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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믿을 건 세준 님뿐이야!

235화. 믿을 건 세준 님뿐이야!

"포도리, 이게 다 뭐야?!"

세준이 엄청난 숫자의 포도송이를 맺은 포도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얼마 전에 물었을 때는 포도가 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갑자기 열매가 생겼기 때문.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아! 이거요?! 이건···.]

대답하려던 포도리가 갑자기 주춤거렸다.

"이건?"

[포포포. 이건 세준 님에 대한 제 사랑의 결과가··· 아니고! 충성의 결과예요!]

'아! 힘들다···.'

세준에게 대답한 포도리는 울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불꽃이가 영양제를 줬다고 얘기하려 했다.

하지만

화르르륵.

[포도리··· 세준 님에게 나에 대해서 말하기만 해봐!]

불꽃이가 갑자기 뿌리에서 불을 뿜어내며 소리쳤다. 세준에게 들키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에 불꽃이의 몸이 뜨거워진 거지만, 포도리에게는 사실을 말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으로 보였다.

그래서 서둘러 대답을 바꿨다.

그러자

[탑의 관리자가 감히 어디서 세준이에게 꼬리를 치냐며 죽이겠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검은탑의 관리자가 자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아니에요! 에일린 님, 오해십니다!]

포도리가 서둘러 에일린에게 대답하며 다시 대답을 바꿔야 했다.

'왜 나한테만 그래···?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렇게 세준이 모르는 사이 두 존재에게 살해 위협을 받은 포도리. 스트레스로 인해 포도송이가 5개 정도 시들어갔다.

"포도리, 어디 아파? 갑자기 왜 포도가 시들었지?"

그런 포도리를 세준이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스킬을 사용해 열심히 쓰다듬자 포도리의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역시 여기서 내가 믿을 건 세준 님뿐이야!'

두 존재도 세준 님이라면 껌뻑 죽으니까. 무서운 존재들에게서 자신을 지켜줄 존재는 세준뿐이라고 생각하며 포도리가 세준에게 더 의지하기 시작했다.

포도리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자 시들었던 포도송이가 다시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아졌네. 포도리, 나 포도 수확할게."

[그럼요! 얼마든지 따가세요!]

세준 라인에 서기로 한 포도리가 세준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똑.

포도리의 허락을 받은 세준이 포도송이를 따자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1송이(23알)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610을 획득했습니다.]

수확 메시지가 나타났다.

"향긋한?"

이름에 '향긋한'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로 붙은 포도가 수확됐다. 냄새로 농장의 모든 동물들을 모이게 만든 걸 보면 향긋한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때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에 대한 당신의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신품종을 탄생시켰다는 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탑에서 신품종 9개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의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검은탑의 위상이 상승합니다.]

[위상이 일정 수준을 넘어 검은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1개 늘어납니다.]

[검은탑 입구의 숫자가 100개에서 101개로 늘어나며 101번째 입구가 가장 안전한 장소에 생성됩니다.]

신품종 9개를 탄생시켰다는 메시지와 함께 검은탑의 101번째 입구가 나타난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101번째 입구? ···얘들아, 포도 먹자!"

입구가 많아진 건 자신이랑 전혀 상관이 없기에 세준은 침을 흘리며 자신만 보고 있는 동물들에게 포도를 맛보게 해줬다.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포도향에 엄청나게 먹고 싶었을 텐데도 자신이 수확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주다니 기특했다.

"우리 꾸엥이도 잘 기다렸어. 여기."

특히 꾸엥이는 더욱.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세준이 준 포도를 받자마자 입에 넣은 꾸엥이가 맛있는 포도맛에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맛있어?"

꾸엥!꾸엥!

[그렇다요! 아주 맛있다요!]

세준의 물음에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꾸엥이.

쓰담.쓰담.

"자. 여기. 더 먹어."

꾸엥이의 귀여움에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포도 한 송이를 따서 줬다.

그렇게 세준이 포도를 따서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일단 옵션부터 봐야지."

세준이 포도를 먹기 전 자세히 살펴봤다.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탑 안에서 자란 포도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한 포도나무가 엄청난 영양을 흡수하며 생산한 최상급 포도입니다.

맛이 아주 좋고 포도의 향긋한 향이 멀리까지 퍼져나갑니다.

향긋한 포도 냄새에 피 냄새를 좋아하는 몬스터들이 유인될 수 있습니다.

포도주를 만들 경우 향이 더 멀리까지 퍼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80일

등급 : A+

맛도 좋고 향도 좋은 최상급 포도.

"피 냄새를 좋아하는 몬스터가 유인될 수 있다고?"

하나 걸리는 내용이 있었지만

"와보시든지."

새준이 호기롭게 말했다. 이곳은 탑 99층, 검은탑의 최강자들이 즐비한 곳. 피 냄새를 따라왔다가 피를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최강자는 아니지만···."

갑자기 현타가 온 세준이 혼자 중얼거리자

"박 회장, 힘내라냥!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박 회장을 강해지게 해주겠다냥!"

테오가 그런 세준의 무릎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밥이 보약 효과로 황금빛이 난 걸 아직도 돈을 태우는 것으로 오해하는 테오였다.

"어···그래. 고맙다."

세준은 돈을 많이 버는 거랑 자신이 강해지는 게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을 생각하는 테오의 마음이 기특해 아무 말 없이 위로를 받아줬다.

그리고

냠.

포도를 먹기 시작했다.

"음!"

저번에도 맛있었지만, 이번 포도가 더 달고 진한 풍미가 있었다.

냠.냠.

"오! 너무 맛있는데!"

세준이 그 자리에서 선 채로 포도송이 하나를 다 먹고는 말했다.

그때

따끔.

뒤통수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 혼자만 먹기 있음?! 동물들이 같이 먹자는 의지를 담아 세준의 뒤통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자. 아침 맛있게 먹어."

포도리의 가지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세준 앞에 접시를 든 동물들이 포도를 받아 갔다. 토끼들은 2송이, 원숭이들은 5송이, 꾸엥이와 분홍털에게는 1000송이씩 줬다.

그렇게 포도나무에 열린 포도의 절반 정도를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나도 더 먹어야지."

세준이 바닥에 앉아 포도를 먹으려 할 때

꾸엥?

[아빠 아침은 언제 먹는다요?]

포도를 먹으며 꾸엥이가 세준에게 물었다. 꾸엥이에게 포도 1000송이 정도는 그냥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일 뿐.

"잠깐만.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꾸엥이 앞에 남아있는 포도에 농작물 거대화를 사용하자 포도알 하나가 거의 야구공만큼 커졌다. 100송이 정도면 되겠지? 세준이 꾸엥이의 포도 100송이에 스킬을 사용해 거대화했다.

그리고 마지막 100번째 포도를 거대화했을 때

[농작물 거대화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농작물 거대화 Lv. 4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농작물 거대화의 스킬 레벨이 5로 상승했다. 꾸엥이 덕분이었다. 거의 꾸엥이를 위해서만 농작물 거대화 스킬을 사용하니까.

"자. 이제 먹어."

꾸엥이에게 거대 포도를 주고 세준도 포도를 먹었다.

퉷.퉷.

포도 씨앗을 발라내며.

"이걸 심으면 금세 포도 부자가 되겠는데. 흐흐흐."

세준이 자신의 손에 모인 포도 씨앗을 보며 웃었다. 다른 동물들에게도 씨를 모아달라고 했으니 꽤 많은 씨가 모일 거다.

잠시 후

"마무리 해야지."

세준이 일어나 남은 포도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

탑 55층.

뺙!뺙!

[하나! 둘!]

흑토끼가 다른 흑토끼 병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있었다.

뺘악?!

[그래서 되겠어?!]

뺙!

[똑바로 못해?!]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흑토끼 병사들을 계속 갈구는 흑토끼.

쀼쀼.쀼쀼.

[흑토끼, 이제 그만해. 그러다 병사들이 쓰러지겠어.]

흑토끼가 며칠째 병사들을 갈구자 쀼쀼가 나서 흑토끼를 말렸다.

뺘악···.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삼촌을 지킬 수 없는데···.]

쀼쀼···.

[그건···.]

세준의 몸이 얼마나 물몸인지 아는 쀼쀼가 말을 잇지 못했다. 흑토끼의 심정이 이해는 됐다. 혹시라도 기습이 있을 때 한 번은 용의 비늘로 버틸 수 있지만, 두 대는 버틸 수 없는 세준.

그렇기에 흑토끼는 세준의 경호를 위해 병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것이다.

쀼쀼.쀼쀼.

[너무 걱정 마. 누군가 세준 님을 기습할 리도 없지만, 세준 님 곁에는 스승님이랑 테오 아주버님, 꾸엥이 도련님이 지키고 있을 거잖아.]

뺘악.

[응. 알았어.]

쀼쀼의 말에 흑토끼가 걱정을 조금 내려놓았다.

하지만

삐이!

[여왕님! 이오나 님이 사용하실 최고급 이불이 도착했습니다!]

쀼쀼!

[어서 안내하거라!]

잠을 잘 못자는 이오나 때문에 쀼쀼도 걱정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쀼쀼가 이불을 보기 위해 떠나자

뺙!뺙!

[잠깐 휴식! 나는 식량 창고를 확인하고 오겠다!]

흑토끼가 병사들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식량창고로 향했다. 테오가 좋아하는 생선과 꾸엥이가 좋아하는 달달한 음식이 충분히 모이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뺙···.

[결혼이 이렇게 힘든 거였다니···.]

흑토끼가 터덜터덜 식량창고로 향했다. 몸이 까매서 보이지 않았지만, 너무 피곤해 다크 서클이 발바닥까지 내려온 흑토끼였다.

***

"이제 시작하자."

우끼!

우끼!

포도를 수확한 세준이 원숭이들과 양조장에서 삼양주를 만들기 위한 밑술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2시간 후 밑술 작업이 끝나자 세준은 이어서 미리 담가둔 이양주에 2차 덧술 작업을 해서 삼양주를 만들었다.

"이것도 담가봐야지."

삼양주 작업이 다 끝나자 세준이 포도 1000송이를 씻으며 포도송이에서 포도알을 떼어내 항아리에 담기 시작했다. 포도주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그때

-응?! 세준아 그것은 무엇이냐?

검은탑에 복귀했다가 앞으로 탑코인을 받고 술을 팔겠다는 세준의 말에 부랴부랴 창고에서 돈을 챙겨온 켈리온이 포도주를 담그는 세준을 발견했다.

"이건 포도주에요."

-그래? 일단 이 돈을 받거라!

켈리온이 세준에게 다짜고짜 돈주머니를 건넸다.

이게 다 얼마야?! 돈주머니를 열어본 세준이 안에 든 돈을 보며 놀랐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돈.

-정확히 10억 탑코인이야. 그걸로 절반은 삼양주, 나머지 절반은 포도주를 예약하지.

포도주를 맛도 보지 않았지만, 켈리온은 예약부터 했다. 세준이 만들면 무조건 맛있지!

그렇게 켈리온이 포도주를 선점했을 때

-어?! 세준아, 새로운 술을 담그는 것이냐?

생각보다 창고에 돈이 많지 않아 안톤의 창고까지 뒤져서 돈을 챙겨온 카이저가 도착했다.

-크하하하. 그 술도 내가 예약하지. 자 받아라!

카이저도 다짜고짜 세준의 남은 손에 돈주머니를 쥐여줬다.

하지만

-푸하하하. 삼양주는 네가 빨랐을지 몰라도 포도주는 내가 더 빨랐지.

포도주를 먼저 예약한 켈리온이 카이저를 비웃었다.

-뭐?! 너 당장 우리 탑에서 꺼져!

켈리온의 대답에 극노한 카이저가 외쳤다.

-싫어. 억울하면 너도 하얀탑에 오던가?

-거긴 세준이도 없는데 거길 내가 왜 가?! 너나 가버려!

-싫다고!

-가라고!

그렇게 둘이 싸울 때

툭.툭.

테오가 세준의 다리를 두드리며 세준을 불렀다.

그리고

"박 회장, 나 돈 빌려달라냥!"

세준의 양손에 하나씩 있는 돈주머니를 보며 테오가 두 눈을 반짝거렸다.

236화. 권능을 강화하다.

236화. 권능을 강화하다.

한국 북한산.

"빨리 백운대 찍고 내려와서 한잔 하자고!"

"크으. 좋지. 좋아."

등산객 2명이 등산으로 땀을 쭉 빼고 내려와 신나게 술 마실 생각을 하며 신나게 등산로 초입에 들어섰다.

그렇게 몇 걸음 걷자

"어?! 저거 검은탑 아냐?"

"어?! 그러네. 저게 왜 북한산에 있지"

그들의 눈에 북한산에 우뚝 솟은 검은탑이 보였다. 검은탑의 위상이 오르며 생긴 101번째 탑이었다.

그때

"죄송합니다. 여기부터는 통제구역입니다."

"네?!"

등산로를 지키고 있던 각성자 협회 직원들이 그들을 제지했다. 세상에 나타난 적이 없던 101번째 탑. 그들은 탑에서 혹시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죠. 수고하세요."

"수고하세요."

직원들의 제지에 순순히 물러난 등산객들.

"에이. 하필 여기 탑이 생기다니···."

"내 말이··· 땀 빼고 술 한잔 마시려 했더니만··· 그냥 마셔야겠네."

"흐흐흐. 그러니까 어쩔 수 없네."

