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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어?!"

테오는 남의 봇짐을 향해 나간 자신의 앞발에 당황했지만, 봇짐 주인의 정체가 스카람인 것을 확인하고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사기꾼아! 쀼쀼를 내놔라냥!"

스카람을 향해 소리쳤다.

"쀼쀼?"

"그렇다냥! 분명 네 봇짐에 쀼쀼가 있다냥!"

테오의 황금앞발에 대해 알고 있는 이오나는 쀼쀼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면서 쀼쀼가 가진 아이템 레드리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레드리본은 검은 탑에 10개밖에 없는 유물 아이템이에요. 테 대표님의 앞발이 분명 끌릴 거예요."

그리고 스카람의 봇짐에서 테오는 유물 아이템인 밀짚모자를 잡았을 때와 비슷한 끌림을 느꼈다.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오나!"

스카람이 당황하며 상점 구역을 벗어나려 하자 테오가 서둘러 이오나를 불렀다.

"테 대표님, 우리 쀼쀼를 찾았나요?"

테오의 부름에 근처에 있던 이오나가 서둘러 날아왔다.

"그런 것 같다냥! 저 유랑 상인의 봇짐이 아-주 수상하다냥!"

"그래요? 고블린 유랑 상인이여. 그대의 봇짐을 보여줄 수 있나요? 나는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이오나에요. 그대가 봇짐을 보여주기만 해도 1만 탑코인을 줄게요"

이오나가 나름 정중하게 스카람에게 봇짐을 보자고 말했다. 봇짐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엄청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켕기는 게 없다면 거부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거절한다."

켕기는 게 있는 스카람은 거절했고

"뀨-봇짐 열어!"

이오나가 분노의 뀨 1단계 상태가 되며 마법을 사용했다.

스르륵.

이오나의 외침과 함께 봇짐이 스스로 열리기 시작했다. 이오나가 자신의 마법을 사용해 강제로 봇짐을 연 것이다.

와르르르.

봇짐 안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텀블러와 같은 지구의 물건이었다.

"어?"

자신의 봇짐이 마음대로 열리자 스카람이 당황했다.

그때 봇짐에서 나오는 새하얀 백토끼 하나.

"쀼쀼!"

테오의 예상대로 스카람의 봇짐에서 쀼쀼를 찾았다.

"쀼쀼!"

...

이오나가 불러도 쀼쀼는 대답이 없었다.

"절대 회복."

이오나가 쀼쀼를 회복시키기 위해 최상위 회복 마법을 사용하고 있을 때

슬금슬금.

스카람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르릉

뒤늦게 달려온 엘카와 늑대들이 스카람을 포위했다.

그리고

"푸후훗. 아직 계산할 게 많은데 어딜 가는 것이냥?!"

테오가 고양이 인턴들과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테오는 쀼쀼 납치와는 별개로 세준에게 데려가 자신에게 사기를 쳤던 대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

조난 255일 차 아침.

"읏차."

세준이 기분 좋게 잠에서 깼다. 어제 서쪽 숲을 태워서인지 오늘 새벽에는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오지 않았다.

"한 번씩 가서 불을 질러줘야겠네."

세준이 농사일 목록에 서쪽 숲 불 지르기를 추가했다. 경험치도 얻고 서쪽 숲의 타락한 엔트들이 세력을 넓히는 것도 막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슥.

세준이 침실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해 正 하나를 완성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인지 지상 밭을 돌아다니는 존재는 부지런한 독꿀벌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오랜만에 모닝커피나 마실까?"

세준이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담아 커피를 타 집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후루룩.

"하아. 좋다."

뜨거운 커피가 목구멍을 통해 뱃속으로 들어가자 마치 해장을 하는 것처럼 속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여유로움을 즐기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위..잉..

힘겹게 날아오던 독꿀벌 하나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게 보였다.

"어?"

커피를 마시던 세준이 서둘러 텀블러를 내려놓고 땅에 떨어진 독꿀벌을 향해 달려갔다.

"야! 너 왜 그래?"

세준이 독꿀벌의 몸에 손을 대며 물었다. 독꿀벌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날개도 조금 찢어져 있고 다리도 하나가 잘려 있었다.

위...잉...

[동쪽...독꿀벌들이...]

"동쪽?"

동쪽이라면 원래 탑 99층에 살던 독꿀벌들의 서식지다.

세준이 키우는 독꿀벌들과는 다르게 공격적이고 육식을 한다고 해서 세준은 독꿀벌들에게 동쪽 지역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

위잉...

[저희 구역으로 넘어와서...싸우다가...]

"일단 쉬어."

세준이 독꿀벌을 벌집에 넣어줬다.

"동쪽에 가봐야겠어."

서쪽이 조금 진정되니 동쪽이 문제였다. 세준이 동쪽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흑토끼! 꾸엥이!"

자신의 보디가드인 흑토끼와 꾸엥이를 불렀다. 농장 밖을 나갈 때는 혼자 다니지 않는 세준이었다.

독꿀벌의 독침은 해독의 대파로 해결하면 별거 없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침에 한두 방 찔렸을 때 얘기다.

독꿀벌의 침은 길이가 10cm에 굵기가 볼펜과 비슷했다. 거기다 독꿀벌들은 백 마리 단위로 움직인다. 독이 아니라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었다.

뺙!

꾸엥!

세준의 부름에 흑토끼와 꾸엥이가 달려왔다.

"꾸엥이 변신!"

꾸엥!

세준이 거대해진 꾸엥이를 타고 동쪽 경계 지역으로 이동했다.

***

"여러분 도와주세요! 여기 이놈들이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

스카람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상인들이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면 혼란한 틈에 도망칠 기회를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척.

"저는 유랑 상인 협회 비밀감찰국 요원 제라스입니다! 이 고블린 유랑 상인 스카람은 백토끼족을 유괴하려 한 현행범입니다. 지금 바로 즉결심판하겠습니다."

제라스가 비밀감찰국 신분패를 보이며 앞으로 빠르게 나섰다. 그동안 스카람을 현행범으로 잡지 못해 고생하던 제라스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철컥.

제라스가 스카람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어?!"

스카람은 갑자기 비밀감찰국 요원이 나서자 당황했다.

"고블린 유랑 상인 스카람, 그대를 유랑 상인의 명부에서 영구 제명한다. 그대는 이제 유랑 상인이 아니다."

제라스의 말과 함께 스카람이 가지고 있던 유랑 상인 자격증과 유랑 상인들의 판매 금액 랭킹을 표시하는 게시판에서 스카람의 이름이 지워졌다.

"안돼!"

스카람이 제라스의 판결에 절망했다. 유랑 상인 명부에서 영구 제명된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컸다.

일단 유랑 상인 명부에서 영구 제명되면 유랑 상인 협회뿐만 아니라 자유 용병 협회, 마법사 협회와의 관계도 전부 끊어진다.

즉, 공식적으로 탑에서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거기다 유랑 상인 협회는 유랑 상인이 아닌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이제 마음대로 하시지요."

제라스가 수갑이 채워진 스카람을 테오에게 넘기며 말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고맙다냥! 그리고 나도 비밀이 있다냥. 나는 사실 위대한 검은..."

테오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널리 알리려 할 때

"뀨-뀨-감히 나의 제자를 건드리다니! 용서하지 않겠어요!"

자신의 제자가 납치될 뻔한 상황에 이오나가 분노의 뀨 2단계 상태에 도달했다.

"분노의 뀨 2단계다!"

"도망가!"

"여기서 피해야해!"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를 알아본 상인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분노의 뀨 2단계면 최소 작은 마을이 파괴된다. 상점 구역의 4분의 1 정도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꿀꺽.

제라스도 긴장했다. 여기서 이오나가 파괴 마법을 사용하면 자신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때

"이오나, 진정하라냥. 이 사기꾼은 박 회장에게 데려가야 한다냥!"

"뀨-뀨-세준 님한테요?"

"그렇다냥!"

"뀨-왜요?"

테오와 대화를 하는 이오나의 분노의 뀨 단계가 점점 내려갔다.

"그건 박 회장이 이 사기꾼을 데려오라고 했기 때문이다냥!"

세준은 스카람이 고양이들에게 사기 친 물건들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배니싱으로 유입되는 각성자 수에 비해 스카람이 파는 지구 물건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왜 다 한국 물건이지?'

스카람이 파는 대부분이 한국 물건이었다. 배니싱으로 탑에 유입되는 각성자가 한국인만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세준은 스카람이 한국의 누군가와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그럼 같이 세준 님에게 가요."

"냥?! 그건 싫다냥! 이오나 너는 탑 99층에 오지 말라냥!"

테오는 함께 가자는 이오나의 태도에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자신이 제자를 찾아주기까지 했는데 탑 99층까지 따라오겠다니!

"싫어요! 탑 99층에 가는 건 제 마음이죠!"

"그럼 내가 탑 99층에 먼저 도착하겠다냥!"

테오가 스카람을 다른 늑대에게 태우고 엘카의 등에 타며 외쳤다.

"엘카, 출발이다냥!

"네!"

늑대들이 탑 99층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테 대표님!"

