴봤다.

[죽음의 십자가]

원래는 죽음의 신 데스의 신기였지만, 오래전 죽음의 신을 모시던 신관이었던 임모탈이 신기에 담긴 신의 힘을 자신의 몸에 흡수해 현재는 신의 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죽음의 십자가를 땅에 꽂으면 즉시 죽음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반경 1km에 죽음의 영역이 선포됩니다.

죽음의 십자가는 죽음의 영역 안에 있는 영혼을 흡수해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현재 10명의 영혼이 죽음의 십자가 안에서 부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용 제한 : 마력 300 이상

제작자 : 죽음의 신 데스

등급 : A+

푹.

설명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기에 세준은 바로 죽음의 십자가를 꽂았다.

그러자

[죽음의 십자가가 땅에 꽂혔습니다.]

[죽음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반경 1km에 죽음의 영역이 선포됩니다.]

[주변을 배회하던 영혼들이 죽음의 힘을 느끼고 죽음의 영역으로 다가옵니다.]

[죽음의 십자가가 죽음의 영역 안에 있는 영혼들을 흡수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죽음의 영역이 선포됐다. 메시지가 없었다면 뭐가 변했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런 낌새도 없었다.

그때

[죽음의 십자가가 저장하고 있던 10명의 영혼을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블랙 스켈레톤이 10명 모였습니다.]

달그락.달그락.

메시지와 함께 바닥에서 아무 무장도 없는 헐벗은 10명의 블랙 스켈레톤이 부활했다.

그리고

달그락.달그락.

"세준 님, 저희들의 영혼을 임모탈의 지배에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랙 스켈레톤들은 세준 앞에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필립과 오닉 등 임모탈이 죽을 때까지 해방되지 못했던 10명의 영혼이었다.

잠시 후

달그락.달그락.

[죽음의 십자가가 흡수한 2명의 영혼을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

..

.

[블랙 스켈레톤이 15명 모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죽음의 십자가가 영혼을 흡수해 블랙 스켈레톤들을 하나둘 부활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블랙 스켈레톤이 부활하는 동안

"······."

"······."

할 게 없는 세준과 블랙 스켈레톤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심심한데?"

블랙 스켈레톤 1000명이 모일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만 하는 세준. 가만히 있으니 좀이 쑤셨다.

거기다 넓은 땅을 보니 씨를 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기다리는 동안 밭이나 만들자."

그래서 세준은 블랙 스켈레톤 1000명이 모일 때까지 이곳에다가 포도를 먹고 모아둔 포도 씨앗을 심어 작은(?) 포도밭을 만들기로 했다.

"근데 너희들 농사는 해봤어?"

당연히 블랙 스켈레톤들도 함께였다. 다른 뜻은 없고 심심해 보여서?

"네?! 농사요?"

세준의 말에 당황하는 블랙 스켈레톤들.

"아. 안 해봤구나? 걱정 마. 내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줄게. 엄청 쉬워. 일단 밭 만들기부터 해보자."

세준이 블랙 스켈레톤들에게 농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

"벌써 떠나신 건 아니겠지?

탑 4층에 도착한 김동식은 세준을 만나기 위해 렉톤이 테오와 꾸엥이를 봤다는 장소로 서둘러 달려가 근처를 조용히 수색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들은 산 자를 증오하는 몬스터들. 산 자의 목소리가 들리면 근처에 있는 스켈레톤들이 모두 몰려와 귀찮아지기에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했다.

그렇게 테오를 찾아 주변을 수색하던 김동식.

"블랙 스켈레톤이군."

김동식이 저 멀리 수백 명의 블랙 스켈레톤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 묘지의 경계에 도착한 것.

스릉.

블랙 스켈레톤은 일반 스켈레톤보다 훨씬 강하다고 알려져 있기에 김동식은 검을 뽑아 언제든지 싸울 수 있게 준비했다.

그리고

스윽.스윽.

조용히 블랙 스켈레톤을 향해 이동했다.

하지만

"뭐지?"

블랙 스켈레톤을 향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엄청난 위압감이 김동식을 짓눌렀다.

***

[죽음의 십자가가 흡수한 영혼을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블랙 스켈레톤이 700명 모였습니다.]

블랙 스켈레톤 하나가 일어나자

"어서 와라! 신입! 나는 첫 번째 괭이 필립. 이제부터 너에게 농사의 기초인 밭 만들기와 심기를 가르쳐주겠다."

첫 번째 검 대신 괭이가 된 필립이 신입 블랙 스켈레톤을 불러 농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세준은 블랙 스켈레톤들에게 밭 만들기와 씨앗 심기를 가르친 이후 자신의 말을 가장 잘 이해한 블랙 스켈레톤들에게 신입을 가르치게 했고

세준의 말을 가장 잘 이해한 10명의 블랙 스켈레톤은 임모탈에게 해방된 10명의 기사들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괭이부터 열 번째 괭이가 된 기사들이 신입 블랙 스켈레톤들에게 심기를 가르쳐서 밭으로 보내는 동안

[마력이 담긴 땅에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효과로 신품종을 획득할 확률이 5배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8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세준은 농사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때

"냥?! 동식이가 근처에 있다냥!"

꾸엥!

[누가 오고 있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다가오는 동식의 존재를 느꼈다.

"동식이? 테 부회장, 동식이가 누구야?"

포도를 심던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의 말에 작업을 멈추고 물었다.

"박 회장이랑 계약을 했었던 그 동식이다냥!"

"어?! 나랑 계약을 했던 동식이면···김동식 님?! 테 부회장, 동식 님이 근처에 있어?"

"그렇다냥! 저쪽이다냥!"

세준의 물음에 테오가 동식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래?!"

세준이 테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거의 1년 만에 인간을 만난다니. 뭔가 감격스러웠다.

"어?! 저게 동식 님인가?"

그렇게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달려가던 세준의 눈에 저 멀리 김동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식 님!"

세준이 김동식의 이름을 반갑게 부르며 더 빨리 김동식을 향해 달려가려 할 때

"가까이 오지 마!!!"

김동식이 그런 세준을 향해 양손으로 X자를 만들며 간절하게 외쳤다.

고오오오.

세준에게는 숨 쉬듯이 익숙한 기운이지만, 김동식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꾸엥이의 기운 때문이었다.

257화. 내가 힘 조절을 못 한다고?

257화. 내가 힘 조절을 못 한다고?

"가까이 오지 마!!!"

"어?! 왜···?"

김동식의 겁에 질린 목소리에 잠시 당황한 세준.

"아. 이런 곳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달려오면 무서울 수 있지."

자신이 생각해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으면 무서웠을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실수를 했다.

"동식 님! 저 박세준이에요!"

그래서 세준은 조심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네?! 정말 세준 님이세요?"

김동식에게는 뭔가가 다가온다는 것만 보였기에 그게 세준이라는 말에 김동식은 조금 안심했다.

"네! 접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네! 저도 반갑습니다!"

그렇게 세준은 김동식과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두려움을 없앴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경계심이 없어졌겠지?

"동식 님, 나머지는 가까이 가서 얘기해요!"

세준이 다시 김동식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아니요! 그건 안 됩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세준 님, 저희 이 거리에서 얘기해요!"

김동식이 다시 양손으로 X자를 만들어 세준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김동식은 아직도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네?! 왜요?!"

김동식의 반응을 세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

***

세준의 존재를 아는 헌터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박세준은 왜 탑 밖으로 나오지 않을까?'

세준의 농작물 덕분에 죽음 직전의 암환자들이 살아났고, 지구를 위협하는 로커스트들의 공격도 막고 있다.

세준이 원하기만 하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세준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런 부와 명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탑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지만, 그럴싸한 것들은 없었다. 세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

그리고

'이거였구나!'

세준을 만난 김동식은 그동안 세준이 왜 탑에서 나오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세준 님이 탑에서 나오지 않은 이유는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어."

자신은 지구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헌터지만, 그럼에도 세준과 1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느낀 기운에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아마 일반인은 세준과 거리를 10km는 벌려야 안전할 거다. 그 이내라면 100% 사망.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 정도다. 조금이라도 흥분해서 세준이 기운을 끌어올리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세준 님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스스로 탑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거야.'

자신이 탑에서 나가는 것만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일어날 테니까.

그렇게 세준도 모르는 사이 세준이 탑에서 나오지 않는 그럴싸한 이유가 만들어졌다.

'얼마나 힘들까?'

김동식이 세준을 걱정했다. 세준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곁에 동물들을 두고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가 도와야 해!'

김동식은 탑에 있는 세준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세준 님, 뭐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그래서 탑에서 나오지 못하는 세준이 원하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때

고오오오!

"흐억!"

김동식을 짓누르는 위압감이 갑자기 크게 증가했다.

***

"세준 님, 뭐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김동식이 세준에게 묻자

"필요한 거?"

세준이 생각에 잠겼다. 너무 많은데?

그때

꾸엥!

[꾸엥이, 꾸엥이 할머니가 만든 김치찌개 먹고 싶다요!]

