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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2)



384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2)

천월각으로 돌아오니 마침 시각이 오시(*午時: 오전 11시 ~ 오후 1시)였던지라 조 어멈이 일찍이 식사를 준비해두었다.

이내 천월과 용경이 방으로 들어가자 채련, 조 어멈이 식사를 내왔다. 용경과 천월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식사를 시작했다.

천월은 밥 먹는 도중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도성의 큰 거리에도, 골목골목에도 청완 공주에 대한 소문은 들리지 않았다. 야천일은 그 누구도 모르게 청완 공주를 데리고 입궁한 것이었다.

과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야천일이 누이동생을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해서? 황실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아니면, 이 일이 그와 관련돼 있어서? 혹은 이 일이 누구와 관련이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세자!”

그때, 천월의 생각을 깨고 창밖으로 청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월이 고개를 들어보니 창밖엔 청영의 형상만 흐릿하게 보였다.

“어찌 되었느냐?”

용경이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자,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인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두목이 혈도 열기를 강행했고, 결국 경맥이 파열돼 사망했습니다.”

청영이 답했다.

용경의 젓가락이 멈췄고, 천월의 얼굴빛도 차가워졌다.

천하에 영 왕가의 백보 점혈은 독보적인 비술이라 알려져 있었다. 용경이 경혈을 막으면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다. 혈도 열기를 강행한 사람에 대해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나, 오늘 이렇게 처음으로 예외를 만나게 됐다.

경혈을 풀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굳이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공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음에도 혈도 열기를 행한 건 그 자의 완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는 분명 살아 돌아가도 죽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돌아가면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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