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화. 네가 아니면
화 귀비는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황상의 의심을 사게 된다면, 태자비가 태자에게 부정했다고 말해야겠다! 그래, 어차피 태자비는 이미 죽었어. 그리고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심지어 태자비의 죽음을 수치심으로 인한 자살이라 말하고, 나는 황실의 명성을 위해 이 추한 일을 숨겨왔다고 밝히면 돼.’
빠져나갈 방법이 떠오르자, 화 귀비의 안색이 점점 풀렸다.
정미는 계속 화 귀비의 태도를 신경 쓰고 있었기에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화 귀비는 감정 회복이 빠른 편이구나. 역시 나쁜 짓을 많이 하면 더뎌지기 마련인가 보군.’
잠시 후, 정동이 황손을 안고 안으로 들어와 일일이 인사를 올리고 정미와 마주 봤다.
정미는 깜짝 놀랐다.
‘저번보다 훨씬 말랐잖아. 역시 황궁은 무서운 곳이구나.’
정동은 급히 시선을 피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경제가 물었다.
“소진 도장, 준비는 끝났는가.”
“예, 황상. 왼쪽 손가락을 뻗어주십시오.”
소진 도사가 창경제와 황손의 손가락 끝에서 피 한 방울을 뽑아 부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적을 그릴 땐 아무런 방해도 받아선 안 됐지만, 소진 도장은 일국의 황제는 물론 사숙인 정미를 피할 수 없어 그들의 앞에서 부적을 그려야만 했다.
다행히 모두 그 점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숨죽이고 부적을 다 그릴 때까지 기다렸다.
소진 도사는 힘겹게 몇 획을 그리더니, 땀을 뻘뻘 흘리며 잠시 멈췄다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새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고여덟 번을 반복하자, 소진 도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니, 이상해. 황상의 피는 약인(藥引)이어야 하는데, 왜 조금의 힘도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지? 이런 상황은 보통…… 황상과 황손이 혈연관계가 아닐 경우인데!’
이 가능성이 떠오르자, 소진 도사는 속으로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화 귀비를 흘끗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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