꾸엥이가 흥분하며 외쳤다. 덕분에 꾸엥이가 뿜어내는 기운의 위력이 증가했다.

"그럴까? 나도 엄마 김치찌개 먹고 싶었는데. 그리고···."

꾸헤헤헤.

세준이 꾸엥이와 신나서 필요한 것을 얘기했다.

"아. 엄마한테 김치 레시피도 받아달라고 해야지."

앞으로 직접 김치도 담글 생각이기에 레시피도 필요했다. 김치찌개의 맛은 김치가 좌우한다.

즉, 집과 같은 레시피로 김치를 담그면 탑에서도 집에서 먹는 것과 같은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거다.

'흐흐흐. 이로써 식단이 조금 더 업그레이드되겠군.'

그렇게 세준이 먹을 게 늘어나는 것에 기뻐할 때

"박 회장, 동식이가 도망간다냥!"

테오가 세준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달리는 김동식을 보며 외쳤다.

"뭐?! "동식 님, 어디 가세요?!"

세준이 서둘러 김동식을 따라 달렸다.

'왜 도망가지?'

김동식이 도망간 이유를 생각하며 달리는 세준. 세준의 민첩이 김동식의 민첩보다 몇 배는 높았기에 금세 거리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털썩.

세준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꾸엥이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하는 김동식.

"아니. 왜?! 내가 뭘 했다고 기절해?"

이게 평소에 기절한 세준을 보는 동물들의 생각이었지만, 세준이 그걸 알 리 없었다.

"동식 님! 정신 차리세요!"

세준이 기절한 김동식의 상태를 보기 위해 서둘러 가까이 다가가자

파들파들.

김동식이 몸을 떨며 발작했다. 무의식중에도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동식 님이 왜 저러지?"

세준이 몸을 떠는 동식을 더욱 걱정하며 다가갈 때

"박 회장은 여기 있어라냥! 나 테 부회장이 다녀오겠다냥!"

테오가 세준을 말렸다.

"왜? 나도 같이 가."

"안된다냥! 박 회장은 힘 조절을 못 해서 동식이의 상태가 더 나빠질 거다냥!"

"내가 힘 조절을 못 한다고?"

"그렇다냥! 박 회장은 돌아가 있어라냥!"

나는 약한데? 탑 99층의 최약체 세준. 처음 들어보는 테오의 말에 세준이 당황했다.

그러나 테오, 이오나와 달리 힘 조절 못 하기는 세준도 꾸엥이와 마찬가지였다.

왜냐면 세준은 항상 주변 탑 99층의 동물들이 뿜어내는 기운을 버티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운을 최대치로 뿜어내기만 했으니까.

세준은 주변의 기운에 대항하기 위해 기운을 뿜어낼 줄만 알았지 숨기는 법은 몰랐다.

탑 99층의 몬스터들의 기운을 버텨낼 수 있는 기운을 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하지만 그것이 김동식에게 세준이 다가갈 수 없는 이유가 됐다.

그래서 꾸엥이의 기운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김동식에게 기운을 사정없이 뿜어내는 세준이 가까이 다가가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테 부회장, 그럼 동식 님을 잘 부탁해. 아. 내 말도 꼭 전해주고."

세준이 테오에게 엄마의 김치찌개와 김치 레시피 등의 필요한 것들을 꼭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알겠다냥!"

그렇게 테오에게 기절한 김동식을 맡기고 세준이 꾸엥이와 죽음의 십자가가 설치된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찰싹.찰싹.

"동식이 일어나라냥!"

세준이 떠나자 테오가 김동식의 얼굴을 앞발로 툭툭 치며 깨웠다. 세준의 얼굴이 썩었을 때처럼의 친절한 꾹꾹이는 없었다.

그래도 김동식이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치유술은 사용했다. 덕분에 김동식은 약간의 잘생김을 얻게 됐다.

잠시 후

"으음···테 부회장?"

테오의 치료를 받은 김동식이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냥! 나다냥!"

"세준 님은?"

세준의 기운에 대한 두려움에 김동식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세준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박 회장은 동식이가 너무 약해서 돌아갔다냥!"

"그렇군···."

내가 세준 님이 아무렇지 않게 뿜어내는 기운조차 버틸 수도 없을 정도라니···김동식이 테오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둘러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윽!"

기운에 노출됐을 뿐인데 온몸의 능력이 50% 정도 떨어진 상태였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아팠다.

"박 회장이···."

그런 동식에게 테오가 세준이 전하라고 한 말을 전한 후

"이오나, 동식이를 치료해 주라냥!"

테오가 자신의 꼬리에서 쉬는 이오나에게 김동식의 치료를 부탁했다. 김동식이 빨리 몸을 회복해야 세준의 지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

"뀻뀻뀻. 알겠어요. 마력의 힘이여. 육체를 원상태로 회복시켜라. 리커버리."

테오의 부탁을 받은 이오나가 마법으로 김동식의 몸을 회복했다.

스르륵.

노란빛이 김동식의 몸에 스며들었다.

"오! 고마워···."

최소 3달은 꼬박 요양해야 좋아졌을 내상이 순식간에 치료된 것에 놀라며 김동식이 감사와 함께 이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할 때

슉.

"어?!"

테오와 이오나가 갑자기 사라지며 김동식은 헛손질을 했다.

"귀여웠는데···아쉽네."

방금 최소 자신의 손목이 날아갈 뻔한 것도 모르고 이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김동식.

"이럴 때가 아니지. 세준 님 어머님께 빨리 세준 님의 말씀을 전해야지."

김동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

세준이 김동식을 만나고 돌아오는 동안

달그락.달그락.

[죽음의 십자가가 흡수한 영혼을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블랙 스켈레톤이 850명 모였습니다.]

죽음의 십자가는 주변에서 떠도는 영혼들을 흡수해 블랙 스켈레톤을 계속 부활시키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돌아가겠네. 토룡아."

포도 농장이 완성되기 전에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기에 세준이 자신과 함께 이동해 땅속에서 놀고 있던 토룡이를 불렀다.

구궁.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세준의 부름에 토룡이가 조용히 고개를 내밀었다.

"응. 땅 좀 고르게 만들어줘."

-네!

세준은 토룡이를 시켜 땅을 고르게 만들고 본격적으로 포도 씨앗을 심었다.

후두둑.

세준이 땅에 포도 씨앗을 뿌리고

"땅 일으키기."

괭이로 땅을 찍자

[대지가 당신에게 호의적으로 움직입니다.]

[땅을 움직이기 위한 마력 소모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마력이 담긴 땅에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씨앗 씨앗 1500개를 심었습니다.]

···

..

.

땅이 움직이며 포도 씨앗을 옮겨 균일한 간격으로 심어졌다.

그렇게 세준이 포도 1만 개를 금세 심어 포도 농장을 완성할 때쯤

[죽음의 십자가가 흡수한 영혼을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블랙 스켈레톤이 950명 모였습니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잠시 후

[죽음의 십자가가 흡수한 영혼을 블랙 스켈레톤으로 부활시킵니다.]

[블랙 스켈레톤이 1000명 모였습니다.]

1000명의 블랙 스켈레톤이 부활했고

[중간 관리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경험치 1000만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000만 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중간 관리자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30초 후 탑 55층으로 돌아갑니다.]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세준이 원래 있던 탑 55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뺙! 뺙···

[삼촌! 다행이다···]

세준의 방에서 노심초사 세준을 기다리고 있던 흑토끼가 세준과 테오, 꾸엥이, 이오나를 보며 안도했다.

조난 356일 차. 흑토끼 결혼식 전날 저녁에 세준이 무사히 화이트 캐슬에 돌아왔다.

***

-잘 지냈나? 오랜만이군.

멸망의 사도 2좌 죽음의 까마귀 할파스가 자신을 포위한 아홉 용족의 수장들과 900마리의 용들을 보며 여유롭게 말했다.

"흥! 어디서 여유 있는 척이냐?!"

이번 일의 책임을 맡은 은빛용의 수장 크리셀라 히스론이 코웃음을 치며 할파스에게 말했다.

멸망의 사도가 아무리 강해도 아홉 용족의 수장 중 셋만 모여도 이길 수 있다.

거기다 할파스는 지금 예전에 자신들을 상대할 때보다 약한 상태였다.

-글쎄···이게 여유일까?

"뭐?!"

그런데도 여유를 보이는 할파스를 보며 이상함을 느낀 크리셀라.

그때

쩌저적.

할파스의 눈 주위가 벌어지며 1쌍의 눈이 추가로 떠졌고

고오오오.

갑자기 할파스의 힘이 2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용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걸 믿고 여유로웠던 거냐?"

크리셀라가 할파스의 숨겨둔 한 수를 보며 안심할 때

-아직이다.

쩌저적.

할파스의 눈이 1쌍 더 떠졌고 할파스의 힘이 다시 2배 증가했다. 2배에 다시 2배. 순식간에 힘이 4배로 증가한 할파스.