등산객들은 아침부터 술 마실 생각에 웃으며 등산로 초입에 있는 가게로 직행했다.

3개의 탑을 소유하게 된 한국. 주변국들은 부럽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너무 좁은 지역에 3개의 탑이 몰려있었고 탑의 기능이 헌터가 출입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

그렇게 한국에 101번째 검은탑이 생긴 사건은 금세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

"자. 여기."

세준이 돈을 빌려달라는 테오에게 5억 탑코인을 흔쾌히 건넸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양손에 두둑한 돈주머니 두 개가 있자 세준의 인심도 후해졌다.

하지만

"고맙다냥! 난 이만큼만 있으면 된다냥!"

테오가 세준이 준 돈 중 1억 탑코인만 남기고 세준에게 돌려줬다.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돈의 최대치가 1억 탑코인이기 때문.

거기다 한 번 돈을 태우고 나면 성장한 능력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유렌의 돈을 태우고 깨달은 것들이었다.

"진짜 괜찮아?"

"그렇다냥!"

"그래. 알았어."

그렇게 세준이 테오에게 준 돈을 다시 돈주머니에 넣을 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돈으로 권능을 사자고 제안합니다.]

"권능? 아 그렇지!"

생각해 보니 자신도 돈을 태워 강해질 방법이 있었다.

"얼마나 있지?"

세준이 카이저가 준 돈주머니 안의 돈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카이저가 준 돈주머니에는 테오에게 준 1억 탑코인을 뺀 14억 탑코인이 담겨 있었다.

켈리온이 준 10억 탑코인과 합치면 세준이 가진 돈은 24억 탑코인. 엄청난 액수였다.

"에일린, 24억 탑코인으로 내가 받을 수 있는 권능 뭐 있어?"

[탑의 관리자가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합니다.]

잠시 후

[부여 가능한 권능]

,

[강화 가능한 권능]

,

에일린이 세준이 가진 돈으로 부여 가능한 권능과 강화 가능한 권능을 보여줬다.

"이미 가진 권능을 강화할 수 있는 거구나. 에일린, 여기 있는 권능을 다 부여하고 강화하는 거 가능해?"

돈이 24억 탑코인이나 있었기에 세준은 자신감이 넘쳤다.

거기다 강한 힘과 강한 민첩의 부여 비용이 1억 탑코인이라는 걸 알았기에 세준은 권능을 강화하는 건 비싸 봐야 5억 탑코인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그건 힘들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과 은 강화하는데 하나당 20억 탑코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강한' 다음 단계인 '강대한'의 경우 세준의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그래? 그럼 강대한 체력이랑 강한 힘, 강한 민첩으로 할게."

생존을 중시하는 세준은 당연히 자신의 목숨줄을 길게 만들어줄 강대한 체력을 우선적으로 고르고 남은 돈으로 다른 권능들을 선택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럼 권능 부여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조금 아플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뭐?!···."

아플 수도 있다니?! 그런 말은 안 했잖아?! 세준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권능 부여가 시작됐다.

[씨앗 은행에 예치된 2억 탑코인이 결제됩니다.]

[탑의 관리자가 탑의 중간관리자 징표에 , 을 부여합니다.]

[의 효과로 힘이 50 상승합니다.]

[의 효과로 민첩이 50 상승합니다.]

[나중에 공헌도나 탑코인을 사용해 과 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에일린이 말한 대로 먼저 두 개의 권능이 부여됐다.

하지만

"응? 안 아픈데?"

에일린의 말과 달리 통증은 없었다.

"휴우. 다행이다."

안도한 세준.

그때

우웅.

세준의 오른손등에 있는 검은탑 중간관리자 징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르.

세준의 피부 아래로 스며들듯이 사라지는 검은용 문신.

[가장 기본이 되는 최하급 권능들을 모두 획득했습니다.]

[다음 단계의 권능을 감당하기에는 당신의 육체가 너무 연약합니다.]

[다음 단계의 권능을 감당할 수 있게 육체 개조가 시작됩니다.]

그와 동시에 육체를 개조한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니···육체 개조라니요?! 누구 마음대로?! 이건 아니잖···!!!

우드득.

세준의 의사와는 달리 강제로 육체가 개조되며 근육들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에 온몸이 쭈뼛쭈뼛했다.

"박 회장, 왜 그러냥?! 어디가 아프냥?!"

꾹.꾹.

세준이 고통스러워하자 테오가 서둘러 앞발로 세준의 몸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우드득.

육체 개조는 1분 정도 유지되다 사라졌다.

커어어.

그사이 이미 기절해 버린 세준은 코를 골며 잠들었다.

꾹.꾹.

"근데 이게 무슨 냄새다냥?!"

세준의 몸을 마사지하던 테오가 코를 찌르는 악취에 주변을 둘러보며 냄새의 근원을 찾았다.

그리고

"알았다냥! 이건 박 회장의 똥냄새다냥!"

악취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냈다. 악취의 근원은 세준. 육체가 개조되며 세준의 몸에 있던 나쁜 노폐물들이 땀과 함께 배출되면서 악취가 난 것이다. 절대 똥을 싼 것은 아니다. 아니라고!

이렇게 악취가 나면 보통은 몸을 씻겨주거나 세준에게서 떨어지겠지만

착.

세준의 무릎을 위해서면 악취 정도는 가볍게 이겨내는 테오. 테오는 그냥 악취를 견디는 걸 선택했다.

테오가 악취를 참으며 세준의 무릎에 엎드려 식빵 자세로 식빵을 굽다

고로롱.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잠들었다.

***

검은 박에 마탑 최상층.

"뀻뀻뀻. 이게 있으니까 일이 잘되네요."

마탑주실에서 이오나가 테오의 털로 만든 테오볼을 껴안고 마탑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때

똑.똑.

검은 박에 마탑의 부탑주 프렌이 들어왔다. 프렌은 랫서팬더족으로 원래 파괴의 마탑 장로였지만, 검은 박에 마탑에 흡수되면서 이오나의 밑에서 마탑을 관리하는 3명의 부탑주 중 하나가 됐다.

"프렌, 무슨 일이죠?"

"이번에 세준 님의 농장에서 구매한 방울토마토 대금 결제 서류에 마탑주 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왔습니다."

"뀻뀻뀻. 여기요."

평소라면 사인을 하기 전에 깐깐하게 이것저것 물어본 후에야 사인을 하는 이오나지만

스스슥.

오늘은 조용히 서류를 살펴보고 바로 사인을 했다. 오늘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맞다! 마탑주님 소문 들으셨습니까?"

그래서 프렌은 평소라면 말하지 않았을 소문을 입으로 뱉어냈다.

"무슨 소문이요?"

"요즘 감히 마탑주님과 일개 상인이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지 않습니까?! 감히 일개 상인 나부랭이와···."

말하다 보니 혼자 열이 오른 프렌이 흥분해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들.부들.

이오나도 분노한 듯 몸을 떨었다.

'역시 마탑주님도 분노하실 줄 알았어!'

이오나의 반응에 평소 이오나를 좋아하고 있던 프렌은 기뻤다.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 역시 이오나 님이 그런 고양이를 좋아할 리 없지!'

프렌이 안도할 때

"뀨-뀨-뀨- 테오 님이 어때서요?!!!"

이오나가 소리쳤다. 예상과 다르게 분노의 방향은 테오라는 고양이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분노의 뀨 3단계! 여기서 잘못 말하면 부탑주고 뭐고 탑과 함께 사라지는 거다.

"아니···제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소문이···."

프렌은 결국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해명해야 했다.

***

세준이 기절한 지 1시간 후

"으음···뭐야?!"

눈을 뜬 세준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신기해했다. 온몸의 근육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며 기절했는데 지금은 온몸이 너무 시원했다.

킁.킁.

"윽!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세준이 자신의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며

"냥···."

서둘러 자신의 무릎에서 자는 테오를 데리고 분수대로 향했다.

그때

꾸엥?꾸엥!

[아빠 어디 간다요? 꾸엥이가 아빠한테 좋은 칡뿌리 캐왔다요

!]

서쪽 숲에서 약초를 돌보고 돌아온 꾸엥이가 세준을 발견하고는 간식주머니에서 푸른색 칡뿌리를 꺼네며 다가왔다.

하지만

꾸엥?

점점 느려지는 꾸엥이의 속도.

꾸엥···

[아빠 몸에서 똥냄새 난다요···]

꾸엥이가 앞발로 코를 막고 세준과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칡뿌리를 건넸다. 치사하게 이러기냐?

"나 목욕할 건데 꾸엥이도 할래?"

꾸엥!

[좋다요!]

왜 그러는지 알지만, 섭섭한 세준이 물놀이를 좋아하는 꾸엥이를 목욕으로 꼬셨다.

잠시 후 분수대에 도착하자마자 깨끗이 씻어 악취를 없앤 세준.

딱.

화르르륵.

재능 불의 친구로 손가락에 불을 만들어 분수대를 열탕으로 만든 후 반신욕을 즐겼다.

그리고

풍덩.풍덩.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재미있다요!]

꾸엥이는 분수대에서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놀았다.

"캬아. 시원하다."

그런 꾸엥이를 보며 세준이 행복한 표정으로 아아를 마실 때

[탑의 관리자가 고생했다며 이제 권능 강화를 하겠다고 말합니다.]

잠깐 다른 일을 하느라 이제야 세준이 깨어난 것을 안 에일린이 말했다.

"뭐?! 안 하면 안 될까?"

조금 전의 고통이 떠오른 세준.

[탑의 관리자가 이미 육체가 다음 단계 권능을 버틸 수 있게 변해서 이번에는 고통이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래? 그럼 할게."

고통이 없다는 말에 세준은 바로 권능을 강화했다.

[씨앗 은행에 예치된 20억 탑코인이 결제됩니다.]

[탑의 관리자가 탑의 중간관리자 징표에 부여된 이 으로 강화됩니다.]

[의 효과로 체력이 추가로 100 상승합니다.]

파앗.

권능을 강화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번에는 오른손등의 검은용 문신의 눈이 잠깐 밝게 빛나는 것으로 권능 강화가 끝났다.

그리고

부글.부글.

세준의 무릎에 계속 매달려 있기 위해 수속성 재능을 이용해 잠수한 상태로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있던 테오.

'박 회장이 방금 돈을 엄청 태웠다냥! 그러니 이제 박 회장은 돈이 없다냥!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나설 때다냥!'

테오가 당장 일어나 핑크 돼지 호구가 있는 탑 65층에 내려가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너무 따뜻하다냥···몸이 녹는 것 같다냥···.'

뜨거운 열탕의 온도가 테오의 결심을 방해했다.

고로롱.

결국 테오는 따뜻한 열탕에 지져져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박 회장, 돈 많이 벌어오겠다냥!"

"사고나 치지 마."

"푸후훗. 나만 믿어라냥!"

테오가 배웅하는 세준에게 앞발을 흔들고는 빠르게 달려갔다.

사고치지 말라는 말에 믿으라니?

"불안한데···."

세준이 호기롭게 탑 65층을 향해 떠나는 테오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해했다.

237화.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냥?

237화.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냥?

은빛용의 터전.

쿵.쿵.

10마리의 검은용들이 도착했다. 주변에는 이곳의 주인들인 은빛용들과 미리 도착한 하얀용, 녹색용, 푸른용, 붉은용, 황금용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10번째 탑을 조사하기 위한 선발대들로, 대부분 1만 살 전후의 비슷한 나이대의 용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기에 어색함 없이 어울렸다.

"마일스 프리타니, 왔냐?"

"그래. 리카르도 아작스, 빨리 왔군."

검은용들의 선두에 있는 검은용 마일스를 향해 하얀용 리카르도가 아는 체했다. 둘은 태어난 시기도 비슷하고 멸망과 싸우면서 우정을 쌓아 지금은 막역한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내가 빨리 오고 싶어서 빨리 온 게 아냐. 켈리온 할배가 빨리 가라잖아. 검은용들한테 지지 말라고. 알지? 켈리온 할배, 카이저 님한테 경쟁 의식 있는 거? 하···피곤하다니까···."

"그거야 우리도 마찬가지지. 카이저 할배한테 하얀용한테 졌다는 소리 들리면 그날은 카이저 할배 눈에 절대 띄면 안 돼."

"하하하. 너도 그러냐?"

그렇게 둘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쿵.쿵.

다른 용들도 도착했다.

그리고 다른 용들과 섞여 얘기를 나누던 도중

"그런데 이번 센터는 누가 될까?"

대화의 주제가 1년 후에 있을 해츨링의 센터를 뽑는 얘기로 넘어갔다. 용들은 1000년마다 해츨링들 중 가장 강한 용에게 나머지 다른 해츨링들을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그리고 그 권한을 받은 해츨링을 센터라고 불렀다. 센터의 권한은 100년으로 아주 짧고 어린 해츨링들이 모일 일도 거의 없기에 센터가 다른 해츨링들을 이끌 일도 없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용들에게 자신들의 해츨링이 센터가 되냐 안되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당연히 해츨링들 중 가장 농사를 잘 짓는 오필리아지!"

녹색용들이 말하자

"무슨 소리야?! 우리 페리온이 얼마나 강한데?! 500살 때 벌써 불의 정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붉은용들이 발끈하며 대답했다.

"우리 하쿤도 499살 때 물의 정수를 만들었거든!"

"흥! 그 정도로? 우리 니메아는 498살에 땅의 정수를 만들었어!"

각 종족들이 자기 종족의 해츨링이 가장 강하다며 소리쳤다.

