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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탑 85층에 도착했습니다.]

철컹.

"애들아, 나와."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탑 85층에 도착한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어 테오와 꾸엥이를 불렀다.

다다다다.

"냐앙!"

꾸엥!

세준의 부름에 아공간 창고에서 나온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의 두 무릎을 향해 몸을 날렸다.

찰싹.

그렇게 둘을 다리에 착용(?)하고 세준이 농장을 향해 걸어갔다.

"세준 님, 오셨습니까?!."

농장 근처에 도착하자 세준의 냄새를 맡은 엘카가 서둘러 달려와 세준을 맞이했다.

살랑.살랑.

많이 반가운지 좌우로 빠르게 흔들리는 엘카의 꼬리.

"응. 별일 없었지?"

세준이 엘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네! 별일 없었습니다."

그렇게 엘카와 얘기를 하며 농장에 도착한 세준.

"얘들아, 우리 왔어!"

세준이 탑 85층의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고슴도치와 독꿀벌들을 향해 인사했다.

꼬싯!꼬싯!

세준이 오자 고도리가 세준에게 자신들이 수확한 칡 열매를 보여주며 자랑했다. 열심히 일했다고! 고도리가 가리킨 곳에는 대략 3000만 개 정도의 칡 열매가 쌓여 있었다.

위잉!위잉!

독꿀벌 여왕도 고슴도치들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자신들이 수확한 꿀을 세준에게 보여줬다. 세준이 두고 간 유리병 10개가 일반 꿀보다 어두운색의 칡꿀로 가득 차 있었다.

"얘들아, 수고했어."

꼬싯!꼬싯!

위잉!위잉!

세준의 칭찬에 고슴도치들과 독꿀벌들이 기뻐하며 다시 일하러 갔다.

그리고

"칡꿀은 맛이 어떠려나?"

세준이 칡꿀이 든 유리병을 들자

꾸엥!꾸엥!

[처음 보는 꿀이다요! 꾸엥이 먹고 싶다요!]

꾸엥이가 칡꿀을 보며 흥분했다.

'이건 안 쓰려나?'

세준이 일단 꿀젤리를 준비하고

왑.

숟가락으로 칡꿀을 떠서 꾸엥이의 입에 넣어줬다.

꾸엥?!

처음에는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곧 행복한 표정을 짓는 꾸엥이.

"괜찮나 보네."

꾸엥이의 표정을 본 세준이 꿀젤리를 넣고 새끼손가락으로 칡꿀을 조금 찍어 먹어봤다.

"와!"

칡꿀이 혀에 닿자 약간의 쌉쌀한 맛과 함께 부드러운 단맛이 났다. 그리고 칡 특유의 칡 향이 처음부터 끝까지 입안을 묵직하게 채워주며 전체 맛을 조화롭게 만들어줬다.

세준이 칡꿀에 감탄하는 사이

핥짝.핥짝.

한 방울의 꿀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꾸엥이가 숟가락을 열심히 핥았다.

그때

꾸엥!

[아빠 칡꿀과 가래떡이다요!]

꾸엥이가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물레이션해보고 외쳤다. 이건 무조건 맛있다요!

"가래떡? 그거 괜찮은데!"

칡꿀의 쌉싸름하며 단맛이 가래떡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서둘러 아공간에 칡 열매와 칡꿀을 챙기고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을 꺼내려던 세준.

하지만

"아······."

술을 빚기 위해 탑 99층의 양조장에 유물을 두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럴 때가 아니지."

더불어 세준은 탑 85층에 내려온 원래 목적을 떠올렸다. 지금도 불꽃이가 준 버프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꾸엥아, 가래떡은 나중에 먹자."

꾸엥?꾸엥!

[왜 나중에 먹는다요? 꾸엥이 지금 먹고 싶다요!]

세준의 말에 반발하는 꾸엥이. 세준이 차근차근 지금 가래떡을 먹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꾸엥이 이해해 줄 수 있지?"

꾸엥!꾸엥!

[꾸엥이 아빠 이해한다요! 꾸엥이가 아빠 도와주겠다요!]

세준의 설명에 꾸엥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빠 빨리 퀘스트 완료하고 직업 전투 스킬 얻어서 강해져야 한다요!

"고마워."

쓰담.쓰담.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박 회장, 여기도 있다냥!"

꾸엥이만 쓰다듬자 불쌍한 목소리로 테오가 앞발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래. 테 부회장도 고마워."

"흥냥! 그렇다냥! 박 회장은 항상 나에게 고마워하라냥!"

세준이 쓰다듬자주자 금세 태세를 전환하며 기고만장해진 테오. 이걸 확 그냥!

그렇게 둘을 쓰다듬어 주고

"얘들아, 내 뒤에서 작업해."

방화를 위해 고슴도치와 독꿀벌들을 자신의 뒤로 이동시켰다.

딱!

모두가 자신의 뒤로 이동하자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불꽃을 만들었다.

화르륵.

강화된 친화의 불꽃 버프 덕분에 원래 100원짜리 정도 크기였던 불꽃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타올랐다.

타닥.

세준이 어제 꾸엥이가 칡즙을 짜며 탈수된 칡뿌리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륵.

불은 금세 마른 칡뿌리를 태우고 주변의 칡을 태우며 빠르게 세력을 키웠다.

"아이스큐브"

불의 열기가 느껴지자 세준이 자신의 뒤로 번지지 않도록 얼음들을 배치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주변의 칡을 다 태우며 거대하게 변한 불길.

"꾸엥아 꾸엥후 가자!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후 간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숨을 들이키고 아이스 큐브 위로 올라가

꾸에에에엥!

불을 향해 강하게 외쳤다. 꾸엥폭풍권 이후 만든 꾸엥이의 기술 중 하나였다. 꾸엥이의 외침과 함께 만들어진 매서운 바람이 불길을 밀어내면서 불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꾸엥이, 한 번 더!"

꾸에에에엥!

그렇게 10번 정도 꾸엥후를 사용하자 불길이 100km 밖까지 퍼져나갔다.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 이제 못 한다요! 배고프다요!]

바람을 너무 많이 불어서 머리가 어지러운 건 들어봤는데 배가 고파진다는 말은 처음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꾸엥이라면 그럴 수 있지.

"꾸엥이, 잠깐만.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서둘러 고구마를 꺼내 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테 부회장, 땅 좀 다져놔."

꾸엥이의 배를 채워준 세준이 칡이 다 타버린 땅을 가리키며 테오를 하늘로 던졌다.

부웅.

"알겠다냥!"

빳칭!

공중에서 쉽게 균형을 잡으며 용 발톱을 뽑은 테오.

"냐냐냥!냐냐냥!"

테오가 공중에서 냥냥폭풍권을 사용해 투명하고 날카로운 마력 칼날로 재만 남은 땅을 베어나갔다.

이렇게 하면 안의 칡뿌리들이 다져질 테니 며칠 동안은 칡 열매를 심어도 괜찮은 땅이 된다. 거기다 땅에 틈이 생기면 땅속의 열기가 빠져나갈 길이 생겨 땅의 온도를 좀 더 빨리 식히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푸흡!"

세준이 테오를 보며 빵 터졌다. 허공에서 앞발을 열심히 바둥거리는 테오가 너무 웃겼다.

테오의 앙증맞은 앞발에서 무시무시한 마력 칼날이 나오고 있었지만, 세준의 눈에는 안 보이니 그냥 허우적거리는 테오만 보일 뿐이었다.

"박 회장! 나 떨어진다냥!"

자신의 일을 끝낸 테오가 세준을 불렀다. 어서 나를 받으라냥!

"알았어."

사뿐.

세준이 두 팔을 뻗어 테오를 안전하게 받아 다시 자신의 무릎에 착용했다.

그때

덥석.

"응?"

꾸엥!

[꾸엥이도 해보고 싶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다리를 잡으며 말했다.

"알았어. 대신 꾸엥이는 위에서 꾸엥폭풍권 쓰면 안 돼. 알았지?"

꾸엥폭풍권의 여파가 크기에 세준이 주의를 주며 꾸엥이의 겨드랑이에 두 손을 넣고 안았다.

그리고

부웅.

꾸엥이를 하늘 높이 던졌다. 꾸엥이는 테오처럼 허공에서 균형을 잡지는 못했기에 머리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읏차!"

세준이 꾸엥이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재미있다요! 꾸엥이 한 번 더 한다요!]

꾸엥이가 웃으면 다시 던져달라며 세준의 팔 위에서 자세를 잡았다.

"그럼 던진다! 읏차!"

그렇게 세준은 친화의 불꽃 버프가 끝날 때까지 불길 근처에서 꾸엥이를 던지며 놀아줬다.

그리고

[칡 89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칡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칡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칡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697만 4573번 남았습니다.]

열기가 식은 땅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칡을 심기 시작했다.

휙.휙.

땅에 마력을 불어 넣지 않아 성장 속도가 평소보다 느렸지만, 칡의 생명력이 얼마나 좋은지 칡 열매를 대충 한 움큼 쥐고 땅에 뿌리면 절반은 심어졌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편하게 칡을 심으며 직업 퀘스트의 달성률을 올리고 있을 때

[농사에 방해되는 유해한 식물이 차지한 100만 평의 땅을 불태우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의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직업 스킬 : 화전 Lv. 1을 배웠습니다.]

불이 멀리 있는 칡들까지 불태우며 새로운 직업 스킬을 얻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칡이었다.

조난 329일 차, 세준이 7번째 직업 스킬 화전(火田)을 얻었다.

195화. 나 방금 죽을 뻔한 거야?!

195화. 나 방금 죽을 뻔한 거야?!

"화전?"

세준이 새로운 스킬을 확인했다.

[직업 스킬 - 화전 Lv. 1]

-풀과 나무를 태울 때 조금 더 잘 태울 수 있습니다.

-화전에 농작물을 심을 경우 더 강한 농작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 강한 농작물을 얻을 수 있다고?"

애매한 설명이었다.

"뭐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더 강해져 봤자 태우면 그만이었다. 세준은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해 다시 칡 열매를 뿌리기 시작했다.

[화전에 칡 76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화전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화전 Lv. 1의 효과로 칡이 더 강하게 자라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칡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칡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칡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690만 1354번 남았습니다.]

그렇게 세준이 칡 열매를 뿌리는 동안

꾸엥!

[꾸엥이 꾸엥이 할머니 볼 시간이다요!]

꾸엥이가 바닥에 자리를 잡고 그리움의 청동 거울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엄마 밥하는 시간인가?"

세준이 청동 거울을 뚫어지게 보는 꾸엥이를 보며 말했다. 이런 쪽으로는 귀신같은 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엄마가 저녁하는 시간이 분명했다.

하지만

꾸엥!꾸엥!

[아빠 이상하다요! 꾸엥이 할머니 아직 밥 안 한다요!]

"그래?"

꾸엥이의 촉이 틀릴 때도 있나?라고 생각하며 세준이 거울을 봤다.

"응? 태준 님?"

거울 안에는 세준의 가족과 한태준이 식탁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얼마 전 이곳을 습격하려는 테러리스트의 아지트를 찾아 테러리스트 150명을 제압했습니다."

식탁에 앉은 한태준이 세준의 가족들을 향해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말이 제압이지 적들이 총을 쓰며 격렬하게 저항했기에 전부 죽였다.

이번 작전을 위해 한태준은 특수부대 출신의 한국 헌터들과 함께 삼두사회의 아지트를 급습했다.

제압 후 그들은 삼두사회의 아지트에서 권총뿐만 아니라 군용 소총과 수류탄, 지대공 미사일까지 발견하며 충격을 받았다.

삼두사회가 움직이기 전에 제압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총기 휴대가 금지된 한국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미국의 정보가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

지금쯤 정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요구한 견고한 칼날 대파가 인계되고 있을 것이다.

"역시 이사를 가야겠군요."

생각에 잠겨 있던 세준의 아버지 박춘호가 말했다. 과거 한태준에게 이사를 몇 번 권유받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농작물 때문에 무슨 큰일이 나겠냐며 거절했었다.

"네. 이미 세준 군이 한남동에 안가를 마련해놨습니다."

"한남동이요?!"

"네. 한남동이 재벌들과 유명인들이 많이 살아 동네의 보안이 좋습니다."

"오?! 혹시 근처에 누가 살아요?"

유명인이 산다는 한태준의 말에 세돌이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그 누구였더라···동식아 네가 좀 말하거라. 네가 옆집에 사니까."

한태준은 생각이 안 나자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자신의 막내 제자 김동식을 바라봤다.

"근처에 십만전자, 뉴월드, 한기차 재벌가 회장들이 살고 있지."

"그렇구나·····.·"

김동식의 대답에 세돌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혹시 걸그룹 좋아해?"

그런 세돌을 향해 김동식이 물었다. 뭔가 입가가 푸들푸들거리는 것이 자랑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걸그룹이요? 당연히 좋아하죠!"

"오! 그래? 그럼 달빛요정도 알아?"

"당연히 알죠! 한국에서 달빛요정 모르면 간첩 아닙니까?!"

"그래? 사실 내가 말하지 않은 이웃이 하나 있는데······."

"누군데요?"

김동식이 뭔가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려는 듯이 세돌의 귀에 귓속말을 하려 할 때

"동식이 저놈 딸이 달빛요정의 멤버 세라야. 으이구. 그렇게 딸 자랑을 하고 싶냐?"

한태준이 김동식을 한심하게 보며 말했다.

"아니. 하이라이트였는데······."

자신이 달빛요정 세라의 아빠라는 걸 자랑하는 게 취미인 김동식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아버님 절 받으세요!"

형 고마워! 세돌이 김동식에게 절을 하며 마음속으로 세준에게 감사를 전했다. 세돌도 세라의 팬이었다.

***

"저 사람이 누군데 갑자기 절을 하지?"

상황을 모르는 세준이 궁금해 할 때

"저 인간이 김동식이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알려줬다. 세준은 동식과 계약을 했지만, 실제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아. 저 사람이 동식 님이구나. 근데 세돌이가 왜 동식 님한테 절을 하지?"

꾸엥!꾸엥!

[꾸엥이는 안다요! 작은 아빠는 세뱃돈을 받으려는 것이다요!]

꾸엥이가 똑똑한 척을 하며 대답했다. 꾸엥이는 다 안다요!

"푸흡. 그래. 삼촌이 돈이 없나보네."

세준이 꾸엥이의 엉뚱한 대답에 웃었다.

'귀여워!'

세준이 미소지으며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테오가 질투하지 않도록 테오의 머리도 열심히 쓰다듬어줬다. 점점 누가 누굴 보필하는 건지 헷갈리는 세준이었다.

그렇게 테오와 꾸엥이를 쓰다듬으며 가족들을 조금 더 지켜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곧 한태준과 김동식이 떠났다.

그리고

꾸엥!

[꾸엥이 할머니 요리 시작한다요!]

드디어 꾸엥이가 기다리던 김미란의 쿡방이 시작됐다.

"자 이거 먹으면서 봐."

세준이 쿡방을 보며 배고파할 꾸엥이에게 스킬을 사용해 거대화한 고구마를 주고

휙.휙.

다시 칡 열매를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칡을 심은 지 3시간쯤 지났을 때

[농장을 잠식한 칡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귤나무 한 그루를 획득했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지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함께 농장의 중앙에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났다.

"응?!"

세준이 당황했다. 자신이 열심히 농장에 칡을 심고 있었기 때문.

"뭐지? 내가 심은 건 괜찮은 건가?"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세준은 일단 귤나무 근처에 뿌려둔 칡 열매들을 주워 다른 곳에 뿌렸다.

"슬슬 밥이나 먹을까?"

아까 거대 고구마를 먹이기는 했지만, 꾸엥이가 곧 배고파할 시간이었다.

"땅 일으키기."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를 이용해 취사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공간에 있는 요리 도구들을 꺼내고 있을 때

"냥?!"

휘적.휘적.

테오가 갑자기 앞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테 부회장, 왜 그래?"

"갑자기 끌림이 사라졌다냥!"

"엥? 사라진 거야?"

세준이 테오의 말에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올라가면 '농사꾼의 발소리 신발'같은 농사에 도움이 될 장비를 하나 더 받고 싶었는데···칡 열매를 심는다고 너무 시간을 끈 모양이었다.

"박 회장, 힘내라냥! 내가 또 좋은 걸 찾아주겠다냥!"

톡.톡.

테오가 그런 세준을 위로하기 위해 세준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때

꾸엥!

[꾸엥이가 아빠 튼튼하게 해주는 거 찾았다요!]

혼자 놀고 있던 꾸엥이가 작은 칡뿌리 하나를 들고왔다. 왠지 100% 확률로 쓴맛이 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맛있으면 일단 자기 입에 넣는 꾸엥이니까.

"꾸엥이 고마워."

세준이 꾸엥이를 칭찬하며 칡뿌리를 받았다. 특별한 게 있다면 뿌리에서 황금빛이 난다는 것.

세준이 신기해하며 칡뿌리를 살폈다.

[생명의 황금빛 칡뿌리]

생존에 대한 집착으로 주변 다른 칡들의 영양분을 모두 흡수하며 성장한 칡의 칡뿌리입니다.

섭취 시 체력이 50 상승하거나 체력 잠재력이 25 상승합니다.

섭취 시 재능 : 억센 생명력을 개화할 수 있습니다.

쓴맛과 지독한 신맛이 납니다.

사용 제한 : Lv. 50 이상, 체력 스탯 100 이상

등급 : A+

"어?!"

쓴맛은 예상했지만, 신맛이라니? 그것도 지독한 신맛?

꿀꺽.

세준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이며 침을 삼켰다.

꾸엥!

[아빠 힘내서 먹는 거다요!]

꾸엥이가 옆에서 세준을 응원했다.

몸에 좋은 거니 일단 먹자! 세준이 눈 꼭 감고 칡뿌리를 입에 넣고 씹었다.

우적.우적.

"크읍!"

쓴맛에 신맛까지 있는 건 정말 최악이었다. 세준이 뱉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칡뿌리를 삼켰다.

꿀꺽.

[생명의 황금빛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 잠재력이 25 상승합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을 개화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이 서둘러 물을 마시며 입을 헹궜다.

그리고 고생의 대가를 확인했다.

[재능 : 억센 생명력]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해질수록 체력이 증가합니다.

-체력이 최대 10까지 증가합니다.

-죽을 위기에 넘길 때마다 최대 체력치가 증가합니다.

-현재 체력 증가치 : 10

"이게 뭐야?"

재능 치고는 너무 하찮았다. 거기다 왜 내 체력 증가치가 10인데?!

"내가 이렇게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나?"

칡도 인정하는 세준의 삶에 대한 집착. 세준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탑 99층에서 생존에 대한 강한 집착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의 상태에 알게 된 세준이 점심을 만들어 동물들과 먹고 다시 칡 열매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시간쯤 지났을 때

[화전에 칡 72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화전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화전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화전 Lv. 1의 효과로 칡이 더 강하게 자라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칡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칡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칡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599만 6357번 남았습니다.]

화전 스킬의 숙련도가 쌓이며 레벨이 올랐다. 세준이 스킬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그때

킁킁.

꾸엥!

[아빠 작은 형아 냄새가 난다요!]

세준의 등에 매달려 황금 박쥐와 놀고 있던 꾸엥이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흑토끼?"

(제가 보고 올게요!)

황금박쥐가 하늘로 올라가 주변을 살펴봤다.

그리고

(정말이에요! 둘째 형님이 오고 있어요!)

황금박쥐가 흑토끼가 오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 후

"악!"

뺘아아악!

뒤에서 자신을 놀래키려는 흑토끼를 반대로 세준이 놀래키며 흑토끼의 자지러지는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흐흐흐. 저번에 대한 복수다!

뺙!뺙!