쿠구구궁.

자신을 포위한 용들을 압도하는 거대한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헉!"

"이럴 수가···."

할파스의 압도적인 힘에 용들이 당황할 때

"여긴 내가 맡겠다."

꿀꺽.

카이저가 다른 용들에게 말하며 콩 4알을 삼켰다.

258화. 꼬질이들 씻을 시간이다.

258화. 꼬질이들 씻을 시간이다.

세준이 흑토끼의 결혼식에 간 후 카이저는 세준의 부탁으로 농장을 관리했다.

버섯개미가 워낙 성실하고 일을 잘했기에 별로 할 건 없었지만

끼엑!

-뭐?! 또 불개미가 침입했어?!

가끔 버섯개미를 납치하기 위해 오는 불개미들을 퇴치해줬다.

"돌아가라."

10번째 탑을 향해 떠나기 하루 전날도 평소처럼 불개미들을 둥지로 돌려보내고 다시 분수대에 자리를 잡은 카이저.

그때

끼엑!

버섯개미 한 마리가 앞니로 뭔가를 조심히 물고 카이저에게 가져왔다.

-또 왔냐? 됐어. 세준이나 줘.

불개미들을 쫓아낼 때마다 버섯개미들은 감사의 표시로 영약 같은 걸 가져오기에 카이저는 평소처럼 돌려보내려 했다.

영약 버섯의 효과는 카이저에게는 너무 미미했고 거기다 카이저는 버섯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끼엑!

버섯개미는 평소와 다르게 돌아가지 않고 더듬이를 꼿꼿하게 세워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알았어. 뭔데?

빨리 받고 돌려보내자는 생각에 카이저가 물건을 받겠다고 하자

툭.

버섯개미가 카이저 앞에 검정색 콩 하나를 내려놓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카이저를 바라봤다.

-흥! 아무리 네 성의가 가상해도 난 하찮은 물건에 놀라는 척은 해주지 않을 거야.

카이저가 버섯개미에게 큰소리를 치며 검은콩을 살펴봤다.

[초월의 검정콩]

탑 안에서 자란 검정색 콩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오색콩에서 가장 희박한 확률로 수확되는 콩입니다.

초월의 검정콩을 섭취할 시 힘 불끈 노랑콩, 체력 튼튼 빨강콩, 민첩 쌩쌩 초록콩, 마력 풀풀 푸른콩의 효과가 모든 격을 초월해 발휘되고 효과가 300% 활성화됩니다.

심어도 뿌리가 나지 않는 콩입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어?!

카이저도 이번에는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격을 초월해 효과를 발휘하고 다른 콩들의 효과를 300% 활성화된다는 설명 때문. 전율이 흘렀다.

카이저는 과거 세준이 오색콩에서 수확했던 콩 중 마력 풀풀 푸른콩을 먹어봤다.

하지만 효과는 아주 미미했다. 카이저의 마력 스탯이 0.5% 상승한 정도.

원래는 마력 스탯의 100%가 올라야 했지만, 카이저의 격이 너무 높아 콩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후 완전히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이 초월의 검정콩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걸 먹으면···.

콩들을 먹었을 때의 효과를 생각하자 카이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웅장해졌다. 용이기 때문에 더욱 웅장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강해질 대로 강해진 자신의 능력을 몇 배 늘려주는 거니까. 그만큼 초월의 검은콩은 엄청난 물건이었다.

-정말 대단한데!

끼엑!

카이저가 자신의 선물을 대단하다고 인정하자 버섯개미가 기분 좋게 울며 위풍당당하게 내려갔다.

그리고

끼엑!

끼엑!

동료 버섯개미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들은 선물을 받아주는 존재가 대단할수록 버섯개미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문화가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위대한 검은용이 선물을 받아준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이건 가지고 있다 세준이한테 허락을 받아야겠군.

대단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기에 카이저는 나중에 세준에게 정당하게 값을 치르기로 하고 검은콩을 보관하기로 했다.

그렇게 카이저는 초월의 검은콩과 간식용 4색 콩 볶음을 챙기고 있다가 10번째 탑으로 급히 오게 된 것이다.

***

카이저가 본체 크기에 비하면 먼지로 보일 정도로 작은 크기의 콩 4알을 먹자

-······

"······"

할파스는 긴장을 한 눈빛으로, 용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카이저를 주시했다.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 걸 보면 뭔가 있겠지?

하지만

······

자신 있게 나선 태도와 다르게 카이저의 힘은 아주 미세하게 증가했다. 누가 뭐가 변했냐고 물어도 억울해하지 못할 정도의 변화.

까아악!까아악!

그런 카이저를 비웃는 할파스.

그때

"아직이다."

꿀꺽.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이저가 콩 하나를 더 삼켰다. 검은색 콩. 초월의 검은콩이었다.

그리고

쿠구구궁.

초월의 검은콩이 격을 초월해 카이저가 먼저 먹은 힘 불끈 노랑콩, 체력 튼튼 빨강콩, 민첩 쌩쌩 초록콩, 마력 풀풀 푸른콩이 효과를 발휘하게 했고

이어서 그 효과를 300% 활성화했다.

-이···이게 갑자기 무슨···.

"카이저가···어떻게."

카이저의 갑작스러운 능력 상승에 할파스뿐만 아니라 같은 편인 용들도 경악했다.

현재 세준의 콩들은 A급으로 오르며 모든 스탯을 1분 동안 300% 증가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

모든 스탯이 1+3, 4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초월의 검은콩의 효과로 4가지 색 콩의 효과가 300% 활성화가 됐다.

즉, 이미 엄청난 강자인 카이저의 모든 스탯 4배에 다시 3배를 증가시키며 모든 스탯을 12배 증가시켰다.

거기다

"3분 동안 지옥을 보여주지."

유지 시간도 1분에서 300% 늘어나며 3분이 됐다.

"어디 발악해봐라!"

카이저가 단숨에 할파스의 옆으로 이동해 목을 노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할파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3분이 시작될 뻔했지만

콰직.

"응?!"

-크윽! 내가 이렇게 쉽게···.

너무도 강해진 힘에 적응하지 못한 카이저의 실수로 단숨에 할파스의 목이 끊어지며 할파스가 죽었다.

스르륵.

죽은 할파스의 몸이 붉은 안개로 변하며 멸망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땡그랑.

할파스가 죽은 곳에서 떨어지는 검은색 코인들과 탑코인들.

"수거."

"수거."

"수거."

카이저와 켈리온, 램터가 동시에 코인들을 줍기 위해 힘을 썼다.

하지만 코인들은 카이저의 강한 힘을 따라 전부 카이저에게 향했고

"흐흐흐. 나한테는 안 되지."

카이저가 전부 챙겼다.

"쳇···이거 반칙 아냐?!"

"그러니까 너 뭐 먹은 상태잖아!"

켈리온과 램터가 약빨이라고 따졌지만, 이미 카이저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이 다시 나올 리는 없었다.

그렇게 용들은 카이저의 활약으로 멸망의 사도 2좌 죽음의 까마귀 할파스를 처치하고

10번째 탑에서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던 용들과 함께 자신들의 터전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얘기 좀 하지."

터전에 가까워지자 다른 여덟 용족의 수장들이 카이저를 보며 말했다.

그들은 카이저가 뭘 먹고 강해졌는지 너무 궁금했다.

***

"······"

잠에서 일어난 세준이 조심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뺘로롱.

왼팔에는 결혼식 전날 삼촌이랑 자겠다며 같이 잔 흑토끼가 세준의 팔을 베고 있었고

꾸로롱.

오른팔에는 꾸엥이가 세준의 팔을 베고 있었다.

그리고

고로롱.

무릎에는 테오가 자고 있었다. 항상 테오의 옆에 있던 이오나는 자신의 제자인 쀼쀼의 방에서 같이 잤다. 물론 테오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로롱.

마지막으로 자신을 두고 가지 못하게 황금박쥐가 세준의 가슴을 안고 자고 있었다.

"흑토끼, 일어나자."

그렇게 동물들의 위치를 확인한 세준이 일단 흑토끼를 깨웠다.

뺙···

세준이 깨우자 잠투정을 하는 흑토끼. 더 재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오늘은 흑토끼의 결혼식 당일. 새신랑이 될 흑토끼는 준비할 게 많았다. 흑토끼가 결혼을 한다니···세준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흑토끼, 일어나야 돼."

주물.주물.

그래도 열심히 흑토끼의 몸을 주무르며 흑토끼를 깨웠다.

잠시 후

뺙!

[삼촌, 그럼 이따 봐요!]

흑토끼가 후다닥 밖으로 나갔고

"얘들아 일어나자."

세준이 테오, 꾸엥이, 황금박쥐를 깨우기 시작했다.

(네!)

역시 가장 말을 잘 듣는 황금박쥐가 제일 빨리 일어났다.

하지만

"박 회장, 5분만 더 자자냥···."