하지만 거기에 끼지 못하는 용족이 둘 있었다.

검은용과 하얀용들이었다. 검은용들은 최근에 카이저에게 에일린의 드래곤하트를 기적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가만히 있어야지.'

하얀용들은 아작스가 300살이나 어린 에일린에게 깨졌다는 걸 켈리온에게 전해 들었기에 조용히 있었다.

괜히 자신들이 말을 꺼냈다가 검은용들도 떠들면 에일린에게 맞은 아작스 얘기가 나올지 몰랐다.

에일린의 마력이 이미 성룡급으로 강해졌으니 아작스가 지는 건 당연했지만, 그렇다고 300살이나 어린 용에게 얻어터진 걸 당당히 말할 수는 없었다.

에일린의 강함을 모르는 검은용들과 반대로 에이린의 강함을 아는 하얀용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검은탑의 관리자를 계속하고 싶은 에일린이 카이저에게 자신의 강함을 숨겨달라고 부탁했기 때문.

당연히 손녀 바보인 카이저는 에일린의 부탁을 들어줬다.

그때

"어이 마일스. 너희 해츨링은 아직도 빌빌대고 있냐?"

자색용들의 리더 킬라 페텐이 검은용들의 신경을 건드리며 시비를 걸었다

"뭐?! 빌빌?! 우리 에일린 이제 드래곤하트 거의 다 고쳤거든!"

"그래서 뭐?! 아직 고친 건 아니잖아. 그리고 고친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 포비한테는 안될 텐데?"

"뭐라고?! 그 나이만 많은 녀석 정도는 우리 에일린이 500살만 돼도 눌러버릴걸!"

"푸흡! 일단 1년 후에 있을 일이나 걱정하시지."

"이익···."

킬라의 말에 마일스는 화가 났지만,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일스, 이 잔인한 자식. 저장."

에일린의 강함을 알고 있는 리카르도는 마일스가 킬라를 낚기 위해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장면을 저장했다.

'흐흐흐. 킬라 너의 흑역사를 만들어주마.'

1년 후에 에일린에게 무참하게 얻어터질 포비를 상상하며 리카르도가 기분 좋게 웃었다.

***

"잘 자라네."

테오를 내려보내고 세준이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에 심어진 벼를 보면서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세준은 벼를 수확하자마자 논에 심은 20일 정도 자란 벼 300포기를 화분에 옮겨 심은 상태였다.

"금방 밥 먹을 수 있겠다."

그렇게 벼를 구경하던 세준.

"그나저나 모든 스탯 300까지 얼마나 남았지?"

세준이 10번째 탑의 첫 번째 시련을 떠올리며 상태창을 열었다.

[박세준 Lv. 67]

재능 : 비범한 범재, 자연의 친구, 만석꾼, 넘치는 마력 회로, 불의 친구, 단단함, 억센 생명력, 몸에 좋은 약이 쓰다, 빠지직, 하찮은 존재감, (재능 :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

스탯/잠재력 : 힘(323/493) 체력(566/705) 민첩(215/448) 마력(316/547)

직업 : 탑농부(A)

스킬 : 마력 씨뿌리기 Lv. 8, 수확하기 Lv. 7, 씨앗상점 Lv. 3, 채종하기 Lv. 7,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Lv. 4, 농작물 거대화 Lv. 5, 화전 Lv. 4, 너는 밭이다! Lv. 2, 온실 Lv. 3, 양봉 Lv. 8, 우뢰(雨雷) Lv. 3, 요리 Lv. 7

민첩을 제외한 다른 스탯들은 이미 300을 넘긴 상태. 모자란 건 민첩뿐이었다.

"민첩을 85나 올려야 되네···."

그것도 모르고 레벨업으로 받은 보너스 스탯으로 체력만 주구장창 올린 세준. 뭐 체력을 올리고 올려도 부족하기만 했으니 그럴만하긴 했다.

"이제 민첩만 올려야겠다."

세준이 앞으로 레벨업을 하고 받은 보너스 스탯을 민첩에 투자해야 겠다고생각하며 상태창을 닫았다. 보너스 스탯으로 해결할 숫자가 아니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민첩을 올릴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퍽.퍽.

세준이 흑토끼 결혼식에 가져갈 쌀국수를 만들기 위해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

"냥냥냥~ 나는 돈 벌러 가는 치명적인 노랑고양이! 테 부회장님 나가신다냥!"

대상인 유렌에게 돈을 뜯어내 세준에게 가져갈 생각에 신난 테오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탑을 내려갔다.

그때

"냥?! 또 갈림길이다냥!"

테오의 앞에 두 개의 길이 나타났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냥? 푸후훗. 나는 똑똑한 고양이 테 부회장이다냥! 이번에는 절대 속지 않는다냥!"

길을 살펴본 테오가 이번에는 원래 길과 바닥 모양이 다른 길로 향했다.

잠시 후

쿵.

테오가 들어가자 닫히는 길. 이번에도 세상을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의 파편이었다. 연속으로 잘못된 길을 선택한 테오였다.

하지만 잘못된 길이 옳은 길인 경우도 있었다.

"냥?! 길이 왜 이렇게 기냥? 어?! 핑크 호··· 아니 유렌이 아니냥?!"

끝나지 않는 길을 걷던 테오의 앞에 대상인 유렌의 상단이 보였다. 유렌도 테오와 같은 방법으로 길을 선택했다 갇힌 것이다.

'푸후훗.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일이 쉽게 풀린다냥!'

아직 잘못 들어왔다는 걸 모르는 테오가 웃으며 유렌을 향해 다가갔다.

"유렌, 반갑다냥!"

"오! 테오 님, 저 좀 구해주세요!"

며칠 간 갇혀있던 유렌이 테오를 발견하고는 바로 구조요청을 했다.

"냥?! 구해달라니 무슨 소리냥?!"

"테오 님, 모르셨어요?! 여기도 그 뱀의 몸 안인 것 같아요!"

유렌의 말에 테오는 짜증이 났다. 똑똑한 내가 멸망의 사도에게 또 속았단 말이냥?! 화가 난다냥!

"유렌, 돈 좀 달라냥!'

"네! 여기 있습니다!"

테오의 말에 유렌이 자신의 품에 들어있던 돈주머니를 전부 테오에게 건넸다.

"이게 다냥?"

테오가 유렌이 건넨 돈주머니 10개를 당연하다는 듯이 봇짐에 챙기며 물었다.

"네. 저도 이렇게 또 갇힐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조난당한 유렌이었다. 이런 불운으로 어떻게 대상인이 된 건지 신기했다.

"괜찮다냥! 나중에 또 달라냥! 저번 것까지 두 배로 줘야 한다냥!"

"그럼요! 저야 돈은 많으니까요."

그렇게 유렌에게 돈을 추가로 받기로 한 테오.

"푸후훗. 그럼 나만 믿어라냥! 벽에 붙어있어라냥!"

테오가 호기롭게 길 한가운데 서서

빳칭.

용발통을 꺼내

"냥!"

빠르게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쩌저적.

그와 동시에 길에 다섯 개의 선이 그어지며 길이 육 등분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9억 탑코인의 기운을 방출하면서 나름 깨달음을 얻은 테오의 새로운 기술이었다.

"푸후훗. 이 기술의 이름은 일냥섬으로 하겠다냥!"

그렇게 테오가 기술의 이름을 정했을 때

스스스.

머리부터 꼬리까지 6등분으로 잘린 요르문간드 파편이 죽으며 재로 변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백색 코인과 상인들.

땡그랑.

"으아악! 어?!"

다행히 바로 아래에 평평한 상인 통로가 있어 백색 코인과 상인들 전부 안전했다.

잠시 후 테오가 백색 코인을 다 챙기고

서걱.

상인 통로에 구멍을 뚫어 상인들을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테오 님, 제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인 통로 안으로 들어온 유렌이 목숨을 구해준 테오에게 감사를 전했다.

"푸후훗. 앞으로는 길 좀 잘 보고 다녀라냥!"

"네. 테오 님, 저랑 바로 탑 65층으로 가시죠. 제 목숨을 구해주신 보상을 드리고 싶어요!"

테오에게 보답을 하고 싶은 유렌이 탑 65층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권했다.

테오의 원래 목적지.

하지만

"푸후훗. 유렌네 집은 나중에 가겠다냥!"

테오는 유렌의 제안을 거절했다. 생각해 보니 세준에게 한 번에 큰 금액을 가져가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가져가는 게 칭찬을 여러 번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 푸후훗. 역시 나는 똑똑하다냥!

"아쉽네요. 그럼 나중에 찾아와 주세요."

"알았다냥! 유렌, 나중에 보자냥! 그래도 이자는 챙겨달라냥!"

테오가 아직 받지도 않은 금액에 이자를 붙여달라고 말하며 10억 탑코인을 챙겨 탑 99층을 향해 올라갔다.

테오가 떠난 후

"아. 배고프다."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진 유렌이 품에서 간식주머니를 꺼냈지만

"응?! 돈이 왜 여기에?!"

돈주머니 하나가 간식주머니와 바뀐 걸 뒤늦게 알아낸 유렌이었다.

"내 마늘···."

간식이 사라진 것에 실망한 유렌이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

저녁이 먹을 시간이 되자

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

약초밭에 갔던 꾸엥이가 돌아왔다.

꾸엥!

[여기 아빠 꺼다요!]

꾸엥이가 세준에게 푸른색 칡뿌리 10개를 내밀었다.

"응. 고마워."

우적.우적.

세준이 칡뿌리를 먹으며

딸깍.

"자. 꾸엥이도 꿀 먹자."

꿀 유리병 뚜껑을 열어 꾸엥이에게 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잘 먹겠습다요!]

"응?!"

꾸엥?

[아빠 왜 그런다요?]

"아냐···."

내가 잘못들었나? 분명 꾸엥이가 존댓말 비슷하게 한 것 같은데···

우적.우적.

세준은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하며 칡뿌리를 씹었다.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

..

.

그렇게 10개의 칡뿌리를 다 먹고

핥짝.핥짝.

꾸엥이가 꿀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꾸엥이가 꿀을 다 먹자

"꾸엥아, 국수 만들자."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꾸엥이와 국수틀에 반죽을 넣고 쌀국수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1억 탑코인이 든 돈주머니 9개와 마늘이 든 간식주머니 1개를 챙겨온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리며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238화. 세 번째 시련을 받다.

238화. 세 번째 시련을 받다.

"퉷. 비켜."

"냐앙."

세준이 입에 들어간 테오의 털을 뱉어내며 얼굴에 달라붙은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들었다. 털 빗은 지 얼마나 됐다고 입에 들어간 털 양이 상당했다.

그때

"어?!"

세준의 눈에 방금 뽑은 쌀국수면에도 테오의 털이 덕지덕지 묻은 게 들어왔다.

'이대로는 곤란해.'

세준이 테오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꾸엥?꾸엥!

[큰형아 왔다요? 꾸엥이는 국수 뽑고 있었다요!]

꾸엥이가 국수에 테오의 털이 묻는 것에 개의치 않고 테오에게 국수 뽑는 것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나 잘 뽑는다요?

"잘 뽑는다냥. 하지만 내가 더 얇게 자를 수 있다냥!"

빳칭.

테오가 용발톱을 뽑아 꾸엥이가 뽑은 국수에 발톱을 대자 뽑혀져 내려오던 용발톱에 잘리며 국수가 반으로 갈라졌다. 푸후훗. 나의 실력이 어떻냥?!

꾸엥!

[큰형아 대단하다요!]

힘으로 국수를 소멸시킬 수는 있지만, 얇게 자를 능력이 없는 꾸엥이가 테오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고

"이 정도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냥!"

테오가 꾸엥이의 우러름을 받으며 우쭐해했다.

"그럼 뭐해? 국수에 털이 다 묻었는데···."

그런 테오를 세준이 '이 골칫덩이를 어떻게 처리하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정했다. 꾸엥아, 꿀 먹으면서 잠깐 쉬자."

꾸엥!꾸엥!

[좋다요! 꿀도 좋고 휴식도 좋다요!]

당근 작전을 쓰기로 한 세준이 꾸엥이에게 꿀을 먹게 하고

"테오는 이리 와."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두드리며 테오를 불렀다.

"푸후훗. 박 회장, 나 불렀냥?!"

역시 순순히 세준의 무릎으로 올라오는 테오.

꾸엥!

[꾸엥이도 아빠 무릎 좋아한다요!]

테오가 세준의 오른쪽 무릎을 차지하자 꾸엥이가 새준의 왼쪽 무릎을 차지하고

핥짝.핥짝.

꿀을 앞발에 찍어 먹었다.

"자. 테오는 츄르 먹자."

"푸후훗.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발라당 누워 츄르를 먹을 생각에 혀로 입 주변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박 회장 녀석, 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군. 조금 있다 고생했다고 상을 줘야겠다냥!

세준은 테오를 붙잡아두고 털을 빗기 위해 츄르를 주는 거지만, 테오는 세준이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촵촵촵.

그렇게 테오가 착각을 하며 츄르 2개를 얌전히 먹는 동안

슥.슥.

세준은 테오의 털을 최대한 긁어내며 열심히 털을 모았다. 분명 며칠 전에 야구공 크기의 테오볼을 만들었는데 나오는 털양을 보니 야구공 크기 테오볼 하나가 더 나올 것 같았다.

'많이도 나오네. 이오나에게 팔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잠시 후

슥.슥.