[놀란 거 아니에요! 그냥 소리 지른 거예요!]

흑토끼가 놀란 걸 숨기기 위해 변명을 했지만

"눼.눼. 그렇시겠죠."

세준은 그런 흑토끼를 더욱 약올렸다. 정말 미운 삼촌이었다.

뺙!

결국 분노한 흑토끼가 뾱망치를 들고 나서야

"미안, 다시는 안 그럴게."

세준은 약올리는 것을 멈췄다.

그때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의 최대 체력치가 11로 증가합니다.]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나 방금 죽을 뻔한 거야?! 흑토끼는 살기와 함께 가벼운 공격을 하려고 한 것이지만, 세준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왔어? 지금 개국식에 결혼식까지 준비하려면 바쁠 텐데?"

세준이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흑토끼에게 물었다. 지금은 한창 결혼 준비를 할 시기였다.

뺙!

[삼촌한테 이거 주려고 왔어요!]

세준의 물음에 흑토끼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보물 창고를 열며 문서 하나를 꺼냈다. 부하들을 시켜 어렵게 구한 탑 55층 땅문서였다. 미운 삼촌도 챙기는 착한 흑토끼였다.

196화. 약초꾼으로 전직하다.

196화. 약초꾼으로 전직하다.

[검은탑 55층 땅문서]

"고마워."

탑 55층 땅문서를 받은 세준이 흑토끼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흑토끼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쓰다듬었다.

뺙!

[그러니까 제 결혼식에 꼭 오세요!]

세준의 쓰다듬에 흑토끼는 세준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비비며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우리 흑토끼 결혼식인데 당연히 가야지."

세준은 흑토끼와 몇 가지 얘기를 더 나누고 하얀탑의 소금 광산에서 얻은 소금을 세준의 아공간 창고로 옮겼다.

그리고

뺙!

[삼촌 이거 가져요!]

흑토기가 하얀탑에서 멸망의 사도를 처치하고 얻은 자색 코인 하나를 세준에게 건넸다. 어디다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코인 21개를 모았다.

"고마워."

뺙!

[그럼 결혼식 때 봐요!]

얘기가 끝나자 흑토끼가 서둘러 인사를 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새신랑인 만큼 준비할 게 많았다.

"박 회장, 잘 다녀오겠다냥!"

흑토끼와 함께 탑을 내려가는 테오가 세준의 무릎을 꼭 안으며 인사했다.

세준이 내려가서 가족의 안부를 물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 그리움의 청동 거울로 가족들이 무사함을 확인했지만, 가족의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래. 츄르는 잘 챙겼지?"

"그렇다냥! 많이 챙겼다냥!"

팡!팡!

세준의 물음에 테오가 자신의 봇짐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조심히 다녀와."

"알겠다냥! 빨리 오겠다냥!"

그렇게 테오와 흑토끼가 떠나고

휙.휙.

세준은 저녁까지 칡 열매를 뿌리며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직업 퀘스트의 달성률을 절반 이상 달성하고 화전 레벨도 한 번 더 올렸다. 레벨이 낮아서 숙련도를 조금만 쌓아도 레벨이 금방금방 올랐다.

"이제 슬슬 저녁 해야겠다. 근데 꾸엥이는 어디 갔지?"

이미 한참 전에 와서 배고프다고 칭얼거려야 할 꾸엥이가 보이지 않자 세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꾸엥이를 찾았다.

그때

다다다다.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아빠 밥은 꾸엥이가 챙겨왔다요!]

양반은 못 되는지 꾸엥이가 세준을 부르며 달려왔다. 어디 있다 온 건지 온몸의 털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근데 내 밥이라니? 무슨 밥? 세준이 달려오는 꾸엥이를 자세히 보니 꾸엥이가 앞발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어? 저건?!"

꾸엥이의 앞발에 들린 것의 정체를 깨달은 세준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저거 설마 그거 아니지?! 분명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다시 먹고 싶지 않다고! 먹는 생각만으로 치가 떨렸다.

하지만

꾸엥!

[아빠 이거 먹고 튼튼해지는 거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기대를 배신하며 황금빛이 나는 칡뿌리를 세준에게 뿌듯한 표정으로 건넸다. 그것도 3뿌리나. 헤헤헤. 꾸엥이가 아빠 튼튼하게 만든다요!

"고······ 고마워."

세준은 일단 받고 나중에 고통 없이 먹을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꾸엥?

[왜 안 먹는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바라보며 어서 먹으라고 재촉했다.

"아빠가 지금 안 배고파······."

꼬르륵.

하필 이때 울리는 세준의 배꼽시계. 참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꾸엥?

[아빠 지금 거짓말 했다요?]

세준의 거짓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꾸엥이. 등에 멘 몽둥이를 꺼내기 시작했다. 거짓말은 나쁘다고 가르친 자신의 업보였다.

"가 아니라 엄청 배고팠다고! 잘 먹을게."

우적.우적.

세준이 서둘러 칡뿌리 3개를 동시에 먹기 시작했다. 절대 맞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꾸엥이의 성의를 생각해서 먹는 거다. 내가 안 먹으면 실망할 테니까.

하지만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의 최대 체력치가 12로 증가합니다.]

메시지가 세준의 변명을 무색하게 했다.

"크읍!"

아까 한 번 먹었지만, 3개를 동시에 먹으니 이건 또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부들부들.

끔찍한 맛에 식은땀이 나며 세준의 몸이 떨렸다.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꿀꺽.

세준은 이걸 반드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굳게 결심하며 필사적인 의지로 칡뿌리를 삼켰다.

[생명의 황금빛 칡뿌리 3개를 동시에 섭취했습니다.]

[생명의 황금빛 칡뿌리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체력 잠재력이 80 상승합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의 최대 체력치가 3 증가합니다.]

"억울··· 해······."

마지막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말했다. 지금 수십 번은 사경을 헤맨 것 같은데 겨우 최대 체력치 3이라니?! 장난해?!

털썩.

세준이 기절했다. 너무 맛없는 걸 먹어도 기절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세준이었다.

꾸엥!

[아빠 너무 약하다요!]

기절할 정도로 맛없는 걸 먹어서 기절한 것이지만, 꾸엥이는 세준이 몸이 약해서 쓰러졌다고 오해했다.

꾸엥.

[아빠 코 잔다요.]

꾸엥이가 속상해하며 자신의 몸을 크게 만들어 세준을 자신의 배에 올리고 간식주머니에 있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다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침.

꾸로롱.

"으음······."

세준이 꾸엥이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기절하고 계속 잔 건가? 근데 몸이 엄청 개운하네?"

세준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했다. 좋은 걸 먹어서인지 몸의 컨디션이 좋았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들리는 배꼽시계.

"빨리 밥해야겠다."

세준이 꾸엥이를 깨우지 않게 조심히 배에서 내려와 서둘러 아침을 준비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화전에 칡 94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화전 Lv. 3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화전 Lv. 3의 효과로 칡이 더 강하게 자라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칡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칡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칡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415만 35번 남았습니다.]

세준이 칡 열매를 열심히 심고 있을 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아빠 튼튼하게 해줄 칡뿌리 캐왔다요!]

꾸엥이가 황금빛 칡뿌리를 또 캐왔다. 이번에는 5뿌리.

꾸엥!

[아빠 빨리 먹는 거다요!].

꾸엥이가 세준이 제대로 먹는지 감시하기 위해 뚫어져라 세준을 바라봤다.

'어떡하지?'

세준이 황금빛 칡뿌리 5개를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걸 먹고 또 기절하기는 싫었다. 아니 그전에 그 끔찍한 맛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우리 꾸엥이 대단한데? 근데 이런 건 어디서 찾아온 거야?"

세준이 머릿속으로 해결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기 위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꾸엥!꾸엥!

[이건 쓴 냄새랑 신 냄새가 같이 나서 찾기 쉽다요! 꾸엥이 또 찾을 수 있다요!]

세준의 물음을 칭찬이라고 생각한 꾸엥이가 자랑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래?"

또 찾아오겠다는 꾸엥이의 말에 세준의 머릿속은 비상사태가 됐다. 이번이 끝이 아니었다. 칡밭 안에 이렇게 약성을 품은 칡이 많을 줄이야.

그때

"아! 그거다!"

기억 하나가 세준의 머리를 스쳤다.

"콜록.콜록."

"세준아 이것 좀 먹어봐."

자신이 감기에 걸렸을 때 엄마가 항상 만들어 주던 인삼 레몬 꿀 절임. 인삼은 쓰고 레몬은 셨지만, 꿀이 중간에서 맛을 중화해주며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었다.

꾸엥!

[아빠 빨리 먹고 건강해진다요!]

세준이 칡뿌리를 안 먹자 꾸엥이가 빨리 먹으라고 재촉했다.

"꾸엥아 잠깐만 이걸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어."

꾸엥?

[이거 맛없는데 맛있게 만들 수 있다요?]

이 자식! 역시 맛없어서 나한테 준 게 맞았다.

"응. 이렇게 칡뿌리를 꿀에다 담그면 끝이야.""

세준이 대답하며 아공간 창고에서 꿀이든 유리병을 꺼내 칡뿌리를 담갔다.

꾸엥?

[그렇다고 맛있어진다요?]

꾸엥이가 꿀에 담가진 칡뿌리를 보며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물었다. 맛없는 게 어떻게 맛있어진다요?

"진짜 맛있어진다니까."

세준이 꿀에 담가진 칡뿌리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아직 칡뿌리가 꿀에 절여지지 않아 단맛이 스며들지 않은 상태지만, 겉에 묻은 꿀만으로 생명의 황금빛 칡뿌리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변했다.

꿀의 단맛이 칡뿌리의 극단적인 쓴맛과 신맛을 약화시켜주며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줬다. 며칠 꿀에 절이면 맛이 더욱 좋아질 것 같았다.

꿀꺽.

[생명의 황금빛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50 상승합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의 최대 체력치가 1 증가합니다.]

이번에는 체력의 잠재력이 모자라지 않았기에 체력 스탯이 상승했다.

꾸엥?

세준이 맛있게 먹자 꾸엥이도 세준을 따라 유리병 안의 칡뿌리를 꺼내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우적.우적.

칡뿌리가 쓰기는 했지만, 꿀맛 때문에 먹을만했다.

꾸엥!꾸엥!

[진짜 맛있어졌다요! 역시 아빠는 대단하다요!]

세준의 매직에 감탄하며 꾸엥이가 유리병 안에 있는 칡뿌리 하나를 더 집으려 했다. 은근슬쩍 꿀을 더 먹으려는 꾸엥이의 꼼수.

하지만

딸깍.

세준이 유리병 뚜껑을 잠갔다.

"아빠 믿고 3일만 기다렸다 먹자. 그럼 더 맛있어질 거야."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아빠 믿는다요!]

좀 전까지의 의심은 어디 가고 세준의 말이라면 다 믿을 기세였다.

꾸엥!꾸엥!

[아빠 조금만 기다린다요! 꾸엥이가 칡뿌리 더 캐온다요!]

다다다다.

칡뿌리 꿀 절임을 많이 먹고 싶은 꾸엥이가 다시 칡뿌리를 찾아 칡밭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을 때쯤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완전히 거지꼴이 된 꾸엥이가 황금빛 칡뿌리 10개를 들고 달려왔다.

그리고

꾸엥!꾸엥!

[아빠 여기 칡뿌리 캐왔다요! 꿀에 담그는 거다요!]

꾸엥이가 세준에게 칡뿌리 10개를 건넸을 때

[파수꾼 꾸엥이가 약초 찾기에 엄청난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를 위해 직업 : 약초꾼을 창조해 꾸엥이를 약초꾼으로 전직시킬 수 있습니다.]

[직업 : 약초꾼을 창조하고 파수꾼 꾸엥이를 약초꾼으로 전직시키는 데 세계의 기운 20피스가 필요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현재 가진 세계의 기운 : 21피스)

"어?! 약초꾼?"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당황했다. 얼마나 열정이 있길래 직업을 창조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거지?

"근데 세계의 기운이 뭐야?"

세준이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의아해했다. 거기다 세준 자신도 모르는 걸 이미 21피스나 가지고 있었다.

그때

"설마?!"

'21'이라는 숫자에 세준은 멸망의 사도들을 해치우고 얻은 21개의 코인을 꺼냈다. 왠지 이게 세계의 기운일 것 같았다. 추측은 반만 맞았다. 정확히는 코인 안에 세상의 기운이 들어있었다.

"이걸 이렇게 쓸 수 있다고?! 꾸엥이 약초꾼 해볼래?"

세준이 신기해하며 꾸엥이에게 물었다.

꾸엥?

[약초꾼이 뭐다요?]

"약초꾼? 몸에 좋은 약초를 잘 찾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

꾸엥!

[그럼 하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꾸엥이가 약초꾼이 돼서 아빠 몸에 좋은 약초 많이 찾아주겠다요! 역시 효자 꾸엥이다운 생각.

"알았어. 꾸엥이를 약초꾼으로 전직시킬게."

파스스스.

세준의 말과 함께 세준의 손에 있던 21개의 코인 중 20개의 코인에서 환한 빛이 빠져나오며 코인이 가루로 변하며 사라졌고

[세계의 기운 20피스를 사용해 직업 : 약초꾼을 창조하고 파수꾼 꾸엥이를 약초꾼으로 전직시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약초꾼으로 전직했습니다.]

환한 빛이 꾸엥이의 몸을 감싸며 꾸엥이가 약초꾼으로 전직했다.

그리고

[약초꾼 꾸엥이가 직업 재능 : 약초 감지를 개화했습니다.]

꾸엥!

[주변에 약초가 있다요!]

재능을 개화하며 약초를 감지한 꾸엥이가 땅을 엄청나게 깊이 파며 붉은빛의 칡뿌리 하나를 캐냈다.

197화. 전투 스킬을 얻다.

197화. 전투 스킬을 얻다.

관리자 구역.

"크힝. 힘들어······."

카이-라의 드래곤하트 파편에 마법을 각인하다 지친 에일린.

"냠."

서둘러 세준이 준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으며 마력을 회복했다.

그래도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꾸준히 먹은 덕분에 마력이 늘어나면서 각인 작업 시간이 조금이지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때

[탑농부 박세준이 직업 : 약초꾼을 창조했습니다.]

[검은탑의 위상이 상승합니다.]

수정구에 알람이 나타났다.

"크히히히. 역시 우리 세준이야!"

에일린은 검은탑의 위상이 상승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그저 세준이 뭔가 해냈다는 것에 기뻐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나도 더 분발할 거야! 세준아 기다려!"

에일린이 의욕을 불태우며 다시 드래곤하트 파편에 마법을 각인하기 시작했다.

***

꾸엥!

[이것도 아빠가 먹는다요!]

꾸엥이가 땅에서 나오면서 세준에게 붉은빛이 나는 칡뿌리를 건넸다.

"그래. 고맙다."

세준이 붉은빛의 칡뿌리를 받아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요즘 꾸엥이가 뭘 줄 때마다 굉장히 불안했다.

[화염의 붉은빛 칡뿌리]

생존에 대한 집착으로 주변 다른 칡들의 영양분을 모두 흡수하며 성장한 칡뿌리가 뜨거운 불의 기운을 흡수하며 한 단계 진화했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20 상승하거나 모든 스탯의 잠재력이 10 상승합니다.

섭취 시 화염 속성 재능이 강화됩니다.

쓴맛, 매운맛이 강하게 납니다.

사용 제한 : Lv. 55 이상, 모든 스탯 100 이상

등급 : A+

"갈수록 태산이네."

섭취 시 화염 속성이 강화된다는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맛 대신 매운맛이 포함돼 있었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잠깐만."

약초를 캐느라 고생한 꾸엥이를 위해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에서 고구마 한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농작물 거대화. 자 꾸엥아 먹어."

스킬을 사용해 크기를 키운 거대 고구마를 꾸엥이에게 줬다.

꾸엥!

[아빠 잘 먹겠다요!]

오도독.오도독.

꾸엥이가 거대 고구마를 받아 열심히 먹자

"애들아 점심 먹자!"

꾸엥이가 잘 먹는 것을 확인한 세준이 고슴도치들을 불렀다.

다다다다.

세준의 부름에 열심히 달려오는 1만 마리의 고슴도치들.

꼬싯!꼬싯!

고슴도치들이 질서정연하게 세준 앞에 한 줄로 섰다.

그리고

"농작물 거대화."

서걱.서걱.

세준이 거대 고구마를 잘라 고슴도치들에게 한 조각씩 나눠줬다.

꼬싯!

자기 몸만 한 고구마 조각을 받은 고슴도치들이 세준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를 잡고 먹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주변에 고구마 먹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퍽.퍽.퍽.

세준이 붉은빛 칡뿌리를 손도끼의 날이 없는 부분으로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릇에 간장과 소금, 꿀을 넣고 섞어 칡뿌리에 바를 양념장을 만들었다.

쪽.

"음. 괜찮네."

슥.슥.

양념장을 새끼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본 세준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납작해진 칡뿌리 위에 발랐다. 세준은 화염의 붉은빛 칡뿌리를 더덕구이처럼 양념을 하고 구워 먹어볼 생각이었다.

웬만하면 그냥 3일 정도 꿀에 절여 꿀 절임으로 만들어 먹고 싶었지만, 화염 속성 재능을 크게 강화해준다는 말이 세준을 움직였다.

현재 탑 85층에 있는 칡밭은 절반만 태운 상태. 하지만 이틀 사이에 세준이 칡을 심은 곳을 포함한 다른 땅들이 칡들에게 빠르게 잠식되고 있었다.

화재로 땅 위에 영양분이 많아졌기 때문. 그래서 남은 칡들을 빨리 태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불꽃이의 불꽃 버프 없이는 강한 불을 만들 수 없어 칡에 불을 질러도 금방 꺼져버렸다. 여기서 시간이 지나 칡이 농장까지 잠식하면 기껏 얻은 귤나무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

'그건 절대 안 돼!'

이미 세준의 머릿속에는 아이스큐브로 만든 이글루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테오와 꾸엥이를 난로 삼아 수확한 귤을 까먹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그런 세준 앞에 화염 속성 재능을 크게 강화해준다는 칡뿌리가 나타났으니 어떻게든 먹어야겠다는 생각뿐.

'귤나무를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하루 기절하는 걸 선택하겠어!'

그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세준이 조금이라도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세준이 칡뿌리에 양념을 바르고 있을 때

꾸엥!

[아빠 꾸엥이 고구마에도 그거 바르고 싶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고구마를 세준에게 내밀었다. 세준이 칡뿌리에 양념을 바르는 것을 보고 자신도 따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잠깐만."

양념장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기에 세준은 빠르게 양념장을 만들어 고구마에 발라줬다.

하지만

우적.우적.

꾸엥!

[고구마가 짜다요!]

꾸엥이는 뭔가 고구마와 어울리지 않는 맛에 금세 흥미를 잃고 다시 생고구마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됐다."

세준은 칡뿌리에 양념이 골고루 발라지자 마른 칡 줄기를 가져와 불을 붙이고 양념 된 칡뿌리를 굽기 시작했다.

그렇게 칡뿌리가 적당히 구워지자

[탑에서 최초로 불맛 양념의 칡뿌리 구이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6에 불맛 양념의 칡뿌리 구이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6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업적 메시지가 함께 요리가 완성됐다.

"흐흐흐. 좋아."

정상적인 제목에 세준이 기대감을 품으며 요리를 확인했다.

[불맛 양념의 칡뿌리 구이]

화염의 붉은빛 칡뿌리에 숙련된 요리사의 양념장이 제대로 스며든 상태로 구워 맛이 좋아졌습니다.

칡뿌리가 열을 흡수하며 칡뿌리의 맛 그리고 효과가 모두 강화됐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22 상승하거나 모든 스탯의 잠재력이 11 상승합니다.

