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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버섯 개미들을 만나다.

117화. 버섯 개미들을 만나다.

아프리카 케냐.

푹.

"쳇. 내가 이걸 왜 심고 있는 건지?"

테오에게 목숨을 구함 받고 강제로 지구방위대에 입대한 응구기가 허리를 펴 주변에 심어진 견고한 칼날 대파들을 보며 투덜거렸다.

주변에 심어진 견고한 칼날 대파는 대략 1000개 정도 됐다.

탑을 나오기 전.

"해독의 대파 다 내놔."

테오가 지구방위대에 지급한 해독의 대파를 한태준이 전부 거둬갔다. 한태준은 지구에 멸망이 온다는 테오의 말을 믿고 전력을 다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위자드 길드의 길드장인 루시올라를 중심으로 헌터들이 '네가 뭔데?!'라고 반항했었다.

하지만 괜히 매만 벌었다. 역시 세상에 숨은 강자는 많았다. 루시올라와 헌터들은 한태준의 매직 미사일 세례에 죽도록 맞고 항복해야 했다.

'그 덩치로 마법을 사용할 줄이야.'

응구기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지구에 도착하고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한태준은 지구방위대를 설립되고 전 세계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구방위대 대원들에게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을 땅을 지정해줬다.

응구기는 해독의 대파를 판매한 돈을 구경도 못 했지만, 다행히 대파를 심을 때마다 수당을 준다는 말에 기대를 거는 중이었다.

'어쩌면 이 일이 더 좋을 지도...여긴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니까.'

푹.푹.

응구기가 그런 생각을 하며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고 있을 때

푸드득.

주먹 크기 정도의 녹색 메뚜기 한 마리가 응구기의 앞으로 날아왔다.

"어?!"

메뚜기를 본 응구기가 크게 놀랐다.

[그린 로커스트]

'이게 어떻게?!"

탑 안에서 몬스터의 머리 위에 보이던 이름이 메뚜기의 머리 위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서걱.

응구기가 가지고 있는 정글도로 그린 로커스트를 벴다. 그리고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메시지. 몬스터가 확실했다.

"몬스터가 어떻게 탑 밖에 있는 거지? 지구가 멸망한다는 게 진짜야?!"

테오가 말한 게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응구기의 머릿속에 들 때쯤

푸드득.푸드득.

하늘을 가득 매운 10만 마리 정도의 그린 로커스트가 응구기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오는 게 보였다.

'메뚜기 떼가 몬스터라니...'

아마 비각성자의 눈에는 머리 위의 이름이 보이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

"젠장! 무기를 가져올걸..."

응구기가 자신의 무기를 두고 온 것을 후회했다. 그의 주무기는 활. 지구에서는 무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기에 집에 둔 상태였다.

서걱.서걱.

어쩔 수 없이 응구기는 가지고 있는 정글도로 그린 로커스트를 처치해야 했다. 강하지는 않았기에 처치하는 데 위험은 없었다.

그렇게 응구기가 열심히 그린 로커스트를 잡고 있을 때

"어?!"

푹.

까드득.까드득.

그린 로커스트들이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먹기 위해 다가갔다가 오히려 잘려 죽는 것이 보였다.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이파리를 먹으려 하다니 정말 무서운 식탐이었다.

그리고 몬스터가 알아서 달려드니 자신이 처치하는 속도보다 견고한 칼날 대파가 몬스터를 죽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래서 견고한 칼날 대파를 심으라고 했구나···"

큰 깨달음을 얻은 응구기가 지구방위대 본부에 이 상황을 보고했다. 더 많은 견고한 칼날 대파가 필요했다.

***

세준이 서쪽 숲에 도착하자

"오. 많아졌네."

뿌득.뿌득.

뿌드득.뿌드득.

어느새 엔트들의 숫자가 7000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불개미의 공격을 받지 않지 않은 덕분이었다.

뿌득.뿌득.

작은 엔트들이 세준을 반기며 서로 앞다투어 머리를 내밀었다.

[씨앗...따...줘...]

[씨앗...따...주세...요]

"알았어."

엔트들이 직접 따도 되는 씨앗을 세준에게 따달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농사꾼의 손길 Lv. 2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정화의 엔트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세준이 씨앗을 딸 때 농사꾼의 손길 스킬이 발동하며 성장이 빨라지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준이 엔트들의 씨앗을 따고 있을 때

"승부다냥!"

부웅.부웅.

테오는 저번에 못 한 승부를 하겠다며 엔트가 휘두르는 나뭇가지를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리고

꾸엥.

심심한 꾸엥이는 땅을 파고 놀았다.

깊이 파 내려가자 빛이 없어지고 어두워졌지만

(꾸엥이 형님, 제가 불을 밝히겠습니다. 박쥐 라이트!)

지금까지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황금박쥐가 자신의 숨겨둔 능력을 사용했다.

파앗.

황금박쥐의 몸에서 약하게 황금빛이 뿜어져 나와 주변을 밝혔다.

꾸엥!

[잘했다요!]

퍽.퍽.

덕분에 꾸엥이는 황금박쥐의 도움을 받아 더욱 깊이 땅굴을 파고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꾸엥이가 땅 밑으로 10m쯤 파고 내려갔을 때

께...

(꾸엥이 형님, 저기서 무슨 소리가 납니다.)

황금박쥐가 수상한 소리를 들었다.

꾸엥?

[어느 방향?]

(저쪽입니다.)

황금박쥐가 날개로 소리가 들린 남쪽을 가리키자

퍽.퍽.

꾸엥이가 남쪽을 향해 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300m를 팠을 때쯤.

퍽.

와르르.

벽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꾸엥?

(어?)

께엑?

꾸엥이와 황금박쥐가 반대쪽에서 굴을 파던 검은색 개미들과 만났다.

***

"얘들아, 모여!"

엔트들의 씨앗을 다 따고 다시 심은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나는 이미 모였다냥!"

이미 한참 전에 나뭇가지를 쫓다 지쳐 세준의 무릎으로 복귀한 테오가 당당하게 말했다.

"맞다냥! 이거 받아라냥!"

테오가 유랑 상인 협회장실에서 가져온 물건을 기억해내고는 봇짐에서 주섬주섬 꺼냈다.

"가구?"

세준이 테오가 꺼낸 물건들을 살펴보니 의자나 취침등, 협탑이었다. 침실을 꾸미면 좋을 것 같았다.

"수고했어. 근데 어디서 산 거야?"

"산 거 아니다냥. 그냥 주웠다냥!"

분명 훔쳐 왔는데 주워 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테오. 역시 냥아치였다.

"그래? 아무튼 잘했어."

"안다냥! 그러니까 츄르를 까달라냥!"

"그래."

세준이 테오가 꺼낸 물건들을 아공간 창고에 넣고 테오에게 츄르를 먹였다.

촵촵촵.

그렇게 테오가 츄르를 다 먹을 때까지 거의 10분이 지났지만, 꾸엥이와 황금박쥐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 간 거지?"

세준이 둘을 찾기 위해 일어났을 때

꾸엥!

뱃뱃!

꾸엥이와 꾸엥이의 어깨 위에 앉은 황금박쥐가 노래를 부르며 땅속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께엑!

그 뒤를 따라 크기가 30cm 정도 되는 검은색 개미 10마리가 합창을 하며 따라왔다.

[버섯 개미]

"버섯 개미?"

검은색 개미의 위에 표시된 이름에 세준은 개미들을 자세히 바라봤다.

'귀엽네.'

버섯 개미는 삼각형의 뾰족한 얼굴을 가진 불개미와는 다르게 동글동글한 얼굴에 앞니도 뭉툭해 귀여운 외관을 하고 있었다.

전투는 전혀 못 할 것 같은 착한 모습이었다. 대신 버섯 개미라는 이름 때문인지 농사랑은 잘 맞을 것 같았다.

"너희들 어디 있다 온 거야? 저 개미들은 또 뭐고?"

꾸엥!꾸엥!

[땅을 파다가 만났다요! 살려주면 버섯이라는 먹을 걸 준다고 했다요!]

