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화. 보이다
서생처럼 보이는 청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성왕비가 먼저 설명했다.
“왕부에는 하인이 많고 왕께서 아랫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기 귀찮아하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돌아가다 염탐꾼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오히려 큰일이다.”
서생이 잠시 생각하다 공수하고 뒤로 물러서, 옆에 있는 서른 살쯤 되어 보이고 짐꾼 차림을 한 사람과 몇 마디 작게 상의했다. 그러더니 웃으며 승낙했다.
“왕비의 분부를 듣겠습니다.”
성왕비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발을 내렸다.
마차는 반 시진 정도 더 질주했다. 멀리서 성을 지키던 병졸(兵卒)이 마차를 멈추라고 사납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활시위 당기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수십 발의 활이 일행을 겨누었다. 금방이라도 쏠 기세였다.
서생 같은 청년이 손을 들어 일행을 멈춰 세운 후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섰다. 성왕비가 문발을 걷고 마차에서 뛰어내린 뒤 침착하게 행렬 맨 앞으로 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왕비 양(杨)씨다. 얼른 가서 아뢰어라!”
당직을 서던 병졸 대장이 이마에 손을 얹더니, 맨 앞에서 평온한 태도로 서 있는 성왕비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병졸을 쳐다보았다. 몇몇 병졸이 의아하다는 듯 서로 얼굴만 빤히 보고 있었다. 병졸 대장은 도저히 혼자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성안으로 황급히 들어가 성을 지키는 장군(将军)에게 아뢰었다.
성왕비가 북쪽 지역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두봉을 여미었다. 그러곤 사방을 둘러봤다. 농주성 성문 위쪽에 사람 같은 것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성왕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기다란 물체를 자세히 살폈다. 서생 같은 호위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걸려있는 것은 사람입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성왕비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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