······

세준이 무념무상 상태로 테오의 털을 긁어내고 있을 때

"박 회장! 줄 게 있다냥!"

이제 상을 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 테오가 발딱 일어나며 외쳤다.

"어?! 뭐라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세준이 테오에게 물었다.

"줄 게 있다고 했다냥!"

테오가 대답하며 봇짐에서 유렌에게 받은 10개의 돈주머니를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오! 얼마나 벌었어?"

"푸후훗. 많이 벌었다냥! 그러니 박 회장은 앞으로도 나만 믿어라냥!"

테오가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역시 테 부회장뿐이네."

슥.슥.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그리고 손에 모인 마지막 털과 모아둔 털을 합쳐 테오볼 2호를 만들었다.

"오! 1억 탑코인씩 들어있네?"

털 빗기를 끝낸 세준이 돈주머니를 열어 안에 든 금액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럼 주머니가 10개니까 10억 탑코인이네?"

"푸후훗. 그렇다냥!"

테오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좋은 호구를 찾았다더니 호구가 진짜 돈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나로 모아둬야지."

촤르르.

그렇게 세준이 돈주머니의 돈들을 한 주머니에 쏟고 있을 때

우르르.

마지막 돈주머니 안에서 알싸한 향과 함께 약간 누런 빛깔의 물건이 굴러 나왔다.

"어?! 이건?! 마늘이잖아?!"

세준은 보자마자 마늘을 알아봤다.

거기다

[민첩의 육쪽마늘]

이름까지 있으니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민첩의 육쪽마늘?"

세준이 마늘 하나를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민첩의 육쪽마늘]

탑 안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마늘쪽이 6개 생기는 육쪽마늘입니다.

부정한 것을 쫓아내는 능력이 있지만, 대신 주변 기운에 금방 오염돼 빠르게 썩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섭취해야 합니다.

섭취 시 민첩이 1 상승합니다.

통마늘에서 나온 6쪽의 마늘을 다 먹을 경우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굉장히 알싸하고 매운맛이 납니다.

유통기한 : 30일

등급 : B+

우르르.

"하나, 둘···."

세준이 주머니 안에 있던 마늘을 바닥에 쏟아내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천오십."

주머니 안에는 총 1050개의 마늘이 담겨 있었다.

"좋아. 잘 했어! 테 부회장!"

"냥?!"

갑자기 세준이 자신을 칭찬하자 세준의 무릎 위에서 졸던 테오가 당황했다. 아직 칭찬할 게 남았냥? 그럼 더 칭찬하라냥!

테오가 세준의 다음 칭찬을 기다렸지만

"이걸 생으로 먹으면 힘들지만, 구워 먹으면 달게 먹을 수 있지! 얘들아 잠깐만."

"냥?"

꾸엥?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들어 무릎에서 내려놓고 서둘러 취사장으로 달려갔다.

세준이 취사장으로 향하자

"박 회장, 어디 가냥?!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냥! 같이 가자냥!"

주머니 하나에 돈이 없는 것을 발견한 테오가 세준이 화났다고 오해하고는 서둘러 세준을 따라갔고

꾸엥!

[아빠 밥 한다요?]

세준이 저녁 준비를 한다고 생각한 꾸엥이도 맛있는 저녁을 먹을 생각에 신나 하며 꿀 유리병을 품에 안고 세준을 따라 취사장으로 달려갔다.

***

붉은탑 99층.

"왜 아직도 조각상을 다 만들었다는 얘기가 없는 거야?!"

빨리 조각상을 검은탑에 가져가 세준에게 삼양주를 사고 싶은 램터. 기다려도 우돈의 연락이 없자 램터가 직접 우돈을 찾아갔다.

그리고

"으잉?"

아직 10%도 완성이 안 된 거대 조각상을 발견했다.

"뭐야?! 누가 이렇게 크게 만들래?!"

"네?! 위대한 붉은용 램터 님의 닮은 조각상을 만들라고 하셔서···."

"이렇게 크게 만들면 겁은탑까지 어떻게 가져가?"

이런 사이즈면 검은탑으로 가져가다 다른 용들한테 100% 들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삼양주 거래도 할 수 없다. 그건 안되지!

"우돈, 조각상을 작게 다시 만들어라."

"네."

"그리고 네가 입은 갑옷 남는 거 있지?"

"네. 그런데 갑옷은 왜···?"

"일단 그걸 보내야겠어."

"네. 여기 있습니다."

우돈이 여벌로 만들어둔 갑옷을 꺼내 램터에게 건넸고

"마법 부여."

램터가 붉은색 전신 갑옷에 필요한 마법을 부여해 검은탑으로 보냈다.

***

"자 먹어봐."

세준이 테오에게 구운 마늘 하나를 내밀자

"······."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온몸으로 거부하는 테오. 자신을 오해하게 한 것에 대해 삐진 건 아니고 그냥 편식이었다.

'역시 안 먹는군.'

세준은 나중에 테오 몰래 츄르에 마늘을 섞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꾸엥!꾸엥!

[꾸엥이는 그거 먹고 싶다요! 맛있는 냄새 난다요!]

마늘의 알싸한 향기가 없어졌음을 귀신같이 알아챈 꾸엥이가 구운 마늘을 달라며 자신의 밥그릇을 내밀었다. 콧깃을 뿜고 발을 동동거리는 게 상당힌 흥분한 상태였다.

우르르.

"자. 여기."

세준이 구운 마늘 한 움큼을 집어 꾸엥이 그릇에 올려주고 남은 100개 정도의 구운 마늘을 먹기 시작했다. 민첩 300을 찍을 때까지 구운 마늘을 먹을 생각이었다.

우걱.우걱.

"어?! 뭐야?!"

구우면서 알싸한 맛이 사라질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마늘은 많이 달았다. 꾸엥이가 흥분할만했다. 덕분에 세준은 즐겁게 마늘을 먹을 수 있었다.

[민첩의 육쪽마늘을 섭취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

..

.

마늘을 먹자 민첩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마늘을 6개 먹어도 모든 스탯이 상승하는 일은 없었다. 아마 통마늘 하나에서 나눠진 마늘 6쪽을 먹어야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마늘을 50쪽쯤 먹었을 때

[민첩의 육쪽마늘을 섭취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통마늘에서 나온 6쪽의 마늘을 모두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모든 스탯이 1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운이 좋게도 50쪽의 마늘 중에 같은 통마늘에서 나온 마늘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후로 모든 스탯이 오르는 일은 없었고 세준은 84쪽의 마늘을 먹고 민첩 300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스탯이 300 이상이 됐습니다.]

[10번째 탑의 첫 번째 시련을 돌파했습니다.]

세준이 첫 번째 시련을 돌파했다.

[10번째 탑의 두 번째 시련이 발생합니다.]

[10번째 탑의 두 번째 시련 : 농사는 하늘의 뜻.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항상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000만 t의 식량을 비축하십시오.]

"뭐?! 천만 톤?"

이건 너무 선 넘은 거 아닌가? 식량 천만 톤을 비축할 공간도 없었고 비축하기 전에 먼저 비축해둔 식량이 썩을 판이었다.

세준이 천만 톤의 식량을 어떻게 비축할지 고민할 때

[비축한 식량이 1000만 t을 넘었습니다.]

[10번째 탑의 두 번째 시련을 돌파했습니다.]

두 번째 시련이 너무 쉽게 돌파됐다.

"어?! 왜···?"

두 번째 시련이 허무하게 돌파되자 의아해하는 세준. 세준이 잡초로 취급하는 칡을 탑의 시스템은 식량으로 판단했기 때문.

그래서 탑 85층에 심어진 칡이 식량으로 인정돼 시련이 빠르게 클리어된 것이었다.

[10번째 탑의 세 번째 시련이 발생합니다.]

[10번째 탑의 세 번째 시련 : 모름지기 훌륭한 농부라면 많은 신품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신품종 15개를 확보하십시오.]

덕분에 얼렁뚱땅 세 번째 시련이 시작됐다.

"이것도?"

세준은 혹시나 세 번째 시련도 쉽게 넘어갈까 기다려봤지만, 시련을 돌파했다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탄생한 신품종이 9개니까 6개를 더 만들어야 되네."

뭐 수확하다 보면 나오겠지. 세준은 시련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어느새 세준을 기다리기 지친 동물들이 취사장 주변에 앉아 고구마나 당근을 생으로 먹고 있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꾸엥아, 눌러!"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꾸엥이와 9000인분의 쌀국수면을 뽑고 잠들었다. 테오의 털 때문에 버린 못 쓰게 된 국수가 1000인분이었다.

***

다음 날 아침.

께···

···엑···

세준의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응?"

세준이 집중해 자세히 듣자

께엑.

집 밖에서 우는 버섯개미의 소리였다.

"영약인가?"

세준이 소리를 따라 밖으로 나오자

께엑!

께엑!

버섯개미 두 마리가 더듬이를 꼿꼿이 들고 세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등에는 오롯이 홀로 자란 버섯이 보였다. 세준의 예상대로 영약이었다.

"떠나기 전에 먹으라고?"

께엑!

께엑!

세준의 말에 더듬이를 위아래로 흔드는 버섯개미들.

"고마워."

똑.똑.

세준이 버섯개미의 등에서 버섯을 따며 버섯개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께엑!

께엑!

세준의 쓰다듬을 받자 버섯개미들이 돌아갔다.

"아침은 이 영약이랑 다른 버섯을 넣어서 샤브샤브로 먹고 출발해야겠다."

세준이 일어난 김에 취사장으로 향해 아침을 만들었다.

잠시 후 아침을 먹고

"그럼 농장을 부탁할게."

께엑!

세준이 버섯개미들에게 농장을 부탁했다.

그리고

"테 부회장, 토끼들 잘 데려와."

테오를 보면서 말했다.

"걱정 말라냥!"

호기롭게 대답하는 테오의 뒤에는 1000여 마리의 토끼들이 봇짐이나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테오를 따라 광속 상인 통로를 이용해 탑 55층에 가려는 토끼들이었다.

"알았어. 그럼 이따 보자."

세준이 탑 55층의 땅문서를 펼치며 사라졌다.

조난 354일 차. 세준이 흑토끼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탑을 내려갔다.

239화. 조금만 참아.

239화. 조금만 참아.

"모두 모였으니 출발할게."

10번째 탑을 조사하기 위해 각 종족에서 파견된 용들이 모두 모이자 은빛용들의 대표 스텔라 히스론이 말했다.

이번 일을 제안한 게 은빛용들의 수장인 크리셀라 히스론이기 때문에 은빛용들이 조사대를 이끌었다.

쿵.쿵.

스텔라의 말에 용들이 땅을 박차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럼 출발한다. 선두는 검은용과 하얀용 좌측은 황금용과 푸른용, 우측은 갈색용과 붉은용···."

스텔라가 용들의 위치를 지정하며 대형을 만들었다. 용들의 관계를 고려해 서로 상성이 좋거나 사이가 좋은 용들은 묶고

사이나 상성이 좋지 않은 용들은 멀리 떨어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이 만들어졌다.

'괜찮겠지?'

스텔라가 후미에 자리한 녹색용들을 살펴봤다. 솔직히 말하면 독을 쓰는 자색용들과 상성이 맞는 용이 없었다.

그나마 녹색용들이 자색용들과 트러블이 가장 적었기에 붙여놓은 것뿐이다.

펄럭.펄럭.

그렇게 10번째 탑을 향해 날아가던 용들.

그때

키기기긱.

멸망 주변에 퍼져있던 붉은 안개 덩어리 하나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멸망의 가루들이다! 대비해!"

선두에 있던 마일스가 가장 먼저 멸망의 가루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멸망의 가루, 멸망이 뱉어내는 찌꺼기 같은 것들이다. 용들은 그것을 멸망의 가루라고 불렀다.

그냥 찌꺼기라고 무시하기에는 붉은 안개는 너무 위험했다. 멸망의 가루가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그때는 스스로 형체를 만들어 탑을 공격한다.

그때는 용들이 100마리 이상 나서야 처치할 수 있기 때문에 용들은 평소에 멸망의 가루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용들은 브레스를 쏴라!"

"알았다!"

스텔라의 지시에 따라

쿠오오오.

90마리의 용들이 일제히 멸망의 가루를 향해 브레스를 쐈다. 검은색, 흰색, 은색 등 형형색색의 브레스들이 붉은 안개를 향해 날아갔다.

콰과광!!

브레스에 직격당한 붉은 안개는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내며 소멸됐다.

그때

땡그랑.

멸망의 가루들이 소멸한 자리에서 동전들이 떨어졌다. 탑코인이었다. 대략 1억 탑코인 정도.

하지만

"다시 이동한다."

용들에게 탑코인은 쓸데없는 물건에 불과했기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지만

"수거."

"수거."

검은용들과 하얀용들만이 조용히 탑코인을 수거했다. 그들은 최근 카이저와 켈리온에게 탑코인으로 삼양주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걸 들었기 때문.

다른 용들이 탑코인에 관심이 없었기에 이동하는 동안 멸망의 가루를 처치하고 얻은 탑코인은 모두 그들의 차지였다.

'저걸 왜 챙기지?"

대신 그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다른 용들의 시선을 견디기는 해야 했지만.

"도착이다."

그렇게 몇 시간을 이동한 그들의 앞에 10번째 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

[검은탑 55층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55층으로 이동했습니다.]

[44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44 상승합니다.]

"오!"