섭취 시 화염 속성 재능이 크게 강화됩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140일

등급 : S-

요리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이름도 평범하고 섭취 시 상승하는 스탯의 양이 증가했고, 화염 속성 재능이 '크게' 강화된다는 설명으로 바뀌어있었다.

"좋아!"

세준이 서둘러 칡뿌리 구이를 입에 넣었다. 맛있어졌으니 꾸엥이가 뺏어 먹을지도 몰랐다.

우적.우적.

그렇게 꾸엥이 몰래 칡뿌리 구이를 먹던 세준.

"읍!"

처음에는 양념맛에 섞여 몰랐지만, 점점 입 속에서 강하게 올라오는 쓴맛과 매운맛에 세준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맛이 강화됐다는 말이 이거였어?!'

쓴맛과 매운맛이 강화됐다는 걸 맛있어졌다로 오해한 세준이었다.

꿀꺽.

씹을수록 쓰고 매워지는 맛에 세준이 급하게 칡뿌리를 삼켰다. 칡뿌리를 미리 다진 덕분에 쉽게 삼킬 수 있었다.

[불맛 양념의 칡뿌리 구이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11 상승합니다.]

[가지고 있는 화염 속성 재능이 크게 강화됩니다.]

[재능 : 화기 능숙이 화기 충만으로 진화합니다.]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화염 속성 재능이 진화했다.

"흐흐흐."

세준이 웃으며 진화한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 : 화기 충만]

-몸 안의 충만한 화기를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재능입니다.

-손가락을 튕겨 강한 불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딱.

화르르륵.

"오!"

재능을 확인한 세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손바닥만 한 불꽃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불꽃이의 강화된 친화의 불꽃 버프를 받았을 때의 수준.

"좋아. 바로 불태워······ 윽!"

꾸룩.

진화한 재능을 이용해 칡밭을 태우려던 세준은 갑자기 배가 꿀렁함을 느꼈다. 강한 쓴맛과 매운맛에 배가 난리가 난 것.

"일단 화장실을······."

세준이 좀 전에 꾸엥이가 좀 전에 붉은빛 칡뿌리를 캐기 위해 깊게 판 구멍으로 가서 급히 칡 줄기를 높게 쌓아 주변을 가리고 볼일을 해결했다.

하지만 적나라한 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슬금.슬금.

고구마를 먹다 꾸엥이와 고슴도치들이 서둘러 세준에게서 멀어졌다.

3시간 후.

"으······ 아직도 배가 불편해."

조금 진정된 배를 잡고 세준이 칡밭에 불을 지를 준비를 했다. 서둘러 힘의 감자를 먹고 위의 기능을 활성화했지만, 그 사이 칡뿌리가 장으로 내려갔는지 별로 효과가 없었다.

"얘들아 이거 묻어놔."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파 이파리와 함께 꾸엥이와 고슴도치들에게 나눠주며 칡밭 밑에 묻게 했다.

이렇게 농작물을 파 이파리에 싸서 땅에 묻으면 불에 직접 닿지 않아 타지 않고 간접 열로 잘 구워질 것이다.

굳이 이렇게 귀찮게 농작물을 굽는 것은 꾸엥이와 곧 탑 83층으로 내려가는 고슴도치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혹시라도 나중에 못 찾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꾸엥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칡밭에 구워 먹을 농작물을 묻고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불을 만들었다.

"자 불 붙인다!"

세준이 칡밭에 불을 붙이자

화르르륵.

금세 활활 타오르는 불길. 세준은 불길이 꾸엥이의 꾸엥후에도 꺼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길 기다렸다가 꾸엥이에게 꾸엥후를 쓰게 해 불길을 퍼트렸다.

꾸에에에엥!

꾸엥이가 꾸엥후를 10번 정도 쓰자 불길이 사방으로 퍼지며 본격적으로 칡밭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자!"

불길이 지나간 곳의 땅을 파며 세준과 동물들이 저녁 식사를 찾았다.

꾸엥!

꼬싯!

꾸엥이와 고슴도치들이 앞다투어 묻어둔 농작물을 찾아 달려갔다.

"땅 움직이기!"

세준도 마일러의 괭이를 이용해 땅이 뒤집으며 땅속에 있던 농작물을 찾았다.

그렇게 3번 정도 땅을 뒤집자

"찾았다!"

세준이 땅에 묻혀 있는 옥수수 하나를 찾았다.

탁.탁.

옥수수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먹으려고 할 때

꼬싯······

아직 먹을 걸 한 개도 못 찾은 고슴도치가 세준을 부럽게 바라봤다. 그렇게 보면 내가 먹을 수 있겠냐?

"자."

세준이 들고 있던 옥수수를 고슴도치에게 주고

"땅 움직이기!"

다시 농작물을 찾았다. 이번에는 감자였다.

"맛있겠다."

세준이 감자를 싼 파 이파리를 제거하고 먹으려 할 때

꼬싯······

침을 흘리며 세준을 바라보는 다른 고슴도치 한 마리. 내가 이거 왜 하자고 했지······

"자."

세준이 감자를 고슴도치에게 건넸다. 자신이 벌인 일인데 굶는 고슴도치가 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냠.

세준은 그냥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땅 움직이기!"

농작물을 찾아 아직 먹을 걸 찾지 못한 고슴도치들에게 나눠줬다.

덕분에 같이 먹지는 못했지만

꼬싯!

[세준 님, 감사합니다고!]

꼬싯

[세준 님, 대단하다고!]

고슴도치들의 우러름을 받았다.

그리고

꾸엥!

[아빠 꾸엥이가 약초 찾았다요!]

"꾸엥이 잘했어."

효자 꾸엥이가 중간에 약성이 있는 칡뿌리를 캐오며 세준을 기쁘게 했다.

그렇게 늦게까지 땅을 파며 저녁을 먹고

"이제 자자."

멀리 활활 불타는 칡밭을 보며 세준과 동물들이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꼬싯!

[그럼 내려가 볼게요고!]

고슴도치들의 우두머리 고도리를 필두로 등에 고구마를 하나씩 메고 고슴도치들이 떠날 준비를 했다. 고구마는 세준이 챙겨준 것이었다.

물론 이번 일에 대한 보답을 고구마로 때울 생각은 아니고 진짜 보답은 나중에 제대로 할 계획이었다.

"조심히 가!"

꾸엥!꾸엥!

[아빠를 도와줘서 고맙다요! 조심히 간다요!]

고슴도치들을 배웅하는 세준을 따라 꾸엥이도 고슴도치들에게 앞발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렇게 고슴도치들을 보내고

"우리도 일하자."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꾸엥이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세준은 칡 열매 심기를, 약초꾼이 된 꾸엥이는 약초 찾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

..

.

[직업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61레벨이 개방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 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직업 전투 스킬 - 너는 밭이다! Lv. 1를 획득했습니다.]

조난 330일 차. 세준이 직업 퀘스트틀 완료하며 생애 처음 전투 스킬을 얻었다.

198화. 흐흐흐. 이 정도는 예상했지.

198화. 흐흐흐. 이 정도는 예상했지.

"너는 밭이다?"

세준이 새로 얻은 전투 스킬의 이름에 실망했다. 이름이 전투 스킬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조금 불안한데?

"일단 확인해보자!"

세준이 서둘러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직업 전투 스킬 - 너는 밭이다! Lv. 1]

-살아있는 적에게 농작물을 심을 수 있습니다.(단, 피부를 뚫을 수 없는 적에게는 심을 수 없습니다.)

-적에게 씨뿌리기를 사용하면 심어진 씨앗이 적의 몸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력을 흡수해 급속 성장합니다.(일부 씨앗은 특수 효과가 발생합니다.)

-수확하기로 적의 몸에서 성장한 농작물을 수확하면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극히 희박한 확률로 대상의 스탯을 랜덤하게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게 뭐지?"

새로 얻은 전투 스킬은 씨뿌리기와 수확하기 스킬을 전투 스킬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근데 살아있는 대상에 농작물을 심을 수 있다니······ 기생 식물 같은 건가?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여긴 적이 없었다.

"꾸엥아, 돌아가자."

세준은 일단 꾸엥이와 돌아갈 준비를 했다. 곧 있으면 세준이 탑에 들어온 후 맞이하는 12번째 블루문이 시작되기 때문. 주변의 칡을 다 태워버렸기에 당분간 탑 83층의 귤나무 주변은 안전했다.

다다다다.

꾸엥!

[꾸엥이 집에 간다요!]

집에 간다는 말에 꾸엥이가 수확한 칡뿌리를 들고 빠르게 달려왔다.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꾸엥이와 탑 99층으로 복귀했다.

***

"냥냥냥.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콧노래를 부르며 탑 40층의 캠프에 도착한 테오가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냥?!"

탑 40층 캠프는 텅 비어있었다.

"뭐다냥?! 내 호구들 다 어디 갔다냥?!"

정식 테 부회장이 된 후의 첫 업무. 박 회장의 농작물을 사줄 헌터들이 없다냥! 처음부터 꼬이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다냥! "

테오가 서둘러 캠프를 둘러보며 무슨 일인지 파악했다. 급하게 떠났는지 텐트 안에는 헌터들이 챙기지 못한 물건들이 가득했고 헌터들이 한쪽으로 우르르 움직인 흔적도 보였다.

그렇게 주변을 파악하고 테오가 내린 결론.

"인간들이 위험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냥! 박 회장도 그렇고 인간들은 모두 약하다냥! 푸후훗. 그러니까 구해주고 노예로 만들어야겠다냥!"

갑자기 상당히 먼 곳으로 점프하는 생각.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니었다.

"냥! 박 회장이 좋아하는 커피다냥!"

텐트 안에서 커피를 발견한 테오가 커피를 챙기려 할 때

"테 부회장님, 오셨습니까?!"

다른 텐트 안에서 자다가 일어난 지구방위대 대원 엄정식이 테오를 불렀다.

그리고 테오는 엄정식에게 헌터들이 어디로 갔는지 들을 수 있었다.

"냥? 인간들이 탑 41층으로 갔단 말이냥?!"

"네! 조금 전에 장비를 파는 유랑 상인이 나타났다며 모두 달려갔습니다."

'납치가 아니었다냥······."

엄정식의 말에 테오가 크게 실망했다. 노예를 잔뜩 만들어 박 회장을 기쁘게 해주려는 내 계획이···

"나도 거기로 가봐야겠다냥!"

감히 자신의 호구들을 홀린 유랑 상인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한태준에게 박 회장의 가족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고 전달하라냥!"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태······ 아니 캡틴K가 보낸 보고서가 도착습니다."

엄정식이 테오에게 보고서를 건넸다. 보고서에는 얼마 전 있었던 삼두사회의 아지트 소탕에 대한 내용까지 자세히 포함돼 있었다.

"고맙다냥! 이거 먹어라냥!"

테오가 자신의 앞발 크기만 한 작은 주머니를 꺼내 엄정식의 손바닥 위에 붓자 땅콩이 20알 정도 쏟아졌다. 이오나가 떨어트린 땅콩 주머니를 주워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어라냥!"

테오가 탑 41층으로 떠나고

"이건?!"

엄정식이 땅콩의 옵션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새로운 농작물이었다. 거기다 두뇌 활동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붙어 있었다.

"우리 딸한테 줘야겠어."

엄정식은 땅콩의 옵션을 보고 곧 수능 준비하는 자신의 딸을 떠올렸다.

"테오 박 님, 오셨습니까?"

테오가 탑 41층에 도착하자 경계를 서고 있던 블랙오크들이 테오를 발견하고 경례했다.

"여기 유랑 상인이 있다던데 어디 있다냥!"

"유랑 상인이요?"

테오의 말에 블랙오크들이 의아해했다.

"장비를 파는 유랑 상인이라고 들었다냥!"

"아······ 장비를 파는 거면 요즘 솜씨 좋은 대장장이 하나가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 대장장이 어디 있냥?!"

"저기입니다!"

블랙오크가 손가락으로 대장장이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잠시 후 테오가 대장장이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내가 먼저 잡았잖아!"

"무슨 소리야?! 아직 계산한 건 아니잖아!"

"뭐?!"

장비 1개당 30~50명의 헌터들이 달라붙어 자신이 장비를 사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저기··· 요····· ·싸우지 마세요."

중앙에는 좌판을 깐 새하얀 배에 등이 푸른 펭귄 한 마리가 들리지도 않을 작은 목소리로 헌터들을 말리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이 소란의 원흉인 대장장이였다.

상당히 진한 호구의 냄새가 났다. 호구는 호구를 알아보는 법. 저 작은 펭귄을 보니 옛날 자신이 생각났다.

내가 도와줘야겠다냥! 과거 자신이 호구였을 때 세준이 도와준 것을 생각하며 테오가 나섰다. 물론 나는 저거보다 훨씬 덜 호구스러웠다냥!

"푸후훗. 도움이 필요하냥?"

대장장이에게 다가간 테오가 악당처럼 웃으며 물었다.

"네?"

"내가 도와주겠다냥! 저거 얼마에 팔려고 했다냥?!"

평소 인턴들이 헌터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기에 장비의 시세를 잘 알고 있던 테오.

테오가 대장장이가 파는 물건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헌터들이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방패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C급 장비인데 50탑코인에 팔려고요······."

C급 방패의 기본 가격은 보통 100탑코인 정도. 근데 그걸 절반 가격인 50탑코인에 파니 헌터들이 흥분할 만했다.

"저건 얼마냥?"

테오가 이번에는 푸른색 검을 가리켰다. 헌터들이 가장 많이 몰린 것을 보니 여기서 가장 좋은 검 같았다.

"저건 A급 장비인데 300탑코인에 팔려고요. 좀 비싸죠? 역시 가격을 내려야 잘 팔릴까요?"

지금까지 지구에 풀린 A급 장비는 5개뿐. A급 장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데 그걸 300코인에 팔면서 내릴 생각을 하다니······ 푸후훗. 경제관념이 엄청나게 없는 녀석이다냥!

엄청난 호구력에 도와줄 맛이 절로 났다.

슥.슥.

"근데 이름이 뭐냥?

테오가 빠르게 계약서를 작성하며 대장장이에게 이름을 물었다.

"코나요."

"코나, 여기 도장 찍으라냥! 물론 거절은 거절하겠다냥!"

장비 판매를 테오에게 위임하는 것에 동의하는 계약서였다.

"네? 그게 무슨······."

"빨리 찍어라냥!"

"네······."

꾸욱.

테오의 강요에 마지못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코나. 분명 도와주는 건데 태도는 냥아치가 따로 없었다.

"푸후훗. 이제부터는 나한테 맡겨라냥! 내가 비싸게 팔아주겠다냥!"

테오가 앞으로 나서며 코나에게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인간들아 물건들을 빨리 제자리에 갔다 놓으라냥! 장비는 경매로 팔겠다냥!"

헌터들을 향해 외쳤다.

"어?! 테오?"

"테오가 왜 여기에?"

"근데 방금 경매라고 하지 않았어?"

테오의 등장에 잠깐 소란이 일어났다.

"테오, 네가 무슨 권리로······."

장비는 테오가 파는 것이 아니기에 따지려던 헌터들.

하지만

척.

테오가 코나에게 위임받은 계약서를 내밀자 헌터들이 순순히 장비를 다시 좌판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럼 장비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덕분에 코나의 장비는 거의 시세와 비슷한 가격을 받았고 A급 장비 같은 경우는 무려 5500탑코인에 판매됐다.

"여기 있다냥"

테오가 코나에게 장비를 판 금액을 전부 넘겨줬다.

그리고

"이제부터 농작물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이어서 테오는 세준의 농작물을 경매로 팔았다.

"와··· 대단해······."

좌중을 압도하는 테오의 포스에 코나가 테오를 존경스럽게 바라봤다. 코나의 눈에는 테오의 주위로 눈부신 아우라가 보였다.

"완판이다냥! 그럼 다음에 보자냥!"

테오가 다시 세준의 무릎으로 복귀하기 위해 서둘러 떠나려 했다.

그때

"저··· 테오 님······."

코나가 테오를 불렀다.

"코나, 무슨 일이냥?"

"저기······ 다음에도 장비 판매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꼭 부탁드려요!"

간절한 코나의 목소리. 코나에게는 많은 돈을 모아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흠냥······."

생각에 잠긴 테오가 계약서를 꺼냈다.

"그럼 다음부터는 판매 대금의 10%를 수수료로 받겠다냥. 동의하면 도장 찍으라냥!"

"네! 고맙습니다!"

꾸욱.

테오처럼 비싸게 장비를 팔 자신이 없던 코나. 테오의 말에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잠깐 따라오라냥! 소개시켜줄 부하가 있다냥!"

"네!"

테오가 코나를 데리고 블랙오크 주둔지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테오 님, 여기는······."

테오의 뒤를 따르는 코나가 두려운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곳은 블랙오크들의 왕이 있기 때문. 코나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멋도 모르고 이곳까지 들어왔다가 죽을 뻔했다.

하지만

"테오 박 님을 뵙습니다."

코나의 예상과 다르게 경계를 서는 블랙오크들은 오히려 테오에게 인사를 하며 길을 열었다.

거기다

"테오 박 님을 뵙습니다!"

"우르치, 앞으로 이 녀석이 오면 잘 지켜주라냥!"

블랙오크 왕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까지. 테오 님······ 대단해요! 코나가 존경의 눈빛을 담아 테오를 바라봤다.

"내가 인턴들에게 말해놓겠다냥! 다음에 오면 다른 고양이에게 장비를 팔아달라고 부탁하라냥!"

"네!"

그렇게 코나를 도와준 테오가 빠르게 탑 99층으로 향했다.

***

"꾸엥이 위치로."

세준이 앞에 보이는 불개미 일꾼 10마리를 보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꾸엥이에게 말했다.

세준은 탑 99층에 도착하자마자 새로 얻은 전투 스킬을 사용해 보기 위해 남쪽 지역에서 불개미를 생포하려 했다.

하지만

꾸엥!

[알겠다요!]

평소대로 우렁차게 대답하는 꾸엥이.

키에에엑!

덕분에 몰래 불개미 일꾼을 습격하려는 세준의 작전은 실패했다.

"꾸엥아 그냥 제압해! 먹구름 만들기!"

세준이 스킬을 사용하자 하늘이 어두워지며 머리 위로 짙은 먹구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천둥 던지기!"

세준이 마력을 조절해 불개미가 기절할 정도의 위력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쿠구궁.

키에엑······

세준의 천둥에 맞은 불개미가 기절했다.

그사이

[약초꾼 꾸엥이가 불개미 일꾼을 처치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500을 획득했습니다.]

···

..

.

꾸엥이가 나머지 불개미들을 처치했다. 다행히 약초꾼으로 전직했어도 파수꾼의 효과는 그대로 적용됐다.

꾸엥!

[다 해치웠다요!]

가뿐하게 불개미를 처치한 꾸엥이가 세준을 향해 다가왔다.

"수고했어."

세준이 꾸엥이를 칭찬하고는 기절한 불개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에 든 씨앗을 불개미의 몸에 심었다.

[전투 스킬 - 너는 밭이다 Lv. 1가 발동합니다.]

드디어! 세준이 기대감을 품고 씨앗을 든 손에 힘을 줬다.

[적의 피부를 뚫을 수 없어 씨앗을 심을 수 없습니다.]

역시 쉽게 풀리는 게 없었다. 흐흐흐. 이 정도는 예상했지. 아무런 준비 없이 온 것이 아니라구!

"꾸엥아 여기다 구멍 뚫어줘."

꾸엥!

[알겠다요!]

푹.

꾸엥이가 불개미의 갑각을 발가락으로 누르자 쉽게 뚫리는 구멍.