"같이 가요!"

다다다.

그 뒤를 인턴들이 열심히 따라 달렸다.

"뀻뀻뀻. 우리도 질 수 없죠. 쀼쀼! 가요!"

이오나가 여유롭게 쀼쀼의 등에 타며 말했다.

쀼쀼!

쀼쀼가 이오나를 등에 태우고 빠르게 달렸다.

그렇게 테오와 이오나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뀻뀻뀻. 광속 상인 통로 둘이요!"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

동쪽으로 향하는 도중

위잉!

세준은 동쪽 경계에 도착하기도 전에 독꿀벌들이 싸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이곳까지 동쪽 독꿀벌들이 순찰을 나온 것이다.

"우리도 돕자!"

하지만 곧 문제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애들이랑 적이 구별이 안 되네."

독꿀벌들의 모습이 똑같아 구별이 안 됐다.

꾸엥!

[냄새로 알 수 있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꾸엥이 말로는 세준의 독꿀벌에는 달달한 꿀냄새가 나고 다른 독꿀벌들에게는 고기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건 너만 되는 거잖아."

꾸엥?

꾸엥이는 이렇게 쉬운 걸 왜 못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위잉.

서로 싸우던 독꿀벌 하나가 세준 쪽으로 날아왔다.

"꾸엥아 무슨 냄새야?"

꾸엥!

[고기 냄새!]

"그래?"

세준이 독꿀벌을 향해 손도끼를 던졌다.

하지만

위잉.

독꿀벌은 너무도 쉽게 세준의 손도끼를 피했다.

그리고

뺙!

뾱!뾱!뾱!

결국 흑토끼가 뒤처리를 했다.

"얘들아 내가 우리를 위한 구호를 준비했어."

세준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뺙?

꾸엥?

세준의 뜬금없는 말에 흑토끼와 꾸엥이가 의아해했다.

"내 말을 따라 하도록. 우리는 하나다!"

뺙!(우리는 하나다!)

꾸엥!(우리는 하나다!)

세준의 외침에 흑토끼와 꾸엥이가 일단 따라 외쳤다.

조난 255일 차. 세준의 홀로서기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83화. 꿀맛을 알려주다.

83화. 꿀맛을 알려주다.

"냠."

에일린이 꿀젤리를 삼켰다. 입에 넣자마자 꿀젤리가 녹아버리며 입안 가득 땅콩 특유의 풍미와 함께 단맛이 퍼졌다.

[독꿀벌의 땅콩 꿀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땅콩꽃의 꿀로 만든 꿀젤리는 방울토마토 꿀젤리와 같은 마력 관련 재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요즘 에일린은 둘을 번갈아가며 먹고 있었다.

"크히히히. 맛있다."

그렇게 에일린이 꿀젤리를 먹고 즐거워하고 있을 때

[재능 : 굳어버린 드래곤하트가 조금 강화됩니다.]

[재능 : 굳어버린 드래곤하트의 한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재능 : 굳어버린 드래곤하트가 조금 말랑한 드래곤하트로 성장합니다.]

꿀젤리를 섭취한 에일린의 재능이 성장했다.

"크히히히. 됐다!"

쿵쾅쿵쾅..쿵쾅쿵쾅..

에일린이 이제 거의 부드럽게 뛰는 자신의 드래곤하트 박동을 느끼며 기뻐했다.

"할아버지! 나 재능이 성장했어!"

-역시 우리 손녀! 할애비는 믿고 있었다!

"그럼 이제 폴리모프 하는 거 알려줘!"

-포...폴리모프는 왜?!

"크히히히. 빨리 폴리모프 해서 세준이랑 놀 거야!"

-아니! 그 자식을...크흠! 손녀야 다행히 네 실력으로는 아직 폴리모프는 어렵구나.

"아직도?!"

-아직 한참 멀었어!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카이저가 에일린을 다독이며 성장한 드래곤하트의 능력을 파악하게 했다. 당장은 성장한 드래곤하트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

위잉.

위잉.

꾸엥!

[고기 냄새!]

꾸엥이가 고개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독꿀벌들을 향해 마력이 실린 펀치를 가볍게 날렸다.

콰앙!

꾸엥이의 주먹으로 전방 10m에 강력한 진공을 만들며 독꿀벌들을 기절시켰다.

그리고 세준은 꾸엥이의 공격을 맞고 기절한 독꿀벌들을 줍줍하고 있었다.

"독꿀벌아. 앞으로는 꿀만 먹어야 한다. 알았지?"

위잉.

[넵.]

세준의 말에 얌전히 대답하는 독꿀벌. 세준이 꾸엥이의 간식 가방에서 꺼낸 꿀로 독꿀벌들을 꼬드기며 동쪽 독꿀벌들에게 꿀맛을 알려줘 육식을 포기하게 하는 중이었다.

물론 꾸엥이의 저항이 있었지만, 돌아가면 꿀을 2배로 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야생 독꿀벌이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좋았어."

세준이 302번째로 전향한 독꿀벌을 보며 뿌듯해했다.

처음에는 동쪽 독꿀벌들을 전부 처치할 생각이었지만

'얘네들에게 꿀맛을 알게 할 수만 있다면...'

불현듯 독꿀벌들을 전향시킬 수만 있다면 자신의 농장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밭이 점점 넓어지면서 독꿀벌들의 수가 아쉬웠던 세준이었다.

그래서 시험 삼아 독꿀벌 한 마리를 잡아 꿀맛을 알려주며 회유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꿀맛을 본 독꿀벌은 너무도 쉽게 세준의 편으로 돌아섰다.

역시 독꿀벌도 꿀벌은 꿀벌. 꿀맛을 알자 바로 육식을 포기했다.

"좋아. 이 기세로 오늘 독꿀벌 1000마리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거다!"

뺙!

꾸엥!

세준의 각오에 흑토끼와 꾸엥이도 기분 좋게 외쳤다. 세준과 함께하면 다 재미있는 둘이었었다.

그렇게 독꿀벌들을 회유하고 있을 때

뺙!

흑토끼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탑처럼 만들어진 3m 높이의 거대한 독꿀벌의 벌집이 있었다.

"저것도 되려나?"

세준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꾸엥아 흔들어!"

꾸엥!

세준의 지시를 받은 꾸엥이가 벌집을 들고 사정없이 흔들었다.

위잉.

위잉.

벌집 안에 있던 독꿀벌들이 꾸엥이를 공격하기 위해 나왔지만

꾸엥!

독꿀벌의 독침은 꾸엥이에게는 조금 따끔한 정도였다. 몇백 마리로는 꾸엥이에게 큰 위협을 줄 수 없었다.

뺙!

뾱!뾱!뾱!

거기다 흑토끼의 해머로 독꿀벌들을 기절시키며 꾸엥이에게 독꿀벌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얘들아! 잘 한다!"

세준은 멀리서 흑토끼와 꾸엥이를 응원했다.

"우리는!"

세준이 구호를 선창하자

뺙!(하나다!)

꾸엥!(하나다!)

둘이 나머지 구호를 외쳤다. 점점 팀워크가 맞아가는 셋이었다. 아니 세준이 팀워크를 강조했다.

그렇게 꾸엥이의 벌집 흔들기로 벌집 안의 독꿀벌들이 기절하자 세준이 벌집 안에서 기절한 독꿀벌 여왕을 꺼냈다.

그리고

"여왕아. 일어나서 이것 좀 먹어봐."

세준이 독꿀벌 여왕을 깨워 꿀을 먹이며 자신의 편이 될 것을 권유했다.

"나랑 함께 가면 이거 매일 먹을 수 있어. 같이 갈래?"

위잉.위잉.

[알겠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야생 독꿀벌 여왕이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야생 독꿀벌 여왕이 거느린 독꿀벌 1295마리가 여왕을 따라 당신을 따르기로 합니다.]

[야생 독꿀벌 여왕이 가진 벌집을 획득했습니다.]

"오!"

목표치였던 독꿀벌 1000마리 회유를 단숨에 초과했다.

꾸엥!

꿀을 만들 독꿀벌이 늘어난 것에 꾸엥이가 환호했다.

"흐흐흐."

뺘아악!

꾸에엥!

그렇게 큰 성과를 내고 셋은 신나는 마음으로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독꿀벌 벌집을 세준의 농장 근처로 옮기던 중

"뀻뀻뀻. 세준 님!"

멀리서 이오나가 빠르게 다가오며 세준을 불렀다.

그때

뺙...

이오나가 오는 방향을 본 흑토끼가 신음하며 심정을 부여잡았다.

"흑토끼, 왜 그래?"

뺙!뺙!

[나 죽을 건가 봐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

"아니야. 안 죽어. 그건..."

세준이 이오나를 업고 달려오는 새하얀 백토끼를 보며 말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흑토끼에게 봄이 온 것이다.

"사랑이랄까?"

막상 사랑이라고 말하려니 뭔가 오글거렸다. 솔직히 세준도 잘 모르는 감정이었다.

뺙?

꾸엥?

"사랑이 뭐냐고? 사랑은 말이야..."