세준이 주변의 나무들을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달콤하고 그 특유의 향긋한 과일의 향기에 취할 것 같았다.

거기다 과일은 자신이 익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쁜지 껍질이 짙은 분홍빛으로 상기돼 있었다.

"복숭아다!"

세준이 나무에 가득 열린 복숭아를 보며 환호했다.

"여기에 복숭아가 있었다니. 진작 올걸···."

복숭아의 향기와 모습을 코와 눈으로 잔뜩 머금으며 세준이 말했다.

하지만 미리 왔으면 복숭아가 익길 기다리며 애를 태웠을 테니 차라리 늦게 안 것이 다행일 수도 있었다.

그때

쭙.쭙.

(세준 님, 이거 엄청 맛있어요!)

세준의 등에 매달려 자고 있던 황금박쥐가 복숭아 향기에 이끌려 어느새 복숭아 과즙을 빨아 먹으며 세준을 향해 외쳤다. 다행히 황금박쥐가 먹기 좋은 물복인 모양이었다.

철컹.

"꾸엥아, 나와 여기 맛있는 거 있어!"

세준이 아공간 창고 문을 열어 꾸엥이를 부르자

다다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빠르게 달려 나왔다.

그리고

킁킁.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코로 냄새를 맡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폴짝.

가볍게 2m 정도 점프를 하며 복숭아나무 꼭대기에 있는 두 주먹 크기의 엄청 큰 복숭아를 땄다.

똑.

세준도 가까이 있는 복숭아나무에서 복숭아 하나를 땄다.

"어?! 이건 딱딱하네?"

세준이 딴 복숭아는 딱복이었다.

"뭐지? 이상하네."

분명 황금박쥐가 먹는 복숭아가 열린 나무에서 땄는데 물복이 아니라 딱복을 수확한 세준.

"둘 다 있네."

세준이 같은 나무의 다른 복숭아들을 만져보자 물복과 딱복이 다 있었다.

신기하게도 하나의 복숭아나무에서 딱딱한 복숭아와 물렁한 복숭아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좋은데."

물복과 딱복을 모두 먹을 수 있게 된 세준이 기뻐하며 먼저 딴 딱복을 먹으려 할 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거 아빠 주겠다요!]

꾸엥이가 방금 딴 복숭아를 두 손으로 들고 조심히 세준에게 건넸다.

"이거 나 주는 거야?"

[활력의 물렁 복숭아]

꾸엥이가 준 복숭아는 다른 것과 다르게 이름이 있었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가 가장 맛있는 냄새가 나는 복숭아 땄다요!]

세준의 물음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꾸엥이.

'뭐지?'

세준이 갑자기 자신을 챙겨주는 꾸엥이의 행동에 당황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그분이 오셨었나?

'설마 쓴 건 아니겠지?'

세준이 불안한 마음으로 복숭아를 자세히 살펴봤다.

[활력의 물렁 복숭아]

탑 안에서 자생하는 복숭아나무에서 극히 희박한 확률로 열리는 활력이 넘치는 복숭아입니다.

맛이 달고 아주 맛있습니다.

과육이 물렁물렁해 금방 멍들고 상할 수 있습니다.

섭취 시 스킬 : 활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Lv. 10 이상, 모든 스탯 10 이상

다행히 쓴 맛은 없었다.

"활력 스킬?"

세준이 복숭아를 보고 있자

꾸엥!

[아빠 빨리 먹는다요!]

꾸엥이가 침을 흘리며 세준에게 어서 먹으라며 재촉했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응. 잘 먹을게."

세준이 꾸엥이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서둘러 복숭아를 베어 물었다.

물컹.

베어 뭄과 동시에 입안에 복숭아 향기가 가득 스며들어오며 부드러운 과육이 머금고 있던 과즙이 흘러넘쳤다.

후룩.

세준이 과즙이 떨어지지 않게 빠르게 과즙을 빨아들이며

물컹.

다시 복숭아를 베어 물었다.

오물.오물.

그렇게 세준이 홀린 듯이 열심히 복숭아를 전부 먹자

[활력의 물렁 복숭아를 섭취했습니다.]

[스킬 : 활력 Lv. 1을 배웠습니다.]

스킬을 배웠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킬 : 활력 Lv. 1]

-위장에 남아있는 음식물을 빠르게 소화시켜 활력을 얻습니다.

-힘, 체력, 민첩, 마력이 1% 상승합니다.

-위장에 남은 음식량에 따라 유지시간이 결정됩니다.

꾸엥!

[아빠도 이제 꾸엥이처럼 많이 먹고 강해질 수 있다요!]

꾸엥이가 활력 스킬을 얻은 세준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이제 아빠랑 같이 많이 먹을 수 있다요!

꾸헤헤헤.

꾸엥이가 세준이 많이 먹을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할 때

삐삐!

멀리서 백토끼 하나가 세준과 꾸엥이를 발견하고 동료들을 불렀다. 복숭아 도둑이야!

우다다다.

백토끼의 울음소리에 복숭아를 훔쳐먹은 도둑을 응징하기 위해 수천 마리의 백토끼들이 몰려들어 세준을 포위했다.

그때

뺘이!

백토끼들의 우두머리가 세준을 알아보고 세준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탑 99층에서 태어난 흑토끼의 형제였다.

"잘 있었어?"

뺘이?!

[삼촌,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덕분에 오해가 생김과 동시에 해결됐다.

그리고

[탑 55층 복숭아나무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땅문서의 주인으로도 쉽게 인정받았다.

뺘이!뺘이!

[빨리 왕국으로 가요! 흑토끼가 기다릴 거예요!]

백토끼가 세준을 재촉했다. 세준을 레드리본 왕성으로 안내하려는 백토끼.

"잠깐만."

세준이 그런 백토끼를 멈춰 세웠다.

"복숭아 좀 따고 가자."

우리 꾸엥이 아직 복숭아 한 입도 안 먹었어.

"꾸엥이 잠깐만 기다려. 아빠가 복숭아 따줄게."

세준이 복숭아를 먹지 못하고 갈까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는 꾸엥이를 안심시켰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가만히 기다리겠다요!]

세준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꾸엥이.

세준이 자신의 복숭아를 따느라 아직 복숭아를 한 개도 먹지 않은 꾸엥이를 위해 복숭아를 따기 시작했다.

***

"잘 따라오고 있다냥?!"

테오가 자신을 따라오는 토끼들을 보며 물었다.

삐익!

뺘압!

테오의 물음에 대답하는 토끼들. 대략 잘 따라가고 있으니 빨리 앞장서라는 의미였다.

"알겠다냥!"

그렇게 다시 앞장서서 걷는 테오.

그때

"냥?! 또 갈림길이다냥!"

테오의 앞에 갈라진 길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속지 않는다냥!"

테오가 세 번은 속을 수 없다는 각오로 길을 자세히 살펴봤다.

하지만

"뭐냥?!"

이번에는 두 길이 전부 자연스러웠다.

"푸후훗. 오른쪽이다냥!"

지금까지 항상 생각이 많아 속았기에 이번에는 직감을 믿기로 한 테오.

"이쪽이다냥! 나를 따라오라냥!"

삐익?

[뭐야?]

뺘압?

[방금 헤맨 거 같은데?]

"아··· 아니다냥! 잠깐 쉰 거다냥!"

토끼들의 날카로운 의심에 당황한 테오가 서둘러 변명을 하며 토끼들과 오른쪽 길에 진입했다.

뺘아?

[왼쪽에서 방금 비명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가장 뒤에서 따르던 백토끼 하나가 왼쪽 길에 귀를 귀울이다가 서둘러 일행을 따라갔다.

잠시 후

쿵.

왼쪽 길이 닫히며 뱀의 머리가 나타났다.

-쳇. 실패군.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상인 통로에서 머리를 빼고 다른 사냥감을 찾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찍은 테오였다.

***

백토끼를 따라 레드리본 왕국의 왕성을 향해 걷는 세준과

아삭.아삭.

딱복을 먹으며 걷는 꾸엥이.

"저기가 흑토끼가 있는 성이구나."

세준이 저 멀리 보이는 백색의 거대한 성을 보며 말했다. 그리드의 대저택을 무너트리고 새로 축성한 화이트 캐슬이었다.

그렇게 성을 향해 30분쯤 걸었을 때

"박 회장~!"

토끼들을 성까지 무사히 데려다주고 세준을 찾으러 나온 테오가 세준을 발견하고는 신나게 달려왔다.

그리고

뺙!뺙!

[삼촌! 꾸엥아!]

테오의 뒤에서 따라 달려오는 흑토끼.

"오! 알아서 찾아오다니··· 꾸엥아 준비해."

꾸엥!

[알겠다요!]

우적.우적.

꿀꺽.

꾸엥이가 대답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복숭아를 빠르게 먹고는 두 앞발을 자유롭게 했다.

"박 회장~!"

그사이 세준과 가까워진 테오가 이번에도 세준을 향해 몸을 날렸다.

휘잉.

덥썩.

세준이 테오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이번에도 테오를 잡는 것에 실패했다.

"박 회장, 보고싶었다냥!'

자신의 몸을 세준의 얼굴에 비비며 칭얼거리는 테오.

"퉷. 일찍 왔네."

"냐앙."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이놈의 털은 빗어도 빗어도 초기화되는 것 같았다.

뺙!뺙!

[삼촌, 어서 와요! 얘들아 어서 와!]

흑토끼가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찾아와준 세준과 꾸엥이, 황금박쥐에게 인사했다.

"흑토끼, 잘 있었어? 결혼 준비는 어때? 힘들지?"

뺙!뺙···.

[네! 엄청 힘들···.]

흑토끼가 대답할 때

"꾸엥아 붙잡아!"

뺙?

덥썩.

슬며시 흑토끼의 뒤로 돌아간 꾸엥이가 흑토끼의 겨드랑이 사이에 앞발을 넣으며 흑토끼의 앞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했다.

"흑토끼, 이건 다 널 위해서야. 흐흐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그렇다요!]

악당처럼 웃는 세준과 꾸엥이.

"조금만 참아."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 모아둔 흰색 칡뿌리를 꺼냈다.

240화. 다 자업자득인 거지.

240화. 다 자업자득인 거지.

뺙?!뺙!

[삼촌 왜 이러는 거야? 꾸엥아 이거 놔!]

바둥바둥

흑토끼가 힘을 주며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지만

꾸엥!꾸엥!

[안된다요! 작은 형아 좋은 거 먹어야 한다요!]

꾸엥이가 강하게 잡고 놔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쓴 걸 스스로 먹을 리는 없으니까.

그때

쏙.

"흑토끼, 널 위해서야. 그러니까 꼭꼭 씹어 먹어."

세준이 흑토끼의 입으로 흰색 칡뿌리 하나를 기습적으로 넣으며 말했다.

뺙?

우적.우적.

입에 뭐가 들어오자 자동으로 씹는 흑토끼.

"그래. 옳지. 많이 쓰지? 그래도 몸에는 좋으니까 참아. 우리가 너 주려고 힘들게 캐온 거니까. 흑토끼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려는 건 절대 아냐. 흐흐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그렇다요!]

흑토끼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세준과 꾸엥이가 웃으며 말했다. 얼굴에는 한껏 기대를 품으며.

하지만

우적.우적.

우적.우적.

둘의 기대와 다르게 흑토끼는 아무렇지 않게 칡뿌리를 씹을 뿐이었다.

꿀꺽.

심지어 칡뿌리를 다 씹고 삼키기까지 했다.

"어?! 안 써?"

뺙?뺙!

[먹을 만 한데? 하나 더 주세요!]

세준의 물음에 흑토끼가 칡뿌리를 더 넣어달라며 입을 벌렸다.

"뭐?! 먹을만 하다고?!"

꾸엥?!

[그걸 먹을 수 있다요?!]

흑토끼의 반응에 충격을 받은 세준과 꾸엥이.

"여기."

흑토끼의 요구대로 세준이 흰색 칡뿌리 하나를 주자

우적.우적.

우적.우적.

편하게 먹는 흑토끼.

뺙!뺙!

[꾸엥아, 이거 풀어줘! 제대로 먹게!]

꾸엥!꾸엥!

[알겠다요! 작은 형아 대단하다요!]

순순히 칡뿌리를 먹겠다는 흑토끼의 말에 꾸엥이가 의심 없이 흑토끼를 풀어줬다.

그러나

폴짝.

흑토끼는 풀려나자마자 그들과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퉷!퉷!

뺙!

[다 죽었어!]

"어?!"

꾸엥?

입안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침을 뱉고는 흑토끼가 자신의 무기인 뾱망치를 들었다. 왕실 생활을 하며 내색하지 않는 법을 배운 흑토끼였다.

꾸엥!

[아빠, 작은 형아 화났다요!]

꾸엥이가 흑토끼의 성난 기운을 느끼고는 서둘러 세준의 다리 뒤에 숨어서 외쳤다. 나도 알아···그것보다 꾸엥이 네가 날 보호해야 되지 않을까?

"조카야, 우리 일단 대화로 풀어보는 게 어떨까?"

꾸엥이 덕에 강제로 선두에 선 세준이 흑토끼를 바라보며 대화를 요청했지만

뺙!뺙?!

[싫어요! 방금 얼마나 썼는지 알아요?!]

흑토끼는 자신에게 강제로 칡뿌리를 먹인 둘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부르르르.

아직도 진저리 처지는 쓴맛이 혀에 남아 있었다.

뾱.뾱.뾱.