(세준 님, 이 개미들이 세준 님 농장에서 일하고 싶대요!)

께엑!

꾸엥이와 황금박쥐의 말에 검은 개미들이 격렬하게 더듬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일단 농장으로 가자."

세준이 개미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갔다.

***

농장으로 가는 길.

"원래는 불개미들의 노예로 지내다가 탈출한 거라고?"

세준이 버섯 개미랑 얘기를 하며 이동했다.

께엑!

세준의 말에 버섯 개미가 더듬이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대답했다.

"불개미가 그렇게 많았구나."

버섯 개미에게 들은대로라면 불개미의 세력은 굉장히 컸다. 수십만 마리로 이루어진 불개미 군락이 수십 개라고 했다.

다행이라면 불개미들을 통합시킬 정도의 강한 불개미 군락이 없다는 것.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는 잘 침범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불개미들이 전부 하나의 세력으로 통합됐다면 탑 99층을 불개미들이 지배했을지도 몰랐다.

그때

"어?!"

께엑!

길에서 다른 버섯 개미들을 만났다.

그리고

"박 회장의 농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냥!"

버섯 개미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세준의 농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준은 몰랐지만, 세준이 쓰러졌을 때 분노하며 움직인 불꽃이의 뿌리가 불개미 군락 몇 개를 덮치며 불개미들에게 노예로 잡혀 있던 버섯 개미들이 자유를 찾았고

[갈 곳이 없다면 남쪽으로 가서 세준 님의 농장에 몸을 의탁하세요.]

자신을 풀어준 불꽃이의 말에 따라 버섯 개미들은 세준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농장에 도착할 때까지 세준은 계속 버섯 개미들을 만났고 농장에 도착할 때는 버섯 개미의 수가 500마리를 넘어갔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좀 쉬어."

세준이 버섯 개미들이 쉴 수 있도록 빈 땅을 제공했다.

깨엑!

세준의 말에 버섯 개미들이 빈 땅에 엎드려, 태어나서 처음으로 편하게 쉬기 시작했다.

***

"읏차."

꿀꺽.꿀꺽.

"크으."

세준이 잠에서 일어나 어제 테오가 준 협탁 위에 올려둔 물을 마셨다.

"테 사장, 일어나."

물을 마신 세준이 테오를 깨웠지만

"나는 5분만 더 자겠다냥..."

한 번에 일어나는 법이 없는 테오였기에 세준은 테오를 자신의 다리에 착용했다.

그리고

슥.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고 밖으로 나왔다.

세준이 밖으로 나오자

꾸엥!

뱃뱃!

일찍 일어나 놀고 있던 꾸엥이와 황금박쥐가 세준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아침 먹자."

꾸엥!

세준의 '아침 먹자'라는 말에 꾸엥이가 크게 대답했다. 좋다요!

세준이 취사장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삐익!

뺘아!

토끼들도 하나둘 일어나 취사장으로 모여들었다.

오늘 아침 메뉴는 수육. 원래는 평상시와 같이 수프를 했지만, 우연히 보물창고 안에 멧돼지 고기가 있는 것을 발견한 세준은 급하게 아침 메뉴를 변경했다.

"흥흥흥."

세준이 오랜만에 먹는 돼지고기에 콧노래를 부르며 멧돼지 고기를 해독의 대파로 묶어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꽝!꾸엥!

꽝!꾸엥!

세준을 따라 꾸엥이가 탁자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아빠가 새로운 요리를 만든다요! 분명 맛있을 거다요!

콸콸콸.

그렇게 꾸엥이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세준이 냄비에 불당근주를 안의 당근까지 통째로 넣었다. 잡내 제거에는 술이 최고. 추가로 멧돼지 고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는 뚜껑을 닫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때

-아니! 그 귀한 술을!

-그럴 거면 날 주지...

식사 시간이 되자 얻어먹을 게 있는지 취사장에 왔다가 냄비 안에 들어간 불당근주를 보면서 두 용이 안타까워 사이

"근데 버섯 개미들은 뭘 먹지?"

세준은 개미들이 생각났다.

'잠깐 보고 올까?'

수육이 완성되려면 어차피 20분 정도는 계속 끓여야 했다. 그래서 세준은 취사장을 나와 개미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세준이 버섯 개미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응?!"

께엑!

께엑!

분명 어제는 땅이 충분했는데 새벽 사이 합류한 버섯 개미들 때문에 빈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버섯 개미들이 바글바글했다.

'3000마리는 되겠는데?'

세준이 개미들의 수를 가늠하고 있을 때

"어? 색이?!"

세준의 눈에 버섯 개매들이 어제와 다른 점이 보였다. 버섯 개미들의 등이 어제와는 다른 색을 하고 있었다.

세준이 버섯 개미의 등을 자세히 보자

"저건 버섯?"

버섯 개미들의 등에 난 버섯들이 보였다. 버섯 개미마다 등에 키우는 버섯의 종류가 달랐다.

그리고

께엑!

버섯 개미들은 서로의 등에 난 버섯을 서로 수확해주고 있었다.

그때

께엑!

등에 새송이 버섯을 키우는 버섯 개미가 세준에게 다가와 세준의 앞에 멈췄다.

그리고

...

그냥 가만히 있었다.

"따달라는 건가?"

세준이 버섯 개미의 등에 난 새송이 버섯 하나를 단검으로 자르자

[새송이버섯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4만 7812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5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농작물 수확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쾌재를 질렀다. 버섯 개미들의 등에서 자라고 있는 버섯들은 대략 100개 정도. 거기다 밤새 저렇게 자랐으니 잘하면 저녁쯤에 한 번 더 수확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오늘 직업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얘들아 멈춰!"

세준이 서둘러 버섯 개미들이 버섯을 수확하지 못하게 외쳤다.

118화. 수육을 먹고 재능을 얻다.

118화. 수육을 먹고 재능을 얻다.

께엑?

세준의 멈추라는 말에 버섯을 수학하고 있던 버섯 개미들이 멈췄다.

"내가 버섯 따줄 테니까 따지마."

께엑!

버섯 개미들이 세준을 향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아 지금은 말고 조금 있다가. 나 아침 먹어야 돼."

께엑...

세준의 말에 시무룩해지는 버섯 개미들.

"근데 너희들은 뭐 먹어?"

께엑?

세준의 물음에 버섯 개미 하나가 앞발로 밭 옆에 쌓아둔 방울토마토 가지 더미를 가리켰다 자신의 입을 가리키기를 반복했다.

"아 저걸 먹어도 되냐고?"

께엑!

세준의 말에 버섯 개미가 더듬이를 끄덕였다.

"그럼 먹어도 되지. 다 먹어."

저 방울토마토 가지들은 토끼들이 방울토마토의 영양분이 다른 곳에 가지 않도록 가지치기를 하며 나온 것으로 너무 많아 처치 곤란이었는데 먹어주면 땡큐였다.

께엑!께엑!

세준의 말에 흥분하며 방울토마토 가지를 향해 달려 나가는 버섯 개미들. 버섯 개미들이 좋아하는 게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럼 빨리 아침 먹고 수확을 해볼까!"

세준이 수육을 먹기 위해 취사장 가까이 가자

"와! 냄새 죽이네."

불당근주가 고기와 함께 졸여지며 맛있는 단내가 취사장 밖까지 진동했다. 냄새만 맡아도 수육이 제대로 익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꾸엥!

세준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취사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꾸엥이가 세준을 불렀다. 요리가 거의 다 된 것 같다요!

"알았어."

세준이 취사장으로 들어가자 수육이 삶아지고 있는 냄비 주변으로 토끼들이 빙 둘러않아 주문을 외우듯이 두 손을 모으고 냄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꾸엥!

꾸엥이가 세준의 바지를 잡고 세준을 냄비 앞으로 이끌고는 토끼들의 가장 앞자리에 서서 냄비를 바라봤다. 모두들 수육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냄새를 맡을 수 없는 두 용만 빼고

똑.

-이제 내놔. 내 차례야.

