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화. 추락
다음 날, 보름달이 하늘 가득히 떠올랐고 정월대보름을 축하라도 하듯 저녁 공기 역시 훈훈했다.
선덕루 앞에는 형형색색의 꽃등이 내걸렸고, 길가에는 아름다운 광경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황제와 황후가 태후를 부축하여 천천히 계단을 올랐고, 복청과 열넷째 공주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나머지 공주들이 뒤를 함께 따랐다.
사람들이 선덕루에 올라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꽃등이 붉을 밝혔다.
선덕루의 남쪽 방향에는 꽃등을 이용하여 산처럼 크게 만든 누각이 있었는데, 도성에서는 선덕루가 그 광경을 감상하기 가장 안성맞춤이었다.
오산(鳌山)이라 불리는 그 누각은 이십 장(丈)이 넘는 두 개의 자라 기둥을 거대한 용이 휘감고 있었고, 용의 입 안에는 동그랗게 밝은 등이 여의주처럼 빛나고 있었다. 누각 주변으로 수십 개의 등불이 동시에 켜지면서 별천지에 온 듯 휘황찬란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복청공주는 눈 앞에 펼쳐진 빛의 물결을 보며 완전히 넋이 나갔다.
지난 해 꽃등을 보았었지만, 올해 다시 보아도 똑같이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복청공주는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어가 위를 오가는 백성들의 모습을 응시했다.
한쪽 마당에서는 곡예가 벌어지고 있었고, 또 다른 편에서는 풍악 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가 선덕루 위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복청공주는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공주의 신분인 그녀에게 보통 여인들처럼 마음껏 거리를 돌아다니며 즐기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공주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선덕루에 올라서 꽃등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공주로서 누리는 풍요로운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복을 쫓아내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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