흑토끼가 뾱망치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세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

"뀻뀻뀻. 두 토끼는 서로 싸우지 않고···."

흑토끼와 쀼쀼의 결혼식 주례를 서기로 한 이오나가 주례사를 연습하며 탑 55층으로 내려갔다. 테오볼을 앞발로 굴리면서.

그때

데구르르.

"앗!"

이오나가 주례사에 집중한 사이 테오볼이 앞으로 빠르게 굴러갔다. 길에 경사가 있었던 모양.

"뀻뀻뀻."

공놀이를 하는 기분에 이오나가 신나게 테오볼을 쫓아갔다. 그렇게 테오볼을 따라 10분쯤 달리던 이오나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뀻? 여기에 갈림길이 있었나요?"

원래 없던 장소에 나타난 갈림길에 이오나가 주춤했다.

"뀻? 여기서 이상한 마력이 느껴져요."

오른쪽 길에서 느껴지는 마력에 이오나가 길을 살펴볼 때

데구르르.

오른쪽 길로 굴러가 버린 테오볼.

그리고

쿵.

오른쪽 길이 닫혔다. 테오볼을 먹이로 착각한 것.

"뀻?!"

-응?! 일행이 있었나?

이오나와 요르문간드 파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흥! 운 좋은 줄 알아라.

쿠구궁.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다시 입을 벌려 이오나를 먹기 귀찮았는지 머리를 빼 다른 곳에 자리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뀨-뀨-뀨-뀨- 내 테오볼···내놔···운석의 힘이여···."

자신의 테오볼이 삼켜진 것에 분노한 이오나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오나는 자신의 테오볼을 삼킨 요르문간드 파편을 순순히 보낼 줄 생각이 없었다.

-흥! 감사한 줄 모르고···이상한 소리나 내다니.

이상한 소리라니?!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의 분노의 뀨에 대해 알았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소리였다. 그것도 무려 분노의 뀨 4단계를···

쩌억.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자신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는 이오나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렸다.

"적을 향해 떨어져라. 메테오."

그사이 완성된 이오나의 마법. 탑 안이 아니기에 이오나는 좀 더 파괴적인 마법을 사용했다.

우우웅.

갑자기 요르문간드의 머리 위에 검은 구멍이 열리며

쿠구궁.

거대한 운석이 검은 구멍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왔다.

운석은 수직으로 떨어지며 순식간에 요르문간드 파편의 머리와 가까워졌고

콰앙!

충돌했다. 동시에 요르문간드 파편의 머리와 몸통 일부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스스스.

요르문간드의 파편이 재로 변하며 사라지고

땡그랑.

백색 코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내가 원하는 것을 띄워라. 레비테이션."

이오나가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백색 코인을 마법을 사용해 수거했다.

"뀨-뀨-뀨-갑자기 피곤하네요."

아직 화를 다 삭이지 못한 이오나가 뀨뀨거리며 말했다. 갑자기 강한 마법을 사용해서인지 테오볼이 없어서인지 피곤이 몰려왔다.

"뀨-뀨-뀨-빨리 테 부회장님의 꼬리를 감고 세준 님 무릎에서 자야겠어요. 바람의 힘이여. 나에게 너의 길을 보여라. 바람의 결."

이오나가 바람 사이의 결을 따라 빠르게 탑 55층으로 이동했다.

***

뺙!

[삼촌이랑 꾸엥이도 먹으면 용서해줄게요!]

흑토끼가 세준과 꾸엥이도 공평하게 칡뿌리를 먹으면 용서해주겠다고 말했다.

"뭐?!"

나보고 그 칡뿌리를 먹으라고?! 흑토끼의 말에 당황한 세준.

하지만

꾸엥?꾸엥! 뭘 먹으면 된다요? 꾸엥이 잘 먹는다요!]

세준과 다르게 꾸엥이는 눈치 없이 입맛을 다셨다. 꾸엥아, 그거 아니야.

세준이 꾸엥이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하나 고민할 때

꾸엥!

[꾸엥이가 아빠 몫까지 다 먹겠다요!]

자신이 세준이 먹을 것까지 다 먹겠다고 말하는 꾸엥이.

아싸! 꾸엥아, 고맙다! 갑자기 꾸엥이의 뒤에서 후광이 비추는 것 같았다. 너의 희생은 잊지 않으마.

"꾸엥이, 눈 감아봐. 아빠가 입에 넣어줄게."

먹을 게 칡뿌리라는 것을 알면 안 먹는다고 할까 봐 세준이 꾸엥이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입을 벌리고 눈을 꼭 감은 꾸엥이.

"자. 먹을 거 들어간다."

꾸엥!

쏙.

쏙.

세준이 그런 꾸엥이 입에 흰색 칡뿌리 2개를 연속으로 넣어줬다.

꾸엥이 녀석 쓴 거 안 먹으려고 그렇게 잔머리 쓰더니 결국 이렇게 먹는구나. 다 자업자득인 거지. 흐흐흐.

자신은 칡뿌리를 안 먹어도 된다는 것에 신난 세준.

우적.우적.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칡뿌리를 씹는 꾸엥이.

하지만

꾸엥?!

우···적···

칡뿌리의 쓴맛이 올라오자 씹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꿀꺽.

칡뿌리 2개를 냅다 삼켜버렸다.

그리고

꾸엥!꾸엥···.

[아빠가 꾸엥이 속였다요! 꾸엥이 화가 난···.]

쏙.

분노하는 꾸엥이의 입에 세준이 미리 준비해둔 꿀젤리를 한 움큼 잽싸게 넣어주고

"자. 흑토끼도 먹어."

흑토끼의 입에는 독꿀벌 대여왕에게 받은 모든 스탯 30을 올려줌과 동시에 재능 하나를 강제로 개화시켜 주는 불완전한 플래티넘 로얄제리를 넣어줬다.

냠.냠.

꾸엥!

[맛있다요!]

뺙!

[달아요!]

덕분에 둘의 입속에 들어간 꿀제리가 녹으며 둘의 분노도 사르륵 사라졌다.

진작 흑토끼에게 꿀젤리를 먹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근데 흑토끼는 무슨 재능 얻었어?"

세준이 뒤늦게 후회하며 흑토끼에게 물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하지만

뺙!뺙!

[싸움왕이라는 재능을 개화했어요! 싸움에서 이길 때마다 강해진대요!]

역시 세상은 불공평했다.

"싸움왕?!"

와. 멋있다···이름부터 폼이 났다.

세준이 그런 흑토끼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있을 때

"푸후훗. 흑토끼 동생이 싸움왕이면 나 테 부회장은 무릎왕이다냥!"

테오가 자신도 왕이라고 선포했다. 푸후훗. 박 회장의 무릎은 내 것인 것이다냥!

그러자

꾸엥···꾸엥?

[그럼 꾸엥이는···아빠 꾸엥이는 무슨 왕이다요?]

형들처럼 왕이 되고 싶은 꾸엥이가 잠깐 고민하다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꾸엥이? 꾸엥이는 식탐왕이지."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형아들 꾸엥이는 식탐왕이다요!]

세준에게 왕명을 받은 꾸엥이가 형들에게 다가가 자신도 왕이라며 자랑했다.

(뱃뱃. 세준 님, 저는?)

세준의 뒤에 매달려 있던 황금박쥐도 조심스럽게 물었다.

"황금박쥐는···가수왕."

세준이 생각나는 대로 말해줬다.

(뱃뱃! 감사합니다! 형님들! 저는 가수왕이에요!)

황금박쥐도 형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자신의 왕명을 자랑했다.

"나도 왕할까?"

그런 동물들을 보며 왕 놀이에 같이 끼고 싶은 세준.

"나는 왕중왕 해야지."

세준이 자신의 왕명을 생각했다. 왕 중의 왕. 왕들을 부리는 왕. 크으. 멋있는데?

"얘들아, 나는 왕···."

세준이 자신의 왕명을 말하려 할 때

"박 회장, 힘내라냥! 내가 나중에 왕 시켜 주겠다냥! 나만 믿어라냥!"

꾸엥!꾸엥!

[꾸엥이도 돕겠다요! 꾸엥이가 아빠를 왕으로 만들어주겠다요!]

(뱃뱃. 저도 도울게요. 힘내세요.)

세준을 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하는 동물들. 일단 왕이 되는 게 먼저인 세준이었다.

***

탑 99층.

-우하하하! 위대한 붉은용 램터 자히르 님이 오셨다! 검은탑의 탑농부는 어서 나와 인사를 하거라!

붉은용 램터가 조종하는 붉은 전신 갑옷이 웃으며 외치자

-뭐야 시끄럽게···왔냐?

카이저가 소리를 듣고 나왔다.

-근데 조각상 안 만들었네?

-그게 사정이 있었다. 근데 탑농부는 어디 있지? 나 위대한 붉은용 램터 자히르 님이 부르는데 감히 건방지게···

-좀 빨리 오지. 지금 세준이 여기 없어.

램터가 세준을 찾자 카이저가 세준이 없다고 말해줬다.

-뭐?! 어디 갔어?!

바로 삼양주를 구매하려 했던 램터가 다급히 물었다.

-탑 55층. 며칠 있으면 올 테니까 기다려. 아. 그리고 거래 수단이 바뀌었어.

-뭐로?

-그건···맨입으로 말해주기는 그렇고. 탑코인 주면 말해줄게.

삼양주와 포도주를 사느라 탑코인이 다 떨어진 카이저가 램터의 돈을 노렸다.

-탑코인? 이 쓸모도 없는 건 왜? 자. 가져라.

쉽게 낚이는 램터. 탑코인은 별로 쓸 일이 없기에 램터가 자신의 창고에 있던 탑코인을 꺼내 카이저에게 다 줘버렸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홀라당 5억 탑코인을 털린 램터.

-크흐흐흐. 탑코인이야.

그런 램터에게 카이저가 웃으며 말해줬다.

-뭐?

-거래 수단이 탑코인이라고.

-이···!

뒤늦게 카이저에게 속았다는 것을 안 램터. 덕분에 램터는 탑코인을 구하기 위해 직접 붉은용의 터전 밖으로 나가 탑코인을 벌어와야 했다.

지상에서 램터가 카이저에게 탑코인을 뜯기고 있을 때

[여기까지 뿌리 뻗게 해줄게.]

[불꽃이 님, 감사합니다!]

[이것도 먹어.]

[네. 감사합니다.]

지하에서는 불꽃이가 자신의 뿌리를 움직여 포도리가 뿌리를 뻗을 공간도 만들어주고 영양제도 먹이며 아낌없이 베풀고 있었다.

[포도리, 빨리 세계수가 되는 거야!]

[네! 열심히 자라겠습니다!]

불꽃이에게 하드 트레이닝을 받으며 세계수로 키움받고 있는 포도리였다.

241화. 방금 우리 아빠한테 화냈다요?!

241화. 방금 우리 아빠한테 화냈다요?!

미국 하와이.

꿀렁.꿀렁.

하와이에 더 이상 먹을 게 없자 거대 거머리는 다른 먹이를 찾기 위해 다시 바다로 들어가려 했다. 그 방향은 미국 본토였다.

그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C-17 수송기 5대가 하와이 상공에 나타났다.

그리고

"먹이를 투하하겠습니다."

수송기에서 피가 담긴 엄청난 수의 혈액탱크들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낙하하는 도중 혈액탱크 몇 개는 깨져 피가 샜지만,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었다.

꿀렁.꿀렁.

거대 거머리가 피 냄새를 맡고는 이동 방향을 틀었으니까. 거대 거머리는 바닥에 떨어진 혈액탱크들을 삼켰다.

그리고

우지끈.

힘으로 강하게 조여 탱크를 터트리고 그 안에 있는 혈액을 흡수했다.

"작전 성공. 거머리가 이동하는 방향이 바뀌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지로 복귀합니다."

작전을 수행한 수송기들이 방향을 바꿔 복귀했다.

처음 거대 거머리가 나타났을 때 미군은 바닷가에서 거대 거머리를 제압하지 못하자 바로 수천 발의 미사일로 폭격을 가했다.

수천억 원이 불탔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미사일에 맞은 거대 거머리는 작은 거머리로 분열했다가 다시 본체로 합쳐질 뿐이었다.

거기다 먹이가 없자 거머리는 새로운 먹이를 찾아 미국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책이 없자 미군은 결국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핵미사일을 하와이에 발사하기로 하고 주변 해군을 철수시켰다.

그때 다른 곳에서 미라처럼 피가 빨린 시체들이 떠오르는 것이 발견됐다. 하와이를 지나 미국 본토로 향하는 경로. 거대 거머리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미국은 급히 작전을 변경했다.

'일단 적을 하와이에 유인해 묶어두자.'

그래서 하와이에 피를 투하하며 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머리들을 하와이로 유인했다. 이게 비용적으로도 더 저렴했다. 미사일 가격보다 혈액 가격이 더 저렴하니까.

그렇게 하와이에 거대 거머리들이 길러(?)지고 있었다.

***

레드리본 왕국의 왕성 화이트 캐슬에 가까이 가자 화이트 캐슬을 감싼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뺙!

[여기가 레드리본 왕국의 수도 래빗시티에요!]

흑토끼가 세준의 어깨에서 자랑스럽게 래빗시티를 소개했다.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했다. 여러 색의 건물들이 어우러진 도시는 아름다웠다.

뺙!

[래빗시티에는 10억 마리의 토끼들이 살고 있어요!]

"10억 마리나?!"