두 용 조각상은 불당근주가 담겼던 병을 흔들며 한 방울씩 교대로 술을 한 방울씩 먹고 있었다. 그 대단한 마법 두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됐나?"

세준이 냄비 뚜껑을 열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한 수증기가 올라왔다. 그리고 수증기가 빠져나가자 물에 반쯤 잠긴 영롱한 우윳빛 고기의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불당근은 완전히 녹아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완성이다.'

세준이 수육을 건지려 할 때

[탑에서 최초로 탐욕스럽고 뜨거운 멧돼지 수육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4에 탐욕스럽고 뜨거운 멧돼지 수육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요리가 완성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디 볼까."

세준이 수육을 들어 옵션을 확인했다.

[탐욕스럽고 뜨거운 멧돼지 수육]

솜씨 있는 요리 실력으로 멧돼지 고기와 해독의 대파 그리고 불당근주를 함께 넣고 오랜 시간 끓여 고기가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불당근주의 모든 화기가 멧돼지 고기에 집중됐습니다.

멧돼지 고기에 남은 탐욕스러움이 영양분의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섭취 시 화 속성 친화도를 크게 상승시키고 몸의 노폐물을 태워버립니다.

해독의 대파가 불당근주의 부작용 조건을 절반으로 감소시킵니다.

마력이 50 이하면 부작용으로 육체가 화기를 감당하지 못해 화기가 몸까지 함께 태워버린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100일

등급 : B+

"오!"

수육으로 만들면서 불당근주의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스윽.

세준이 서둘러 고깃덩어리를 꺼내 단검으로 고기 한 점을 잘랐다. 탱글탱글한 고기가 저항 없이 부드럽게 잘렸다.

쏙.

자른 고기를 세준이 입에 넣었다.

사르륵.

꿀꺽.

"오!"

말이 필요 없었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그냥 녹아버렸다. 수육과 먹을 쌈배추와 김치, 새우젓이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꾸엥?

뒤에서 꾸엥이와 토끼들이 무슨 맛인지 궁금해하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자 여기."

세준이 서둘러 동물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수육을 잘라 동물들에게 줬다.

꾸엥!

삐익!

뺘아!

동물들이 수육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황금박쥐 이거 썰어줘."

(네!)

그사이 세준이 황금박쥐에게 대파를 얇게 채를 썰게 하고 고춧가루와 간장, 소금, 꿀을 이용해 간단히 양념을 만들었다. 그리고 황금박쥐가 썬 파채에 양념을 버무려 파절임을 완성했다.

"자 먹어볼까."

쓱.쓱.

세준이 수육 10점 정도를 썰어 자신의 접시에 올리고 수육 한 점에 파절임을 올려 입 안에 넣었다.

"음. 이거지. 이거야."

아까도 좋았지만, 파절임과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맛이 풍성해지며 더 맛있어졌다. 느끼함도 잡아줘서 뒷맛도 개운했다.

꾸엥?

꾸엥이가 서둘러 세준이 먹는 것을 따라 수육에 파절임을 올리고 입에 넣었다. 세준이 먹는 것을 따라 했다가 실패한 것은 지금까지 커피가 유일했다.

'그건 아빠가 어른이 되면 맛있어지는 거라고 했다요.'

왜 어른이 되야 맛있어 지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빠의 말이니 그런가 보다 했다.

꾸엥!

역시 이번에도 성공이었다. 파절임과 수육의 조합으로 새로운 맛의 신세계를 발견한 꾸엥이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꾸엥이의 반응을 보고 다른 토끼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녀석들."

그런 동물들을 보면서 세준이 흐뭇하게 웃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았다.

"에일린도 먹어봐."

세준이 수육과 파절임을 담은 그릇을 에일린에게 보냈다.

잠시 후

[탑의 관리자가 이렇게 부드러운 고기는 처음 먹어본다며 충격을 받습니다.]

"옆에 파절임이랑 같이 먹어. 그래야 더 맛있어."

[탑의 관리자가 그대는 요리의 천재가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아니. 그 정도는..."

에일린의 칭찬에 세준이 쑥스러워했다. 그리고 솔직히 에일린의 요리 실력이 평균 아래. 하지만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세준이 모두와 수육을 나누어 먹고 있을 때

모락.모락.

토끼들의 몸에서 하나둘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읍!"

역한 냄새와 함께.

"냄새나! 빨리 가서 씻어!"

세준이 일부러 더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전에 입에서 똥내가 난다고 자신을 피한 것에 대한 복수였다. 뒤끝이 굉장히 긴 세준이었다.

삐익!

뺘아!

토끼들이 당황하며 서둘러 분수대로 달려갔다.

그때

[탐욕스럽고 뜨거운 멧돼지 수육을 섭취했습니다.]

[화 속성 친화도가 상승합니다.]

[재능 : 화기 능숙이 개화됩니다.]

[몸의 노폐물을 태워버려 배출합니다.]

모락모락.

세준의 몸에서도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냥! 박 회장한테서 또 똥냄새 난다냥!"

테오가 서둘러 봇짐에서 코마개를 꺼내 코를 막았다. 전과 같은 사태에 대비해 준비해둔 물건이었다.

꾸엑!

꾸엥이가 앞발로 코를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아빠한테서 똥내 난다요!

"읍!"

세준도 서둘러 분수대로 달려갔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지만, 정말 지독했다.

첨벙.

세준이 분수대로 들어오자 토끼들의 눈빛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들어올 거면서 왜 자신들에게 왜 뭐라고 했냐는 책망의 눈빛이었다.

"미안..."

잠시 후

꾸엥!

첨벙.

꾸엥이도 악취를 풍기며 분수대로 들었왔다.

꾸엥.

[미안하다요.]

세준에게 냄새난다고 무안을 준 꾸엥이가 사죄의 의미로 세준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렇게 모두가 떠난 취사장.

-맛만 볼까?

-그럴까?

취사장에 남아 있던 두 용이 수육을 챙겼다. 파절임도.

***

타다닥.

"아. 개운하다."

세준이 몸의 물기를 털며 말했다. 뜻하지 않게 동물들과 단체 목욕을 해버렸다.

꾸엥!

뺘아!

동물들 모두 몸에서 노폐물이 없어져서인지 개운한 표정으로 몸에서 물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불편하다냥!"

물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테오가 투덜거리며 열심히 물기를 털어냈다.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있다 함께 입수당한 테오였다.

"풋. 테 사장, 완전 털빨이었네. 진짜 못났다."

테오의 짜증도 모르고 물에 젖어 볼품없어진 테오를 비웃었다.

"냥...난 못나지 않았다냥..."

세준의 말에 바로 기가 죽어버리는 테오.

"미안. 장난이었어. 우리 테 사장이 얼마나 멋있는데."

세준이 기죽은 테오의 기를 살리기 위해 테오를 들어 직접 털의 물기를 털어주자

"푸후훗. 나도 안다냥! 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고양이다냥!"

금세 의기양양해진 테오가 큰소리를 쳤다. 정말 갈대 같은 자신감이었다.

그때

(세준 님 머리는 제가 말려드릴게요!)

황금박쥐가 세준의 머리 주변을 날아다니며 날개를 열심히 움직여 바람을 만들었다.

파닥.파닥.

바람이 약해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헥헥. 어때요?)

"오! 시원한데."

자신을 위해 숨이 찰 정도로 날갯짓을 하는 황금박쥐를 위해 세준은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마음은 오히려 따뜻해졌다.

"이제 일하자!"

테오의 털을 다 말린 세준이 날갯질을 하다 지친 황금박쥐를 어깨를 주물러주며 버섯 개미들을 찾아갔다.

[느타리버섯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4만 2871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5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자 다음."

께엑.

세준의 말에 수확이 끝난 개미는 가고 뒤에 있던 다른 개미가 자신의 등을 세준이 수확하기 편하게 보였다. 세준은 가만히 있고 버섯 개미들이 알아서 움직여 줬기 때문에 수확하기가 편했다.

께엑.

께엑.

거기다 세준이 딴 버섯을 버섯 개미들이 상태와 종류에 따라 분류까지 해줬다.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영지버섯까지 버섯 개미들의 등에 자라는 버섯 종류가 정말 종류가 많았다.

