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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대검을 얻다.

207화. 대검을 얻다.

[탑에서 최초로 얼큰시원한 민물새우탕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6에 얼큰시원한 민물새우탕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6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6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테오가 잡아준 민물 새우를 넣고 만든 새우탕이 완성되자 나타나는 업적 메시지.

"흐흐흐. 좋아."

거기다 요리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에 세준이 흐뭇하게 웃으며 새우탕을 한 수저 떠서 맛을 봤다.

후루룩.

"크으. 시원하다."

새우탕을 맛본 세준이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새우탕의 맛은 매우면서 시원했고 새우를 씹을수록 담백한 맛이 우러났다. 이걸로 새우잡이 미끼가 완성됐다.

"얘들아 아침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꾸엥?!

[아빠 이거 먹는 거다요?!]

꾸엥이가 세준이 주는 새우탕 안에 들어있는 새우를 보며 물었다. 따개비를 따면서 본 적 있지만, 너무 작아서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한 꾸엥이.

"응. 일단 먹어봐."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을 신뢰하기에 꾸엥이는 의심 없이 새우탕을 먹기 시작했고

펭!

이미 먹어본 적 있는 펭귄들은 거리낌 없이 민물새우가 들어간 새우탕을 먹었다.

"어때? 맛있지? 너희들이 새우를 잡아 오면 점심에는 민물새우로 다른 맛있는 요리를 해줄게."

아침부터 세준이 열심히 새우탕을 만든 이유가 이거였다. 자신은 은신한 민물새우를 볼 수 없으니 동물들에게 대신 새우잡이를 시키는 것이다. 새우탕을 미끼로.

꾸엥!

[알겠다요!]

펭!

세준의 말에 의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꾸엥이와 펭귄들.

"이제 우리도 먹자."

후루룩.

촵촵촵.

오도독.

동물들에게 성공적으로 새우잡이 영업을 한 세준이 테오에게 수제 츄르를 먹이며 새우탕을 먹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어?!"

세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새우탕을 먹고 있던 코나와 다른 펭귄들의 몸이 하나둘 투명해지며 사라졌다.

"박 회장, 왜 그러냥?"

세준이 당황하자 테오가 츄르 먹는 것을 멈추고 물었다.

"테 부회장, 갑자기 코나랑 펭귄들이 사라졌어······."

"무슨 소리냥? 여기 있는 코나가 안 보이냥?"

세준의 말에 옆을 바라본 테오가 멀쩡히 새우탕을 먹고 있는 코나를 보며 말했다.

"그대로 있다고?"

세준이 조심히 코나가 있던 곳으로 손을 뻗자 허공에서 뭔가가 만져졌다.

"펭? 세준 님, 무슨 일이시죠?"

새우탕에 얼굴을 박고 열심히 먹고 있던 코나가 세준에게 물었다.

"코나 맞아?"

"네."

"갑자기 네가 안 보여서."

"제가 안 보인다고요?"

"응."

코나는 세준의 말에 의아해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

"아!"

뭔가 떠오른 세준이 서둘러 요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얼큰시원한 민물새우탕]

깨끗한 물에서만 은신하고 숨어 사는 민물 새우를 해독의 대파, 체력의 무, 청양고추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무가 들어가 국물의 시원한 맛이 배가 됐습니다.

섭취 시 10분 동안 체력이 3 상승합니다.

특수 효과 : 은신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30일

등급 : B

"역시···"

세준의 예상대로 요리에 펭귄들이 세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민물새우의 특성이 특수효과로 부여된 것.

"오! 그럼 나도 은신이 되나?"

세준이 서둘러 새우탕을 먹자

[얼큰시원한 민물새우탕을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특수 효과 : 은신의 효과로 30분 동안 모습이 투명해집니다.]

세준의 몸이 투명해졌다.

하지만

"어?! 내 몸도 안 보여!"

은신을 간파할 능력이 없는 세준.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몸을 볼 수 있는데 자신만 못 보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오늘도 힘내서 따개비와 새우를 많이 잡자!"

꾸엥!

[알겠다요!]

펭!

세준의 말에 은신 효과로 모습이 보이지 않는 동물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

"넌 안 가?"

세준이 자신의 무릎에 매달려있는 테오를 보며 묻자

"이제 따개비 따는 거 지겹다냥! 나는 박 회장과 함께하겠다냥! 그리고 이오나도 자야 한다냥!"

세준과 떨어지기 싫은 테오가 꼬리에 있는 이오나를 팔았다.

테오가 물속으로 들어가면 마법을 사용해 물속에서도 편히 잘 이오나였지만

"알았어."

세준은 테오의 주장을 받아들여 줬다. 솔직히 혼자 일하니 조금 심심했다.

"흡수!"

[재능 : 불의 친구가 미약한 불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세준이 테오를 다리에 착용하고 따개비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잠시 후

꾸엥!

[꾸엥이 새우 많이 잡았다요!]

펭!

따개비를 따며 중간중간 새우를 잡은 꾸엥이와 펭귄들이 세준에게 잡은 민물새우를 가져왔다.

"민물새우들을 여기다 넣어줘."

세준이 물을 채운 대형 냄비에 새우를 넣게 했다. 먼저 새우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뀨우우웃!"

이오나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리고

"마탑을 너무 오래 비워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세준 님, 이거요."

촤르륵.

이오나가 삼두사회 아지트를 돌며 멸망의 사도를 처치하고 얻은 청동 코인을 세준에게 건넸다.

"청동 코인? 이오나, 멸망의 사도와 싸운 거야?"

청동 코인의 수는 무려 35개. 세준은 이오나가 많은 멸망의 사도와 싸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뀻뀻뀻. 네. 에일린 님이랑······."

이오나가 에일린과 함께 삼두사회의 아지트를 박살 낸 애기를 간단하게 했다.

"그랬구나. 고마워."

"뀻뀻뀻. 아니에요. 세준 님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뻤어요! 그럼 가볼게요. 테 부회장님, 잘 있어요."

"이오나, 잘 가라냥!"

"잘 가!"

"뀻뀻뀻. 네!"

부우웅.

세준과 테오의 배웅을 받으며 이오나가 비행 마법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

한국의 강남.

"응? 이게 뭐지?"

탑으로 들어가려던 헌터 하나가 바닥을 보며 말했다. 바닥에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풀들이 보였기 때문.

평소라면 이상하게 생각했겠지만

"견고한 칼날 대파 때문인가?"

주변에 보이는 견고한 칼날 대파를 보니 아스팔트에 난 풀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다. 탑 주변의 아스팔트를 거둬내고 대파를 심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지구에 있는 탑 주변에 심어지는 견고한 칼날 대파는 초기에 지구방위대가 심었을 때와는 달리 각 국가의 정부들이 직접 관리하며 심고 있었다. 브라질리아 사태 때문이었다.

정부들은 브라질리아의 탑이 사라지며 사라진 탑을 통해 탑으로 들어간 헌터들이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탑을 오르는 헌터들은 국가 무력의 상징. 근데 그런 헌터들이 탑에서 나오지 못한다? 그건 국가 무력의 엄청난 손실을 의미했다.

그로 인해 각국 정부들이 탑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됐고 덕분에 지구방위대는 할 일이 크게 줄어 견고한 칼날 대파를 1층까지 수송해 각 정부에 인계하는 일만 하면 됐다.

"재민아 빨리 와!"

"어! 갈게!"

동료의 부름에 바닥에 난 풀을 보던 헌터가 떠나고

뿌드득.뿌득.

바닥에서 뭐가가 자라는 소리가 났다. 세준의 가족을 건드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꾸준히 움직인 불꽃이의 뿌리였다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불꽃이의 뿌리가 세준의 가족을 찾아 움직였다. 세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내린 뿌리들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뻗어나갔다. 복수를 위해서였다.

불꽃이의 복수는 느리지만, 집요하고 파괴적이었다.

***

치이익.

세준이 미리 땅으로 올라와 동물들과 약속했던 민물새우를 이용한 새로운 요리 민물새우 튀김을 만들고 있을 때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따개비를 따던 꾸엥이가 호수에서 올라왔다.

"응. 잠깐만 기디려."

세준이 뜰채로 참치기름에 튀겨진 민물새우를 건져내며 말했다. 이번에는 다른 농작물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요리 업적은 뜨지 않았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튀김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

"얘들아 점심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러 동물들의 그릇에 민물새우 튀김을 가득 담아줬다.

"이거 찍어 먹어 먹으면 더 맛있어."

세준이 작게 포장된 간장들을 전부 꺼내며 말했다. 이렇게 다 쓰면 당분간 간장을 먹을 수 없겠지만, 오랜만에 먹는 튀김을 대충 먹을 수는 없었다.

바사삭.

꾸엥!꾸엥!

[맛있다요! 신난다요!]

앞발로 민물새우 튀김을 한 움큼 잡아 입에 넣은 꾸엥이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덩이를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펭?

반대로 태어나서 처음 튀김을 먹는 펭귄들은 조심스럽게 민물새우 튀김을 입에 넣었다.

바삭.

펭!

튀김을 먹은 펭귄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생소한 식감. 하지만 너무 좋았다.

둠칫둠칫.

"푸흡."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며 민물새우 튀김을 먹는 꾸엥이와 펭귄들을 보며 웃음이 터진 세준.