겉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많은 토끼가 살 공간이 없어 보였지만, 땅굴을 파는 토끼의 습성을 생각하니 금세 이해가 됐다.

겉으로 보이는 크기보다 보이지 않는 지하가 더 거대한 도시인 것이다.

뺙!뺙···.

[네! 그래서···.]

세준이 놀라자 신난 흑토끼가 더욱 열심히 설명했다.

그렇게 흑토끼의 설명을 들으며 도시 입구에 도착하자

빡!

도시의 입구를 지키는 흑토끼족 병사 4마리가 그들의 왕을 향해 경례했다.

뺙!

흑토끼가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고는 도시 안으로 들어갔고 세준도 그 뒤를 따랐다. 테오, 꾸엥이, 황금박쥐 모두 세준에게 매달려 있었기에 세준만 걸으면 됐다.

"와!"

도시 안으로 들어가자 세준이 다시 한번 감탄했다. 셀 수 없는 많은 토끼들이 뭘 팔거나, 먹거나, 만들거나 등등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도시를 밖에서 볼 때 느낀 감정이 아름다움이라면 안에서는 생동하는 활력이 느껴졌다.

뺙!

[삼촌, 도시는 나중에 구경하고 일단 성부터 구경시켜 줄게요!]

"어?! 응."

흑토끼의 재촉에 도시를 구경하던 세준이 정신을 차렸다. 세준을 성으로 빨리 데려가고 싶어 하는 흑토끼.

서둘러 성으로 가던 도중

"흑토끼, 잠깐만."

세준이 화이트 캐슬 앞의 거대한 광장 한가운데 보이는 붉은색 크리스탈을 발견하고는 흑토끼를 불러 세웠다. 웨이포인트였다.

뺙?

[왜요?]

"웨이포인트 먼저 등록하자."

사람 일은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세준은 미리 웨이포인트를 등록하기로 했다.

세준이 붉은색 크리스탈에 다가가 손을 올리자

[탑 55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웨이포인트가 등록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가자."

뺙!뺙!

[네! 여기에요!]

흑토끼가 세준을 화이트 캐슬의 입구로 안내했다.

빡!!

아까보다 더욱 절도있게 흑토끼 병사들이 흑토끼를 보며 경례했다. 경계만으로 훈련이 얼마나 잘됐는지 알 수 있었다.

뺙!

흑토끼가 병사들의 경례를 받아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뺙!

[호위단 소집!]

들어가자마자 세준을 지킬 호위단을 불렀다.

우다다다.

빡!

[왕이시여! 부르셨습니까?!]

흑토끼의 부름에 10마리의 흑토끼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뺙!

[얘네들이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촌을 지켜줄 거예요.]

흑토끼가 말하자

"그럴 필요 없다냥! 푸후훗. 박 회장은 나 테 부회장이 지킨다냥!"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가 아빠 지킨다요!]

세준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테오와 꾸엥이가 말했다.

하지만

뺙!

[그래도 삼촌은 약하니까 호위는 많을수록 좋지!]

"그건 그렇다냥! 알겠다냥!"

꾸엥!

[인정한다요!]

흑토끼의 설득에 바로 납득하는 테오와 꾸엥이. 얘들아, 나 많이 강해졌거든? 세준은 언제 기회가 되면 자신의 강함을 한번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빡! 빡!

[세준 님, 저는 호위단의 단장 코코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다!]

"응. 코코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세준의 호위를 맡은 호위단이 세준에게 인사를 하고

뺙!

[전 호위단 호위 대형으로!]

스륵.

모습을 감췄다. 은신 능력을 쓴 것이다.

"응?! 갑자기 어디 갔지?

흑토끼들이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자 당황한 세준.

"푸후훗. 박 회장은 안 보이냥? 여기랑 저기랑 요기에 있다냥!

꾸엥!

[아빠 뒤랑 저기 기둥 뒤에도 보인다요!]

높은 수준의 은신도 간파할 수 있는 테오와 꾸엥이가 은신한 호위단의 위치를 세준에게 알려줬다.

뺙!뺙!

[일단 가요! 가족들이랑 같이 성 구경시켜 줄게요!]

흑토끼가 테오가 탑 99층에서 데려온 아빠토끼와 엄마토끼가 있는 곳으로 세준을 데려가 본격적으로 성 투어를 시켜줬다.

3시간 후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 속에서 소리가 날 때쯤 흑토끼가 세준과 일행들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나오는 음식들.

"박 회장! 생선구이다냥!"

테오가 생선구이를 발견하자마자 앞발로 생선구이를 가리켰다. 자신은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질 수 없으니 세준에게 생선구이 앞으로 가자는 사인이었다.

"그래."

세준이 생선구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갈 때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다다다.

무릎에 집착하지 않는 꾸엥이는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향해 달려가 껍질도 안 까고 먹기 시작했다.

아삭.아삭.

황금색을 띠는 껍질에 달콤한 과즙과 아삭한 식감을 가진 과일. 배였다.

쭙.쭙.

(뱃뱃. 맛있어요!)

꾸엥이 옆에는 어느새 날아간 황금박쥐가 이빨을 박고 배의 과즙을 빨아 먹고 있었다.

"맛있는 거 많네."

음식들을 둘러보던 세준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오! 계란후라이다!"

세준이 가장 먼저 먹은 요리는 계란후라이였다. 노른자는 익히지 않은 반숙 계란후라이.

정확히는 닭의 알이 아니기에 계란후라이는 아니었지만, 맛은 계란후라이와 같았다.

오물.오물.

그렇게 여러 가지 음식을 맛봤을 때

쪼르륵.

잔 하나가 놓이며 시종들이 세준의 잔에 검고 뜨거운 액체를 따라줬다.

"설마 이거 커피야?"

잔에서 나는 향을 맡은 세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라멜향과 꽃향기 등의 여러 향기가 나는 커피.

믹스커피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하고 다양한 향이 세준의 코를 간질였다.

뺙!

[운 좋게 구했어요! 가실 때 챙겨 드릴게요!]

"응. 고마워."

흑토끼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세준.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셨다.

후루룩.

달콤한 초콜릿맛이 혀를 스쳐갔고, 이어서 쓴맛이 무겁게 자리해 맛의 밸런스를 잡아줬다.

꿀꺽.

마지막으로 산뜻한 레몬 맛이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줬다. 커피 한 모금에 맛의 기승전결이 전부 담겨있었다.

"우와."

믹스커피보디 훨씬 강한 카페인 때문인지 아니면 커피 맛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커피 한 모금에 포만감으로 나른해진 세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이게 커피지."

오랜만에 커피다운 커피를 마신 세준이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후루룩.

즐거운 커피 타임을 가졌다.

그때

빡!

[실례합니다!]

병사 하나가 들어와 흑토끼에게 다가가 조용히 보고를 시작했다.

뺙?!

[또?!]

빡!빡···.

[죄송합니다! 경계를 강화했는데도···.]

뺙!뺙!

[알았어! 현장 보존해둬 바로 갈 테니까!]

얘기를 들어보니 살인사건 같았다.

빡!

[네!]

병사가 서둘러 식당에서 나가고

뺙.뺙.

[삼촌 죄송해요.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아요.]

"응.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할일 해."

뺙!

[그럼 이따 저녁에 봬요!]

흑토끼가 서둘러 식당을 나갔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근데 식재료 창고는 어디야?"

세준이 시종에게 식재료 창고의 위치를 물었다. 쌀국수면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빡!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호위단의 단장 코코가 은신을 풀어 세준을 식재료 창고로 안내했다. 코코가 시종들이 음식을 가지고 나오는 문으로 세준을 안내했다.

문을 통과하자 거대한 취사장이 나왔고 안에는 토끼들뿐만 아니라 레드리본 왕국에 고용된 다양한 종족의 요리사들이 함께 요리를 하고 있었다.

빡!

[이쪽입니다!]

코코가 취사장을 가로질러 끝에 있는 문을 열자 넓은 공간에 지어진 거대한 식재로 창고가 보였다.

그렇게 식재료 창고에 도착하자

빡!빡!

[이분은 왕의 삼촌인 세준 님이시다! 세준 님이 필요한 걸 모두 드려라!]

코코가 식재료 창고를 관리하는 관리원들에게 세준을 소개하고

슥.

다시 모습을 숨기며 세준을 호위했다.

삐싯?

[세준 님, 뭐가 필요하신가요?]

세준이 뭔가 필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 창고 관리인이 물었다.

하지만

"이걸 창고에 보관했다가 흑토끼 결혼식에 쓰고 싶어. 꾸엥아, 쌀국수면 좀 꺼내줘."

반대였다.

꾸엥!

[알겠다요!]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자 꾸엥이가 쌀국수면을 꺼내기 시작했다.

삐싯?!

예상외의 상황에 식재료 창고 관리인이 당황할 때

"처음 보는 분인데 누구시죵?"

세준의 아래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세준이 고개를 숙이자

"푸후훗.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노랑고양이 테오 박이다냥!"

황금색 털뭉치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테오가 보였다.

하지만

"푸흡! 사기도 알고 쳐야죵."

테오를 비웃는 황금색 털뭉치. 자세히 보니 양이었다. 털이 너무 많아 가려져 있던 것.

"냥?! 사기라니 무슨 말이냥?! 이 몸은 사기를 치지 않았다냥!"

"요즘 핫한 테오 박 님을 사칭했잖아요. 그리고 그분은 노랑고양이가 아니고, 황금고양이에용."

대상인 유렌이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한 테오를 널리 알리면서 황금고양이라고 불리는 테오였지만

"냥?! 내가 황금고양이다냥?"

그렇게 불리는 걸 본인만 몰랐다.

"아닝. 그쪽이 아니고용. 계속 그러게 사칭하다 우마왕님이나 진짜 테오 박 님을 만나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용."

황금양은 나중에 큰일 날 수도 있다며 테오에게 본인 사칭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본인에게 본인 사칭을 하지 말라니···

"푸흡!"

그 모습이 웃겨 세준이 웃자

"뭐죵?! 지금 제 배려를 비웃은 것인가용?!"

자신의 배려가 무시당한 것에 황금양이 분노했다

파지직.

황금털뭉치의 털에서 푸르스름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만만한 게 나냐?! 괜히 억울해진 세준. 나도 스파크 튀길 수 있거든!

세준이 나서려 할 때

빡!빡!

[그만두십시오! 대상인 미미르 님!]

호위단이 세준을 지키기 위해 대상인 미미르를 포위했다. 강한 스파크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때

저벅.저벅.

덥썩.

꾸엥이가 천천히 다가와 스파크가 강하게 튀는 미미르의 가슴털을 아무렇지 않게 움켜쥐며 멱살을 잡았다.

꾸엥?!

[방금 우리 아빠한테 화냈다요?!]

242화. 혹시 미미르랑 안 친하냥?

242화. 혹시 미미르랑 안 친하냥?

푸시시식.

"···아니용! 절대 화낸 게 아닙니댱!"

도리도리.

꾸엥이에게 멱살을 잡힌 미미르가 뇌전을 풀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사망률 100%. 덤비면 죽는다! 본능이 절대 저 곰에게 까불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미르의 대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꾸엥!꾸엥!

[너는 세 가지 잘못을 했다요!]

"녱?! 세 가지나용?!"

꾸엥이의 말에 미미르가 당황했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첫째 꾸엥이 아빠한테 화를 냈다요!]

꾸엥!꾸엥!

[둘째 큰형아를 무시했다요! 셋째 방금 꾸엥이한테 거짓말을 했다요!]

덥석.

꾸엥이가 미미르에게 세 가지 잘못을 알려주며 오른 앞발로 간식주머니에서 힘겹게 나뭇가지를 꺼냈다.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나뭇가지였다.

"제가 다 잘못했어용! 흐양양. 살려주세용···."

꾸엥이가 나뭇가지를 꺼내자 미미르가 울기 시작했다. 첫 번째 말고는 억울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맨손으로 맞아도 100% 죽는데 나뭇가지로 때리겠다니···

그때

"꾸엥아, 멈춰."

세준이 꾸엥이를 불렀다. 오해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죽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꾸엥!꾸엥!

[얘가 아빠를 위협했다요! 꾸엥이가 맴매 세 대 때릴 거다요!]

꾸엥이는 세준을 위협했던 미미르에게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꾸엥아 너한테는 맴매지만 상대에게는 맴매가 아니란다.

"흐양! 세···세 대나···."

한 대만 맞아도 사망인데 세 대나 때리겠다니···시체도 남기지 않겠다는 말이댱···

척.

꾸엥이의 말을 들은 미미르의 고개가 갑자기 숙여졌다. 꾸엥이의 말을 듣고 공포감에 기절한 것이다.

"꾸엥이. 일단 이거 먹자."

냠.

어떻게 하면 꾸엥이의 흥분이 풀릴지 잘 알고 있는 세준. 세준이 미미르의 멱살을 잡고 있는 꾸엥이의 입에 능숙하게 꿀젤리를 넣어줬다.

꾸헤헤헤.

바로 나타나는 효과.

스르륵.

미미르의 멱살을 잡았던 꾸엥이의 앞발이 풀리며 기절한 미미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푹신한 털 덕분에 충격은 전혀 없었다.

꾸엥!

[아빠 꾸엥이 꿀젤리 더 먹고 싶다요!]

금세 미미르에게 화난 걸 잊어버린 꾸엥이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래. 저기 가서 더 먹자."