꾸엥···

[꾸엥이 더 잘 거다요···]

그에 반해 게으른 녀석들. 평소라면 테오와 꾸엥이의 잠투정을 받아주며 같이 잤겠지만, 오늘은 세준과 일행들도 할 게 많았다.

풍덩.

"자. 꼬질이들 씻을 시간이다."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 황금박쥐를 안고 욕조에 빠트렸다. 더럽게 가면 흑토끼가 욕을 먹을 수도 있으니 일단 깨끗이 씻어야 했다.

"냐앙! 물에 젖었다냥!"

잠결에 물에 빠지며 수속성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 테오가 난리를 쳤지만, 이미 털과 몸이 물에 젖은 상태.

"자 가만히 있어."

"알겠다냥···."

테오는 자포자기하고

고로롱.

세준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다시 자기 시작했다.

"자냐?"

벅.벅.

목욕을 받으며 세상 편하게 자는 테오가 조금 얄미웠지만, 가만히 있어 주는 것에 감사하며 세준이 테오를 씻겼다.

고로롱.

그렇게 자는 테오를 깨끗이 씻겨 수건으로 돌돌 말아놓고 욕조로 돌아오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제 꾸엥이 차례다요?!]

세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꾸엥이가 욕조에 매달려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자. 이리 와."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긴 꾸엥이.

벅.벅.

꾸헤헤헤.

세준의 손이 자신의 몸을 시원하게 긁어주자 꾸엥이가 웃으며 좋아했다.

'꾸엥이가 목욕을 좋아해서 정말 다행이었야.'

아니면 꾸엥이를 목욕시킬 때는 분홍털이나 우마왕이 있어야 했을 거다. 엄청난 양의 물도.

그럼 매일 땅 파고 돌아다니는 꾸엥이는 진짜 꼬질해졌을 거다.

"자. 꾸엥이, 큰형아 깨워서 같이 털 말리고 있어."

목욕을 마친 꾸엥이를 테오 옆에 내려놓자

꾸엥!꾸엥!

[알겠다요! 큰형아 일어난다요!]

꾸엥이가 대답하고는 테오를 흔들어 깨웠다.

"뭐냥···?"

수건에 감싸여 따뜻하게 자고 있던 테오가 부스스한 상태로 눈을 떴다.

꾸엥!

[아빠가 큰형아랑 털 말리라고 했다요!]

"푸후훗. 털 말리기는 나 테 부회장을 이길 수 없다냥!"

꾸엥이의 말에 테오가 벌떡 일어났다가 발라당 누워 수건에 몸을 격렬하게 비볐다. 털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는 것.

꾸엥!

[꾸엥이가 큰형아보다 털 더 잘 말린다요!]

꾸엥이도 테오를 따라 바닥에 깔린 수건에 자신의 몸을 열심히 비비기 시작했다.

동생을 이기겠다는 형과 형을 이기겠다는 동생. 서로 물기를 닦아주랬더니 경쟁하는 둘을 보며 세준은 그냥 둘을 놔뒀다. 그래. 뭐···털을 말리기는 하니까···

그리고

"황금박쥐 이리 와."

마지막 순서인 황금박쥐를 불렀다.

(네!)

역시나 세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황금박쥐가 냉큼 욕조에서 수영을 하며 세준에게 다가왔다.

긁적.긁적.

황금박쥐는 몸이 작아 손가락으로 몸을 긁어주며 씻겼다.

(뱃뱃. 시원해요!)

그렇게 황금박쥐까지 씻기고 뒤를 돌아보자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이겼다냥!"

꾸엥!

[아니다요! 꾸엥이가 이겼다요!]

털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일단 자신이 이겼다고 우기는 둘이 보였다.

"으휴. 이리 와."

탈탈탈.

결국 세준이 테오, 꾸엥이, 황금박쥐의 털을 다 말려주고 간신히 샤워를 했다.

뺘뺘.

그렇게 세준이 샤워를 하는 사이 시종들이 세준과 동물들이 결혼식에서 입을 정장을 가져왔다.

세준의 정장과 다르게 동물들은 재킷과 나비넥타이만 있었다. 뭔가 걸치는 것 자체가 불편한 동물들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스륵.스륵.

세준이 일단 먼저 옷을 입었다.

"딱 맞네."

이곳에 왔을 때 시종들이 치수를 재 갔기에 옷은 세준의 몸에 딱 맞았다.

그렇게 세준이 옷을 입고

"자. 일단 발톱들 다 집어넣어."

세준이 옷이 찢어지지 않게 동물들에게 발톱을 집어넣게 하고

스륵.스륵.

재킷을 입혔다.

"답답하다냥!"

꾸엥!

[불편하다요!]

(뺏···)

옷을 처음 입어서인지 불편해하는 동물들.

"오! 우리 애들 옷이 다 잘 어울리네."

세준이 그런 동물들을 어르고 달랬다.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뭐든지 어울린다냥!"

꾸엥!

[꾸엥이도 어울린다요!]

(뱃뱃. 저도 괜찮죠?!)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동물들.

"좋아. 출동이다!"

"푸후훗. 좋다냥!"

꾸헤헤헤.

(뱃뱃!)

세준의 우쭈쭈로 자신감 충만해진 동물들이 세준과 함께 방 밖으로 나왔다.

조난 357일 차. 드디어 흑토끼의 결혼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259화. 넌 내가 누군지 알아?

259화. 넌 내가 누군지 알아?

검은탑 1층.

세준의 말을 세준의 엄마 김미란에게 전하기 위해 서둘러 탑 1층에 도착한 김동식.

그때

"동식아!"

그런 김동식을 누군가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

"스승님?!"

김동준이 보낸 렉톤에게 얘기를 듣고 이제 막 탑 4층을 향해 출발하려던 한태준이었다.

"동식아, 세준 님은 못 찾았어?"

"그게···세준 님이랑 만나긴 했는데···."

김동식이 세준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얘기했다.

"동식이 네가 세준 님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고?!"

"네. 세준 님과 1km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도 세준 님의 기운에 내상을 입고 기절했었습니다."

"세준 님이 그렇게 강하다니···."

한태준이 김동식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세준이 탑에 들어간 지 이제 대략 1년. 그 짧은 시간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경지에 오른 것이다.

나중에 세준을 만나면 대련을 청할 생각이었던 한태준이 빠르게 자신의 생각을 지웠다.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기절할 텐데···대련은커녕 대면도 힘들어 보였다.

"그나저나 세준 님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탑에 칩거하고 안 나오시는 거였다니···."

"스승님, 저희가 세준 님이 탑에서 나올 일이 없게 도와야 합니다! 만약 세준 님이 탑에서 나오면···."

"그래. 우리가 도와야지."

한태준이 대답하며 과거 삼두사회가 세준의 가족을 노렸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삼두사회를 막지 못해 세준의 가족이 죽거나 납치를 당했으면···세준은 분명 탑에서 나왔을 것이고 인류는 엄청난 재앙을 맞이해야 했을 것이다.

'천만다행이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에 한태준이 안도했다.

그리고

"세준 님이 뭐 필요한 건 없다더냐?"

세준을 챙기기 위해 물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세준 님이···."

김동식이 세준이 요구했던 것을 한태준에게 말했다.

"역시 한국 사람은 김치지!"

세준이 김치찌개와 김치를 요구했다는 말에 엄청나게 뿌듯해하는 한태준.

"동식아 빨리 미란 님에게 세준 님의 말씀을 전하고 나한테 오거라."

"네? 왜요?"

자신을 찾아오라는 한태준의 말에 불길함을 느낀 김동식이 조용히 목소리로 물었다.

"왜는?! 당연히 특훈이다!"

"네?! 갑자기 무슨 특훈이요?"

"우리가 빨리 강해져야 세준 님이 우리랑 편하게 얘기를 할 거 아니냐!"

"펴···편하게 얘기요?"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 것 같은데요···.'

꾸엥이의 기운을 직접 경험한 김동식.

하지만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차마 뱉어내지는 못했다. 자신의 스승은 '그럼 죽고 다시 태어나자.'라고 말하면서 더 강하게 굴릴 사람이니까.

"5시간 주마. 잔말 말고 빨리 갔다 와!"

"네!"

그렇게 5시간 후에 특훈이 예약된 김동식이 빠르게 세준의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래도 가족들 얼굴은 보고 갈 수 있어.'

세준의 가족이 사는 집의 옆집이 자신의 집인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김동식이었다.

***

방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는 길.

킁킁.

꾸엥!

[아빠 저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요!]

세준의 왼쪽 다리에 매달려있던 꾸엥이가 음식 냄새를 맡고 흥분했고

"빨리 가자냥! 나도 배고프다냥!"

(뱃뱃! 저도요!)

다른 동물들도 덩달아 흥분했다. 아무래도 일어나자마자 목욕까지 했으니 배고플만했다. 특히 꾸엥이는 정말 많이 참아준 거다.

그리고 그건 동물들을 목욕시킨 세준도 마찬가지. 너무 배가 고팠다.