"이제 나도 먹어볼까."

세준이 민물새우 튀김을 입에 넣었다.

바삭.

먹자마자 쌀가루를 입힌 튀김과 새우 껍질이 함께 바삭하며 경쾌하게 부서졌다. 이어서 지방의 고소함과 새우의 담백함이 세준의 입을 즐겁게 했다.

바삭.

바사삭.

점심을 먹는 동안 튀김 부서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자신이 먹는 튀김에 집중했다.

잠시 후

꾸로롱.

페로롱.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동물들이 낮잠 시간을 갖자

촤아아.

세준은 냄비에 민물새우를 깔고 소금을 붓는 걸 반복하며 새우를 절이기 시작했다. 새우젓을 만드는 것.

"흐흐흐. 이게 완성될 때쯤에는 씨를 뿌린 배추랑 다른 야채들도 다 자랄 테니······."

세준이 직접 담군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 다시 일하자!"

새우젓을 다 만든 세준이 낮잠을 자는 동물들을 깨워 다시 따개비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열심히 일하며 저녁이 되자

[호수 거북의 몸에 있던 따개비를 전부 제거했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경험치 10만을 획득했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완료 보상 1만 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완료 보상 100년 후 멸종위기종인 호수 거북이가 무사히 산란을 하고 번성하게 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가 완료됐다.

뿌아앙··· 뿌앙···

[중간 관리자님 저 너무 졸려요··· 일어나서 봐요······.]

"그래. 일어나서 봐."

호수 거북의 말에 세준이 다음에 보자며 인사했다. 호수 거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은 없겠지만······

풍덩.

호수 거북이 수면을 위해 호수 바닥으로 사라지자

"오늘은 그만 쉬자."

세준은 내일 탑 44층의 웨이포인트를 등록하고 탑 99층으로 올라갈 생각이었기에 동물들을 쉬게 했다.

다음 날 아침.

"애들아 이제 갈게. 다음에 보자."

세준이 펭귄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

"세준 님, 이거요!"

떠나는 세준을 위해 새벽까지 펭귄들이 합심하여 따개비의 껍데기로 만든 길이 2m의 거대한 대검을 50마리 정도의 펭귄들이 머리 위로 들어서 가져왔다.

"응? 대검?"

세준이 받은 대검을 살펴봤다.

[증폭의 대검]

불의 기운을 담은 따개비의 껍데기를 푸른 등 펭귄족 고유 기술인 얼음 제련술을 이용해 만든 대검입니다.

얼음과 불의 기운이 조화를 이뤄 대검을 사용할 때 공격력을 증폭합니다.

사용 제한 : Lv. 50 이상, 힘 100 이상, 마력 100 이상

제작자 : 푸른 등 펭귄족

등급 : S+

무려 S+등급!

"얘들아 고마워."

세준이 장비를 보며 감격했다. 드디어 자신에게도 그럴듯한 무기가 생긴 것이다.

"이걸 장비하고 대검을 차면 돼요."

코나가 센스 있게 검을 수납하기 위한 장비도 건넸다.

"응. 고마워."

착.

장비를 착용한 세준이 기분 좋게 대검을 멨다.

하지만

"어?!"

등에 메자 아래로 처지며 질질 끌리는 대검.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상상했던 멋진 비주얼이 아니었다.

"······."

풀을 벨 때 유용한 장비가 하나 늘어난 세준이었다.

208화. 운 따위 있어 봤자지.

208화. 운 따위 있어 봤자지.

꾸엥!꾸엥!

[집 도착이다요! 엄마 꾸엥이 왔다요!]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꾸엥이가 분홍 털을 찾아 달려갔다.

그리고

"대검이 얼마나 잘 드는지 볼까?"

세준은 새로 얻은 대검의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대파밭으로 갔다. 현재 대파밭은 총 3종류의 대파가 심어져 있었다. 세준이 조난 때 처음 가져왔던 일반 대파 그리고 세준이 탑에서 씨앗을 얻어 심은 해독의 대파와 견고한 칼날 대파였다.

척.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일반 대파밭 앞에 세준이 자리를 잡고 아공간 창고에서 대검을 꺼냈다. 대파의 뿌리가 나눠질 때마다 대파를 계속 나눠 심었기에 대파밭의 면적은 엄청났다.

"후웁. 얍!"

세준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기합을 지르며 대검을 옆으로 휘두르자

후우웅.

서거거걱.

대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라를 내며 대파의 이파리를 베었다. 그것도 검의 길이보다 1m 정도 떨어진 곳까지. 검풍으로만 대파를 자른 것이다.

"와아! 테 부회장, 봤어? 내가 하나, 둘······."

세준이 자신이 자른 대파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퍽.

"오! 한 번에 대파를 24개나 잘랐어!"

세준이 절반 정도 잘린 대파를 손으로 쓰러트리며 테오에게 호들갑을 떨었다.

"잘했다냥··· 박 회장, 훌륭하다냥······."

테오의 영혼 없는 칭찬. 평소라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용 발톱부터 꺼내며 세준의 기를 죽였을 테오지만, 지금은 무척 졸렸다.

"흐흐흐. 후얍!"

덕분에 기가 죽지 않은 세준이 열심히 대파밭에서 대검을 휘두르며 이파리를 베어나갔다.

2시간 후

"후우. 보람차군."

땀을 닦으며 세준이 흐뭇한 표정으로 뒤를 바라봤다. 자신이 잘라낸 횅한 대파밭을 보면 뿌듯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

어느새 원래 높이로 자라난 대파들. 세준이 신고 있는 '농사꾼의 발소리 신발' 덕분이었다. 세준의 발소리를 듣고 대파가 무럭무럭 자란 것이다.

"갇혔다."

대파밭 한가운데 갇힌 세준.

"테 부회장, 잠깐 발톱 좀 빌려줘."

"알··· 겠다냥······."

비몽사몽 상태의 테오가 용 발톱을 꺼내 마력을 넣었다.

휙.

세준이 그런 테오의 앞발을 잡고 휘두르자

스르륵.

30m 안의 대파까지 동시에 쓰러졌다.

휙.휙.

세준이 테오의 앞발을 몇 번 휘두르자 세준이 2시간 동안 대검으로 대파를 베며 이동한 거리를 금세 이동하며 대파밭을 빠져나왔다.

덕분에 엄청난 양의 파 이파리가 생겼지만, 블랙 미노타우루스와 토끼들의 식사, 밧줄과 바구니의 재료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기에 많아서 나쁠 건 없었다.

"에잇!"

푹.

세준이 증폭의 대검을 집 앞에 대충 꽂아놓고 집으로 들어갔다. 풀 베기보다는 다른 용도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

다음 날 아침.

"으갸갸갸!"

아침 일찍 일어난 세준이 테오를 다리에 착용하고 밖으로 나와 격렬하게 기지개를 켰다.

"양조장부터 가야지."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을 세준이 가지고 있었기에 세준은 쌀가루 보충을 위해 취사장에 가기 전 양조장 먼저 들르기로 했다.

그렇게 양조장으로 가기 위해 세준이 집 앞마당에 발을 디뎠을 때

"어?!"

세준은 어제 꽂아둔 대검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어디 갔지?"

집의 마당을 샅샅이 뒤졌지만, 대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쓸모는 찾지 못했지만, 무려 S+급 대검. 거기다 펭귄들이 선물해준 소중한 장비를 잃어버리다니······

"누가 가져간 거야?!"

세준이 화를 내며 일단 양조장으로 갔다. 조금 있다 토끼들과 버섯개미들이 일어나면 주변을 샅샅이 뒤질 생각이었다.

그렇게 씩씩거리며 양조장에 들어간 세준.

"어? 여기 있었네."

양조장 안에서 대검을 발견했다.

우끼!

우끼!

바나나 원숭이 두 마리가 증폭의 대검을 함께 잡고 거대한 항아리에 든 막걸리를 젓고 있었다. 막걸리를 저을 막대를 찾던 원숭이들이 대검을 발견하고 챙긴 것이다. 나름 대검의 쓸모를 찾은 것 같았다.

"얘들아 뭐해?"

세준이 원숭이들을 보며 물었다.

우끼!

[삼양주를 만들고 있어요!]

"삼양주?"

우끼!우끼!

[이렇게 하면 맛이 더 좋아져요! 삼양주는······.]

세준의 물음에 원숭이들이 대답했다.

원숭이들의 설명으로는 한 번 발효시킨 막걸리를 밑술로 사용해 고두밥을 넣는 덧술 작업을 하고 다시 발효하면 이양주, 그 이양주에 다시 덧술을 하고 발효시키면 삼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갈수록 술의 도수가 높아지고 술의 맛은 깔끔해지며 향은 그윽하게 깊어진다. 거기다 술의 빛깔도 맑아져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고급술이 된다고 했다.

"그래. 열심히 만들어줘."

나중에 카이저와 켈리온에게 비싸게 팔 생각을 하며 세준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세준의 냄새를 찾아 양조장 앞까지 몸소 행차한 꾸엥이가 사나운 울음소리로 세준을 불렀다. 많이 배고픈 모양이었다.

"잠깐만.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서둘러 밖으로 나와 거대 고구마를 꾸엥이에게 주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타다다다.

세준이 단검으로 빠르게 재료들을 썰어 냄비에 넣고 불에 마력을 넣어 화력을 높였다.