"꼭 내가 구멍을 뚫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세준이 웃으며 꾸엥이가 난 구멍에 씨앗을 다시 심었다.

[전투 스킬 - 너는 밭이다 Lv. 1가 발동합니다.]

[불개미 일꾼의 몸에 칡 열매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전투 스킬 - 너는 밭이다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

..

.

[칡이 불개미 일꾼의 생명력을 흡수하며 급속 성장합니다.]

불개미 일꾼의 몸에 뿌리를 내린 칡이 순식간에 자라기 시작했다.

199화. 분노하다.

199화. 분노하다.

뿌득.뿌득.

불개미 일꾼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며 빠르게 자라나는 칡.

"응?"

어느 정도 자라자 칡은 성장을 멈추고

뿅.

꽃을 피워냈다.

그리고

[칡이 불개미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불개미의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듭니다.]

[칡이 불개미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불개미의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듭니다.]

···

..

.

1분마다 칡이 불개미의 생명력을 흡수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렇게 세준이 불개미를 지켜본 지 30분이 지났다.

"뭐지? 언제 죽어?"

아무리 기다려도 불개미는 죽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칡이 불개미의 생명력을 빨아들인다고 했는데······ 불개미는 너무 멀쩡했다.

꾸엥!

[아빠 꾸엥이 심심하다요!]

"응.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꾸엥이를 등에 업고 둥가둥가를 해주면서 다시 30분을 지켜봤지만, 불개미는 너무 멀쩡해 보였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신난다요!]

덕분에 계속 업혀있던 꾸엥이만 신이 났다.

"그러면 그렇지."

세준은 무엇이 문제인지 금세 깨달았다. 칡은 그냥 칡일 뿐인 것이다. 칡이 아무리 생명력을 빨아도 그건 불개미가 가진 생명력의 극히 일부.

칡을 적어도 수천 개, 어쩌면 수만 개를 심어야 불개미의 생명력이 바닥날 것 같았다. 아니면 칡이 성장해 더 큰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거나.

"아 진짜······ 전투 중에 이런 걸 어떻게 쓰라고."

피부에 구멍도 뚫어야 하는데······

거기다 생각해보면 농작물에 열매가 맺기 위해서는 꽃에 수정이 돼야 하니 그전까지는 수확도 할 수 없다.

'너는 밭이다!' 스킬은 지극히 농부스러운 전투 스킬이었다.

세준이 전투 스킬의 성능에 실망할 때

키에에······

기절했던 불개미 일꾼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때

[특수효과 : 구속이 발동합니다.]

꿈틀.꿈틀.

특수효과가 발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칡 줄기가 불개미 일꾼의 몸을 묶기 시작했다.

"오!"

뭔가 되나 싶었지만

투둑.

불개미가 다리를 움직이자 너무도 쉽게 끊어지는 칡 줄기.

꿈틀.

칡은 불개미의 생명력을 흡수하며 줄기를 새로 만들어 불개미를 묶으려 했지만

화르르륵.

불개미 일꾼이 더듬이에서 불을 뿜어내 칡 줄기를 태워버리며 세준이 얻은 전투 스킬의 하찮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래도 칡은 뽑아놔야지. 꾸엥아 붙잡아!"

저대로 놔두고 갔다가 칡이 열매를 맺으면 그 후는······ 여기도 탑 85층처럼 된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불개미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자 세준이 불개미의 등에 심은 칡뿌리를 뽑아냈다.

드득.

불개미의 등에서 미니 당근 크기의 칡뿌리가 뽑혀 나왔다.

[억센 생명의 칡뿌리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불개미에게 작은 데미지를 줍니다.]

동시에 나타나는 수확 메시지.

"응?! 그냥 칡뿌리가 아니네?"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이상함을 느낄 때

킁킁.

꾸엥!

[아빠 여기서 약하게 약초 냄새가 난다요!]

세준의 등을 타고 앞으로 고개를 내맨 꾸엥이가 칡뿌리에서 약초 냄새를 맡았다.

"약초?"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서둘러 칡뿌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억센 생명의 칡뿌리]

살아있는 숙주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며 자란 칡의 뿌리입니다.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 약성이 아주 미약합니다.

섭취 시 체력이 0.002 상승하거나 체력 잠재력 0.001이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0일

등급 : E

"진짜 약초네? 그럼 다른 것도 되나?"

전투 스킬로서의 성능에 대한 것은 이제 뒷전. 세준이 서둘러 불개미의 등에 다른 씨앗들을 심어봤다.

[전투 스킬 - 너는 밭이다 Lv. 1가 발동합니다.]

[불개미 일꾼의 몸에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전투 스킬 - 너는 밭이다 Lv. 1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

..

.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불개미 일꾼의 생명력을 흡수하며 급속 성장합니다.]

하지만 다른 농작물들은 약초가 되지 않았다. 약초가 될 수 있는 농작물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농작물을 빠르게 재배할 방법을 알아냈으니 그걸로 됐어."

세준이 나름의 성과에 만족하며 농장으로 돌아가려 할 때

끼에엑.

등에 작게 자란 견고한 칼날 대파를 단 불개미가 세준을 졸졸 쫓아왔다. 몸에 농작물이 심어지며 페로몬에 변화가 온 불개미. 불개미는 세준을 아군으로 판단했다.

"뭐지? 꾸엥아 천천히 가자."

꾸엥이의 등에 탄 세준이 따라오는 불개미를 보며 말했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불개미가 따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이동했다.

그렇게 불개미는 세준의 농장에 도착했고

끼에엑.

께엑.

버섯개미들의 무리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

탑 75층.

"하아··· 들어가기 싫다······."

패튼이 자신의 출근지인 허름한 창고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첫날 창고에 들어갔다 유령과 마주치고 기절했던 패튼은 다음날 바로 사표를 냈다.

하지만 유랑 상인 협회에서는 패튼의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다.

거기다······

쾅!

밖에서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들어오라는 듯이 창고의 문이 열렸다.

"저 유령들 때문에 도망갈 수도 없어······."

패튼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창고 안으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유령들은 테오가 창고 정리를 위해 패튼을 보냈다는 걸 알자 패튼이 출근을 안 하면 집까지 찾아와 괴롭혔다. 그래야 자신들이 테오가 왔을 때 성불을 피할 수 있기 때문.

패튼이 창고에 들어가자

-오! 막내 왔냐?!

-왔으면 뭐 해?! 빨리빨리 움직여!

유령들이 패튼을 반기며 창고 정리를 시켰다. 그래도 패튼이 창고에 선반을 설치하고 물건들을 선반에 수납한 덕분에 창고 바닥에 쌓여있던 물건들의 높이가 조금은 낮아졌다.

그렇게 패튼이 창고의 먼지를 마시며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여기 1000탑코인이다냥!"

밖에서 테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테오도 탑 99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탑 75층의 뽑기 창고를 지나치지 못했다.

-키이이익! 테오 님이 오셨어!!!

테오의 목소리에 혼비백산하는 유령들.

쾅!

"푸후훗. 내가 왔다냥!"

테오가 창고 문을 거칠게 열며 당당하게 들어왔다.

-테오 님 오셨습니까!

유령들이 질서정연하게 서서 테오를 맞이했다.

"어······."

패튼이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유령들이 저렇게 겁을 먹다니? 패튼은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를 건드렸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창고가 왜 아직도 이렇게 더려운 것이냥?!"

-······.

"······."

테오의 말에 유령들과 패튼이 완전히 얼음이 됐다.

"일단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을 가져오라냥!"

-네!

유령들이 보관하고 있던 물건 4개를 서둘러 가져 왔다.

"흠냥······."

테오가 앞발을 뻗으며 앞에 있는 물건 4개와 아직 찾지 않은 물건들과의 끌림을 비교했다.

그리고

"이 아래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라냥!"

테오가 물건이 쌓인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유령들이 열심히 물건을 가져와 테오에게 확인을 받았다.

"아니다냥!"

오늘도 성불하는 유령이 여럿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며 10명 정도의 유령들이 성불했다.

그리고

-얘들아 나도 이제 가야 될 것 같아.

유령 하나가 성불하기 직전.

"이거다냥! 그럼 다음에 다시 오겠다냥!"

테오가 수십 번은 기워진 듯한 너덜너덜한 검정 조끼를 골라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막내야, 창고가 더럽다는 테오 님 말씀 들었지?

-나 성불할 뻔했어. 막내! 너 오늘부터 철야 근무다!

-앞으로 잠은 창고 앞에서 자라.

다음에는 성불을 피하기 위해 유령들이 패튼을 더욱 강하게 갈구기 시작했다.

***

"얘들아 준비됐어?"

꾸엥!

삐익!

우끼!

께엑!

세준의 말에 탑 99층의 일꾼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서둘러 흩어져 자신들이 배정받은 밭으로 이동했다.

블루문이 시작됐을 때 블루문의 기운이 깃든 농작물을 빠르게 찾기 위해서였다. 블루문이 끝나고 야식타임이 기다리고 있기에 모두 의욕이 넘쳤다.

꾸엥!

[꾸엥이 위치는 여기다요!]

찰싹.

꾸엥이는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래. 에일린 준비됐지?"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에일린에게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걱정 말라며 큰소리를 칩니다.]

이번에는 서치라이트에 마력을 충분히 충전한 에일린이었다. 이제 에일린이 직접 나서도 되지만, 에일린이 나서면 강한 마력에 노출된 세준이 기절하기에 어쩔 수 없이 서치라이트를 사용했다.

잠시 후, 해가 블루문으로 바뀌자

크오오오!

에일린이 서둘러 서치라이트를 켜고 포효했다.

그리고

"어······."

휘청.

털썩.

세준이 기절했다. 에일린의 포효에도 강력한 마력이 실려있었기 때문.

꾸엥!

[아빠 또 쓰러졌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세준을 침실로 옮겼다. 쉽게 풀리는 일이 없는 세준이었다.

***

"으음······."

[탑의 관리자가 몸은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세준이 눈을 뜨자마자 안절부절하고 있던 에일린이 물었다.

에일린은 최근에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고 마력이 부쩍 늘어난 것을 자신이 간과해서 세준이 기절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세준을 높이 쳐주는 에일린이었다.

"가슴이 조금 답답한 것 빼고는 괜찮······ 아 꾸엥이였구나."

가슴이 답답한 이유는 세준을 간병하던 꾸엥이가 세준의 가슴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

덥석.

꾸에엥······

세준이 꾸엥이의 몸을 들며 상체를 일으켰다.

"난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응? 테오가 왔었네."

에일린과 말하던 중 무릎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세준이 아래를 보자 새벽에 복귀한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척.

"냐앙······."

척.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무릎에 착용하고 일어서 밖으로 나왔다. 집의 마당에는 새벽에 수확한 블루문의 기운이 깃든 농작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오늘 아침은 이걸로 해야겠다."

세준이 푸른색 농작물들을 챙겨 취사장으로 향했다. 요즘 탑 85층 칡밭에서 꾸엥이 덕분에 약초를 많이 먹어 이 정도 농작물에는 큰 욕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다 함께 블루문의 기운이 깃든 농작물로 한 아침을 먹고

촵촵촵.

세준이 늦게 일어난 테오에게 츄르를 먹이며 모닝커피 타임을 가지고 있을 때

"박 회장, 이거 입어보라냥!"

츄르를 다 먹은 테오가 봇짐에서 유령 창고에서 가져온 조끼를 찢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꺼내 내밀었다.

"엥? 이걸 입으라고?"

수백 번은 기운 듯한 가죽 조끼. 이걸 입으면 거지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냥!"

테오가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테오가 자신에게 이상한 걸 가져올 리는 없기에 세준은 일단 옵션부터 확인했다.

[가죽조끼]

???

사용 제한 : Lv. 30, 민첩 50 이상

등급 : B

"에일린, 감정 좀 부탁할게."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세준의 손에 올려져 있던 가죽 조끼가 사라졌다.

그사이

"박 회장, 여기 박 회장 가족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한태준이 전달한 보고서를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우리 가족?"

세준이 서둘러 보고서를 읽었다.

그리고

"삼두사회 이 썩을 X새끼들!!!"

세준이 탑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욕을 하며 분노했다. 감히 가족을 건드려?!

[탑의 관리자가 누가 그대를 화나게 했냐며 분노합니다.]

-세준아 무슨 일이냐?

-세준아 왜 화났어?

"박 회장, 왜 그러냥?"

꾸엥?

[아빠 무슨 일이다요?]

쿠어어엉?

검은탑 실세의 분노에 검은탑 최강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200화. 누가 우리 꾸엥이 건드렸나?

200화. 누가 우리 꾸엥이 건드렸나?

탑 99층 웨이포인트.

쿵!쾅!쿵!쾅!

멀리서 우천삼이 빠르게 달려왔다.

"우천삼, 무슨 일인데 소란스럽게 구는 것이냐?"

웨이포인트를 지키고 있던 우마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마왕님! 세준 님이 화가 나셨습니다!"

"뭐?! 세준 님이 화가 나셨다고?!"

우마왕이 크게 놀랐다. 지금까지 세준이 화를 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세준이 무시무시한 탑 99층의 동물들에게 화를 낼 용기가 없어서였지만, 다른 동물들은 세준이 인내심이 커 웬만해서는 화를 잘 안 낸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네! 그것도 욕까지 하면서 대노하셨습니다."

"감히 누가 세준 님이 욕을 할 정도로 분노케 한 것이냐?!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세준은 흙만 퍼먹던 자신들에게 맛있는 풀을 먹게 해준 고마운 존재.

음머~!

쿠과광!!!

우마왕이 전설급 무기인 붉은 뼈를 들고 누구보다 소란스럽게 세준의 농장을 향해 달려갔다.

***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가족을 건드린 놈들을 모조리 찾아 씹어먹어 버리겠다고 말합니다.]

세준의 가족을 건드렸다는 말에 에일린이 흥분했다.

-에일린, 진정하거라. 그러다 드래곤하트에 무리가 올 수 있어.

카이저가 흥분하는 에일린을 걱정하며 말렸다.

에일린은 나이에 비해 많은 마력을 가지며 강해졌지만, 아직 그만큼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감정이 폭발하면 마력이 같이 요동칠 수도 있었다.

[탑의 관리자가 지금 나쁜 놈들이 세준이 가족을 건드렸다는데 어떻게 자신이 가만있냐며 화를 냅니다.]

-아니···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에일린, 카이저 님, 말씀대로 진정해. 네가 아픈 건 싫으니까."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진정하겠다고 말합니다.]

카이저가 말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세준의 말은 바로 듣는 에일린.

"에일린은 일단 탑 안에 있는 삼두사회를 찾아봐 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세준의 부탁에 에일린이 수정구로 삼두사회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이 할애비가 말할 때는 화내고 세준이가 말하니까······

카이저가 에일린에게 서운해하며 궁시렁거리고 있을 때

쿠광쾅쾅!

음머~!

엄청난 흙먼지를 만들며 우마왕이 도착했다.

그리고

음머?

크어엉!

음머!!!

분홍 털에게 세준이 분노한 이유를 듣고 삼두사회에 대해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때

"우마왕,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좀 빌려도 될까?"

세준이 우마왕에게 부하들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음머!음머!

[마음대로 쓰시죠! 아니 이번에는 저도 직접 가겠습니다!]

척.

부하들을 빌려달라는 세준의 요청에 우마왕이 자신의 무기인 붉은 뼈를 어깨에 걸치며 직접 나서겠다고 대답했다.

300년간 웨이포인트를 지키던 우마왕. 우마왕은 탑의 기강을 다시 세울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우마왕, 고마워. 그럼 우마왕은······."

그렇게 세준은 우마왕의 도움을 받아 삼두사회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한 작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 분노하는 존재가 하나 더 있었다.

[감히 주인님의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어요!]

불꽃이가 이파리를 부르르 떨며 분노했다.

***

-흐음······ 너무 간과하고 있었어.

동물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세준을 보면서 카이저가 말했다. 탑 99층에서 매일 농사나 짓고 옆의 동물들에게 치이다 보니 세준이가 가진 힘을 너무 무시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탑이 생긴 이래 이렇게 무난하게 첫 번째 재앙인 로커스트의 침공을 막아낸 세상은 없었다. 그것도 큰 피해 없이.

현재 세준의 견고한 칼날 대파가 탑 밖에서 로커스트들을 잘 막아내고 있는 덕분. 멸망 쪽에서는 이런 적이 없으니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멸망의 사도와 관련이 있는 삼두사회에서 세준의 가족을 노리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반대로 자신은 세상이 사라지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 이런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용들은 세상을 지키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탑 안에 생존자들을 받아들이며 탑을 유지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

왜 이렇게 됐지?

용들이 처음 탑을 관리하기 시작했을 때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싸웠었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되자 어느 순간 용들 사이에 싸워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실패에 익숙해진 것이다.

-우리가 실패에 익숙해졌다고?!!!

카이저는 자신의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 귀찮아서라면 몰라도 위대한 검은용이, 찬란한 용족이 실패에 익숙해져 싸우는 것을 포기하다니?!

뭔가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뭔가가 자신들을 잠식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심각했다.

-켈리온, 잠깐 얘기 좀 하지.

-응? 왜?

카이저 켈리온을 불러 조용히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

탑 44층의 어느 호수, 호수 안에는 녹고 있는 작은 얼음섬이 있있다.

그리고

"여기······ 1000탑코인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호수를 얼려주세요."

탑 41층에서 테오의 도움으로 장비를 팔아 큰돈을 번 코나가 호수 앞에 있는 남자에게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건넸다.

"흐흐흐. 이거 어쩌지 오늘부터 내가 좀 비싸졌거든."

코나가 돈을 꺼낼 때 주머니 안의 금액이 상당한 것을 발견한 남자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어리숙한 녀석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간신히 구할 수 있는 금액을 불렀는데 녀석은 무슨 쓴 건지 기특하게도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돈을 번 것이다. 그럼 노력에 부응해 줘야지

"그럼 얼마인데요···?"

"흐음····· ·1만 탑코인 정도?"

"그······ 그렇게나 많이요?!"

남자의 말에 코나가 당황했다. 오랜만에 큰돈이 생겨 마을의 펭귄들이 먹을 식량을 살 생각이었는데······

"여······ 여기요."

코나가 남자에게 돈을 건넸다. 식량보다는 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얼음섬이 없으면 펭귄들은 하루도 살 수 없다.

"흐흐흐. 귀여운 녀석, 수고했다. 아이스 블라스트!"

남자가 능력을 사용하자 호수에 떠 있던 얼음섬이 녹는 것을 멈추고 얼음섬 주변이 얼며 다시 얼음섬이 조금 커지기 시작했다.

"다음에도 1만 탑코인을 가져와라."

남자가 코나에게 말하고는 호수 근처의 작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뚜벅.뚜벅.

동굴을 따라 깊이 들어간 남자가 넓은 공터의 중앙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휘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토간 님, 다녀왔습니다."

"빈센트, 얼마나 받았어?"

"1만 탑코인입니다."

"뭐?! 정말?!"

빈센트의 말에 토간이 놀랐다.

"네. 이게 다 토칸 님의 아이디어 덕분입니다."

"흐흐흐. 그건 당연한 거지. 덕분에 미스터원에게 상납금을 내고도 돈이 상당히 남겠군."

빈센트의 아부에 토간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있는 동굴은 삼두사회의 아지트로 토간이 우연히 아지트 근처에 사는 펭귄들을 발견하고 돈을 마련할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얼음섬을 토간의 화염 능력으로 녹인 후 빈센트를 보내 섬을 얼려주는 대가로 돈을 갈취하고 있었다.

***

쾅!

"협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유랑 상인 협회장실 문을 거칠게 열며 부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탑 99층에서 다시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남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뭐? 이번에도 금방 올라가겠지."

