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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Kỳ huyễ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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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화. 속이 쓰리다

304화. 속이 쓰리다

한밤중이 되어, 루안은 마침내 북양태비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왕부에 안 머무르시고 어찌 오셨습니까? 형님이 맞은 곳은 괜찮나요?”

북양태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우락부락한 놈인데 무슨 일이야 있겠니? 네가 걱정할까 봐 이리 서둘러 온 거 아니냐?”

루안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머니는 정말 갈수록 말씀을 아름답게 하시는군요.”

“말하는 것 좀 보게, 이 어미가 언제는 말을 듣기 싫게 했다는 게야?”

몇 마디 말다툼을 한 뒤, 북양태비는 루혁의 일을 이야기하고 끝으로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네 형을 괴롭히는 게야?”

루안이 천천히 말했다.

“이 수법은 지난번 서영왕세자를 모함한 사건과 거의 비슷합니다. 아마 같은 놈들이 한 짓이겠지요.”

“그래서 누구란 말이야?”

루안이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

“소달.”

북양태비가 의심스러운 듯이 말했다.

“지난번에 단서가 끊어지지 않았어? 소달은 혐의가 없는 거 아니냐?”

루안이 말했다.

“그게 이상한 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지난번 사건에서 어전 시위대에 누군가 침투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소달은 처음엔 나서서 큰소리치더니 나중에 조사할 때가 돼서는 거의 제대로 조사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가 이런 일이 발생한 걸 어떻게 용인할 수 있겠습니까?”

북양태비가 깨달았다.

“그러네, 늙은 개는 자기 땅을 잘 지키는 법인데 이렇게 신경을 안 쓸 리가 있나.”

그녀가 다시 캐물었다.

“설마 네 큰형을 해치려는 게 강왕부의 개새끼인 게냐?”

루안은 확신할 수 없었다.

“잘 모르겠어요.”

강왕세자는 막 경성으로 돌아왔을 때,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니다가 황제에게 체면을 깎인 이후 점점 몸을 사렸다.

루안은 처음부터 아버지를 찔러 죽인 일을 강왕세자가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안에 대한 오명이 점차 벗겨지고 있는 지금, 강왕세자가 루혁에게 손을 쓰는 것은 루안을 도와주는 꼴밖에는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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