티비로 연애를 배운 모솔이 풋내기 모솔들에게 사랑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것만 기억하면 돼. 사랑은 직진이야. 자신의 감정에서 도망가지 않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뺙!(하나다!)

꾸엥!(하나다!)

"자 가라. 흑토끼! 우리가 응원해줄게!"

세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괜히 자신이 더 긴장됐다.

꾸엥!

꾸엥이도 뭔지 모르지만, 일단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흑토끼를 응원했다.

그리고

뺙!

둘의 응원을 받은 흑토끼가 앞으로 나섰다.

"이오나, 무슨 일이야?"

"뀻뀻뀻. 당분간 탑 99층에서 마법 연구를 위한 샘플을 구하려고요."

하지만 대답하는 이오나의 시선은 세준의 무릎에 고정돼 있었다.

"그래? 이오나, 잠깐 우리 얘기 좀 할까?"

흑토끼가 쀼쀼와 단둘이 얘기할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세준이 따로 이오나를 불렀다.

***

흑토끼가 이오나와 함께 온 백토끼에게 다가갔다.

쿵!쾅!쿵!쾅!

가까이 가자 심장이 더 거칠고 빠르게 뛰었다. 삼촌은 이게 사랑이라고 했다.

안녕! 나는 흑토끼야!

세준과 꾸엥이의 응원을 받은 흑토끼가 다가가 당당하게 말했다.

응. 나는 쀼쀼야!

쀼쀼가 환하게 대답했다. 스승님에게 듣기는 했지만, 같은 토끼족을 보니 쀼쀼는 너무 반가웠다.

그때

쀼쀼, 나 너 사랑한다!

흑토끼가 다짜고짜 쀼쀼에게 고백했다.

미안. 나는 사랑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

쀼쀼가 단칼에 거절했다.

괜찮아. 그럼 내가 여유 있게 만들어줄게. 뭘 도와줄까?

나는 탑 55층에 토끼 왕국인 레드리본을 재건해야 해.

그래? 그럼 레드리본을 재건하면 나랑 사귀자!

왕국 재건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몰라. 근데 나는 할 거야!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아니. 왕국 재건은 그렇게 쉬운 게...

그러니까 왕국을 재건하면 나랑 사귀자!

삼촌은 사랑은 직진이라고 했다. 도망가지 않는 거라고. 흑토끼가 무한 직진을 하고 있었다.

***

일본 고베의 한 요양원.

스르륵.

1인실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대파와 고구마가 가득 든 박스를 들고 들어왔다.

"여보! 나 왔어!"

남자가 침대에 누워 있는 수척해진 아내 토다를 보며 말했다.

"고타로...어서와."

토다가 팔을 뻗자 고타로가 조심스럽게 토다를 안았다.

"드디어 해독의 대파를 구했어. 잠깐만 기다려."

"응. 무리한 건 아니지?"

"걱정하지 마. 나 로얄나이트 길드의 헌터라고."

4억 엔에 가까운 거액이 들었지만, 고타로는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 간암 말기의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더 큰 돈도 쓸 수 있었다.

원하는 만큼 해독의 대파를 충분히 구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간암 말기를 완치하기 위해서는 해독의 대파 100개가 필요하지만, 고타로는 해독의 대파를 50개밖에 구하지 못했다.

경매는 해독의 대파를 500개씩 팔다보니 입찰 금액이 너무 컸다. 그래서 일단 길드가 길드 운용자금으로 먼저 낙찰받고 그 후 길드원들에게 분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보한 해독의 대파는 적었고 해독의 대파를 원하는 길드원들은 많았고 대부분의 길드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먼저 해독의 대파를 판매하고 있었다.

대신 완치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될 수 있는 정도의 수량만 판매했다.

쏴아아.

고타로가 해독의 대파 3개와 힘의 호박고구마 1개를 물로 깨끗이 씻고 찜기에 넣었다. 여러 연구로 한 끼에 해독의 대파 3개를 먹는 게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고타로가 다 익은 대파와 고구마를 좋은 크기로 잘라 토다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응."

토다가 조심스럽게 대파와 고구마를 먹었다.

"고구마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데."

"...응."

토다가 부끄러운지 작게 대답했다. 힘의 호박고구마의 효과는 먹은 후 30분 만에 화장실에 갈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그 이후 토다는 항상 대파와 고구마를 같이 먹었다.

그리고 며칠 후 정기 검진을 위해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이건 기적입니다! 환자분의 암이 깔끔하게 사라졌습니다!"

완치판정을 받았다.

"네? 정말요?!"

토다는 해독의 대파를 아직 30개밖에 먹지 않았기에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간암 3기로 호전된 것도 아니고 완치판정이라니!

"네! 거기다 간 수치가 전부 평균 이상입니다."

토다는 혹시나 해서 다른 병원에도 가봤지만, 모두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토다의 사례를 들은 의사가 힘의 호박고구마가 해독의 대파의 약효를 5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다른 병원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효과였다. 힘의 고구마만 있으면 해독의 대파 20개로도 간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의미.

힘 상승을 노리고 힘의 호박고구마를 산 헌터들에게 고구마를 사겠다는 연락이 쇄도했고 다른 헌터들은 힘의 호박고구마를 살 수 있는 다음 경매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

"아! 제 제자를 소개할게요! 쀼쀼!"

세준과 대화를 하던 이오나가 자신의 제자를 불렀다.

쀼쀼!

스승의 부름에 백토끼가 달려왔고 그 뒤를 흑토끼가 따라왔다. 따로 오는 것이 둘이 별로 친해진 것 같지는 않았다.

'얘기가 잘 안됐나?'

"세준 님, 여기는 쀼쀼, 레드리본 왕국의 공주에요. 쀼쀼 인사드려. 여기는 위대한 검은 용 박세준 님이야."

쀼쀼!

이오나의 말에 쀼쀼가 엎드려서 절을 했다.

"공주?"

생각보다 흑토끼가 사랑에 빠진 백토끼의 신분이 높았다. 우리 흑토끼도 기죽지 않게 뭐 하나 만들어 줘야겠는데?

"일단 농장으로 가자."

세준이 일행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위대한 검은 용의 오른팔?

박 회장의 호위무사?

검은 해머 뺙이?

세준이 공주에 꿇리지 않을 흑토끼의 신분을 생각하며 걷고 있을 때

꼬옥.

흑토끼와 쀼쀼가 작은 손을 잡고 따라오고 있었다.

84화. 땅콩을 수확하다.

84화. 땅콩을 수확하다.

탑 67층.

"빨리 담자!"

"네!"

보로리의 말에 늑대들과 고양이 인턴들이 씩식하게 대답하며 레드 로커스트 사체를 봇짐에 담았다. 어느덧 그들은 하나의 무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늑대들은 고양이 인턴들을 무시하거나 무자비하게 부리지 않았다. 일도 함께했고 세준이 늑대들에게 주는 수고비 중 일부를 고양이 인터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그런 늑대들의 태도에 감동한 인턴들은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때

"응?"

레드 로커스트의 사체를 담던 인턴 래리가 한 사체를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레드 로커스트의 사체에 보이기 시작하던 푸른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퇴화의 흔적이 사라진 것이다.

"보로리 님, 뭔가 이상합니다."

래리가 보로리를 불렀다.

"래리 인턴, 무슨 일이야?"

"이 레드 로커스터의 사체는 푸른색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다시 레드 로커스트의 수가 늘어나려는 징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 음...일단 세준 님에게 보고해야겠어. 래리 인턴, 좋은 보고였다. 세준 님에게 계약 기간 5일 단축을 건의해보지."

"감사합니다!"

래리는 보로리의 말에 감격하며 여기서 인정받으며 계속 일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

"아! 흑토끼는 사실..."

농장으로 가던 세준이 흑토끼의 급조한 신분을 말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려 하자

꾸엥!

꾸엥이가 갑자기 벌집을 옆구리에 끼고 왼손으로 세준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세준이 뒤를 못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 꾸엥아, 왜 그래?"

꾸엥!

[빨리 돌아가서 꿀 먹고 싶다요!]

"잠깐만 기다려! 흑토끼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다고 말해줘서 흑토끼의 연애 사업을 도와줄 거야."

흑토끼에게 신비감을 주려는 세준의 의도였다.

하지만

꾸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요!]

꾸엥이에게 커트 당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꾸엥!

[눈치가 너무 없다요!]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에게 눈치 없는 취급을 당하며 농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 여기 꿀."

세준이 꾸엥이의 간식 주머니에 꿀이 가득 찬 유리병 2개를 담아줬다.

그리고 농장의 남은 일이 있는지 찾고 있을 때

"뀻뀻뀻. 세준 님, 여기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 뭔가요?!"

이오나가 땅콩밭을 가리키며 흥분했다.

"아. 여긴 땅콩밭이야. 그렇지 않아도 이제 수확할 때가 됐는데 한 번 캐볼까?"

후두둑.

세준이 땅콩 줄기 하나를 잡아당기자

[잘 영글은 땅콩 꼬투리 36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080을 획득했습니다.]

줄기를 따라 그물 문양이 선명한 노란색 땅콩 꼬투리들이 우수수 딸려 올라왔다.

