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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화. 엄숙한 기운

1053화. 엄숙한 기운

같은 시각.

수백 리 밖에 있는 낙월성에선 이제 막 아침 해가 동쪽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죽자가 보낸 회색 전서구도 밤새 수백 리를 날아 벽소당에 도착했다.

한편, 소회는 벽소당부터 시작해 왕부의 하늘까지 다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전서구가 날아들자 재빨리 반응했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소회는 서둘러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전서구를 쫓아다니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화미는 그 전서구가 자신의 손 위로 날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소회에게 딱 걸려 전서구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어서 하늘 위에선 전서구가 도망가고, 소회가 따라붙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곧이어 누구 것인지 모를 회색 깃털이 여기저기에 떨어졌다.

“소회야!”

지상에 있던 화미는 두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향해 뛰고 또 뛰다가, 결국 숨이 차서 더는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발을 동동 굴렀다.

바깥의 소리는 휴식실 안까지 들려왔다. 남궁월이 반 정도 완성된 바느질감을 내려놓고 창가 앞으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니, 불쌍한 회색 전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궁월은 그 광경이 조금 웃겼지만, 약간 매서워진 얼굴로 소회를 꾸짖으며 외쳤다.

“소회!”

소회가 전서구를 쫓아다니는 건 겉보기엔 우스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매번 전서구가 올 때마다 소회가 전서구를 못살게 굴면 그것도 문제가 될 테니, 아무래도 소회를 잘 가르쳐야 할 것 같았다.

소회는 또다시 공중을 반 바퀴 돈 뒤, 먼발치에 서 있는 계화나무 위로 올라가 멈춰섰다.

그 모습을 본 불쌍한 회색 전서구는 혹시나 지체할세라 푸드득 푸드득 날갯짓을 하며 남궁월의 손 위로 날아가 몇 번이나 울음소리를 냈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니 전서구가 더욱 가엾게 느껴졌다.

이내 남궁월은 전서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안심시켜 주었다.

그런데 그때 또다시 소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본 남궁월은 소회의 불만 어린 눈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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