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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천천히 오다

80화. 천천히 오다

소난이 미간을 들어 올리며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어째서 관심을 두지 않으셨어요? 그가 말했잖아요. 우리 집의 약과는 다 좋은데, 조금 시다고요. 만약 먹기 싫어했다면, 어떻게 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어요?”

운환이 잠시 넋을 잃었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구나.”

“사촌 도련님은 생긴 건 새까맣고 건장해 보이는데, 어찌 우리 여인들과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요? 작은언니, 모르시나요? 얼마 전에 사촌 도련님께서 책 한 상자를 고소에게 주셨잖아요.”

운환이 급히 고개를 끄덕이자, 소난은 입을 오므리고 웃으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고소에게 그 책들을 빌리려고 했더니, 고소가 바로 상자까지 제게 보내줬어요. 그랬더니 결과적으로!”

웃음이 터진 소난이 말을 잇지 못하자, 운환이 다급하게 말했다.

“결과가 어떻다고? 일단 웃지 말고, 빨리 말해!”

“결과적으로요, 상자를 열자마자 냄새가 났어요. 아주 좋은 냄새였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그 분 냄새였어요. 정말 이상하지요!”

운환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한참 뒤에야 나지막이 말했다.

“그것도…… 이상할 건 없잖아. 사내가 혼인하기 전에, 방에 시녀 몇 명을 두고 시중을 들게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니.”

소난은 잠시 멍해졌다. 이걸 이렇게 이해하는구나! 소난은 가볍게 기침을 한 뒤에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 주 공자는, 대체 누구인가요?”

운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몰라. 경성의 명문 왕족(旺族) 중에서 진영후 주씨 가문을 제외하고, 성이 주씨인 곳은 들어보지 못했어. 큰언니가 말했잖아, 여남왕부에서 모시는 문객이라고. 너 저번에 면전에서 그를 청객상공(淸客相公)이라고 하지 않았어? 주 공자는 아니라고 반박하지 않았어. 만약 청객상공이 아니라면, 어찌 그렇게 말하게 둘 수 있겠어?”

소난이 그녀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속으로 탄식했다. 이렇게 단순한 아가씨라니, 정말 속이기 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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