"빨리 가자."

세준이 발걸음을 서두르며 식당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배고픈 세준과 맹슈들이 식당에 도착하자

호로록

"뀻뀻뀻. 모두들 좋은 아침이에요!"

이미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던 이오나가 세준과 동물들을 반겼다.

이오나는 앙증맞은 호박색 드레스를 차려입고 목에는 붉은 리본을 착용하고 있었다.

신랑 측은 검은색, 신부 측은 붉은색 나비넥타이나 리본을 하는 게 드레스코드였다.

그때

꼬르르르륵.

꾸엥!

[배고프다요!]

배꼽시계를 울리며 인상을 쓰는 꾸엥이.

"여기 일단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으로 아무거나! 꾸엥아 일단 이거 먹자."

세준이 꾸엥이가 맹슈에서 맹수로 변하지 않도록 꿀을 주며 시간을 끌었고 그사이 시종들이 음식들을 빠르게 내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긴박했던 아침 식사가 끝나자

"이제 결혼식장으로 가자."

세준이 동물들을 데리고 흑토끼와 쀼쀼의 결혼식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저벅.저벅.

세준의 어깨에는 황금박쥐, 다리에는 테오, 꾸엥이, 이오나가 매달려 있어 세준만 걸어가면 모두가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결혼식장.

거대한 단상과 이어지는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 통로를 기준으로 좌우에 수백 개의 테이블이 배치돼 있었다.

3천 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규모. 물론 왕과 왕비의 결혼식 하객이 3천 명뿐일 리 없다.

여기는 중요 인물들만 참가하는 자리고 성 밖의 여러 광장에는 이보다 훨씬 큰 수십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벌써 많이들 왔네."

아직 결혼식까지 꽤 시간이 남았지만, 테이블은 이미 절반 이상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최근에 검은탑에서 이런 대규모 행사가 없었기에 새롭게 인맥을 넓히려는 신흥 세력들이 많이 참가한 상태였다.

"우리 자리가 어디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세준의 말에 은신하고 있던 호위단 단장 코코가 나타나 세준을 안내했다.

그렇게 코코의 안내를 받아 세준이 자신의 자리가 있는 가장 앞쪽에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고 있을 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쇠쟁이 따위가 여길 와?!"

세준의 귀에 고성이 들려왔다.

"응?"

세준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악어 머리 몬스터들이 펭귄 하나를 핍박하고 있었다. 작은 가방을 메고 등이 푸른 펭귄.

"어?! 테 부화장, 저거 코나 아냐?"

세준이 코나를 알아보고 테오에게 물었다.

"냥? 맞다냥! 감히 누가 나 테 부회장의 부하 코나를 괴롭히는 것이냥?! 박 회장, 가서 혼내주자냥!"

코나를 발견한 테오가 흥분하며 앞발을 흔들었다.

그리고

"알았어!"

세준이 코나에게 열심히 달려갔다.

***

"여보, 나왔어!"

김미란에게 세준의 말을 전하고 서둘러 집으로 온 김동식.

"여보, 나 바로 나가야 되니까 밥 좀 해줘."

"알았어요."

김동식은 특훈에 들어가기 전 집밥을 먹기 위해 부인에게 식사 준비를 부탁하고 서둘러 샤워를 했다.

이번에 들어가면 최소 한 달은 탑에서 나오지 못할 테니 이게 마지막 샤워였다.

그렇게 샤워를 하고 나와 부엌으로 가자 부인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딸 세라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세라, 오늘은 스케쥴 없어?"

"응. 오늘은 쉬는 날···."

빠안.

말을 하던 김동식의 딸 세라가 김동식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응. 아빠 얼굴에 잘생김이 묻었는데?"

"흐흐흐. 뭐야? 세라, 너 아빠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얘기구나? 요즘 용돈 없어?"

세라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김동식이 웃으며 지갑을 꺼냈다.

"아니. 아빠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아빠 얼굴이 잘 생겨졌어. 엄마, 아빠 얼굴 좀 봐! 아빠 혼자 어디 가서 시술받고 왔나 봐!"

연예인인 세라는 김동식의 얼굴을 보자마자 전문가(?)의 손길(?)을 알아봤다.

"뭐?! 어라 진짜네! 여보, 어느 병원이야?!"

"어?"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여보, 어디 병원인지 정말 안 알려줄 거야?"

"아니. 난 병원에 간 적이 없다니까."

"아빠, 말하기 곤란하면 나한테만 살짝 말해줘!"

"진짜 아니라고."

자신이 왜 잘생겨졌는지 모르는 김동식은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정도로 부인과 딸에게 시달리다 특훈을 핑계로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

***

등 푸른 펭귄족의 대표로서 레드리본 왕국의 새로운 왕에게 자신들이 만든 예물을 선물하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한 코나.

"펭! 이거 맛있네요!"

결혼식을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테이블에 세팅된 고급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기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펭펭. 저것도 먹어 봐야지."

코나가 멀리 놓인 음식을 먹기 위해 살짝 일어나면서 의자가 살짝 밀렸고

쿵.

의자에 기대둔 거대한 해머가 쓰러졌다.

그리고

"누구냐? 감히 누가 카이만 왕국의 3왕자 엘게 카이만의 앞을 막은 것이냐?!"

해머의 손잡이가 쓰러지며 지나가던 악어 인간들의 선두에 있던 존재가 코나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펭?!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부터 하는 코나. 하지만 상대가 왜 저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엘게 카이만이 지나가는 곳과 해머의 손잡이의 끝부분 사이에는 5m 정도의 거리가 있었기 때문.

해머가 쓰러져도 엘게 카이만이 지나가는데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사과를 한 코나지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쇠쟁이 따위가 여길 와?!"

상대는 한술 더 떠 더욱 큰 소리로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펭···죄송합니다···예물만 전하고 갈 거예요···."

코나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다시 사과했다. 왕국 경비의 안내로 들어온 코나지만, 왠지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는 사과나 받자고 이렇게 소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었다.

"좋아. 네가 정말 죄송하다면 나 카이만 왕국의 3왕자 엘게 카이만이 특별히 내 앞을 막았던 해머를 받는 것으로 용서해주지."

처음부터 엘게 카이만이 노린 건 코나가 가지고 있던 해머였다.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해머를 본 순간 뺏기로 한 것.

"펭?! 아···안 돼요! 이 해머는 레드리본 왕국의 왕께 드릴 예물이에요!"

엘게 카이만의 말에 잠깐 당황했던 코나가 서둘러 해머를 잡으며 외쳤다.

"흥! 무슨 이따위 해머를 예물로 바친단 말이냐?! 이번에 왕이 되실 흑토끼 님에게 너무 크지 않느냐?!"

"그건···."

등 푸른 펭귄족 장인 모두가 투입된 해머를 무시하자 발끈한 코나가 열심히 대답하려 했지만

"들어볼 것도 없다. 여봐라. 저 해머를 챙겨라.

"네!"

코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엘게의 부하들이 해머를 뺏기 위해 움직였다.

감히 다른 왕국의 왕자가 왕에게 바쳐지는 예물을 강탈하려 하다니 너무도 무례한 행동.

하지만 주변에 있는 하객들 전부 엘게 카이만이 하는 짓을 외면했다.

카이만 왕국은 탑 84층에 있는 왕국으로 검은 탑에 있는 왕국 중 군사력 1, 2위를 다투는 왕국.

괜히 나섰다가 일이 커져 카이만 왕국의 군사가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세력은 검은탑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흐흐흐. 감히 누가 나를 건드리겠어?'

진짜 검은탑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존재들은 식이 시작하기 바로 전에야 올 테니 지금 엘게에게 이곳은 마음껏 깽판을 칠 수 있는 자신만의 세상이었다.

벌써 이런 식으로 흑토끼에게 바쳐질 예물 수십 개를 빼앗았지만, 누구도 자신에게 뭐라고 하지 못했다.

"펭···안 되는데···."

그렇게 코나가 흑토끼에게 예물로 바칠 해머를 속수무책으로 뺏기고 있을 때

"멈춰!"

서둘러 달려온 세준이 엘게 카이만을 향해 소리쳤다.

'이게 어디서 갑질이야? 그리고 감히 흑토끼 물건을 훔치려고 해?!'

그렇게 세준이 분노하고 있을 때

"하찮은 놈 따위가 감히 내게 언성을 높여?!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엘게 카이만이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세준을 향해 호통을 쳤다.

'이놈이!'

하찮다는 말에 발끈하며 더욱 불타오르는 세준의 분노.

하지만 불타는 가슴과는 다르게 머리는 더욱 차가워졌고

"아니. 나야 네가 누군지 모르지. 근데 넌 내가 누군지 알아?"

세준이 차갑고 침착한 목소리로 엘게 카이만을 향해 되물었다.

260화. 나 테 부회장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다냥!

260화. 나 테 부회장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다냥!

세준이 엘게 카이만과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코나, 괜찮냥?"

"펭···테오 님···."