"다음에는 펭귄들에게 식칼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할까?"

세준이 케인즈의 수련용 단검을 보며 말했다. 잘 잘리기는 하지만, 요리용으로 만든 건 아니기에 재료를 자를 때 조금 불편했다.

보글보글.

냄비에 넣은 내용물들이 끓기 시작하며 빠르게 민물새우탕이 완성됐다. 새우탕을 못 먹어본 토끼들을 위한 세준의 배려였다.

새우탕이 완성되자

후루룩.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빠르게 새우탕 한 그릇을 먹고 토끼들을 불렀다.

하지만

삐익!

삐야!

은신을 하고 토끼들을 놀래켜주려는 세준을 똑바로 보며 인사하는 토끼들. 역시 토끼들도 은신을 파악할 능력이 있었다. 쳇. 나만 없어 간파 능력.

"자 줄 서자."

세준이 상심하며 꾸엥이와 토끼들의 그릇에 새우탕을 담아 나눠줬다. 자기 손이 보이지 않아 그릇에 새우탕을 담다 자신의 손에 새우탕을 붓는 경우도 있었지만, 괜찮았다.

'훗. 나는 불의 친구니까.'

이제 이 정도 뜨거움은 세준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동물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 세준은 밖으로 나왔다. 취사장에는 은신한 동물들 때문에 보이지가 않아 움직이기가 불편했기 때문.

"우리 불꽃이 잘 있었어?"

취사장을 나온 세준이 동굴 밑으로 내려가 불꽃이와 인사를 나눴다.

[네! 어?! 주인님의 몸에서 불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응. 이번에 내 재능이 진화했거든. 흐흐흐. 이것 봐라!"

딱.

세준이 자신의 손가락을 튕기며 불꽃이에게 거대한 불꽃을 자랑했다.

하지만

후루룩.

세준이 미쳐 반응하기로 전에 세준의 불꽃이 불꽃이의 이파리로 빨려 들어갔다.

[재능 : 불의 지배자가 불의 기운을 뺏어갑니다.]

[불의 기운을 더 뺏기면 재능 : 불의 친구를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어?"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당황할 때

[앗! 주인님, 죄송해요!]

실수로 세준의 불꽃을 흡수해버린 불꽃이가 당황하며 사과했다.

"아··· 아냐 괜찮아······."

불꽃이 너만은 믿었는데···이제 간신히 불이랑 친구가 된 자신과 달리 불꽃이는 불을 지배하고 있었다. 불꽃이가 갑자기 굉장히 낯설었다.

세준은 탑 99층에서 남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 갈게······."

[벌써 가시게요?]

"응······."

세준이 속 좁은 티를 팍팍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도 찌질한 걸 알았지만, 그래도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동굴에서 나온 세준. 혼자 있고 싶은 기분에 저장고로 들어갔다. 물론 테오가 무릎에 달라붙어 있어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지만.

세준은 저장고 안의 자신이 없는 사이에 수확된 농작물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오! 땅콩 수확했네? 어?! 양파도 수확했구나!"

농작물들을 보며 세준의 얼굴이 점점 활짝 펴졌다. 농사꾼으로서의 습성은 어쩔 수 없었다.

"흐흐흐. 든든하구만."

저장고 안의 농작물들을 아공간 창고에 담으며 우울한 기분을 완전히 회복한 세준.

그때

"어?! 딸기도 수확했네?!"

저장고의 끝에 쌓여있는 빨간 딸기들이 보였다.

"쓰읍."

딸기를 보자 절로 침이 고였다. 아무도 없는데 몇 개만 먹을까? 지금 이곳에 있는 건 자신과 테오뿐. 그리고 테오는 자고 있었다.

"좋아."

세준이 조심스럽게 딸기를 집으려 할 때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응?"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뚝.뚝.

물은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귀······ 귀신?!"

세준이 귀신을 발견했다고 생각할 때

"어?! 꾸엥이?"

은신이 풀린 꾸엥이와 토끼들이 나타났다. 아까 자신들을 놀리려던 세준을 골탕 먹이려는 토끼들과 그런 그들을 그냥 따라온 꾸엥이였다.

세준을 따라 저장고로 들어온 토끼들은 세준의 표정이 좋지 않자 세준을 걱정하며 조용히 따라다녔다.

하지만 세준의 표정이 밝아지자 다시 놀래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세준이 딸기를 잡자 꾸엥이가 침을 흘리는 바람에 들킨 것이다.

꾸엥?!

[아빠 방금 딸기 혼자 먹으려고 했다요?!]

모습이 드러나자 꾸엥이가 바로 세준을 추궁했다.

"아······ 아니! 당연히 같이 먹으려고 했지."

세준이 꾸엥이의 추궁에 서둘러 딸기를 집으려던 손을 빼며 말했다.

"자. 빨리 가서 후식으로 딸기 먹자."

세준이 딸기를 챙겨 나와 수돗가에서 씻고 동물들과 딸기를 먹었다.

츄릅.

"와! 진짜 맛있다."

딸기 한 입을 베어 문 세준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사이 탑농부 등급이 올라서인지 딸기의 향과 맛이 모두 더 좋아졌다.

꾸엥!

[더 맛있어졌다요!]

삐익!

동물들도 세준의 생각과 같은지 계속 탄성을 뱉어내며 딸기를 먹었다.

그리고

[행운의 딸기를 섭취했습니다.]

[1시간 동안 행운이 상승합니다.]

딸기를 먹을 때마다 나타나는 메시지.

하지만

"운 따위 있어 봤자지. 어차피 내가 제일 약한데······."

아까 불꽃이에게 입은 데미지가 아직 남아있는 세준은 별 기대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때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박세준 님의 등급은 비범입니다.]

씨앗 상점이 열린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 오늘 335일 차지."

탑 44층에 갔다 오느라 오늘 씨앗 상점이 열린다는 걸 깜빡해버렸다.

그렇게 세준이 메시지를 읽어나갈 때

[박세준 님은 씨앗 상점에 100만 번째로 방문한 손님입니다.]

"100만 번째 손님이라니?!"

평소와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100만 번째 손님인 박세준 님을 위해 오늘은 특별히 귀중한 씨앗 3개를 50% 할인가로 판매합니다.]

[이번 구매는 씨앗 상점 마일리지가 쌓이지 않습니다.]

[씨앗은 1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볍씨 1만 개 - 세계의 기운 35피스]

[밀 씨앗 1만 개 - 세계의 기운 25피스]

[보리 씨앗 1만 개 - 세계의 기운 15피스]

세준이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쌀이 드디어 나타났다.

"근데 세계의 기운?"

항상 탑코인으로 구매하던 세준은 세계의 기운으로 씨앗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행이다."

이오나가 준 청동 코인 덕분에 세준이 가진 세계의 기운은 43개.

"흐흐흐. 쌀 씨앗 살게."

세준은 고민 없이 쌀을 선택했다. 벌써부터 흰쌀밥을 먹을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파스스스.

세준의 선택과 함께 세준이 들고 있던 청동 코인이 가루로 변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세계의 기운 35피스를 사용해 씨앗 상점에서 볍씨 1만 개를 구매합니다.]

잘그락.

세준의 손 위로 쌀 알갱이 1만 개가 든 가죽 주머니가 떨어졌다. 주머니는 꽤 묵직했다.

209화. 내가 럭키가이다!

209화. 내가 럭키가이다!

검은용의 터전.

펄럭.펄럭.

거대한 검은용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아버님, 불의 정수를 전해주고 왔습니다."

검은용이 폴리모프를 하며 카이저에게 말했다. 카이저의 심부름으로 붉은용의 터전에 다녀온 안톤이었다.

"어떻더냐?"

"아버님 말씀대로 붉은용들은 불의 정수를 만들지 않고 있었습니다."

"역시······."

안톤의 말에 카이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수는 보통 4대 속성을 관장하는 붉은용, 푸른용, 하얀용, 갈색용이 세상에 퍼져 있는 자신들의 속성을 끌어모아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다른 곳에 정수가 생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

"그들의 말로는 불의 정수를 만들지 않은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제가 일단 붉은용의 수장이신 램터 님에게 말씀을 드렸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한다······."

카이저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붉은용들이 정수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4대 속성의 용들이 제대로 일해도 속성에 불균형이 일어나며 더 큰 문제가 일어나게 될 거다.

지금 당장은 임시방편이지만, 붉은용들에게 주기적으로 찾아가 정수를 만들라고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

[마력이 담긴 땅에 볍씨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볍씨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볍씨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흐흐흐. 얘들아 빨리 자라라."

세준은 볍씨를 받자마자 가죽 주머니에 있던 볍씨를 하나하나 소중히 밭에 심었다. 도중 마력 씨뿌리기의 레벨이 상승하며 세준을 보람차게 했다.

그렇게 벼를 다 심자

"논 만들어야지."

세준은 밭에 심은 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옮겨 심을 논을 만들기로 했다.

"토룡아!"

세준이 아무것도 기르지 않는 땅으로 가서 블랙 어스드래곤 토룡이를 불렀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응. 토룡아 여기다 논을 만들어줘."

-네! 알겠습니다!

탑농부의 조력자인 토룡이는 농사에 대한 지식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세준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쿠구궁.