버섯에 아이템 효과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수확하기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버섯까지 먹을 수 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좋네."

덕분에 세준은 수확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수확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꾸엥아, 마른 파 이파리랑 나뭇가지 좀 가져와."

꾸엥!

세준의 지시에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며 하늘멍을 하고 있던 꾸엥이가 발딱 일어났다.

마른 파 이파리랑 나뭇가지를 가져오라는 건 불을 피우겠다는 의미이고 그건 곧 음식을 한다는 뜻이었다.

꾸엥!

꾸엥이가 서둘러 달려 나갔고

(꾸엥이 형님, 저도 도울게요!)

황금박쥐가 꾸엥이를 따라 날아갔다.

잠시 후

꾸엥!

와르르르.

거대화한 꾸엥이가 엄청난 양의 마른 파 이파리와 나뭇가지를 내려놨다. 가져왔다요!

(저도 가져왔어요!)

파닥.파닥.

황금박쥐도 꾸엥이를 따라 얇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왔다.

"잘했어."

세준이 나뭇가지들을 잘 쌓고 그 사이사이에 불이 잘 붙도록 마른 파 이파리를 넣었다.

그리고

딱.

화르르.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50원 동전 크기의 작은 불꽃을 만들었다. 새롭게 얻은 재능 : 화기 능숙 덕분이었다.

[재능 : 화기 능숙]

-불을 좀 더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재능입니다.

-손가락을 튕겨 불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전투에 쓸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불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만으로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세준이 손가락의 불꽃으로 황금박쥐가 가져온 얇은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장작 더미에 넣자

화르르륵.

장작에 불이 크게 붙었다.

그리고

쿵.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불개미의 등짝을 꺼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버섯구이. 불개미의 등짝은 평평해서 불판으로 딱이었다.

치이익.

버섯이 구워지며 주변으로 버섯들의 향기가 퍼지자 토끼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삐익!

께엑!

처음에는 토끼들과 버섯 개미들이 서로를 경계했지만, 일꾼은 일꾼을 알아보는 법. 토끼들과 버섯 개미들이 금세 친해졌다.

119화. 천석꾼이 되다.

119화. 레드리본 왕국을 건국하다.

"크힝?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잠에서 깨어난 에일린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아! 나 씻으러 왔지!"

자신이 세준이 준 멧돼지 수육을 먹고 몸에서 배출되는 노폐물을 닦아내기 위해 호수에서 씻다 잠든 걸 기억해냈다.

"정말 지독했어."

노폐물에 대한 설명은 에일린의 이미지를 위해 노코멘트. 호수에 강력한 정화 마법이 걸려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첨벙.

"크히히히. 마력 사용이 편해졌어."

에일린이 호수에서 나오며 자신의 몸을 살피며 말했다. 몸속의 마력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에일린의 경우 그동안 드래곤하트가 뛰지 않아 몸에 주입된 마력이 흐르지 않고 노폐물과 함께 굳어 에일린의 마력 사용을 방해했다.

그래서 이번에 세준이 준 수육으로 몸 안에 굳어 있던 마력이 노폐물과 함께 배출됐고 덕분에 마력을 움직이는 것이 전에 비해 훨씬 편해졌고 마력 효율도 좋아졌다.

그리고 마력 효율이 높아지자 좀 더 많은 걸 할 수 있게 됐다.

에일린이 관리자 구역을 벗어나 5초 정도 있다가 힘이 빠지려 하자 서둘러 들어왔다.

"헉헉. 내가 관리자 구역을 나갔다 왔어!"

에일린이 자신의 성과에 감격했다. 이제 잠깐이지만 관리자 구역을 벗어나서도 버틸 정도의 마력이 몸에서 흘렀다.

포탈도 노력하면 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절대 안 열 거야! 절대!"

에일린은 포탈을 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포탈을 열면 할아버지나 아빠가 들어와 자신과 세준의 사이를 방해할 수도 있고 자신의 드래곤하트 상태가 좋아졌다고 탑의 관리자 역할을 다른 용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

"그럼 세준이를 못 보니까 절대 포탈은 안 열 거야."

그렇게 카이저가 고대하던 사랑스러운 손녀와의 상봉은 먼 훗날이 됐다.

***

버섯구이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뺘아!

토끼들이 다시 일하러 밭으로 가려 하자

께엑!

버섯 수확이 끝난 버섯 개미들이 토끼들을 태워주며 함께 이동했다.

그리고

[표고버섯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3만 7123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5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세준도 다시 버섯을 수확했다.

그렇게 2시간 정도 버섯을 수확하고 있을 때

쿠어어어엉!

멀리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포효가 들려왔다.

"뭐지?"

"여기 우리 구역이니까 오지 마!'라고 소리쳤다냥!"

세준이 궁금해하자 테오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말을 통역해줬다.

"'오지 마'라고?"

그건 뭔가가 왔다는 의미였다.

"얘들아, 가자!"

세준은 보디가드인 꾸엥이를 데리고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평소처럼 농장 주변을 순찰하던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분홍 털. 털의 색이 바뀌면서 색에 맞게 이름을 붉은 털에서 분홍 털로 바꿨다.

쿠어어어엉.

분홍 털은 오늘도 열심히 농장 주변을 순찰했다.

그때

쿠엉?

멀리서 2000마리 정도의 버섯 개미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세준이 버섯 개미가 오면 막지 말라고 했기에 분홍 털은 버섯 개미가 다가오면 안내할 생각으로 버섯 개미들이 가까이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께엑!

키에에엑!

거리가 가까워지자 버섯 개미들은 엄청난 수의 불개미들에게 쫓기고 있는 상태였다.

쿠어어어엉!

그래서 분홍 털은 세준의 농장에 침입한 불개미들에게 경고의 의미로 포효를 하고는 싸울 준비를 했다.

***

세준이 소란이 일어난 곳에 도착하자

쿠어어엉!

음머어!

키에에엑!

세준처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포효를 듣고 합류한 블랙 미노타우루스 30마리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를 도와 버섯 개미들을 원형으로 보호하며 불개미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망친 노예들을 쫓아 이동한 불개미의 수는 거의 10만 마리. 말이 대치지 일방적으로 불개미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쿠엉!

음머!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다가오는 불개미들을 발로 차며 공격하자

키에에엑!

불개미들이 그들을 향해 더듬이에서 불을 뿜어 공격했다.

한두 마리의 공격이야 느낌도 없었겠지만, 불개미의 수가 10만이나 되니 얘기가 완전히 달랐다.

불개미 수만 마리가 더듬이의 불을 한 점에 집중시켜 공격하자 화력이 강해지며 그들의 몸에 불이 붙었다.

쿠엉!!

음머!!

몸에 불이 붙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브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소리를 지르자

'이대로는 위험해!'

세준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먹구름 만들기!"

세준의 외침과 함께 하늘을 덮는 먹구름.

"비 내리기!"

세준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브랙 미노타우루스들의 불을 끄고 불개미들의 몸에 물을 묻혀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안 꺼지네."

불의 위력이 강한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천둥 던지기!"

세준은 일단 불개미를 먼저 처치하기로 했다. 세준의 외침과 함께 먹구름에서 푸른 벼락 줄기가 불개미들을 향해 떨어졌다.

콰과광!

[불개미 일꾼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000을 획득했습니다.]

...

..

.

대략 1000마리 정도의 불개미가 감전되며 죽었다.

이번에는 마력 고갈로 전처럼 다리가 풀리지 않았다. 재능 : 마력 회로를 얻으면서 마력이 5% 늘어났고 몸의 노폐물이 배출되면서 마력 효율도 좋아졌기 때문.

"천둥 던지기!"

세준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천둥 던지기를 사용했다.

콰과광!

휘청.

하지만 2번이 한계였다.

꾸엥?!

[아빠는 약하면서 왜 나선다요?!]

꾸엥이가 쓰러지는 세준을 부축하며 타박했다.

"무슨 소리야? 지금 엄마랑 미노들이 비명 지르는 거 안 보여?!"

