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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외조부, 동방 가주 (2)

125화. 외조부, 동방 가주 (2)

동양세가의 저택.

동방세가가 머무는 곳은 화려하고 휘황찬란하진 않지만, 실로 고풍스러운 저택이었다. 그곳의 화원에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약재를 비롯하여 잡초 등이 자라 있었다. 그리고 건물들도 매우 비싼 천향목으로 지어져 있었다.

동방세가의 서재 안은 무거운 분위기에 잠겨 있었다. 노인 한 명이 탁자에 앉아, 위엄 있는 눈빛으로 푸른 옷을 입은 고약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노인이었다.

“네가 옥이의 여식이고 나의 외손녀인 고약운이 맞느냐?”

그러나 그 위압감을 느끼고도 고약운은 냉소를 지으며 아무런 기색도 내비치지 않았다.

“예. 저는 고약운이고, 동방옥의 여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외손녀는 아닙니다.”

“운아!”

이 말을 듣고 있던 동방소택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급히 고약운을 향해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러곤 동방 가주의 가라앉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흥.”

동방 가주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어른을 대하는 너의 태도란 말이냐? 나는 네 외조부고, 이것은 결코 바뀌지 않을 사실이다.”

“외조부?”

고약운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비웃었다.

“제 외조부께선 자기 딸이 죽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분이 아닙니다. 그렇게 겁이 많고 나약하여, 자기 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분이 아니시란 말입니다. 가주께선 어머니를 보호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가주를 탓하진 않습니다.

하나만 여쭙고 싶습니다. 딸이 죽었어도 울분을 참는 사람이 아버지가 맞습니까?”

고약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재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숨이 막힐 정도의 답답함이 몰려왔다.

동방소택은 걱정되었다. 아버지는 원래 성격이 그리 좋지 않은 분이시고, 고약운도 이런 일 앞에서 남에게 숙일 사람이 아니었다. 둘이 싸운다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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