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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선처

“온전한 신체와 자유로운 삶은 그녀가 지금껏 그토록 갈망하던 것이었다.” 썩은 내를 풍기던 몸과 가면으로 가려야만 했던 문드러진 얼굴은 더 이상 없었다. 눈을 뜨니, 거울 속엔 꽃다운 열여섯의 아리따운 여인만이 있을 뿐! 상림당가의 서출 둘째 딸 당염원의 몸에서 깨어난 그녀는 이복자매를 대신해 무시무시한 소문들을 달고 다니는 괴물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는 열두 명의 아내를 배 속에 삼켰다는 끔찍한 괴물은 없었다…. 그저 신비로운 분위기의 아름다운 남자, 설연산장의 장주 사릉고홍만이 있을 뿐이었다. 천성적으로 독을 내뿜어 아무도 곁에 둘 수 없었던 사릉고홍에게, 독을 도리어 약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특이한 체질의 당염원은 그토록 기다려 온 유일무이한 존재다. 하나, 전생에서 늙은 괴물에게 노예처럼 부려졌던 당염원은 그저 자유만을 갈구하는데…. 사릉고홍에게서 흘러나오는 독의 기운을 흡수하여 힘을 모아 이곳에서 탈출하고 마리라! 그때까진 그저 얌전히 그의 곁에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이 세계, 약육강식의 법칙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에게 더없이 상냥한 사릉고홍에게 마음이 가고 마는데….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본 당염원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원제: 莊主有毒之神醫仙妻

수천철 · Kỳ huyễ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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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이 세상을 원해 (3)

164화. 이 세상을 원해 (3)

중년의 사내는 말을 더 잇지 않고 사릉고홍을 엄숙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 속에선 이름 모를 광채가 반짝였다.

당염원도 사릉고홍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줄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시선과 눈이 딱 마주쳤다. 푸른 그림자에 잠긴 두 눈동자는 부드러움을 머금고 그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또한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남성다움이 한층 더해져 있었다.

사릉고홍은 조용히 당염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가락이 가볍게 미끄러져 내려와 눈가에 닿았고, 다시 코, 입술에 이르렀다. 약간 차갑고 부드러운 손가락에는 온화함이 깃들어 있었다.

“고홍.”

당염원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불렀다.

사릉고홍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리는 것이 마치 달빛이 흐르는 것 같았다. 입술에는 물빛의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사릉고홍은 고개를 돌려 중년 사내를 보며 말했다.

“이 세상을 원하오.”

담담한 말 한마디가 사릉고홍의 입에서 나왔다.

너무나도 담담하고 평범한 말투에 마치 일개 돌멩이나 나무를 요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결과가 정해진 듯한 알 수 없는 느낌도 동시에 들었다.

중년 사내의 두 눈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엄숙했던 표정도 더는 유지하지 못하고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좋다!”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용의 기운을 갖고 태어난 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릉고홍이었다.

깜짝 놀랄 만한 소식임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사릉고홍은 당염원을 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중년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는 아무리 설득하고 아무리 협박해도 전혀 관심도 가지지 않더니. 또 모든 걸 가져다준대도 마다하고, 세상에 발을 들일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사랑인가? 이 녀석이 사랑을 아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군. 그렇게 목석같던 녀석이 한 번 사랑에 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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