쿠엉!!!

음머!!!

세준이 몸에 불이 붙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 꾸엥이에게 실망이었다.

그때

"저게 왜 비명이냥?"

나른한 목소리로 테오가 세준에게 물었다.

"저게 비명이 아니면 뭔데?"

"지금 시원하다고 말하고 있다냥!"

"뭐?!"

세준이 비명이라고 생각한 건 오랜만에 만난 강한 불로 털의 묵은 때를 태워버릴 수 있는 것에 기뻐하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환호였다.

'아...내가 무슨 짓을!'

탑 99층에서 남 걱정만큼 쓸데없는 짓이 없다는 것을 잠깐 잊고 있었다. 괜히 혼자 오해하고 나선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자괴감에 빠진 세준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꾸엥!

꾸엥이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를 향해 외쳤다. 아빠 또 쓰러지셨다요!

쿠엉?!

꾸엥이의 말에 당황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또?!

쿠어어엉!!!

전투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양손으로 강하게 땅을 내리치자

콰앙!!!

가운데가 뚫린 도넛 모양으로 정확히 불개미가 있는 부분만 땅에서부터 마력이 분출되며 대부분의 불개미들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음머!

나머지 불개미들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정리하며 전투가 끝났다.

"정말이네."

세준이 나중에 확인하니 정말 불이 붙었던 털만 더 윤기가 도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였다.

***

탑 55층.

"모두들 수고했어요."

멧돼지들을 전부 몰아내고 억류돼 있던 토끼들을 모두 해방시킨 이오나가 늑대들과 토끼들을 보며 말했다.

토끼들의 수는 5000마리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해방된 토끼들과 수확제가 끝나며 합류하기로 한 토끼들이었다.

원래는 탑 99층으로 가려 했지만, 탑 55층의 주인인 그리드가 죽자 원래의 고향인 탑 55층으로 향했다.

"헤겔과 엘카는 이곳에 남아 토끼들을 도와주세요."

"네!"

"네!"

탑 55층 농장에 수확해야 할 농작물이 많았기에 이오나는 늑대들에게 토끼들의 수확을 돕게 했다.

그리고

"뀻뀻뀻."

콧노래를 부르며 그리드의 대저택으로 향했다. 그리드의 재물을 세준에게 갖고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너무 많네요."

대저택 안의 물건들은 이오나의 아공간 주머니의 용량으로도 다 담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만 직접 가져가고 나머지는 안전한 보물창고에 넣어 두기로 했다.

"다 옮겼네요."

보물창고에 모든 물건을 넣은 이오나가 밖으로 나와 마법을 사용했다.

"바람이여. 나의 명에 따라 쓸어버려라! 토네이도!"

후우웅.

거대한 태풍이 불며 그리드의 대저택을 허물어 버렸다. 레드리본 왕국의 새로운 왕궁을 짓기 위해서였다.

쀼쀼!

쀼쀼가 빈터에서 토끼들을 모아 놓고 레드리본 왕국이 다시 건국됐음을 선포했다.

뺙!

쀼쀼의 선언에 흑토끼와 다른 토끼들이 환호했다. 예전의 성세를 찾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고난이 있겠지만, 토끼들의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언젠가 레드리본 왕국의 성세를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쀼쀼는 생각했다.

잠시 후

"저는 그만 세준 님에게 돌아갈게요. 쀼쀼 왕비, 앞으로 왕국을 잘 이끄세요."

이오나가 자신의 제자 쀼쀼를 보며 말했다.

쀼쀼.

이오나가 떠난다고 하자 아쉬워하는 쀼쀼.

뺙!

흑토끼가 그런 쀼쀼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앞으로 자주 들를게요. 그럼 이만."

이오나가 다시 탑 99층으로 향했다.

"뀻뀻뀻. 이제 꿀잠을 잘 수 있어요!"

세준의 무릎과 테오의 꼬리가 있는 탑 99층으로 향하는 이오나의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

[파수꾼 쀼쀼가 탑 55층에 레드리본 왕국을 건국했습니다.]

[레드리본 왕국에 속해있는 농장이 탑농부 박세준의 농장에 포함됩니다.]

탑 55층의 정리가 끝난 모양이었다.

[소유한 농장의 크기가 30만 평을 넘었습니다.]

[재능 : 백석꾼이 천석꾼으로 성장합니다.]

"좋아."

탑 99층에 세준이 만든 농장은 20만 평 정도. 탑 55층의 농장이 넓었는지 세준의 재는이 단숨에 천석꾼으로 성장했다.

[파수꾼 쀼쀼를 탑 55층의 마름으로 임명합니다.]

"마름?"

자신이 모르는 정보가 나오자 세준이 새롭게 변한 재능 : 천석꾼을 확인했다.

[재능 : 천석꾼]

-30만 평 이상의 농지를 가진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후천적 재능입니다.

-천석꾼을 대신해 농장을 관리하는 마름 1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마름은 자신만의 소작농 100명과 파수꾼 3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을 최대 1000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들은 천석꾼의 농사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소작농이 천석꾼의 스킬을 사용하면 천석꾼은 5%의 스킬 숙련도 보상을 받습니다.)

-농장을 지킬 파수꾼을 최대 10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천석꾼의 주변 3km 안에서 파수꾼이 처치하는 적의 경험치 50%를 보상으로 받습니다.)

-농장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합니다.

크게 달라진 점은 자신을 대신해 농장을 관리하는 마름이라는 직책이 생긴 것과 지정할 수 있는 소작농과 파수꾼의 수가 늘어난 정도.

"파수꾼 지정."

세준이 일단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를 파수꾼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안 되겠지?"

세준이 분수대 위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두 용 조각상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말만 꺼내도 감히 용을 어떻게 보는 것이냐며 죽일지도 몰랐다.

"좀 더 친해지면 얘기해보자."

용들을 파수꾼으로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소작농 지정."

세준이 버섯 개미 100마리를 우선 소작농으로 지정했다. 일단 버섯 개미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추가로 소작농으로 지정할지 고민해볼 생각이었다.

그때

[소작농 버섯 개미가 채종하기 Lv. 4를 사용해 버섯 포자를 얻었습니다.]

[소작농 버섯 개미가 씨뿌리기 Lv. 5를 사용해 버섯 포자를 심었습니다.]

[천석꾼이 5%의 스킬 숙력도 보상을 받습니다.]

[천석꾼의 채종하기 Lv. 4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천석꾼의 씨뿌리기 Lv. 5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응?!"

[소작농 버섯 개미가 채종하기 Lv. 4를 사용해 버섯 포자를 얻었습니다.]

...

..

.

"대박인데!"

소장농으로 지정된 버섯 개미들은 가만히 있었지만, 등에서 알아서 버섯 포자를 채종하고 심는 건지 끊임없이 스킬이 사용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난 277일 차. 세준이 천석꾼이 됐다.

120화. 쌀반죽을 얻다.

120화. 쌀반죽을 얻다.

조난 278일 차 아침.

"박 회장...더 자면 안되냥...?"

데롱데롱.

"안돼. 오늘은 빨리 해결할 일이 있어."

세준이 더 자겠다고 칭얼거리는 테오를 들어 자연스럽게 무릎에 대자

찰싹.

자연스럽게 착용 모드로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자는 테오. 어차피 잘 자면서 이렇게 한 번씩 칭얼거린다.

그때

"냥?!"

테오가 자신의 꼬리에 뭔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새벽에 몰래 들어온 이오나였다.

"이오나 너는 언제 왔냥?!"

테오가 자신의 꼬리에 매달려 있는 이오나를 보며 물었다.

"뀻뀻뀻. 새벽에 왔어요. 전 조금만 더 잘게요."

뀨로롱.

이오나가 몸을 굴려 테오의 꼬리로 자신의 몸을 감싸며 다시 잠들었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와 이오나를 다리에 매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침 먹자!"

어제 만들어둔 수프를 데워 간단히 아침을 먹고 후다닥 버섯 개미들이 지내는 곳으로 갔다. 버섯 거미들은 어제부터 세준이 내준 땅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세준이 버섯 개미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께엑!

