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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Kỳ huyễ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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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Chs

280화. 대인, 살려주십시오

280화. 대인, 살려주십시오

루안의 입가에 한 가닥 웃음기가 돌았다. 마치 조롱하는 것 같았는데 일순간에 그 미소는 사라져서 능양진인은 자신이 잘못 본 것으로 착각할 뻔했다.

“이런 비약은 궁에만 있습니다. 보통 첩자에게 사용해서 반란을 막는 데 쓰지요. 월월홍이라고 하는 이유는 매달 해독제를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피를 토하고 죽습니다.”

그의 설명을 따라 능양진인은 굽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눈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예, 예, 예. 대인의 말씀이 정확합니다. 이 약을 아시면 혹시…….”

루안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 약이 첩자에게 쓰이는 이유는 다른 사람은 해독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능양주지가 이런 독을 먹었다면 죄송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능양진인의 입이 벌어지고 눈에선 희망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녀가 중얼거리듯이 반문했다.

“해독제가 없습니까?”

능양진인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다.

‘그러니까 결국엔 죽게 된다는 거야? 그럼 이것들을 뭐 하러 돕는담? 차라리 옥비의 말을 듣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그것도 안 돼! 안 그래도 궁에서 자손을 얻기 힘든데 전에 현비의 일도 있었으니, 이번에 신비마저 사고가 나면 분명히 엄중하게 조사할 거야. 내가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겠어, 일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들키면 바로 죽는 거야!’

결국엔 모두 죽을 길인데, 그럼 뭣 하러 이런 인간들과 얽혀 힘을 뺀단 말인가? 차라리 낙영각으로 돌아가 즐겁게 한 달을 보내고 죽을 때 시원하게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능양진인이 밖으로 나가려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주지, 잠깐 기다리십시오. 어딜 가려는 겁니까?”

능양진인이 고개를 돌리며 넋이 나간 듯이 말했다.

“가서 죽을 날이나 기다려야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루안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는 순간, 어두컴컴했던 후전이 다 밝아지는 것 같았다.

루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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