"우와!"

"뀻뀻뀻. 세준 님, 저 땅콩 하나만 주세요!"

이오나가 마법사 협회 협회장의 체통도 잊고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땅콩을 달라고 졸랐다.

"잠깐만."

톡.

세준이 땅콩 꼬투리 하나를 줄기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꼬투리 안에서 생땅콩 2개를 꺼냈다.

[마력의 땅콩]

탑 안에서 자란 땅콩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농사에 익숙한 탑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섭취 시 몸 안에 지방 15g을 분해해 10분간 마력을 0.25 상승시킵니다.

한 시간 안에 최대 20개까지 효과가 중복 적용됩니다.

비각성자가 섭취 시 지방 15g을 분해해 두뇌 활동을 상승시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90일

등급 : C

꼬투리 하나가 열매 하나인 건지 효과는 절반이었다. 대신 20개까지 중복이 가능했다.

"아쉽네. 대학교 때 이게 있었으면 학점 잘 받았을 텐데."

세준이 땅콩의 두뇌 활동 상승 효과를 보면서 아쉬워했다.

"자 여기."

"뀻뀻뀻. 감사합니다!"

세준이 이오나에게 땅콩 한 알을 주자

갉갉.

이오나가 땅콩 껍질을 까고 땅콩을 열심히 갉아 먹기 시작했다.

'엄청 맛있게 먹네.'

맛있게 먹는 이오나를 보자 세준도 먹고 싶어졌다. 세준이 남은 땅콩 한 알을 입에 넣었다.

땅콩을 씹자 생땅콩이라 그런지 밖에서 먹는 볶음 땅콩의 딱딱한 식감보다는 콩의 물렁하면서 아삭거리는 식감과 비슷했다.

맛은 생땅콩이라 콩의 풋내가 나기는 했지만, 땅콩 특유의 고소함은 그대로였다.

"맛있다."

생각보다 맛있는 맛에 세준이 이번에는 땅콩 꼬투리 5개를 까서 땅콩 10개를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우적우적.

땅콩을 씹으면서 세준이 본격적으로 땅콩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후두둑.

[잘 영근 땅콩 40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

..

.

그렇게 땅콩을 절반 정도 수확했을 때

이글이글.

"응?"

세준은 자신을 향한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

"뭐지?"

세준이 자신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존재를 바라보자 땅콩을 더 먹고 싶은 이오나가 세준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땅콩 더 먹을래?"

"네! 그래두 되나요?!"

세준에게 얘기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이오나가 빠르게 대답했다.

"그럼."

세준이 땅콩 코투리에서 땅콩 2알을 꺼내 이오나에게 건넸다.

"뀻뀻뀻. 잘 먹겠습니다!"

갉갉.

이오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땅콩을 갉아 먹기 먹었다.

그때

꾸엥?

멀리서 고소한 냄새를 맡은 꾸엥이가 땅콩밭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꾸엥이도 땅콩 줄까?"

꾸엥!

세준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꾸엥이.

툭.툭.

세준이 땅콩 꼬투리를 까 땅콩 100개를 꾸엥이의 손에 올려줬다.

"자 꼭꼭 씹어 먹어. 이걸로 배 채우는 거 아니다. 알았지?"

꾸엥!

꾸엥이가 대답하며 땅콩을 입에 한 번에 털어 넣고 꼮꼭 씹어먹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꾸에엥!

고소하고 단맛에 기분이 좋은지 꾸엥이는 몸을 흔들며 자신만의 흥겨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귀여워..."

세준은 꾸엥이의 춤을 구경하다 다시 땅콩을 수확했다.

그렇게 땅콩을 수확하고 있을 때 세준의 일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나타났다.

"끄응!"

세준이 아무리 힘을 줘도 뽑히지 않는 땅콩 줄기가 나타났다.

"끄악! 으합!"

아무리 기합을 넣어도 땅콩 줄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꾸엥!

옆에서 지켜보던 꾸엥이가 답답했던지 세준의 뒤에서 땅콩 줄기를 잡고 함께 당겼다.

"당겨!"

꾸에엥!

세준의 신호와 함께 같이 땅콩 줄기를 당기자

콰직.

쑤우욱.

지면이 갈라지며 길이 3m의 거대한 땅콩 꼬투리가 뽑혀져 나왔다.

[거대 땅콩 꼬투리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

"거대 땅콩 꼬투리?"

세준이 단검으로 거대 땅콩 꼬투리를 자르자 안에는 거대한 땅콩 두 개가 있었다.

[거대 땅콩]

탑 안에서 자란 땅콩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은 있지만, 모든 영양을 성장하는 데만 사용했습니다.

섭취 시 아무런 효과도 없습니다.

심어도 싹이 나지 않습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45일

등급 : C

아이템으로서의 효과는 전혀 없었지만, 양으로 봤을 때는 최고였다.

"꾸엥아 엄마 갖다줘."

이 정도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는 사이즈였다.

꾸엥!

꾸엥이가 거대화해서 거대 땅콩 2알을 들고 엄마에게 갔다.

그리고 세준은 땅콩 수확을 계속했고

"휴우. 끝났다."

세준이 땅콩 꼬투리 3481개를 수확했다. 중간에 레벨업도 하며 세준은 32레벨이 됐다.

"꾸엥아 이거 들어줘."

꾸엥!

세준이 땅콩 줄기 200개를 따로 챙겨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거대 땅콩을 갖다주고 돌아 온 꾸엥이에게 들게했다.

그리고

"이오나는 이것 좀 옮겨줘."

남은 500개의 땅콩 줄기를 가리키며 이오나에게 말했다.

"네. 부유!"

땅콩을 다 먹고 자신의 털에 떨어진 땅콩 부수러기를 먹고 있던 이오나가 발딱 일어나 부유 마법을 사용했다.

둥둥.

수확한 땅콩 줄기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와."

꾸엥!

세준과 꾸엥이가 하늘로 떠오른 땅콩 줄기들을 보면서 넋 놓고 바라봤다. 하늘에 떠 있는 땅콩 줄기는 나름 장관이었다. 역시 대파괴의 마법사다운 마법 실력.

"뀻뀻뀻. 어디로 옮길까요?"

세준과 꾸엥이의 반응을 본 이오나가 기분 좋게 웃으며 물었다.

"흙을 털어서 저쪽에 겹치지 않게 깔아줘."

세준이 아직 밭이 만들어지지 않은 땅을 가리켰다. 땅콩을 넓게 펼쳐 말리며 후숙할 생각이었다.

"네."

이오나가 세준이 말한 곳으로 땅콩 줄기들을 옮기는 동안 세준은 꾸엥이에게 땅콩 줄기 절반은 집 앞에 놓게하고 나머지는 저장고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쏴아아.

꾸엥이가 집 앞에 놓은 땅콩 줄기를 가지고 수돗가로 가서 땅콩 꼬투리에 묻은 흙을 씻어냈다.

수돗가는 분수대 탑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얇은 나무관을 설치하고 뚜껑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든 시설이었다.

잘그락.잘그락.

물에 깨끗이 씻은 땅콩 꼬투리를 줄기에서 떼어내 꼬투리째 냄비 3개에 담았다. 그리고 삶기 시작했다. 햇땅콩은 삶거나 쪄먹는 게 또 별미다.

"이건 가을에 먹어야 제맛인데."

이곳에 계절이 없다는 게 좀 아쉬웠다. 삶은 지 10분이 넘어가자 세준은 중간중간 땅콩을 꺼내 상태를 확인했다. 덜 삶으면 풋내가 나고 너무 삶으면 물러진다.

"좋아. 다 됐다."

땅콩이 잘 삶아지자 세준이 불가에서 냄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얘들아! 간식 먹자!"

세준이 농장의 토끼들을 불렀다.

"에일린, 이거 먹어봐."

재능이 성장하면서 다시 마력을 올려주는 농작물을 먹을 수 있게 된 에일린에게 세준이 삶은 땅콩이 가득 담긴 냄비 하나를 통째로 보냈다.

중간 관리자가 되면서 퀘스트 없이도 물건을 보낼 수 있께 된 세준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고맙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는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앞으로 250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거 같다고 신나 합니다.]

"그래."

세준은 '그땐 난 이미 죽었어.'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안톤과 카이저가 에일린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말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드래곤하트 상태가 좋아졌다고 하더니 기다리는 시간이 300년에서 250년으로 줄어들었다.

'잘하면 나 살아있을 때 에일린을 볼 수도 있겠는데?'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다. 상대는 드래곤. 만나서 뭘 어쩌겠는가.

'등에나 태워달라고 할까?'

세준이 에일린과 만나면 뭘 할지 생각할 때

오물오물.

삐익!

뺘아!

쀼쀼!

토끼들이 와서 삶은 땅콩을 먹기 시작했다. 레드리본 왕국의 공주인 쀼쀼는 금세 다른 토끼들과 친해져 어색함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뺙!

자신의 무릎에 앉아 삶은 땅콩을 맛있게 먹고 있는 흑토끼를 보면서 세준은 마음이 쓰렸다.

"흑토끼, 많이 먹어."

뺙!