께엑!

버섯 개미들이 아침부터 일어나 지하굴을 파며 나온 흙을 주변에 쌓아 벽을 만드는 것이 보였다. 역시 일꾼의 자질이 보였다.

"얘들아, 수확하자."

께엑!

세준의 외침에 등에 버섯을 잔뜩 키운 버섯 개미들 일부가 세준 앞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고 나머지는 계속 집을 지었다.

벌써 누구부터 수확하고 그동안 누구는 일할지 자기들끼리 정한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잠깐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일하려는 버섯 개미들의 성실한 모습에 세준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게 세준이 3시간쯤 수확하자

[양송이버섯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1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5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드디어 직업 퀘스트의 완료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톡.

마지막 버섯을 수확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1레벨이 개방됩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만 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탑농부의 모든 직업 스킬이 1레벨 상승합니다.]

"됐다!"

세준이 만세를 불렀다. 탑 55층에서 정체돼 있던 세준의 레벨 제한이 드디어 풀렸다. 이제 마음껏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그때

[당신의 농작물이 해충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1을 획득했습니다.]

...

..

.

"응?! 이게 왜 나오는 거지? 로커스트 말고 다른 해충이 있나?"

그동안 레벨업 제한으로 표시되지 않던 해충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아프리카 케냐.

응구기의 보고를 받고 몬스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한태준과 다른 지구방위대 헌터들이 도착했다.

[그린 로커스트]

"진짜군."

"이럴 수가...:

"몬스터가 어떻게?!"

헌터들은 응구기가 생포한 몬스터 머리 위에 표시된 이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니길 바랐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다. 지구에 몬스터가 나타나다니...이제야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테오의 말이 실감 났다.

물론 그린 로커스트는 탑 2층에서 만나는 스켈레톤보다 훨씬 약한 몬스터. 일반인도 가볍게 죽일 수 있다. 이 정도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는 없다.

"이게 수가 늘어나 일정 수를 넘어가면 진화를 하면서 더 강해진다는 건가?"

"네. 그래도 다행인 게 일반 메뚜기들이 몬스터인 로커스트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린 로커스트들을 며칠간 관찰한 응구기가 대답했다.

응구기가 처음 그린 로커스트를 발견한 이후 며칠간 수천 마리 규모의 그린 로커스트들이 여러 번 견고한 칼날 대파밭으로 와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일반 메뚜기 떼들은 견고한 칼날 대파를 그냥 지나쳐갔다.

대신 메뚜기 떼는 그린 로커스트를 만나면 마지막 한 마리까지 쫓아가 악착같이 죽였다. 메뚜기 떼의 입장에서 그린 로커스트는 자신들과 먹이를 경쟁하는 적이었다.

덕분에 그린 로커스트를 견제하느라 메뚜기 떼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 아니었다면 이미 아프리카의 농작물을 다 먹어 치우고 중동 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린 로커스트의 입장에서는 운이 없었고 지구로서는 다행이었다.

"몬스터의 출현을 확인했으니 일단 아프리카 쪽에 탑에서 공수하는 견고한 칼날 대파의 50%를 아프리카에 집중해서 심겠습니다."

"네!"

한태준의 말에 다른 대원들이 동의했다. 한태준은 일단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주변의 땅을 집중 구매하기로 하고 다시 한국으로 향했다.

***

"오늘은 파티다!"

세준은 직업 퀘스트 완료를 기념하는 파티를 하기로 했다. 고대하던 51레벨 제한이 풀린 기쁨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레벨업은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

"파티말이냥?! 그럼 어서 츄르와 생선구이를 준비하라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흥분하며 외쳤다. 산처럼 쌓여있는 생선구이와 그 생선구이 산 정상에서 박세준의 무릎에 누워 츄르를 받아먹으면 최고일 것 같았다.

"뀻뀻뀻. 아니죠! 파티에는 뀻뀻...땅콩 볶음이죠!"

테오의 말에 이오나가 반론을 제기했다. 이오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세준의 무릎 위에서 포근하게 테오의 꼬리를 덮고 볶음 땅콩을 갉아 먹을 생각을 하니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꾸엥!꾸엥!!!

[아니다요! 파티에는 무조건 고기다요!!!]

꾸엥이가 푸짐하게 쌓인 고기를 양손에 쥐고 먹을 생각을 하면서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꾸엥이의 입에서는 이미 침이 흐르고 있었다.

파티에서 원하는 각자의 취향이 모두 확고했다.

(뱃뱃. 저는 과일을...)

황금박쥐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지만

"파티에는 무조건 츄르와 생선구이다냥!"

"땅콩볶음이 없는 파티는 파티가 아니죠!"

꾸엥!

[무조건 고기다요!]

아무도 황금박쥐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레드리본 왕국 보물창고에서 출고할 수 있는 물건 리스트(총 2391만 1912개)]

3000만 탑코인 X 1

미스릴괴 X 100

금괴 X 1만

은괴 X 5만

땅 77층의 농장 땅문서

땅 83층의 농장 땅문서

...

..

.

"어?! 갑자기 왜 이렇게 많아졌지?"

세준은 냉장고 열듯 심심할 때마다 보물창고를 열었다가 엄청난 수의 물품 리스트를 보며 당황했다.

"뀻뀻뀻. 레드리본 왕국의 보물창고와 이렇게 연결돼 있었군요. 제가 그리드의 재물을 여기다 채워놨어요!"

이오나가 세준의 뒤에서 물품 리스트를 보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말? 잘했어!"

"뀻뀻뀻. 감사합니다. 아! 혹시 그럼 하얀 용 조각상도 이렇게 소환하신 건가요?"

"응. 근데 켈리온 님을 만난 적이 있어?"

"그분의 존함이 켈리온 님이었군요. 저희 캘리온 님 때문에 죽을 뻔했어요."

"뭐?!"

-크흠···그때는 세준이 너의 부하인지 몰라서 그랬지.

집 지붕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켈리온이 서둘러 나서며 말했다.

"뀨욱!!"

하얀 용 조각상을 발견한 이오나가 놀라며 세준의 뒤에 숨었다.

-너무 겁먹지 말 거라. 하찮은 햄스터여. 해치지 않는다.

켈리온이 이오나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한 말이지만

"하찮다니요?!"

오히려 세준의 반감만 일으켰다.

-크흠...그래도 파티에는 초대해 줄 거지?

용족에게는 파티에 초대받는 자만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기에 켈리온은 세준이 자신을 초대하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였다.

물론 파티에 참석하려는 목적은 세준이 만든 요리였다.

"글쎄요. 그래도 제 부하를 노린 존재를 제 파티에 초대하기는 좀..."

평소라면 '당연히 초대해야죠'라고 말했겠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왜냐하면 멀리서 카이저가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 이런 상황에는 또 든든한 카이저였다.

-크흐흐흐. 세준이 파티에는 나만 가야지.

카이저가 켈리온이 난처해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 혼자만 세준의 파티에 참가해 켈리온을 약 올릴 생각이었다.

-세준아 빨리 거절해.

카이저가 세준을 응원하고 있을 때

-잠깐!

세준이 자신을 파티에 초대하지 않을 것 같자 켈리온이 다급히 자신의 배꼽을 눌렀다. 마음이 급해지자 갑자기 자신이 챙겨뒀던 물건이 기억났다.

딸칵.

배꼽이 스위치였는지 배가 열리며 조각상 안의 수납공간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유물 주제에 쓸데가 없어 보관만 하고 있었지만, 세준에게는 어필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나를 파티에 초대 해주면 이걸 주겠다!

캘리온이 한주먹 크기의 윤기가 좔좔 흐르는 하얀 반죽을 꺼내며 외쳤다.

-안돼! 거절해! 저런 뇌물에 넘어가서 부하의 목숨을 노린 놈을 파티에 초대하다니?! 세준이 넌 자존심도 없냐?

세준이 혹한 것 같자 카이저가 서둘러 날아오며 소리쳤지만

"좋아요. 켈리온 님을 파티에 초대할게요."