토룡이가 땅속으로 들어가 움직이자 금세 땅이 가라앉으며 물을 가둘 수 있는 1만 평의 논이 만들어졌다.

-다 됐습니다.

"수고했어. 분홍 털, 여기다 물 좀 채워줘."

토룡이가 논을 만들자 세준은 분홍 털에게 논에 물을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은 혹시 남아있을 삼두사회를 색출하기 위해 층 하나하나를 조사하며 이제 막 92층에 도착한 상태였다.

쿠어어엉!

세준의 부탁에 분홍 털이 대형 냄비로 수로에서 물을 받아 논을 채우기 시작했다.

꾸엥!

[꾸엥이도 돕는다요!]

꾸엥이도 거대화를 해서 대형 냄비에 물을 채워 분홍 털을 도왔다.

"우리 꾸엥이 많이 컸네."

이제 분홍 털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진 꾸엥이를 보며 세준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많이 먹인 보람이 있었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나자

꾸엥!

[아빠 끝났다요!]

꾸엥이가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따개비를 굽고 있는 세준에게 다가왔다. 난 일을 했으니 간식을 먹을 자격이 있다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꾸엥이 고생했으니까 간식 먹자. 분홍 털도 고생했어. 이거 먹어."

세준은 일을 도와준 꾸엥이와 분홍 털에게 따개비 구이를 간식으로 대접했다. 물론 일하고 있던 토끼들과 원숭이, 버섯개미들도 불러 함께 먹었다.

그리고

슬쩍.

툭.

동물들이 따개비를 먹다가 나온 붉은색 구슬을 따개비를 굽고 있는 세준의 주변에 하나둘 놓기 시작했다.

꾸엥!

[이건 아빠 꺼다요!]

물론 꾸엥이도. 따개비의 내단이었다.

"고마워."

전과 다르게 감사를 표하는 세준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왜냐하면 이제 자신은 내단을 먹지 않고도 재능 : 불의 친구를 이용해 불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 이제 쓴맛과는 안녕이었다.

척.

세준이 여유롭게 따개비의 내단 하나에 손을 올려 기운을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재능 : 불의 친구의 능력으로는 강하게 압축된 불의 기운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어?!"

세준의 재능으로는 내단의 기운을 흡수할 수 없다는 메시지. 쓴맛과 이별할 수 없는 세준의 운명. 세준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쓴맛을 맛봐야 했다.

[뜨거움의 따개비 내단을 섭취했습니다.]

[힘 잠재력이 10 상승합니다.]

[화염 속성 재능이 미세하게 강화됩니다.]

"크읍······."

내단 5개를 먹은 세준이 서둘러 입 안에 남은 쓴맛을 지우기 위해 꿀젤리를 꺼내 먹었다.

그리고

[독꿀벌의 꿀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몸에 남아있는 기운이 꿀젤리의 효과를 강화합니다.]

[마력 관련 재능이 크게 강화됩니다.]

[재능 : 강화된 마력 회로가 넘치는 마력 회로로 진화합니다.]

따개비의 내단을 소화시키고 남은 기운이 무슨 일인지 꿀젤리의 효과를 강화하면서 재능이 진화했다.

"오늘 일이 잘 풀리네."

씨앗 상점의 100만 번째 손님이 돼서 볍씨를 얻고, 수확하기 레벨 상승, 거기다 재능 진화까지 뭔가 되는 날이었다. 행운의 딸기 덕인 것 같았다.

"근데 이렇게 운이 좋아도 되나?"

너무 일이 잘 풀리자 세준은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며 진화한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넘치는 마력 회로]

-넘치는 마력이 순환할 수 있는 강력한 회로를 구축해 마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능입니다.

-마력 스탯 +30

-마력 회복 속도 +250%

-마력 사용량 -5%

그렇게 세준이 재능을 확인하고 있을 때

쿠어어엉!

배불리 먹은 분홍 털이 주변을 순찰하기 위해 일어났고

삐익!

우끼!

께엑!

따개비를 배불리 먹은 다른 동물들도 각자의 일을 하러 갔다.

그리고

꾸엥······

[졸리다요······.]

꾸엥이는 배부르게 먹자 잠이 오는지 세준의 다리에 코알라처럼 달라붙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철컹.

덕분에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를 양다리에 착용한 상태로 동물들이 먹고 버린 따개비 껍데기를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나중에 펭귄들에게 따개비 껍데기를 주고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 됐다. 이제 당근밭으로 가야지."

따개비 껍데기를 전부 아공간 창고에 넣은 세준이 당근밭으로 향했다. 좀 전에 간식을 먹으면서 토끼들이 오늘 수확할 당근이 많다며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

삐익!

세준이 당근밭에 도착하자 아빠 토끼가 당근을 수확하는 토끼들의 작업을 멈추게 하고는 당근밭 밖에 모이게 했다.

"얘들아 이제 나한테 맡겨! 땅 움직이기."

푹.

세준이 토끼들에게 큰 소리를 치며 마일러의 괭이를 들고 땅을 찍었다. 밭에 아무도 없기에 세준은 누가 다칠까 신경 쓰지 않고 스킬의 효과를 높이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다.

쿠구궁.

땅이 움직이며 땅에 박힌 당근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민첩의 당근 100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5만을 획득했습니다.]

덕분에 당근 1000개가 순식간에 수확됐다.

"땅 움직이기."

세준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시 당근을 수확하자

삐익!

아빠 토끼가 세준이 방금 수확한 당근밭으로 토끼들을 투입시켜 당근을 줍게 했다.

그렇게 세준이 토끼들과의 협업플레이로 당근을 수확하고 있을 때

[민첩의 당근 999개를 수확했습니다.]

[단단함의 당근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5만을 획득했습니다.]

"어?! 단단함의 당근?"

처음 보는 이름의 당근. 세준이 방금 수확된 당근들을 살펴보자 다른 당근들과 약간 재질이 다른 길죽한 방뭉이 모양의 당근이 보였다.

그리고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에 대한 당신의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단단함의 당근을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신품종을 탄생시켰다는 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흐흐흐. 내가 럭키가이다!"

세준은 더 이상 계속되는 운에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평생에 몇 번 안 오는 그런 날인 것이다.

그때

[탑에서 신품종 7개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의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검은탑의 위상이 상승합니다.]

[위상이 일정 수준을 넘어 검은탑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1개 늘어납니다.]

[검은탑의 숫자가 99개에서 100개로 늘어나며 사라졌던 57번째 입구가 가장 안전한 장소에 다시 생성됩니다.]

신품종 7개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다는 내용과 함께 사라졌던 57번째 입구가 다시 생성된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왠지 블라질리아에서 사라졌다는 탑을 말하는 것 같았다.

"흐흐흐. 근데 내가 벌써 신품종을 7개나 얻었나?"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다 정신을 차리고 단단함의 당근을 확인했다.

[단단함의 당근]

탑 안에서 자란 당근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했지만, 모든 영양을 오직 자신을 강화하는 데 모든 영양분을 쏟아부은 돌연변이 당근입니다.

매우 단단합니다.

섭취 시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20일

등급 : B

"근데 이거 먹을 수 있는 거야?"

세준이 가볍게 당근을 이로 꽉 물어봤지만, 돌 같이 단단했다.

푹.

세준은 일단 단단함의 당근을 다시 심어 씨를 얻으며 활용을 생각해 보기로 하고 남은 당근을 수확했다.

잠시 후

꾸엥!

삐익!

뺘아!

세준이 수확한 10만 개의 당근을 꾸엥이와 토끼들이 열심히 옮겼다.

후룩.

"크으. 좋다."

그런 동물들을 보며 세준이 커피 타임을 가질 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 덕분에 검은탑의 57번째 입구가 다시 생성됐다며 감사해합니다.]

"그래? 그럼 어디다 만들어졌어?"

[탑의 관리자가 그건 잘 모르겠고 100번째 입구와 가까운 곳에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100번째 입구? 거기가 어디지?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세준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서둘러 일어났다.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에일린, 뭐 먹고 싶어?"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그대가 만들어준 음식이면 다 맛있다고 말합니다.]

"그래? 그럼 따개비죽 먹자."

세준이 취사장으로 들어가 정성껏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

한국 한남동.

"저기 봐!"

길을 가던 행인들이 갑자기 나타난 높이 990m의 검은탑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으하아······ 어?!"

늦잠을 자고 일어난 세준의 동생 세돌이 창문을 보며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 당황했다. 창에서 거의 1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우뚝 솟은 검은탑이 보였기 때문.

"검은탑이 여기 왜 있지?"

세돌이 의문을 가졌다. 아니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뿌드득.뿌드득.

이 모든 일의 원인인 불꽃이는 열심히 뿌리를 내리며 주변을 장악해갔다.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불꽃이가 세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땅속 깊은 곳에서 열심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세준의 가족이 사는 집 근처. 검은탑이 이곳에 생긴 이유는 불꽃이만 알 뿐이었다.

처음으로 한 국가에 2개의 탑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

210화. 우리 세준이는 안 돼!

210화. 우리 세준이는 안 돼!

"세준 님, 안녕하세요!"

따개비죽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는 세준에게 인사를 건네는 고양이 인턴 빌.

잠시 후

"세준 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다른 고양이 인턴들도 하나둘 탑 99층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고양이 인턴 8마리가 모두 모이자

"푸후훗. 모두 다 모였냥?"