세준은 이미 둘 사이에 서로에 대한 마음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계속 흑토끼를 걱정하고 있었다.

***

"뀽···이게 아닌데···"

잠을 자는 세준의 무릎에 자리를 잡은 이오나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수백 년간 불면증에 시달리던 이오나는 탑 75층 젠카 호수에서 세준의 무릎을 베고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눕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그래서 꿀잠의 원인이 세준의 무릎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뭔가 부족했다. 잠은 금방 드는데 푹 잘 수가 없었다.

'아래는 완벽한데 위가 완벽하지 않은 느낌이야. 뭔가를 덮어야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세준의 모포로 덮어보고 자신이 가져온 비싼 침구류로도 덮어봤지만, 푹 잘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이오나는 자신이 젠카 호수에서 꿀잠을 잘 때 어떻게 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테오의 꼬리를 덮고 잤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테 대표님의 꼬리 이불까지 있어야 완벽한 꿀잠을 잘 수 있어!'

하지만

"뀽...오늘은 꿀잠 못 자겠네."

테오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지."

이오나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잠을 잤다.

"뀻뀻뀻."

그래도 세준의 무릎 위에서는 악몽을 꾸지 않는 이오나였다.

85화. 수로를 완성하다.

85화. 수로를 완성하다.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툭.

세준의 다리에서 하얀 뭔가가 떨어졌다.

"응?"

둥둥.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뜬 동그란 털 뭉치 하나.

"이오나?"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는 이오나가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슥.

세준은 조심스럽게 이오나를 들어 자신의 모포 위에 놓자

"뀨-"

이오나는 짜증을 내며 몸을 더 둥글게 말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잤나?"

목소리에 짜증이 많은 걸 보니 더 재워야 할 것 같았다.

세준이 이오나를 두고 밖으로 나오자

삐익!

뺘아!

쀼쀼!

먼저 일어난 토끼들이 세준을 맞이했다.

"그래. 안녕."

토끼들과 인사를 한 세준은 수돗가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은 평소와 같이 24시간 끓이고 있는 세프의 수프. 오늘은 거기에 군고구마를 추가했다.

"아침 먹자!"

세준의 부름에 집 앞 마당에서 몸을 푸고 있던 토끼들이 줄을 서서 아침을 받아 옹기종기 모여 식사했다.

그리고

"불꽃이, 좋은 아침."

세준은 아침을 들고 동굴로 내려갔다. 불꽃이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주인님! 좋은 아침이요!]

세준의 인사에 불꽃이가 언제나처럼 이파리를 흔들며 씩씩하게 인사했다.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지?"

[네! 그것보다 저 이파리 충전이 끝났어요!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보여주세요! 이번에는 완벽하게 정화해 드릴게요!]

불꽃이가 녹색으로 변한 첫 번째 이파리를 보여주며 세준에게 말했다.

"어?! 이파리가 회복됐네?"

세준이 불꽃이의 이파리를 보며 말했다. 최근에 쓴 두 번째를 뺀 첫 번째와 세 번째 이파리가 녹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네!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꺼내주세요!]

"응."

세준이 주머니에 넣어뒀던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꺼냈다.

[이야압!]

불꽃이가 기합을 지르자

화르륵.

정화의 능력을 가진 이파리가 하얗게 변하며 타락한 엔트의 강화된 씨앗에 하얀 불꽃을 보냈다.

스르륵.

정화의 불꽃이 푸른색에서 하늘색으로 변한 씨앗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불꽃이, 수고했어."

세준이 방금 정화의 불꽃을 사용해 하얗게 변한 불꽃이의 이파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헤헤헷! 더요! 더요!]

세준은 왼손으로 불꽃이를 쓰다듬으며 오른손으로 아침을 먹고 오전 농사를 시작했다.

서걱.서걱.

그렇게 세준이 동굴의 방울토마토들을 수확하고 있을 때

뺙!

꾸엥!

아침을 먹은 흑토끼와 꾸엥이가 파이팅을 외치며 동굴로 내려왔다.

"얘들아, 오늘 점심은 크레이피시로 부탁해."

뺙!

꾸엥!

세준의 말에 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연못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남은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낸 세준이 사다리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때

"응?"

사다리의 끝까지 올라온 세준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게 왜 이러지?"

동굴과 지상을 다니기 위해 설치해둔 사다리가 원래 높이보다 한 뼘이나 지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마치 땅이 올라온 것처럼.

"이상하네. 사다리가 자라나?"

세준은 이상하기는 했지만, 큰일은 아니기에 일단 무시하고 지상으로 올라와 주변을 둘러봤다.

백토끼들은 아침 농사를, 회색토끼들은 시간에 맞춰 출근한 블랙 미노타우루스들과 수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쀼쀼!

쀼쀼가 마법을 사용해 나무를 회색토끼들이 원하는 크기로 잘라주거나 회색토끼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부유 마법으로 띄워 가져다주며 수로 공사를 돕고 있었다.

"마법 실력이 좋네."

"뀻뀻뀻. 그럼요! 제 제자니까요!"

어느새 잠에서 깬 이오나가 세준의 뒤에서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세준 님 앞에서 이제 마법 좀 쓰는 제자를 자랑하려니 부끄럽네요."

"응?"

"다 알아요. 세준 님은 유희 중이시잖아요. 지금은 일부러 약한 역할로 유희를 즐기고 계신 거죠?"

이오나는 다른 몬스터들에게 보호를 받는 세준의 모습을 보고는 세준이 최약체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응? 어...그렇지."

세준은 일단 이오나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아니라고 하는 게 더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오해가 쌓인 거 철저히 이용해 주기로 했다.

"이오나, 쀼쀼랑 같이 수로 공사 좀 도와줘. 난 유희 중이라 힘을 쓸 수 없으니까."

"네! 맡겨 주세요! 제가 오늘 안에 완성시킬게요!"

그렇게 이오나가 수로 공사에 합류했다. 이오나는 회색토끼들과 잠깐 수로 공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는 바로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톤월!"

쿠궁.

이오나의 마법은 쀼쀼의 마법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돌기둥들이 솟아나며 수로를 받칠 기둥이 만들어졌다. 그것도 회색토끼들이 요구하는 굵기와 높이로 정확하게.

파괴와 정밀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대파괴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정밀한 마법 조절 능력이 필요했다.

덕분에 늦은 오후가 되자 동서남북으로 향하는 수로 중 북쪽으로 향하는 1km 길이의 수로가 완성됐다.

꾸엥!

쿵!

수로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은 꾸엥이가 봉인됐던 꾸엥이호를 다시 꺼내왔다.

꾸엥이호는 회색토끼들이 손을 보며 제법 배의 모습으로 변했다.

뱃머리에는 꾸엥이의 모습을 조각한 선수상도 있었고 앞좌석과 뒷좌석이 넓게 만들어져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꾸엥!

꾸엥이가 꾸엥이호의 앞좌석에 타고 세준을 불렀다.

"알았어."

세준이 대답하며 꾸엥이호에 탔다. 이번에는 수로도 완성됐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세준이 배에 오르자

뺙!

미리 뒷좌석에 타고 있던 흑토끼가 세준을 반겼다.

"오. 많이 바뀌었네."

안에는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넓은 나무판자로 좌석이 만들어져 있고 손잡이도 달려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꾸엥이호를 둘러보고 있을 때

"저희도 탈게요."

쀼쀼!

이오나와 쀼쀼도 꾸엥이호에 탑승했다.

"그럼 분수대로 올라갈게요. 부유."

이오나가 부유 마법을 사용하자

쿵.

배가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그때

"이 요망한 햄스터! 감히 박세준을 납치하려는 것이냥?!"

어느새 세준의 무릎에 올라간 테오가 이오나에게 소리쳤다.

***

"이렇게 빨리 왔으니 승리는 나의 것이다냥!"

늑대와 인턴들을 재촉해 도착 시간을 몇 시간이나 단축시킨 테오가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며 탑 99층에 도착했다.

"나는 먼저 갈 테니 너희들은 천천히 따라오라냥!"

"네!"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농장으로 달려갔다.

이오나가 광속 상인 통로를 이용해 이미 어제 도착한 것을 전혀 모르는 테오. 하지만 본능이 계속 세준의 무릎에 이상이 있다며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박세준의 무릎이 위험하다냥!'

테오가 불안함을 뒤로 하고 열심히 달려 세준의 농장에 가까워졌을 때

"뭐냥?!"

저 멀리 이오나가 세준을 배에 태워 납치해가려는 것이 보였다.

"역시 나의 느낌이 맞았다냥! 감히 나의 무릎을 훔쳐 달아나는 것이냥?!"

테오가 전력 질주로 달려 배에 올랐다. 정확히는 세준의 무릎 위.

그리고 무릎 도둑을 향해 소리쳤다.

***

"박 회장은 걱정하지 말라냥! 내가 박 회장을 지켜주겠다냥!"

테오가 자신의 몸으로 세준의 무릎을 가리며 납치당한(?) 세준을 안심시켰다.

"무슨 납치야? 우리 배 타고 이는 건데."

"냥? 무슨 소리냥?"