이미 한 번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남하를 경험했기에 유랑 상인 협회장 메이슨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때도 아무 일 없었는데 이번이라고 무슨 일이 있겠어?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우마왕도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뭐?! 우마왕?!"

"네! 우마왕이 직접 블랙 미노타우루스 3000마리를 이끌고 탑을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서둘러 간부들 소집하고 비밀감찰국 요원들 전부 투입해서 우마왕이 움직이는 이유를 알아내!"

기겁한 메이슨이 서둘러 지시를 내렸다. 300년 전 우마왕이 탑을 내려왔을 때 10개 층이 거의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었다. 이번에는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안됐다.

"네!"

쾅!

부하가 서둘러 문을 닫고 나갔다.

"휴우··· 우마왕이 움직이다니··· 탑에 피바람이 불겠군······."

메인슨이 걱정이 가득한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박 회장, 짐 다 쌌다냥!"

꾸엥!

[꾸엥이도 짐 다 쌌다요!]

농장을 둘러보고 있는 세준을 향해 테오와 꾸엥이가 달려왔다. 세준은 우마왕에게 위에서부터 한 층, 한 층 샅샅이 수색하며 내려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세준 자신은 자신이 갈 수 있는 층 중 가장 삼두사회가 있을 것 같은 곳에 가보기로 했다. 에일린이나 우마왕이 삼두사회를 찾아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떠날 준비가 되자

"얘들아 들어가 있어."

테오와 꾸엥이를 아공간 창고에 넣고 땅문서 하나를 꺼냈다.

[검은탑 44층 호수 땅문서]

촤르륵.

세준이 문서를 펼치며 사라졌다.

***

[검은탑 44층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44층으로 이동했습니다.]

[55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55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스탯이 220개나 상승했다.

"오!"

세준은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땅문서에 적힌 대로 앞에는 호수가 있었다.

"어?! 저거 얼음이야?"

이상한 게 있다면 호수 중앙에 얼음섬이 있다는 것.

철컹.

"얘들아 나와."

세준은 일단 테오와 꾸엥이를 불러냈다.

"알겠다냥!"

찰싹.

테오는 세준의 부름에 바로 나오며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하지만

꾸엥!

[꾸엥이는 조금 있다 나간다요!]

아직 간식주머니를 가득 채우지 못한 꾸엥이는 나오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 알았어. 천천히 나와."

세준은 아공간 창고를 열어둔 상태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온도가 올라간 호수의 온도를 내리고 호수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역시 이번에도 땅의 권리를 얻기 위한 퀘스트가 나타났다.

"원래 땅문서를 얻으면 다 이렇게 권리를 얻기 위한 퀘스트가 있는 건가? 아이스큐브."

세준은 잠깐 의문을 가지며 물을 얼려 호수의 중앙에 있는 얼음섬으로 이동했다. 왠지 저 얼음섬에 문제의 실마리가 있을 것 같았다.

척.

그렇게 세준이 얼음섬에 발을 디뎠다.

"테오. 뭐 들리는 거 없어?"

"안에서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냥!"

"그래? 어디야?"

"저쪽이다냥!"

테오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이동하자

"계단?"

얼음으로 만든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누군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깡!깡!

세준의 귀에도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쇠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뭐지?"

세준이 소리를 따라 계속 걷자

"어?! 펭귄?"

열심히 쇠를 두드려 뭔가를 만들고 있는 작은 푸른색 펭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신기한 건 펭귄들이 쇠를 불로 달구고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쩌저적.

쇠를 얼음으로 얼린 다음 두드린다는 것.

"코나다냥!"

테오가 쇠를 두드리는 펭귄들 사이에서 장비를 만들고 있는 코나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그리고

"어?! 테오 님?"

반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테오를 발견한 코나.

쫑.쫑.쫑.

코나가 반가워하며 테오를 향해 달려왔다.

그때

꾸에엥!!!

밖에서 꾸엥이의 분노 가득한 포효가 들려왔다.

"누가 우리 꾸엥이 건드렸나?"

꾸엥이를 건드리다니······ 복도 없다. 세준은 상대의 명복을 빌며 밖으로 나갔다.

201화. 합체공격이다!

201화. 합체공격이다!

토간의 지시로 회식을 위한 술과 음식을 사기 위해 부하 하나를 데리고 아지트에서 나온 빈센트.

"어?! 저게 뭐지?"

그런 그의 눈에 허공에 떠 있는 공간이 보였다. 빈센트는 부하와 조심스럽게 철문이 달린 공간으로 다가갔다.

"대기해."

"네."

빈센트가 부하를 대기시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농작물?"

안에는 여러 농작물이 담긴 상자들이 있었다. 적어도 수천 상자는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힘의 감자]

[체력의 옥수수]

···

..

.

"뭐야?! 박세준의 농작물이잖아!"

박스 안의 농작물을 확인한 빈센트가 경악했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게 전부 돈이야!

"빨리 토간 님을 모셔와라!"

"네!"

빈센트의 지시에 부하가 서둘러 다시 동굴로 달려가자

"흐흐흐."

빈센트는 서둘러 창고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토간이 오기 전에 돈 되는 농작물로 몇 개 챙길 생각이었다.

"이건 뭐지?"

뻥!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열자 진한 알콜향이 났다.

"오! 술도 있네."

창고에 보관 중이던 소주를 발견한 빈센트가 웃으며 소주를 몇 병 챙겼다.

그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신난다요!]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빈센트가 기척을 최대한 숨기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심히 다가가자

꾸엥!

[이번에 넣을 건 당근이다요!]

길을 헤매다 음식 냄새를 맡고 들어온 건지 무릎 높이 정도로 자란 새끼 곰 한 마리가 메고 있는 주머니에 열심히 당근을 넣는 게 보였다.

"뭐야? 새끼 곰이잖아. 야 저리 꺼져!"

안심한 빈센트가 모습을 드러내며 꾸엥이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괜히 자신을 긴장시킨 것에 대한 화풀이였다.

하지만

꾸엥!

[도둑이다요!]

꾸엥이는 간단히 빈센트의 발을 잡아채

꾸엥!

[도둑 쫓아낸다요!]

"어?!"

질질질.

빈센트를 끌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퍽!퍽!

꾸엥이에게 끌려가는 중에 빈센트는 검을 꺼내 꾸엥이의 등을 공격하며 저항했지만, 꾸엥이의 가죽은 엄청나게 질겼다. 빈센트의 검은 가죽은커녕 털도 자르지 못했다.

'이놈 뭐야?!'

뒤늦게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빈센트. 새삼스럽게 곰이 무서운 동물이라는 게 떠올랐다. 맞아. 곰은 사람을 찢지.

"이거 놔! 사람 살려······."

벤센트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꾸에엥!

[도둑은 혼내준다요!]

이미 너무 늦었다. 꾸엥이가 빈센트를 입구 밖으로 강하게 던졌다.

쾅!

빈센트가 바닥에 패대기쳐지며 끝까지 뱉지 못한 살려달라는 말이 빈센트의 마지막 유언이 됐다.

그리고

-이 곰 새끼가!!!

빈센트의 몸에서 빛이 나며 거대한 푸른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꾸에엥!

[꾸엥이가 아빠 창고 지킨다요!]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를 지키듯이 입구에 서서 짧은 다리를 최대한 넓게 뻗으며 푸른뱀을 향해 포효했다.

***

세준이 계단을 따라 올라오자

꾸엥!

[아빠 창고 안의 음식은 안 뺏긴다요!]

꾸엥이가 거대한 푸른뱀의 턱주가리를 향해 분노의 어퍼컷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쾅!!!

-크헉!

꾸엥이의 어퍼컷을 맞고 공중에 뜬 거대한 푸른뱀.

스르륵.

땡그랑.

푸른뱀의 육체가 가루로 변하며 하늘에서 청동 코인 하나가 떨어졌다.

"멸망의 사도?"

세준이 떨어지는 청동 코인을 보며 말했다. 멸망의 사도가 여기 있다는 건 삼두사회가 근처에 있다는 것.

"테 부회장, 황금박쥐 주변에 삼두사회가 있는지 살펴봐 줘."

"알겠다냥!"

(네!)

세준의 말에 테오와 황금박쥐가 빠르게 움직였고 세준은 서둘러 꾸엥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꾸엥!꾸엥!

[아빠 얘가 창고에서 음식을 훔치려고 했다요! 그래서 꾸엥이가 혼내줬다요!]

꾸엥이가 바닥에서 주운 청동 코인을 세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래. 잘했어."

꾸엥이가 혼내준다는 건 세상과 이별시켜주는 거군.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꾸엥이 언어 통역기의 데이터를 업데이트했다.

꾸헤헤헤. 꾸엥!

[헤헤헤. 그럼 꾸엥이는 간식주머니를 다시 채우러 가겠다요!]

꾸엥이는 기분 좋게 세준의 쓰다듬을 받다가 할 일을 끝내지 못했다는 걸 떠올리고 다시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 간식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히드라의 4번째 청동 코인]

???

혼자 남은 세준은 새로 얻은 코인을 확인했다. 예전에 테오가 가져왔던 코인과 같은 종류의 코인이었다.

슥.

세준이 청동 코인을 주머니에 넣을 때

푹.

뾰족한 뭔가가 세준의 등을 찔렀다.

"크억······."

너무 안일했다. 평소라면 주변에 꾸엥이나 테오를 뒀을 텐데···은신을 쓰는 적이 있을 줄이야······ 낮은 층이라고 방심한 것이다.

'애들아 미안하다······.'

세준의 머릿속으로 지금까지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이 엄마 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장면을 재생하고 있을 때

푹.푹.

뒤에서 다시 찌르는 소리가 났다. 잔인한 놈······ 한 번 찌르면 됐지. 뭘 그렇게 많이 찔러? 난 이미 죽어가고 있다고······

푹.푹.푹.

적은 세준의 마음도 모르고 사정없이 세준의 등을 찔렀다. 이놈 사이코패스가 분명했다. 사람을 찌르면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아··· 마지막을 이런 놈한테 걸려서 고통스럽게 가는구나······.'

세준이 한탄하며 자신을 죽인 놈의 얼굴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푹.푹.푹.

세준을 미친 듯이 찌르고 있는 겁에 질린 헌터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익! 칼이 왜 안 들어가?!"

푹.푹.푹.

세준과 눈이 마주친 헌터가 발악하듯이 단검으로 세준의 배를 찔렀지만, 단검은 세준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뭐지? 헌터의 반응에 의아해진 세준.

"응?"

[재능 : 단단함이 나약한 공격을 무시합니다.]

···

..

.

세준은 그제야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생쇼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아. 이놈이 있지."

세준이 헌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크헉!"

가볍게 기절만 시킬 생각이었지만

콰광!

세준의 주먹을 맞고 공중에 뜬 상태로 10m를 날아가는 헌터.

"어?!"

이럴 리가 없는데? 항상 주변 동물들의 눈치만 보며 최약체 취급을 당하던 세준이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에 당황할 때

-이놈! 감히 이 몸을 나서게 하다니! 죽어라!

세준의 주먹에 맞고 날아간 헌터의 몸이 빛나며 은색의 거대한 뱀이 나타나며 세준을 향해 입을 벌렸다.

슈슉.

서늘한 바람 소리에 세준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퍽.

그렇게 원래 있던 장소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 세준의 몸이 떨어졌을 때

콰과광.

세준이 있던 곳에 강력한 돌풍이 지나가며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으며 분쇄했다.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의 최대 체력치가 17로 증가합니다.]

메시지가 세준이 방금 죽을 뻔했다는 걸 말해줬다.

"휴우."

세준이 몸을 돌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퍽.

"윽!"

바람에 날린 작은 돌멩이 하나가 세준의 무릎을 때리며 작은 생채기를 냈다. 바람에 실린 강한 마력 때문인지 재능 : 단단함을 뚫고 세준에게 피해를 줬다.

"감히 박 회장의 무릎에 상처를 냈다냥!!!"

덕분에 세준의 무릎이 위험해진 것을 느끼고 서둘러 달려오던 테오가 분노하며 은색뱀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빳칭!

테오가 공중에서 자신의 용 발톱을 뽑아 마력을 불어넣어

"냐냐냥!냐냐냥!"

난도질하듯 은색뱀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테오의 냥냥폭풍권이었다.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쿵.

말을 잇지 못하고 온몸이 조각나며 쓰러지는 은색뱀.

스스슥.

땡그랑.

은색백은 곧 가루로 변하며 청동 코인 2개를 떨어트렸다.

"박 회장, 괜찮냥?!"

테오가 서둘러 달려와 세준의 무릎을 살폈다.

"괜찮아. 조금 찢어진 거야."

큰 상처가 아니기에 세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떨어진 코인을 주우려 했다.

하지만

"가만 있어라냥! 내가 치료해주겠다냥!"

꾹.꾹.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무릎에 올라가 다친 곳을 앞발로 정성스럽게 안마했다. 치유 스킬을 사용한 안마였기에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고마워."

'푸후훗. 당연하다냥! 박 회장의 무릎은 나 테 부회장이 지킨다냥!"

테오가 가슴을 내밀며 우쭐해했다.

"그래."

세준이 그런 테오를 기특해하며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응?"

은색뱀이 방금 흘린 청동 코인을 몰래 줍는 토간과 세준의 눈이 마주쳤다.

***

갑작스럽게 아지트를 습격한 황금박쥐에게 부하들을 던져주고 부하 하나와 간신히 도망친 토간.

그때

"저놈은 뭐지?"

토간의 눈에 호숫가에 서서 빈센트가 죽으면서 흘린 코인을 살펴보는 세준이 보였다. 밀짚모자에 허름한 복장. 전혀 강해 보이지 않았다.

"청동 코인을 가져와라."

"네!"

토간은 부하를 시켜 세준을 암살하고 청동 코인을 가져오게 했지만, 부하는 오히려 세준에게 당하고 봉인된 히드라의 6번째 머리가 풀려났다.

'차라리 잘됐다. 모조리 쓸어버리는 거다.'

토간은 히드라의 6번째 머리가 주변의 적들을 모두 쓸어버리길 기대했다.

하지만

"냐냐냥!냐냐냥!"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가 공중에서 헛발질을 열심히 하자 수천 조각으로 토막 나며 죽어버린 히드라의 6번째 머리.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토간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 몸을 더욱 깊이 숨겼다.

그때

-6번째 머리가 흘린 청동 코인을 삼켜라.

토간의 머릿속으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안 됩니다! 지금 나서면 죽을 겁니다!"

토간이 머릿속의 목소리가 낸 의견에 반대했다. 너무 위험했다.

-걱정 마라. 저 코인만 삼키면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정말입니까?"

-그렇다. 나는 모든 머리를 지휘하는 히드라의 첫 번째 머리. 적들을 전부 해치울 수 있다.

"그럼 믿겠습니다."

토간이 조용히 이동하며 청동 코인을 주웠다.

'성공이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토간.

그때

"어?!"

테오를 쓰다듬던 세준과 눈이 마주쳤다.

-빨리 청동 코인을 삼켜라!

꿀꺽.

세준과 눈이 마주친 토간이 히드라의 첫 번째 머리가 시키는 대로 서둘러 청동 코인 2개를 삼켰다.

-크크크. 잘했다.

코인을 삼킨 토간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

-크크크. 힘이 넘치는구나!

-좀 전에는 방심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세준의 앞에 나타난 머리가 두 개인 뱀. 좀 전에 나타났던 은색 뱀보다 몸과 머리가 두 배는 큰 검은뱀과 그 옆에 은색뱀이 머리만 돋아나 있었다.

"뭐야?"

세준이 당황할 때

"박 회장, 걱정말라냥! 내가 지켜준다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

꾸엥!꾸엥?[꾸엥이 간식주머니 다 채웠다요! 어? 또 나쁜 뱀이다요?]

다다다.

간식주머니를 다 채운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서 나오다 멸망의 사도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달려와 세준의 앞에 섰다.

"흐흐흐. 덤벼라."

좌테오 우꾸엥이 든든하게 자리하자 세준은 자심감이 넘쳤다.

-크크크. 어디 막아봐라! 여섯 번째 머리 보조해라.

-알았다.

검은뱀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세준을 향해 검은 액체를 뱉어내자

후웅.

은색뱀이 바람을 불어 검은 액체를 넓게 퍼트렸다.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

세준이 검은 액체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한 방울만 맞아도 치명적인 독이 틀림없었다.

"얘들아 이거 먹어."

세준이 서둘러 테오와 꾸엥이에게 해독의 대파를 건넸다.

우적.우적.

"테 부회장은 냥냥폭풍권! 꾸엥이 꾸엥후를 사용해!"

세준 자신도 서둘러 대파를 먹으며 테오와 꾸엥이에게 말했다. 저쪽이 합체공격이면 이쪽도 합체공격이다!

"알겠다냥!"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지시를 받은 테오와 꾸엥이가 동시에 기술을 사용했다.

202화. 얘들아 적당히 잡아.

202화. 얘들아 적당히 잡아!

"냐냐냥!냐냐냥!"

꾸에에에엥!

테오와 꾸엥이의 기술인 냥냥폭풍권과 꾸엥후가 합쳐지자 꾸엥후의 돌풍에 냥냥폭풍권의 무형 마력 칼날이 섞이면서 범위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완전히 분쇄했다.

······

그 결과 둘의 합체 기술에 맞은 히드라는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소멸됐다.

하지만

콰과광!

세준의 생각보다 위력이 너무 과했다. 히드라뿐만 아니라 그 뒤의 공간이 원형으로 훤하게 뚫렸다. 산 몇 개가 통째로 사라지고 탑의 지형이 변해버렸다.

"괜히 썼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길이 생겨난 것을 보며 세준은 굳이 합체 기술을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다 괜히 합체 기술을 쓴 히드라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은 아주아주 쬐끔?

[파수꾼 테오와 약초꾼 꾸엥이가 검은 탑에 침투한 멸망의 사도 10좌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의 1번째 머리와 6번째 머리를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750만을 획득했습니다.]

[약초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750만을 획득했습니다.]

[파수꾼 테오와 약초꾼 꾸엥이가 블랙크로우를 처치했습니다.]

···

..

.

이어서 합체 공격의 경로에 있던 히드라와 다른 몬스터들까지 처치했다는 경험치 획득 메시지가 엄청나게 나타났다.

테오와 꾸엥이 둘이 함께 처치했기에 경험치가 반반씩 나눠졌지만, 결과적으로 세준이 얻는 경험치는 같았다.

그리고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은 두 번의 레벨업을 하며 63레벨이 됐다.

"빨리 코인 챙겨야지."

방심하고 있다가 다른 멸망의 사도가 나타나 코인을 삼킬지도 몰랐다. 세준이 서둘러 히드라가 죽은 곳에 다가가자 그곳에는 청동 코인이 7개나 떨어져 있었다.

"많네."

세준이 코인을 주우며 살펴봤다.

[히드라의 1번째 청동 코인]

???

[히드라의 6번째 청동 코인]

???

코인의 종류는 2가지. 히드라의 1번째 청동 코인 5개와 히드라의 6번째 청동 코인 2개가 있었다.

"검은 놈이 첫 번째 머리겠지?"

세준은 청동 코인을 많이 떨어뜨리는 멸망의 사도일수록 더 크고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퀘스트 해결해야지."

코인을 수거한 세준은 땅문서 퀘스트 완료를 위해 다시 얼음섬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애들 챙겨야지."

얼음섬으로 가기 전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데려가기 위해 다가가자

"냥냥꾸폭풍권이다냥!"

꾸엥!꾸엥!

[아니다요! 꾸냥후가 더 좋다요!]

테오와 꾸엥이는 새로 만든 합체기술의 이름을 가지고 싸우고 있었다.