켈리온의 손에 든 하얀 반죽에 매료된 세준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흐흐흐. 고맙다. 여기 받거라.

켈리온이 하얀 반죽을 세준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반죽을 받은 세준이 크게 감사했다.

말랑말랑.

자신이 기대하던 감촉이었다. 그리고 서둘러 반죽을 확인했다.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

떡에 인생을 걸었던 백토끼족의 떡장인 뿍뿍이가 항상 최상의 쌀반죽을 만들기 위해 만든 쌀반죽입니다.

검은 탑에 10개만 존재하는 유물 중 하나입니다.

쌀반죽에 1탑코인의 가치를 지닌 재화를 공급하면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이 1kg의 최상급 쌀반죽을 뱉어냅니다.

사용 제한 : Lv. 50이상, 마력 50 이상

제작자 : 뿍뿍

등급 : AA

"대박이다!"

이 유물만 있으면 원할 때마다 쌀반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반죽을 얻기 위해서는 탑코인이 소모되지만, 세준에게 탑코인은 씨앗 상점을 이용할 때 외에는 그냥 숫자에 불과했다.

"이것만 있으면 저번에 너구리들이 팔았던 가래떡도 막걸리도 만들 수 있어."

-뭐?! 그게 정말이냐?

세준의 말을 들은 카이저가 막걸리라는 말에 흥분했다.

꾸엥!

그건 꾸엥이도 마찬가지. 또 가래떡을 꿀에 찍어 먹을 수 있다.

-흐흐흐. 다 내 덕인 줄 알거라.

자신이 준 물건이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더 대단한 물건이라는 것을 인지한 켈리온이 우쭐해하며 말했다.

"일단 쌀반죽을 만들어 볼까."

세준이 쌀반죽 위에 손을 올리고 일단 10탑코인을 사용했다.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이 10탑코인을 삼키고 10kg의 최상급 쌀반죽을 생산합니다.]

뿅.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이 농구공 크기의 쌀반죽을 위로 뱉어냈다.

척.

"오!"

10kg의 쌀반죽을 얻은 세준이 감격했다. 그리고 서둘러 취사장으로 쌀반죽을 가지고 달려갔다.

갑자기 만들고 싶은 음식이 있었다. 그건 바로 송편! 오늘따라 송편이 너무 당겼다.

'앙금은 고구마와 감자, 꿀을 섞어서 만들고...'

세준이 머릿속으로 송편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며 냄비에 감자와 고구마를 넣고 삶았다.

그리고 생선과 퍼플 로커스트 고기를 굽고, 땅콩을 볶으며 바쁘게 움직였다. 아까 테오와 이오나, 꾸엥이가 파티에서 먹고 싶다고 말한 메뉴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세준이 요리를 하고 있을 때

-크하하하. 이것만 있으면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고? 1000만 탑코인을 넣어주지! 난 세준이처럼 통이 작지 않다고!

카이저가 호탕하게 웃으며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에 1000만 탑코인을 넣었다.

그리고

뾰오오오오오옹!!!

1만 톤짜리 거대한 쌀반죽이 솟아올랐다.

"어?!"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쌀반죽의 크기에 카이저가 당황했다. 저게 떨어지면 피해가 엄청났다.

'밭이 모두 망가지는 건 물론이고 세준이는 죽겠지.'

"소멸."

카이저가 서둘러 쌀반죽을 없애버렸다. 허무하게 1000만 탑코인이 날아갔다.

-푸하하하. 카이저, 그렇게 돈 쓸 거면 나나 줘라!

-시끄러워!

옆에서 켈리온이 염장을 질렀다.

121화. 파인애플을 수확하다.

121화. 파인애플을 수확하다.

"익었나?"

세준이 찌고 있는 고구마와 감자를 젓가락으로 찔러봤다.

푹.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들어가는 젓가락.

"다 됐다."

세준이 화로에서 냄비를 치우고 고구마와 감자를 꺼내 식혔다.

그리고 고구마와 감자를 식히는 사이 테오가 먹을 생선구이와 꾸엥이가 먹을 퍼플 로커스트 고기구이를 확인하며 다 구워진 것들을 그릇에 담았다.

이오나의 볶음 땅콩은 이미 다 볶고 넓은 접시에 펼쳐놓고 수분을 날리는 중이었다.

그때

꾸엥!꾸엥!

꾸엥이가 동굴에서 거대한 생선을 들고 올라왔다. 테오 형아! 큰 생선 잡았다요!

세준이 파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불꽃이가 차원의 바다에서부터 거대 생선을 몰아와 꾸엥이에게 잡게 했다.

"참치다냥!"

테오가 꾸엥이가 가져온 20m 크기의 거대 생선을 보며 흥분했다.

"박 회장! 파티는 언제 시작하냥?!"

참치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태오가 발을 동동거리며 세준을 재촉했다.

"테 사장, 기다려. 그리고 어차피 참치를 구울 시간도 필요하잖아."

"알았다냥! 꾸엥이 빨리 참치를 구워라냥!"

꾸엥?

[어떻게 굽는 거다요?]

꾸엥이가 화로보다 큰 참치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참치를 구워보려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냥!"

생선구이 애호가 테오의 눈에는 너무도 어설펐다.

"이오나, 도와달라냥!"

"뀻뀻뀻. 뭘 도와드릴까요?"

볶음 땅콩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던 이오나가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불을 만들어 달라냥!"

"뀻뀻뀻. 그거야 쉽죠. 불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모든 걸 불살라버려라! 소각의 블레이즈!"

테오의 부탁에 이오나가 흔쾌히 불을 만들어줬다. 아주 크고 뜨거운 불을.

"그 불이 아니다냥! 내 참치구이를 다 태워버릴 작정이냥?!"

이오나가 만든 불에 테오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불에 가볍게 닿기만 해도 자신의 참치는 재로 화할 것 같았다.

"뀨-그럼 말을 했어야죠."

테오의 언성이 높아지자 이오나의 기분이 나빠졌지만, 테오는 자신에게 꿀잠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존재. 이오나가 인내심을 발휘하며 참았다.

상대가 테오라 참는 거지 아마 다른 존재가 이랬다면 바로 헬파이어를 날렸을 이오나였다.

"됐나요?"

이오나가 꾹 참고 테오의 요구에 맞춰 불의 온도를 낮췄다.

하지만

"아래쪽 약간 윗부분의 불 크기를 팍 줄이라냥!"

"뀨-이 정도요?"

"아니다냥! 중간 부분은 크기를 키우라냥!"

테오의 요구는 끝이 없었고 이오나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뀨-뀨-됐나요?"

분노의 뀨 2단계. 이오나의 분노 게이지가 점점 올랐갔다. 테오는 자신의 목숨이 사라질 위기가 다가오는 걸 모르는지 열심히 이오나에게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너무 줄였다냥!"

"뀨-뀨-뀨-너무 까다로워요."

테오의 요구에 이오나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달할 때쯤

"됐다냥!"

다행히 불의 모양과 온도가 테오가 원하는 상태에 도달했다.

"꾸엥이 참치를 불 속에 넣어라냥!"

꾸엥!

테오의 지시에 꾸엥이가 참치를 불에 넣자 참치와 불의 모양이 정확히 맞았다. 진작 참치 모양에 맞추자고 했으면 편했을걸.

"이제 두 시간만 기다리면 완성이다냥!"

테오가 참치구이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동안

"뀨-뀨-"

이오나는 테오의 꼬리를 감고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얘들아, 파티를 시작하자!"

테오가 이오나와 티격태격하며 참치를 굽는 사이 세준이 송편을 찌고 준비한 음식의 세팅을 끝냈다.

"냥냥냥! 박 회장 빨리 저기 올라가자냥!"

테오가 신이 나서 세준의 다리를 잡고 잘 구워진 참치구이의 몸통 위로 이끌었다.

"잠깐만."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세준이 송편을 따로 담은 그릇 두 개를 용들에게 가져갔다.

"카이저 님, 켈리온 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송편이라는 음식입니다."

이렇게 세준이 직접 용들에게 음식을 가져가 대접하는 게 용들의 기분도 좋게 하고 다른 동물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크흠. 먹어볼까?