"저기서 배를 타고 내려올 거야."

세준이 수로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아. 그런 것이냥?"

"그래. 그러니까 아까 이오나한테 요망한 햄스터라고 한 거 사과해."

"싫다냥! 납치는 안 했지만, 이오나가 요망한 건 맞다냥!"

"테 대표, 말 안 들을 거야?"

"쳇! 알았다냥."

세준의 엄한 목소리에 테오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이오나, 요망한 햄스터라고 해서 미안하다냥. 아깐 내가 너무 흥분했다냥."

테오가 쭈뼛거리며 이오나에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아요. 어서 오세요. 테 대표님."

이오나는 흔쾌히 테오의 사과를 받아주고 반갑게 맞이해주기까지 했다. 드디어 자신의 꿀잠 피스가 다 맞춰졌다.

첨벙

그사이 꾸엥이호는 분수대 위에 도착했다.

그리고

드드득.

꾸엥이호가 수로의 끝에 걸쳐졌다가

덜컹.

수로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쏴아아.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꾸엥이호. 경사가 완만했기에 배는 부드럽게 흘러갔고 세준과 동물들은 기분 좋은 맞바람을 맞으며 농장의 경치를 구경했다.

"이렇게 컸나?"

세준은 수로 위에서 자신의 농장을 내려다보자 새삼스럽게 자신의 농장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농장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방심하지 않겠다냥!'

테오 만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자신의 경쟁자인 이오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뀻뀻뀻."

이쪽을 보며 웃는 것이 테오에게는 이오나가 세준의 무릎을 노리고 있는 거로 보였다. 사실은 세준의 무릎과 테오의 꼬리를 보며 웃는 거였지만.

테오가 이오나를 경계하는 사이

촤아악.

1km를 이동한 꾸엥이호가 수로의 끝에 도착했다. 돌아올 때는 꾸엥이가 일행이 탄 꾸엥이호를 들고 1km를 걸어서 돌아왔다.

"뭔가 부족해."

세준이 꾸엥이호에서 내리며 말했다.

"뭐가 말이냥?"

"익스트림이 부족해."

수로의 경사가 너무 완만하게 만들어지면서 배에 스릴을 느낄 정도의 속도가 붙지 않았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부족한 게 있다냥. 츄르가 필요하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츄르를 꺼내 세준의 무릎으로 점프했다.

그리고

"까달라냥!"

테오가 새준의 무릎에 올라 당당하게 세준에게 츄르를 내밀었다. 왜냐하면 나는 테 대표니까!

그리고 자신은 이번 경매에서도 역대급 성과를 달성했다. 츄르를 요구할 자격이 차고 넘쳤다.

"알았어."

세준이 츄르를 까서 테오의 입에 가져갔다.

"잘 먹겠다냥!"

촵.

테오가 기분 좋게 츄르를 한 입 핥기 시작할 때

"세준 님,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방해자가 나타났다. 엘카가 늑대와 인턴들 그리고 죄인 스카람을 데리고 뒤늦게 복귀한 것.

"저 고블린은 누구야?"

세준이 손이 묶인 상태로 끌려오는 스카람을 보며 물었다.

"나에게 사기를 쳤던 스카람이다냥! 혼내줘라냥!"

테오가 금세 츄르는 잊고 스카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 저놈이 그 스카람이구나."

세준이 스카람을 보며 웃었다. 이제 지구의 물건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

"이노옴! 여기가 어디라고 온 것이냐!"

검은 용 조각상에서 카이저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소멸하라!"

카이저가 단숨에 스카람을 지워버렸다.

척.

정확히 스카람의 존재만 소멸되며 주인을 잃은 옷이 땅에 떨어졌다.

"어?!"

아니. 왜?!! 내 라면은?!!

세준이 이유를 설명하는 눈빛으로 카이저를 보자

"뭐? 왜?"

펄럭.펄럭.

카이저가 오히려 뻔뻔한 목소리로 물으며 서둘러 분수대로 돌아갔다.

"박 회장, 힘내라냥.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냥!"

테오가 세준을 위로하며 스카람이 소멸한 곳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는 느낌도 없었는데 갑자기 앞발의 끌림이 나타났다.

그리고

"박 회장, 내가 뭔가를 찾았다냥!"

테오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작은 금속 열쇠가 놓여져 있었다.

"이건?"

세준이 열쇠를 줍자

[아공간 감옥 열쇠가 탑농부 박세준에게 귀속됩니다.]

"감옥?"

동시에 세준의 앞에 열쇠를 넣을 수 있는 구멍이 나타났다.

"여기다 넣으면 되는 건가?"

세준이 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자

철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아공간 감옥의 문이 열렸다.

86화. 엔트의 씨앗을 심다.

86화. 엔트의 씨앗을 심다.

몇 시간 전.

카이저는 드래곤하트가 성장하며 탑의 관리자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에일린에게 관리자의 의무를 설명하다 언성을 높였고 에일린에게 다시 대화 차단을 당했다.

그리고

-에일린~!

열심히 에일린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에일린은 묵묵부답.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박세준에게 부탁을 받아내야 겠군'

카이저가 부탁을 받아내기 위해 세준을 찾았다. 자신이 세준의 부탁을 들어주면 자신이 부탁하지 않아도 세준이 에일린과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오. 저기 있군.'

분수대 위에서 카이저가 지상을 내려보자 세준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아니 이 기운은?!'

세준의 옆에 있는 고블린의 몸 안에서 다른 생명체가 느껴졌다. 어디서 접촉한 건지는 모르지만, 기생 생명체였다. 거기다 기생 생명체 안에서는 카이저가 가장 싫어하는 족속의 기운이 느껴졌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래서 세준의 부탁을 받아내야 된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검은 용 조각상에 충전해둔 마력을 사용해 놈을 단숨에 소멸시켜 버렸다.

숙주를 어설프게 죽여 안에 기생 생명체가 근처의 다른 숙주를 찾아 이동하기라도 하면 세준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덕분에 검은 용 조각상이 가진 마력을 모두 소진했고 세준의 부탁을 받아내려면 다시 마력을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냥 세준에게 부탁하면 간편하게 해결되지만, 그건 위대한 검은 용이자 프리타니가 가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제길!!!"

"아버님, 무슨 일입니까?"

카이저가 화를 내자 옆에 있던 안톤이 물었다.

"방금 탑 99층에서 흰둥이 놈들의 기운을 감지했다."

"네? 하얀 용의 기운이 왜?"

"분명 검은 탑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겠지."

"약탈을 하려는 걸까요?"

"검은 탑의 관리자가 에일린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우습게 보는 것이야! 감히 우리 손녀를 우습게 봐!!!"

카이저가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었다.

에일린이 빨리 성장해 탑의 관리자로서 제 몫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

-에일린~!

카이저가 다시 에일린을 불렀다.

***

"윽!"

"냥?! 이게 무슨 썩은 내냥?!"

"뀨-악취가 너무 심하네요."

뺙!

꾸엥!

쀼쀼!

세준과 동물들이 아공간 감옥 안에서 흘러나오는 악취에 코를 막았다.

쀼쀼!

쀼쀼가 서둘러 바람 속성 마법을 사용해 아공간 감옥 안의 냄새를 빼냈다. 덕분에 지독했던 악취가 많이 옅어졌다.

"이제 들어가 볼까?"

"정말 들어갈 거냥?"

뺙?

꾸엥?

세준은 참을만했지만, 동물들에게는 아직도 냄새가 강렬한지 근처에 가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워했다.

척.

결국 세준과 테오만 아공간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지는 대신 세준의 무릎에 코를 박고 숨을 최대한 참는 방법을 택했다.

'박 회장의 무릎은 내가 지킨다냥!'

악취에 질 테오가 아니었다.

감옥 안은 크기 2m의 정육면체로 된 빛이 전혀 없는 방. 세준이 들어가기 전 쀼쀼가 마법으로 빛의 구체를 감옥 안에 띄워줬다.

"냄새는 이거 때문이었네."

세준이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굳어버린 오물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악취의 근원이었다.

'지저분해.'

당장 밖에서 물을 떠 와 청소부터 하고 싶었지만, 감옥 안에 뭐가 있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감옥이 작아 안에 뭐가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감옥의 구석 천장에 매달려 날개로 몸을 감싸고 있는 무언가. 그리고 위에 보이는 이름.

[황금박쥐]

주먹만 한 박쥐가 다리에 얇은 쇠사슬이 묶인 채로 감옥 구석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황금박쥐?"

세준이 이름을 보며 의아해했다. 황금박쥐라고 하기에는 황금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꼬질해 보였다.

세준이 조심히 다가가자 황금 박쥐가 힙겹게 날개를 펼치며 눈을 떴다.

(...?!)

세준과 눈이 마주친 황금박쥐가 자신의 주인인 스카람이 아닌 다른 존재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에 당황했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님이신가요?)

세준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음성. 텔레파시처럼 머리로 말이 바로 들려왔다.

"주인? 네가 말하는 거야?"

세준이 황금박쥐를 보며 물었다.

-네.

황금 박쥐가 몸을 떨며 대답했다. 새로운 주인님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으니 너무 두려웠다.

