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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Kỳ huyễ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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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아주 정직한 사람

57화. 아주 정직한 사람

화옥의 시신을 들고 문밖을 나서던 여관들은 멀리서 흔들거리며 다가오는 등롱을 보았다. 등롱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구냐!”

“저에요. 사매들이 고생이 많네요.”

밤안개 사이에서 지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얼굴을 드러냈다.

“사저.”

자신의 손에 화옥이 들렸다는 것을 떠올린 여관들의 생각이 많아졌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방궁에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사람이었던 지 사저에 반해, 화옥은 조방궁 주지의 대제자로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이였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 눈앞의 사저는 여전히 능운진인의 대사저로 멀쩡하게 잘 지내는 반면에, 화옥은 목숨을 잃고 비참하게 시신이 되어 들려 나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이 모든 일은, 지 사저를 고깝게 본 화옥이 그녀에게 경고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아니었던가.

여관들은 자신도 모르게 지온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지온이 물었다.

“뭘 하는 건가요?”

가장 앞서있던 여관이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급히 대답했다.

“화옥 사저가 주지께 죄스러운 마음을 죽음으로 갚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안장하러 가는 중입니다.”

그때였다.

화옥의 얼굴을 덮고 있던 머리칼이 밤바람에 날아가며 그녀의 퍼런 얼굴이 드러났다.

그에 서아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헉, 숨을 들이마셨다.

죽은 사람을 이렇게 가까이 본 것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눈빛이 다소 가라앉은 지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돌아가셨다고요?”

“네.”

지온이 앞으로 다가가 화옥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독을 먹은 건가요?”

“네.”

지온이 탄식했다.

“사저가 참으로 바보 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잘못하긴 했어도 살아야 또 희망이 있는 것을요! 몸을 잘 추스르고 조금만 시간을 버티시지. 그랬으면 사숙께 부탁을 드려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고개를 숙인 여관들의 얼굴에도 역시나 슬프고 처량한 표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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