-이름이 송편이라고?

카이저와 켈리온이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네. 안에 고구마소와 감자와 꿀을 섞은 소로..."

세준이 설명하는 사이

와르르.

고구마가 들었다는 말을 들은 카이저와 켈리온이 용 조각상의 입안으로 송편을 들이부었다.

그리고

-...

-...

조용해진 두 용 조각상. 아마 열심히 송편을 맛보느라 바쁜 것 같았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세준이 두 용 조각상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박 회장, 여기다냥!"

팡!팡!

참지 못하고 먼저 참치구이 위에 올라간 테오가 참치의 몸통을 두드리며 세준을 불렀다.

"그래."

세준이 자신이 먹을 음식을 그릇에 담아 참치구이 위로 올라갔다. 그사이 토끼들이 자리에 앉아 세준이 음식을 먹길 기다리고 있었다.

"먹자."

세준의 말과 함께 동물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박 회장, 빨리 츄르를 까달라냥!"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운 테오가 세준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이 당당한 건 당연했다.

왜냐하면

'이 파티의 주인공은 나다냥!'

분명 세준의 직업 퀘스트 완료를 축하하는 파티였지만, 어느 순간 테오의 머릿속에서 이 파티는 자신을 위해 여는 것이 됐다.

파티를 여는 이유? 잘 모르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냥! 세준의 무릎과 츄르 그리고 큰 생선이 있으면 될 뿐.

부욱.

세준이 츄르의 봉지를 뜯어 테오가 먹기 좋게 짜주자

촵촵촵.

열심히 먹기 시작하는 테오.

그리고

갉갉.

"뀻뀻뀻."

이오나도 테오의 꼬리에 파묻혀 미리 챙겨둔 볶음 땅콩을 양손으로 야무지게 잡고 갉아먹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세준도 자신이 만든 송편을 먹었다.

"고구마네."

첫 번째로 집은 송평은 고구마소를 넣어 만든 송편이었다. 찰진 반죽과 부드러운 고구마가 씹으면 씹을수록 섞이며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줬다.

거기다 처음에는 고구마의 단맛만 있었다면 중간부터 쌀의 단맛이 고구마의 단맛을 지원하며 고구마의 맛이 익숙해질 때쯤 색다른 맛의 변주를 줬다.

꿀꺽.

그렇게 송편 하나를 먹고 다음 송편을 들었다.

오물오물.

이번에는 감자와 꿀을 섞은 소로 만든 송편. 식감은 비슷했지만, 단맛의 밀도가 달랐다.

고구마가 든 송편이 천천히 젖어 드는 보슬비라면 감자와 꿀을 섞은 송편은 강하게 쏟아지는 소나기였다. 소나기에 모든 것이 휩쓸리며 섞였다.

쌀의 단맛이 꿀의 단맛에 휩쓸려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게 아니었다. 꿀의 묵직함이 중력처럼 다른 단맛을 흡수하며 입체적인 맛을 만들었다.

"역시 꿀맛."

세준이 맛있게 송편을 10개 정도 집어 먹었을 때

"근데 꾸엥이가 어디 갔지?"

세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꾸엥이를 찾았다. 음식을 먹는 곳 어디에도 탑 99층의 먹대장 꾸엥이가 보이지 않았다.

"꾸엥아!"

세준이 꾸엥이를 부르자

꾸엥...

아래에서 희미하게 꾸엥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진동과 함께.

"응? 꾸엥아!"

세준이 다시 꾸엥이를 부르자

쩌저적.

참치의 입을 열며 꾸엥이가 나왔다. 참치구이를 안에서부터 열심히 먹고 있던 꾸엥이였다. 꾸엥이의 이마에는 황금박쥐가 앉아 빛을 내고 있었다.

"너?!"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살펴봤다.

촵촵촵.

테오는 아직 츄르를 먹느라 꾸엥이가 자신의 참치에 손을 댔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다행이다.'

"꾸엥이, 이제 송편 먹어."

꾸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기운차게 대답하며 송편을 쌓아둔 테이블로 가서 송편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쫍쫍.

황금박쥐는 세준이 송편에 데코로 올려둔 방울토마토를 잡고 즙을 빨고 있는 게 보였다.

"아..."

세준은 자신이 파티에서 황금박쥐를 위해 준비한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금박쥐가 좋아할 만한 게 없나?'

세준이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아!"

불현듯 생각나는 과일. 탑 75층에서 가져온 파이애플이 있었다. 방울토마토의 을 먹는 걸 보니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한 과즙도 좋아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잠깐만."

"냥?"

"뀻?"

세준이 테오와 이오나를 다리에 매달고 서둘러 파인애플을 심은 밭으로 갔다.

"오! 꽤 크게 자랐네."

그동안 세준이 큰 신경을 써주지 못했는데도 파인애플 꼭지는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나 주먹만 한 파인애플을 하나씩 키워내고 있었다.

파인애플의 기특함에 세준이 파인애플을 하나씩 쓰다듬어 줬다.

[농사꾼의 손길 Lv. 2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파인애플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그러면서 어떤 파인애플을 딸지 살펴봤다. 그렇게 파인애플을 하나씩 쓰다듬고 있을 때

척.

세준이 손을 대자

[농사꾼의 손길 Lv. 3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이름이 다른 파인애플이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

새로운 신품종의 등장. 하지만 그냥 수확하기에는 이름이 너무 불길했다.

"얘들아, 나 좀 서포트해 줘."

"박 회장은 나만 믿으라냥!"

"뀻뀻뀻. 맡겨주세요!"

세준이 도움을 요청하자 테오와 이오나가 큰소리를 치며 세준을 보호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제 자른다."

세준이 테오와 이오나에게 신호를 줬다.

그리고

서걱.

파인애플 꼭지를 머리채 잡듯이 잡고 열매와 연결된 줄기를 단검으로 잘랐다.

[덜 익은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6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휴우."

다행히 아직 덜 익어서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덜 익어도 맛은 괜찮겠지?'

세준이 황금박쥐가 덜 익은 파인애플을 맛있게 먹어줄지 생각할 때

쩌억.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의 중간이 입을 벌리듯이 갈라졌다.

"어?!"

"위험하다냥!"

파인애플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마력에 테오가 서둘러 앞발로 세준의 뒤통수를 안으며 귀를 막았고

"실드!"

이오나가 서둘러 세준의 몸에 실드 마법을 사용했다.

끼이이이이익!!!

파인애플에서 마력을 담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후우웅.

비명만 질렀을 뿐인데 바람이 일어나며 가벼운 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다행이었다. 둘의 보호가 없었다면 귀가 멀거나 충겨파에 내부가 진탕될 수도 있었다.

"박 회장은 나 없으면 클날뻔 했다냥!"

"뀻뀻뀻."

테오는 평소와 같이 우쭐거렸고 이오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때

[탑에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이 신품종에 대해 당신에게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을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6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신품종을 얻었다는 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근데 아까 비명은 뭐였지?"

세준이 반쯤 갈라진 파인애플을 확인했다.

[비명을 지르는 파인애플]

탑 안에서 자란 파인애플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수확 시 파인애플이 모아둔 마력이 폭발하며 파인애플의 옆구리가 갈라지며 비명같은 소리와 함께 마력이 담긴 충격파를 방출합니다.

아직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충격파의 강도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30일

등급 : C-

"이게 충격파 강도가 크게 감소한 거라고?!"

제대로 익은 걸 수확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랐다.

"이제 농작물까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점점 늘어났다.

세준이 중얼거리며 파인애플을 들고 황금박주에게 가는 동안

척.

"박 회장, 힘내라냥."

테오가 세준의 정수리에 자신의 턱을 괴고 앞발로 세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그리고

뱃뱃.

(세준 님, 감사합니다! 신맛이 강해서 맛있어요!)

다행히 덜 익은 파인애플의 과즙은 황금박쥐의 취향이라 황금박쥐가 크게 기뻐했다.

122화. 이거 쓰라고 만든 거야?

122화. 이거 쓰라고 만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