그때

"그럼 박 회장한테 냥냥꾸폭풍권과 꾸냥후 중 뭐가 더 괜찮은 이름인지 물어보자냥!"

테오가 다가오는 세준을 보며 말하자

꾸엥!

[좋다요! 아빠한테 새로운 기술 이름 정해달라고 한다요!]

꾸엥이도 동의했다.

'푸후훗. 박 회장은 내 편이다냥!'

'헤헤헤. 아빠는 꾸엥이 편이다요!'

둘 다 다른 속셈이 있었다.

하지만

"음······ 테꾸박 드릴 스톰 어때?"

세준은 두 개의 이름 중 정해달라는 요청에 새로운 이름을 얘기했다. 은근슬쩍 자신의 이름을 끼어넣은 세준.

"기술 이름에 박 회장의 이름도 넣은 것이다냥?!"

꾸엥?!

[아빠 이름도 같이 넣은 것이다요?!]

세준의 의견에 충격을 받은 2마리.

"아··· 싫으면······."

세준은 자신이 너무 욕심을 부렸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자신의 말을 번복하려 했지만

"역시 박 회장이다냥! 훌륭하다냥!"

꾸엥!꾸엥!

[역시 아빠는 엄청나다요! 마음에 든다요!]

다행히 둘은 세준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에 크게 기뻐했다. 당연했다. 둘은 세준을 아주 좋아하니까.

그렇게 테꾸박 드릴 스톰이라는 요상한 합체 기술의 이름이 정해지자 세준은 둘을 무릎에 착용하고 얼음섬으로 향했다.

"아이스큐브."

그 사이 세준이 만든 얼음이 녹아 세준은 새로 얼음을 만들어 얼음섬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음섬에 도착한 세준이 다시 계단을 따라 펭귄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펭······."

"펭······."

좀 전까지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초상집 분위기 같았다.

"테 부회장 코나한테 가서 여기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런지 물어봐."

세준이 코나와 안면이 있는 테오에게 이유를 물어보게 했다.

"알겠다냥!"

세준의 지시를 받은 테오가 당당하게 다가가

"펭······ 테오 님?"

"코나, 분위기가 왜 이러냥?"

울고 있는 코나에게 물었다.

"펭······ 조금 전에 저 곰이 저희 섬을 얼려주던 헌터를 죽였어요. 이제 저희 마을은 끝이에요······ 얼음섬이 없어지면 더운 곳에서 살 수 없는 저희는 죽을 거예요······."

테오의 물음에 코나가 꾸엥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꾸엥?
[꾸엥이 뭐 잘못했다요?]

코나의 말에 꾸엥이가 세준을 보며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꾸엥이는 나쁜 놈을 혼내줬을 뿐이다요······

"아냐. 그건 꾸엥이 잘못이 아니지. 그리고 코나, 걱정 마. 내가 섬을 얼려줄 수 있으니까. 아이스큐브."

세준이 성석을 사용하자 세준의 앞에 크기 10m의 정육면체 얼음이 나타났다.

"펭! 얼음이 생겼다!"

우울해하던 펭귄들이 세준이 만든 얼음에 놀라며 다가왔다.

그때

[퀘스트 보상이 추가됩니다.]

"응?!"

세준이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자

보상 :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푸른 등 펭귄 300마리가 호수의 일을 도움

보상에 펭귄들이 호수의 일을 도와 준다는 내용이 추가돼 있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에 보상이 추가됐다.

세준은 본격적으로 호수의 온도를 내리기 위해 성석에 마력을 불어넣어 얼음을 만들었다.

"아이스큐브!"

쿠구궁.

진동과 함께 얼음섬 주변을 감싸는 수백 개의 정사각형 얼음들.

"아이스큐브!"

세준이 그렇게 여러 번 성석을 이용해 얼음을 만들자 얼음 수천 개가 얼음섬을 감싸며 호수의 온도가 내려갔고 얼음섬의 크기도 커졌다.

그렇게 섬의 크기를 거의 1.5배 정도 키웠을 때

휘청.

세준의 다리가 풀렸다. 마력이 거의 고갈된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다시 하자."

"저희 섬을 얼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펭귄들이 자신들을 구해준 세준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척.

"어디로 모실까요?

펭귄들이 세준을 머리 위에 올리며 물었다.

"어?!"

"저희들이 모시겠습니다!"

"괜찮은데?"

"아닙니다! 저희가 보답하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세준이 어색해하며 거절했지만, 펭귄들은 이렇게라도 세준에게 자신들의 고마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알았어. 그럼 호숫가로 옮겨줘."

이곳은 세준에게는 춥기에 쉴 장소로 적합하지 않았다.

"네! 얘들아 가자!"

펭귄들이 세준을 들고 호숫가로 옮겼다.

"푸후훗. 좋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신난다요!]

덕분에 세준의 무릎에 있던 테오와 꾸엥이도 함께 옮겨지며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펭귄들의 도움으로 호숫가에 도착하자

(세준 님!)

팔락.팔락.

삼두사회의 아지트를 습격한 황금박쥐가 발에 뭔가를 잔뜩 들고 돌아왔다.

"그건 헌터폰?"

세준이 황금박쥐가 가져온 물건을 알아보며 말했다. 헌터들이 탑에서 쓰기 위해 만든 장비 헌터폰이었다.

(네! 제가 삼두사회의 아지트에서 증거를 확보하려고 했는데 어떤 놈이 증거를 다 인멸하고 도망쳐버렸어요!)

그렇게 세준에게 가져갈 증거가 인멸되자 황금박쥐는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죽은 삼두사회 조직원들의 헌터폰을 챙겨온 것이다.

"역시 잠겨있네."

세준이 10대의 헌터폰 중 하나를 들고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터치하자 비밀번호 입력 화면이 나타났다.

"황금박쥐, 삼두사회 아지트로 안내해줘. 이거 풀려면 헌터의 얼굴이나 지문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저··· 그게··· 없어요······.)

"응? 없다니?"

(그게··· 제가 너무 갈기갈기······.)

"어······ 그래."

황금박쥐가 얼버무렸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다른 대안이 있으니까.

"테 부회장, 할 일이 생겼어."

세준이 헌터폰 10대를 테오의 봇짐에 넣어주며 말했다.

"무슨 할 일이냥?! 테 부회장에게 전부 맡겨라냥!"

세준의 말에 기고만장하게 말하는 테오.

"내려가서 태준 님에게 삼두사회 조직원들의 헌터폰을 전달해줘."

아마 한태준이라면 헌터폰의 잠금을 열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알 것이다.

"냥?"

세준의 내려가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테오.

"다른 녀석을 내려보내면 안 되냥?"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지기 싫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볼을 부비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내가 테 부회장이니까 이런 부탁하지. 꾸엥이나 황금박쥐는 못 미더워서 부탁하겠어?"

세준은 테오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푸후훗. 그런 것이냥?! 역시 박 회장이 믿는 건 나뿐인 것이다냥! 그럼 당연히 내가 가주겠다냥!"

세준의 말에 금세 태도를 바꾸며 테오가 봇짐을 들고 일어났다.

"믿는다. 테 부회장."

"푸후훗. 금방 다녀오겠다냥!"

테오가 빨리 돌아오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며 사라졌다. 몇 층만 내려가면 됐기에 서두르면 30분 만에도 다녀올 수 있다.

"우리는 일단 자자."

세준이 창고에서 파 이파리를 꺼내 바닥에 깔고 누웠다. 마력을 많이 썼더니 피곤했다.

커어어.

세준은 눕자마자 잠들었고

꾸로롱.

배로롱.

세준의 배 위에서 자리를 잡고 자는 꾸엥이와 황금박쥐였다. 바로 얼마 전에 엄청난 전투가 있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호숫가는 평화로웠다.

***

"으음."

세준이 잠깐 자고 일어나자

고로롱.

꾸로롱.

배로롱.

꾸엥이와 황금박쥐 외에도 빠르게 한태준에게 헌터폰을 건네주고 온 테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꼬르르륵.

세준의 배꼽 알람이 울렸다.

"그러고 보니 저녁도 안 먹었네."

동물들을 들어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세준. 얼굴을 물속으로 넣어 호수 안을 들여다봤다. 저녁거리로 먹을만한 게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생선이 많네.'

호수 안을 유유히 헤엄치는 생선들을 보면서 세준은 오늘 저녁 메뉴로 생선구이를 먹기로 했다.

그렇게 메뉴를 정했을 때

수웅.

호수의 시야가 닿지 않는 어두운 먼 곳에서 검은 실루엣의 뭔가가 빠르게 세준을 향해 다가왔다.

"윽!"

세준이 위기감을 느끼며 서둘러 고개를 뺐다.

하지만

"세준 님! 일어나셨어요?"

검은 실루엣은 세준도 아는 존재였다.

"코나?!"

"네. 세준 님, 이거 드세요."

코나가 작살에 꽂힌 자기 몸통만 한 생선 3마리를 세준에게 건넸다.

"고마운데 괜찮아. 우리는 좀 많이 먹어서."

세준이 코나가 준 생선을 거절했다. 이쪽은 꾸엥이 때문에 생선 3마리로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어차피 한참 더 잡아야 했다.

"그럼 제가 잡는 것 도와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그렇게 세준이 코나의 도움을 받아 생선을 잡았다. 코나가 생선을 수면으로 몰아오면 세준이 그 부분을 통째로 얼렸다.

원래는 천둥 던지기를 쓰면 편하지만, 코나 말고도 호수 안에서 수영을 하는 펭귄들이 많아 쓸 수 없었다.

그때

"푸후훗. 생선 잡기의 명수 테 부회장이 일어났다냥!"

잠에서 깬 테오가 세준이 생선을 잡는 걸 보고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수속성 재능을 가졌기에 몸이 젖을 걱정이 없는 테오는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꾸엥!

[꾸엥이도 생선 잘 잡는다요!]

테오의 외침에 잠을 깬 꾸엥이도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얘들아 적당히 잡아!"

세준이 호수의 생선들이 멸종당하지 않게 둘을 감시했다.

203화. 저거 캘 수 있냥?

203화. 저거 캘 수 있냥?

세준의 예상대로 테오와 꾸엥이는 호수에 들어가자마자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푸후훗. 물이 무섭지 않은 이 몸을 꾸엥이는 이길 수 없다냥!"

참방.참방.

테오가 물 사이에 물이 없는 통로를 만들고 통로를 달리며 물고기들을 빠르게 낚아채기 시작했다. 수속성 재능을 누구보다 비친수적으로 쓰는 테오였다.

"테오 님, 대단하시네요······."

세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생선을 손질하고 있던 코나가 테오의 수영 실력을 보며 감탄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테오가 엄청난 수영 실력으로 물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꾸엥!

[큰형아보다 꾸엥이가 더 많이 잡을 거다요!]

쾅!

테오의 물고기 잡기 실력에 자극을 받은 꾸엥이가 테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물을 강하게 두드렸고

둥둥.

그 충격파로 기절한 물고기들이 물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이긴다요!]

꾸엥이가 기절한 물고기를 열심히 잡기 시작했다.

"펭······."

그중에는 꾸엥이의 충격파에 맞고 기절한 펭귄들도 있었다.

"꾸엥이 경고 1회. 펭귄들까지 기절했잖아. 경고 2회면 퇴장이야."

세준이 꾸엥이에게 엄중히 경고를 줬다. 꾸엥이처럼 잡으면 펭귄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호수 안의 물고기들이 금방 멸종한다.

꾸엥?!

[이렇게 잡으면 경고다요?!]

덕분에 꾸엥이도 테오처럼 헤엄을 치면서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꾸엥이의 수영 실력도 수준급이기에 테오가 물고기를 잡는 속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둘이 1시간 정도 물고기를 잡는 동안

"메기는 이제 그만 잡아!"

세준은 멸종하는 생선이 나올까 봐 둘이 잡은 생선들을 체크하며 너무 많이 잡은 물고기를 그만 잡게 했다.

"이제 그만 나오라고 할까."

세준이 옆에 수북하게 쌓인 생선들을 보며 말했다. 대충 봐도 1000마리는 가볍게 넘어 보였다.

"얘들아 이제······."

그렇게 세준이 둘을 부르려 할 때

뿌아아앙!

호수 속에서 거대한 거북이의 머리가 올라왔다.

그리고

[중간 관리자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 : 1000년에 한 번 산란하는 호수 거북이가 산란기보다 100년 일찍 깨어났습니다. 호수 거북이를 타일러서 5일 안에 다시 재우십시오.]

호수 거북이는 검은탑에 한 마리밖에 없는 개체입니다.

호수 거북이가 죽거나 산란하지 못하면 호수 거북이는 멸종합니다.

호수 거북이가 멸종할 시 검은 탑의 위상이 하락합니다.

재워야 할 호수 거북이 : 0/1마리

보상 : 경험치 10만, 1만 탑코인, 100년 후 멸종 위기종인 호수 거북이가 번성

오랜만에 중간 관리자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엥? 거북이를 재우라고?"

멸종 위기 동물 호수 거북이. 근데 어떻게 재우면 되는데?

"저 거북이를 잠재워야 하는 것이냥?"

꾸엥?

[거북이를 재우면 되는 것이다요?]

멸종위기의 호수 거북이를 깨우는 대형 사고를 친 테오와 꾸엥이가 어느새 세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꾸엥!

[꾸엥이가 재워줄 수 있다요!]

꾸엥이가 주먹을 쥐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아냐. 꾸엥아 아빠가 해결할게."

세준이 서둘러 그런 꾸엥이를 말렸다. 왠지 꾸엥이가 주먹으로 호수 거북이를 재우는 순간 앞으로 검은탑에서 호수 거북이를 보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얘들아 가자."

척.척.

세준이 자신을 보호할 테오와 꾸엥이를 양쪽 무릎에 착용하고 호수 거북이의 머리를 향해 다가가자

뿌아··· 뿌아······

호수 거북이는 거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뭐지?"

이상함을 느낀 세준이 서둘러 호수 거북이에게 다가가자

뿌아앙!

[가까이 오지마뿌!]

호수 거북이가 세준을 위협했다. 덩치에 비해 말투가 귀여웠다.

"안녕. 나는 검은탑의 중간 관리자야. 뭐가 불편해?

세준이 그런 호수 거북이가 경계하지 않도록 제자리에 서서 오른손에 있는 중간 관리자 문신을 보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뿌앙?뿌앙.

[중간 관리자님이세요뿌? 저 너무 더워요뿌.]

"덥다고?"

어쩌면 호수 거북이가 일어난 건 테오와 꾸엥이 때문이 아니라 더워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을 만들어 줄 테니까 일단 몸을 식혀. 아이스큐브."

세준이 호수 거북이 주변에 얼음을 만들어 몸을 식히게 돕자

아그작.아그작.

호수 거북이가 물 위에 떠 있는 세준이 만든 얼음을 허겁지겁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뿌앙.뿌앙.

[감사합니다뿌. 이제 좀 더위가 가셨어요뿌.]

아이스큐브를 50개 정도 먹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사나운 맹슈로 변하려는 꾸엥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서둘러 코나가 손질한 생선들을 구웠다.

잠시 후

꿰헤헤헤.꾸엥!

[헤헤헤. 다 꾸엥이 꺼다요!]

꾸엥이가 앞에 놓인 수백 마리의 생선구이를 보며 기뻐했다. 펭귄들이 생선 굽는 것을 도와준 덕분에 빨리 끝낼 수 있었다.

"푸후훗. 내가 좋아하는 183도에서 앞뒤로 딱 10분씩만 구운 생선구이라니 코나 아주 훌륭하다냥"

"감사합니다!"

테오의 칭찬에 테오의 생선구이를 직접 구운 코나가 기뻐했다.

"이제 먹자."

"잘 먹겠다냥!"

꾸엥!

[잘 먹겠다요!]

세준의 말에 테오와 꾸엥이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열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

한국 각성자 협회 사이버 보안팀.

타다닥.타다닥.

직원들이 긴장한 채로 모니터를 보며 코드를 입력하고 있을 때

"크음······ 아직 멀었나?"

직원의 뒤에서 거대한 덩치의 한태준이 팔짱을 끼고 선 채로 물었다. 한태준은 테오가 준 헌터폰을 보안팀 직원들에게 주며 안의 자료를 빼내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거······ 거의 다 됐습니다."

"그래?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들 하게."

그럼 제발 협회장 실로 돌아가 주세요! 협회장인 한태준이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었다.

하지만

"넵!"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이자 S급 헌터인 한태준에게 마음속의 말을 솔직하게 뱉어낼 용기 있는 용자는 없었다.

타다다다.

직원들이 키보드를 부술 기세로 코드를 빠르게 입력하며 필사적으로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됐습니다! 자료를 빼냈습니다!"

드디어 헌터폰 안의 자료들을 빼냈다.

"그래? 수고했어. 그럼 자료를 내 메일로 보내줘. 그리고 나 때문에 아직 여러분들이 저녁을 못 먹었으니 오늘 저녁은 내가 사지. 여기 막내가 누구지?"

"접니다."

싸해진 직원들. 한태준의 물음에 보안팀 직원들 중 하나가 손을 들며 대답했다.

"으허허허! 자네가 막내군. 자 먹고 싶은 걸 말해보게."

직원들은 마음속으로 가장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말하라고 눈빛으로 강력히 사인을 보냈다.

"협회장님, 저는 라면을 먹고 싶습니다."

막내는 다행히 눈치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 자네가 뭐 좀 아는군. 또 소고기랑 먹는 라면이 또 끝내주지."

이미 메뉴를 정해놓은 한태준. 사이버 보안팀은 결국 저녁을 먹고 모두 체했다고 한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협회장실로 들어온 한태준. 본격적으로 헌터폰에 있는 자료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응?!"

GPS좌표가 적힌 명함을 찍은 사진 한 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헌터폰에도 디자인은 다르지만 같은 GPS좌표가 찍힌 명함 사진이 있었다.

타다닥.

한태준이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 GPS좌표를 입력하자 한 지점이 찍혔다.

"여긴?!"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는 니우에라는 작은 섬이 지도에 표시됐다.

***

다음 날 아침.

"아이스큐브."

세준은 아침을 먹자마자 얼음섬으로 가서 다시 섬을 얼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섬을 얼리고 있을 때

"세준 님 이거···"

펭귄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자신의 등에 숨기고 있던 물건을 건넸다.

"어?! 어······ 낫이네? 나 주는 거야?"

"네."

세준이 낫을 꺼내는 펭귄을 보며 잠깐 놀랐다가 조심스럽게 낫을 받아 살펴봤다. 손잡이는 부드러운 나무로 만들어져 그립감이 좋고 날카로운 곡선 날을 가진 낫이었다.

[신선함의 낫]

쇠를 푸른 등 펭귄족 고유 기술인 얼음 제련술을 이용해 만든 낫입니다.

날이 날카로워 절삭력이 증가했습니다.

낫에 냉기가 깃들어 농작물을 수확할 때 유통기한을 5일 늘려줍니다.

사용 제한 : Lv. 10 이상, 마력 10 이상

제작자 : 대장장이 코비(푸른 등 펭귄족)

등급 : C+

"좋네."

세준이 유통기한을 5일 늘려주는 낫의 옵션에 만족했다.

"코비 고마워."

"네~!"

세준의 감사가 부끄러운지 코비는 도망가며 대답했다.

그리고

"아이스큐브."

툭.툭.

섬을 얼리는 세준의 뒤로 장비가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아까 세준에게 장비를 건넨 코비는 부끄럼이 없는 편이었다.

다른 펭귄들은 몸을 숨기고 세준의 주변에 자신이 만든 검, 방패 같은 장비들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또 세준이 장비를 챙기는 건 봐야 하니 떠나지도 못하고 몸을 숨기고 고개만 내밀고 있는 펭귄들.

