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빚 독촉
정각이 손을 뻗어 그녀를 들어 올렸다. 소난은 몸을 추스르고는 힘을 주어 정각의 손을 두드리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정각이 부채를 펼치더니 천천히 흔들면서 반쯤 눈을 가늘게 뜨고는 득의만면한 기색을 띠었다.
“계집애야, 오늘은 우리 계산해야 할 것이 있지!”
그러자 소난이 다시 천천히 반보 물러나서 무의식적으로 두봉을 여미고는, 고개를 들어 정각을 노려보면서 마음속으로 재빠르게 생각했다. 소리를 쳐야 할까? 안 돼! 그가 전후좌우 곳곳에 사람을 배치했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소리를 쳐서 사람을 부를 수 있겠어?
게다가 정말로 소리를 쳐서 사람을 부른다면, 그녀와 그의 일은 사적인 일이었으므로 그녀는 그와 부딪혀 죽든지 아니면 그의 첩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망할! 빨리 이곳을 떠나 도망칠 방법을 생각해야 해!’
정각이 결코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게 해야 했다.
‘조급해하지 말자, 조급해하면 안 돼…….’
그동안 정각은 두봉을 여미고 눈동자를 빙빙 돌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소난을 내려보다가 긴장하고 경계하면서 부채를 접었다. 그러고는 소난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내가 네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귀가 먹었느냐?”
소난이 점점 안도한 표정으로 정각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느긋하게 물었다.
“무슨 계산 말입니까?”
정각의 손에 들린 부채가 멈추었고,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예전의 빚과 새 빚 모두 청산해야지!”
“예전 빚이라니요? 사촌 도련님께서 친히 봐주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사촌 도련님께서 번복하려 하시는 것이라고 해도 그럴 수 있지요. 어린아이는 마음대로 말을 내뱉고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소난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너그럽게 말했다. 정각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가 가라앉더니, 그가 ‘흥’하며 이를 갈면서 말했다.
“말에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묵은 빚은 이 몸이 용서해주겠으니, 새 빚은 잘 따져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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