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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화. 공정한 판단

210화. 공정한 판단

“사실대로 고하거라.”

황제가 언짢은 얼굴로 말하자 소 나리가 아뢰었다.

“요 며칠, 오 대인께서는 저희 집 여식과 둘째 공자를 혼인시켜야 한다며 매파를 보내왔습니다. 제 여식과 둘째 공자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이고 그 증표로 염낭까지 주고받았다고 말입니다. 매파가 보여준 염낭은 확실히 제 여식이 직접 만든 것이긴 했습니다만 그 염낭은 동평왕부에서 있었던 도화연에서 심가 큰아가씨에게 준 것이었고, 심가 큰아가씨도 당시 차고 있던 염낭을 제 여식에게 주면서 서로 우정의 증표로 삼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날 심가 큰아가씨께서 본의 아니게 제 여식이 준 염낭을 분실하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염낭이 오가 둘째 공자 손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제 여식이 이 일을 증명하기 위하여 며칠 전 심가에 가서 큰아가씨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큰아가씨는 태후마마께 쓸 약용 진흙을 조제하고 있었던 터라 손님을 일절 받지 않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바로 이 일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에도 또 삼 일 동안 입궁을 하였던 터라 오늘에서야 큰아가씨가 시간을 내어 저희 집에 와서 해명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매파는 그 염낭이 제 여식이 둘째 공자께 준 사랑의 증표가 맞다며 우겨댔습니다. 제 여식의 자수 실력이 좋은 편이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염낭이라곤 저와 제 안사람, 그리고 아들놈과 본인 거 딱 네 개밖에 안 만들었습니다.

심가 큰아가씨는 동평왕부에서 어린 환관도 구할 정도로 마음씨가 고운 분이니 어찌 자신의 친한 벗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심가 큰아가씨가 어떻게 해명을 하여도 매파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이에 화가 난 큰아가씨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염낭은 본인 것이니 오가 둘째 공자가 그럴 만한 담이 있으면 심가에 혼담을 넣어 자신을 데려가라고 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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