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화. 겨루기
좌우는 고개를 돌려 연무대 위의 상황을 지켜봤다.
물론 좌우도 고약운이 싫긴 했지만, 막무가내로 나서서 상대를 압박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법도가 허락하는 한에서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모함할 줄 알았지만, 소림은 그녀와는 달랐다.
저 군왕부 소저는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었다.
저런 사람은 좌우 자신에게 이용당할 가치도 없으며, 자신의 가르침을 받을 자격도 없었다.
좌우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소 소저는 저 사내를 죽지 않을 정도로 괴롭히고 싶었나 보군요. 그렇다면 애초에 상대에게 패배를 인정할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 사내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한, 저희도 이 대결의 결과에 간섭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소 소저는 상대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줘놓고는 계속 손을 쓰려 했습니다.
이는 엄연히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지요. 행여나 소문이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소 소저와 군왕부의 체면은 물론이고, 나아가 천월제국의 명성에도 누가 될 겁니다.”
좌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림의 이런 행동을 탐탁지 않아 했다.
“다행히 저희 명부에는 저렇게 생각이 짧은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상대하려면 그 상황에 들어맞는 이치와 도리를 대며 알맞은 방법을 써야 하지요. 이게 바로 제가 고약운에게서 영수를 억지로 빼앗지 않고, 소주가 올 때까지 기다린 이유입니다.
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천월 황제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의 칼날같이 예리한 눈빛은 곧 연무대 위에 있는 소림에게로 향했다.
황제는 소림의 행동을 제지하려고 했으나, 별안간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
“림아야, 이 몇 년 동안 아비가 너를 너무 총애한 게 문제로구나. 그 때문에 네가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자라고 말았어. 고 소저는 이 아비의 손님인데, 네가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건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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