"네! 테 부회장님!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있던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서 내려오며 그들에게 말했다. 오늘 고양이 인턴들을 모이게 한 건 테오.

그리고

"지금부터 사원 진급식을 시작하겠다냥!"

그들을 모이게 한 목적은 인턴들 중 성과가 좋은 인턴들을 사원으로 진급시키기 위해서였다.

"빌, 제프는 앞으로 나오라냥!"

"네!"

"네!"

테오의 부름에 앞으로 나서는 빌과 제프. 그들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제 자신들은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계약 기간인 1만 일이 지나도 계속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이 생긴 것이다.

"잘 들어라냥! 빌은 나 테 회장이 삼두사회의 습격을 받았을 때 블랙오크들에게 재빨리 도움을 요청해 삼두사회의 아지트 수색에 큰 공을 세웠고······."

테오가 빌이 세운 성과를 읽고

"이제부터 빌은 우리 농장의 정식 사원이 되었다냥! 모두 축하해 주라냥!"

빌을 사원으로 임명했다.

짝.짝.짝.

테오의 말에 인턴들이 빌을 부럽게 바라보며 앞발로 박수를 쳤다.

"제프는 일을 하면서 다른 동물들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 필요한 일이 있을 때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해······."

이어서 제프가 세운 성과를 읽고 사원으로 임명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다냥! 너희들을 진급시킨 박 회장을 위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냥!"

둘의 진급을 결정한 건 새준. 테오는 상당히 기분파이기에 맡겨두면 금세 고양이들을 승진시켜 사장 8마리가 탄생할 거다.

"네! 박 회장님,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해."

빌과 제프가 세준에게 감사를 표하자

"앞으로 사원이 된 둘에게는 하루에 생선구이 3마리를 지급하고 판매 인센티브 2%를 지급하겠다냥!"

테오가 사원 혜택에 대해 설명했다.

"2%?!"

"와아!"

사원 혜택을 들은 고양이들이 경악했다. 생선구이도 생선구이지만, 인센티브가 무려 2배로 늘어났다. 평소와 같이 일해도 이제 두 배의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사원 혜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대단한 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빌에게는 감자, 제프에게는 당근의 유통을 맡기겠다냥!"

마력의 방울토마토보다 매출이 몇십 배는 높은 농작물인 힘의 감자와 민첩의 당근을 빌과 제프에게 맡긴 것.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파격적인 혜택에 빌과 제프가 다시 테오에게 감사를 표했다.

"푸후훗. 다른 인턴들도 열심히 해서 빨리 사원이 되라냥!"

테오가 다른 인턴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야 내가 박 회장의 무릎에서 떨어질 일이 없어진다냥! 빨리 모두를 사원으로 진급시켜 자신의 일을 넘기고 싶은 테오였다.

그렇게 사원 진급식이 끝나자

"모두들 테 부회장을 따라오라냥!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그래. 조심히 다녀와."

"알겠다냥!"

빨리 자신의 일을 넘기고 싶은 테오가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고양이들을 이끌고 탑 41층으로 내려갔다.

***

"오늘은 제발 돼라!"

희망을 가지고 매일 탑의 출구에 몸을 밀어 넣었던 곤잘레스. 외치는 말과는 다르게 당연히 못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르륵.

"어?!"

몸이 출구를 통과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야?"

서둘러 일어난 곤잘레스가 전혀 생소한 주변 광경을 보며 두리번거렸다.

그때

"탑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탑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한국 각성자 협회의 직원들이 곤잘레스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다가왔다.

"혹시 브라질리아 탑 출신이신가요?"

혹시 한남동에 나타난 탑이 브라질리아에 있던 탑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세우고 브라질어를 할 수 있는 통역사를 대기시켰기에 대화에는 문제가 없었다.

"네.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여기는 한국입니다."

'여기가 한국이라고?'

'역시 브라질리아의 탑이 맞았어!'

덕분에 양쪽 모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우선 한국에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브라질 각성자 협회에 곤잘레스에 대한 신상정보를 요청해 본인임을 확인하고 한국에 10년간 머물 수 있는 장기 비자를 발급해줬다.

헌터들을 최대한 한국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였다. 브라질리아 탑을 통해 들어간 헌터의 수는 대략 10만 명. 그리고 한국의 헌터 숫자가 1만 명이다.

이 기회에 10만 명의 헌터들 중 10%만 한국으로 귀화시켜도 한국의 헌터 숫자를 2배로 늘릴 수 있는 기회였다.

거기다 브라질리아 탑으로 들어간 세계 랭킹 1만 등 안에 드는 상위권 헌터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 한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거처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땅히 생각해둔 곳이 없으면 근처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직원들이 친절하게 물었다.

"잠시만요. 일단 탑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이죠. 저희도 헌터들을 투입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한남동 탑에서 1만 명이 넘는 헌터들이 나왔고 덕분에 주변의 호텔과 숙박업소들의 매출이 크게 올랐다.

***

서걱.서걱.

"흥흥흥."

점심을 먹고 콧노래를 부르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던 세준.

그때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수확하기 Lv. 7의 효과로 한 단계 등급 높은 농작물 1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수확하기 스킬 효과로 등급이 한 단계 높은 A급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오! 역시 난 럭키가이!"

세준이 우쭐해하며 말했다. 오늘의 나는 될놈될. 행운의 딸기를 잔뜩 먹은 효과는 엄청났다. 왜 1시간 동안만 상승해야 할 행운이 계속 유지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흐흐흐. 드디어 나의 운빨이 터진 건가?"

세준이 혹시 드디어 자신의 인생 포텐이 터진 건 아닐까 생각할 때

꾸엥!

[아빠 간식 먹고 싶다요!]

혼자 땅을 파며 놀던 꾸엥이가 간식을 달라려 다가왔다.

"잠깐만 농작물 거대화."

[힘의 고구마에 농작물 거대화 Lv. 4를 사용합니다.]

[힘의 고구마에 담긴 힘을 농작물을 거대화하는 데 사용합니다.]

세준이 고구마에 농작물 거대화를 사용했다.

[운이 좋습니다.]

[힘의 고구마가 힘을 잃지 않은 채로 거대화에 성공했습니다.]

"응?"

힘의 고구마가 옵션을 유지한 채로 커졌다.

"흐흐흐. 역시 난 럭키가이. 자 여기."

자신의 운을 다시 확인한 세준이 옵션을 유지하는 거대 고구마를 꾸엥이에게 주며 웃었다.

그렇게 꾸엥이에게 고구마를 주고 세준이 다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끼엑!

세준을 따라 농장으로 온 불개미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불개미의 등에는 붉은색 새송이버섯 하나가 오롯이 자라나 있었다

"설마 그거 영약이야?!"

끼엑!

세준의 물음에 더듬이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불개미. 좋은 일이 또 생겼다.

"정말?!"

불개미도 영약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끼엑!

그런 세준을 향해 자신의 등을 보이는 불개미 일꾼.

뚝.

세준이 불개미 일꾼의 등에서 버섯을 수확해 옵션을 확인했다.

[상급영약 : 화염의 새송이버섯]

탑농부의 소작농 불개미 일꾼이 키운 새송이버섯이 불개미 일꾼이 가진 불의 기운과 주변 모든 영양분을 홀로 흡수해 영약으로 성장했습니다.

뛰어난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 +3

섭취 시 화염 관련 재능이 미세하게 강화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의 소작농 불개미 일꾼

유통기한 : 120일

등급 : B

확실히 버섯개미보다 덩치가 커서인지 영약의 효과도 더 좋았다.

"불개미 좀 더 데려와야겠다."

세준이 나중에 북쪽 지역에 가서 불개미를 더 잡아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잠시 후

"오! 또 A급 방울토마토!"

이후로도 세준의 행운들은 계속됐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모른 채.

***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힝··· 힘들어······ 냠."

카이-라의 드래곤하트 파편에 마법을 각인하다 지친 에일린이 세준이 준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이제야 각인 작업이 절반 정도 끝났다.

"크히히히. 맛있다. 냠냠."

그렇게 에일린이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마력을 회복하고 있을 때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분에 넘치는 행운을 사용했습니다.]

[검은탑의 인과율이 조금 비틀어졌습니다.]

[인과율의 저울이 작동합니다.]

[인과율의 저울로 탑농부 박세준에게 불행을 주어 인과율을 회복시킵니다.]

수정구에 세준에게 불행을 주겠다는 알람이 나타났다.

"크르릉! 우리 세준이는 안 돼!"

우리 세준이를 불행하게 하려고?! 그럴 수는 없어! 에일린이 발끈하며 수정구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관리자 권한을 사용했다.

그리고

[검은탑 관리자가 인과율 조정에 개입합니다.]

[인과율 조정이 진행됩니다.]

[탑농부 박세준에게 가려던 불행이 탑 99층의 존재들에게 분배됩니다.]

세준에게 향할 불행이 흩어졌다. 덕분에 3일 동안 세준이 심는 씨앗의 발아 확률이 0%가 되는 불행이 다른 존재들에게 전해지며 변질됐다.

***

탑 99층 서쪽 숲.

쿵.쿵.

어린 엔트 하나가 자신의 앞에 있는 얼음을 두드리며 놀았다.

그때

쩌적.