테오가 자신의 부하 코나를 챙겼다.

그때

"근데 넌 내가 누군지 알아?"

테오의 귀로 세준이 엘게 카이만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세준은 자신의 다리에 매달려있는 테오와 꾸엥이를 믿고 엘게 카이만에게 까불지 말라고 한 말이었지만

'박 회장, 답답하다냥! 저 녀석이 박 회장을 어떻게 아냥? 푸후훗. 어쩔 수 없이 박 회장의 오른팔인 나 테 부회장이 나서 박 회장을 소개해야겠다냥!"

테오는 세준이 정말 상대가 자신을 알아서 대답을 바라며 묻는다고 생각했다.

"푸후훗. 박 회장이 누군지 물어본다면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이다냥! 너는 박 회장을 모르는 것 같으니 박 회장의 훌륭한 오른팔인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을 소개하겠다냥!"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세준을 소개하기 위한 시동을 부릉부릉 걸었고 세준은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테오가 무슨 말을 할지 지켜봤다.

하지만

"이 똥색 고양이는 뭐야?! 저리 안 꺼져!"

가뜩이나 하찮은 놈이 자신과 맞먹으려고 들어 열 받는데 한 놈이 더 알짱거리자 엘게 카이만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테오를 향해 소리쳤다.

"하악! 닥쳐라냥!"

퍽!

감히 나 황금고양이 테오 박한테 똥색이라고 했다냥?! 분노한 테오가 빠르게 움직여 자신의 털을 똥색이라고 부른 엘게 카이만의 얼굴을 때려 기절시키고

"박 회장은 나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황!금!고양이 테오 박의 박 회장이다냥!"

엘게 카이만의 호위들에게 세준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짜잔!

그러면서 두 앞발로 세준을 가리키는 테오. 동시에 동생들에게 신호를 줬다. 같이 하라냥!

꾸엥!

그래서 꾸엥이는 두 앞발로, 황금박쥐는 두 날개로 테오를 따라 세준을 가리켰다.

그러자 확실히 조금 전에 비해 세준을 부각하는 효과가 났다.

누구의 오른팔이 아닌 오른팔의 누구라고 소개하는 희한한 방식의 소개 방법. 이런 소개는 당연히 오른팔의 명성이 높을 때만 쓸 수 있다.

테오의 말을 듣고 엘게 카이만의 호위들은 세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황금고양이 테오 박이라고?!"

황금고양이라는 말은 똑똑히 들었다.

황금고양이 테오 박. 상인 통로 실종 사건을 해결하고, 대상인 유렌을 구한 존재로 요즘 검은탑에서 가장 핫한 신성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대단한 건 황금고양이 테오 박의 엄청난 인맥.

탑 99층 보스 우마왕의 친구.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의 애인.

대상인 유렌의 목숨을 구한 은인.

등등 인맥 하나하나가 엄청났다.

거기다 최근에 검은탑의 3대 미녀 중 하나인 대상인 미미르가 황금고양이 테오 박과 친해지기 위해 자신의 털을 바쳤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그런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이 저분의 오른팔이면···."

엘게 카이만의 호위들이 세준을 보며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박 회장, 여깄다냥!"

어느새 엘게 카이만의 손도장을 찍은 테오가 세준에게 백지 계약서를 가져왔다.

"응?! 이건···테 부회장, 잘했어."

세준이 계약서를 보고 테오를 칭찬했다.

"푸후훗. 당연하다냥! 나는 훌륭한 테 부회장이다냥!"

세준의 칭찬에 기뻐하며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부비를 하는 사이

스슥.스슥.

세준이 백지 계약서에 내용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가 가져온 백지 계약서에 내용을 적고 있을 때

"크윽! 이놈들···."

계속 기절했으면 좋았을 텐데···엘게 카이만이 깨어났다. 몸을 보호하는 성능 좋은 아이템들 덕분.

"지금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감히 카이만 왕국의 3왕자를 건드린 거라고?! 알아?! 이제부터 전쟁이야!"

엘게 카이만은 자신의 노예 계약이 진행 중인 걸 모르고 일어나자마자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왕자님···."

호위들이 서둘러 엘게 카이만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거 놔! 이놈들에게 세상 무서운 게 뭔지 보여줘야겠어!"

엘게 카이만은 이미 분노에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그게 아니라···저희가 무서운 걸 볼 거 같은데요···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엘게 카이만의 호위병들.

하지만

고오오오.

세준과 동물들을 향해 살기를 보내며 엘게 카이만은 문제를 키우고 있었다.

꿀꺽.

엘게 카이만의 살기에 노출된 세준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버틸 만은 했지만, 불쾌한 기분이 든 것.

그리고 세준이 불쾌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냥?!"

꾸엥?!

(뱃?!)

뀨-?!

동물들이 세준의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기를 뿜어냈다.

물론 많은 학습을 통해 항상 세준을 챙기는 버릇이 생긴 동물들은 세준이 자신들의 살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준을 보호했다.

꾹.

테오는 앞발 하나를 세준의 다리에 올려 세준을 계속 치유술로 치료했고,

우웅.

꾸엥이는 세준의 주변을 염력으로 감쌌고,

(...)

황금박쥐는 세준에게는 들리지 않는 엄청나게 높은 고주파를 뿜어내 세준을 보호했고,

"결계."

이오나는 마법으로 세준에게 향하는 살기를 막았다.

덕분에 세준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착용한 것처럼 완전히 평온한 상태였지만

덜덜덜.

동물들의 살기가 집중된 엘게 카이만은 몸을 보호하는 성능 좋은 아이템 때문에 기절도 못 하고 몸을 떨며 바지를 적셨다.

'저건···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

뒤늦게 테오의 꼬리에 있는 이오나를 발견한 엘게 카이만.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누굴 건드린 거야?'

그렇게 엘게 카이만이 세준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세준 님, 안녕하십니까!"

블랙오크의 왕 우르치가 세준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했다.

"어. 우르치, 왔어?"

"네. 테오 님도 안녕하십니까."

"그렇다냥! 내 부하 우르치도 안녕하냥?!"

그리고

"세준 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도 왔습니다."

블랙울프족의 족장 헤겔과 실버울프족의 족장 엘카도 세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왔다.

"응. 안녕."

세준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꼬싯!

우끼!

두두!

세준을 발견한 밤송이 고슴도치, 바나나 원숭이, 두더지들이 세준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멈칫.

엘게 카이만을 보고 잠깐 놀라더니

꼬싯!우끼!두두!

[위대한 검은용 세준 님, 저놈이 흑토끼 왕에게 드릴 예물을 뺏어갔어요!]

씨익 웃고는 세준에게 귓속말로 엘게 카이만의 악행을 일러바쳤다. 저쪽은 일개 탑 84층 왕국의 3왕자지만, 이쪽은 검은탑을 지배하는 위대한 검은용이니까.

"뭐?! 쟤가 흑토끼의 예물을 뺏어간 게 더 있어?!"

꼬싯!우끼!두두!

세준의 물음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대답하는 동물들. 이놈 이거 악질이었다.

두두!

[제 친구도 뺏겼어요!]

"다른 친구들도 뺏겼다고? 알았어. 뺏긴 애들 다 데려와."

꼬싯!우끼!두두!

그렇게 동물들이 엘게 카이만에게 물건을 뺏긴 추가 피해자를 데리러 간 사이

스슥.스슥.

세준은 백지 계약서에 내용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

은빛용 크리셀라 히스론의 거처에 아홉 용족의 수장들이 모두 들어와 자리를 잡자

"카이저 이제 말해줘. 아까는 뭘 먹은 거지?"

크리셀라가 대표로 카이저에게 물었다.

"일단 내 대답을 듣고 싶으면 너희들이 가진 탑코인을 다 줘."

"탑코인?"

'그러지 뭐."

카이저가 정보의 대가로 쓸데없는 탑코인을 달라고 하자 용들은 흔쾌히 자신이 가진 탑코인을 전부 카이저에게 넘겨줬다.

"너희도 줘야지."

켈리온과 램터에게 손을 내미는 카이저.

"치사한 놈."

"치사하다."

켈리온과 램터는 카이저의 속셈을 알지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고맙다."

덕분에 카이저는 100억 탑코인이 조금 넘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아까 할파스를 처치하며 얻은 돈까지 합치면 250억 탑코인은 될 것 같았다.

"이제 말해줘."

"알았다. 그건 우리 탑농부가 키운 오색콩에서 얻은 콩이다."

"그게 탑농부가 키운 콩이라고?!"

카이저의 말에 용들이 술렁거렸다. 지금까지 탑농부가 키운 농작물은 용들에게 약간의 간식거리일 뿐 큰 의미가 없었다.

가끔 용들과 만났을 때 자랑하는 정도.

하지만 탑농부가 키운 농작물이 용들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카이저의 말과 함께 용들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자신의 탑농부에게 카이저가 먹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농작물을 재배시켜야겠다는 용 여섯과

'우리 손자 아작스는···에휴···빨리 돈 모아서 세준이한테 콩 예약해야지.'

