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다시 마주한 햇살
장흥후 세자는 이우가 땅을 파기 시작하자 혼비백산하여 소리 질렀다.
“뭣들 하는 게야! 어서 저 짐승을 잡아 죽이지 않고!”
그 모습을 본 견세성이 한쪽 눈썹을 으쓱했다.
규수들이 놀랄까 걱정되는 거라면 이런 실태를 보일 것까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꽃 덤불에 정말 뭐라도 있는 것인가? 갑자기 나타난 개가 무슨 냄새라도 맡았다면?
‘하지만 저 꽃은 작약이 아닌데…….’
견세성이 고개를 돌려 바로 옆 작약 덤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작약 꽃이 화원 가득 눈이 부시게 피어 있는 것이 요사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잠깐…….’
견세성이 미간을 좁히며 시력을 한데 집중했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다른 작약에 비해 시들시들한 작약의 모습이 보였다.
이 시기에 작약이 시드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수 부인과 지 원외가 모두 딸아이가 작약 덤불 밑에 묻혀 있다고 진술하지 않았나. 견세성은 다년간 수많은 사건을 접하여 뛰어난 직감을 가지게 되었다. 점점 실마리에 다가가는 기분이었다.
‘장흥후 세자는 지금 악행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것인가? 허허, 완전 범죄를 꾀하다가 제 꾀에 넘어가는 흉수를 한둘 본 게 아닌데 말이지.’
몽둥이를 든 하인들이 땅을 파고 있는 이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우는 위험을 감지했지만 여전히 앞발로 열심히 땅을 팠다. 그와 동시에 제게 달려드는 하인의 가슴을 걷어차 주었다. 그리곤 꼬리로 바닥을 쓸어 두 번째로 달려드는 사내의 눈에 모래를 뿌렸다.
결국 땅을 파던 것을 멈춘 이우가 하인들을 향해 이를 훤히 내보이며 으르렁 낮은 소리를 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사람만 한 커다란 개가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자 하인들은 주춤주춤하며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우는 그들에게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훌쩍 뛰어올랐다.
“엄마야!”
하인들이 몽둥이를 내팽개치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다.
‘무슨 개가 이렇게 사나워! 그야말로 늑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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