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화. 의심 (1)
이날 부운안은 점심 식사를 마친 뒤에야 아쉬워하며 진남왕부를 떠났다.
그런데 부운안이 돌아가자마자, 화미가 갑자기 급히 달려왔다. 화미는 백훼가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혀를 쏙 내밀며 걸음을 늦춘 후, 예법에 맞게 남궁월과 소비에게 예를 올린 다음 이상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세자비, 큰아가씨, 백월 사신 아답적 대인이 방금 사람을 시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백합 언니에게 보내는 선물이라 합니다.”
화미는 제 식견이 좁다고 자인하는 편이었지만, 아답적의 행동이 불가사의하다는 것쯤은 알았다.
세자비를 시중드는 상급여종이라고는 하나, 백합은 일개 여종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느 관저에서 여종이 혼인을 한다고 진지하게 축하선물을 보내온단 말인가?
장일희나 부운안 같은 사람들이 보내는 선물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갔다. 그 사람들은 세자비와 사이가 가까운데다, 세자비의 여종에게 혼수품을 더해주는 건 나름 특별한 영예니까 말이다.
화미는 그 소식을 전달받자마자, 선물을 가져온 자들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얼른 막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선물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화미가 얼른 선물 목록을 남궁월에게 바치자, 남궁월은 빠른 속도로 목록을 쭉 읽어내려갔다.
금봉(金鳳) 떨잠, 칠채보석(七彩寶石) 목걸이, 화록청(花綠青) 귀고리, 금기린(金麒麟)…….
목록에 적힌 선물들은 하나 같이 다 황자비에게 선물해도 손색없는 것들이었다. 이런 선물을 어찌 일개 여종의 혼례 선물로 보낸단 말인가.
분명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소비도 목록을 곁눈질로 쭉 살펴본 뒤,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새언니, 선물들이 너무 과한 것 같아요. 돌려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런 이유 없이 보수를 받아선 안 된다는 말이 있었다. 상대방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두둑한 선물을 보내온다는 건, 필시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화미가 얼른 이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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