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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화. 나들이

1482화. 나들이

반면, 남쪽 하늘은 여전히 밝은 햇살이 세상을 두루 비추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새들이 날개를 펄럭이면서 햇살을 따라 점점 멀리, 더 높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때, 회색 비둘기 한 마리가 벽소당으로 날아오면서, 서융에서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식도 남강에 전해졌다.

당장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은 황도에 비하면, 낙월성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유로웠다.

성 안에 있는 사람들도 느긋하게 여름철을 나고 있었다.

이미 하늘 한쪽은 황혼으로 물들어 있었고, 소화원 호수와 호수 표면에 빽빽하게 피어 있는 연잎에 황혼 때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여름 바람이 불어왔다.

이때 갑자기 호숫가에 있는 정자 안쪽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연잎에 사이를 거칠게 파고 들어가 비취색 연방 하나를 똑 하고 부러뜨렸다.

여러 알의 하얀 연밥들이 연방 속에서 후두둑 떨어졌다. 그중 두 알은 껍질이 벗겨져 한 알은 누군가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하나는 마음대로 집어 가는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사야, 넌 진짜 분위기라는 걸 모르는구나. 우리는 연꽃을 구경하러 온 거지, 연방을 따러 온 게 아니라고.”

소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대놓고 제 손에 들어온 연방을 입속으로 쏙 넣었다.

와작, 와작…….

연한 연밥은 달고 담백한 맛이 나서 씹을수록 입안이 개운해졌다.

“소백아, 이 연밥 달고 담백하니 참 맛있다. 소사야, 어서 네 후야께도 한 알 까드려 봐!”

소혁이 말하면서 연방을 하나 꺾어 따왔다.

소사는 경시하는 눈으로 소혁을 한 번 째려볼 뿐, 대꾸도 하지 않고 오로지 관어백에게 연밥을 까 주는 것에만 몰두했다.

연방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소혁이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소백아, 서융이 이번에 내 급한 불을 꺼줬는데, 나도 서융의 새 왕에게 연밥이라도 선물로 보내 성의 표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소혁이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처럼 눈부시게 웃으면서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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