세준이 꾸엥이를 데리고 미미르와 거리를 벌리며 오른 다리를 툭툭 털어 테오에게 사인을 줬다. 가서 쟤 좀 챙겨. 호위단은 세준이 안전해지자 어느새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알겠다냥!"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서 떨어져 미미르에게 다가갔다.

"푸후훗. 마음에 든다냥!"

테오가 미미르를 보며 웃었다.

"황금왕의 부하 황금양인 것이다냥!"

꾹.

테오가 미미르의 털 속에 숨어있던 앞발을 꺼내 계약서에 발도장을 찍었다. 기절한 대상인 황금양 미미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테오의 부하가 됐다.

그리고

"일단 털을 깎아서 박 회장한테 줘야겠다냥!"

빳칭.

테오는 용발톱을 뽑으며 자신의 부하가 된 미미르의 털을 깎을 준비를 했다. 전기 내성이 좋은 미미르의 황금양털.

테오는 미미르의 털로 연약한 세준의 옷을 만들 생각이었다. 박 회장은 우리처럼 털이 없어서 너무 불쌍하다냥!

서걱.서걱.

테오가 미미르의 털을 깎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은탑 3대 미녀 중 하나인 미미르의 얼굴이 드러났다. 애매하게···테오의 미용 실력은 형편없었다.

***

키기기긱.

"멸망의 가루다!"

"방어조 공격!"

쿠오오오!

스텔라의 지시에 따라 방어를 맡은 용들이 10번째 탑을 향해 다가오는 붉은 안개에 브레스를 발사했다.

용들이 처음 10번째 탑에 도착했을 때 10번째 탑은 멸망의 가루에 거의 뒤덮여 있는 상태. 용들은 멸망의 가루를 제거하고 탑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씩 다가오는 멸망의 가루를 소멸시키고 있었다.

땡그랑.

"수거."

"수거."

물론 멸망의 가루가 소멸되며 나오는 탑코인은 검은용과 하얀용들이 조용히 수거했다.

그렇게 다시 10번째 탑을 살피는 용들.

하지만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없어."

그들이 알아낸 건 10번째 탑에 입구가 없다는 것과 매우 단단해 그들의 브레스로도 부술 수 없다는 것.

즉, 그들이 이곳에서 뭔가를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안 되겠어. 일단 절반은 여기서 10번째 탑을 지키고 나머지는 돌아가서 수장들께 보고하자. 각 종족의 대표들은 남을 용들을 정해."

결국 스텔라는 돌아가기로 하고 각 종족의 용들에게 남을 용 5마리를 정하게 했다.

"네가 남아!"

"싫어! 내가 왜?!"

"네가 남아라."

"하지만···저는···."

각 종족의 용들은 서로 싸우거나 변명을 하며 이곳에 안 남으려 했지만

"내가 남을 거야!"

"넌 탑코인도 많이 주웠잖아!"

"난 대표로서 여기를 지키겠다."

"대표면 가서 보고를 해야지!"

검은용들과 하얀용들은 상황이 반대였다. 서로 남으려고 싸웠다.

"자. 다 정했지? 그럼 복귀하는 용들은 가서 수장님들께 보고하고 다음 지시를 받아."

조사대의 대표로서 10번째 탑에 남기로 한 스텔라가 다른 용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45마리의 용들은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가고 남은 45마리의 용들이 10번째 탑을 지켰다.

쿠오오오!

땡그랑.

"수거!"

"수거!"

10번째 탑에 남은 검은용과 하얀용들만 신이 났다.

***

꾸엥!

[맛있다요!]

미미르의 뇌전 때문에 털이 엉망이 된 상태로 열심히 꿀을 먹는 꾸엥이.

"우리 꾸엥이 털이 엉망이 됐네···."

슥.슥.

세준이 꿀을 먹는 꾸엥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털 정리를 하는 동안

"으양···."

기절했던 미미르가 깨어났다.

그리고 슬며시 뜬 눈으로 일단 주변에 꾸엥이가 있는지 살폈다.

"휴우."

주변에 꾸엥이가 없자 안도하는 미미르.

"근데 나 살아있는 거양?"

이미 죽었기 때문에 꾸엥이가 안 보이는 건지도 몰랐다.

더듬.더듬.

미미르가 얼굴을 만지며 자신이 진짜 살아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생생한 촉감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휴우. 다행이양···이게 다 하피르 때문이양!'

미미르가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부하에게 신경질을 냈다. 원래는 대상인인 미미르가 이곳에 올 일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커피 납품을 담당하는 부하가 사라졌다. 이번 거래는 레드리본 왕국의 왕이 직접 의뢰한 일이기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됐다.

그래서 커피 납품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미르가 이곳에 오게 됐고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때

"으양?!"

이상한 점들이 느껴졌다. 얼굴에 만져져야 할 털이 지나치게 짧았다. 거기다 털의 길이가 들쭉날쭉했다.

그리고

"왜 춥징?"

추위가 느껴졌다.

"이럴 리가 없는뎽."

자신의 미모 때문에 피곤한 일이 많았던 미미르는 털을 길러 얼굴과 몸을 가렸고 덕분에 요즘에는 추위를 타본 적이 없었다.

"설마?!"

이상함을 느낀 미미르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고는

"꺄양!!!"

비명을 질렀다. 중요 부위만 빼고 털이 전부 깎여 있는 것을 발견한 것.

하지만

"너무 못···못생겼댱···"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털을 삐뚤빼뚤 잘라 완전히 이상해진 자신의 모습이었다.

"냥?! 부하야, 무슨 일이냥!?"

비명 소리를 듣고 옆에서 식빵 자세로 졸고 있던 테오가 미미르에게 물었다.

"사끼꾼!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양?!"

"이 몸은 사기꾼이 아니다냥!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됐굥! 내 털 당신이 이렇게 자른 거양?!"

테오가 다시 자기 소개를 하려 하자 미미르가 말을 자르며 물었다.

"그렇다냥! 박 회장에게 주려고 털을 잘랐다냥! 부하의 털은 잘 쓰겠다냥!"

"뭐라는 거양?! 내가 왜 당신 부하양?!"

"푸후훗. 이걸 보라냥!"

테오가 미미르가 기절한 사이 발도장을 찍은 계약서를 보여줬다.

"뭐양? 내가 기절한 사이 찍은 거양?!"

"그렇다냥! 미미르는 이제 나 테 부회장의 부하인 것이다냥!"

잘 볼 수 있게 테오가 계약서를 미미르에게 가까이 가져갔을 때

딸칵.

촤아악!

미미르가 품에서 투명한 물약을 꺼내 기습적으로 계약서에 뿌렸다. 그러자 계약서의 글씨들이 지워지며 계약서가 백지로 변했다.

"냥?! 무슨 짓을 한 거냥?"

"흥! 감히 나를 부하로 두려고 하다닝! 계약 무효화 물약이양!"

미미르가 거만하게 대답했다. 계약서에 계약 무효화 물약을 뿌려 계약을 무효화한 것이다.

"냥! 다시 발도장 찍자냥!"

테오가 서둘러 다시 발도장을 받기 위해 계약서를 꺼냈지만

후다닥.

그사이 미미르는 누가 자신의 모습을 볼까 서둘러 도망쳤다.

"아쉽다냥···부하가 도망갔다냥···."

부하를 잃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으로 올라갔다.

"양은?"

"집에 갔다냥."

핥짝.핥짝.

테오가 대답을 하고는 세준을 도와 꾸엥이의 털 정리를 도왔다.

***

"베로니카 님, 검은탑 58층의 땅문서를 확보했습니다."

검은 후두를 뒤집어쓴 존재가 보라색 빛을 내는 수정구를 보며 말하자

-레토, 수고했다.

수정구에서 대답이 들렸다.

쿵!

"베로니카 님의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레토가 수정구 앞에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레토, 땅문서를 가진 인물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절대 실수하지 마라.

"네!"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지자

뚝.뚝.

레토가 일어나 옆에 시체에 액체 몇 방울을 떨어트리자

치이익.

시체가 빠르게 녹아 없어지기 시작했다.

시체가 깨끗이 사라지자

슥.

레토가 후드를 벗었다. 그런 레토의 얼굴은 방금 죽은 존재의 얼굴과 완전히 똑같았다.

레토는 카멜레온족으로 한 번 본 상대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다음 사냥감을 찾아볼까."

레토가 손바닥 크기의 원판을 들어 마력을 주입하자 주변에 여러 개의 점들이 찍히기 시작했다. 원판은 땅문서나 땅문서를 소지한 존재를 탐지할 수 있는 땅문서 탐지기였다.

레토는 자색탑의 스파이로 땅문서 탐지기를 이용해 땅문서를 가진 존재들을 찾아 죽이고 있었다.

땅문서의 소유자가 죽으면 땅문서의 소유가 초기화 되며 다시 나타나기 때문.

"좋아."

목표물의 위치를 확인한 레토가 목표물을 죽이고 땅문서를 탈취하기 위해 움직였다.

***

빠싯?

[세준 님, 국수 2만인분이 맞을까요?]

세준이 테오와 함께 꾸엥이의 털을 정리하는 사이 열심히 국수를 나른 창고 관리자가 세준에게 찾아와 보고했다.

"응. 맞아. 수고했어. 그럼 갈게."

세준이 식재료 창고에 국수를 다 넣고는 취사장으로 향했다. 잔치국수 레시피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취사장 요리사들에게 잔치국수 레시피를 알려주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오자

"뀻뀻뀻! 세준 님, 안녕하세요!"

볶은 땅콩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던 이오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이오나, 반갑다냥!"

꾸엥!

[이오나 누나, 반갑다요!]

"뀻뀻뀻. 모두 반가워요."

쏙.

이오나가 인사를 하며 테오의 꼬리를 몸에 돌돌 감았다.

"뀻뀻뀻. 저 좀 잘게···."

이오나가 눈을 감고 자려 할 때

"뀨-?"

이오나의 눈에 황금색 양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익숙한 향도. 미미르?

"뀨-뀨-테 부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왜 테 부회장님의 몸에서 미미르의 털이 있는 거죠?"

"냥?! 이오나, 미미르를 아냥?! 잘됐다냥! 나를 미미르에게 안내해 달라냥!"

테오가 미미르에게 다시 발도장을 받기 위해 이오나에게 부탁했지만

"뀨-뀨-뀨-뀨-지금 저에게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건가요?!!!"

이오나가 오해하며 극대노했다.

하지만

"냥?! 이오나 왜 그러냥?! 혹시 미미르랑 안 친하냥?"

"뀨-뀨-뀨-뀨-뀨-뭐라구욧?!"

눈치 없는 테오가 기어이 이오나의 화를 돋우며 분노의 뀨 5단계를 만들어냈다.

야! 아냐!

큰형아 아니다요!

뒤에서 세준과 꾸엥이가 열심히 고개를 저었지만, 테오는 보지 못했다.

243화. 푸드파이터 선발전에 참가하다.

243화. 푸드파이터 선발전에 참가하다.

"뀨-뀨-뀨-뀨-뀨-"

이오나가 폭발하기 직전.

"이오나, 진정하라냥!"

테오가 이오나를 부르며, 자신의 꼬리를 감고 있는 이오나의 몸을 두 앞발로 살포시 감싸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테오와 몇 cm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눈을 마주친 이오나.

"뀹?!"

테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이오나가 화내지도 웃지도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슥.슥.슥.

"이오나, 미미르랑 안 친해도 괜찮다냥!"

그런 이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테오가 말했다.

"뀨-뀨-뀨-뀨-"

테오의 쓰다듬에 분노가 조금 줄어든 이오나.

"생각해 보니 미미르는 털빨이다냥!"

자신의 부하로 데리고 다니기에는 미미르의 몰골이 엉망이었다. 물론 미미르의 몰골이 엉망이 된 건 테오의 형편없는 미용 실력 때문.

미미르가 들었으면 굉장히 억울해 했을 말이지만, 여기서 그걸 말해줄 존재는 없었고

"뀨-맞아요! 미미르, 걔가 털빨이 좀 있죠."

덕분에 이오나의 분노 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그렇게 분위기가 좋아지자

"이오나, 근데 테오볼은 어디 있어?"

세준이 나서 화제를 돌렸다. 항상 옆에 끼고 다녀야 할 테오볼이 보이지 않았다.

"테오볼이요? 뀽뀽. 그게···오다가 멸망의 사도가···."

테오볼 얘기가 나오자 침울해하는 이오나.

"잘 됐다. 새로 만든 테오볼을 줄게."

"뀻뀻뀻. 정말이요?!"

테오볼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이오나가 기뻐했다.

"응. 여기."

세준이 만들어 놨던 테오볼 2호를 꺼내 이오나에게 주자

"뀻뀻뀻. 감사합니다. 저도 이거 드릴게요."

이오나가 멸망의 사도 파편을 잡고 나온 백색 코인 50개를 세준에게 건네고는 테오볼을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쏙.

다시 테오의 꼬리에 매달리는 이오나. 테오볼이 좋긴 해도 본체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우리 도시 구경할까?"

분위기가 좋아지자 테오가 헛소리로 분위기를 다시 망치기 전에 세준이 서둘러 말했다.

꾸엥!

[꾸엥이도 도시 구경한다요!]

세준의 말에 바로 세준의 다리에 매달리는 꾸엥이.

"박 회장이 가면 나도 간다냥!"

테오도 서둘러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자. 가자."

"출발이다냥!"

꾸엥!

[놀러 간다요!]

세준과 동물들이 화이트 캐슬을 나와 래빗시티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