"귀엽네. 잘 쓸게."

세준이 펭귄들이 던진 장비들을 챙기며 감사를 표하자

우르르.

펭귄들이 부끄러워하며 빠르게 사라졌다.

"근데 장비를 왜 주는 거지?"

"저희는 은혜를 입은 대상에게 자신이 만든 장비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어요."

다른 펭귄들과 다르게 떠나지 않고 있던 코나가 세준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그런데 장비 등급이 왜 이러냥?! A급이 안 보인다냥!"

코나를 대신해 장비를 판 적이 있는 테오가 세준이 얻은 장비들을 살펴보며 물었다. 대부분의 장비 등급이 C나 C+였다.

"성의가 없다냥! 우리 박 회장에게 더 좋은 장비를 가져오라냥!"

"그게 A급 장비를 만들 재료가 떨어졌어요······."

테오의 말에 의기소침해하는 코나.

"재료?"

"네. 돈을 벌기 위해 저희가 가지고 있던 좋은 재료들을 다 썼거든요."

세준의 말에 코나가 대답했다.

"이 정도도 괜찮아."

세준이 침울해하는 코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준은 장비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이미 방어구는 용아병 투구와 카이저의 비늘이 있었고 장비도 전설급 장비인 마일러의 괭이가 있었기 때문.

주면 고맙지만, 그렇게 필요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 말라냥! 내가 박 회장의 장비를 만들 재료를 찾아오겠다냥!"

세준에게 새로운 A급 장비를 마련해 해주고 싶었는지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들며 외쳤다.

"앞발이 끌리는 게 있어?"

"아니다냥!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끌림이 있을 거다냥!"

그때

뿌아아앙!

[덥다뿌!]

더위에 지친 호수 거북이가 다시 호수 위로 머리를 내밀며 나타났다.

그리고

뿌아아앙!

[중간 관리자님, 얼음 먹고싶어요뿌!]

세준을 발견하고는 얼음을 요청했다.

"자 여기. 아이스큐브."

세준이 호수 거북이에게 얼음을 만들어줬다.

아그작.아그작.

그렇게 호수 거북이가 얼음을 신나게 먹고 있을 때

"푸후훗. 좋은 재료를 찾았다냥! 코나 저거 캘 수 있냥?"

테오가 수면으로 살짝 올라온 호수 거북이의 등껍질을 보며 코나에게 물었다. 다행히 호수 거북이는 세준이 만든 얼음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될 것 같은데요?"

코나가 곡괭이를 들며 대답했다.

204화. 따개비를 따다.

204화. 따개비를 따다.

"테오 님, 저만 믿으세요!"

테오 님을 위해서라면! 코나가 비장한 표정으로 호수 거북의 등으로 점프했다.

팔짝.

첨벙.

짧은 팔다리로 공중에서 파닥거리며 최대한 비거리를 늘리며 물속으로 다이빙한 코나. 열심히 헤엄쳐서 호수 거북의 등에 올랐다.

"이게 호수 거북의 등껍질?"

호수 거북의 붉은색 등을 보며 코나가 말했다. 등껍질에는 분화구처럼 생긴 구멍들이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크기는 작은 것부터 거대한 것까지 다양했다.

일단 제련해봐야 알 것 같지만, 단단해 보이는 게 장비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괜찮아 보였다.

그때

쩌적.

꾸엥?

[코나도 이거 가지러 왔다요?]

이미 호수 거북의 등에 자리를 잡고 있던 꾸엥이가 말을 걸었다. 꾸엥이는 호수 거북의 등껍질을 뜯어서 열심히 간식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네!"

꾸엥이도 호숙 거북의 등껍질을 캐러 왔다고 생각한 코나가 대답하며 곡괭이로 호수 거북의 등껍질을 캐내기 시작했다.

캉!캉!

그렇게 코나가 10분 동안 곡괭이질을 하며 호수 거북의 등껍질 하나를 캐내자

"펭?"

밑에 반질반질한 재질의 진짜 등껍질이 나타났다.

"그럼 이건 뭐죠?"

코나가 자신이 캐낸 돌을 보며 당황할 때

뿌아앙!

[등이 시원하다뿌!]

호수 거북이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등? 어?! 얘들아 거기서 뭐 해?"

호수 거북에게 얼음을 만들어 주고 있던 세준이 호수 거북의 등에 있는 꾸엥이와 코나를 보며 물었다.

꾸엥!

[아빠 꾸엥이가 굴 캤다요!]

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호수 거북의 등에서 캔 것을 양손에 들고 흔들며 세준에게 자랑했다.

"굴?!"

한눈에 봐도 굴은 아니었지만, 꾸엥이의 지식에서 가장 비슷한 건 굴밖에 없었다.

"잠깐만. 아이스큐브."

세준이 꾸엥이에게 제대로 설명해주기 위해 얼음으로 다리를 만들어 호수 거북의 등으로 이동해 등껍질에 달린 것들을 살펴봤다.

"이거 따개비네. 이것 때문에 덥다고 했구나."

세준이 붉은색 따개비를 만지면서 말했다. 따개비의 겉껍질을 만졌을 때 살짝 뜨거움이 느껴질 정도. 호수 거북의 등과 맞닿은 부분은 더 뜨거울 것이다.

그때

[호수 거북이 잠을 못 이루는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퀘스트 : 호수 거북의 몸에서 기생하는 따개비들을 전부 제거하라!]

보상 : 경험치 13만, 1만 3000탑코인, 100년 후 멸종 위기종인 호수 거북이가 번성

퀘스트가 갱신되며 보상이 조금 증가했다.

"좋아."

따개비를 열심히 따서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지 생각하는 세준에게 동기부여까지 해주는 퀘스트.

"꾸엥아 이건 따개비라는 거야."

세준이 꾸엥이에게 호수 거북의 등에 달려있는 생물의 이름을 알려줬다.

꾸엥?!꾸엥?

[굴이 아니다요?! 그럼 못 먹는 거다요?]

세준의 말에 충격을 받은 꾸엥이. 맛있는 걸 못 먹는다는 생각에 침울해졌다.

"아냐. 이것도 먹을 수 있어. 그리고 아주 맛있지."

꾸엥?!

[진짜다요?!]

"응. 그러니까 열심히 따자!"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제일 많이 따겠다요!]

"푸후훗. 용발톱 테 부회장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없다냥!"

그렇게 시작된 따개비 따기 경쟁. 세준은 이번에는 둘을 말리지 않았다.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기에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

"코나, 다른 펭귄들도 불러줘."

"네!"

세준은 펭귄들까지 투입해 거북이의 등에 달린 따개비를 따게 했다.

***

"걸리기만 해봐랏!"

수정구로 이곳저곳을 뒤지며 삼두사회를 찾고 있던 에일린.

[검은탑에 멸망의 기운을 가진 존재가 침입했습니다.]

"응? 멸망의 기운?"

그런 에일린에게 나타난 알람. 에일린은 바로 알람이 울린 곳을 확인했고 탑 1층에서 복면에 1이라고 쓰인 삼두사회의 보스 미스터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세준이 가족을 건드린 게 이놈이구나. 이오나, 탑 59층의 안개 지대로 가 그곳에 삼두사회의 아지트가 있어."

에일린은 우연히 찾은 미스터원을 감시하면서 이오나를 시켜 미스터원이 지나간 아지트를 처리하게 했다.

그리고 대파괴의 마법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오나는 삼두사회의 아지트를 그곳에 있는 조직원들과 함께 탑에서 완전히 그 존재를 지워버렸다.

그렇게 미스터원을 감시하던 에일린. 미스터원이 탑 47층의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이동하지 않자

"이오나, 탑 47층의 북쪽 동굴. 내가 마크해놨으니까 가서 처리해."

이곳이 삼두사회의 마지막 아지트라고 생각하며 미스터원을 처리하기로 했다.

"크으으으. 끝이다!"

한참 동안 수정구만 보느라 몸이 찌뿌둥했던 에일린이 기지개를 켰다.

그때

"응?! 저건?"

세준이 감정해달라고 했던 가죽조끼가 눈에 들어왔다. 눈에 불을 켜고 삼두사회를 찾느라 깜빡한 것이다.

"크히히히. 빨리 감정해서 세준이 줘야지."

에일린이 가죽조끼에 감정 마법을 사용했다.

***

2시간 후.

"많이 깨끗해졌네."

섬을 얼리고 있던 세준이 호수 거북의 등에 가득했던 따개비가 4분의 1 정도 제거된 것을 보며 말했다.

"슬슬 점심 해야지."

세준이 호숫가로 이동해 주변에서 나뭇가지들을 주워 와 바닥에 수북이 쌓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따개비 구이. 아공간 창고에 넣어둔 따개비를 꺼내 나뭇가지 위에 부었다.

딱.

화르륵.

손가락을 튕겨 불을 만든 세준이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따개비를 통째로 굽기 시작했다. 따개비는 기본적으로 뜨거운 열을 가지고 있어 화염 내성이 상당했기에 세준은 재능 : 화기 충만으로 고열을 만들었다.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따개비가 어느 정도 익자 냄새를 맡은 꾸엥이가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고 다른 펭귄들도 은근슬쩍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푸후훗! 이 몸의 승리다냥!"

따개비에 관심이 없는 테오만 호수 거북의 등에 남아서 열심히 따개비를 땄다.

"잘 익었네. 얘들아 먹자!"

구워진 따개비 중 하나를 꺼내 먹어본 세준이 동물들에게 말하자

꾸엥!

[잘 먹겠다요!]

"잘 먹겠습니다!"

꾸엥이와 펭귄들이 따개비를 하나씩 들고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펭!"

맛있게 먹는 꾸엥이와는 다르게 따개비를 잡았던 펭귄들은 다급하게 따개비를 놓고 서둘러 호수로 들어가 손을 호수 속에 넣어 손을 식혔다. 따개비가 너무 뜨거웠던 것.

웬만한 건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꾸엥이의 가죽과는 다르게 연약한 펭귄들이었다.

"얘들아 여기다 식혀서 먹어."

자신과 같은 처지인 펭귄들을 보며 짠해진 세준이 아이스큐브로 얼음을 만들어 그 위에 따개비를 올려 식힐 수 있게 해줬다.

그렇게 모두가 맛있게 따개비를 먹고 있을 때

툭.

꾸엥이가 먹던 거대한 따개비의 속살에서 주먹만 한 붉은색 구슬이 굴러 나와

데구르르르.

세준의 앞에서 멈췄다.

"이건?"

따개비의 내단이 분명했다.

'이것도 쓴 건가?'

세준이 긴장한 표정으로 내단을 집으려 할 때

꾸엥!

[그건 무조건 아빠 꺼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생각을 확인해줬다. 내단에서 쓴맛이 난다고.

척.

세준이 내단을 집어 옵션을 살펴봤다.

[뜨거움의 따개비 내단]

호수 거북의 몸에 기생하며 1000년간 호수 거북의 기운을 흡수하며 자란 따개비의 내단입니다.

섭취 시 힘이 20 상승하거나 힘 잠재력이 10 상승합니다.

섭취 시 화염 관련 재능을 조금 강화합니다.

쓴맛이 강하게 납니다.

사용 제한 : Lv. 30 이상, 힘 20 이상

등급 : B

냠.

세준은 고민 없이 따개비의 내단을 입에 넣었다. 어차피 먹을 건데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심력을 소모하는 것보다 이렇게 빨리 먹어버리는 것이 편했다.

'고통은 잠깐이고 스탯은 영원하다!'

이를 악물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쓴맛을 참아내며 세준이 스스로를 다독였다.

꿀꺽.

그렇게 쓴맛을 견뎌낸 세준이 내단을 삼켰다.

[뜨거움의 따개비 내단을 섭취했습니다.]

[힘 잠재력이 10 상승합니다.]

[가지고 있는 화염 속성 재능이 강화됩니다.]

"좋아."

입은 썼지만, 마음은 든든했다.

그때

척.

"응?"

다다다.

세준의 앞에 붉은색 구슬 하나를 놓고 펭귄 하나가 도망갔다. 자신이 먹던 따개비에서 나온 내단을 세준에게 준 것이다.

빤히.

펭귄은 자신이 선물한 내단을 세준이 잘 먹는지 멀리서 지켜봤다. 아주 부담스럽게.

부담스러운 눈빛에 세준은 바로 내단을 삼켰다. 입에 쓴맛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크윽······."

꿀꺽.

[뜨거움의 따개비 내단을 섭취했습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가지고 있는 화염 속성 재능이 조금 강화됩니다.]

처음 먹은 것과 쓴맛은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나이가 어린 따개비인지 옵션이 처음 먹는 것보다 좋지 않았다.

그렇게 내단 2개를 삼킨 세준이 따개비를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 속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있을 때

"응?!"

안에서 구슬 모양의 단단한 뭔가가 만져졌다. 또 내단인가?

세준이 별 의심 없이 따개비 속살에 손을 넣었을 때

"박 회장! 안 된다냥!"

호수 거북의 등에서 열심히 따개비를 따던 테오가 세준의 무릎이 위험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움직였다.

하지만

덥석.

이미 구슬을 잡은 세준.

[불의 정수와 접촉했습니다.]

[육체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가 발동합니다.]

[마력을 소모해 육체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합니다.]

[마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용족 스킬 - 드래곤 스킨이 발동합니다.]

[위대한 검은 용 카이저의 비늘이 파괴됩니다.]

"으악!!"

세준은 손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쾅!

구슬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호수로 날아갔다.

"박 회장! 괜찮냥?"

테오가 서둘러 호수에서 세준을 건져내 세준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오른손에 약간의 화상이 생기 것 말고는 큰 상처는 없어보였다.

꾹.꾹.

테오가 앞발로 세준의 오른손을 누르며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꿰에엥!꿰에엥!

[아빠···몸이 뜨겁다요. 아빠 빨리 일어난다요!]

꾸엥이도 다급하게 달라와 어쩔 줄 몰라 하며 울면서 세준의 다리를 주물렀다.

"꾸엥이 걱정 말라냥! 내가 박 회장 고친다냥! 꾸엥이는 박 회장 몸을 식히게 물을 떠오라냥!"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따개비 껍질에 물을 담아와 세준의 몸을 계속 적셨다.

그렇게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의 몸을 식히며 1시간 넘게 세준을 주무를 때

[탑의 관리자가 세준이가 왜 기절한 것이냐며 진노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왜 세준이의 몸에 불의 기운이 가득하냐고 묻습니다.]

세준에게 감정한 가죽조끼를 전달하려던 에일린이 분노하며 테오에게 물었다. 세준의 몸 상태는 당장 불타올라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불의 기운이 충만했다.

"에일린 누나, 박 회장이 저기 있는 구슬을 만지다 다쳤다냥! 근데 박 회장이 안 깨어난다냥!"

화르르륵.

테오가 폭발한 이후 계속 강한 불길을 만들고 있는 붉은색 구슬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륵.

에일린이 서둘러 구슬을 수거했다. 구슬의 정체가 뭔지 알아야 세준이 쓰러진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앗 뜨거워!"

붉은색 구슬은 에일린조차 만지지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할아버지! 도와줘요!"

에일린이 서둘러 카이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모두가 세준을 걱정할 때

[불의 기운을 미세하게 흡수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화염 속성 재능이 강화됩니다.]

세준은 자신의 몸에 들어온 불의 기운을 조금씩 흡수해 화염 속성 재능을 강화하고 있었다.

205화. 그대는 아직 할 일이 있어요.

205화. 그대는 아직 할 일이 있어요.

뭔가가 자신들의 의식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카이저는 켈리온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식 상태를 점검하려 했다.

하지만 켈리온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보다 켈리온의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흠··· 탑을 움직이지 않은 지 10년쯤 된 것 같군······.

-그러니까 하얀탑이 움직이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고?!

켈리온의 대답에 카이저는 크게 놀랐다. 보통 탑이 등장해서 사라질 때까지 10년 정도 걸리니 세상 하나가 망하는 것을 그냥 방치한 것이다.

-응. 카이저 네 말을 들으니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군.

카이저의 물음에 켈리온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켈리온, 뭔가가 용족의 정신에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

켈리온의 대답으로 확신한 카이저.

그러나

-감히 누가 찬란한 용족의 의식에 개입해?! 그건 불가능해!

카이저의 말에 켈리온이 강하게 부정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용들은 지고한 존재. 그들의 정신 방어는 신들조차 쉽게 뚫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용 하나도 아니고 용족 전체를? 그건 창조신이 와도 불가능했다.

-그럼 켈리온 네가 왜 10년 동안 탑을 움직이지 않았는지 말해봐.

-그건···

카이저의 말에 켈리온은 대답할 수 없었다. 마치 안개처럼 그 부분의 기억만 희미했다.

-켈리온, 일단 탑을 움직이고 와라.

-알았다.

켈리온이 서둘러 탑을 움직이기 위해 본체에 집중했다.

-휴우. 설마 다른 용들도 전부 다 이런 건 아니겠지?

켈리온과의 대화를 통해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은 카이저.

카이저가 다른 용들을 걱정할 때

"할아버지! 도와줘요!"

에일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손녀 무슨 일이냐?!

에일린의 부름에 카이저가 서둘러 관리자 구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게 왜 검은탑에?

에일린에게 상황을 전해 들은 카이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계속해서 불을 뿜어내며 타오르는 구슬을 보며 당황했다. 이건 이곳에 있을 물건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이게 뭔지 아세요?"

-이건 불의 정수야. 근데 세준이가 이걸 만지고 기절했다고?!!!

에일린의 말에 카이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왜냐하면 불의 정수는 붉은용들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불의 기운이 담긴 물건. 이걸 만진 순간 세준이는 재가 됐어야 했다. 근데 기절만 했다고?

세준이가 죽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네. 지금 세준이 몸에 불의 기운이 가득 차서 완전히 불덩이에요."

-내가 직접 봐야겠구나.

카이저가 수정구로 세준의 상태를 살폈다.

"어때요?"

-일단 안심하거라. 불의 기운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아마 세준이가 불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구나.

"그래요? 크휴. 다행이다."

수정구로 세준의 상태를 확인한 카이저의 말에 에일린이 안도했다.

-그나저나 불의 정수가 왜 탑 44층에 있는 거지?

"몰라요. 테오 말로는 호수 거북의 등에서 기생하는 따개비의 몸에서 나왔대요."

-흐음. 일단 이 불의 정수는 내가 보관하마. 봉인.

꿀꺽.

카이저가 불의 정수를 마법으로 봉인해 검은용 조각상을 통해 본체로 전송시켰다. 불의 정수가 계속 열을 발산하면 주변에 불의 기운이 가득해져 주변 환경이 사막처럼 변해버리기 때문.

"크힝······ 세준아 힘내!"

에일린이 수정구로 불의 기운을 흡수하는 세준을 응원했다.

***

세준의 무의식 안.

우적.우적.

세준은 식탁에 앉아 불꽃에 휩싸인 고구마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불고구마는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타나며 줄어들지 않았다.

"윽! 너무 뜨거워!"

불고구마가 너무 뜨거워 세준은 그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그때마다 이걸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으··· 이제는 안 되겠어······."

곧 너무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았다. 거기다 뜨거운 것을 먹어서인지 배 안이 불타는 것처럼 너무 뜨거웠다.

꾸엥이가 있었으면 다 먹어줬을 텐데······. 세준이 꾸엥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못 먹겠어.'

자신은 꾸엥이가 아니었다.

탁.

세준이 식탁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그리고 식탁에 계속 쌓여가는 불고구마. 곧 불고구마는 탑처럼 쌓여 세준의 몸을 태우려 했다.

그때

샤라락.

"검은탑의 어린 농부여. 그대는 아직 할 일이 있어요."

