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화. 자격
서은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흥! 대단하기는 무슨! 오히려 권력에 눈이 멀어 코앞의 일도 보지 못한 멍청이죠.”
그녀가 류 태비를 보며 가차 없이 말했다.
“당시 태자였던 덕종은 나약하고 무능한 자였어요. 그에 비해 아버님은 뛰어난 재주와 원대한 계책을 품은 분이었죠. 그런데도 아버님을 버리고 덕종의 측비가 되었으니 그런 좁은 안목이 뭐가 대단하다는 거죠? 게다가 궁에 들어가려고 비열한 약까지 썼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정작 본인은 부귀영화는커녕 몇 년 만에 죽고 말았는데, 도대체 뭘 멀리 봤다는 거죠?”
류 태비는 뭐라고 대꾸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큰 현비, 류 대낭이 당시에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첫 번째 가능성은 아버님과 어머님의 혼인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그녀도 마음에 드는 부군을 선택할 수 있었을 거란 거예요. 두 집안은 오랜 인연이 있으니 아버님이 황제가 되시면서 그 집안도 덩달아 고귀해졌겠죠.”
좌중을 둘러본 서은이 말했다.
“두 번째 가능성으로는 그녀가 아버님과 혼인을 올렸을 수도 있었을 거란 거예요. 그랬다면 오늘날 황후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녀 자신이었을 거구요. 시숙은 명실상부한 적장자였을 테니 대소의 역대 황제는 모두 류씨 집안의 핏줄에서 나왔을 테죠. 심지어 세 번째 가능성도 있네요. 그녀가 회임한 아이를 아끼고 잘 낳아 동양성으로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시숙은 약의 부작용을 입지 않았을 테니 선천적으로 병약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 오늘날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는 미지수였을 테죠.”
말을 마친 서은은 그들을 동정하듯 덧붙였다.
“하지만 그 세 가지 가능성 중 하나도 잡지 못했네요. 결국 류 씨 일족은 멸문지화를 당했고, 마지막 생존자 몇 명도 그녀가 낳은 아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어요. 류가(家)는 류 대낭 하나를 낳은 탓에 혈맥이 끊기는 최후를 맞았는데, 아직도 그런 그녀가 대단하고 멀리 봤다고 생각하나요? 참으로 가문의 큰 영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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