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화. 옛날 사람
원징이 묵자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당신, 어렸을 때는 두록보다 한참 멍청했었나 보군. 다섯 살 때 일도 전혀 기억을 못 하니 말이야.”
묵자가 원징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진다), 몰라요?”
원징이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곧바로 이어서 이렇게 받아쳤다.
“멍청한 새가 먼저 나는 법이오(*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먼저 행동한다는 뜻의 속담).”
두 사람이 속삭이듯 한 말을 송언이 딱 들었을 줄 누가 알았겠나. 송언이 이렇게 말했다.
“큰아이는 멍청하지 않았네. 다섯 살 때는 나무 조각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어리광도 잘 부리지 않았어. 요즘도 조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네 아버지 말로는 네 재능이 자기보다 뛰어나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비록 처음 보는 사이지만 묵자는 자기도 모르게 송언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친근함을 느꼈다. 어쩌면 이건 오래전에 이 몸이 가지고 있던 본능적인 의식이 그를 아버지 연배로 여기는 탓일 수도 있었다.
“조금밖에 못 해요. 아저씨께서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너희 어머니의 가장 큰 바람은 바로 너희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었어. 게다가 네 아버지 같은 최고의 선생님이 없었으니 나도 널 탓할 수는 없지. 난 절대로 실망하지 않아. 살아있는 동안 너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여한은 없구나.”
송언의 얼굴에 슬픔과 기쁨의 기색이 서로 엇갈렸다.
“아저씨, 우리 두 사람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는데 오늘 이렇게 부모님의 친구분께서 아직 살아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정말로 너무나 기뻐요. 저와 제 여동생이 아저씨를 양아버지로 모셔도 될까요? 지금부터 아저씨를 친아버지로 여기고 효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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