어린 엔트의 가지에 부딪힌,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얼음에 작은 실금이 갔다.

쩌저저적.

얼음에 간 실금을 시작으로 얼음에 난 금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콰자작.

거대한 얼음벽이 허물어지며 갇혀 있던 서쪽 숲 중심부 타락한 엔트들의 몸이 온기를 회복하며 타락의 기운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

서거거걱.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낸 세준은 증폭의 대검을 열심히 휘두르며 대파밭에서 이파리를 잘랐다. 검을 다루는 스킬이 없는 세준 나름의 검술 훈련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대파의 이파리를 자르고 있을 때

뿌득.뿌득.

뿌드득.뿌드득.

"응?"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세준의 눈에 서쪽에서 몰려오는 엄청난 수의 엔트들이 보였다.

"뭐지?"

이상함을 느낀 세준이 정화의 엔트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무슨 일이야?"

[세준···님···얼음이···.깨졌어요······.]

"얼음?"

[네···타락한···엔트들을···가두고···있던···얼음이요······.]

"정말?!"

세준은 그제야 이오나가 얼음벽을 만들어 가둔 타락한 엔트들이 생각났다.

"알았어. 그럼 너희들은 주변을 지켜줘. 꾸엥아! 분홍 털!"

세준이 엔트들에게 농장의 수비를 부탁하고 꾸엥이와 분홍 털을 불렀다.

"서쪽 숲으로 가자!"

꾸엥!

[알겠다요!]

쿠어어엉!

[알겠어요!]

세준이 꾸엥이를 타고 분홍 털과 서쪽 숲으로 달려갔다.

세준의 흩어진 불행은 정화된 엔트들에게 불행을 주어 타락한 엔트들을 가둔 얼음을 깨트렸다.

하지만 타락한 엔트들에게도 불행은 동등하게 적용됐고 행운이 줄어들지 않은 세준에게 경험치를 대량으로 쌓을 기회가 만들어졌다.

"레벨업 고고!"

타락한 엔트들에게 불행을 안겨줄 세준과 동물들이 빠르게 서쪽 숲으로 달려갔다.

211화. 여기까지구나.

211화. 여기까지구나.

쿵.쿵.

서쪽 숲으로 향한 지 10분 정도가 지나자 세준의 귀로 거대한 물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쿠어어엉!

쾅!

분홍 털이 갑자기 앞발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리고

[파수꾼 분홍 털이 타락한 엔트의 잔뿌리 지하침투병을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분홍 털이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2000을 획득했습니다.]

···

..

.

적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잔뿌리 지하침투병?"

땅속에서 움직이는 몬스터가 있었던 모양이다. 분홍 털의 공격에 적의 모습은 보지도 못했지만.

쿠엉!

분홍 털은 지하침투병을 한 번 처치한 후로는 직접 처치하지 않고 꾸엥이에게 땅 아래서 움직이는 적을 사냥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꾸엥?

[여기다요?]

쿠어엉!

꾸엥이가 땅을 짚으며 말하자 분홍 털이 고개를 저었다. 틀린 모양이다.

꾸앵?

[여기다요?]

쿠어엉!

그렇게 꾸엥이가 10번 정도 실패했을 때

꾸엥!

[엄마, 여기서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요!]

쿠엉!

감을 잡은 꾸엥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홍 털.

꾸엥!

[이제부터 꾸엥이가 혼내준다요!]

쾅!

[약초꾼 꾸엥이가 타락한 엔트의 잔뿌리 지하침투병을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2000을 획득했습니다.]

···

..

.

이후로는 꾸엥이가 능숙하게 지하침투병을 찾아 깔끔하게 처치하며 이동했다.

물론 지상에서도 적들이 몰려왔지만

딱!

"꾸엥아, 꾸엥후!"

꾸에에에엥!

세준이 붙인 불을 꾸엥이가 멀리 퍼트리며 적들을 불태웠다.

[타락한 엔트의 끈끈이꽃 공격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200을 획득했습니다.]

[타락한 엔트의 대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

..

.

그때

[화전 Lv. 3이 발동합니다.]

[풀과 나무가 더 잘 탑니다.]

식물 타입의 적을 죽여서인지 화전 스킬이 발동했다. 덕분에 원래도 잘 타는 적들이 더 빠르게 쓰러지며 타락한 엔트에게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쿵.쿵.

검은 연기 너머로 천천히 다가오는 50m 크기의 타락한 엔트 10마리. 거대한 나무들이 모여서 움직이자 작은 산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쿠어어어엉!

꾸에에에엥!

그런 타락한 엔트들을 향해 분홍 털과 순식간에 거대화한 꾸엥이가 세준의 앞을 막으며 포효를 질렀다.

그리고

쿵!쿵!

타락한 엔트들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분홍 털과 꾸엥이.

"얘들아 나도 같이 가야지!"

세준이 달려 나가는 둘에게 외쳤지만

쾅!쾅!

타락한 엔트를 공격하는 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쾅!쾅!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힘을 쓸 수 있는 적을 만난 덕분인지 둘은 신명 나게 타락한 엔트를 때렸다.

"금방 끝나겠네."

세준은 분홍 털과 꾸엥이가 싸우는 동안 서쪽 숲의 중심부를 구경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동한 서쪽 숲의 중심. 그곳에는 거대한 나무의 밑동이 있었다. 둘레가 20m도 넘고 높이가 세준의 키만큼 높은 거목의 밑동.

"죽었나?"

다른 타락한 엔트들과 다르게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죽은 나무일 수도 있었다.

세준이 조심스럽게 나무 밑동으로 다가갈 때

"어?!

세준의 눈에 보이는 이름.

[타락을 이끄는 거목 트리탄]

나무 밑동이 네임드 몬스터였다.

"타락을 이끄는 거목?"

이 녀석이 엔트들을 타락시키는 주범인 것 같았다.

"어떡하지?"

세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 분홍 털과 꾸엥이가 타락한 엔트들을 처치하고 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나 혼자 처치할 수 있지만, 특별히 팀플레이로 처치해주지."

휙.휙.

심심해준 세준이 칡 열매를 한 움큼 집어 트리탄에게 칡 열매를 뿌리며 말했다. 스킬 숙련도를 올리며 기다릴 생각이었다.

[너는 밭이다 Lv. 1가 발동합니다.]

[타락을 이끄는 거목 트리탄의 몸에 칡 열매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너는 밭이다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

..

.

[칡이 타락을 이끄는 거목 트리탄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타락을 이끄는 거목 트리탄의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듭니다.]

···

..

.

뿌득.뿌득.

칡 열매들이 트리탄의 몸에 뿌리고 생명력을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뿌리를 내리는 곳이 나무라서 그런지 칡은 어렵지 않게 뿌리를 내렸다.

휙.휙.

"얘들은 왜 안 오지?"

그렇게 30분 넘게 오지 않는 분홍 털과 꾸엥이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칡 열매를 트리탄에게 던졌다.

그때

[너는 밭이다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너는 밭이다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너는 밭이다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내용을 확인하니 생명력을 더 많이 흡수해 성장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다는 설명 말고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시 30분이 지났다.

하지만 오지 않는 분홍 털과 꾸엥이.

"황금박쥐,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줘."

(네!)

트리탄의 몸에 칡을 심던 세준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황금박쥐를 보냈다.

잠시 후

"뭐 계속 회복한다고?"

돌아온 황금박쥐는 타락한 엔트의 몸이 계속 회복돼 분홍 털과 꾸엥이가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가봐야겠어!"

세준이 서둘러 둘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세준이 떠나고

뿌드득.뿌드득.

세준이 심어둔 칡의 뿌리들이 트리탄의 나무껍질 속으로 파고들며 본격적으로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세준이 도착하자

헉헉헉.

쾅!

분홍 털과 꾸엥이는 숨을 헐떡이며 타락한 엔트들과 싸우고 있었다.

"얘들아 이거 먹으면서 잠깐 쉬어!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단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 둘을 위해 서둘러 고구마를 거대화해서 줬다.

[운이 좋습니다.]

[힘의 고구마가 힘을 잃지 않은 채로 거대화에 성공했습니다.]

세준의 운 덕분에 이번에도 힘을 잃지 않은 고구마가 나타났다.

우적.우적.

세준이 건넨 거대 고구마를 둘이 열심히 먹는 동안

"황금박쥐, 지원해줘!"

(네!)

세준과 황금박쥐가 시간을 벌었다.

슈슈슉.슈슈슉.

황금박쥐가 빠르게 날며 날개로 타락한 엔트의 나뭇가지를 잘랐고

딱.

세준은 손가락을 튕겨 만든 불로 타락한 엔트의 몸을 태웠다.

휙.휙.

동시에 불이 붙지 않은 타락한 엔트의 몸에는 칡을 심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시간을 벌자

쿠어어엉!

꾸에에엥!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한 분홍 털과 꾸엥이가 합류해 같이 싸웠다.

쾅!쾅!

다시 엄청난 힘으로 타락한 엔트들을 때리는 둘.

하지만

뿌드득.뿌드득.

다시 회복하는 타락한 엔트들.

그때

"응?"

세준의 눈에 칡이 심어진 부위만 회복이 느린 것을 발견했다. 칡이 생명력을 흡수해 타락한 엔트가 제대로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분명했다.

"좋아."