'술값에, 콩값에 돈 많이 벌어야겠네.'

그냥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용 둘.

그리고

'흐흐흐. 이 돈이면 우리 세준이를 좀 강하게 만들 수 있겠지?'

농작물에는 관심 없고 돈으로 탑농부를 강하게 만들겠다는 용 하나.

"그럼 나는 할 일이 있어서 이만."

"크험. 나도."

"나도 돌아가야겠군."

그렇게 마음이 급해진 용들이 서둘러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

'이놈들 두고 봐라!'

엘게 카이만은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를 발견하고도,

500만 병력을 거느린 블랙오크의 왕 우르치.

최근에 탑에서 명성을 높이고 있는 블랙실버울프 용병단의 단장 헤겔과 엘카.

두 세력의 수장들이 나타나 눈앞의 하찮은 존재에게 먼저 인사를 하며 부하처럼 굴어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무력적인 부분은 잠시 후 아버지의 의형제가 나타날 테니 해결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하나.

'저것만 뺏으면···.'

스슥.스슥.

엘게 카이만은 백지 계약서를 써 내려가는 세준을 보며 기회를 노렸다.

자신의 손도장이 찍힌 계약서만 뺏어 계약 무효화 물약을 쓰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그때

"한니발 삼촌,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저 카이만 왕국의 3왕자, 엘게 카이만입니다!"

엘게 카이만이 때마침 결혼식장에 도착한 거대한 호인족을 불렀다.

자신의 아버지 크로커 카이만의 의형제이자 용병 협회 협회장 한니발.

용병 협회 협회장이니 3대 세력의 수장 중 하나인 이오나와 동급이고 같은 용병인 블랙실버울프 용병단에게도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

'이거로 모든 균형추가 맞춰졌다.'

"오! 엘게구나?! 근데 분위기가? 설마 너희들 내 조카를 건드린 거냐?!"

싸아아아.

전장의 학살자 한니발이 조카의 도움 요청에 살기를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다시 싸늘해진 결혼식장.

"뀨-뀨-뀨-뀨-한니발 당신 조카가 먼저 선을 넘었어요!"

"맞습니다! 일단 얘기로 하시죠!"

"협회장님 실수하는 겁니다!"

이오나와 헤겔, 엘카가 한니발을 설득하려 했다.

"크흠. 너희가 그렇다면 일단 들어볼···."

이오나의 분노의 뀨 4단계 상태를 처음 본 한니발이 일단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그리고 헤겔과 엘카도 나쁜 짓을 할 녀석들이 아니기에 일단 얘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니발이 대화로 풀려 할 때

콸콸콸.

기회를 엿보고 있던 엘게 카이만이 순간이동 아이템을 이용해 세준의 옆으로 이동해 계약서에 계약 무효화 물약을 부었다.

계약 무효화 물약은 계약을 주재한 자의 격이 높을수록, 계약 기간이 오래될수록 계약 무효 확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이 하찮다고 느낄 정도로 격이 낮았고 계약 기간도 조금 전으로 계약 기간도 짧았다.

계약 무효 확률은 100%.

하지만

콸콸콸.

계약서의 내용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당황한 엘게 카이만.

"뭐야? 이름이 왜 두 개야?"

갑 : 에일린 프리타니, 박세준

을 : 엘게 카이만

뒤늦게 계약서 갑란에 이름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상인 미미르에게 한 번 당한 적이 있는 테오. 에일린 누나, 사인 좀 해달라냥! 테오는 세준에게 계약서를 건네기 전 에일린의 도장을 받았다.

에일린의 지고한 격이면 계약이 무효화 될 가능성은 거의 0%.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다냥!"

테오가 허리에 앞발을 올리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웃었다.

261화. 넌 선을 넘었어.

261화. 넌 선을 넘었어.

머엉.

계약서 무효에 실패한 엘게 카이만은 완전히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넋이 나갔다.

그리고

"코나, 부하 받아라냥!"

그런 엘게 카이만을 가리키며 코나에게 말하는 테오.

"네! 테오 님! 펭!펭! 이리 와펭!"

코나가 엘게 카이만을 향해 나름 선배의 위엄을 보이게 발바닥으로 땅을 차며 위압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내가 저런 녀석의 부하라니···.'

그게 엘게 카이만을 더욱 비참하게 했다. 열불이 났다. 카이만 왕국의 3왕자인 자신이 방금까지 삥뜯던 녀석의 부하라고?!

"한니발 삼촌···."

엘게 카이만은 최후의 수단으로 한니발을 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삼촌의 도움으로 저런 녀석보다는 높은 위치에 오르길 바라면서.

하지만

"크흠···."

엘게 카이만을 외면하는 한니발.

'저건···그냥 가만히나 있지 괜히 이상한 짓을 해서···.'

그래도 조카이기에 한니발은 자신이 나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생각이었지만, 엘게가 하는 치졸한 짓을 보고는 손을 놨다.

"실망이다냥···."

덕분에 좋은 부하를 하나 더 거둘 생각으로 계약서를 꺼내던 테오가 실망했다. 하마터면 엘게 카이만과 함께 나락으로 갈 뻔한 한니발이었다.

"삼촌···."

그렇게 믿었던 삼촌에게까지 손절 당한 엘게 카이만이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쿵.쿵.

음머!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탑 99층의 최강자 우마왕이 결혼식장에 입장했다.

"우마왕님을 뵙습니다!"

주변에 있던 존재들이 우마왕에게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그때

쿵.쿵.

우마왕이 그들의 예를 무시하며 급하게 엘게 카이만이 있는 곳으로 급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마왕님이 날 알아보셨구나!'

엘게 카이만이 다가오는 우마왕을 보며 감격했다.

얼마 전 탑 84층을 수색하겠다는 우마왕의 요청을 받은 카이만 왕국의 왕 크로커 카이만.

우마왕의 요청을 거절했던 존재들이 이제 더 이상 검은탑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자자했기에 크로커 카이만은 우마왕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거기에 더해 크로커 카이만은 자신의 자식인 5명의 왕자들을 우마왕의 길잡이로 보내 우마왕의 시중을 들게 했다.

왕자들 중 하나라도 우마왕과 인연을 만들게 하려는 바람이었다.

당연히 3왕자인 엘게 카이만도 우마왕의 길잡이로 함께 하며 우마왕과 말 몇 마디를 섞었다.

그때는 억지로 자신을 보낸 아버지를 원망했는데···덕분에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생길 것 같았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마왕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엘게 카이만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사할 때

도리도리.

또 빠져나갈 생각을 하는 엘게 카이만을 보며 테오가 고개를 저었다. 진짜 운이 없는 녀석이다냥···

악수에 다시 최악의 수를 두다니 어쩌면 유렌보다 운이 더 없는 녀석일지도 몰랐다.

'박 회장에게는 말해줘야겠다냥!'

그렇게 테오가 엘게 카이만에게 다른 속셈이 있음을 말해주기 위해 세준을 바라보자

'흐흐흐'

음흉하게 웃는 세준이 보였다. 세준도 이미 엘게 카이만이 뭔가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런 꼼수는 또 깨주는 게 맛.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척.

'흐흐흐'

'푸후훗.'

그래서 테오도 엘게 카인만의 마지막 발악을 함께 구경하기 위해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사이

"우마왕님을 뵙습니다!"

쿵.쿵.

주변 몬스터들의 예를 받으며 점점 다가오는 우마왕. 용병 협회 협회장 한니발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그리고

"우마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카이만 왕국의 3왕자 엘게 카이만, 우마왕님께 인사드립···."

엘게 카이만은 세준이 우마왕과 얘기를 하지 못하도록 크게 인사를 하며 먼저 우마왕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

그때

꾸엥!!!

쾅!

하찮은 놈의 다리에 매달려서 황금박쥐가 물어다 주는 음식을 먹던 새끼곰이 갑자기 튀어 나가 우마왕에게 냅다 몸통박치기를 했다.

······

갑작스러운 공격에 모두가 얼음이 됐다.

쾅!쾅!

새끼곰은 미친 건지 앞발로 우마왕을 계속 공격했다. 새끼곰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맞고만 있는 우마왕. 타격은 전혀 없어 보였다.

'크하하하! 너희들은 이제 우마왕님한테 다 뒤졌다!'

왜 갑자기 새끼곰이 우마왕을 공격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자신에게 기회였다. 알아서 우마왕을 공격해주다니.

자신에게 너무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엘게 카이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우마왕님 괜찮으십니까?! 이놈들! 감히 검은탑의 최강자 우마왕님을 공격하다니?! 우마왕님, 조심하십시오! 아주 사악한 녀석들입니다!"

우마왕을 걱정하는 척 우마왕에게 세준과 일행들을 공격할 명분을 줬다.

세준을 죽여 계약서를 무효화시키려는 것. 엘게 카이만은 우마왕을 이용해 세준을 죽이는 차도살인을 노렸다.