"황금박쥐, 안 되겠다. 일단 여기 청소 좀 할게."

(...네?)

새로운 주인은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물을 떠 오더니 흑토끼, 새끼 곰과 감옥 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냄새가 심한지 동물들은 이파리로 코를 막고 들어왔다.

'그렇게 냄새가 나나?'

킁킁.

황금박쥐가 자신의 몸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계속 감옥 안에 있던 황금박쥐는 이미 코가 마비돼 자신에게서 얼마나 악취가 나는지 몰랐다.

그때

"너도 씻어."

세준이 나무 그릇에 뜨듯한 물을 담아 가져오며 말했다.

(네.)

황금박쥐는 주인님의 지시에 바로 물로 몸을 닦기 시작했고 점점 검게 변하는 물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지저분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그만 몸으로 몸을 씻으려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안 되겠다. 그냥 들어가."

옆에서 지켜보던 세준이 답답했는지 나무집게로 황금박쥐를 잡아

스르륵.

황금박쥐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물에 담갔다. 더러움에 차마 맨손으로는 잡을 수 없었다.

뱃뱃.

따뜻한 물에 몸이 담가지자 황금박쥐는 생전 처음 겪는 편안함에 자신도 모르게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이런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잊고 있었던 소리였다.

황금박쥐가 몸을 닦자 물은 완전히 새카맣게 변했다.

(내 몸에서 이런 구정물이?)

자신의 몸에서 이런 더러운 물이 나오자 황금 박쥐는 너무 부끄러웠다.

"자 물 바꾸자."

다행히 세준이 금방 물을 바꿔줬다. 하지만 다시 검게 변하는 물. 세준이 물을 10번이나 갈아주고 나서야 물의 색이 변하지 않았다.

"휴. 끝났다. 황금박쥐 너도 좀 쉬어."

(네.)

감옥 청소를 끝낸 세준이 나가려 할 때

꼬르륵.

황금박쥐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감옥에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배고파? 잠깐만."

세준이 감옥에서 나와 세프의 수프를 그릇에 담아 가져왔다.

"먹어봐."

(네. 감사합니다.)

핥짝.핥짝.

"그럼 쉬어."

세준이 수프를 먹는 황금박쥐를 두고 동물들과 밖으로 나왔다. 아공간 감옥은 환기가 되도록 문을 열어 두었다.

잠시 후

(배히히히. 맛있어. 이번 주인님은 좋은 주인님이야.)

혼자 남은 황금 박쥐가 수프를 배불리 먹고 혼잣말을 했다.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지!)

황금박쥐의 몸이 사라졌다.

1분 후.

파닥.파닥.

황금박쥐가 다리에 황금색 텀블러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휴우. 힘들다. 이렇게 크고 반짝거리는 걸 가져왔으니 주인님이 좋아하시겠지?)

배로롱.

능력을 사용해 지친 황금박쥐가 세준에게 칭찬받을 생각을 하며 천장에 매달려 기분 좋게 잠들었다.

***

킁킁.

아공간 감옥에서 나온 동물들이 자신의 몸에 코를 박고 악취를 맡았다. 그건 세준도 마찬가지. 자신의 옷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냄새가 뱄나 봐."

악취가 계속 몸에서 계속 났다.

"안 되겠다. 분수대로 가서 씻자."

분수대에는 정화 마법이 걸려있어 씻어도 금방 물이 정화돼 괜찮았다.

뺙!

꾸엥!

세준의 말에 빨리 악취를 없애고 싶은 흑토끼와 꾸엥이가 분수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세준이 분수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반대다냥! 나는 내 그루밍으로 냄새를 없앨 수 있다냥! 박 회장도 내가 그루밍해주겠다냥! 물에 들어가지 말라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찰싹 달라붙어 씻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안돼. 거부는 거부한다."

테오의 침으로 씻고 싶지 않은 세준이 테오를 무릎에 매단 채 물에 몸을 담갔다.

"냐앙!"

파바박.

테오가 세준의 몸을 타고 올라와 세준의 얼굴에 매달렸다. 덕분에 테오의 털에 밴 악취를 그대로 맡아 버린 세준.

"야...떨어져. 냄새나."

세준이 테오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테오를 물에 담그기 시작했다.

"우냥!!!"

몸을 적시기 싫은 테오가 몸을 흔들며 저항했지만

첨벙.첨벙.

그럴수록 더 젖을 뿐이었다. 결국 테오의 전신이 젖어 버렸다.

"푸하하. 테 대표, 너 완전 털빨이었구나?"

추욱.

물에 젖어 풍성한 털빨이 사라진 테오를 보며 세준이 웃었다.

"웃지 말라냥! 이게 다 박 회장 때문이다냥! 그리고 쟤네들도 다 털빨이다냥!"

세준의 웃음에 테오가 흑토끼와 꾸엥이를 가리켰다.

뺙!!

꾸엥!!

자신들을 걸고넘어지는 테오에게 분노하며 다가오는 흑토끼와 꾸엥이.

"냥? 얘들아 말로하자냥."

테오가 급하게 말을 했지만

덥썩.

꾸엥이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갔다.

잠시 후

"푸후훗. 나의 수영 실력을 보여주겠다냥!"

뺙!

꾸엥!

같은 처지인 셋은 금방 화해하고 열심히 물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놀면서 악취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자 출발!"

물놀이의 마지막은 워터 슬라이드. 서로 손을 잡고 앉아 맨몸으로 수로에 몸을 실었다.

촤아악.

물을 가르며 몸이 회전하며 이전보다 스릴이 생겼다.

"흐흐흐. 재미있다."

"푸후훗. 역시 물에서도 난 최강이다냥!"

뺙!

꾸엥!

수로 끝에 도착한 세준과 동물들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커어어."

고로롱.

뺘로롱.

꾸로롱.

대충 물기를 털고 파 이파리 더미에 올라가 잠을 자기 시작했다. 역시 물놀이 후 자는 잠은 정말 달았다.

그때

"이렇게 자면 감기 걸리세요."

이오나가 다가와 건조 마법으로 세준과 동물들을 말려줬다. 특히 테오의 꼬리는 여러 번 세심하게 말렸다. 그렇게 털을 잘 말려준 이오나.

"뀻뀻뀻."

콧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세준의 무릎으로 올라가 세준의 무릎에서 곤히 자고 있는 테오의 꼬리를 이불 삼아 잠들었다. 밤까지 꿀잠의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 있을 때 쀼쀼가 세준과 동물들을 깨우러 왔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쀼쀼!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의 스승을 먼저 깨우고 나머지를 깨웠다.

"으음..."

그렇게 일어난 세준과 동물들이 집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었다.

"아 배부르다. 좀 걸을까."

저녁을 먹은 세준이 소화도 시킬 겸 일어나 농장 주변을 가볍게 한 바퀴 걸으려 할 때

"어?!"

주머니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뭐지?

세준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하얀색 씨앗을 꺼냈다.

[정화된 엔트의 강화된 씨앗]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의 씨앗을 정화했습니다.

블루문의 기운으로 씨앗이 강화됐습니다.

타락한 기운이 정화되며 부정한 것에 대한 저항력이 커졌습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15 상승합니다.

땅에 심으면 씨앗이 발아하며 강력한 정화의 엔트로 자라납니다.

유통 기한 : 100년

등급 : A+

"정화가 끝났구나."

세준이 하얀색 씨앗을 보며 말했다.

"어디다 심지?"

정화의 엔트가 얼마나 크게 자랄지 몰라 애매했다.

"일단 저번에 본 사이즈로 생각하자."

일단 세준은 블루문의 기운을 흡수한 타락한 엔트의 사이즈까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엔트 씨앗을 아주 넓은 공터에 심기로 했다.

푹.

세준이 단검으로 땅을 파고 씨앗을 심었다.

[정화된 엔트의 강화된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씨뿌리기 Lv. 4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씨뿌리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씨뿌리기 Lv. 4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툭.툭.

세준이 씨앗을 심은 부분의 땅을 두드리고 있을 때

[정화된 엔트의 강화된 씨앗이 가진 힘을 이용해 빠르게 성장합니다.]

쿠드득.

정화된 엔트의 강화된 씨앗에서 순식간에 싹이 나며 지면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87화. 불꽃이는 세계수?

87화. 불꽃이는 세계수?

쿠드득.

쿠드득.

땅속에서는 계속 소리가 났지만, 지상은 평온했다.

...

시간이 지나자 땅속에서 나던 소리마저 사라졌다. 그것이 끝이었다. 남은 것은 땅 위로 올라온 두 개의 상큼한 녹색 이파리 2개와 그 위에 나타난 이름.

[강력한 정화의 엔트]

"뭐야? 끝난 거야?"

요란한 소리와는 다른 결과에 세준이 어이없어할 때

푹.

새싹 밑에서 뭔가가 올라왔다. 아니 정확히는 새싹과 함께 올라왔다.

그리고

뿌드득.

땅속에서 성장한 굵기는 20cm에 키는 50cm 정도 되는 강력한 정화의 엔트가 일어나 양 팔을 들며 만세 자세로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뿌득.뿌득.