타락한 엔트를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감을 잡은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의 몸을 타고 35m를 올라가 꾸엥이의 어깨에 도착했다.

"꾸엥아, 적을 때리고 나를 가까이 보내줘!"

꾸엥!

[알겠다요!]

쾅!

꾸엥이가 거대한 오른앞발로 타락한 엔트의 몸을 후려쳐 상처를 만들고 왼앞발로 세준을 조심히 쥐고 방금 만든 상처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휙.휙.

세준이 칡 열매를 뿌렸다. 그러자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타락한 엔트가 몸을 제대로 회복시키지 못했다.

"흐흐흐. 상처에 칡뿌리기다!"

세준이 악당처럼 웃으며 말했다. 이후의 전투는 아주 쉬웠다.

분홍 털과 꾸엥이, 황금박쥐가 상처를 내고 세준은 열심히 칡뿌리를 심어 적의 회복을 방해했다.

그리고

쿵.

[약초꾼 꾸엥이가 타락한 엔트를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000만을 획득했습니다.]

드디어 타락한 엔트 한 마리가 쓰러졌다.

쿵.

이어서 나머지 9마리 타락한 엔트들도 전부 쓰러졌고 세준은 레벨업 두 번을 하며 65레벨이 됐다.

"얘들아 저기 한 마리 더 있어."

세준이 서쪽 숲의 중심부에 있는 트리탄의 존재를 동물들에게 일러바쳤다.

하지만

꾸엥?

[또 있다요?]

쿠어엉.

이미 상당히 지친 꾸엥이와 분홍 털.

"내가 미리 칡 뿌려놔서 힘 많이 빼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리고 움직이지도 않더라고. 자 이거 먹으면서 가자."

왠지 지금 가서 적을 처치하고 싶은 세준이 둘에게 먹을 걸 주며 설득했다. 분홍 털에게는 로커스트 고기를, 꾸엥이에게는 꿀을 줬다.

그렇게 설득에 성공한 세준이 동물들과 같이 중심부로 이동할 때

쿠웅!쿠웅!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방향은 바로 앞. 서쪽 숲의 중심부였다.

그들의 눈에 하늘에 떠 있는 나무 밑동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거대한 뿌리들이 밑동을 지탱하고 있었다. 자신이 타락시킨 엔트들이 전부 쓰러지자 직접 나선 트리탄이었다.

"어?! 분명 안 움직였는데?"

세준이 당황할 때

쿵.

갑자기 트리탄이 쓰러졌다.

그리고

[타락을 이끄는 거목 트리탄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0만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트리탄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세준이 분홍 털과 꾸엥이를 기다리며 1시간 동안 심은 수십만 개의 칡들이 트리탄의 생명력을 전부 흡수해 버린 것이다.

원래 트리탄은 이렇게 쉽게 죽을 몬스터가 아니었지만, 이오나의 마법으로 인해 타락한 엔트들이 얼어 죽지 않게 계속 생명력을 주입해준 덕분에 트리탄의 생명력이 낮아진 상태였다.

거기다 몸의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 뿌리를 내린 곳에 칡이 뿌리를 내리며 생명력의 흡수를 막아 생명력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생명력을 회복할 시간이 하루만 있었어도 절대 칡뿌리 정도에 죽을 존재가 아니었다. 아주 운이 좋았다.

"흐흐흐. 봤지?! 저거 내가 처치한 거다!"

덕분에 세준은 동물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쓰러진 트리탄의 시체로 다가갔다. 자신이 처치한 적을 동물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세준이 트리탄의 사체에 가까이 갔을 때

"어?! 저게 뭐지?"

[나무 밑동 화분]

세준은 가운데가 파인 거대한 나무 밑동을 발견했다. 옆에는 글자인지 문양인지 모를 것이 새겨져 있었다.

세준이 손을 올리고 살펴보자

[나무 밑동 화분]

???

감정이 된 상태가 아니라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에일린, 이것 좀 감정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의 말과 함께 거대한 나무 밑동 화분이 사라졌다.

"오늘은 진짜 일이 전부 술술 풀리네."

세준이 쓰러진 트리탄을 보며 말했다. 분홍 털과 꾸엥이는 고생했지만, 세준은 칡을 뿌린 것 말고는 그렇게 힘든 게 없었다.

그때

킁킁.

꾸엥!

[진한 약초의 냄새가 난다요!]

꾸엥이가 트리탄의 사체에서 약초 냄새를 맡고 약초를 찾아 트리탄의 뿌리를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꾸엥!

[찾았다요! 이건 무조건 아빠 꺼다요!]

꾸엥이가 불길한 검은색의 칡뿌리를 꺼내며 외쳤다. 대충 봐도 '나 진짜 쓰다'라는 포스를 풍기는 칡뿌리.

"꾸엥아, 나중에 먹을게."

세준은 당연히 나중에 먹겠다고 했지만

꾸엥!꾸엥!

[안 된다요! 지금 바로 안 먹으면 약효가 없어진다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하는 꾸엥이.

"약효가 없어진다고?"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검은색 칡뿌리를 살펴봤다.

[생명력을 과식한 검은색 칡뿌리]

생존에 대한 집착으로 일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기운 이상을 흡수한 칡의 뿌리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칡뿌리에서 약효가 빠져나갑니다.

섭취 시 체력이 200 상승하거나 체력 잠재력이 100 상승합니다.

섭취 시 체력 관련 재능을 개화할 수 있습니다.

끔찍한 쓴맛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용 제한 : Lv. 60 이상, 체력 스탯 150 이상

유통 기한 : 1분

등급 : SS

"끄···끔찍한 쓴맛?!"

세준이 주저하자

꾸엥!

[먹고 강해지는 거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응원했다. 남은 시간 1분. 바로 삼켜야 했다.

"그래! 알았어."

꾸엥이의 응원을 받은 세준이 눈을 질끈 감고 검은색 칡뿌리를 씹어 먹었다.

'고통은 잠깐이고 스탯은···'

세준이 굳은 다짐을 하며 칡뿌리를 씹을 때

"크으읍!"

이 쓴맛은 이 세상 쓴맛이 아니었다. 입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쓴맛에 세준이 기절했다.

'여기까지구나.'

세준은 기절하며 자신의 행운이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212화.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

212화.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

"냥?!"

"테 부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탑을 내려가던 중 잘 가던 테오가 갑자기 멈춰서자 제프가 물었다.

"박 회장이 쓰러진 것 같다냥!"

"네?! 회장님이요?! 그럼 다시 돌아갈까요?"

세준이 쓰러졌다는 말에 고양이들이 발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냥···.괜찮다냥! 기절은 했지만, 박 회장의 상태가 더 좋아졌다냥! 또 쓴 거 먹고 기절한 게 분명하다냥!"

이제 멀리서도 세준의 몸 상태를 세세히 알 수 있는 테오의 세준 무릎 탐지기. 세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테오가 고양이들을 말렸다.

"테 부회장님, 멀리서도 회장님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겁니까?"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은 멀리서도 박 회장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냥!"

"테 부회장님, 대단하십니다!"

"푸후훗.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 발톱 노랑 고양이 테오 박 님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냥!"

그렇게 테오가 고양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우쭐한 발걸음으로 탑 41층 헌터들의 캠프에 도착했다.

"인간들아 테 부회장님이 왔다냥!"

고양이들이 테오의 등장을 알리자

"뭐?! 테 부회장?!"

"테오가 이렇게 일찍 왔다고?!"

생각보다 이른 테오의 방문에 헌터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테오가 왔다 간 지 4일 만에 다시 왔기 때문. 테오에게 물건을 산 길드의 헌터들은 농작물을 팔기 위해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테 부회장, 밖에 나간 헌터들에게 빨리 연락할 테니까 헌터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줘!"

헌터들이 테오에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현재 가진 돈이 별로 없었다. 농작물을 사는 데 돈을 전부 투자했기에 탑 밖으로 나간 헌터들이 농작물을 판 돈을 가져와야 했다.

"알겠다냥! 너희들은 여기서 방울토마토를 팔고 있어라냥!"

"네!"

테오도 세준의 농작물을 푼돈으로 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고양이들에게 방울토마토를 팔게 하고는 블랙오크의 진지로 향했다.

***

"으음···"

끔찍한 쓴맛을 경험하며 기절했던 세준이 눈을 떴다.

(세준 님, 일어나셨어요?)

침실 천장에 매달려 세준을 구경하고 있던 황금박쥐가 세준의 가슴에 날아 앉으며 말했다.

"응. 내가 얼마나 잔 거야?"

(지금 아침 먹기 3시간 전이에요. 세준 님은 하룻밤을 꼬박 주무셨어요.)

"그래? 어쩐지 몸이 개운하더라."

세준이 황금박쥐와 대화를 나누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스윽.

날짜를 표시하는 침실 벽으로 가서 획 하나를 추가하며 조난 336일 차 하루가 시작됐다.

"응?! 저건?"

밖으로 나오자마자 세준은 집 앞 마당에 놓인 황금빛 거대한 나무 밑동을 발견했다. 어제 세준이 칡뿌리를 먹고 기절하자 에일린이 집 앞에 갔다 둔 것이다.

세준이 나무 밑동으로 다가가 옵션을 살펴봤다.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

고대 풍요를 담당했던 풍요의 신 레아가 아끼던 나무가 죽자 자신의 권능을 담아 만든 신기입니다.