은색의 실루엣을 가진 여인이 나타나 오른손은 세준의 등에 올리고, 왼손은 식탁 위에 쌓인 불고구마를 향해 뻗으며 말했다.

그리고 불고구마를 흡수해 세준의 등에 붉은색 기운을 불어넣었다.

[거대한 불의 기운이 화염 속성 재능을 폭발적으로 진화시킵니다.]

[재능 : 화염 충만이 불의 친구로 진화합니다.]

동시에 여인은 세준이 소화하지 못한 불의 기운을 이끌어 세준의 화염 속성 재능을 세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고치까지, 한 번에 여러 단계를 뛰어넘어 진화시켰다.

하지만 아직 많이 남은 불의 기운. 거기다 식탁에는 아직도 불고구마가 계속 나타났다.

[창조의 힘이 불의 기운을 속성에 맞는 직업 스킬로 변형시킵니다.]

[새로운 직업 스킬 - 온실 Lv. 1을 획득했습니다.]

[불의 기운을 스킬 숙련도로 사용해 온실의 숙련도를 올립니다.]

[직업 스킬 - 온실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

..

.

[직업 스킬 - 온실 Lv. 3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여인은 남은 불의 기운으로 온실 스킬을 만들고 온실 스킬의 스킬 숙련도로 빠르게 불의 기운을 소모시켰다.

그렇게 식탁에 불고구마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자

"휴우. 다행이에요. 그대를 아끼는 존재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나설 기회조차 없었을 거예요. 그럼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부탁하고 다음에 봐요. 검은탑의 어린 농부여."

토닥.토닥.

여인이 세준의 등을 두드리며 사라졌다.

***

"박 회장의 몸이 식고 있다냥!"

세준의 몸을 주무르던 테오가 세준의 체온이 내려가자 다른 동물들에게 소리쳤다.

꾸엥!

[큰형아 정말이다요?!]

"푸후훗. 당연하다냥! 박 회장은 나 테 부회장이 지킨다고 하지 않았냥?!"

테오가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무수한 죽을 위기를 넘겼습니다.]

[재능 : 억센 생명력의 최대 체력치가 37로 증가합니다.]

"으음······."

세준이 힘겹게 눈을 떴다.

"박 회장!"

꾸엥?!

[아빠 괜찮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달라붙었다.

"······?"

처음에는 왜 그런지 물어보려던 세준. 하지만 둘의 눈가에 맺힌 물기를 느끼고는 세준은 말없이 둘을 안아줬다.

그렇게 둘을 안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 이제 괜찮은 것이냐며 묻습니다.]

세준을 걱정하며 노심초사하던 에일린이 안부를 물었다.

"응······ 이제 괜찮아. 근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박 회장은 구슬을 만지고 기절했다냥!"

"구슬? 아······."

테오의 말에 세준은 따개비 안에 구슬을 잡자마자 온몸을 태울 듯한 기운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며 고통과 함께 의식을 잃은 것이 떠올랐다.

"근데 나 어떻게 멀쩡한 거지?"

구슬을 만지는 순간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재능 : 억센 생명력의 최대 체력치가 20이나 증가한 것만 봐도 확실했다. 자신은 실제로 20번 이상 죽을 뻔한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있는지 신기해할 때

"푸후훗. 당연히 박 회장의 오른팔인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을 살린 것이다냥!"

테오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 박 회장은 앞으로도 나를 아껴야 하는 것이다냥!

"그래. 역시 우리 테 부회장이네."

세준이 자신을 걱정했을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자

꾸엥!

[꾸엥이도 물을 떠와서 아빠 치료를 도왔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지분을 주장했다.

"그래. 우리 꾸엥이도 고마워."

그렇게 세준이 둘을 쓰다듬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몸에서 강한 불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내 몸에서?"

에일린의 말에 세준의 몸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박세준 Lv. 63]

재능 : 무난한 범재, 자연의 친구, 만석꾼, 강화된 마력 회로, 불의 친구, 단단함, 억센 생명력

스탯/잠재력 : 힘(112/128) 체력(191/220) 민첩(80/113) 마력(167/173)

직업 : 탑농부(B)

스킬 : 마력 씨뿌리기 Lv. 6, 수확하기 Lv. 7, 씨앗상점 Lv. 3, 채종하기 Lv. 7, 농사꾼의 따스한 손길 Lv. 4, 농작물 거대화 Lv. 3, 화전 Lv. 4, 너는 밭이다! Lv. 1, 온실 Lv. 3, 양봉 Lv. 8, 우뢰(雨雷) Lv. 3, 요리 Lv. 6

"어?!"

상태창이 변해있었다. 재능창의 화기 충만이 있던 자리에 '불의 친구'라는 생소한 재능이 자리했고 스킬창에는 '온실'이라는 처음 보는 스킬이 보였다. 그것도 레벨이 무려 3이었다.

"이게 뭐지?"

세준은 일단 재능과 스킬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재능 : 불의 친구]

-불과의 친화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재능입니다.

-불 속성 기운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불을 사용한 스킬을 사용할 경우 작은 마력으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직업 스킬 : 온실 Lv. 3]

-반경 1km에 밀폐된 따뜻한 온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온실 안의 농작물은 외부의 한기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좋은 건가?"

설명으로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나중에 써 봐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간 관리자 퀘스트를 완료해야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맡겼던 가죽조끼를 감정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이걸 입으면 앞으로 조금 덜 위험해질 거라고 말합니다.]

"덜 위험해진다고?"

세준이 자신의 손 위에 놓인 검정 가죽조끼를 바라봤다. 다행히 테오가 가져왔을 때는 너덜너덜했던 가죽조끼가 지금은 스웨이드 느낌의 깔끔한 가죽조끼로 변해있었다.

세준이 조끼를 확인했다.

[위대한 사냥꾼 몰튼의 가죽조끼]

위대한 사냥꾼 몰튼이 사용한 가죽조끼입니다.

블랙 버팔로를 사냥해 얻은 가죽으로 만들어 방어력이 상당합니다.

몰튼이 오랜 시간 입으면서 몰튼의 경험이 조끼에 스며들었습니다.

착용자에게 향하는 주변의 살기를 감지합니다.

기습을 받는 경우 본능적으로 공격을 좀 더 효율적으로 피하게 도와줍니다.

사용 제한 : Lv. 50 이상, 민첩 80 이상

제작자 : 가죽 세공사 이스나

등급 : A-

"오!"

전투 경험이 없는 세준을 위한 맞춤 방어 장비였다. 살기를 감지하고 기습받을 경우 본능적으로 회피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에일린 테오, 고마워."

세준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가죽조끼를 입고 자신 때문에 지체된 퀘스트를 위해 동물들과 호수 거북의 등에 올라갔다. 직접 따개비를 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세준이 따개비를 따기 위해 껍질에 손을 대자

[재능 : 불의 친구가 미약한 불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따개비에서 세준에게로 붉은 기운이 흡수되며 따개비가 모레처럼 부스스 변했다.

"어?!"

꾸엥?!

먹거리가 사라진 것에 세준과 꾸엥이가 당황했다.

***

탑 47층의 동굴 앞.

"뀨-뀨-뀨-세준 님의 가족을 건드린 삼두사회의 두목이 있는 곳이 이곳인가요?"

에일린의 지시로 삼두사회의 아지트들을 박살 낸 이오나가 미스터원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중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힘을 강화하라! 그래비티 컨트롤."

콰과광!

이오나는 삼두사회의 누구도 살려줄 생각이 없었기에 아지트를 무너트리며 안에 있는 조직원들을 압사시켜 버렸다.

그리고

"차원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이오나가 곧 이어 나타날 적을 기다리며 다음 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

-누가 감히 나를 공격하는 것이냐?!

3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가 땅을 뚫으며 나타났다.

206화. 진짜 새우네.

206화. 진짜 새우네.

멸망의 사도 10좌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뱀, 히드라가 등장하자

"미니 블랙홀!"

이오나가 히드라의 등장에 맞춰 준비해둔 마법을 사용했다.

콰과광.

굉음을 내며 히드라의 머리들 앞에 허공에 검은 구멍이 열리며 미니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아악!

히드라의 3개 머리 중 가운데 있던 황금색 머리가 미니 블랙홀에 삼켜졌다.

하지만

-아홉 번째 머리, 일곱 번째 머리를 빼내라!

-알았다.

가장 좌측에 있는 첫 번째 머리인 검은 머리의 지시에 녹색 머리가 검은 머리와 함께 황금색 머리를 블랙홀 머리에서 빼냈다.

비록 멸망의 사도가 가진 힘 중 극히 일부만 가진 파편이지만, 머리 3개를 가진 히드라는 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뀨-뀨-뀨-뀨-제 마법을 버텨냈다는 거죠?!"

이오나도 약하지 않았다. 이오나는 히드라가 자신의 마법을 빠져나온 것에 분노하며 분노의 뀨 4단계에 도달했다.

"차원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적을 갈기갈기 찢어라! 트리플 미니 블랙홀."

콰과광.

이오나의 마법과 함께 이번에는 히드라 각각의 머리 앞에 나타난 미니 블랙홀 3개.

히드라의 머리들은 미니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발악했지만

-으아악!!

-살려줘!

-안 돼!

결국 미니 블랙홀의 흡입력을 버티지 못하고 점점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과과광.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는 머리. 하지만 그들의 몸은 하나였다.

쩌저적.

몸이 머리를 따라 3갈래로 찢어지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땡그랑.

3등분 된 몸이 완전히 미니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바닥에 청동 코인 12개가 떨어졌다.

"뀻뀻귯. 그러니까 편히 보내줄 때 그냥 갔어야죠!"

이오나가 청동 코인을 주우면서 말했다.

"뀨아암. 이제 자야겠어요."

늘어지게 하품을 한 이오나가 세준과 테오가 있는 탑 44층으로 내려갔다.

***

"흡수!"

[재능 : 불의 친구가 미약한 불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세준이 따개비의 껍데기에 손을 올려 불의 기운을 흡수했다. 처음에는 따개비가 사라져서 당황했지만, 어차피 호수 거북의 등에는 따개비가 넘쳐났다.

거기다 알고 보니 호수 거북의 배에도 따개비가 많았다. 그래서 호수 거북의 등은 세준이 맡고 나머지 동물들은 호수 거북의 배에서 따개비를 채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한참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재능 : 불의 친구가 미약한 불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흡수한 불의 기운이 하나로 뭉쳐지며 체질을 일부 개선합니다.]

[재능 : 평범한 범재가 평범을 벗어난 범재로 진화합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어?!"

세준이 각성하면서 가장 처음에 얻었던 기본 재능이 진화했다.

"각성하고 처음 얻은 기본 재능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재능 : 불의 친구, 생각보다 엄청난 재능을 얻은 건지도 몰랐다.

"흐흐흐."

세준이 웃으며 진화한 재능을 살펴봤다.

[재능 : 평범을 벗어난 범재]

-범재보다 조금 뛰어난 재능입니다.

-레벨업 할 때마다 보너스 스탯 1개를 받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자신의 기본 재능이 성장한 것에 기뻐하던 세준.

하지만

"응?"

세준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자신의 기본 재능이 성장하니 잠재력이 증가했다. 즉, 그 말은 기본 재능에 따라 헌터들의 잠재력이 다르다는 뜻.

그리고 기본 재능은 앞의 '평범한' 같은 수식언을 빼면 크게 범재, 수재, 천재 3단계로 나눠진다.

"뭐야? 그럼 다른 헌터들의 잠재력 최고치가 99가 아니라는 말이잖아!"

세준은 괜히 억울해졌다. 자신은 몇 시간 동안 열심히 농장물들에게 발소리를 들려주고, 쓴 걸 먹어야 잠재력이 늘어나는데 누구는 각성할 때부터 그만큼의 수고를 안 해도 된다니!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세준이 새삼스레 세상의 불합리함을 깨닫고 다시 따개비의 기운을 흡수하며 따개비를 제거했다.

아마 다른 수재, 천재 헌터들이 세준의 말을 들었다면 반대로 굉장히 억울해했을 것이다. 다른 헌터들은 잠재력을 올릴 수단 자체가 거의 없었다.

단지 걷고 먹는 것만으로 잠재력을 올리다니 배부른 소리였다.

"흡수."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따개비를 제거하던 세준.

그때

(세준 님! 라면 가져왔어요!)

잠깐 지구에 다녀온 황금박쥐가 돌아왔다. 조금 전에 지구로 갈 낌새가 들자 황금박쥐는 바로 세준에게 뭘 가져올지 물어봤고 세준은 당연히 라면을 주문했다.

황금박쥐의 발에는 라면 뭉치 2개가 매달려 있었다. 무려 라면 10개를 가져온 것이다. 세준이 먹인 영약급 방울토마토 덕분이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먹어야겠어!

"잘했어!"

세준이 황금박쥐를 기특한 눈으로 보며 손에 올려놓고 쓰다듬자

뱃뱃······

황금박쥐는 몸이 녹듯이 축 늘어진 상태로 세준의 손길을 즐겼다.

잠시 후

배로롱.

세준의 손길에 잠든 황금박쥐를 세준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등으로 가져가자

꼼지락.꼼지락.

황금박쥐는 눈을 감은 상태로 더듬더듬 발을 움직여 세준의 옷에 다리를 고정하고 제대로 자기 시작했다.

"잘 자."

세준이 황금박쥐를 재웠을 때

꼬르르륵.

물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배고픈 꾸엥이의 배꼽알람이었다. 저녁 시간이 된 것이다.

"아이스큐브."

세준이 서둘러 호숫가로 이동했다.

그리고

딱.

불을 붙이기 위해 손가락을 튕기자 거대한 불길이 만들어졌다. 땔감이 없어도 세준의 마력으로 유지되는 불이었다.

세준이 불을 한 자리에 고정시키고 냄비에 물을 담고 끓이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따개비 라면.

하지만 라면 10개로는 여기 있는 모두가 먹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양이었다. 그래서 따개비와 감자, 대파, 청양고추 등의 야채를 넣어 양을 늘리고 싱겁지 않게 다시 간을 했다

그렇게 요리가 완성되어 가자 세준이 국물을 떠서 맛을 봤다. 따개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따개비 중 일부를 잘게 다져서 넣었기에 국물색이 녹빛을 띠었지만, 대신 국물이 아주 진해졌다.

"크으. 됐다."

국물을 맛본 세준이 냄비에 라면 사리를 넣고

"얘들아 저녁 먹자!"

동물들을 불렀다.

잠시 후 라면이 거의 익어갈 때쯤 동물들이 호수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다다다.

테오가 호수에서 1등으로 나와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었다

킁킁.

꾸엥!

[라면 냄새 난다요!]

꾸엥이는 호수에서 나오자마자 코를 벌렁거리며 라면 냄비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자 여기."

세준이 그릇에 라면을 담아 동물들에게 나눠주고 세준도 자신의 그릇에 따개비 라면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척.

왼손으로 참치어죽을 떠서 무릎에 누워 자세를 잡은 테오의 입에 넣어주며 오른손으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촵촵촵.

그렇게 식사가 끝나갈 때쯤

"박 회장,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냥!

테오가 자신의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며 말했다.

"뭔데?!"

테오의 말에 세준이 주변을 경계할 때

킁킁.

[아빠, 이오나 누나 냄새가 난다요!]

꾸엥이가 주변 냄새를 맡고는 말했다.

"아. 이오나였어? 꾸엥아 어느 쪽이야?"

세준이 묻자

꾸엥!

[저쪽이다요!]

꾸엥이가 앞발로 이오나의 냄새가 나는 곳을 가리켰다.

"그래? 그럼 우리 마중 나갈까?"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기로 한 세준.

그러나

"알겠다냥!"

꾸엥!

[알겠다요!]

대답만 하고 세준의 다리에 매달리는 둘. 실제로 산책을 하는 건 세준뿐이었다.

이오나를 마중하기 위해 30분쯤 걷자

"뀻뀻귯. 세준 님, 오랜만이에요!"

이오나가 빠르게 날아오며 소리쳤다.

그리고

쏙.

바로 테오의 꼬리를 말고 눈을 감는 이오나.

꾸로롱.

이오나는 빠르게 잠들어버렸다.

"우리도 그만 잘까?"

행복한 표정으로 꿀잠을 자는 이오나를 보니 왠지 자고 싶어졌다.

그렇게 조난 333일 차 하루가 지나갔다.

***

다음 날 아침.

"아이스큐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다리에 매달고 얼음섬을 얼리고 있었다.

그때

"뀻-뀻-뀻-. 세준 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이오나가 기지개를 켜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얼음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혹한과 눈과 바람으로 적을 얼려라! 블리자드."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하자 얼음섬이 눈보라에 휩싸이며 예전보다 훨씬 큰 크기로 변했다.

그리고

[호수의 온도가 내려갔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호수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호수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등 푸른 펭귄 300마리가 호수일을 돕기로 합니다.]

땅문서 퀘스트가 완료됐다.

"어디 볼까."

세준이 땅문서를 확인했다.

[탑 44층 호수 땅문서]

탑 44층에 있는 호수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땅문서입니다.

소유자 : 탑농부 박세준

등급 : C+

스킬 : [호수 정보 Lv. Max]

[호수 정보 Lv. Max]

크기 : 5만 평

일꾼 : 301명(땅의 소유자, 등 푸른 펭귄 300마리)

특이 사항 : 민물 새우가 아주 많습니다.

"민물 새우? 여기에?"

땅문서의 설명을 본 세준이 호수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지만 세준의 눈에는 그냥 투명한 물과 다른 생선들만 보일 뿐이었다.

"박 회장, 힘내라냥!"

꾹.꾹.

잠에서 일어난 테오가 호수를 들여다보고 있는 세준의 얼굴을 주무르며 말했다. 호수를 본다고 썩은 얼굴이 펴지지는 않는다냥!

"뭘 힘내?! 근데 테오 호수 안에서 새우 본 적 있어? 이렇게 생긴 건데."

세준이 자신의 손가락을 굽히며 새우랑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다.

하지만

"흠냥······ 모르겠다냥!"

테오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뿌아앙!

[좋은 아침입니다뿌!]

자고 일어난 호수 거북이 호수 바닥에서 올라와 세준에게 인사했다.

"혹시 박 회장이 말한 게 저런 거냥?"

테오가 호수 거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뭐?"

"저기 호수 거북 등에서 튀어 오르는 녀석들이 안 보이냥?"

"튀어 오른다고?!"

테오의 말에 새우일 거라는 확신이 든 세준이 눈에 힘을 주고 호수 거북의 등을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끄응.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세준의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당연하다냥! 지금은 전부 호수로 들어갔다냥!"

"뭐? 거북아 다시 한번 내려갔다 와줘."

뿌앙!

[알겠습니다뿌!]

세준의 말에 호수 거북은 다시 호수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테오 지금은 있어?"

"그렇다냥!"

"알았어. 없어지면 말해."

테오에게 말한 세준이 집중해서 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안 보였다.

"거북아 다시 한번 내려가 줘. 아이스큐브."

세준은 호수 거북의 등에 다가가기 위해 얼음을 만들어 다가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민물 새우는 보이지 않았다.

"난 왜 안 보여?!"

"푸후훗. 박 회장, 내가 잡아주겠다냥!"

샤샤샥.

세준이 짜증을 내자 호수 거북의 등으로 위풍당당하게 올라간 테오가 앞발을 가볍게 몇 번 휘두르며 뭔가를 잡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나의 활약을 봤냥?"

테오가 한껏 거만한 표정으로 돌아와 앞발을 펼치자

"응?!"

테오의 앞발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점점 작은 크기의 민물 새우들이 세준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죽어버리며 민물 새우의 은신 스킬이 풀린 것이다.

"진짜 새우네."

세준이 새우를 보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새우젓을 만들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