머리에 녹색 이파리를 단 강력한 정화의 엔트가 세준을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어?! 야! 어디가?"

세준이 엔트의 몸에 손을 대고 물었다. 세준의 재능 자연의 친구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엔트...지킨다...]

"뭐라는 거야?"

세준이 다시 물어봤지만

[...]

별로 말이 없는 친구였다.

뿌득.뿌득.

세준은 어쩔 수 없이 일단 강력한 정화의 엔트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주인님! 어서 오세요!]

도착한 곳은 불꽃이 앞.

뿌득.뿌득.

강력한 정화의 엔트는 불꽃이를 지키려는 듯이 불꽃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불꽃이는 엔트가 왜 이러는지 알아?"

[잠깐만요. 물어볼게요.]

불꽃이가 엔트와 대화를 나눴다.

[엔트가 자신의 임무는 세계수를 지키는 거래요.]

"세계수? 근데 왜 불꽃이 너를 지켜?"

[모르겠어요. 막무가내로 저를 지켜주겠데요. 불꽃이는 센대!]

불꽃이가 말하면서 허공에 잽을 날리듯이 자신의 이파리들를 파닥거렸다.

"알았어. 일단 불꽃이는 혹시 쟤가 이상한 짓 안하는지 감시해줘."

[네! 맡겨주세요! 제가 잘 지켜볼게요!]

세준은 불꽃이에게 엔트를 감시하게 하고

"에일린, 세계수에 대해서 알아?"

에일린에게 정보를 구했다.

[탑의 관리자가 세계수는 강력한 풍요의 힘을 가진 나무로 세계수의 곁에서 사는 것을 인정받은 존재는 풍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엔트는?"

[탑의 관리자가 원래 엔트는 세계수를 지키는 수호자라고 말합니다.]

"그럼 우리 불꽃이가 세계수야?"

[탑의 관리자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

에일린은 세준이 사과나무가 세계수냐고 물어보자

"어..."

당황했다. 자신도 잘 몰랐다.

그래서

"잠깐 기다려봐."

세준을 기다리게 하고

"할아버지!"

서둘러 카이저를 불렀다.

-오! 에일린~! 드디어 이 할애비랑 얘기하고 싶은 게냐?

"응! 할아버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오냐! 뭐든 물어보거라!

"탑에 세계수가 나타나면 내가 확인할 수 있어?"

-그럼 당연히 가능하지. 수정구에서...

카이저가 에일린에게 세계수를 확인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거탑 성장 조건]

···

..

.

-세계수 : 미달성

...

..

.

검은 탑에 세계수는 없었다.

"할아버지, 그럼 엔트가 세계수도 아닌 나무를 지키는 이유는 뭘까?"

-에일린, 설마? 박세준이가 물어본 거냐?

"응?!"

-고얀 놈! 그럼 나한테 물어볼 것이지. 우리 손녀딸 귀찮게!

카이저는 당장이라도 세준에게 날아가 세준의 궁금증을 풀어줄 기세였다. 검은 용 조각상이 날개를 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세준이한테 다 알려주면 나 가만 안 있을 거야!"

에일린의 엄포에 날개를 활짝 폈던 검은 용 조각상이 다시 날개를 접었다.

***

[탑의 관리자가 탑에 세계수는 아직 한 그루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 앤트가 왜 저러는 거야?"

[탑의 관리자가 아마 엔트가 불꽃이의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실시간으로 카이저에게 묻고 세준에게 대답해줬다.

"그래?"

우리 불꽃이가 세계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니? 세준이 흐뭇하게 불꽃이를 바라봤다.

그때

"박 회장! 어디를 갔던 것이냥?!"

테오가 동굴 천장 구멍에서 소리치며 뛰어내렸다. 흑토끼, 꾸엥이랑 놀다가 세준의 무릎에서 쉬기 위해 세준을 찾고 있던 테오였다.

착.

테오가 네 발로 안정적으로 착지하자마자

타다닥.

세준의 무릎으로 달려가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박 회장, 앉아서 나의 보고를 받아라냥!"

테오가 세준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도착하자마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면서 아직 거래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다.

"아. 그렇네. 테 대표, 이번에도 다 팔았어?"

세준이 앉으면서 물었다.

"당연히 완판이다냥!"

테오가 당당하게 대답하며 봇짐에서 돈을 꺼냈다.

82만 4630탑코인. 저번 거래보다 4배나 증가한 금액이었다.

"수고했어. 여기 인센티브."

세준이 깔끔하게 테오에게 5만 탑코인을 건넸다.

"고맙다냥! 그리고 여기 박 회장이 좋아하는 것들이다냥!"

후두둑.

테오가 봇짐을 털어 츄르와 세준이 좋아하는 커피와 양념들을 꺼냈다. 커피 믹스 70봉지에 소금과 후추 등도 많았다.

탑 38층의 캠프가 활성화되면서 각 길드에서 주기적으로 보급을 보내고 있어 헌터들의 물자가 풍부했다.

"엄청 많네?! 테 대표! 잘했어!"

슥슥.

세준이 테오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럼 테 사장 몇 시간이냥?"

"음...테 사장 150시간 시켜줄게."

"좋다냥! 그럼 어서 츄르를 까라냥."

세준의 칭찬에 테오가 발라당 배를 보이며 누워 츄르를 요구했다.

"알았어."

부욱.

세준이 츄르를 뜯어 테오의 입에 가져가자

촵촵촵.

테오가 열심히 츄르를 핥아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래서 말이다냥! 내가 우타타라는 놈한테..."

츄르를 먹으면서 자신이 탑 38층에서 멧돼지 유랑 상인을 물리친 무용담을 세준에게 자랑했다. 테오의 즐거운 힐링 타임이 시작됐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자

고로롱.

어느새 테오가 세준의 쓰다듬을 받으며 무릎에 누워 잠들었다.

"으아함. 이제 자야지."

세준이 하품을 하며 테오를 들고 일어나자

[주인님! 안녕히 주무세요!]

불꽃이가 이파리를 흔들며 말했다.

"응. 불꽃이도 잘자."

세준이 불꽃이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침실로 가 테오를 자신의 옆에 놓고 누웠다.

[탑의 관리자가 잘 자라고 말합니다.]

"응. 에일린도 잘 자..."

세준이 대답하며 잠들었다.

잠시 후

"냐앙..."

불편함에 잠깐 눈을 뜬 테오가 세준의 무릎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고로롱.

테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

스르륵.

"뀻뀻뀻."

문이 조용히 열리며 쀼쀼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온 이오나가 꿀잠을 자러 들어왔다.

그리고

뀨로롱.

이오나가 세준의 무릎으로 올라와 테오의 꼬리를 덮고 잠들었다.

***

조난 257일 차 새벽.

-박세준 이놈! 일어나거라!"

"으헉! 네!"

카이저의 고함에 세준이 황급히 일어났다.

-지금 적이 오고 있는데 잠이 오느냐?!

"적이요?"

-그래. 타락한 엔트의 정찰병들이 오고 있느니라! 어서 움직이거라!

"네!"

카이저의 호통에 세준이 서둘러 무기를 들고 서쪽으로 달렸다.

그때

"응?!"

먼저 나뭇가지 정찰병들과 싸우는 존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퍽!퍽!퍽!

강력한 정화의 엔트가 '강력한'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 10마리에게 몰매를 맞고 있었다.

불꽃이를 지키기 위해 적들을 막으러 나온 것 같았다. 얼마나 맞았는지 양다리와 팔 하나가 부러진 상태였다.

"엔트야!"

부웅

세준이 서둘러 정화의 엔트를 때리는 나뭇가지 정찰병 하나에게 손도끼를 던졌다.

퍽!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5를 획득했습니다.]

"회수!"

부웅.

세준이 달리면서 손도끼를 회수해 다시 던졌고 그사이 세준은 정화의 엔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푹!

퍽!

단검과 손도끼를 휘두르며 적들을 처치했다. 세준에게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 정도는 껌이었다.

그렇게 10마리의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하고

"괜찮아?"

세준이 정화의 엔트를 보며 물었다.

뿌득.

우적우적.

엔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죽은 나뭇가지 정찰병의 몸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뿌드득.

나무를 먹을 때마다 부러진 양다리와 팔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엔트는 나무를 먹는 것만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좋은데?"

세준이 정화의 엔트가 회복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뿌득.뿌득.

다시 적들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15마리.

"와라!"

세준이 외치며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세준은 그렇게 몇 번을 싸웠다. 10~20마리 정도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만 왔기에 어렵지 않았다.

***

"냥?"

테오는 뭔가 허전함에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세준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박 회장이 어디를 간 거냥?"

테오가 두리번거리며 세준을 찾고 있을 때

꽈악.

뭔가가 자신의 꼬리를 잡는 느낌이 났다.

"뭐냥?!"

테오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꼬리를 보자

"뀽...안돼..."

부들부들.

이오나가 자신의 꼬리를 잡고 몸을 떨며 악몽을 꾸고 있었다.

"이번만 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꼬리에 이오나를 달고 세준을 찾으러 밖으로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