옆면에 풍요의 신 레아가 자신의 이름을 적어두었습니다.

생명력이 넘치는 풍요의 나무 밑동 화분에 심은 작물은 풍요의 힘으로 성장 속도가 10배 빨라집니다.

풍요의 힘을 소진하면 황금빛이 사라집니다.(황금빛이 회복되면 다시 사용가능합니다.)

사용 제한 : 작물을 재배해본 자, 마력 100 이상

제작자 : 풍요의 신 레아

등급 : SS

"흐흐흐. 이게 신기였어?!"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한 세준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성장 속도 10배 옵션 때문. 여기다 벼를 심으면 한 달 안에 쌀먹이 가능할 것 같았다.

세준은 밭에 심어둔 볍씨 50개를 꺼내 나무 밑동 화분에 옮겨 심었다.

"빨리 자라거라."

세준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볍씨가 심어진 자리를 보다 일어났다.

그리고

"에일린, 고마워."

아이템을 감정해준 에일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이제 신기도 얼마든지 감정할 수 있는 검은용이라고 자랑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앞으로도 그대의 물건은 자신이 완벽하게 감정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세준의 감사에 에일린이 뿌듯해하며 말했다.

카이저에게 신의 이름과 신기에 대해 열심히 듣고 도서관에서도 따로 공부를 한 에일린.

신기의 옆에 쓰여 있던 '레아'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에일린은 풍요의 신 레아를 떠올렸고 카이저의 도움 없이 완벽하게 신기를 감정했다.

"응. 나야 당연히 에일린만 믿고 있지."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그대만 믿는다고 말합니다.]

핀트가 조금 달랐지만, 둘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때

[이름이 잊힌 풍요의 신 레아의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소지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 풍요의 신 레아와 관련된 물건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감정된 풍요의 황금 상자 등급이 S+로 한 단계 상승합니다.]

풍요의 황금 상자의 등급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풍요의 황금 상자도 레아가 만든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어 옵션을 확인했다. 원래 농작물 1개를 넣으면 다음 날 1개가 늘어나던 효과가 이제 2개가 늘어나는 효과로 변해있었다. 이제 1+1이 아니라 1+2가 된 것이다.

"맞다! 에일린, 방울토마토 모자라지 않아? 여기 더 줄게."

세준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에일린에게 방울토마토 3000개를 넘겼다. 며칠 전 탑간 운송으로 아작스가 수확한 영약급 방울토마토 5000개를 받았다.

남은 방울토마토는 동물들의 간식으로 쓸 생각이었다.

"양조장에 가봐야지."

에일린에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주고 세준이 양조장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 이양주 맛도 못봤기 때문. 막걸리에서 이양주가 되면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양조장으로 향할 때

"아!"

세준은 자신이 어제 얻은 재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섭취했을 때 분명 체력 잠재력 100 상승 말고도 체력 관련 재능이 개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어디 보자. 무슨 재능이 있나 볼까?"

세준이 상태창을 열어 재능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엥?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

이상한 이름의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

-쓴맛이 나는 약재를 먹을 경우 쓴맛의 정도에 따라 체력이 1~10 증가합니다.

-D등급 이하의 독도 쓴맛이 나면 독이 아닌 약의 효과를 냅니다.

"좋은 건가?"

앞으로 쓴 걸 먹으면 체력이 추가로 증가하고 D등급 이하의 쓴맛 나는 독이 약의 효과를 낸다니 좋은 게 분명한데···이상하게 찜찜했다.

앞으로 자신에게 쓴맛이 나는 음식들을 몰아주려는 거대한 악의가 느껴졌다. 찜찜함을 안고 세준이 양조장으로 향했다.

***

붉은용의 터전.

"흐음···"

위대한 붉은용이자 자히르가의 수장 램터가 침음을 흘렸다.

"역시 불의 정수를 만드는 녀석이 없군."

안톤에게 검은탑에서 불의 정수가 발견됐다는 말을 들은 램터는 크게 놀랐다.

거기다 자신들이 불의 정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서둘러 붉은용들에게 불의 정수를 만들라고 지시했지만, 아직 1만 살이 안 된 붉은용들은 몇 시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둬 버렸다. 몇 시간 만에 불의 정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잊어버린 것이다.

램터는 일이 심각함을 깨닫고는 직접 붉은용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불의 정수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자신도 불의 정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언제 잊을지 모르기 때문.

안톤이 중간에 와서 붉은용들이 불의 정수를 만드는 걸 잊었는지 확인해 준다고 했지만···

"다른 용의 도움을 받다니!"

그건 램터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응?"

램터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불의 정수를 만드는 붉은용을 발견했다. 펠릭스 자히르. 이제 막 5000살이 넘은 용으로 며칠 전까지 탑의 관리자로 있다가 교대한 용이었다.

'왜 저 녀석만 멀쩡하지?'

의문이 든 램터가 펠릭스를 자세히 지켜봤다.

그리고

꿀꺽.꿀꺽.

"프하! 좋다!"

펠릭스가 불의 정수를 만들며 중간중간 술을 마시는 걸 발견했다.

"술이 효과가 있나?"

당장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에 램터는 1만 살 이하의 용들 5마리에게 술을 먹이며 불의 정수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

"효과가 있군."

그 효과는 굉장했다. 술을 먹으면서 불의 정수를 만든 붉은용들은 하루가 지나도 불의 정수 만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이게 이양주라고? 와. 향이 진짜 그윽하다."

세준이 잔에 담긴 이양주의 향을 맡으며 감탄하자

우끼!

우끼!

원숭이들이 기뻐했다. 자신들이 모시는 신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후릅.

아직 아침이지만, 세준은 술을 마셨다. 그것도 원샷으로. 향을 맡자 안 마실 수가 없었다.

꿀꺽.

식도를 따라 부드럽게 넘어가는 술.

"크으···달다."

마음같아서는 몇 잔 더 먹고 싶었지만, 이양주는 중간 단계의 술. 이양주에 덧술을 넣고 5일 정도 발효를 해야 삼양주로 완성된다.

"떨어져라."

탈탈.

세준이 아쉬운 마음으로 술잔에 남은 술을 털어내고 있을 때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양조장 앞에서 꾸엥이가 세준을 불렀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었다. 언제 꾸엥이가 흉포한 맹슈로 변할지 몰랐다.

"잠깐만!"

세준이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농작물 거대화. 꾸엥이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고구마 한 개를 거대하게 만들어 꾸엥이에게 준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했다.

"얘들아 아침 먹자!"

세준이 오랜만에 배춧국을 만들고는 동물들을 불렀다. 바람 속성 재능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세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아. 어제 만들어 먹었어야 했는데···"

세준이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행운은 지나간 후였다.

"오늘은 옥수수 따는 날인가?"

아침을 먹은 세준이 옥수수밭으로 갔다. 워낙 농장이 넓고 심은 작물이 많기 때문에 거의 매일이 수확하는 날이었다.

"수확 좀 해볼까?!"

세준이 펭귄들이 준 신선함의 낫을 들어 옥수수의 밑동을 베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걱.

[체력의 옥수수 7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350을 획득했습니다.]

신선함의 낫 효과로 늘어나는 유통기한. 솔직히 세준은 S+등급인 증폭의 대검보다 유통기한 5일이 늘어나는 이 C+등급 낫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농부다웠다.

그렇게 옥수수를 1시간 정도 수확했을 때

[체력의 옥수수가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체력 스탯의 잠재력이 1 상승합니다.]

세준의 체력 잠재력이 늘어났다.

"그래 이거지."

세준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몸을 움직여 수확한 옥수수들과 열심히 걸으며 얻은 체력 잠재력 1. 어제 쓴 걸 먹고 기절하며 얻은 체력 잠재력 100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아 보람차다."

세준이 기분 좋게 다시 옥수수를 수확할 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아빠 먹을 거 가져왔다요!]

어디서 좋은 약초를 찾았는지 꾸엥이가 우렁찬 울음소리로 세준을 찾았다.

"아니. 나 괜찮다고···"

꾸엥이의 효심이 부담스러운 세준이었다.

213화. 이 정도면 나 체력왕아님?

213화. 이 정도면 나 체력왕아님?

"우르치, 저기에는 뭐가 있냥?!"

블랙오크의 진지에 도착한 테오가 한 막사를 가리키며 물었다. 막사 쪽으로 앞발이 끌렸기 때문.

"저기 말씀이십니까? 며칠 전에 심기를 하다가 발견한 바위가 있습니다."

"바위 말이냥?"

"네. 바위 모양이 각져 있어서 블랙오크의 훈련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막사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보겠다냥!"

"알겠습니다."

우르치가 테오를 바위가 있는 막사로 안내했다.

"이겁니다."

우르치가 막사 안에 있는 3m 크기의 회색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척.

"푸후훗. 이거다냥!"

바위에 앞발을 올린 테오가 확신했다. 이건 박 회장이 기뻐할 물건이다냥!

"우르치, 이거 나 달라냥!"

"네? 네! 가져가십시오."

우르치는 무겁기만 한 바위를 달라는 테오의 말에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

"푸후훗. 고맙다냥!"

그렇게 봇짐에 바위를 챙긴 테오는 우르치의 막사에서 농작물을 판 헌터들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늘어지게 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