"우마왕님 이놈들의 배후에는 에일린 프리타니라는 사악한 악당이 있습니다."

자신의 계약서가 무효화 되려면 계약서에 적힌 두 명이 다 죽어야 하기에 엘게 카이만은 에일린의 이름도 언급했다.

우마왕을 게임 체인저로 써 모든 판을 깨끗하게 뒤집을 생각이었다.

'크크크. 이제 에일린 프리타니만 찾으면 된다. 계약서가 만들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 분명 근처에 있을 거야.'

그렇게 엘게 카이만은 자신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걸 모르고 자유를 찾을 생각에 신이 났다.

***

"꾸엥아, 가서 우마왕한테 놀아달라고 해."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염력을 써서 우마왕을 향해 돌진했다.

남이 봤을 때는 완전 싸움이었지만, 이게 꾸엥이와 우마왕의 놀이였다.

이렇게 하면 엘게 카이만이 좀 더 쉽게 행동을 취할 거라고 생각했다.

쾅!

거대한 폭음에 비해 주변에 미친 여파는 크지 않았다. 우마왕이 근처에 있는 세준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복근으로 충격을 전부 흡수한 것.

꾸엥?!

[우마왕 아저씨, 나 많이 강해졌다요?!]

음머!음머!

[그렇구나! 아저씨도 이제 조금 버거운걸!]

쾅!쾅!

꾸엥이는 계속 우마왕의 복근을 치고, 우마왕은 충격을 흡수했다.

그렇게 둘이 놀면서 얘기를 나누는 사이

"우마왕님 괜찮으십니까?! 이놈들! 감히 검은탑의 최강자···."

세준의 예상대로 엘게 카이만이 행동했다.

마음이 얼마나 급했으면 꾸엥이와 우마왕의 상황을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밀고 나갔다.

딱 거기까지면 그냥 코나의 부하로 100년 정도 구르는 거로 넘어가 주려 했지만

"우마왕님 이놈들의 배후에는 에일린 프리타니라는 사악한 악당이 있습니다."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이름을 언급하며 선을 넘어버렸다.

"이게 감히 에일린의 이름을 입에 올려?! 뭐?! 사악한 악당? 넌 선을 넘었어."

분노한 세준이 엘게 카이만을 노려보며 말하자

"선?! 선은 우마왕님을 공격한 너희들이 넘었지! 에일린 프리타니도 너희들도 이제 전부 끝이야!"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외치는 엘게 카이만.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선을 완전히 넘어버렸다.

"하악! 에릴린 누나를 건드리다니 혼내주겠다냥!"

그 결과 테오의 추가 응징이 가해졌고

파박!

테오의 오른 앞발과 왼 앞발에 빠르게 연타를 맞은 엘게 카이만이 다시 기절했다.

'한 대는 감히 에일린 누나를 입에 올린 죄, 한 대는 감히 박 회장에게 말대꾸를 한 죄다냥!'

그렇게 응징을 하고 뿌듯한 표정으로 엘게 카이만을 내려다보는 테오.

퍽!

'마지막으로 이건 나 테 부회장을 나서게 한 죄다냥!'

테오가 기절한 엘게 카이만의 뒤통수를 한 대 더 때렸다.

그리고

뒤적.뒤적.

기절한 엘게 카이만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푸후훗. 박 회장, 얘 가진 게 많다냥!"

"좋아. 일단 예물부터 챙겨."

"알겠다냥!"

그렇게 엘게 카이만은 가지고 있던 물건을 테오에게 다 털리고 빈털터리가 됐다. 앞으로 고달파질 인생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불행이었다.

***

자색탑 99층.

-베카, 검은탑 땅문서 확보는 어떻게 됐지?

"그게···30개까지 확보했었는데 탑 80층이 공격받아 대부분 소실되고 지금은 5개뿐입니다."

-뭐?! 공격?! 감히 누가?

"하얀용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무슨···.

탑 80층은 검은탑의 땅문서를 빼돌리기 위한 인원, 장비, 시설이 집중된 곳이었다.

차라리 검은용이 공격했다면 이해하겠지만, 하얀용이라니? 하얀용과는 엮일 일이 전혀 없었다.

-베카, 지금부터는 다른 탑에 파견된 모든 인원을 불러들여 검은탑 땅문서 확보에 집중시켜라.

"네!"

티어 페텐은 하얀용에게 따지는 건 일단 나중에 하고 검은탑의 땅문서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집중했다.

'검은탑이 우선이다.'

검은탑의 땅문서를 절반 이상 확보해 검은탑의 소유권을 뺏으면 검은탑의 탑농부가 자신의 소유가 된다.

그러면 탑농부가 기르는 농작물도 자신의 것이 되니 당연히 카이저가 먹었던 콩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베카 너는 지금부터 농작물을 재배해라.

티어 페텐은 다른 농작물도 얻고 싶었기에 자신의 탑농부에게 농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네?! 제가요?"

지금까지 농사보다는 다른 탑의 땅문서를 확보하는 게 주임무였기에 베카는 티어의 말에 당황했다.

-그래. 용에게도 효과를 발휘하는 농작물을 재배해.

"네?!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다! 검은탑의 탑농부는 재배했어! 그러니까 너도 어떻게든 만들어내!

카이저가 손쉽게 할파스를 처치한 순간의 무력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티어 페텐이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그렇게 자색탑의 탑농부 다크엘프 베로니카가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 왜 안 자라지?"

독이 가득한 땅에서 자랄 수 있는 농작물을 찾는 게 먼저였다.

***

"이게 너희들이 뺏긴 예물이야?"

꼬싯!

우끼!

두두!

세준의 앞에 일렬로 줄을 선 동물들이 대답했다. 대략 20마리. 진짜 많이도 뺏었다.

"여기 가져가."

세준이 엘게에게 예물을 뺏긴 동물들에게 예물을 나눠주고 있을 때

쿵.쿵.

음머!

[세준 님, 먼저 오셨군요.]

꾸엥이와 충분히 놀아준 우마왕이 세준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응. 꾸엥이랑 노느라 고생했어."

음머!음머!

[아닙니다! 저에게도 훈련이 되고 좋았습니다!]

꾸엥이의 몸통 박치기를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니···역시 괜히 탑 99층의 최강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욱신.욱신.

우마왕의 피부가 검은색이라 세준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복근 전체가 시퍼렇게 멍든 우마왕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우마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냥···물건 하나가 더 있는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이다냥!"

테오가 기절한 엘게 카이만의 명치 부분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명치에서 뭔가 끌림이 느껴지는데 빼낼 방법이 없었다.

그때

다다다.

꾸엥?꾸엥?

[큰형아 뭐한다요? 재미있는 거 있다요?]

우마왕과 놀며 스트레스를 해소한 꾸엥이가 테오에게 신나게 달려왔다.

그러다

꾸욱.

바닥에 누운 엘게를 보지 못하고 배를 강하게 밟은 꾸엥이.

꺼억!

배의 압력이 명치의 구술을 밀어내며 엘게가 검은색 구슬을 뱉어냈다.

척.

"푸후훗. 꾸엥이 잘했다냥!"

테오가 공중에 뜬 구슬을 낚아채며 꾸엥이를 칭찬했다.

꾸엥?

[꾸엥이 잘했다요?]

"그렇다냥! 꾸엥이, 박 회장에게 누가 먼저 가는지 시합이다냥!"

이제 엘게에게 볼일이 없어진 테오가 외치며 세준을 향해 달렸고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지지 않는다요!]

꾸엥이도 테오가 자신과 놀아주자 신나 하며 바로 세준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테오와 꾸엥이가 떠난 후

찰싹.찰싹.

"펭!펭! 부하야 일어나라펭!"

엘게에게 볼일이 남은 코나가 자신의 짧은 날개로 엘게의 뺨을 때리며 깨웠고

"으악! 너무 아프잖아!"

엘게가 고통스러워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펭?"

'내가 때린 게 아프다고?!'

"어?!"

'얘가 때린 게 왜 아프지?!'

둘 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어?!

엘게가 자신의 명치가 이상함을 느꼈다. 묵직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 데 텅 빈 것처럼 허했다.

'내···내단이···."

아까 테오가 챙긴 건 엘게의 내단이었다.

"펭!펭! 부하야 빨리 와라펭!"

그사이 자신이 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코나가 엘게를 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박 회장, 이것 보라냥! 나 테 부회장이랑 꾸엥이가 찾았다냥!"

그렇게 코나에게 끌려가는 엘게의 눈에 세준에게 자신의 내단을 건네는 테오가 보였다.

"어?! 잠깐만! 안돼!"

엘게가 자신의 내단을 잡는 세준을 말리기 위해 소리쳤지만

빰 빠바밤.

결혼식이 시작됨을 알리는 팡파레 소리에 엘게의 목소리는 조용히 묻혔다.

혼란스러운 결혼식장이었지만, 다행히 결혼식 전에 모든 게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262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다요?

262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